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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4다32007 판결
[근저당권말소][미간행]
판시사항

[1] 의사표시와 관련하여 ‘사실인정’과 법률적 판단의 영역에 속하는 ‘의사표시의 해석’의 구별

[2] 근저당권자와 근저당권 설정자의 행위가 가지는 법률적 의미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 그 법률관계의 실체를 밝히는 것이 의사표시 해석의 문제인지 여부(적극) 및 그 해석 방법

[3] 갑이 어머니인 을로부터 부동산을 증여받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는데, 갑의 형제인 병 등이 위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치자, 갑이 병 등을 상대로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구한 사안에서, 갑이 병 등에게 위 부동산 중 일부 지분을 이전하여 주기로 약정한 점 등에 비추어, 병 등이 갑이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는 것을 방지함과 동시에 부동산과 관련하여 장차 병 등이 갑에 대하여 갖게 될 금전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근저당권을 설정받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함에도, 이와 달리 위 근저당권설정등기가 피담보채권이 존재하지 않는 무효의 등기라고 본 원심판결에 의사표시의 해석을 그르친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피고 1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피고들이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소유자인 원고 임의대로 재산권행사를 하지 못하도록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피고들 명의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그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없고, 피고들이 피담보채권의 존재와 구체적 액수 및 지목이 도로인 이 사건 각 부동산에 시가를 훨씬 초과하는 채권최고액이 정해지게 된 산출과정, 원인서류의 존재 여부 등에 대하여 설득력 있는 주장 및 증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는 그 피담보채권이 존재하지 않는 무효의 등기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받아들일 수 없다.

(1) 의사표시와 관련하여, 당사자에 의하여 무엇이 표시되었는가 하는 점과 그것으로써 의도하는 목적을 확정하는 것은 사실인정의 문제이고, 인정된 사실을 토대로 그것이 가지는 법률적 의미를 탐구 확정하는 것은 이른바 의사표시의 해석으로서, 이는 사실인정과는 구별되는 법률적 판단의 영역에 속한다. 그리고 어떤 목적을 위하여 한 당사자의 일련의 행위가 법률적으로 다듬어지지 아니한 탓으로 그것이 가지는 법률적 의미가 명확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것을 법률적인 관점에서 음미, 평가하여 그 법률적 의미가 무엇인가를 밝히는 것 역시 의사표시의 해석에 속한다 ( 대법원 2001. 3. 15. 선고 99다4894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근저당권자와 근저당권 설정자의 행위가 가지는 법률적 의미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 그 법률관계의 실체를 밝히는 것은 단순한 사실인정의 문제가 아니라 의사표시 해석의 영역에 속하는 것일 수밖에 없고, 따라서 그 행위가 가지는 법률적 의미는 근저당권자와 근저당권 설정자의 관계, 근저당권설정의 동기 및 경위, 당사자들의 진정한 의사와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1. 1. 13. 선고 2010다69940 판결 참조).

(2)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① 원고와 피고들, 소외 1, 2, 3, 4는 아버지 소외 5와 어머니 소외 6 사이에서 태어난 형제자매이다(원심은 소외 7이 원·피고들과 형제 사이이고 소외 7의 어머니도 소외 6이라고 설시하였으나 이는 착오로 보인다.).

② 원고는 2004. 1. 30. 소외 6으로부터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증여받아 단독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2006. 4. 7. 채권최고액 3억 원, 채무자 원고, 근저당권자 피고들인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마쳐져 있고, 이때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작성된 근저당권설정계약서에는 ‘근저당권설정자는 채무자가 채권최고액의 범위 안에서 채권자에 대하여 기왕 현재 부담하거나 장래 부담하게 될 단독 혹은 연대채무나 보증인으로서 기명날인한 차용금증서·각서·지급증서 등의 채무와 발행·배서·보증·인수한 모든 어음채무 및 수표금상의 채무 또는 상거래로 인하여 생긴 모든 채무를 담보하고자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③ 피고들은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마쳐진 경위에 관하여, 피고들이 원고와 사이에 소외 6으로부터 이 사건 각 부동산을 공동으로 증여받기로 합의하였으나, 일단 원고 단독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다음, 원고의 임의적인 재산권행사를 방지하기 위해 피고들 명의로 이 사건 각 근저당권을 설정받은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반면, 원고는 그 등기의 경위에 관하여, 원고가 소외 6에게 맡겨놓은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등기권리증과 원고의 인감도장, 인감증명을 피고들이 함부로 건네받아 원고의 동의 없이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④ 원고가 2012. 9. 12. 이 사건 각 부동산 중 각 7분의 1 지분에 관하여 소외 1, 3, 4, 7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⑤ 원고는 2013. 1.경 피고들을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 등으로 고발하고, 피고들에게 2013. 1. 31.까지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한 다음, 피고들이 응하지 않자 2013. 3. 28.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⑥ 원고는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피고들이 소외 6에게 왜 원고에게만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증여해 주었냐고 하여, 소외 6이 원고에게 공동명의로 하겠으니 등기권리증과 인감도장, 인감증명서를 가져오라고 하였고, 이에 원고가 소외 6에게 등기권리증 등을 갖다 주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3) 앞에서 본 법리에 따라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살펴본다.

원고와 피고들 간에 이루어진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의 법률적 의미를 밝히는 것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의사표시의 해석에 속하는 일로서 사실인정이 아닌 법률적 판단의 영역에 속한다.

기록에 의하면, 원고가 피고들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 중 3분의 1 또는 7분의 1 지분을 이전하여 주기로 약정한 사실은 넉넉히 인정되고, 원고가 피고들에게 이 사건 근저당권을 적법하게 설정하여 준 사실은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마쳐진 사실로부터 추정된다. 여기에 앞에서 본 근저당권설정계약서의 문언, 원고와 피고들의 관계, 원고가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 경위 및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지목과 면적 등을 더하여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피고들은 원고로부터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지분이전등기를 마치는 대신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받았다고 할 것인데, 이는 원고가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는 것을 방지하는 사실상의 효과를 기대하는 동시에, 만일 원고가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이 사건 각 부동산이 수용 또는 협의매수될 경우 지분이전의무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이나 보상금에 대한 대상청구권 등 이 사건 각 부동산과 관련하여 장차 피고들이 원고에 대하여 갖게 될 금전채권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고, 그와 같이 보는 것이 일련의 과정에 나타난 당사자들의 진정한 의사에 부합하는 해석일 것이다.

(4) 그런데도 피고들이 원고로부터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아무런 피담보채권이 없는 근저당권을 설정받았다는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의사표시의 해석을 그르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그러므로 피고들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하여 판단하지 아니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상훈(재판장) 신영철 김창석 조희대(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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