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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1998. 8. 27. 선고 96나37321 판결 : 확정
[손해배상(기) ][하집1998-2, 310]
판시사항

[1] 바르샤바협약에만 가입한 국가와 헤이그의정서에만 가입한 국가 사이의 항공기 운항이 '1955년 헤이그에서 개정된 바르샤바협약'상의 국제항공운송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2] 국제항공운송에 관한 '바르샤바협약'에만 가입한 국가와 '헤이그의정서'에만 가입한 우리 나라 사이의 국제항공운송에 관하여 우리 나라 법정에서 내국인들 사이의 법률관계가 다투어지는 경우, 신·구 조약의 적용에 관한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협약'이 적용되는지 여부(소극)

[3] 1983. 9. 1. 구 소련령 사할린 앞바다에서 격추된 대한항공 007기 승객 및 승무원의 유족이 대한항공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함에 있어서 적용되는 법규(승객=1955년 헤이그에서 개정된 바르샤바협약, 승무원=민법)

[4] 국제항공운송상의 승객의 사망 또는 부상 등으로 인한 운송인의 책임의 소에 있어서 손해배상청구권의 성질에 따라 국제항공운송에 관한 '1955년 헤이그에서 개정된 바르샤바협약'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5] '1955년 헤이그에서 개정된 바르샤바협약' 제29조 소정의 손해에 관한 권리의 제소 기간 2년의 법적 성질(=제척기간) 및 그 손해가 고의에 상당하는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에도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6] 1983. 9. 1. 구 소련령 사할린 앞바다에서 격추된 대한항공 007기 승객 및 승무원의 유족이 대한항공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이 불제소합의에 반하여 제기되었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헤이그의정서가 바르샤바협약 자체를 폐기하고 국제항공운송에 관한 새로운 협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라 바르샤바협약의 존재를 전제로 하여 이를 개정한 것에 불과한 점에 비추어(헤이그의정서 제19조 및 제23조 제2항) 협약 제1조 제2항의 '본 협약'은 헤이그의정서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바르샤바협약을 지칭하는 것으로 볼 것이고, 따라서 국제항공운송의 정의에서 사용되고 있는 용어인 '체약국'이란, 바르샤바협약과 헤이그의정서에 모두 가입한 국가는 물론이고 우리 나라와 같이 바르샤바협약에는 가입하지 않고 있다가 헤이그의정서에 가입함으로써 바르샤바협약에 가입한 효력이 발생한 국가와 바르샤바협약에는 가입하였으나 헤이그의정서에는 가입하지 아니한 국가를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사고 당시 바르샤바협약에만 가입한 국가를 출발지로 하고 헤이그의정서에만 가입한 우리 나라를 도착지로 하는 항공기의 운항은 '1955년 헤이그에서 개정된 바르샤바협약'상의 국제항공운송에 해당한다.

[2]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협약'(1980. 1. 27. 발효, 조약 제697호) 제30조의 규정 내용 및 헤이그의정서가 바르샤바협약 자체를 폐기하고 국제항공운송에 관한 새로운 협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라 바르샤바협약의 존재를 전제로 하여 이를 개정한 것에 불과한 점에 비추어(헤이그의정서 제19조 및 제23조 제2항), 우리 나라 법정에서 모두 내국인인들 사이에 항공기 사고로 말미암은 손해배상을 놓고 다툼을 벌이는 경우에는 위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협약' 제30조가 적용될 여지가 없다.

