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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0. 2. 13. 선고 2019도5186 판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국가공무원법위반·공직선거법위반·강요·위증·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국고등손실)][공2020상,644]
판시사항

[1]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말하는 ‘직권남용’의 의미 및 남용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 어떠한 직무가 공무원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인정하기 위한 요건

[2] 공무원이 한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이 한 일이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및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 직권남용 행위의 상대방이 일반 사인인 경우, 상대방에게 어떠한 행위를 하게 하였다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3]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에게 직권이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범죄인지 여부(적극) / 공무원이 퇴임 전에 범행을 공모하였으나 공직에서 퇴임한 경우, 퇴임 후의 범행에 관하여 공범으로서 책임을 지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4] 강요죄에서 말하는 ‘협박’의 의미와 내용 / 행위자가 직업이나 지위에 기초하여 상대방에게 어떠한 이익 등의 제공을 요구한 경우, 그 요구 행위가 강요죄의 수단으로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 공무원인 행위자가 상대방에게 어떠한 이익 등의 제공을 요구하였으나 위와 같은 해악의 고지로 인정될 수 없는 경우, 강요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5] 대통령비서실장 및 정무수석비서관실 소속 공무원들인 피고인들이, 2014~2016년도의 3년 동안 각 연도별로 전국경제인연합회에 특정 정치성향 시민단체들에 대한 자금지원을 요구하고 그로 인하여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갑으로 하여금 해당 단체들에 자금지원을 하도록 하였다고 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의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들이 자금지원을 요구한 행위는 대통령비서실장과 정무수석비서관실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직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하고, 갑은 위 직권남용 행위로 인하여 자금지원 결정이라는 의무 없는 일을 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하고, 한편 피고인들의 자금지원 요구를 강요죄의 성립 요건인 협박, 즉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강요죄의 협박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직권을 행사하는 모습으로 실질적, 구체적으로 위법·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에 성립한다. ‘직권남용’이란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그 권한을 위법·부당하게 행사하는 것을 뜻한다. 어떠한 직무가 공무원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그에 관한 법령상 근거가 필요하다. 법령상 근거는 반드시 명문의 규정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법령과 제도를 종합적, 실질적으로 살펴보아 그것이 해당 공무원의 직무권한에 속한다고 해석되고, 이것이 남용된 경우 상대방으로 하여금 사실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를 방해하기에 충분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일반적 직무권한에 포함된다.

남용에 해당하는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구체적인 공무원의 직무행위가 본래 법령에서 그 직권을 부여한 목적에 따라 이루어졌는지, 직무행위가 행해진 상황에서 볼 때 필요성·상당성이 있는 행위인지, 직권행사가 허용되는 법령상의 요건을 충족했는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공무원이 한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하여 그러한 이유만으로 상대방이 한 일이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하는지는 직권을 남용하였는지와 별도로 상대방이 그러한 일을 할 법령상 의무가 있는지를 살펴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직권남용 행위의 상대방이 일반 사인인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권에 대응하여 따라야 할 의무가 없으므로 그에게 어떠한 행위를 하게 하였다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할 수 있다.

[3]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에게 직권이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범죄이고, 직권은 국가의 권력 작용에 의해 부여되거나 박탈되는 것이므로, 공무원이 공직에서 퇴임하면 해당 직무에서 벗어나고 그 퇴임이 대외적으로도 공표된다. 공무원인 피고인이 퇴임한 이후에는 위와 같은 직권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퇴임 후에도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으로 퇴임 전 공모한 범행에 관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계속되었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퇴임 후의 범행에 관하여는 공범으로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4]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범죄이다. 여기에서 협박은 객관적으로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은 협박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발생 가능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정도의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있어야 한다. 행위자가 직업이나 지위에 기초하여 상대방에게 어떠한 이익 등의 제공을 요구하였을 때 그 요구 행위가 강요죄의 수단으로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자의 지위뿐만 아니라 그 언동의 내용과 경위, 요구 당시의 상황, 행위자와 상대방의 성행·경력·상호관계 등에 비추어 볼 때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요구에 불응하면 어떠한 해악에 이를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행위자와 상대방이 행위자의 지위에서 상대방에게 줄 수 있는 해악을 인식하거나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었는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 공무원인 행위자가 상대방에게 어떠한 이익 등의 제공을 요구한 경우 위와 같은 해악의 고지로 인정될 수 없다면 직권남용이나 뇌물 요구 등이 될 수는 있어도 협박을 요건으로 하는 강요죄가 성립하기는 어렵다.

