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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1. 9. 9. 선고 2011노2024 판결
[준사기(인정된죄명:절도)·강도치사(인정된죄명:절도및유기치사)·식품위생법위반][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쌍방

검사

권광현

변 호 인

법무법인 정담 담당변호사 김현수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6년에 처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검사

(1) 법리오해(주위적 공소사실인 강도치사 부분)

피고인이 2011. 1. 1.부터 2011. 1. 3. 오전까지 피해자에게 비자발적으로 양주 3병, 소주 6병 및 맥주 21병을 마시게 함으로써 피해자로 하여금 혼취상태에 이르게 한 것은 강도죄에서의 폭행에 해당하고, 그러한 상태에 있는 피해자의 체크카드를 이용하여 400만 원을 인출하고 급기야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강도치사죄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해자에게 강제로 술을 먹이거나 술 이외의 약물을 사용한 경우에만 강도죄에 있어서 폭행의 한 유형인 혼취상태에 이르게 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 사건에서 위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주위적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라고 판단하고 예비적 공소사실인 절도 및 유기치사의 점만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강도죄에서의 폭행에 관한 법리를 오인함으로써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제반 양형조건에 비추어 원심의 선고형(징역 4년)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나. 피고인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예비적 공소사실인 유기치사 부분)

피고인은 일반음식점을 운영하는 사업자에 해당하나, 소비자기본법의 입법 목적이나 전체적인 조문 내용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단순유기죄에 관한 형법 제271조 제1항 에서 규정한 법률상 보호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을뿐더러,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체결된 계약에 의하면 피고인은 피해자가 주문한 주류를 제공하고 음식점 내 시설물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할 의무를 부담할 뿐 형법 제271조 제1항 에서 규정한 계약상 보호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피고인은 피해자가 이 사건 주점에 머무르는 동안 스스로 생리작용을 해결하였고, 이 사건 주점 내에 적절한 난방이 이루어지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지병인 지방간 등도 피해자의 사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저체온증 등으로 사망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이 단순유기죄에 관한 형법 제271조 제1항 에서 규정한 피해자를 구호할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를 부담하고 피해자의 사망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방치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유기치사죄를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유기치사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제반 양형조건에 비추어 원심의 위 선고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검사의 법리오해 주장에 관하여(주위적 공소사실인 강도치사 부분)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 중구 신당5동 (지번 생략)에서 ‘ ○’이라는 상호의 주점(이하 ‘이 사건 주점’이라고 한다)을 운영하는 자로서, 피해자는 이 사건 주점으로 놀러오라는 피고인의 전화를 받고 2010. 12. 31. 22:48경 이 사건 주점으로 혼자 와서 맥주를 마신 후 피고인과 함께 자신이 운영하는 봉제공장에서 수협 체크카드(OK Prime Check, 카드번호 생략, 이하 ‘이 사건 체크카드’라고 한다)를 가지고 나와 2011. 1. 1. 01:52경 서울 중구 황학동에 있는 기업은행 성동지점 현금인출기에서 33만 원을 인출하고 이 사건 주점으로 다시 돌아왔는바, 피고인은 피해자가 33만 원을 인출한 내역서를 보고 피해자의 계좌에 남아 있는 잔액이 약 2,000만 원 정도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피고인은 2011. 1. 1. 원심 공동피고인 2를 통해 피해자의 체크카드 비밀번호를 알아낸 것을 기화로 계속하여 피해자에게 술을 마시게 하여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고 피해자의 계좌에 들어 있던 잔액을 강취할 것을 마음먹고, 2011. 1. 1. 저녁 무렵에 이미 양주 2병, 소주 5병, 맥주 10여병 등을 마셔 만취하여 심신장애에 빠져 있는 피해자에게 계속하여 양주, 소주, 맥주를 마시게 하여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한 후, 정신을 잃고 있던 피해자의 체크카드를 가지고 가서 2011. 1. 2. 10:17경 서울 중구 신당동에 있는 신한은행 현금지급기에서 200만 원을 인출하고, 같은 방법으로 2011. 1. 2. 18:46경 100만 원, 2011. 1. 3. 11:56경 100만 원을 각 인출하여 합계 400만 원을 강취하였고, 3일에 걸쳐서 피해자에게 술만 마시게 하고, 식사는 한 끼도 하지 않도록 한 상태에서 영하의 추운 날씨에 피해자가 트레이닝복만 입고 이불이나 담요는 덮지 않은 채 양말을 벗은 상태로 주점 소파에서 잠을 자고 정신을 잃도록 방치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2011. 1. 4. 23:40경 과다한 음주 등으로 인한 저체온증 및 대사산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2) 원심판단의 요지

