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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6. 8. 29. 선고 93헌바57 결정문 [민사소송등인지법 제1조 등 위헌소원]
[결정문]
청구인

김 ○ 립

대리인 변호사 문 한 식 (국선)

【관련사건】

부산지방법원 93가합5850 위자료

【심판대상조문】

민사소송(民事訴訟)등인지법(印紙法) 제2조(소장)

① 소장(반소장 및 대법원에 제출하는 소장을 제외한다)에는 소송목적의 가액(이하“소가”라 한다)에 1천분의 5를 곱하여 산출한 금액 상당의 인지를 붙여야 한다.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산출된 인지액이 1천원 미만인 때에는 이를 1천원으로 하고, 1천원 이상의 경우에 100원 미민의 단수가 있는 때에는 그 단수는 이를 계산하지 아니한다.

③ 소가는 민사소송법 제23조 제1항제24조의 규정에 의하여 산정하되, 대법원규칙으로 소가산정기준을 정할 수 있다.

④ 재산권상의 소로서 그 소가를 산출할 수 없는 것과 비재판권을 목적으로 하는 소송의 소가는 1천만 100원으로 한다.

⑤ 1개의 소로서 비재판권을 목적으로 하는 소송과 그 소송의 원인된 사실로부터 발생하는 재산권상의 소송을 병합한 때에는 다액인 소가에 의하여 인지를 붙인다.

【참조 조문】

인지첩부(印紙貼付)및공탁제공(供託提供)에관한 특례법(特例法) 제2조(인지부첩부)

국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 및 행정소송절차에 있어서 민사소송인지법 규정의 인지를 첩부하지 아니한다.

① 법원은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력이 부족한 자의 신청에 의하여 각심에서 소송상의 구조를 할 수 있다. 다만, 패소할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구조의 사유는 소명하여야 한다.

민사소송법(民事訴訟法) 제119조(구조의 객관적 범위)

① 소송과 강제집행에 대한 소송상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1. 재판비용의 납입유상

2. 변호사 및 집행관의 보수와 체부금의 지급유예

3. 소송비용의 담보면제

② 생략

【참조 판례】

가. 1995.7.21. 선고, 93헌바46 결정

나. (1) 1994.2.24. 선고, 91헌가3 결정

1994.2.24. 선고, 93헌바10 결정

(2) 1994.2.24. 선고, 93헌바10 결정

주문

1. 이 사건 심판청구 중 민사소송비용법(1970.6.18. 법률 제2201호로 개정된 것) 제2조에 대한 청구를 각하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국가기관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소송(부산지방법원 93가합5850)을 제기하였던바, 재판부로부터 소장에 인지를 붙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지보정명령을 받았다. 청구인은 위 법원에 무자력을 이유로 소송구조신청을 하였으나 본안소송에서 패소할 것이 명백하지 않은 점에 대한 소명이 없다는 이유로 1993.5.21. 기각되었다. 청구인은 이에 국가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에서도 인지를 첩부하도록 하고 있는 민사소송등인지법 제1조민사소송비용법 제2조에 대하여 재판청구권 등을 과잉침해한다는 이유로 같은 법원에 위헌법률제청신청을 하였으나(93카기2310) 1993.10.29. 기각되자(본안소송 역시 그 무렵 각하되었다), 같은 해 12.3.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제기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민사소송등인지법(1990.12.31. 법률 제4299호로 개정된 것) 제1조(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고 한다) 및 민사소송비용법(1970.6.18. 법률 제2201호로 개정된 것) 제2조로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민사소송등인지법 제1조(인지의 첩부) 민사소송절차, 행정소송절차 기타 법원에서의 소송절차 또는 비송사건절차에 있어서의 소장이나 신청서 또는 신청의 취지를 기재한 조서에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법에 정하는 인지를 붙여야 한다. 다만, 대법원규칙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인지의 첩부에 갈음하여 당해 인지액 상당의 금액을 현금으로 납부하게 할 수 있다.

민사소송비용 법제2조(인지액) 민사소송인지법에 의하여 첩부한 인지액은 그 정액에 의한다.

2. 청구인의 주장과 법원의 위헌제청신청기각결정의 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

민사소송등인지법 제1조는 사인(私人)에 대하여는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이나 행정소송의 경우에도 예외없이 인지를 첩부하도록 하면서,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로서 인지첩부및공탁제공에관한특례법에 의하여 국가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있어서 인지를 첩부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민사소송에서 당사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차별대우가 있어서는 아니되며, 국가가 민사소송의 당사자가 되었다고 해서 합리적 이유없이 우대받아서는 아니된다. 즉 국가라 할지라도 권력적 작용이 아닌 만사소송의 대상이 되는 국고작용(國庫作用)으로 인한 법률관계에 있어서는 사 인과 동등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민사소송등인지법 제1조는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