[3] 국제법의 국내적 적용에 관하여 우리 나라 헌법은 전문에서 "… 우리 대한민국은 …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 " 라고 선언하고, 나아가 제6조 제1항에서는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함으로써, 국제법을 우리 나라 국내법의 일부로 수용한다는 의사를 명백히 표명하고 있으므로, 우리 국민에 대하여 국내 법률인 민법과 국제법(조약)인 협약은 동등한 효력을 가지면서 함께 적용되는 것이고, 다만, 국내법과 국제법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에는 '신법우선의 원칙' 또는 '특별법우선의 원칙'에 따라 그 우열 여부를 가려내야 할 것인데, '1955년 헤이그에서 개정된 바르샤바협약'이 민법보다 신법임은 역수상 분명할 뿐만 아니라, 위 협약은 그 규율 대상을 국제항공운송 및 그 관련자에 한정하고 있어 민법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특별법이 되므로 민법에 우선하여 적용될 뿐만 아니라 바르샤바협약이나 헤이그의정서는 국제항공운송의 증대와 인적·물적 자원의 교류 증가로 인하여 발생하는 법률관계를 규율하기 위하여 사법(사법) 원칙을 통일해야 할 필요성에 따라 제정된 것으로서,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협약'의 규정에 의하더라도, 유효한 조약은 그 당사국을 구속하며 또한 당사국에 의하여 성실하게 이행되어야 하고(제26조), 어느 당사국도 조약의 불이행에 대한 정당화의 방법으로 그 국내법 규정을 원용해서는 아니될 뿐만 아니라(제27조), 조약은 당사국의 전체 영역에 관하여 당사국을 구속하는 것(제29조)이므로, 비록 항공기의 출발지인 미국이 바르샤바협약에만 가입하였다고 하더라도, 우리 법원이 내국인들에 대하여 우리 나라가 헌법에 따라 체결·공포한 조약인 협약을 그대로 적용함은 당연하고, 결국 민법과 서로 충돌하는 한도에서는 '1955년 헤이그에서 개정된 바르샤바협약'이 적용되어야 하므로, 1983. 9. 1. 구 소련령 사할린 앞바다에서 격추된 대한항공 007기의 운항에 있어서 승객인 사망자들의 운송에 관하여는 민법과 충돌하는 한도에서 특별법인 '1955년 헤이그에서 개정된 바르샤바협약'이 적용되고 승무원인 사망자들에 관하여는 일반법인 민법이 그대로 적용된다.

[4] '헤이그에서 개정된 바르샤바협약'은 제17조에서 "운송인은 승객의 사망 또는 부상 기타의 신체상해의 경우에 있어서의 손해에 대하여서는 그 손해의 원인이 된 사고가 항공기상에서 발생하거나 또는 승강을 위한 작업 중에 발생하였을 때에는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4조는 제1항에서 "제18조 및 제19조에 정하여진 경우에는, 책임에 관한 소는 명의의 여하를 불문하고 본 협약에 정하여진 조건과 제한하에서만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같은 제2항에서 "전항의 규정은 제17조에 정하여진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명의의 여하를 불문하고'라는 문언은 영어의 'however founded'의 공식 번역으로서 그 취지는 '그 근거가 무엇이든지 간에' 또는 '그 청구원인이 무엇이든지 간에'로 해석됨이 분명하므로, 항공기상에서 발생한 사고에 관하여 국제항공 운송인에 대하여 그 승객의 사망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함에 있어서는 그 운송계약상 채무불이행을 청구원인으로 하는 것이든 불법행위를 청구원인으로 하는 것이든 모두 개정 협약에 정하여진 조건 및 제한 내에서만 가능한 것이라 할 것이고, 그렇게 해석하는 것이 국제항공운송인의 책임에 관하여 협약의 규정과 다른 국내법 원리를 적용하여 협약의 규정을 배제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국제항공운송에 관한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통일된 규범을 창조하려는 협약의 제정 목적에도 부합하는 것이며, 위 협약은 유족이 승객인 사망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상속하여 청구를 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유족이 그 고유한 위자료를 청구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5] '바르샤바협약' 제29조는 "① 손해에 관한 권리는 도착지에의 도착일, 항공기가 도착하여야 할 일자 또는 운송의 중지일로부터 기산하여 2년의 기한 내에 제기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소멸된다. ② 전기 기간의 계산 방법은 소가 계속된 법원의 국가의 법률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앞서 본 협약의 제정 취지에다가 위 제29조 제1항의 규정 형식 및 분쟁의 조속한 해결을 통한 법적 안정성의 도모라는 규정 목적에 비추어 보면, 위 2년의 기한은 제소기간으로서 그 진행의 중단이나 정지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제척기간으로 이를 해석함이 상당하고, 바르샤바협약 제25조는 "① 운송인은 손해가 운송인의 고의에 의하여 발생한 때 또는 소가 계속되는 법원이 속하는 국가의 법률에 의하면 고의에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과실에 의하여 발생한 때에는 운송인의 책임을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본 협약의 규정을 원용하는 권리를 가지지 아니한다. ② 운송인은 그의 사용인이 그의 직무를 행함에 있어서 전항과 동일한 조건에서 손해를 발생시킨 때에도 전기의 권리를 가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바르샤바협약 제25조는 헤이그의정서 제13조에 의하여 개정됨으로써 이미 그 효력이 상실되었고, 이에 따라 이 사건에 적용되는 협약 제25조는 그 적용 범위 즉, 고의 또는 준고의의 경우 일부 협약 규정의 적용이 배제되는 범위를 운송인의 배상책임제한 등에 관한 제22조에 한정하였으므로, 사고가 고의에 상당하는 과실로 인하여 발생되었다고 하더라도 제소기간에 관한 협약 제29조는 여전히 적용될 뿐만 아니라, 바르샤바협약 제25조는 손해에 따른 권리의 행사 그 자체를 제한하는 데 관한 것일 뿐 운송인의 원용을 금지하는 책임의 배제나 제한에 관한 규정은 아니라고 해석되므로, 바르샤바협약에 의하더라도 그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6] 1983. 9. 1. 구 소련령 사할린 앞바다에서 격추된 대한항공 007기 승객 및 승무원의 유족이 대한항공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이 불제소합의에 반하여 제기되었다고 본 사례.

