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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0. 7. 23. 선고 2020도1264 판결
[방문판매등에관한법률위반(예비적 죄명: 방문판매등에관한법률위반방조)][미간행]
판시사항

[1]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한 주관적 요건인 ‘공동가공의 의사’의 내용

[2] 공동정범에서 ‘공모’의 성립요건과 인정 방법 및 공모에 의한 범죄의 공동실행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피고인

피고인 1 외 1인

상고인

피고인들

변호인

법무법인 해동 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동정범에서 공동가공의 의사는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1274 판결 참조).

또한 2인 이상이 공모하여 범죄에 공동가공하는 공범관계에 있어서의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범죄를 공동실행할 의사가 있는 공범자 상호 간에 직간접적으로 그 공동실행에 관한 암묵적인 의사연락이 있으면 충분하고, 이에 대한 직접증거가 없더라도 정황사실과 경험법칙에 의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그리고 공모에 의한 범죄의 공동실행은 모든 공범자가 스스로 범죄의 구성요건을 실현하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아니하고, 그 실현행위를 하는 공범자에게 그 행위결정을 강화하도록 협력하는 것으로도 가능하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 결과에 대한 각자의 이해 정도, 행위 가담의 크기, 범행지배에 대한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6도1623 판결 , 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0도2905 판결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공소외 1은 미국에서 공소외 2 유한회사(이하 ‘공소외 2 회사’라고 한다)를 설립한 후, 2016. 9.경 한국에서 가상화폐 채굴기 판매 및 관리사업을 시작하였다. 공소외 2 회사는 회원으로부터 받은 채굴기 판매대금을 관리하거나 수당을 지급하기 위해 주식회사 공소외 3, 주식회사 공소외 4, 주식회사 공소외 5 등을 설립하였고, 채굴기를 설치·관리·운영하기 위해 주식회사 공소외 6 등을 설립하였다. 공소외 1은 위 회사들의 실질적 지배자였다.

(2) 공소외 2 회사의 사업은 채굴기 판매사업과 채굴기 관리사업으로 구분할 수 있다. 채굴기 판매사업은 다단계방식을 통하여 채굴기를 판매하는 사업이고, 채굴기 관리사업은 채굴기 판매 후 공소외 2 회사가 구매자들로부터 채굴기를 위탁받아 가상화폐 이더리움(Ethereum)을 채굴하는 사업이다.

(3) 공소외 2 회사의 채굴기 설치·운영사업 및 회원 관리사업과 피고인들과 같은 다단계판매원인 사업자의 회원 모집사업은 철저히 분리된 형태로 유지·관리되었고, 상호 간의 의사소통이나 연락도 제한적으로 이루어졌다.

(4) 공소외 2 회사는 다단계판매원들을 공소외 7 그룹(그룹장 공소외 8), 공소외 9 그룹, 공소외 10 그룹(그룹장 공소외 11), 공소외 12·공소외 13 그룹, 공소외 14 그룹 등 5개 그룹으로 분류하여 다단계판매조직(이하 ‘이 사건 다단계판매조직’이라고 한다)을 운영·관리하였고, 위 5개 그룹이 채굴기를 전담하여 판매하였다.

(5) 피고인 1은 2016. 11. 3.경부터 판매활동을 시작하여 2017. 7. 28.경 최상위 사업자인 5스타로 승급되었으나, 그룹장이 아니라 공소외 9 그룹 소속으로 공소외 9(일명 공소외 15) 바로 아래 사업자였다. 피고인 1의 하위 사업자로 1,367명이 있었으나 직접 모집한 회원은 7명이었고, 약 234억 원 상당의 채굴기를 판매하여 판매수당 346,590,270원, 채굴수당 약 200개의 이더리움을 받았다. 피고인 2는 2016. 10. 27.경부터 판매활동을 시작하여 2017. 5.경 차상위 사업자인 4스타로 승급되었으나, 그룹장이 아니라 공소외 10 그룹 소속으로 공소외 11 아래 사업자였다. 피고인 2의 하위 사업자로 990명이 있었으나 직접 모집한 회원은 9명이었고, 약 154억 원 상당의 채굴기를 판매하여 판매수당 563,757,911원, 채굴수당 약 587개의 이더리움을 받았다.

(6) 한편 공소외 1의 지시에 따라 2017. 3.경 이 사건 다단계판매조직에 공소외 2 회사와 사업자들 사이의 연결기관으로서 일부 최상위 사업자를 구성원으로 하는 운영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최상위 사업자인 공소외 8, 공소외 16, 공소외 11, 공소외 14, 공소외 17, 공소외 9, 공소외 13, 공소외 18, 공소외 19가 운영위원회 위원이었다. 그런데 위 운영위원회는 단지 공소외 2 회사의 지침을 사업자들에게 전달하고 사업자들의 민원을 공소외 2 회사에 전달하는 역할만 하였을 뿐, 자금관리, 수당체계 등 운영사항을 결정하여 공소외 2 회사 운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거나 도움을 주는 의사결정기구로서의 역할은 하지 못하였다. 더구나 피고인들은 운영위원회의 위원조차 아니었다.

(7) 피고인들은 과거 다단계판매방식 또는 방문판매방식으로 운영되던 영업을 한 경험이 있다. 피고인들은 이 사건 다단계판매조직에 속한 사업자로서 투자 유치 및 회원 모집을 위한 강의를 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단체 채팅방을 직접 개설한 뒤 거기에서 공소외 2 회사 측의 주요 공지사항 전달, 중요 정보 공유, 판매 또는 투자 권유, 채굴기 매수 방법 전달, 강의 소개, 환전 방법, 회원등록 등의 업무를 처리하는 활동을 하였다. 그러나 피고인들은 스스로 또는 상위 사업자들과 함께 이 사건 다단계판매조직의 하부조직에 해당하는 센터나 지사를 개설하여 운영하지 않았고, 공소외 2 회사에서 판매원 이상의 특별한 직책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피고인들은 공소외 2 회사로부터 하위 사업자에게는 지급되지 않고 상위 사업자에게만 지급되는 별도의 수당이나 보수 등을 지급받은 적도 없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피고인들이 이 사건 다단계판매조직의 최상위 내지 차상위 사업자인 다단계판매원으로서 판매를 위한 주요 역할을 수행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다단계판매원으로서의 활동을 초과하여 공소외 1 등의 무등록 다단계판매조직의 개설·관리 또는 운영의 범행을 공동으로 실현하려는 의사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해 위 범행에 가담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주위적 공소사실인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의 점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이를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그러므로 피고인들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김재형 이동원 노태악(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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