판시사항
[1] 형법 제288조 에 규정된 간음목적유인죄에서 ‘유인’의 의미
[2] 간음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장소를 이동할 때 기망 또는 유혹의 수단을 사용한 것에 불과한 경우, 간음목적유인죄의 ‘유인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3] 피고인이 피해자 갑(여, 15세)을 다른 장소로 옮긴 후 그곳에서 간음하기로 마음먹고, 술에 취한 갑에게 ‘드라이브 가자’라는 취지로 속여 승용차에 태운 다음 경찰관에 의하여 검거될 때까지 약 1시간 동안 운전하여 간음 목적으로 미성년자 갑을 유인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갑을 유인하였다고 볼 수 없는데도, 피고인에게 간음목적유인죄를 인정한 제1심판결에 법리오해 내지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형법 제288조 에서 말하는 ‘유인’이란 기망 또는 유혹을 수단으로 사람을 꾀어 하자 있는 의사에 따라 사람을 자유로운 생활관계 또는 보호관계에서 이탈하게 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사실적 지배 아래로 옮기는 행위를 말한다. 여기서 ‘사실적 지배’란 사람에 대한 물리적·실력적인 지배관계를 의미하는데, 사실적 지배 아래에 놓여 있는지는 장소의 특성, 지배관계의 설정이나 유지를 위한 행위자의 구체적 행태 및 행위자와 상대방이 전후에 보여준 모습, 행위자가 당초 의도하였던 실력적 지배의 시간적 계속성, 특히 행위자가 다른 목적의 수단으로서 일회적·일시적으로 상대방을 자신의 지배 아래로 옮겼는지 여부, 행위자가 사실적 지배를 통하여 달성하고자 한 목적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간음목적유인죄는 실질적으로 보아 간음행위로 나아가기 전 단계에 해당하는 범죄인데, 그 목적을 달성하였다고 볼 수 있는 청소년 준강간 또는 위계·위력에 의한 청소년 간음을 내용으로 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등)죄의 법정형이 5년 이상의 징역형인 데 비하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2 제4항 에서 정한 간음의 목적으로 사람을 약취, 유인한 자에 대한 법정형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인 점을 고려하면, 형법 제288조 가 규정하고 있는 ‘유인'의 의미는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 따라서 간음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장소를 이동할 때 기망 또는 유혹의 수단을 사용한 것에 불과하다면 간음목적유인죄의 유인행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3] 피고인이 피해자 갑(여, 15세)을 다른 장소로 옮긴 후 그곳에서 간음하기로 마음먹고, 술에 취한 갑에게 ‘드라이브 가자’라는 취지로 속여 승용차에 태운 다음 경찰관에 의하여 검거될 때까지 약 1시간 동안 운전하여 간음 목적으로 미성년자 갑을 유인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갑을 승용차에 태운 것은 당시 갑과 일회적인 성교를 위하여 다른 장소로 이동할 의도였고, 나아가 계속적인 성관계 그 밖의 다른 목적을 달성하거나 지속적으로 사실적 지배관계를 설정할 의사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며, 피고인의 위와 같은 의사와 갑이 승차한 승용차의 특성, 갑의 나이와 신분 등 사건의 제반 경위에 비추어, 위 승용차가 이동수단의 의미를 넘어 물리적·실력적 지배라는 측면에서 갑을 장소적으로 지배하는 의미까지 지니고 있다고는 보이지 않는 등의 사정을 종합할 때, 피고인이 드라이브하자고 갑을 기망 또는 유혹하여 승용차에 태우기는 하였으나 그로 인하여 갑이 피고인의 사실적 지배 아래 놓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갑을 유인하였다고 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는데도, 피고인에게 간음목적유인죄를 인정한 제1심판결에 법리오해 내지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288조 [2] 형법 제288조 ,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2 제4항 [3] 형법 제288조 제1항 , 제299조 , 제302조 ,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제1항 , 제4항 , 제5항 ,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2 제4항 , 형사소송법 제307조 , 제325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6. 2. 27. 선고 95도2980 판결 (공1996상, 1186) 대법원 1998. 5. 15. 선고 98도690 판결 (공1998상, 1693) 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7도2318 판결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
검사
권광현
변 호 인
변호사 양성태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간음 목적 유인의 점, 청소년 준강간의 점, 각 위계·위력에 의한 청소년 간음의 점은 각 무죄
이 사건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1) 간음 목적 유인 부분
피고인은 피해자와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기 위하여 피해자를 승용차에 태우고 간 것일 뿐 피해자를 간음할 목적으로 승용차에 태운 것은 아니다.