참조조문
참조판례

[1][3]

1986. 7. 22. 선고 82다카1372 판결(공1986, 1085)

원고, 항소인

홍현모 외 64인 (소송대리인 명동법무법인 담당변호사 김홍수 외 6인)

피고, 피항소인

주식회사 대한항공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미합동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유경희 외 8인)

원심판결

서울지법 1996. 8. 14. 선고 93가합63988 판결

주문

1. 원고들에 대한 원심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들의 이 사건 소를 모두 각하한다.

3. 소송 총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 2] 내역표 청구취지란 기재 원고들 해당 금원을 지급하라.

항소취지

원고들에 대한 원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 2] 내역표 항소취지란 기재 원고들 해당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 사실

피고 회사가 보유하여 미합중국 뉴욕과 우리 나라 서울 사이를 정기적으로 운항하는 보잉 747 케이이(KE)007항공기가 1983. 8. 31. 14:05(현지 시각, 이하 같다) 뉴욕의 캐네디 공항을 출발하여 중간기착지인 미합중국 알라스카주 앵커리지 공항을 경유한 후 도착지인 대한민국 서울의 김포공항을 향해 1983. 9. 1. 06:00 도착 예정으로 운항하여 오던 중, 1983. 9. 1. 03:23경 구 소련국령 사할린 앞바다 상공에 이르렀을 때 구 소련국의 군용기가 발사한 미사일에 맞아 그 해상에 추락함으로써 위 항공기에 탑승하고 있던 [별지 2] 내역표 기재 사망자들을 포함한 승객 및 승무원 269명 전원이 사망한 사실, 원고들이 위 내역표 기재 사망자들과 사이에 그 기재와 같은 가족관계에 있는 사실, 위 내역표 기재 사망자들이 그 기재와 같이 위 사고 항고기에 탑승한 승객 또는 승무원이었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명백한 다툼이 없다(다만, 원고 12. 조형우의 가족관계 제외).

2. 쌍방 주장의 요지

가. 원고들의 주장

(1) 위 사고는 피고의 피용자들로서 위 항공기의 기장인 소외 천병인과 부기장인 소외 손동휘 및 항법사인 소외 김희동이 위 항공기를 조종·운항함에 있어 장거리 항공운송시 반드시 작동하도록 되어 있는 컴퓨터항로조정기(관성항법장치)를 작동하지 아니하였고, 또 위 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음을 알면서도 비행을 계속하였으며, 비행 도중 항공기가 지정항로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적절한 항법절차를 이행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위 항공기가 항로를 이탈해 운항되고 있음을 알면서도 위 중간기착지(앵커리지)로 회항하지 아니한 채 이탈된 항로로 계속 운항함으로써 구 소련국 영공을 5시간 이상이나 침범·비행한 점 등 위 조종 승무원들의 고의에 상당한 과실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이다.

(2) 원고들은 위 조종 승무원들의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말미암아 사망하게 된 위 내역표 기재 사망자들의 재산적 손해(일실수입 손해 또는 일실수입 및 일실 퇴직금 손해) 및 정신적 손해에 관한 배상청구권을 상속하여 그 금액 중 피고로부터 이미 지급받은 금액을 공제한 나머지 각 금액에 대한 청구권을 가지고 있고, 또한 위 사망자들과 사이에 앞서 본 가족관계에 있어 별도의 정신적 고통을 입게 됨으로써 고유한 위자료청구권을 갖고 있다.

