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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4. 7. 31. 선고 2014나2011862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원고, 피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동화 법무법인 담당변호사 이재정 외 4인)

피고, 항소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현수 외 1인)

변론종결

2014. 7. 10.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20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위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이 법원의 심판범위

제1심 법원은 원고의 명예훼손을 이유로 한 위자료청구는 기각하고, 원고가 예비적 청구로 추가한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한 위자료청구는 일부 인용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만이 항소하였으므로 이 법원의 심판범위는 피고 패소부분인 원고의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한 위자료청구에 한정된다.

2. 기초사실

가. 원고는 1989. 6.경 평양에서 개최된 ‘제♡♡차 ●●●●●●●●’에 ▲▲▲▲▲▲▲▲협의회 대표로 참가하기 위해 북한에 밀입국한 사실로 국가보안법위반죄로 형사처벌을 받았다가 사면·복권된 후, 2012. 4. 11. 실시된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당(현재의 ‘■■■■■■■’) 소속 비례대표로 입후보하여 당선된 국회의원이고, 피고는 위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인천 □구·◇구·☆☆군 지역구의 ▽▽▽당 소속 후보로 입후보하여 당선된 국회의원이다.

나. 원고는 인천광역시 산하 ◎◎◎◎플랫폼이 2011년부터 추진해온 인천▷▷▷▷ 프로젝트의 3년차 행사로 2013. 7. 27. 인천 ☆☆군 ◁◁면에 속한 ◁◁도에서 개최된 ‘정전 60주년 기념 2013 ▷▷▷▷프로젝트’ 행사에 참석하였는데, 위 행사에는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인천광역시장 및 △△△△당 소속 의원 등이 참석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2013. 7. 30. 소외인 당시 인천광역시장을 비판하면서 “천안함 46용사의 영혼이 잠들어 있는 백령도 청정해역에 종북의 상징인 ○ 모 국회의원”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성명서(이하 ‘이 사건 성명서’라 한다. 성명서 전문은 별지 목록 기재 참조)를 발표하였다.

다. 인천일보, 뉴데일리 인터넷신문 등의 언론매체는 2013. 7. 31. 이 사건 성명서 내용을 기사화하여 보도하면서, “천안함 46용사의 영혼이 잠들어 있는 백령도 청정해역에 종북의 상징인 ○ 모 국회의원을 대동해 행사를 치르는 ♤ 시장을 과연 인천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부분을 발췌하여 기사 내용으로 각 게재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갑 제2호증의 1, 2, 갑 제4호증의 1 내지 3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3.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

피고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이 사건 성명서를 통해 원고를 ‘종북의 상징’이라고 지칭하여 국민으로 하여금 마치 원고가 김일성·김정일 등 북한의 주체사상을 신봉하고 찬양하는 이른바 ‘종북의원’으로 인식되게 함으로써 이와 같은 모멸적 인신공격으로 원고의 인격권이 중대하게 침해되었으므로, 피고는 그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위자료 20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이 사건 성명서는 소외인 시장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 원고를 비판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고, ‘종북의 상징’이란 표현도 성명서의 전체적인 흐름 및 문맥, 사회적인 경향에 비추어 원고가 국민에게 대북 친화적 성향의 국회의원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는 점을 강조한 정치적 수사일 뿐이며, 공적 인물인 원고의 공적 활동 및 정치적 이념에 관한 것이어서 원고의 인격권보다는 피고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이익이 더욱 크므로 위 표현에 의하여 원고의 인격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성명서상 종북이란 표현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북한의 주체사상을 신봉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국회의원으로서 항상 자신의 사상과 국가관을 검증받아야 하고, 이 사건 성명서는 국회의원인 피고의 의정활동의 일환으로서 이를 법원의 심판대상으로 하기보다는 국회와 국민의 심판대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위와 같은 표현을 들어 피고에게 인격권 침해의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

4.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1) 피해자의 특정 여부

인격권 침해로 인한 불법행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특정되어 있어야 하지만 그 특정을 할 때 반드시 사람의 성명이나 단체의 명칭을 명시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지 않거나 두문자(두문자)나 이니셜만 사용한 경우라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하여 볼 때 그 표시가 피해자를 지목하는 것임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이면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다50213 판결 참조).

