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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수원지법 2019. 2. 14. 선고 2017고단463, 3186, 3344, 5519, 7646, 8366, 2018고단1304, 4459 판결
[예비군법위반·병역법위반] 항소[각공2019상,536]
판시사항

피고인이 예비군대원 또는 병력동원훈련소집 대상자로서 훈련소집 통지서를 전달받고도 이른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임을 내세워 수년 동안 수회에 걸쳐 예비군훈련이나 병력동원훈련에 불참하였다고 하여 예비군법 위반 및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의 예비군훈련 거부는 그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서는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에 따른 것으로서 그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하므로 예비군법 제15조 제9항 제1호 병역법 제90조 제1항 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

판결요지

피고인이 예비군대원 또는 병력동원훈련소집 대상자로서 훈련소집 통지서를 전달받고도 이른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임을 내세워 수년 동안 수회에 걸쳐 예비군훈련이나 병력동원훈련에 불참하였다고 하여 예비군법 위반 및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이다.

피고인이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전쟁을 위한 군사훈련에 참석할 수 없다는 신념을 형성하게 된 과정, 신념에 반하여 군에 입대하게 된 과정, 그 후 다시 양심에 반하는 군사훈련을 거부하게 된 과정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진술하는 점, 수년간 계속되는 조사와 재판, 주변으로부터 받는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난에 의하여 겪는 정신적 고통과 안정된 직장을 얻기 어려워 입게 되는 경제적 손실, 형벌의 위험 등 피고인이 예비군훈련을 거부함으로써 받게 되는 불이익이 예비군훈련에 참석함으로써 발생하는 시간적, 육체적, 경제적 불이익보다 현저히 많은 점, 피고인이 범죄행위로 처벌을 받거나 입건된 사실 또는 학창 시절에 폭력으로 문제를 일으켰다는 기록이 전혀 없는 점, 처벌을 감수하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일관하여 주장하고 있고, 오히려 유죄로 판단되는 경우 예비군훈련을 면할 수 있는 중한 징역형을 선고받기를 요청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예비군훈련 거부는 그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서는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에 따른 것으로서 그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하므로 예비군법 제15조 제9항 제1호 병역법 제90조 제1항 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이다.

피 고 인

피고인

검사

이하영 외 7인

변 호 인

변호사 최지숙

주문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

가. 『 2017고단463

피고인은 예비군대원인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6. 11. 8.경 화성시 (주소 생략)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2016. 11. 21.부터 2016. 11. 24.까지 송탄예비군훈련장에서 동미참 2차 보충훈련 30시간을 받으라는 훈련소집 통지서를 전달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훈련에 불참하였다.

나. 『 2017고단3186

피고인은 예비군대원인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7. 3. 1.경 화성시 (주소 생략)에 있는 피고인의 집에서, 2017. 3. 13.부터 2017. 3. 16.까지 송탄예비군훈련장에서 동미참 2차 보충훈련 30시간을 받으라는 화성시 ○○○○대장 명의의 훈련소집 통지서를 전달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훈련에 불참하였다.

다. 『 2017고단3344

피고인은 예비군대원이다.

피고인은 2017. 3. 20. 14:30경 화성시 (주소 생략)에 있는 피고인의 집에서, 2017. 4. 10. 평택시 고덕면 두릉리에 있는 송탄예비군훈련장에서 전반기 향방작계훈련(2차 보충) 6시간을 받으라는 육군 제△△△△부대 □대대장 명의의 훈련소집 통지서를 전달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훈련에 불참하였다.

라. 『 2017고단5519

피고인은 병력동원훈련소집 대상자이다.

피고인은 2017. 5. 19. 14:30경 화성시 (주소 생략)에 있는 피고인의 집에서, 2017. 6. 12.부터 같은 달 14일까지 화성시 비봉면 푸른들판로 1350-109 태행산동원훈련장에서 실시하는 병력동원훈련을 받으라는 경인지방병무청장 명의의 병력동원훈련소집 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위 훈련에 불참하였다.

마. 『 2017고단7646

피고인은 일용직근로자이다.

피고인은 2017. 9. 25. 화성시 (주소 생략)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2017. 10. 16.부터 2017. 10. 19.까지 평택시 고덕면 두릉리 송탄예비군훈련장에서 실시하는 동미참훈련 2차 보충훈련(30H)을 받으라는 육군 제△△△△부대 □대대장의 훈련소집 통지서를 전달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이에 불참하였다.