[5] 대통령비서실장 및 정무수석비서관실 소속 공무원들인 피고인들이, 2014~2016년도의 3년 동안 각 연도별로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이라 한다)에 특정 정치성향 시민단체들에 대한 자금지원을 요구하고 그로 인하여 전경련 부회장 갑으로 하여금 해당 단체들에 자금지원을 하도록 하였다고 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의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들이 위와 같이 자금지원을 요구한 행위는 대통령비서실장과 정무수석비서관실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직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하고, 갑은 위 직권남용 행위로 인하여 전경련의 해당 보수 시민단체에 대한 자금지원 결정이라는 의무 없는 일을 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하고, 한편 대통령비서실 소속 공무원이 그 지위에 기초하여 어떠한 이익 등의 제공을 요구하였다고 해서 곧바로 그 요구를 해악의 고지라고 평가할 수 없는 점, 요구 당시 상대방에게 그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해악에 이를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였다고 평가할 만한 언동의 내용과 경위, 요구 당시의 상황, 행위자와 상대방의 성행·경력·상호관계 등에 관한 사정이 나타나 있지 않은 점, 전경련 관계자들이 대통령비서실의 요구를 받고도 그에 따르지 않으면 정책 건의 무산, 전경련 회원사에 대한 인허가 지연 등의 불이익을 받는다고 예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볼 만한 사정도 제시되지 않은 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자금지원 요구를 강요죄의 성립 요건인 협박, 즉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강요죄의 협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1 외 8인

상 고 인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 피고인 5, 피고인 7, 피고인 8, 피고인 9 및 검사(피고인 1, 피고인 3, 피고인 4, 피고인 5, 피고인 6, 피고인 9에 대하여)

변 호 인

법무법인 선정 외 15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7, 피고인 8, 피고인 9에 대한 부분(피고인 3, 피고인 9는 이유무죄 부분 포함), 피고인 4의 유죄 부분과 피고인 1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2017. 11. 24. 위증 부분(이유무죄 부분 포함), 피고인 5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등손실)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인 1, 피고인 5의 나머지 상고, 검사의 피고인 6, 피고인 4에 대한 상고와 피고인 1, 피고인 5에 대한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서면들은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피고인 4, 피고인 5, 피고인 6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범죄가중법’이라고 한다) 위반(뇌물) 부분

원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위 피고인들이 직무와 관련하여 돈을 수수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항소이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뇌물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피고인 5의 공직선거법 위반 부분

원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피고인 5의 행위가 경선운동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경선운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상고이유로 들고 있는 대법원판결은 이 사건과 사안이 다르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다. 피고인 6의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 부분

원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 6이 이 부분 국고 등 손실 범행에 적극 가담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항소이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국고 등 손실 범행의 기수시기, 공모와 기능적 행위지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상고이유로 들고 있는 대법원판결은 이 사건과 사안이 다르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라. 피고인 1, 피고인 3, 피고인 9의 위증 부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1) 피고인 1의 2017. 6. 12. 판시 증언과 2017. 11. 24. ○○○○ 영화 관람석 매입 관련 증언은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2) 피고인 3의 보조금 TF 문건 생산 관련 증언은 허위의 진술을 하였다가 이후 증인신문이 끝나기 전에 허위 진술을 철회하고 바로잡았고, 위 문건 보고 관련 증언은 기억에 반하는 허위의 진술을 하였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며, 설령 그렇더라도 증인신문이 끝나기 전에 허위 진술을 철회하고 바로잡았다. (3) 피고인 9의 △△△△△△ 집회 지시 관련 증언은 기억에 반하여 허위의 진술을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증언의 취지와 허위성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 피고인 5, 피고인 8, 피고인 9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 피고인 5, 피고인 8, 피고인 9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부분