위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성명서 중 해당 부분이 “○ 모 국회의원”이라고 되어 있기는 하나, 당시 제19대 국회의원 중 ○씨 성을 가진 사람은 원고를 포함하여 2인뿐으로 그 중 원고만이 ◁◁도에서 개최된 정전 60주년 기념 ▷▷▷▷프로젝트 행사에 참석하였던 점, 원고는 공적 인물인 정치인이자 전국구 비례대표로 선출된 국회의원으로서 남북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언론에 자주 노출되어 왔으므로 그 인지도가 결코 낮다고 할 수 없는 점, 특히 원고가 1989. 6.경 당시 정부 방침에 반하여 평양에서 개최된 ‘제♡♡차 ●●●●●●●●’에 참가하기 위해 무단 방북하고 돌아온 후 국가보안법위반죄로 처벌받은 사실은 일반인들에게도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 성명서를 접하는 이들로서는 “○ 모 국회의원”이라는 표현이 원고를 가리키는 것으로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그 피해자는 원고로 특정되었다고 할 것이다.

(2) 인격권 침해 여부

(가) 관련 법리

사실이 적시되지 않은 의견의 표명이라도 만일 표현행위의 형식 및 내용 등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거나 혹은 타인의 신상에 관하여 다소간의 과장을 넘어서서 사실을 왜곡하는 공표행위를 함으로써 그 인격권을 침해한다면, 이는 명예훼손과는 별개 유형의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다( 대법원 2003. 3. 25. 선고 2001다84480 판결 , 대법원 2009. 4. 9. 선고 2005다65494 판결 참조).

다만, 게시물 등에 사용된 어떠한 표현이 공적인 존재의 정치적 이념에 관한 것인 경우, 그 공적인 존재가 가진 국가·사회적 영향력이 크면 클수록 그 존재가 가진 정치적 이념은 국가의 운명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그 존재가 가진 정치적 이념은 더욱 철저히 공개되고 검증되어야 하며, 이에 대한 의문이나 의혹은 그 개연성이 있는 한 광범위하게 문제제기가 허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공적인 존재의 공적인 관심사에 관한 문제의 제기가 널리 허용되어야 한다고 하더라도 구체적 정황의 뒷받침도 없이 악의적으로 모함하는 일이 허용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함은 물론 구체적 정황에 근거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표현방법에 있어서는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어휘를 선택하여야 하고, 아무리 비판을 받아야 할 사항이 있다고 하더라도 모멸적인 표현으로 모욕을 가하는 일은 허용될 수 없다( 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다37524, 37531 판결 참조).

