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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1. 9. 29. 선고 2011도6223 판결
[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공2011하,2284]
판시사항

[1] 사망한 사람 명의의 사문서를 위조한 경우 문서명의인이 생존하고 있다는 점이 문서의 중요한 내용을 이루거나 그 점을 전제로 문서가 작성되었다면, 사망한 명의자의 승낙이 추정된다는 이유로 사문서위조죄의 성립을 부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피고인이 자신의 부(부) 갑에게서 갑 소유 부동산 매매에 관한 권한 일체를 위임받아 이를 매도하였는데, 그 후 갑이 갑자기 사망하자 소유권 이전에 사용할 목적으로 갑이 자신에게 인감증명서 발급을 위임한다는 취지의 인감증명 위임장을 작성하여 주민센터 담당직원에게 제출한 사안에서, 피고인에게 무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사망한 사람 명의의 사문서위조죄에서 승낙 내지 추정적 승낙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문서위조죄는 문서의 진정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이므로 행사할 목적으로 작성된 사문서가 일반인으로 하여금 당해 명의인의 권한 내에서 작성된 문서라고 믿게 할 수 있는 정도의 형식과 외관을 갖추고 있으면 사문서위조죄가 성립하고, 위와 같은 요건을 구비한 이상 명의인이 문서의 작성일자 전에 이미 사망하였더라도 그러한 문서 역시 공공의 신용을 해할 위험성이 있으므로 사문서위조죄가 성립한다. 위와 같이 사망한 사람 명의의 사문서에 대하여도 문서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서명의인이 이미 사망하였는데도 문서명의인이 생존하고 있다는 점이 문서의 중요한 내용을 이루거나 그 점을 전제로 문서가 작성되었다면 이미 문서에 관한 공공의 신용을 해할 위험이 발생하였다 할 것이므로, 그러한 내용의 문서에 관하여 사망한 명의자의 승낙이 추정된다는 이유로 사문서위조죄의 성립을 부정할 수는 없다.

[2] 피고인이 자신의 부(부) 갑에게서 갑 소유 부동산의 매매에 관한 권한 일체를 위임받아 이를 매도하였는데, 그 후 갑이 갑자기 사망하자 부동산 소유권 이전에 사용할 목적으로 갑이 자신에게 인감증명서 발급을 위임한다는 취지의 인감증명 위임장을 작성한 후 주민센터 담당직원에게 이를 제출한 사안에서, 갑의 사망으로 포괄적인 명의사용의 근거가 되는 위임관계 내지 포괄적인 대리관계는 종료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은 더 이상 위임받은 사무처리와 관련하여 갑의 명의를 사용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이 사망한 갑의 명의를 모용한 인감증명 위임장을 작성하여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할 급박한 사정이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으며, 인감증명 위임장은 본래 생존한 사람이 타인에게 인감증명서 발급을 위임한다는 취지의 문서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사망한 갑이 ‘병안 중’이라는 사유로 피고인에게 인감증명서 발급을 위임한다는 취지의 인감증명 위임장이 작성됨으로써 문서에 관한 공공의 신용을 해할 위험성이 발생하였다 할 것이고, 피고인이 명의자 갑이 승낙하였을 것이라고 기대하거나 예측한 것만으로는 사망한 갑의 승낙이 추정된다고 단정할 수 없는데도, 이와 달리 피고인에게 무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사망한 사람 명의의 사문서위조죄에서 승낙 내지 추정적 승낙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문서위조죄는 작성권한 없는 자가 타인 명의를 모용하여 사문서를 작성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므로, 문서명의인이 문서작성자에게 사전에 문서작성이 포함된 사무를 처리할 권한을 포괄적으로 위임하였고, 문서작성자가 위임된 권한의 범위 내에서 그 사무처리를 위하여 문서를 작성한 것이라면, 비록 문서작성자가 개개의 문서작성에 관하여 문서명의인으로부터 승낙을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사문서위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할 것이지만, 그와 같은 포괄적인 명의사용의 근거가 되는 위임관계 내지 대리관계가 종료된 경우에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더 이상 위임받은 사무의 처리와 관련하여 위임인의 명의를 사용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문서위조죄는 문서의 진정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이므로 행사할 목적으로 작성된 사문서가 일반인으로 하여금 당해 명의인의 권한 내에서 작성된 문서라고 믿게 할 수 있는 정도의 형식과 외관을 갖추고 있으면 사문서위조죄가 성립하는 것이고, 위와 같은 요건을 구비한 이상 그 명의인이 문서의 작성일자 전에 이미 사망하였다 하더라도 그러한 문서 역시 공공의 신용을 해할 위험성이 있으므로 사문서위조죄가 성립한다 ( 대법원 2005. 2. 24. 선고 2002도1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위와 같이 사망한 사람 명의의 사문서에 대하여도 그 문서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서명의인이 이미 사망하였는데도 문서명의인이 생존하고 있다는 점이 문서의 중요한 내용을 이루거나 그 점을 전제로 문서가 작성되었다면 이미 그 문서에 관한 공공의 신용을 해할 위험이 발생하였다 할 것이므로, 그러한 내용의 문서에 관하여 사망한 명의자의 승낙이 추정된다는 이유로 사문서위조죄의 성립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2010. 