1)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성립 및 공동정범

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직권을 행사하는 모습으로 실질적, 구체적으로 위법·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에 성립한다. ‘직권남용’이란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그 권한을 위법·부당하게 행사하는 것을 뜻한다. 어떠한 직무가 공무원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그에 관한 법령상 근거가 필요하다. 법령상 근거는 반드시 명문의 규정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법령과 제도를 종합적, 실질적으로 살펴보아 그것이 해당 공무원의 직무권한에 속한다고 해석되고, 이것이 남용된 경우 상대방으로 하여금 사실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를 방해하기에 충분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일반적 직무권한에 포함된다 (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1도1739 판결 , 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8도1379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남용에 해당하는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구체적인 공무원의 직무행위가 본래 법령에서 그 직권을 부여한 목적에 따라 이루어졌는지, 직무행위가 행해진 상황에서 볼 때 필요성·상당성이 있는 행위인지, 직권행사가 허용되는 법령상의 요건을 충족했는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7. 2. 22. 선고 2006도3339 판결 , 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8도223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공무원이 한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하여 그러한 이유만으로 상대방이 한 일이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하는지는 직권을 남용하였는지와 별도로 상대방이 그러한 일을 할 법령상 의무가 있는지를 살펴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직권남용 행위의 상대방이 일반 사인인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권에 대응하여 따라야 할 의무가 없으므로 그에게 어떠한 행위를 하게 하였다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할 수 있다 ( 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8도223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1)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 피고인 5, 피고인 8, 피고인 9가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이라 한다)에 특정 정치성향 시민단체에 대한 자금지원을 요구한 행위는 대통령비서실장과 정무수석비서관실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직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하고, (2) 공소외 1은 위 직권남용 행위로 인하여 전경련의 해당 보수 시민단체에 대한 자금지원 결정이라는 의무 없는 일을 하였으며, (3) 위 피고인들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실현하려는 공동가공의 의사와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되고, (4) 위 직권남용 행위는 형법 제20조 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를 비롯한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위 피고인들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공동정범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상고이유로 들고 있는 대법원판결은 이 사건과 사안이 다르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2) 피고인 3, 피고인 4에 대한 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 범위

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에게 직권이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범죄이고, 직권은 국가의 권력 작용에 의해 부여되거나 박탈되는 것이므로, 공무원이 공직에서 퇴임하면 해당 직무에서 벗어나고 그 퇴임이 대외적으로도 공표된다. 공무원인 피고인이 퇴임한 이후에는 위와 같은 직권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퇴임 후에도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으로 퇴임 전 공모한 범행에 관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계속되었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퇴임 후의 범행에 관하여는 공범으로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 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8도223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동일 죄명에 해당하는 수 개의 행위 또는 연속된 행위를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 아래 일정 기간 계속하여 행하고 그 피해법익도 동일한 경우에는 이들 각 행위를 통틀어 포괄일죄로 처단하여야 할 것이나, 범의의 단일성과 계속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범행방법이 동일하지 않은 경우에는 각 범행은 실체적 경합범에 해당한다( 대법원 2005. 9. 30. 선고 2005도4051 판결 ,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8도10779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각 연도별로 해당 피고인들에 대한 공동정범의 성립 범위가 특정된 이 사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전체가 포괄일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다만 검사가 공소를 제기한 범위 내에서 범죄의 성부 및 죄책을 판단하여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피고인 3, 피고인 4에 대하여 각각 퇴임 전후의 범행을 포함한 2014년도 범행 전체와 2015년도 범행 전체에 대하여 공동정범을 인정하였다.

다)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범행은 각 연도별로 그 범위 내에서만 포괄일죄가 인정되고, 피고인 3, 피고인 4는 각각 2014년도 부분과 2015년도 부분의 퇴임 전 공모한 범행에 관하여 퇴임 후에도 기능적 행위지배가 계속되었다고 볼 수 있다.

(1) 이 사건 특정 정치성향 단체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게 된 계기는 피고인 2가 보수단체를 재정적으로 지원하여 이를 국정 운영의 지지단체로 활용하기로 마음먹은 것에서 시작되었으나, 공소사실 기재 및 원심판결이 일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인정한 범죄사실 기재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구체적인 범행 결의와 방법, 내용은 매년 각 연도별로 공동정범 사이에서 별도로 정하여 그에 따라 각각 이루어졌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각 연도별 자금지원 요구 행위들 사이에서는 범의의 단일성과 방법의 동일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각 연도 내에서 행하여진 자금지원 요구와 그에 따라 이루어진 여러 보수단체들에 대한 수차례의 자금지원 행위들이 포괄일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있다.

