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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1997. 11. 20. 선고 97구13797 판결 : 확정
[부작위위법확인 ][하집1997-2, 462]
판시사항

[1] 국가기관이 보유하는 문서에 대한 국민의 열람·복사청구권 유무(적극) 및 변호사단체도 국가안전기획부장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가지는지 여부(적극)

[2] 국가기밀의 의미 및 국가안전기획부의 예산집행에 관한 정보가 국가기밀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일반적으로 모든 국민(자연인 및 법인 포함)은 국가기관에 대하여 기밀에 관한 사항 등 특별한 경우 이외에는 국가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문서의 열람 및 복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어서, 헌법 제21조 , 제37조 제2항 등의 규정과 '알 권리'의 내용 및 변호사단체의 목적, 구성 및 활동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변호사단체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도 국가안전기획부장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갖고 있다 할 것이고 따라서 정보의 공개를 거부한 위 국가안전기획부장의 처분에 대하여 취소를 구할 법률상 정당한 이익이 있다.

[2] 국가기밀이라 함은 법령에 의하여 비밀로 분류되고 객관적·일반적인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으로서 실질적으로도 보호할 가치 있는 비밀이라 할 것인바, 예산집행에 관한 정보에 관하여 보건대 국가안전기획부법에 의하면 안전기획부의 예산심의는 국회에서마저도 비공개로 심의할 수 있고 국회정보위원회의 위원은 안전기획부의 예산내역을 공개하거나 누설하여서는 아니되므로 변호사단체가 국가안전기획부장을 상대로 비디오테이프 및 슬라이드의 제작 등에 소요된 예산집행에 관한 정보에 대하여 공개를 구하는 것은 국가안전기획부법의 규정 취지에 위배되므로 허용할 수 없다.

원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송대리인 변호사 안상운 외 3인)

피고

국가안전기획부장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종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1997. 6. 19. 원고에게 한 별지 목록 기재 정보에 대한 정보공개거부처분을 취소한다(원고는 피고가 공개 또는 비공개처분을 하지 아니하는 것이 위법임을 확인한다는 부작위위법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다가 피고가 소송 진행 중에 정보공개에 대하여 거부처분을 하자 청구취지를 위와 같이 변경하였다).

이유

1. 이 사건 처분의 경위

다음과 같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1호증의 1, 2, 을 제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 없다.

가. 원고는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위한 연구, 조사, 변론, 여론형성 및 연대활동을 통하여 사회의 민주적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여 1988. 5. 28. 결성된 법률전문가단체로서 변호사를 그 회원으로 하여 구성되었다.

원고는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총회와 회장, 감사 등의 임원, 집행기구로서 집행위원회, 목적수행을 위하여 회원, 기획, 대외협력, 출판, 홍보, 국제연대 등 각 상임위원회, 모임활동과 실무를 보조하기 위하여 사무국을 두고 있다.

원고는 위에서 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창립 이래 현재에 이르기까지 각종 공청회, 토론회, 세미나 등을 개최하였고 각종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원고의 의견을 국회 및 정부 등에 개진하였으며 '민주사회를 위한 변론'이라는 책자를 5회에 걸쳐 발간하였고 1996년에는 이 법원에 외무부장관을 상대로 외무부장관이 보관하고 있는 주한미국대사관과 미합중국 교신전문 및 미합중국 국방부 국방정보국 문서의 공개를 구하는 정보공개청구소송을 제기하여 1997. 2. 20. 승소의 판결을 받는 등 국민의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관련하여 활발한 활동을 하여왔다.

나. 원고는 1996. 11. 13. 피고에 대하여 원고 및 소속 회원변호사의 연구, 조사에 제공하고 국가안전기획부법의 개정 및 사법권의 독립을 위한 제도적 방안을 연구·모색하는 데 사용하고자 한다는 목적을 들어 피고가 보관중인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전기획부라 한다)의 외곽단체인 남북문제연구소가 제작 배포한 '한총련의 실체'라는 제목의 비디오테이프 및 피고가 1996. 6.경 사법연수원생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명회에서 사용한 요약보고용(브리핑) 슬라이드와 위 비디오테이프 및 슬라이드의 제작, 사용, 배포, 보관경위 및 그에 따른 예산집행에 관한 정보 일체를 열람 및 사본교부의 방법에 의해 공개하여 달라는 내용의 정보공개청구를 하였다.