2. 24. 15:00경 인천 남동구 만수동 소재 만수2동 주민센터 내에서 행사할 목적으로 망 공소외 1로부터 그의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는 권한을 위임받은 것처럼 함부로 인감증명 위임장 또는 법정대리인 동의서의 위임자란에 “ 공소외 1”, 주민등록번호란에 “ (주민등록번호 생략)”, 주소란에 “인천 남구 용현동 (이하 생략)”라고 기재하고, 공소외 1의 성명 옆에 “ 공소외 1”의 도장을 날인하여 공소외 1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문서인 인감증명 위임장 또는 법정대리인 동의서 1매를 위조하고, 즉석에서 그 정을 모르는 위 만수2동 주민센터 성명불상 담당직원에게 마치 진정하게 성립한 인감증명 위임장 또는 법정대리인 동의서인 것처럼 제출하여 이를 행사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다음의 사실, 즉 피고인의 아버지인 공소외 1 소유의 인천 남구 용현동 (이하 생략) 대지 및 그 지상 건물(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에 관하여 임차인 공소외 2가 인천지방법원 2009가단71373호 임대차보증금반환 사건의 집행력있는 판결 정본에 기하여 강제경매를 신청하여 2009. 12. 9. 강제경매 개시결정이 내려진 사실, 공소외 1은 2010. 2. 4. 이 사건 부동산의 매매에 관한 권한 일체를 피고인에게 위임하여, 같은 날 이 사건 부동산을 공소외 3 외 1인에게 매매대금 1억 3,500만 원으로 정하여 매도하였는데,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서에는 ‘대리인’란에 피고인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고, 피고인 명의의 도장도 날인되어 있는 사실, 피고인은 공소외 3으로부터 매매대금 중 4,000만 원을 교부받아 2010. 2. 10.경 공소외 2에게 임대차보증금반환 채권액 3,470만 원을 입금하여 주었고, 그에 따라 공소외 2가 위 경매를 취하한 사실, 공소외 1이 2010. 2. 11.경 갑자기 사망하게 되자, 이 사건 부동산의 매매에 관한 권한 일체를 위임받은 피고인은 2010. 2. 24.경 매수인들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는 데에 사용할 목적으로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인감증명 발급을 위임한다는 취지의 인감증명 위임장을 작성한 후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아 이를 매수인들에게 교부한 사실, 위 인감증명 위임장에는 위임사유로 ‘병안 중임’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의 아버지인 공소외 1이 사망하기 전에 피고인에게 이 사건 부동산의 매매에 관한 일체의 권한을 위임하였고, 피고인은 이에 따라 이 사건 인감증명 위임장을 작성한 것이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사문서위조죄 및 위조사문서행사죄는 성립하지 아니하고, 설령 공소외 1의 사망으로 인하여 그 위임관계가 종료되어 피고인이 공소외 1의 명시적이거나 현실적인 승낙이 없이 이 사건 인감증명 위임장을 작성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이 사건 부동산의 매매에 관한 일체의 대리권을 수여하였던 공소외 1에게 묵시적이거나 추정적인 승낙이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할지라도, 피고인이 이 사건 부동산의 매매에 관한 포괄적인 권한을 갖게 된 것은 공소외 1의 2010. 2. 4.자 위임 내지 대리권 수여에 기한 것이라 할 것인데, 공소외 1이 2010. 2. 11. 사망함으로써 포괄적인 명의사용의 근거가 되는 이 사건 부동산 매매에 관한 위임관계 내지 포괄적인 대리관계는 종료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은 더 이상 위임받은 사무의 처리와 관련하여 공소외 1의 명의를 사용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기록을 살펴보아도 피고인이 사망한 공소외 1의 명의를 모용한 인감증명 위임장을 작성하여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할 급박한 사정이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다음, 인감증명 위임장은 본래 생존한 사람이 타인에게 인감증명서 발급을 위임한다는 취지의 문서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사망한 공소외 1이 ‘병안 중’이라는 사유로 피고인에게 인감증명서 발급을 위임한다는 취지의 인감증명 위임장이 작성됨으로써 그 문서에 관한 공공의 신용을 해할 위험성이 발생하였다 할 것이고, 피고인이 명의자인 공소외 1이 승낙하였을 것이라고 기대하거나 예측한 것만으로는 그러한 내용의 문서에 관하여 사망한 공소외 1의 승낙이 추정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망한 사람 명의의 사문서위조죄에 있어서 승낙 내지 추정적 승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인복(재판장) 김능환 안대희(주심) 민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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