(3)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그 각 청구권액 또는 그 중 일부인 청구취지 금액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1) 이 사건은 우리 나라가 1967. 10. 11. 헤이그의정서에 가입함으로써 그 규정에 따라 가입의 효력이 발생된 바르샤바협약 소정의 국제항공운송에 관한 것으로서, 위 협약의 규정에 의하면 원고들의 이 사건 소는 위 항공기가 도착아여야 할 날로부터 2년의 제척기간 내에 제기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고들은 위 기간 내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

(2) 또한, 피고는 이 사건 사고 후 원고들에게 상당한 손해배상금과 위로금 등을 지급하고 원고들과 원만히 합의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들은 이 사건 사고와 관련된 일체의 손해배상청구권과 소송제기권 등을 포기한 바 있다.

(3) 따라서 원고들의 이 사건 소 내지 청구는 어느 모로 보나 부당하다.

3. 원고들의 이 사건 소가 적법한지 여부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적용되는 법

(1) 항공운송에 관하여 아직까지 국내법이 제정된 바 없으므로, 이에 관한 법률관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반법인 민법의 적용 대상이 된다. 그러나 국제항공운송에 관하여는 원래 그 체약국 간에 효력을 발생하고 있던, 1929. 10. 12. 바르샤바에서 서명된 '국제항공운송에 있어서의 일부 규칙의 통일에 관한 협약'(바르샤바협약)이 있었고, 그 후 1955. 9. 28. 헤이그에서 작성된 '1929년 10월 12일 바르샤바에서 서명된 국제항공운송에 있어서의 일부 규칙의 통일에 관한 협약을 개정하기 위한 의정서'(헤이그의정서)에 의하여 그 중 일부 규정이 개정되고 이에 부수한 규정이 일부 추가되어 1963. 8. 1.부터 그 체약국 간에 발효되고 있었는데, 우리 나라 정부는 국회의 비준을 거쳐 1967. 7. 13. 네델란드 정부를 통하여 폴란드 정부에 헤이그의정서에의 가입서를 기탁하고, 그 효력이 발생하는 기탁 후 90일째인(헤이그의정서 제23조 제3항) 1967. 10. 11. 이를 조약 제259호로 공포함으로써 위 조약은 그 날부터 효력을 발생하였다.

그런데 헤이그의정서는 제23조 제2항에서 "협약의 당사국이 아닌 국가에 의한 본 의정서에의 가입은 본 의정서에 의하여 개정된 협약에의 가입의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9조에서 "본 의정서의 당사국 간에 있어서는 협약과 의정서는 합쳐서 하나의 단일문서로 취급되고 이해되며 '1955년 헤이그에서 개정된 바르샤바협약'이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뒤에서 자세히 살펴보는 바와 같이), 바르샤바협약은 헤이그의정서에 의하여 개정된 내용대로 우리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게 되었고, 따라서 국제항공운송에 관한 법률관계에 대하여는 일반법인 민법에 대한 특별법으로서 위 '1955년 헤이그에서 개정된 바르샤바협약'(이하 그냥 '협약'이라고만 한다)이 우선 적용된다( 대법원 1986. 7. 22. 선고 82다카1372 판결 참조).