2) 청소년 준강간과 각 위계·위력에 의한 청소년 간음 부분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서가 아니라 피해자의 명시적 내지 묵시적인 동의하에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졌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양형(징역 5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정보공개 5년)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다. 부착명령 청구 부분
피고인은 이 사건 외에 달리 특별한 성범죄 전력이 없음에도 원심이 위치추적 전자장치의 부착까지 명령한 것은 과도하다.
2. 피고사건 부분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간음 목적 유인, 청소년 준강간, 각 위계·위력에 의한 청소년 간음 부분의 요지
피고인은,
1) 2010. 7. 15. 04:00경 동두천시 보산동 소재 ○○○○ 모텔 302호실에서, 피해자 공소외 1(여, 15세)을 간음하고자 하였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자 피해자가 자신의 주량을 크게 넘은 소주, 맥주, 콜라를 섞은 폭탄주 7잔 정도를 마신 후 몸을 가누지 못하는 등 술에 매우 취하여 의사결정 능력이 미약한 상태인 점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다른 장소로 옮긴 후 그곳에서 간음하기로 마음먹고, 피해자에게 ‘술내기에 졌으니 드라이브 가자’라는 취지로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를 부축하여 데리고 나와 (차량번호 1 생략) SM5 승용차에 태운 다음 공소외 2, 3의 추격을 피하여 서울 방면으로 운행하다가 서울 강북구 미아동 71-6 소재 미아삼거리 부근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납치하여 간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 의하여 검거될 때까지 약 1시간 동안 운전하여 간음할 목적으로 미성년자인 피해자를 유인하고,
2) 같은 날 09:30경 서울 강북구 수유동 소재 수유역 부근의 상호 불상 모텔로 술에 취한 피해자를 데리고 가 잠이 든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피해자와 1회 성교함으로써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청소년인 피해자를 간음하고,
3) 피해자가 가출하여 마땅히 갈 곳이 없다는 점을 이용하여 마치 피해자의 일자리를 알선해 주고 동거할 생각이 있다며 말을 하고, “교도소를 여러 차례 갔다 왔고, 전국구로 놀았다.”라고 말하여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도망가려고 하면 해를 가할 것 같이 피해자에게 겁을 주는 등 위계 및 위력으로 피해자를 간음하기로 마음먹고,
가) 2010. 7. 17. 00:00경 동두천시 보산동 소재 ‘ △△△△’ 모텔 309호실에서, 피해자에게 일자리 등을 알아봐 주고 함께 살 생각이라고 말하면서 피해자가 성교를 거부함에도 피해자의 몸 위에 올라타 양팔을 잡고 몸을 눌러 제압한 다음 피해자와 1회 성교함으로써 위계 또는 위력으로 청소년인 피해자를 간음하고,
나) 2010. 7. 18. 07:00경 같은 장소에서, 성교를 거부하는 피해자와 전항과 같은 방법으로 1회 성교함으로써 위계 또는 위력으로 청소년인 피해자를 간음하고,
다) 2010. 7. 18. 22:00경 같은 장소에서, 성교를 거부하는 피해자와 전항과 같은 방법으로 1회 성교함으로써 위계 또는 위력으로 청소년인 피해자를 간음하고,
라) 2010. 7. 19. 09:00경 같은 장소에서, 성교를 거부하는 피해자와 전항과 같은 방법으로 1회 성교함으로써 위계 또는 위력으로 청소년인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1) 간음 목적 유인의 점
피고인이 만 15세에 불과한 피해자가 술을 마시도록 하여 술에 취하게 한 점, 공소외 2 등의 제지에도 술에 취한 피해자를 모텔에서 데리고 나와 차에 태웠고 피고인을 따라와 함께 차에 탄 공소외 4를 강제로 차에서 끌어내리고 피해자만 태우고 차를 운전해 간 점, 공소외 2, 3이 오토바이를 타고 따라와 피고인에게 차를 세우라고 하였음에도 그대로 운전해 간 점, 그 후 술에 취한 피해자를 모텔로 데리고 가 바로 성관계를 한 점, 그 이후에도 3일이라는 단기간에 피해자를 4회 더 강간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에 대한 이 부분 범죄 사실은 넉넉히 유죄로 인정된다(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검사가 2011. 1. 24. 공소장변경을 신청하면서 간음 목적 유인의 내용으로 공소사실을 추가하였으나 원심은 이에 대하여 간음 목적 약취의 내용으로 범죄사실을 인정하였다).
