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6도20106 가. 상해
나. 재물손괴
다. 모욕
라. 공무집행방해
피고인
A
상고인
검사
원심판결
춘천지방법원 2016. 11. 24. 선고 2015노1371 판결
판결선고
2017. 4. 28.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적법한 공무집행이 전제로 되는데, 추상적인 권한에
속하는 공무원의 어떠한 공무집행이 적법한지 여부는 행위 당시의 구체적 상황에 기하
여 객관적·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사후적으로 순수한 객관적 기준에서 판단하여
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3. 8. 23. 선고 2011도4763 판결 등 참조).
범죄를 실행 중이거나 실행 직후의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212조), 현행범인으로 체포하려면 행위의 가벌성, 범죄의 현행성 · 시간
적 접착성, 범인 범죄의 명백성 외에 체포의 필요성, 즉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현행범인 체포의 요건을 갖추었는지는 체포 당시의 상황을 기
초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에 관한 수사주체의 판단에는 상당한 재량의 여지가 있다. 따
라서 체포 당시의 상황에서 보아 그 요건에 관한 수사주체의 판단이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수사주체의 현행범인 체포를 위법
하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도13726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체포장소와 시간, 체포사유 등 경찰관의 현행범인 체포경위 및 그에 대한 현
행범인 체포서와 범죄사실의 기재에 다소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차이가 체포대
상이 된 일련의 피고인의 범행이 장소적·시간적으로 근접한 것에 기인한 것으로서 그
장소적 · 시간적인 동일성을 해치지 아니하는 정도에 불과하다면 논리와 경험칙상 그러
한 사유로 경찰관의 현행범인 체포행위를 부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는 할 수 없고, 범
죄행위의 동일성이 유지되는 범위 안에서 죄명은 체포 후에 얼마든지 변경할 수 있으
므로 죄명에 의해 체포 사유가 한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06. 9. 28. 선고
2005도6461 판결, 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8도3640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경찰관이 피고인을 모욕죄의 현행범인으로 체포
하여 순찰차에 태우려고 하자 피고인이 이를 거부하면서 경찰관들을 폭행하여 경찰관
들의 현행범인 체포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였다는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
여, (1) 피고인의 모욕 범행은 경찰관의 제지행위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일시적 · 우발적
으로 저질러진 것으로서 경미하고, (2)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없
으며, 흉기를 휴대한 것도 아니었으므로 즉시 피고인을 체포하여야 할 급박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강제수사의 방법을 동원하지 않고 피고인을 제지할 수 있었다.
고 인정하여, (3) 피고인을 체포한 행위는 현행범인 체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적법
한 공무집행이라 볼 수 없고, 피고인이 그 체포를 면하려고 반항하는 과정에서 경찰관
들을 폭행하였다 하더라도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판결의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
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은 2015. 9. 30. 00:19경 강원 홍천군 B에 있는 주점에서 친동생인 피해자
F과 술을 마시다가 피해자 F의 머리를 불상의 물건으로 내리쳐 치료 일수 불상의 두
부 열상을 가하였고, 맥주병, 술잔 등을 바닥에 집어던져 손괴하였다. 위 주점 업주인
피해자 C은 피해자 F의 머리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것을 보고 112에 폭행사건이 발생
하였다고 신고하였다.
나. 이에 6명의 경찰관들이 같은 날 00:25 경 위 주점에 도착하였는데, 당시 피해자 F
은 머리, 얼굴에 피가 잔뜩 묻어 있었고 상의, 하의까지 피에 젖어 있었으며, 주점 바
닥에도 상당량의 피가 흘러 있었고, 피고인의 옷에도 피가 묻어 있었다. 피고인과 피해
자 F은 상당한 정도로 술에 취한 상태였다.
다. 경사 H이 피해자 F에게 피해경위 등을 물어보기 위하여 다가갈 때 피고인이 욕
설을 하며 피해자 F에게 달려들며 때리려는 행동을 하였고, 이에 경사 H이 피고인의
양팔을 잡고 제지하는 데도 피고인은 피해자 F을 때리려는 행동을 계속하였다.