(2) 또한, 협약 제1조 제1항은 "본 협약은 항공기에 의하여 유상으로 행하는 승객, 수하물 또는 화물의 모든 국제운송에 적용한다."고 규정함으로써 그 적용대상을 승객, 수하물 또는 화물의 국제항공운송에 한정하였고, 같은 조 제2항은 국제항공운송에 관하여 "본 협약에 있어서 국제운송이란, 당사자 간의 약정에 의하여 출발지 및 도착지가 2개의 체약국의 영역 내에 있거나 또는 본 협약 체약국의 여부를 불문하고 타국의 영역 내에 예정 기항지가 있는 경우의 출발지 및 도착지가 단일 체약국의 영역 내에 있는 운송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앞서 본 바와 같이 헤이그의정서가 바르샤바협약 자체를 폐기하고 국제항공운송에 관한 새로운 협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라 바르샤바협약의 존재를 전제로 하여 이를 개정한 것에 불과한 점에 비추어(헤이그의정서 제19조 및 제23조 제2항) 협약 제1조 제2항의 '본 협약'은 헤이그의정서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바르샤바협약을 지칭하는 것으로 볼 것이고, 따라서 국제항공운송의 정의에서 사용되고 있는 용어인 '체약국'이란, 바르샤바협약과 헤이그의정서에 모두 가입한 국가는 물론이고 우리 나라와 같이 바르샤바협약에는 가입하지 않고 있다가 헤이그의정서에 가입함으로써 바르샤바협약에 가입한 효력이 발생한 국가와 바르샤바협약에는 가입하였으나 헤이그의정서에는 가입하지 아니한 국가를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데(위 대법원판결 참조), 이 사건 항공기의 출발지 국가인 미합중국이 적어도 이 사건 사고 당시 헤이그의정서에는 가입하지 않았으나 바르샤바협약에는 가입하고 있었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결국 바르샤바협약에만 가입한 미합중국을 출발지로 하고 헤이그의정서에만 가입한 우리 나라를 도착지로 하는 이 사건 사고 항공기의 운항은 협약상의 국제항공운송에 해당한다.

(3)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협약' (1980. 1. 27. 발효, 조약 제697호) 제30조 제4항 (b)에 의하면, 계승적 조약에 있어서 양 조약의 당사국과 어느 한 조약의 당사국 간에는 그 양국에 다 같이 당사국인 조약이 그들 상호간의 권리와 의무를 규율한다고만 규정되어 있을 뿐, 이 사건과 같이 구 조약의 당사국과 신 조약의 당사국에 대하여는 신·구 조약 중 어느 것을 적용할 것인지에 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원고들과 피고는 모두 내국인이므로, 이 사건에 관하여는 바르샤바협약과 헤이그의정서 중 어느 조약도 적용되지 않고, 따라서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내국법인 민법이 적용되어야 마땅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원고들이 내세우는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협약' 제30조는 조약의 적용에 관한 규정으로서, 동일 사항에 관해 서로 전후하는 신·구 두 개의 조약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UN헌장 제103조(헌장의무의 우선)에 따를 것을 조건으로 하여, ① 조약이 전 조약 또는 후 조약에 따라야 한다는 것 또는 전 조약이나 후 조약과 저촉한다고 간주되어서는 아니된다고 하는 것을 명기하고 있는 경우에는 이러한 전 조약 또는 후 조약의 규정이 우선하고(제2항), ② 전 조약의 모든 당사자가 동시에 후 조약의 당사국이기도 하나 전 조약이 종료 또는 적용을 정지하고 있지 않는 경우에는 전 조약은 그 규정이 후 조약의 규정과 양립하는 한도 내에서만 적용되며(제3항), ③ 후 조약의 당사국이 전 조약의 모든 당사국을 포함하지 않는 경우, 양 조약의 당사국 간에는 전항이 그대로 적용되나, 양 조약의 당사국과 어느 한 조약의 당사국 간에는 그 양국이 다 같이 당사국인 조약이 적용된다(제4항)는 규칙을 정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 사건 바르샤바협약과 이를 개정한 헤이그의정서의 양 조약을 놓고 우리 나라와 미합중국 사이에 어느 조약을 적용할 것인지에 관하여 분쟁이 발생하였다면 위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협약' 제30조의 해석 문제가 대두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우리 나라 법정인 이 법원에서 모두 내국인인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이 사건 항공기 사고로 말미암은 손해배상을 놓고 다툼을 벌이는 이 사건의 경우에는 위 조항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