바. 『 2017고단8366

피고인은 화성시 ○○○○대 소속 예비군대원이다.

(1) 피고인은 2017. 10. 24.경 화성시 (주소 생략)에 있는 피고인의 집에서, 2017. 11. 8.부터 같은 달 10일까지 평택시 고덕면 두릉리 산24에 있는 송탄예비군훈련장에서 실시하는 동미참훈련 2차 보충 24시간을 받으라는 육군 제△△△△부대 □대대장 명의의 예비군훈련소집 통지서를 전달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위 훈련에 불참하였다.

(2) 피고인은 제1항 기재 일시, 장소에서, 2017. 11. 14. 송탄예비군훈련장에서 실시하는 작계훈련(전반기) 2차 보충 6시간을 받으라는 육군 제△△△△부대 □대대장 명의의 예비군훈련소집 통지서를 전달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위 훈련에 불참하였다.

(3) 피고인은 2017. 10. 30.경 제1항 기재 피고인의 집에서, 2017. 11. 20.부터 같은 달 22일까지 송탄예비군훈련장에서 실시하는 동미참훈련 2차 보충(15년 이월훈련) 24시간을 받으라는 육군 제△△△△부대 □대대장 명의의 예비군훈련소집 통지서를 전달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위 훈련에 불참하였다.

사. 『 2018고단1304

피고인은 예비군대원으로, 2016. 2. 4.경 화성시 (주소 생략)에 있는 피고인의 집에서, 2016. 3. 14.부터 같은 달 16일까지 평택시 고덕면에 있는 송탄예비군훈련장에서 예비군훈련을 받으라는 육군 제△△△△부대장 명의의 예비군훈련소집 통지서를 수령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위 훈련을 받지 아니하였다.

아. 『 2018고단4459

피고인은 화성시 예비군 ○○○○대 소속 예비군이다.

(1) 피고인은 2018. 3. 14.경 화성시 (주소 생략)에 있는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2018. 4. 9.부터 같은 달 12일까지 평택시 고덕면 청원로 919에 있는 송탄예비군훈련장에서 실시하는 동미참 2차 보충훈련(30시간)을 받으라는 취지의 예비군훈련소집 통지서를 수령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훈련에 참석하지 아니하였다.

(2) 피고인은 2018. 3. 21.경 화성시 (주소 생략)에 있는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2018. 4. 16. 평택시 고덕면 청원로 919에 있는 송탄예비군훈련장에서 실시하는 전반기 작계 2차 보충훈련을 받으라는 예비군훈련소집 통지서와 2018. 4. 17. 위 송탄예비군훈련장에서 실시하는 후반기 작계 2차 보충훈련을 받으라는 취지의 예비군훈련소집 통지서를 수령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각 훈련에 참석하지 아니하였다.

2. 판단

검사는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예비군법 제15조 제9항 제1호 병역법 제90조 제1항 을 적용하여 기소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공소사실과 같이 훈련에 불참한 것은 사실이나,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전쟁을 위한 군사훈련에 참석할 수 없다는 신념에 따른 것이므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예비군법 제15조 제9항 제1호 같은 법 제6조 제1항 에 따른 예비군훈련을 정당한 사유 없이 받지 아니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1천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고, 병역법 제90조 제1항 은 병력동원훈련소집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지정된 일시에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점검에 참석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한편 병역법 제88조 제1항 은 본문에서 “현역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모집에 의한 입영 통지서를 포함한다)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일부터 다음 각호의 기간이 지나도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정하면서, 제1호 에서 ‘현역입영은 3일’이라고 정하고 있다.

예비군법 제15조 제9항 제1호 병역법 제90조 제1항 병역법 제88조 제1항 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국방의 의무를 구체화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이므로( 구 향토예비군설치법 제15조 제8항 에 관한 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9도7120 판결 참조), 그 법률조항들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관한 해석도 병역법 제88조 제1항 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관한 것과 동일한 취지로 하여야 한다.