원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술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마취약이나 수면제를 복용하게 하거나 술의 종류를 속여 비자발적으로 피해자가 주량을 초과하는 음주를 하게 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여 피해자의 음주 과정에서 강도죄에서 요구되는 폭행이 있었음을 인정할 수 없는 이상, 이를 전제로 하는 강도치사의 죄책을 피고인에게 물을 수는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주위적 공소사실을 무죄라고 판단하고 예비적 공소사실인 절도죄와 유기치사죄만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3) 이 법원의 판단

(가) 인정사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피고인은 2002.경 찻집 종업원으로 일할 때 손님으로 온 피해자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고, 피해자는 2007.경 피고인이 이 사건 주점 영업을 시작할 때부터 이 사건 당시까지 한 달에 한 두 번씩 주말마다 이 사건 주점에서 술을 마시거나 간혹 피고인과 식사를 같이 하기도 하였다.

2) 피해자는 2010. 12. 31. 피해자가 운영하는 의류공장 직원들과 연말회식을 하면서 술을 마신 상태에서 같은 날 22:48경 혼자 이 사건 주점에 왔고, 맥주 10병을 주문하여 피고인과 함께 나누어 마시고 피고인과 함께 자신의 봉제공장으로 가서 이 사건 체크카드를 가져온 후 2011. 1. 1. 01:52경 기업은행 성동지점 현금인출기에서 33만 원을 인출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술에 취하여 길바닥과 은행 입구 계단에서 넘어지기도 하였다.

3) 그 후 피해자는 피고인과 함께 이 사건 주점으로 다시 돌아와 양주와 소주를 마신 후 잠이 들었고, 피고인은 2011. 1. 1. 02:46경 기업은행 성동지점 현금인출기에서 피해자로부터 몰래 빼낸 이 사건 체크카드로 피고인이 이전에 알고 있던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100만 원을 인출하려고 하였으나 비밀번호 오류로 현금을 인출하지 못하였다.

4) 피고인은 2011. 1. 1. 10:00경 원심 공동피고인 2를 이 사건 주점으로 불러내어 피해자로부터 이 사건 체크카드 비밀번호를 알아내도록 한 후 같은 날 12:05경 피해자로부터 임의로 빼어내어 가지고 있다가 이 사건 주점 테이블에 놓아두었으나 피해자가 술에 취해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던 이 사건 체크카드를 들고 나와 새마을금고 현금인출기에서 100만 원을 인출하였다.

5) 피고인은 다시 이 사건 체크카드를 위 원심 공동피고인 2에게 주면서 100만 원을 인출하도록 지시하였고, 위 원심 공동피고인 2는 2011. 1. 1. 17:14경 위 체크카드로 100만 원을 인출하여 피고인에게 인출한 돈과 이 사건 체크카드를 건네주었다.

6) 피고인은 2011. 1. 1. 저녁 이후로도 만취상태에 있던 피해자에게 계속 술을 제공하여 마시게 하였고, 2011. 1. 2.부터 2011. 1. 3.까지 세 차례에 걸쳐 이 사건 체크카드를 이용하여 현금인출기에서 합계 400만 원을 인출하였다.

(나) 판단

1)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2011. 1. 1. 저녁 이후에도 만취상태에 있던 피해자에게 계속 술을 제공하여 마시게 한 사실, 피고인이 2011. 1. 2.부터 2011. 1. 3.까지 세 차례에 걸쳐 이 사건 체크가드를 이용하여 현금인출기에서 합계 400만 원을 인출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피고인에게 강도치사의 죄책을 묻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2011. 1. 1. 저녁 이후 피해자에게 술을 제공할 때부터 피고인에게 피해자로 하여금 술을 마시게 하여 피해자를 항거불능하게 한 후 이 사건 체크카드로 피해자의 계좌에서 돈을 인출하는 방법으로 금원을 강취하려는 고의가 있어야 할 것인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나 관련 정황들이 없다.