다. 피고는 원고의 이 사건 정보공개청구에 대하여 이 사건 소송이 계속 중인 1997. 6. 16. 위 정보공개청구에 대하여, 원고가 공개를 요청한 비디오테이프에 대하여는 내용 중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부분에 대하여는 관계 기관에 해명하고 폐기 처분하였으며, 슬라이드는 비밀로 분류되어 있으므로 관련 법규상 공개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거부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2. 당사자의 주장

원고가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헌법상 보장된 '알 권리'를 침해한 것이므로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국민의 '알 권리'도 무제한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헌법 제37조 제2항 에 의하여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제한될 수 있는 것인바, 원고가 공개를 요구하는 정보는 국가안전기획부법국가안전기획부직원법 등의 관련 규정에 의하여 그 정보를 공개할 수 없는 것으로 원고가 공개를 구하는 내용 중 ① 비디오테이프에 대하여는 그 내용 중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대법원의 지적에 따라 1996. 11. 12. 피고 명의로 대법원장에게 유감의 뜻을 표한 후 1996. 11. 말경 전량을 수거하여 폐기 처분하였으므로 공개에 응할 대상이 존재하지 아니하며, ② 피고가 사법연수생에게 상영한 슬라이드는 북한정세와 북한의 대남 공작 수행능력에 대한 정보 등을 특수출처로부터 입수하여 Ⅱ급 비밀로 분류된 것으로 피고가 1996. 6.경 사법연수생에게 상영하여 주었을 때에도 안전기획부 내의 청사로 초청하여 1회 상영하는 등 그 대상인원과 상영장소를 제한하여 상영한 것이어서 공개가 불가능하며, ③ 위 비디오테이프 및 슬라이드의 제작, 사용, 배포, 보관경위 및 그에 따른 예산집행에 관한 일체의 문서에 대하여는 만일 이를 공개할 경우 비디오테이프 및 슬라이드의 제작에 사용된 북한군사지역 등에 관한 사진, 북한의 대남공작능력 및 밀입북 한총련학생의 북한지역에서의 활동 등 그 자료의 입수경위, Ⅱ급 비밀로 지정된 내용이 유출되어 특수정보의 수집활동 및 계획이 노출되어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해를 끼칠 우려가 있고, 예산이 공개되는 경우 관련 부서의 명칭 및 그 활동내용, 인원, 담당자 등 안전기획부의 조직, 업무 및 활동능력이 노출되므로 국가안전기획부 제6조 등 관련 법령에서도 안전기획부의 예산 및 조직 소재지 정원 등에 대하여 비공개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니 이를 공개할 수 없으므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주장한다.