(나) 이 사건의 경우

① 원고는 국회의원인 공적 인물로서 그가 지니는 국가·사회적 영향력이 작다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정치적 이념이 공개 및 검증되어야 하고, 어떠한 부정적 의혹에 대한 개연성이 있을 경우 이에 대한 광범위한 문제의 제기가 허용된다고 할 것이다. 한편, 피고는 국민의 한 사람이자 국민의 대표로 선출된 국회의원으로서 공적 인물인 원고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정당한 문제제기와 소신 있는 비판을 할 표현의 자유 및 정치적 책무가 있다고 할 것이고, 다만 피고 또한 국회의원인 공적 인물로서 가지는 국가·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위와 같은 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성실한 검증과 건전한 비판 양식을 갖추어야 할 공적 의무 또한 일반 사인에 비하여 더욱 강조되어야 하고, 자신과 다른 정치적 견해를 지닌 국회의원을 공개적으로 비판함에 있어서는 악의적 비난 내지 모함에 그치지 않도록 충분한 검토를 거쳐 합당한 근거를 제시하여야 하며, 상대방의 인격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 내의 정제된 표현을 사용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성명서에 사용된 ‘종북’이라는 표현은 구체적 상황에 따라서는 ‘대한민국의 대북정책에 대하여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는 사람들’로부터 ‘주체사상을 신봉하고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부정하는 반국가·반사회 세력’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는 등 여전히 다의적인 개념을 가진 용어로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 없는 이상, 단지 종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는 사정만을 들어 그 자체로 곧바로 모멸적인 인신공격에 의한 인격권 침해가 있었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고, 그와 같은 표현이 사용된 글이나 말에서의 전후 맥락, 사용 주체와 객체, 사용된 경위, 장소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해당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② 위 기초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국회의원으로서, 인천광역시 산하 ◎◎◎◎플랫폼이 2013. 7. 27. ◁◁도에서 개최한 ‘정전 60주년 기념 2013 ▷▷▷▷프로젝트’ 행사에 참석한 원고를 “천안함 46용사의 영혼이 잠들어 있는 백령도 청정해역에 종북의 상징인 ○ 모 국회의원”이라고 지칭하였는바, 위 성명서에 사용된 ‘종북’이라는 말은 ‘천안함 46용사의 영혼이 잠들어 있는 백령도 청정해역’과 대비되는 등 그 전후 맥락에 비추어 대북 친화적 성향을 일컫는 ‘친북’과 구별되어 대체로 ‘김일성·김정일 등 북한의 주체사상을 추종하면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한다’는 의미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현행 국가보안법에서는 그와 같은 의미의 종북행위를 엄격히 규제하여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북이 군사대치 중인 분단국가로서의 현실까지 고려하여 볼 때, 위와 같은 의미에서의 ‘종북’은 대북·통일 정책에 관한 단순한 입장 표명을 넘어 좌우 이념에 따른 국가의 정체성과 존립, 나아가 국민 개개인의 존재양식과도 연관된 기본적 국가관에 관련된 것으로서 이와 같은 표현이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가지는 부정적이고 치명적인 의미에 비추어 이를 대북 친화적 성향에 관한 다소 과격한 표현이라거나 단순히 수사적인 과장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피고는 이 사건 성명서에서, 방북을 한 지 이미 20여 년이 지났을뿐더러 그로 인한 형사처벌을 받고 사면·복권된 후 국회의원이 된 원고를 ‘종북의 상징’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이러한 평가를 정당화할 만한 구체적 정황에 대한 뒷받침이 될 기본적 사실에 대한 어떠한 자료나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반면, 이로 인하여 원고가 앞서 본 바와 같은 의미의 종북 성향의 정치인이라는 인식과 평가를 받게 될 경우 반국가·반사회 세력으로 낙인찍혀 국회의원의 자격, 자질에 대한 심각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적지 않고, 정치인으로서의 활동 또한 상당히 위축될 수 있으며, 국민 개개인의 입장에 따라 국가적으로 위험한 존재로 인식될 가능성까지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피고는 원고를 “천안함 46용사의 영혼이 잠들어 있는 백령도 청정해역에 종북의 상징인 ○ 모 국회의원”이라고 지칭함으로써 피고가 주장하는 종북의 상징으로서의 원고와 대한민국을 수호하다가 희생된 천안함 46용사의 영혼이 잠들어 있는 백령도 청정해역을 대비시켜 원고의 인격적 가치를 모멸적으로 폄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③ 사정이 이와 같다면, 이 사건 성명서가 주로 원고가 아닌 당시 인천광역시장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고, 원고와 피고의 국회의원으로서의 공적인 지위 등을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성명서에서 피고가 사용한 종북이라는 표현의 의미, 사용 경위, 내용 등에 비추어 피고가 원고를 지칭한 표현은 의견표명으로서의 그 허용한계를 일탈하여 원고에 대한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결국 피고는 이 사건 성명서를 통해 원고의 인격권을 침해하였으므로 이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피고의 원고에 대한 위와 같은 표현을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이상, 이러한 표현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로서 인격권보다 더 보장되어야 한다거나 피고의 정당한 의정활동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서 보호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손해배상의 범위

원고와 피고의 지위와 신분, 피고가 이 사건 성명서를 발표하게 된 경위, 이 사건 성명서 중 원고와 관련된 표현이 차지하는 비중과 표현 내용 및 그 사회적 의미, 그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피해와 장차 겪게 될 정치적·사회적 불이익의 가능성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할 위자료 액수는 2,0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다. 소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2,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불법행위일인 이 사건 성명서 발표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임이 기록상 명백한 2013. 8. 21.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제1심판결 선고일인 2014. 3. 25.까지는 민법에서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이은애(재판장) 김종우 홍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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