오히려, 이 사건에 있어서 원고들과 피고에 대하여 협약이 적용되는지 여부는 바로 국제법의 국내적 적용에 관한 문제에 해당하는데, 이에 관하여 우리 나라 헌법은 전문에서 "…우리 대한민국은 …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라고 선언하고, 나아가 제6조 제1항에서는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함으로써, 국제법을 우리 나라 국내법의 일부로 수용한다는 의사를 명백히 표명하고 있으므로, 우리 국민에 대하여 국내 법률인 민법과 국제법(조약)인 협약은 동등한 효력을 가지면서 함께 적용되는 것이다. 다만, 국내법과 국제법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에는 '신법우선의 원칙' 또는 '특별법우선의 원칙'에 따라 그 우열 여부를 가려내야 할 것인데, 협약이 민법보다 신법임은 역수상 분명할 뿐만 아니라, 협약은 그 규율 대상을 국제항공운송 및 그 관련자에 한정하고 있어 민법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특별법이 되므로 민법에 우선하여 적용된다. 뿐만 아니라, 바르샤바협약이나 헤이그의정서는 국제항공운송의 증대와 인적·물적 자원의 교류 증가로 인하여 발생하는 법률관계를 규율하기 위하여 사법(사법) 원칙을 통일해야 할 필요성에 따라 제정된 것으로서(원고들도 이를 인정한다), 원고들이 내세우는 위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협약'의 규정에 의하더라도, 유효한 조약은 그 당사국을 구속하며 또한 당사국에 의하여 성실하게 이행되어야 하고(제26조), 어는 당사국도 조약의 불이행에 대한 정당화의 방법으로 그 국내법 규정을 원용해서는 아니될 뿐만 아니라(제27조), 조약은 당사국의 전체 영역에 관하여 당사국을 구속하는 것(제29조)이므로, 비록 위 항공기의 출발지인 미합중국이 바르샤바협약에만 가입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법원이 내국인인 원고들과 피고에 대하여 우리 나라가 헌법에 따라 체결·공포한 조약인 협약을 그대로 적용함은 당연하고, 결국 민법과 서로 충돌하는 한도에서는 협약이 적용되어야 한다.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따라서 이 사건 사고 항공기의 운항에 있어서 승객인 사망자들의 운송에 관하여는 민법과 충돌하는 한도에서 특별법인 협약이 적용되고, 승무원인 사망자들에 관하여는 일반법인 민법이 그대로 적용된다.

나. 승객의 유족인 원고들의 이 사건 소가 제척기간을 준수하였는지 여부

(1) 협약은 제17조에서 "운송인은 승객의 사망 또는 부상 기타의 신체상해의 경우에 있어서의 손해에 대하여서는 그 손해의 원인이 된 사고가 항공기 상에서 발생하거나 또는 승강을 위한 작업중에 발생하였을 때에는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4조는 제1항에서 "제18조 및 제19조에 정하여진 경우에는, 책임에 관한 소는 명의의 여하를 불문하고 본 협약에 정하여진 조건과 제한하에서만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같은 제2항에서 "전항의 규정은 제17조에 정하여진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명의의 여하를 불문하고'라는 문언은 영어의 'however founded'의 공식 번역으로서 그 취지는 '그 근거가 무엇이든지 간에' 또는 '그 청구원인이 무엇이든지 간에'로 해석됨이 분명하므로, 이 사건과 같이 항공기상에서 발생한 사고에 관하여 국제항공 운송인에 대하여 그 승객의 사망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함에 있어서는 그 운송계약상 채무불이행을 청구원인으로 하는 것이든 원고들의 이 사건 소와 같이 불법행위를 청구원인으로 하는 것이든 모두 개정 협약에 정하여진 조건 및 제한 내에서만 가능한 것이라 할 것이고, 그렇게 해석하는 것이 국제항공운송인의 책임에 관하여 협약의 규정과 다른 국내법 원리를 적용하여 협약의 규정을 배제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국제항공운송에 관한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통일된 규범을 창조하려는 협약의 제정 목적에도 부합하는 것이다(위 대법원판결 참조).

(2) 또한, 협약은 유족이 승객인 사망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상속하여 청구를 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유족이 그 고유한 위자료를 청구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국제항공운송인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협약 제17조는 승객 자신의 손해만을 배상한다고 한정하고 있지는 않다.

둘째, 협약의 주요 내용은, 항공운송인의 책임을 제한하되(제22조 등 참조), 다른 한편으로 승객 등 피해자를 위하여는 손해배상에 관한 입증책임 부담을 덜어주고 책임의 한도를 유지시켜 주는(제17조, 제23조 등 참조) 것으로서, 이는 체약국들의 항공사로 하여금 손해배상에 따른 손실을 예상할 수 있게 함으로써 필요한 자본금과 적절한 보험에 가입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셋째, 사망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의 경우, 나라에 따라서는 ① 상속 이론을 취하지 아니하고 유족이 상실된 부양료를 자신의 고유한 손해로 이론 구성하여 직접 배상을 구하는 방식(이를 'wrongful death action'이라 한다), ② 유족이 망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상속하거나 상속재산을 위하여 손해가 배상되는 방법으로 소송이 이루어지는 방식(이를 'survival action'이라 한다), 또는 ③ 위 두 가지를 혼용하는 방식 등이 취해지고 있는데, 협약은 이러한 각국의 다양한 손해배상청구 방식에도 불구하고 이를 통일하는 사법적 원칙을 마련한 것이다.