3.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판단

가. 관계 법령

국무총리 훈령 제288호(1994. 3. 2. 발령) 행정정보공개운영지침은 국민의 '알 권리'의 충족과 행정의 신뢰성을 두텁게 하기 위하여 행정기관이 보유, 관리하고 있는 정보를 일반국민에게 공개하고, 행정정보공개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제도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내부 기반을 구축하여 시행여건을 사전에 조정하고, 행정정보공개법제도의 운영에 관한 일반적인 기준과 절차를 정립, 운영함으로써 정보공개에 관한 운영경험을 축적하려는 데에 목적을 두고서, 행정기관이 공무상 작성·취득하여 관리하고 있는 기록물을 일반인에게 열람·복사 등의 형태로 공개하는 제도를 설치하였다. 위 지침에 의하면 정보공개의 형태는 일반인의 신청에 의하여 공개하는 형태의 청구공개와 행정기관이 스스로 정보를 제공하는 형태의 정보제공으로 나뉘며, 그 적용범위로서는 개별법령에서 행정정보공개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에는 당해 법령의 규정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고, 개별법령에 구체적인 세부운영사항이 규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당해 법령규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위 지침을 운영하며, 개별법령에 행정정보공개에 관한 규정이 없는 경우 위 지침을 적극 활용하고, 행정정보공개 업무처리기준으로 일반인의 행정정보 열람·복사의 신청을 받아 그 당해 정보를 담당하는 부서(처리과)의 장이 공개·비공개 여부를 결정하되 그것이 곤란한 경우에는 당해 기관 내에 행정정보공개심의회의 자문을 거쳐 공개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 지침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정보를 공개하되 인격, 신분, 종교, 재산, 경력 등 개인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할 경우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 법인이나 사업자 등의 영업 또는 과학기술이나 금융에 관한 정보로서 공개로 인하여, 사업운영상 지장을 초래하는 정보, 비공개를 전제로 제3자로부터 취득한 정보, 기타 공개할 경우 특정인에게 이익·불이익을 주는 정보 또는 행정의 공정 원활한 집행이나 공공의 이익을 현저히 해한다고 판단되는 정보의 경우에는 이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공개청구를 받은 정보의 내용 중 공개할 수 없는 정보와 공개할 수 있는 정보가 혼합되어 있는 경우에는 공개할 수 있는 부분만을 분리하여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공개를 청구한 자가 비공개결정통지를 받은 때 이에 불복할 경우 행정심판을 제기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한편 일반적인 정보의 공개를 직접적으로 규율하는 법률은 아니지만 군사기밀보호법 제9조 는 "모든 국민은 군사기밀의 공개를 국방부장관에게 문서로써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국세기본법 제81조의9 는 "세무공무원은 납세자가 납세자의 권리의 행사에 필요한 정보를 요구하는 경우 신속하게 제공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등 국민의 정보공개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한편 이 사건 처분 당시에는 시행되지 아니하였으나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이 1996. 12. 31. 법률 제5242호로 제정되어 1998. 1. 1.부터 시행되게 되었고 동법 제6조 제1항 은 "모든 국민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함으로써 앞으로 모든 국민은 위 법률에 기하여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수 있게 되었다).

나. 원고의 당사자적격에 관하여

먼저 원고가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판단하기로 한다.

현대사회에서 '알 권리'란 사유(사유)하는 개인이 삶을 영위하는 모든 영역과 단계에서 필요로 하는 권리를 의미하게 되었고, 그것은 비단 개인의 정신적·물질적 생활에 있어서 자유로운 인격발현이나 행복추구를 위해서 뿐 아니라 국가사회생활의 민주적 형성과 운영을 위해 불가결한 권리로 인식되고 있다. 헌법 제21조 는 언론·출판의 자유, 즉 표현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 자유는 전통적으로는 사상 또는 의견의 자유로운 표명(발표의 자유)과 그것을 전파할 자유(전달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사상 또는 의견의 자유로운 표명은 자유로운 의사의 형성을 전제로 한다. 자유로운 의사의 형성은 정보에의 접근이 충분히 보장됨으로써 비로소 가능한 것이며, 그러한 의미에서 정보에의 접근·수집 처리의 자유, 즉 '알 권리'는 표현의 자유와 표리 일체의 관계에 있으며 자유권적 성질과 청구권적 성질을 공유하는 것이다. '알 권리'의 자유권적 성질은 일반적으로 정보에 접근하고 수집·처리함에 있어서 국가권력의 방해를 받지 아니한다는 것을 말하며(정보제공자로부터 방해됨이 없이 정보를 수령할 수 있는 정보수령권, 자발적 또는 중립적 정보원으로부터 정보를 취득함에 있어 방해받지 아니할 정보모집권), '알 권리'의 청구권적 성질은 의사형성이나 여론형성에 필요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수집을 방해하는 경우 방해제거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바(비자발적인 정보원으로부터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수 있는 정보공개청구권과 자기에 대한 정보를 누구에게 어떤 방법으로 알릴 것인가를 결정할 자기정보통제권), 이러한 '알 권리'의 실현은 법률의 제정이 뒤따라 이를 구체화시키는 것이 충실하고도 바람직하지만, 그러한 법률의 규정이 제정되어 있지 아니하다고 하더라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고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21조 에 의하여 직접 보장될 수 있는 것으로서 이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핵심이 되는 기본권이라는 점에서 국민주권주의( 헌법 제1조 ), 각 개인의 지식의 연마, 인격의 도야에는 가급적 많은 정보에 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질 권리( 헌법 제10조 ) 및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헌법 제34조 제1항 )와 관련이 있다( 헌법재판소 1989. 9. 4. 선고 88헌마22 결정 참조).