2) 오히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단지 피해자가 2011. 1. 2. 이후에도 술에 취해 정신이 혼미한 상태가 계속되는 것을 보고 이를 기화로 피해자가 술에 취해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이 사건 체크카드와 위 원심 공동피고인 2를 통하여 알아낸 체크카드 비밀번호를 이용하여 그 전에 이미 두 차례에 걸쳐 피해자의 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한 것과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 계좌의 돈을 빼낸 것일 뿐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 계좌의 돈을 강취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ㄱ) 피고인은 2002.경 피해자를 알게 된 이후 이 사건 당시까지 피해자와 단골손님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점,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2011. 1. 1. 저녁 무렵 이전에 이미 위 원심 공동피고인 2를 통하여 체크카드 비밀번호를 알게 되었으므로 피해자가 술에 취해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이 사건 체크카드를 이용하여 언제든지 피해자의 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할 수 있었던 점, 실제로 피고인은 2011. 1. 2. 두 차례, 2011. 1. 3. 한 차례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종전과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의 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한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2011. 1. 1. 저녁 무렵 피해자에게 다시 술을 제공하여 마시게 할 때부터 직전 절도범행과 범의를 달리하여 피고인에게 강도범행의 실행의 착수로서 피해자를 혼취상태에 빠지게 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ㄴ) 또한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금원을 강취할 목적이 아니라 피해자가 술이 깼을 때 피해자로부터 술값 명목으로 돈을 더 받아낼 목적으로 2011. 1. 1. 저녁 이후에도 피해자에게 계속 술을 제공하였을 수도 있다고 할 것이다.

ㄷ) 더군다나 피해자는 2011. 1. 1. 술에 취해 입고 있던 옷에 소변을 보기도 하였고, 위 원심 공동피고인 2가 2011. 1. 1. 10:00경 이 사건 주점에 와서 같은 날 17:14경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체크카드를 이용하여 100만 원을 인출한 후 자신의 집으로 귀가할 때까지 위 원심 공동피고인 2에게 이 사건 체크카드 비밀번호를 알려줄 때를 제외하고는 술에 취해 이 사건 주점에서 잠을 자는 등 2011. 1. 1. 저녁 무렵 이미 술에 만취하여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었는바(이 사건 공소장에도 피해자는 2011. 1. 1. 저녁 무렵 이미 양주 2병, 소주 5병, 맥주 10여병 등을 마셔 만취하여 심신장애에 빠져 있었다고 기재되어 있다), 그 당시까지 피해자가 마신 술의 양이나 피해자가 보여준 행태 등에 비추어 볼 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해자가 2011. 1. 1. 저녁 이후 피고인이 제공하는 술을 실제 마시고 그로 인해 항거불능 상태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에게 강취의 범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없는 이상 이를 전제로 하는 강도치사의 죄책을 피고인에게 물을 수 없다고 할 것인바, 그렇다면 비록 원심이 금품을 노리고 만취상태에 빠뜨렸더라도 완력에 의하여 술을 강제로 마시게 하지 않은 이상 강도죄에 있어서 폭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 것은 잘못이지만, 이 부분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판단은 결과적으로 정당하므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하여(예비적 공소사실인 유기치사 부분)

(1) 피고인에게 요부조자를 보호할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가 있는지 여부

(가) 단순유기죄를 범하여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유기치사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먼저 단순유기죄가 성립하여야 하고, 단순유기죄에 관한 형법 제271조 제1항 은 단순유기죄의 범행주체를 “노유, 질병 기타 사정으로 인하여 부조를 요하는 자를 보호할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 있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나) 먼저, 피고인이 요부조자를 보호해야할 법률상 의무를 지고 있는 지 여부에 관해 살펴본다.

소비자기본법상 사업자에는 물품을 판매하거나 용역을 제공하는 자도 포함된다고 할 것인바( 소비자기본법 제2조 제2호 ), 소비자기본법은 사업자로 하여금 소비자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해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물품 등(물품이나 용역을 말한다. 이하 같다)의 성분·함량·구조 등 안전에 관한 중요한 사항, 물품 등을 사용할 때의 지시사항이나 경고 등 표시할 내용과 방법, 그 밖에 위해방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항에 관하여 국가가 정한 기준을 준수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같은 법 제8조 , 제20조 제1항 ), 그와 별도로 사업자는 물품 등으로 인하여 소비자에게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위해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19조 제1항 ), 특히 사업자는 어린이·노약자 및 장애인 등 안전취약계층에 대하여 물품 등을 판매·광고 또는 제공하는 경우에는 그 취약계층에게 위해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같은 법 제19조 제1항 의 규정에 따른 조치와 더불어 필요한 예방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45조 제2항 ).