(2) 2014년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부분은 피고인 3이 피고인 2 등과 순차 공모하여 공소외 1로 하여금 총 21개 특정 보수단체에 합계 2,389,935,000원을 지원하게 하는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피고인 3은 2013. 8. 6.부터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하다가 2014. 6. 13. 퇴임하였다. 그러나 피고인 3이 공범들과 순차 공모하여 전경련에 특정 보수단체에 대한 자금지원을 요구한 것, 즉 직권남용 행위를 한 것은 2014. 1.경이고, 그 내용은 총 15개 단체에 단체별 지원금 합계 30억 원을 지원해달라는 취지였다. 전경련의 자금지원은 2014. 2.경부터 시작되었는데, 피고인 3은 그 후인 2014. 3. 18. 공소외 1에게 직접 자금지원을 재차 요구하기도 하였고, 그 과정에서 공소외 1로부터 당초 자금지원을 요구한 단체들 중 일부 단체를 지원대상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청받아 전경련이 일부 단체에 대한 지원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피고인 3이 퇴임하기 전인 2014. 5.경 피고인 1은 전경련 주무관 공소외 2에게 전경련으로부터 지원대상 제외를 요청받은 특정 보수단체 중 3개 단체를 대신하여 위 3개 단체에 대한 당초 요구금액으로 다른 10개 단체에 자금을 지원하라고 지시하였다. 최종적으로 2014년도 자금지원은 당초 요구한 지원금 합계 30억 원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3은 당초 요구한 15개 단체뿐 아니라 그중 3개 단체 대신 추가된 10개 단체에 대한 자금지원을 포함한 2014년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범행 전체에 대하여 공동가공의 의사와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하였다고 볼 수 있다.

(3) 2015년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부분은 피고인 4가 피고인 8 등과 순차 공모하여 공소외 1로 하여금 총 31개 특정 보수단체에 합계 3,509,611,050원을 지원하게 하는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피고인 4는 2014. 6. 14.부터 정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하다가 2015. 5. 20. 퇴임하였다. 그러나 피고인 4가 공범들과 순차 공모하여 전경련에 특정 보수단체에 자금지원을 요구한 것, 즉 직권남용 행위를 한 것은 2014. 12.경이고, 그 내용은 총 31개 단체에 단체별 지원금 합계 40억 원을 지원해달라는 취지였으며, 그에 따른 전경련의 자금지원은 2015. 1.경부터 시작되었다. 최종적으로 2015년도 자금지원은 당초 요구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4는 퇴임 전후 걸쳐 이루어진 2015년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범행 전체에 대하여 공동가동의 의사와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하였다고 볼 수 있다.

라) 따라서 원심이 3년간에 걸친 이 사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전부를 포괄일죄로 판단한 것은 포괄일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으나, 피고인 3에 대하여 2014년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소사실 전체에 대하여, 피고인 4에 대하여 2015년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소사실 전체에 대하여 공동정범의 성립을 인정한 것에 피고인 3, 피고인 4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포괄일죄, 공동정범의 책임 범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나.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 피고인 5, 피고인 8, 피고인 9의 강요 부분

1)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범죄이다. 여기에서 협박은 객관적으로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은 협박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발생 가능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정도의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있어야 한다. 행위자가 직업이나 지위에 기초하여 상대방에게 어떠한 이익 등의 제공을 요구하였을 때 그 요구 행위가 강요죄의 수단으로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자의 지위뿐만 아니라 그 언동의 내용과 경위, 요구 당시의 상황, 행위자와 상대방의 성행·경력·상호관계 등에 비추어 볼 때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요구에 불응하면 어떠한 해악에 이를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행위자와 상대방이 행위자의 지위에서 상대방에게 줄 수 있는 해악을 인식하거나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었는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 공무원인 행위자가 상대방에게 어떠한 이익 등의 제공을 요구한 경우 위와 같은 해악의 고지로 인정될 수 없다면 직권남용이나 뇌물 요구 등이 될 수는 있어도 협박을 요건으로 하는 강요죄가 성립하기는 어렵다 ( 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8도1379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2) 검사는 위 2의 가.항과 같이 위 피고인들이 전경련에 특정 정치성향 시민단체에 대한 자금지원을 요구한 행위를 직권남용으로 기소하면서 동일한 행위에 관하여 동일한 상대방에 대한 강요로도 공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은 위 요구가 강요죄의 협박에 해당한다고 인정하여 이 부분 강요 범행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3)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판시한 사정만으로는 위 요구를 강요죄의 요건인 협박, 즉 해악의 고지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원심은 위 요구가 강요죄의 협박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면서 그 주된 근거로 대통령을 직접 보좌하면서 대통령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대통령과 행정각부, 국회, 기업 사이의 의사소통의 통로가 되는 등 기업 활동에 대하여 직무상 또는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통령비서실의 권한과 지위를 이용하여 요구하였다는 것을 들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비서실 소속 공무원이 그 지위에 기초하여 어떠한 이익 등의 제공을 요구하였다고 해서 곧바로 그 요구를 해악의 고지라고 평가할 수는 없고, 위에서 살펴본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이러한 요구 당시 상대방에게 그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해악에 이를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였다고 평가할 만한 언동의 내용과 경위, 요구 당시의 상황, 행위자와 상대방의 성행·경력·상호관계 등에 관한 사정이 나타나 있지 않다. 전경련 관계자들이 대통령비서실의 요구를 받고도 그에 따르지 않으면 정책 건의 무산, 전경련 회원사에 대한 인허가 지연 등의 불이익을 받는다고 예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볼 만한 사정도 제시되지 않았다. 원심은 위 피고인들이 전경련에 자금지원을 요청하면서 윗선을 언급하거나 감액 요청을 거절하거나 자금집행을 독촉하고 관련된 보수 시민단체의 불만 및 민원사항을 전달하며 정기적으로 자금지원 현황을 확인하였으며, 피고인 5가 부임인사차 면담을 요청하는 공소외 1을 만나주지 않았다는 등의 사정을 들고 있으나,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해악의 고지가 있었다고 평가하기에 부족하다. 또한 전경련 관계자들의 진술은 그 내용이 주관적이거나 대통령비서실의 요구가 지원 대상 단체와 단체별 금액을 특정한 구체적인 요구라서 부담감과 압박감을 느꼈다는 것에 불과하다.