라. 경사 H이 위와 같이 피고인의 양팔을 잡고 계속 말리다가 놓으라는 피고인의 요
구를 듣고 손을 놓아주자, 피고인은 경사 H에게 큰소리로 욕설을 하며 몸을 밀치려 하
였고, 이에 경사 H이 같은 날 00:27경 피고인을 모욕죄의 현행범인으로 체포하였다.
마. 이후 경찰관들이 피고인을 순찰차에 태우려고 하자 피고인이 소리를 지르며 오
른발로 경사 H의 목을 걷어차고, 순경 L의 코 부위를 걷어찼다.
바. 경찰은 같은 날 01:20경 피해자 C을 조사하였고, 피해자 F에 대하여는 응급실에
서 치료 받은 후 같은 날 02:25경 조사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피고인과 피해자 F이 친
형제 사이임을 알게 되었다.
사. 피고인에 대한 현행범인 체포서에는 피고인이 위와 같이 경사 H에게 욕설을 하여
모욕하였다는 범죄사실과 모욕 피의사건에 관하여 현행범인으로 체포하였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으나, 그 밖에도 범죄사실 및 체포의 사유 부분에 남자 두 명이 싸우고 있
다는 폭행 신고를 받고 출동하였다는 경위, 현장에서 피해자 F이 머리, 상의, 하의 등
에 피를 흘리고 있는 상태, 피고인이 피해자 F에게 뛰어가며 때리려는 것을 경사 H이
제지하자 피고인이 욕설을 하여 모욕하였다는 경위 등이 기재되어 있다.
4.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아래와 같이 판단된다.
가. 현행범인 체포서에 죄명이 모욕으로만 기재되어 있으나, 위와 같이 폭행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위, 피해자 F의 상태, 피고인의 그에 대한 계속된 폭력 시도 행위 및 모
욕행위에 이른 경위 등이 구체적으로 함께 기재되어 있고 그러한 기재는 상해죄 또는
폭행죄에 해당할 수 있는 내용이므로, 그 기재된 죄명만으로 체포 사유가 한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나. 또한 경찰관들이 현장에 도착하여 인적사항과 경위를 파악하기도 전에 피고인이
피해자 F에게 욕설을 하며 계속 폭행을 하려고 하였고 경찰관들이 이를 제지하다가 피
고인을 현행범인으로 체포하였기 때문에, 그 당시까지 피고인의 인적사항은 확인되지
아니한 상태였다. 피해자 F이 피고인의 친동생이라는 사정 등은 사후에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밝혀졌을 뿐이므로, 그러한 사정을 들어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
다. 경찰관들이 피고인을 현행범으로 체포할 당시, 피해자 F이 머리에서 피를 흘려
얼굴뿐만 아니라 상의, 하의까지 피로 젖어 있었고 주점 바닥까지 상당량의 피가 흘러
있었으며, 그러한 상태에서 피고인은 술에 취한 채 욕설을 하며 피해자 F에게 다가가
때리려는 행동을 계속하였고 이를 제지하던 경사 H에게 욕설을 하여 모욕행위를 한
것이므로, 피고인의 행위가 체포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경미하다거나 당시 상황이
급박하지 아니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라. 따라서 위와 같은 체포 당시의 객관적인 상황에 비추어 보면, 경찰관들이 피고인
을 현행범인으로 체포한 조치는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을 잃었다고 할 수 없
으므로 적법한 공무집행에 해당하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이 경찰관들을 폭행한 것은
공무집행방해죄를 구성한다고 인정함이 타당하다.
5. 그럼에도 원심은 이에 어긋나는 사유들을 들어 피고인에 대한 현행범인 체포가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위법하다고 잘못 인정하고 그 전제에서 피고인이 경찰관들을 폭
행하였더라도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고 말았다. 이러한 원심판
결에는 현행범인체포의 요건 내지 공무집행방해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단을 그
르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
다.
이에 따라 원심판결 중 공무집행방해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는데, 검사는 원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상고하였으며 위 공무집행방해 부분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각 죄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을 선고하여야 하므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6.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
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김소영
주심대법관김용덕
대법관김신
대법관이기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