넷째, 그러하기 때문에 승객운송에 관한 협약 제24조 제2항(그 중 'without prejudice to the questions as to who are the persons who have the right to bring suit and what are their respective rights' 부분에 관한 조약집상의 공식 번역 역시 부정확하다)은 "각 체약국에서 누가 손해배상청구권자로 정해지고 그 권리 내용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의 문제는 협약에 가입하였다고 해서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책임에 관한 소는 어디까지나 협약에 정하여진 조건 및 제한에 따라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함이 상당하고, 따라서 이 규정 역시 협약의 통일적 적용을 방해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3) 그런데 협약 제29조는 "① 손해에 관한 권리는 도착지에의 도착일, 항공기가 도착하여야 할 일자 또는 운송의 중지일로부터 기산하여 2년의 기한 내에 제기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소멸된다. ② 전기 기간의 계산 방법은 소가 계속된 법원의 국가의 법률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앞서 본 협약의 제정 취지에다가 위 제29조 제1항의 규정 형식 및 분쟁의 조속한 해결을 통한 법적 안정성의 도모라는 규정 목적에 비추어 보면, 위 2년의 기한은 제소기간으로서 그 진행의 중단이나 정지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제척기간으로 이를 해석함이 상당한바, 승객의 유족인 원고들이 제기한 이 사건 소가 사고 항공기의 도착예정일인 1983. 9. 1.로부터 2년의 제척기간이 훨씬 지난 이후인 1993. 8. 30.에야 비로소 제기되었음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승객의 유족인 원고들이 제기한 이 사건 소는 그 소송요건이 흠결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대법원 1975. 4. 8. 선고 74다1700 판결 , 1980. 4. 22. 선고 79다2141 판결 , 1997. 4. 11. 선고 96다42246 판결 등 참조).

(4)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바르샤바협약 제25조는 "① 운송인은 손해가 운송인의 고의에 의하여 발생한 때 또는 소가 계속되는 법원이 속하는 국가의 법률에 의하면 고의에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과실에 의하여 발생한 때에는 운송인의 책임을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본 협약의 규정을 원용하는 권리를 가지지 아니한다. ② 운송인은 그의 사용인이 그의 직무를 행함에 있어서 전항과 동일한 조건에서 손해를 발생시킨 때에도 전기의 권리를 가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의 피용자인 위 항공기 승무원들의 고의에 상당하는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피고로서는 원고들의 이 사건 소에 대하여 제소기간에 관한 협약 제29조를 원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그러나 원고들이 내세우는 바르샤바협약 제25조는 헤이그의정서 제13조에 의하여 개정됨으로써 이미 그 효력이 상실되었고, 이에 따라 이 사건에 적용되는 협약 제25조는 그 적용범위 즉, 고의 또는 준고의의 경우 일부 협약 규정의 적용이 배제되는 범위를 운송인의 배상책임제한 등에 관한 제22조에 한정하였으므로,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사고가 고의에 상당하는 과실로 인하여 발생되었다고 하더라도 제소기간에 관한 협약 제29조는 여전히 적용된다. 뿐만 아니라, 바르샤바협약 제25조는 손해에 따른 권리의 행사 그 자체를 제한하는 데 관한 것일 뿐 운송인의 원용을 금지하는 책임의 배제나 제한에 관한 규정은 아니라고 해석되므로, 바르샤바협약에 의하더라도 그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서울고법 1983. 3. 29. 선고 81나3430 판결 및 위 판결에 대한 상고허가신청을 기각한 대법원 1983. 11. 8.자 83다카1229 결정 참조). 따라서 원고들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다. 원고들의 이 사건 소가 불제소 합의에 반하여 제기되었는지 여부