따라서 소비자기본법의 위와 같은 조문 형식 및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소비자기본법 제19조 제1항 에서 정한 사업자의 책무가 같은 법 제8조 제1항 에서 규정하고 있는 물품 등의 성분, 사용방법 등으로 인한 소비자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위해방지 조치에 한정된다고 볼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주점에서 일반음식점 영업을 하면서 2010. 12. 31.부터 2011. 1. 3. 피해자가 경찰관들에 의해 발견되어 병원에 후송되기 전까지 피해자에게 술과 안주를 판매한 점, 피해자는 피고인이 운영하는 이 사건 주점에서 피고인이 판매한 주류를 과다하게 마셔 이로 인해 2011. 1. 1.경부터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옷에 소변을 보고 영하의 추운 날씨에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 주점 내 소파에서 잠을 자면서 정신을 잃었던 점 등의 사정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소비자기본법상의 사업주로서 자신이 운영하는 영업장소에서 자신이 판매한 주류로 인해 위와 같이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을 정도로 만취상태에 있는 소비자인 피해자에게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위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피해자를 이 사건 주점 내실로 옮기거나 인근에 있는 여관에 데려다 주어 쉬게 하거나, 피해자의 지인 또는 경찰에 연락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할 소비자기본법상의 보호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나) 가사, 피고인이 위와 같은 법률상 보호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일반음식점을 운영하는 자가 그 고객과 체결하는 주류 등 판매계약은 고객이 주문한 주류 등을 제공하여 고객으로 하여금 그 영업장소 내에서 이를 취식하게 하는 한편 고객으로부터 그 대가를 받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일종의 무명계약이라고 할 것인데,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고객인 피해자가 피고인의 지배 아래 놓여 있는 이 사건 주점에서 3일간에 걸쳐 과다하게 술을 마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옷에 소변을 보고 영하의 추운 날씨에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은 주점 내 소파에서 잠을 자면서 정신을 잃는 상황이 발생한 경우, 피고인은 일반음식점 운영자로서 주류 등 판매계약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신의칙상 인정되는 일종의 부수적인 의무로서 앞서 본 바와 같은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계약상의 보호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다) 따라서 피고인은 단순유기죄에 관한 형법 제271조 제1항 이 정한 요부조자를 보호해야할 법률상 또는 계약상의 의무를 지고 있는 보호의무자라고 할 것이므로, 이 부분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망을 예견할 수 있었는지 여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① 피해자는 2010. 12. 31.부터 2011. 1. 3.까지 약 3일간 이 사건 주점에 머물렀는바, 피해자는 이 사건 주점에 온 다음날인 2011. 1. 1.경 이미 술에 만취하여 자다가 옷을 입은 상태로 두 차례 소변을 보는 등 그 신체기능이 정상적이지 못한 징후를 보였고, 이러한 사정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옷을 갈아입히는 과정에서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던 점, ② 피해자가 이 사건 주점에 머물었던 기간은 기온이 영하 10도 안팎까지 급강하였던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주점 특히 피해자가 머물렀던 홀 내부에는 난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이불이나 담요도 덮지 않고 양말도 벗은 채 자고 있었는바, 이러한 사정은 위 기간 동안 이 사건 주점에 머물렀던 피고인이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던 점, ③ 더군다나 피해자가 3일 동안 마신 술의 양은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양주 5병, 소주 8병, 맥주 30병에 이를 정도로 그 자체로 비정상적이고 위 기간 동안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제대로 식사를 제공하지도 않은 점, ④ 위와 같이 사람이 술에 만취되어 인사불성이 된 상태에서 추운 곳에 장시간 방치될 경우 사망의 위험이 있음은 경험칙상 누구든지 충분히 예견 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⑤ 비록 피해자에 대한 부검결과에 의하면 피해자에게 평소 지방간 등의 지병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간병변이 피해자의 알코올 해독 작용에 지장을 초래하였을 가능성을 추정해 볼 수 있다고는 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제대로 된 식사를 제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로 하여금 단기간 내에 비정상적으로 많은 양의 술을 마시도록 한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으로서는 간병변이 없는 정상적인 사람이라 하더라도 위와 같은 경우 알코올 해독 능력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칙상 충분히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으로서는 자신의 유기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3) 소결론

위와 같이 요부조자인 피해자를 보호할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가 있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망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유기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이나 유기치사죄에 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3. 쌍방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고, 집행유예 이상의 전과가 없는 점 등 피고인에게 참작할 사정이 있다.