2) 청소년 준강간의 점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술에 취해 잠이 들어 정신이 없는데 피고인이 자신의 몸 위에 올라타 성관계를 하였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점, 10대 청소년인 피해자가 자신의 성적 수치심을 감수하면서까지 허위진술을 하여 피고인을 무고할 만한 특별한 사정도 없는 점, 공소외 4, 2, 3도 피해자가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여 피해자의 진술에 부합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이 부분 범행은 넉넉히 유죄로 인정된다.
3) 각 위계·위력에 의한 청소년 간음의 점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이 ‘교도소를 여러 차례 갔다 왔고 전국구로 놀았다’, ‘너 도망가면 후배들 시켜서 너를 찾을 수 있다’라는 취지로 말하여 겁에 질려 있었고 성관계를 하기 싫다고 말하였는데도 피고인이 몸에 올라타 성관계를 하였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고, 피해 당시의 상황이나 피고인의 행동 등에 관하여 비교적 상세하고 자세히 진술하고 있는 점, 10대 청소년인 피해자가 자신의 성적 수치심을 감수하면서까지 허위진술을 하여 피고인을 무고할 만한 특별한 사정도 없고, 피해자가 경험하지 않았더라면 진술하기 어려운 내용을 진술한 점, 당시 피해자는 가출한 상태라 달리 도움을 요청할 만한 사람도 없었고 숙식을 해결할 장소도 없어 피고인의 행위에 적극적으로 저항할 여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및 피고인이 공소외 5와 휴대전화로 통화한 내용이나 메신저로 대화한 내용, 피고인이 긴급체포된 경위 등 범행 전후의 정황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이 부분 범행은 넉넉히 유죄로 인정된다.
다. 당심의 판단
1) 간음 목적 유인의 점
가) 형법 제288조 에서 말하는 ‘유인’이란 기망 또는 유혹을 수단으로 사람을 꾀어 그 하자 있는 의사에 따라 그 사람을 자유로운 생활관계 또는 보호관계로부터 이탈하게 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사실적 지배 아래로 옮기는 행위를 말한다( 대법원 1996. 2. 27. 선고 95도2980 판결 등 참조). 여기서 사실적 지배라고 함은 그 사람에 대한 물리적·실력적인 지배관계를 의미하는데( 대법원 1998. 5. 15. 선고 98도690 판결 참조), 사실적 지배 아래에 놓여 있는지 여부는 당해 장소의 특성, 지배관계의 설정이나 유지를 위한 행위자의 구체적 행태 및 행위자와 상대방이 그 전후에 보여준 모습, 행위자가 당초 의도하였던 실력적 지배의 시간적 계속성, 특히 행위자가 다른 목적의 수단으로서 일회적·일시적으로 상대방을 자신의 지배 아래로 옮겼는지 여부, 행위자가 사실적 지배를 통하여 달성하고자 한 목적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간음목적유인죄는 실질적으로 보아 간음행위로 나아가기 전 단계에 해당하는 범죄인데, 그 목적을 달성하였다고 볼 수 있는 청소년 준강간 또는 위계·위력에 의한 청소년 간음을 내용으로 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등)죄의 법정형이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는 데 비하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2 제4항 은 간음의 목적으로 사람을 약취, 유인한 자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보면(성년을 대상으로 한 단순강간죄, 위계에 의한 간음죄 등과 비교하여 보면 형량의 차이는 훨씬 더 커진다), 형법 제288조 가 규정하고 있는 ‘유인'의 의미는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