대법원은 2018. 11. 1. 선고 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 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종교적·윤리적·도덕적·철학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에서 형성된 양심상 결정을 이유로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강제하고 그 불이행을 처벌하는 것은 헌법 제19조 가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되므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이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 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위 판결에 의하면, 헌법 제19조 에서 보호하는 양심은 옳고 그른 것에 대한 판단을 추구하는 가치적·도덕적 마음가짐을 뜻하고, 이러한 양심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병역법 제88조 제1항 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수 있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서 말하는 양심은 그 신념이 사람의 내면 깊이 자리 잡아 그의 모든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에서 ‘깊고’, 유동적이거나 가변적이지 않다는 의미에서, 즉 반드시 고정불변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실체를 가진 것으로서 좀처럼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는 뜻에서 ‘확고하며’, 거짓이 없고 상황에 따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지 않다는 뜻에서 ‘진실하여야’ 한다.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예비군훈련 불참이 진정한 양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본다.

피고인은 폭력으로 여러 차례 처벌을 받을 정도로 폭력적인 아버지와 그로 인하여 많은 고통을 겪는 어머니 슬하에서 성장하여 어려서부터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고, 미군이 헬기에서 기관총을 난사하여 민간인을 학살하는 동영상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 후 여러 매체를 통하여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를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잘못이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것이고 그것은 전쟁이라는 수단을 통해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신념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피고인은 군 입대를 거부할 결심을 하고 있었는데, 입영 직전 이를 알게 된 어머니와 친지들의 간곡한 설득으로, 자신의 신념에 따른 행동으로 전과자가 되어 홀어머니에게 불효하는 것이 이기적인 행동일 수 있고, 자신의 신념이 반드시 옳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결국 양심과 타협하여 입대하게 되었다고 한다. 피고인은 2011. 5. 17. 입대하여 신병 훈련을 받는 과정에서 실제 전쟁이 일어났을 때 자신이 과연 적에게 총을 쏠 수 있을까라고 자문하고 결코 그럴 수 없다고 확신하게 되었고, 적에게 총을 쏠 수 없는 자신이 군에 복무하는 것은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행동일 뿐 아니라 자신의 동료, 나아가 국가와 국민에게 큰 해가 될 수 있다고 깨닫고 입대를 후회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피고인은 자원하여 군사훈련을 받지 않을 수 있는 회관관리병으로 근무하였다. 전역 전 피고인이 근무하던 부대에서 다른 병사들로부터 폭력으로 괴롭힘을 당하던 후임 병사가 탈영하여 자신을 제외한 모든 동료 병사들이 처벌을 받는 사건이 발생했고, 피고인은 폭력에 반대하면서도 소극적으로 이를 방관했던 자신의 행동이 양심에 반하여 세상과 타협하는 기회주의적인 것이라고 반성하게 되었다. 피고인은 2013. 2. 16. 제대하고 예비역에 편입되었으나, 더 이상 양심을 속이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그 이후 2018. 4. 16. 예비군훈련까지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 그로 인하여 피고인은 수년간 수십 회에 걸쳐 조사를 받고 총 14회에 걸쳐 고발되고 기소되어 재판을 받았고, 계속되는 수사와 재판으로 안정된 직장을 구할 수 없어 일용직이나 단기 아르바이트를 통하여 생계를 유지하였다.

피고인이 자신의 신념을 형성하게 된 과정, 신념에 반하여 군에 입대하게 된 과정, 그 후 다시 양심에 반하는 군사훈련을 거부하게 된 과정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진술하는 점, 수년간 계속되는 조사와 재판, 주변으로부터 받는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난에 의하여 겪는 정신적 고통과 안정된 직장을 얻기 어려워 입게 되는 경제적 손실, 형벌의 위험 등 피고인이 예비군훈련을 거부함으로써 받게 되는 불이익이 예비군훈련에 참석함으로써 발생하는 시간적, 육체적, 경제적 불이익보다 현저히 많은 점, 피고인이 범죄행위로 처벌을 받거나 입건된 사실 또는 학창 시절에 폭력으로 문제를 일으켰다는 기록이 전혀 없는 점, 처벌을 감수하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일관하여 주장하고 있고, 오히려 유죄로 판단되는 경우 예비군훈련을 면할 수 있는 중한 징역형을 선고받기를 요청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훈련을 거부한 때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병역법 제88조 제1항 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기 전으로서 법원이 일관하여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처벌하고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의 예비군훈련 거부가 그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서는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에 따른 것이며 그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소명된다고 보이고, 이와 달리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예비군훈련에 불참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는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각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이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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