(1) 을 제1호증의 1 내지 을 제6호증의 122(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와 원심 증인 이연태, 유대열, 김성년, 당심 증인 최하숙, 조수길의 각 증언(다만, 김성년을 제외한 나머지 증인들의 각 증언 중 뒤에서 믿지 않는 부분 제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는 이 사건 사고 후 1993. 12.경부터 1988. 8. 24.경까지 사이에 [별지 2] 내역서 기재 사망자들의 유족인 원고들과 손해배상에 관한 합의를 하면서 합의서(사망자가 승무원의 경우) 또는 합의약정서(사망자가 승객의 경우)를 작성한 다음, 그 서면에 기재된 손해배상금 및 위로금으로서의 합의금을 모두 지급한 사실, 위 합의서 및 합의약정서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들은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한 실체법상의 청구권과 소송제기권을 모두 포기한다고 명시되어 있는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는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이미 불제소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2) 이에 대한 원고들의 주장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위 합의가 진행될 당시 피고는 이 사건 사고가 피고나 그 조종승무원들의 고의나 고의에 상당한 과실로 인한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구 소련국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므로 원고들이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바르샤바협약상의 책임제한 규정에 따라 배상책임액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등 허위의 주장을 하면서 합의를 강요하였다.

(나) 이에 따라 원고들은 군사정권으로 말미암아 정보가 통제된 상황하에서 피고가 제공한 위와 같은 잘못된 정보에 따라 이 사건 사고가 피고의 고의나 고의에 상당한 과실 없이 구 소련국의 일방적인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알고 위 사실을 전제로 하여 위 각 합의에 이르게 되었지만, 실제로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의 조종 승무원들의 고의 또는 고의에 상당한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임이 사후에 판명되었다.

(다) 따라서 위 합의는 착오 또는 강박에 기하여 이루어진 것이거나, 궁박·경솔·무경험의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임이 분명하므로, 이를 모두 취소한다.

(3) 그러므로 과연 원고들이 착오, 강박 또는 궁박·경솔·무경험의 상태에서 앞서 본 합의를 한 것인지에 관하여 보건대, 이에 부합하는 듯한 위 증인들(김성년 제외)의 각 일부 증언은 뒤에서 인정하는 사실 및 이 사건 소가 이 사건 사고일로부터 기산하여 10년이 되기 하루 전날 제기된 점 등에 비추어 믿지 아니하고, 달리 이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오히려, 앞에서 채용한 증거들 및 갑 제1호증의 1 내지 5호증, 갑 제7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1993. 7. 16.자 보고서는 이 사건 사고가 피고 소속 승무원들의 고의에 가까운 과실로 말미암아 발생하게 되었다고 판단하기에 충분한 자료를 담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한편 원고들이 피고와 사이에 앞서 본 합의를 할 당시에는 이 사건 사고의 원인이 명백하게 규명된 상태는 아니었던 사실, 이에 따라 원고들을 포함한 유족들은 협의회를 구성하여 스스로 원인 규명에 노력함과 동시에 피고와의 합의도 진행시켜 오다가 제반 사정을 감안하여 위와 같은 최종적 합의에 이르게 된 사실, 이에 따라 위 합의서나 합의약정서에는 장래에 사고의 원인이 밝혀지거나 손해가 증가하더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문구가 기재되었고, 특히 승무원인 사망자의 유족의 경우에는 사망자와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 관계에 따라 발생하는 산재보험금 등의 문제까지도 언급되었던 사실, 뿐만 아니라 원고들(망 이정봉의 유가족 제외)은 피고로부터 손해배상금 이외에도 위로금조로 상당한 금언을 지급받았는데, 그 액수는 협약이 정하는 기준을 초과하였고, 심지어 원고들 중 일부는 피고로부터 학자금을 지원받기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4) 사정이 이러하다면, 원고들의 위 주장은 모두 이유 없고, 따라서 원고들의 이 사건 소는 앞서 본 불제소 합의에 반하는 것으로서 부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승객의 유족인 원고들의 이 사건 소는 제척기간을 도과하여 제기된 것일 뿐만 아니라 불제소 합의에도 반하여 제기된 것으로서 어느 모로 보나 부적법하고, 승무원의 유족인 원고들의 이 사건 소는 불제소 합의에 반하여 제기된 것으로서 부적법하므로, 결국 원고들의 이 사건 소는 모두 부적법하여 각하를 면하지 못할 것인바, 원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심판결을 취소하여 원고들의 이 사건 소를 모두 각하하기로 하고,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재진(재판장) 황병하 조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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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지방법원 1996.8.14.선고 93가합63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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