따라서 간음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장소를 이동함에 있어 기망 또는 유혹의 수단을 사용한 것에 불과하다면 간음목적유인죄의 유인행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 ① 피고인이 피해자를 이 사건 SM5 승용차에 태운 것은 당시 피해자와의 일회적인 성교를 위하여 다른 장소로 이동할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고, 더 나아가 계속적인 성관계 그 밖의 다른 목적을 달성하거나 지속적으로 사실적 지배관계를 설정할 의사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② 피고인의 위와 같은 의사와 이 사건 승용차의 특성, 피해자의 나이와 신분 등 이 사건의 제반 경위에 비추어, 위 승용차가 이동수단의 의미를 넘어 물리적·실력적 지배라는 측면에서 피해자를 장소적으로 지배하는 의미까지 지니고 있다고는 보이지 않는 점, ③ 공소외 3과 공소외 2가 피고인의 승용차를 추격하던 중 만난 경찰관 공소외 6에게 피고인의 승용차가 여자를 납치했다고 말하였으므로 경찰로서는 피해자가 납치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해 보았을 터인데도 피고인이 야기한 교통사고에 대하여 조사한 후 약취·유인에 관하여는 별다른 조치 없이 그대로 피고인과 피해자를 귀가하도록 한 점, ④ 피고인은 경찰서에서 나온 후인 2010. 7. 15. 09:30경 피해자를 서울 강북구 수유동 상호 불상의 모텔로 데리고 가 1회 성관계를 가졌으나,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 성관계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은 성관계 후 피해자와 함께 잠을 잔 다음 위 모텔에서 나온 점 등을 인정할 수 있다.
다) 앞서 본 기준에 비추어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드라이브하자고 피해자를 기망 또는 유혹하여 이 사건 승용차에 태우기는 하였으나,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피고인의 사실적 지배 아래 놓였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유인하였다고 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2) 청소년 준강간의 점
가)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인정할 수 있다. ① 피해자가 동두천 ○○○○ 모텔에서 최종적으로 술을 마신 시각이 04:00로서 그때부터 서울 강북구 수유동 상호불명의 모텔에서 피고인과 성관계를 가질 때까지 5시간 30분이 경과하였고(공소사실에 기재된 09:30 기준, 그러나 피고인은 피해자와의 성관계 시각이 11:30이라고 진술하고 있어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면 시간이 더 경과되었다), 그 도중에 피고인이 교통사고를 야기하여 경찰에서 조사를 받는 상황까지 있었던 점을 감안하여 보면, 피해자가 어느 정도 술에서 깨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② 위 1) 나) ③항에서 본 바와 같이 공소외 3과 공소외 2가 경찰관 공소외 6에게 피고인이 피해자를 납치했다는 취지로 말하였음에도 경찰은 당시 피고인이 야기한 교통사고에 대하여 조사한 후 약취·유인에 관하여는 별다른 조치 없이 그대로 피고인과 피해자를 귀가하도록 하였고, 조사를 마치고 09:00경 경찰서 밖으로 나갈 때에 피고인이 피해자를 부축하지는 않았는데, 만약 피해자가 술에 취하여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였다면 경찰이 15세에 불과한 피해자를 아무런 조치 없이 그대로 보냈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피해자는 강북경찰서에서 교통사고에 관하여 조사받을 때 피고인이 ‘우리는 사귀는 사이고, 동거하는 사이다. 나는 90년생이다’라고 하여 경찰관에게 그렇게 말하였다고 하고 있으나, 경찰관 앞에서도 피고인이 두려워 그가 시키는 대로 진술하였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③ 피해자는 경찰에서 진술할 때에는 준강간 부분에 대하여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피고인이 먼저 경찰에게 서울 강북구 수유동 모텔에서 피해자와의 합의하에 성관계를 하였다고 진술한 이후 검찰에서 조사받으면서 비로소 ‘술에 취해 정신이 없는데 피고인이 자신의 몸 위에 올라타 강제로 성관계를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다시 2회 조사 시에는 앞서 진술한 내용이 동두천 △△△△ 모텔에서 성관계하였을 때와 혼동한 것 같다고 진술하였으며, 원심에서도 모텔에 간 것과 성관계를 한 것만 기억나고 나머지 경위에 대하여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여 그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 ⑤ 피해자는 위 수유동 소재 모텔에서 나온 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음에도 계속하여 피고인과 함께 신림동과 동두천 등지에서 피고인과 함께 지냈다.