요컨대, 위 요구를 강요죄의 성립 요건인 협박, 즉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부분 요구가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 것을 전제로 이 부분 강요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강요죄의 협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위 피고인들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가 있다.

다. 피고인 5의 공직선거법 위반 부분

원심은, 피고인 5가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하여 정당 지지도 조사 등 다수의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당 내 공천관리위원회 구성 및 공천에 관여하는 등 일련의 행위를 함으로써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운동의 기획에 참여하거나 그 기획의 실시에 관여하고 정당 또는 후보자에 대한 선거권자의 지지도를 조사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선거운동, 당내경선운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한편 이 부분 공소사실이 특정되어 있지 않다는 주장은 원심에서 항소이유로 주장하거나 원심이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지 않은 것을 상고심에서 새로이 주장하는 것이므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라. 피고인 5의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 부분

원심은, 피고인 5가 피고인 7로부터 국가정보원에 여론조사비용 지원을 요청하겠다는 보고를 받고 이를 승인한 후 구체적인 진행 경과를 보고받았으며, 이 부분 국고 등 손실 범행에 관한 공모관계와 기능적 행위지배도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피고인 5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항소이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공동정범, 횡령죄의 기수시기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마. 피고인 1의 공직선거법 위반과 국가공무원법 위반 부분

원심은, 피고인 1이 특정 정당이나 정치단체를 지지·반대하는 시위운동을 기획·원조하고,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운동의 기획에 참여하거나 그 기획의 실시에 관여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판단하여, 피고인 1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항소이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선거운동, 공무원의 지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바. 피고인 1, 피고인 3, 피고인 9의 위증 부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1) 피고인 1의 ○○○○ 영화에 관한 ◇◇◇◇◇◇◇◇ 성명 및 동영상 관련 증언은 기억에 반하는 허위 진술에 해당한다. (2) 피고인 3의 보조금 TF 구성 지시 관련 증언과 보조금 TF 인수인계 관련 증언은 기억에 반하는 허위 진술에 해당한다. (3) 피고인 9의 ○○○○ 영화 대응에 관한 지시 관련 증언은 기억에 반하는 허위 진술에 해당한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위증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 피고인 5, 피고인 8, 피고인 9에 대한 강요 부분은 위 2의 나.항에서 본 것과 같은 이유로 파기되어야 한다. 위 파기이유는 공동피고인인 피고인 7에 대한 강요 부분에 관하여도 공통되므로 형사소송법 제392조 의 규정에 따라 피고인 7의 이 부분 원심판결도 아울러 파기되어야 한다. 그리고 위 파기 부분과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는 부분 및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된 유죄 부분도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결국 원심판결 중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7, 피고인 8, 피고인 9에 대한 부분(피고인 3, 피고인 9는 이유무죄 부분 포함), 피고인 4의 유죄 부분과 피고인 1의 공직선거법 위반, 국가공무원법 위반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유죄 부분(이유무죄 부분 포함), 피고인 5의 공직선거법 위반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유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 중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7, 피고인 8, 피고인 9에 대한 부분(피고인 3, 피고인 9는 이유무죄 부분 포함), 피고인 4의 유죄 부분과 피고인 1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2017. 11. 24. 위증 부분(이유무죄 부분 포함), 피고인 5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며, 피고인 1, 피고인 5의 나머지 상고와 검사의 피고인 6, 피고인 4에 대한 상고 및 피고인 1, 피고인 5에 대한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희대 민유숙(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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