그리하여 일반적으로 모든 국민(자연인 및 법인 포함)은 국가기관에 대하여 기밀에 관한 사항 등 특별한 경우 이외에는 국가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문서의 열람 및 복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어서, 사무관리규정(1991. 6. 19. 대통령령 제13390호) 제33조 제2항 도 행정기관은 행정기관이 아닌 자가 당해 행정기관에서 보존하고 있는 문서의 열람 또는 복사를 요청하는 때에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를 허가할 수 있다. 다만 비밀 또는 대외비로 분류된 문서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여 행정기관으로 하여금 일반국민의 문서 열람 및 복사신청에 대하여 기밀 등의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하도록 하고 있고, 또한 위에서 본 행정정보공개운영지침을 정한 국무총리훈령도 행정정보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여 일반국민으로 하여금 행정정보의 공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면서 특별한 경우에 한하여 공개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헌법상의 규정과 '알 권리'의 내용 및 위에서 인정한 원고의 목적, 구성 및 활동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단체인 원고도 피고가 보유하고 있는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갖고 있다 할 것이고 따라서 정보의 공개를 거부한 피고의 처분에 대하여 취소를 구할 법률상 정당한 이익이 있다 할 것이다( 대법원 1989. 10. 24. 선고 88누9312 판결 참조).

다. '알 권리'의 제한

그러나 국민의 '알 권리'도 헌법유보( 헌법 제21조 제4항 )와 일반적 법률유보( 헌법 제37조 제2항 )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음은 물론이고, 또한 행정부의 정보공개제도는 기본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자 함에 있다 할 것이나, 이러한 정보공개에는 필연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침해라는 다른 기본권이 충돌하는 문제라든가 행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국가기밀의 유출로 인한 국가안전보장 등이 위협받게 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

그리하여 국민의 '알 권리'도 무제한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헌법 제37조 제2항 에 의하여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는 것이다. 국가안전보장이라 함은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기밀의 보호유지, 국가기관의 보호 등을 포함하는 개념으로서 국가안전기획부법 제13조 제4항 은 "국가기밀이라 함은 국가의 안전에 대한 중대한 불이익을 회피하기 위하여 한정된 인원에게만 지득이 허용되고 다른 국가 또는 집단에 대하여는 비밀로 할 사실, 물건 또는 지식으로서 국가기밀로 분류된 사항에 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국가기밀에는 외교 및 군사기밀도 포함하는 것으로 군사기밀이라 함은 관계 기관에 의하여 적법절차에 따라 군사기밀로 분류표시 또는 고지된 군사관련 사항이어야 할 뿐 아니라 아울러 그 내용이 누설될 경우 국가의 안전보장에 명백히 위험이 초래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내용자체가 실질적인 비밀가치를 지닌 비공지의 사실이라 할 것이다( 헌재 1992. 2. 25. 선고 89헌가104 결정 참조). 이에 따라 군사기밀보호법 제2조 는 "이 법에서 군사기밀이라 함은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한 것으로서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군관련 문서·도화·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 또는 물건으로서 군사기밀이라는 뜻이 표시 또는 고지되거나 보호에 필요한 조치가 행하여진 것과 그 내용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형법 제127조 에 있어서 직무상비밀이라 함은 반드시 법령에 의하여 비밀로 규정되었거나 비밀로 분류 명시된 사항에 한하지 아니하고 정치, 군사, 외교, 경제, 사회적 필요에 따라 비밀로 된 사항은 물론 정부나 공무소 또는 국민이 객관적, 일반적인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도 포함하는 것으로 …실질적으로 그것을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대법원 1996. 5. 10. 선고 95도780 판결 참조).