그러나 피고인은 이 사건 이전에도 관할관청에 신고를 하지 않은 채 이 사건 주점을 운영한 것으로 수회 단속되어 처벌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주점을 운영하면서 술에 취한 고객들의 금품을 절취하여 수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 점, 더군다나 피고인은 동종 전과로 인한 집행유예기간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숙하지 못한 채 다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점, 이 사건 범행은 주점을 운영하는 피고인이 단골손님인 피해자에게 3일 동안 제대로 된 식사를 제공하지 않은 채 계속하여 술을 마시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체크카드를 이용하여 합계 600만 원을 절취하였을 뿐만 아니라, 술에 만취한 피해자를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는 주점 내에 그대로 방치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저체온증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서 그 범행수법 및 결과 등에 비추어 그 죄질이 매우 무거운 점, 이 사건으로 인해 피해자의 유족들이 엄청난 정신적인 고통을 입었을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자의 유족들과 합의하거나 용서를 얻지 못한 점, 그 밖에 피고인의 성행, 환경, 경력, 범행의 경위, 과정 및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과정에 나타난 제반 양형조건을 종합하면, 원심의 선고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양형부당과 관련한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고,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이유 무죄부분 포함)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파기 후 판결]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의 각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 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329조 (판시 제1의 각 절도의 점, 징역형 선택), 형법 제329조 , 제30조 (판시 제2의 절도의 점, 징역형 선택), 형법 제275조 제1항 후문, 제271조 제1항 (판시 유기치사의 점), 식품위생법 제97조 제1호 , 제37조 제4항 (판시식품위생법위반의 점, 징역형 선택)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 제50조 (형이 가장 무거운 판시 유기치사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가중)

무죄부분

1. 준사기의 점

가. 주위적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1. 1. 1. 10:00경 이 사건 주점에서 원심 공동피고인 2에게 수차례 전화하여 “좋은 일이 있으니 가게로 와봐라”라고 말하고, 피고인의 연락을 받은 위 원심 공동피고인 2가 위 주점으로 오자 피고인은 위 원심 공동피고인 2에게 피해자 공소외 1의 현금 인출 내역서를 보여주며 “돈이 많은 손님인데 술값을 주지 않고, 나한테 비밀번호도 알려주지 않는다. 전에 알던 비밀번호는 바꾼 것 같다. 네가 비밀번호를 한 번 물어봐라”라고 하고, 위 원심 공동피고인 2는 피고인의 말을 듣고 피해자에게 “술값 계산해야 하지 않느냐. 비밀번호를 알려 줘라”라고 수차례 요구하여 술에 취해 혼미한 상태에 있는 피해자로부터 비밀번호를 알아내고 피고인에게 알려주었다.

피고인은 위 원심 공동피고인 2로부터 들은 피해자 계좌의 비밀번호를 피해자에게 재차 확인한 후 피해자로부터 체크카드를 교부받아, 잠이 든 피해자를 주점에 두고 직접 2011. 1. 1. 12:05경 서울 중구 신당5동 새마을금고 현금지급기로 가서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100만 원을 인출하였고, 피고인은 위와 같은 방법으로 위 원심 공동피고인 2에게 100만 원을 찾아오라고 하여, 위 원심 공동피고인 2는 2011. 1. 1. 17:14경 위 새마을금고 현금지급기에서 위와 같이 알아낸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100만 원을 인출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 원심 공동피고인 2와 공모하여 술에 만취하여 심신장애에 빠져 있는 피해자의 상태를 이용하여 술값 명목으로 합계 200만 원을 교부받아 취득하였다.

나. 판단

형법 제348조 의 준사기죄는 사람의 심신장애 상태 등을 이용한 유혹행위에 의하여 피해자가 재물의 교부 기타 재산상 처분행위를 하여 그 결과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함에 의하여 성립한다고 할 것인바, 피해자가 2011. 1. 1. 두 차례에 걸쳐 피고인에게 이 사건 체크카드를 교부하는 행위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보면, 이에 부합하는 듯한 피고인의 수사기관 및 원심법정에서의 진술은 당시 피해자의 과도한 음주량과 피해자가 소변도 제대로 가리지 못하던 상태에 비추어 믿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주위적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예비적 공소사실인 원심 판시 제1의 가., 원심 판시 제2의 각 절도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따로 주문에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2. 강도치사의 점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강도치사의 점에 대한 주위적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2의 가. (1)항 기재와 같은 바, 이는 위 2의 가. (3)항 기재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주위적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예비적 공소사실인 원심 판시 제1의 나., 다., 라.의 각 절도죄와 원심 판시 유기치사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따로 주문에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판사 이태종(재판장) 정윤형 이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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