나)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술에 취해 정신이 없는데 피고인이 자신의 몸 위에 올라타 강제로 성관계를 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고, 이에 공소외 3, 2, 4의 진술을 더하여 보아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각 위계·위력에 의한 청소년 간음의 점
가) 위계에 의한 간음인지 여부
피고인이 위계에 의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먼저 살펴본다.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일자리 등을 알아봐 주고 함께 살 생각이다’라고 말한 부분이 위계에 해당된다는 것으로 보인다.
위계에 의한 간음죄에서 ‘위계’란 행위자가 간음의 목적으로 상대방에게 오인·착각·부지를 일으키고는 상대방의 그러한 심적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고, 오인·착각·부지는 간음행위 자체에 대한 것으로서 간음행위와 불가분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 다른 조건에 관한 것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일자리를 알아봐 준다고 기망하여 간음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이는 간음행위와 불가분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위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한편 피고인과 피해자의 나이, 신분, 교제하게 된 경위 및 교제기간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자신과 함께 살 생각이라는 피고인의 말에 속아 피고인과의 성교에 이르게 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결국 피고인이 위계에 의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는 부분의 공소사실은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나) 위력에 의한 간음인지 여부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한 직접증거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교도소를 여러 차례 갔다 왔고 전국구로 놀았다는 등의 취지로 말하여 겁에 질려 있었고, 성관계를 하기 싫다고 말하였는데도 피고인이 몸에 올라타 성관계를 하였다’는 취지의 피해자 진술이 있다. 원심과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① 피해자는 2010. 7. 15. 저녁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피고인의 친구 공소외 7의 집에서 피고인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하였고, 2010. 7. 17. 00:00경 △△△△ 모텔에서 처음 성폭행을 당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그 후에도 피고인과 함께 동두천에서 함께 지냈고, 피고인과 그 친구인 공소외 8, 8의 여자친구 공소외 9와 함께 술을 마시고 노래방, 당구장에 가기도 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한 적이 없는 점, ② 피고인이 신림동으로 가거나 다시 동두천으로 올 때 피해자에게 강제로 함께 가자고 하지 않았고, 따라서 피해자는 자신이 원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해자는 필요하면 피고인의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럼에도 부모나 친구들에게 아무런 연락을 취하지 아니한 점, ④ 피고인이 체포되던 날, 피해자는 친구인 공소외 5와 메신저를 하면서 공소외 5에게 성폭행 사실이나 도움을 청하는 메시지를 보내지 아니하였고, 피고인과 통화하게 하여 자신의 주소를 알려주면서 오히려 자신의 어머니에게는 자신이 있는 곳을 말하지 않도록 부탁한 점, ⑤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전국구로 놀았다’는 등의 취지로 말한 적은 있으나, 위 ①∼④와 같은 사정과 그 말은 신림동에서 공소외 7과 그 여자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피해자가 과거의 이야기를 해주어 피고인도 자신의 이야기를 한 것이라는 피고인의 변명을 고려해보면, 피고인의 위와 같은 말은 피고인이 평소에 자신을 과장하기 위한 의도에서 언급한 것으로서 피해자의 의사를 제압하기 위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의 위 진술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 외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위력으로 간음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라. 소결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간음 목적 유인, 청소년 준강간과 각 위계·위력에 의한 청소년 간음 부분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부착명령사건 부분에 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사건 중 이 사건 부착명령 원인사실이 된 미성년자 대상 유괴범죄인 간음 목적 유인의 점과 성폭력범죄인 청소년 준강간의 점, 각 위계·위력에 의한 청소년 간음의 점에 대한 원심의 판단이 위법하여 파기될 수밖에 없으므로, 그와 함께 심리되어 동시에 판결이 선고되어야 하는 이 사건 부착명령사건 부분 역시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