이러한 국가기밀의 보호유지를 위하여 형법 제98조 제2항 군형법 제13조 , 국가보안법 제4조 제1항 제2호 는 군사상의 기밀을 적 또는 적국에 누설하거나 국가기밀을 탐지, 수집, 전달, 중개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국가공무원법 제60조 는 공무원은 재직중은 물론 퇴직 후에도 직무상 지득한 비밀을 엄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동법 제78조 에서 이를 위반한 경우 징계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지방공무원법도 같은 내용의 규정을 두고 있다. 동법 제52조 , 제69조 참조). 또한 국가안전기획부법 제3조 는 국가안전기획부가 국외정보 및 국내보안정보의 모집·작성 및 배포와 국가기밀에 속하는 문서·자재·시설 및 지역에 대한 보안업무, 정보 및 보안업무의 기획 및 조정의 업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제6조 에서 "안전기획부의 조직 소재지 및 정원은 국가안전보장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이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12조 에서는 "안전기획부의 예산은 국회정보위원회에서 비공개로 하며, 국회정보위원회의 위원은 안전기획부의 예산내역을 공개하거나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제13조 제1항 은 안전기획부 부장은 국회예산결산심사 및 안건심사와 감사원의 감독에 있어서 국가의 안전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기밀사항에 한하여 그 사유를 소명하고 자료의 제출 또는 답변을 거부할 수 있고, 제3항 은 "부장은 국가기밀에 속하는 사항에 관한 자료와 증언 또는 답변에 대하여 이를 공개하지 아니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고 각 규정하고 있다.

국가안전기획부직원법 제17조 제1항 도 "모든 직원은 재직중은 물론 퇴직한 후에 있어서도 직무상 지득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안전기획부법 제3조 제2항 의 보안업무의 수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하여 제정된 보안업무규정(1970. 5. 14. 대통령령 제5004호) 제4조 에 의하면 비밀은 그 중요성과 가치의 정도에 따라 다음 각 호에 의하여 이를 Ⅰ급 비밀, Ⅱ급 비밀 및 Ⅲ급 비밀로 구분하되, Ⅰ급 비밀은 누설되는 경우 대한민국과 외교관계가 단절되고 전쟁을 유발하며, 국가의 방위계획·정보활동 및 국가방위상 필요불가결한 과학과 기술의 개발을 위태롭게 하는 등의 우려가 있는 비밀을 말하고, Ⅱ급 비밀은 누설되는 경우 국가안정보장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비밀을 말하고, Ⅲ급 비밀은 누설되는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비밀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보안업무규정 제6조 는 비밀은 해당등급의 비밀취급인가를 받은 자에 한하여 취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7조 에서는 각 비밀의 취급인가권자를 규정하고 있으며 제24조 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는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속 또는 소속되었던 기관의 장의 승인 없이는 비밀을 공개하지 못한다고 규정함으로써 국가안전기획부가 수집한 국가기밀의 등급, 그의 관리 및 공개에 대하여 자세한 규정을 두고 있다(참고로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 제7조 는 비공개대상정보로서 제1호로 다른 법률 또는 법률에 의한 명령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되거나 비공개사항으로 규정된 정보와 제2호로 공개될 경우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대하여는 공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라. 판 단

을 제2호증, 을 제3호증의 1, 2, 3, 을 제4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안전기획부의 외곽단체인 남북문제연구소가 1996. 9. 24. '한총련의 실체'라는 제목의 비디오테이프를 제작한 바 있는데 이는 한총련 제4기 출범식, 통일선봉대 시위, 연세대사태 등을 촬영한 것이다. 이 비디오테이프는 예비군훈련장에서 예비군을 상대로 상영되었다. 그런데 그 내용 중 일부에 법관이 한총련 시위에 참가한 학생에 대한 검사의 구속영장신청을 기각하였다는 언론매체의 뉴스보도내용을 배경화면으로 처리한 부분과 관련하여 그 내용이 담당판사의 결정을 비방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오해할 염려가 있다는 대법원 등의 지적에 따라 피고가 1996. 11. 12. 대법원장을 상대로 그와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을 것을 약속하며 영상물제작 과정을 자체적으로 조사하여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한 후 같은 달 30. 이를 전량 소각하였다.

