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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0. 7. 9. 선고 2019다212594 판결
[근저당권말소][공2020상,1583]
판시사항

[1] 채권자와 근저당권자 사이에 형성된 법률관계의 실체를 밝히는 것이 의사표시 해석의 문제인지 여부(적극) 및 그 해석 방법 / 근저당권설정등기상 근저당권자가 다른 사람과 함께 채무자로부터 유효하게 채권을 변제받을 수 있고 채무자도 그들 중 누구에게든 채무를 유효하게 변제할 수 있는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 그러한 근저당권설정등기의 효력(유효)

[2] 갑이 을에게 금원을 대여하면서 이에 대한 담보로 을의 배우자인 병 소유의 부동산에 갑의 자녀인 무 등의 명의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는데, 병의 채권자인 정 주식회사가 근저당권등기와 피담보채권의 주체가 다르다고 주장하며 무 등을 상대로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구한 사안에서, 갑과 무 등이 불가분적 채권자의 관계에 있다고 볼 여지가 상당한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채권자와 근저당권자 사이에 형성된 법률관계의 실체를 밝히는 것은 단순한 사실인정의 문제가 아니라 의사표시 해석의 영역에 속하는 것일 수밖에 없고, 따라서 그 행위가 가지는 법률적 의미는 채권자와 근저당권자의 관계, 근저당권설정의 동기 및 경위, 당사자들의 진정한 의사와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그리고 근저당권설정등기상 근저당권자가 다른 사람과 함께 채무자로부터 유효하게 채권을 변제받을 수 있고 채무자도 그들 중 누구에게든 채무를 유효하게 변제할 수 있는 관계, 가령 채권자와 근저당권자가 불가분적 채권자의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근저당권설정등기도 유효하다고 볼 것이다.

[2] 갑이 을에게 금원을 대여하면서 이에 대한 담보로 을의 배우자인 병 소유의 부동산에 갑의 자녀인 무 등의 명의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는데, 병의 채권자인 정 주식회사가 근저당권등기와 피담보채권의 주체가 다르다고 주장하며 무 등을 상대로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구한 사안에서, 근저당권자인 무 등이 갑과 함께 유효하게 채권을 변제받을 수 있고 채무자 을도 유효하게 변제할 수 있는 관계, 즉 갑과 무 등이 불가분적 채권자의 관계에 있다고 볼 여지가 상당한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피상고인

주식회사 케이알앤씨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씨앤아이 담당변호사 문성식 외 3인)

피고,상고인

피고 1 외 2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1, 피고 2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한다. 피고 3의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 중 피고 3의 상고로 인한 부분은 피고 3이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 1, 피고 2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원심은, 피고 1, 피고 2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피고 1 또는 피고 2 명의로 각 경료된 이 사건 제1, 2, 3, 5, 6근저당권등기(이하 ‘이 사건 근저당권등기’라 한다)는 소외 1의 소외 2에 대한 채권(이하 ‘이 사건 피담보채권’이라 한다)을 담보하기 위한 것으로 이 사건 근저당권등기와 이 사건 피담보채권의 주체가 다르고, 달리 이 사건 피담보채권이 실질적으로 피고 1, 피고 2에게 귀속되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효인 등기로서 말소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1) 채권자와 근저당권자 사이에 형성된 법률관계의 실체를 밝히는 것은 단순한 사실인정의 문제가 아니라 의사표시 해석의 영역에 속하는 것일 수밖에 없고, 따라서 그 행위가 가지는 법률적 의미는 채권자와 근저당권자의 관계, 근저당권설정의 동기 및 경위, 당사자들의 진정한 의사와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4다32007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근저당권설정등기상 근저당권자가 다른 사람과 함께 채무자로부터 유효하게 채권을 변제받을 수 있고 채무자도 그들 중 누구에게든 채무를 유효하게 변제할 수 있는 관계, 가령 채권자와 근저당권자가 불가분적 채권자의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근저당권설정등기도 유효하다고 볼 것이다 ( 대법원 2001. 3. 15. 선고 99다4894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가) 피고 1, 피고 2가 주장하는 이 사건 피담보채권의 채권자 소외 1은 피고 1, 피고 2의 어머니이고, 채무자 소외 2는 소외 1의 동생으로서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소유자인 소외 3의 남편이다.

나) 소외 2는 원심 증인으로 출석하여 자신이 소외 1로부터 금전을 차용하였고, 자신이 발행한 약속어음과 당좌수표를 소외 1 등이 대신 결제해 주는 등으로 채무를 부담하게 되자 소외 1의 요구로 소외 3의 동의하에 이 사건 각 부동산에 이 사건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다고 증언하였다. 위와 같은 소외 2의 증언은 피고 1, 피고 2가 원심까지 제출한 각 증거들(등기사항증명서, 소외 2의 검찰 진술조서, 채권양도통지서, 부동산가압류신청서, 차용금 증서)의 내용과도 부합한다.

다) 한편 이 사건 근저당권등기는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마쳐졌는데, 이때 소외 1은 60대 중반, 자녀인 피고 1은 40대 초반, 피고 2는 30대 후반의 나이였던 점에 비추어 보면, 소외 1이 사실상 나중에 있을 상속 등의 법률관계를 간명하게 하기 위해 자녀들의 명의로 이 사건 근저당권등기를 마쳐두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라)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소유자인 소외 3 역시 그동안의 금전거래상황이나 내용을 모두 알면서 이 사건 근저당권등기를 피고 1, 피고 2 명의로 마쳐준 것으로 보이고, 그 이후 소외 1, 소외 2, 소외 3, 피고 1, 피고 2 등 사이에 이 사건 근저당권등기나 그에 관련된 법률관계에 대해 별다른 문제나 분쟁도 없었다.

3) 이러한 사실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채권자(소외 1)와 근저당권자(피고 1, 피고 2), 채무자(소외 2)의 관계, 근저당권설정의 동기 및 경위, 당사자들의 진정한 의사와 목적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근저당권등기상 근저당권자인 피고 1, 피고 2가 소외 1과 함께 유효하게 채권을 변제받을 수 있고 채무자 소외 2도 유효하게 변제할 수 있는 관계, 즉 소외 1과 피고 1, 피고 2가 불가분적 채권자의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채무자 소외 2와 소외 1의 약정 등을 통해서 소외 1이 소외 2에 대하여 갖는 대여금 등 채권을 피고 1, 피고 2에게 귀속시키기로 하였는지 등에 대하여 충분히 심리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러한 법률관계 당사자이자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들의 주장이나 증언 등을 충분히 살펴보지 않은 채 단순히 이 사건 근저당권등기를 유효라고 볼 특별한 사정에 대한 증거가 없다고 단정하여, 권리의 대위행사자 지위에서 이 사건 근저당권등기의 무효를 주장하는 원고의 청구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근저당권설정등기의 효력과 의사표시의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피고 3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근저당권의 성립 당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을 성립시키는 법률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존재를 주장하는 측에 있는데, 이 사건 제4근저당권은 그 피담보채권이 실제 존재한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피담보채권의 존재를 주장하는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에 대한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1, 피고 2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 3의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 중 피고 3의 상고로 인한 부분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김재형 민유숙(주심) 이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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