4.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피고사건의 양형부당과 부착명령사건의 부당에 관한 피고인의 주장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 중 간음 목적 유인, 청소년 준강간과 각 위계·위력에 의한 청소년 간음 부분을 파기하되, 위와 같이 무죄로 되는 간음 목적 유인, 청소년 준강간, 각 위계·위력에 의한 청소년 간음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죄,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죄,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운전)죄, 공전자기록불실기재죄, 불실기재공전자기록행사죄 부분도 모두 파기하고, 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35조 ,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 중 부착명령사건 부분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1. 위장결혼 국내 모집책인 성명불상자(일명 ‘신사장’) 및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위장결혼 및 허위초청을 알선하는 공소외 10과 베트남 여성을 불법 입국시키기로 공모공동하여,
가. 2010. 4. 20. 14:00경 파주시 탄현면 방촌로 소재 탄현면사무소에서, 돈을 벌 목적으로 국내 입국을 원하는 베트남인 공소외 11( 영문 이름 및 생년월일 생략)과 마치 진정으로 혼인한 것처럼 혼인신고서를 작성하여 그 사실을 모르는 호적계 담당 공무원에게 제출함으로써 공전자기록인 가족관계등록부 전산망에 불실의 사실을 기록하게 하고,
나. 전항 기재 일시 장소에서, 위와 같이 그 사실을 모르는 호적계 담당 공무원으로 하여금 위와 같이 허위 내용이 기록된 공전자기록인 가족관계등록부를 전산망을 통해 저장하도록 하여 이를 행사하고,
2. 2010. 7. 15. 04:50경 자동차운전면허 없이, 혈중알콜농도 0.073%의 술에 취한 상태로 (차량번호 1 생략) SM5 승용차를 운전하여 서울 강북구 미아동 71-6 앞 편도 3차로의 도로를 미아사거리 방면에서 미아역 방면으로 3차로를 따라 진행하게 되었는바, 당시 음주측정을 위해 전방에 경찰차가 가로막고 있고 후방에는 정차 중인 차량이 있었으므로, 자동차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는 음주측정 요구에 응한 다음 정상적으로 전진하여야 하고 후진하고자 하는 경우 후방을 잘 살피고 조향 및 제동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하는 등 안전하게 운전하여 사고를 미리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게을리한 채 음주측정을 회피하기 위하여 그대로 후진한 과실로, 위 승용차의 뒤범퍼로 피해자 공소외 12가 운전하는 (차량번호 2 생략) 프레지오 승합차의 앞범퍼를 들이받아 위 피해자에게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경부 및 요부 염좌 등의 상해를 입게 하였다.
증거의 요지
[판시 제1의 사실]
1. 피고인의 법정진술
1. 공소외 10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
1. 수사보고(피의자 위장 결혼한 사실 확인 보고)
1. 혼인관계증명서 사본, 혼인신고서 사본
1. 압수한 USB 내용 출력
[판시 제2의 사실]
1. 피고인의 법정진술
1. 공소외 12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1. 교통사고 발생보고서
1. 주취운전자 정황진술 보고서, 주취운전자 적발보고서
1. 진단서
1. 자동차운전면허대장
1. 사진
[판시 전과]
1. 범죄경력조회
1. 청구전조사서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형법 제228조 제1항 , 제30조 (공전자기록불실기재의 점), 형법 제229조 , 제228조 제1항 , 제30조 (불실기재공전자기록행사의 점),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호 , 제44조 제1항 (음주운전의 점), 도로교통법 제152조 제1호 , 제43조 (무면허운전의 점),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1항 , 제2항 단서 제7호 , 제8호 , 형법 제268조 (업무상과실치상의 점)
1. 상상적 경합
1. 형의 선택
공전자기록불실기재죄, 불실기재공전자기록행사죄,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죄에 대하여는 각 징역형을,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죄에 대하여는 금고형을 각 선택
1. 경합범 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 제2항 , 제50조 (형 및 죄질이 가장 무거운 공전자기록불실기재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 가중)
무죄부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간음 목적 유인의 점, 청소년 준강간의 점, 각 위계·위력에 의한 청소년 간음의 점의 요지와 그에 판단은 위 제2의 가.항과 다.항 각 기재와 같다. 따라서 위 각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부착명령사건 부분
이 사건 부착명령 원인사실의 요지는 ‘피부착명령청구자는 위 제2의 가.항 각 기재와 같이 15세로서 미성년자인 피해자를 간음할 목적으로 유인하였고 준강간하였으며 위계 또는 위력에 의하여 간음함으로써 미성년자 대상 유괴범죄 및 16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자로서 미성년자 대상 유괴범죄 또는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부착명령 원인사실이 된 미성년자 간음 목적 유인의 점과 청소년 준강간 및 각 위계·위력에 의한 청소년 간음의 점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하므로, 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9조 제4항 제2호 에 의하여 이 사건 부착명령 청구를 기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