(2) 안전기획부는 1996. 6. 24. 국가공무원인 사법연수원생을 안전기획부의 청사 내로 초청하여 Ⅱ급 비밀에 속하는 최근북한정세평가라는 제목의 슬라이드와 Ⅲ급 비밀에 속하는 북한대남공작 및 국내 좌익 활동실태라는 제목의 시나리오 및 슬라이드를 상영하였다가 그 중 Ⅱ급 비밀은 1997. 4. 30. Ⅲ급 비밀은 1996. 9. 23. 향후 활용의 필요성이 있는 부분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내용을 모두 파기하였다. 파기되지 않은 슬라이드와 시나리오는 현재 각각 Ⅱ, Ⅲ급 비밀로 분류되어 다른 형태로 보관되어 있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공개를 구하는 비디오테이프는 소각되어 현재 피고가 보관하고 있지 않음이 인정되므로 그 공개를 구할 수 없게 되었고, 슬라이드와 시나리오는 대부분이 파기되어 현재 그 일부만이 다른 형태로 남아 있는데 앞에서 본 보안업무규정에 따라 각각 Ⅱ, Ⅲ급 비밀로 분류되어 있다. 국가안전기획부는 사법연수생을 상대로 위 시나리오와 슬라이드를 상영할 때 안전기획부의 청사 내에서 상영함으로써 비밀의 보안유지를 꾀하고 일반인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노력한 점이 인정된다. 또한 북한의 대남공작 및 국내 좌익 활동실태에 관한 자료 등은 만일 이를 일반 국민에게 공개한다면 안전기획부가 수집한 정보의 출처와 최근 북한의 군사지역 등에 관한 사진, 북한의 대남공작능력, 밀입북한 한총련 학생의 북한지역에서의 활동, 피고가 비밀리에 수집한 정보의 내용, 입수 경위 등이 일반인에게 노출되는바 이러한 정보의 내용은 객관적·일반적인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으로 보여지므로 실질적으로도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고, 한편 원고가 이와 같은 비밀의 취급인가를 받았다는 사실은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끝으로 원고가 공개를 구하는 위 비디오테이프 및 슬라이드의 제작, 사용, 배포, 보관경위 및 그에 따른 예산집행에 관한 정보 일체에 관하여 보건대, 먼저 국가안전기획부법 제6조 에 의하면 안전기획부의 조직 소재지 및 정원은 국가안전보장을 위하여 공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되어 있는바, 만일 비디오테이프, 슬라이드의 제작 등에 관한 문서 등을 공개하게 되면 슬라이드의 제작 등의 담당자의 부서와 직급, 담당자의 성명 등 인적 사항이 일반인에게 노출되어 안전기획부의 활동조직 및 소재지, 직원의 활동 등이 알려지게 될 뿐 아니라 위 비디오테이프 및 슬라이드의 내용이 각 Ⅱ, Ⅲ급 비밀로 분류되어 있으므로 해당 비밀취급의 인가권자가 누구인지를 알게 되는 등 이 역시 객관적, 일반적인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으로서 실질적으로도 보호할 가치 있는 비밀이라 할 것이다. 또한 예산집행에 관한 정보에 관하여 보건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국가안전기획부법에 의하면 안전기획부의 예산심의는 국회에서마저도 비공개로 심의할 수 있고 국회정보위원회의 위원은 안전기획부의 예산내역을 공개하거나 누설하여서는 아니 되므로 원고가 비디오테이프 및 슬라이드의 제작 등에 소요된 예산집행에 관한 정보에 대하여 공개를 구하는 것은 국가안전기획부법의 규정 취지에 위배되므로 허용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하여 이를 거부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청구는 부당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인 원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홍일표(재판장) 최성준 임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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