국가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의 결과로 권리를 침해받은 국민이 국가를 상대로 국가배상청구소송이나 행정소송을 통하여 위법한 공권력행사의 시정과 손해의 전보를 구하는 소송에 있어서까지 이른바 재판유상주의를 엄격히 적용하여 제소과정에서부터 비용을 예납하게 한다면, 비용부담 능력이 없는 국민에 대하여서는 헌법이 보장하는 재판을 받을 권리를 유명무실하게 함은 물론 위법한 공권력으로 인하여 침해받은 자신의 기본권과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한편 그러한 비용을 부담할 경제적 능력의 유무에 따라 사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여부를 차별화함으로써 헌법상의 평등원칙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민사소송법법률구조법에서 소송구조제도를 마련해 두었다고 하나, 그 실질에 있어서는 이러한 소송구조로는 사회·경제적 약자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하는데 거의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사소송법상 규정된 소송상의 구조를 받으려면 법원에 신청하여 구조결정이 나야만 소송비용 예납의무를 유예받을 수 있으나, 그러한 결정을 받기 위해서는 자신의 본안소송에서 패소할 것이 명백하지 아니하다는 점에 관한 소명을 소송구조신청인이 하도록 되어 있어, 법에 무지한 소송구조신청인에게 그 소명을 다하기를 기대하기도 무리일 뿐만 아니라 소송구조신청인이 그 소명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에는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향유해 보지도 못하게 됨으로써 헌법정신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한 법률구조법 에 있어서도 그 구조의 범위, 요건, 대상, 절차 등이 법률구조공단의 내부규정으로 엄격히 제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법률구조법시행령 제3조), 구조 여부의 결정은 전적으로 법률구조공단의 자의적 판단에 맡겨져 있어 이 사건과 같은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에 있어서는 그 구조를 받기가 사실상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규정은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국가에게는 인지불첩부의 혜택을 주고 국민에게는 비용을 납부한 경우에만 사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그 범위내에서는 헌법 제27조의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 헌법 제11조 평등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였을 뿐만 아니라 헌법 제7조, 제10조, 제37조에도 위배되는 위헌적 법률이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기각결정의 요지

일반국민이 사적권리관계에 관한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국가기관인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는 입법정책상의 문제이다. 만일 비용전액을 국고부담으로 하게 되면 국민의 권리행사는 용이하게 되고, 무자력자의 권리보호도 두텁게 되는 장점이 있는 반면 남소를 초래할 위험이 있으며 소송제도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과의 균형상 문제점도 있다.

민사소송비용법은 민사소송에 있어서 사법제도를 이용하는 당사자 등 소송관계인에게 그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을 원칙(이른바 재판유상주의)으로 하여 당사자(종국적으로는 패소

자)의 부담으로 할 소송비용의 종류를 열거하고 그 한도를 소송행위에 필요한 한도의 비용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나아가 민사소송법법률구조법에 소송구조제도를 마련하여 사회·경제적 약자의 재판청구권을 보호하고 있다. 이러한 민사소송비용법이 국민에게 그 소송비용부담을 면제하는 조항을 두지 않았다고 하여 신청인이 주장하는 각 헌법조항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으며 이는 그 소송의 상대방이 국가이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므로 최소한 그 상대방이 국가의 경우에는 소송비용을 면제받아야 한다는 신청인의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

한편 민사소송등인지법은 민사소송절차에 있어서 인지를 붙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이른바 사법수수료의 납부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당사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을 헌법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한편 인지첩부및공탁제공에관한특례법에 의하여 국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있어서 민사소송등인지법규정의 인지를 첩부하지 아니하게 되어 있으나, 그렇다고 하여 국을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있어서 그 상대방도 인지를 첩부하지 않도록 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그 경우 상대방으로 하여금 인지를 첩부하게 하는 민사소송등인지법의 규정이 신청인이 주장하는 각 헌법조항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3. 판단

가.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먼저 민사소송비용법 제2조에 대한 청구에 대하여 직권으로 판단하건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에 있어서는 일반 법원에 계속된 구체적 사건에 적용할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로 되어 있어야 하고, 이 경우 재판의 전제라 함은 문제된 법률이 당해 소송사건에 적용될 법률이어야 하고 그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를 말한다(헌법재판소 1995.7.21. 선고, 93헌바46 결정 참조).

그런데 위 법률조항은 민사소송법의 규정에 의한 소송비용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민사소송등인지법에 의하여 첩부한 인지액은 그 정액을 소송비용에 산정한다는 내용으로서(민사소송등인지법 제1조 참조) 소송비용 중 인지액의 산정방법을 규정한 것에 불과하여, 위 관련사건상의 인지보정명령이나 인지미보정으로 인한 재판장의 소장각하명령의 각 재판에 있어서 적용될 법률이 아닐 뿐만 아니라, 그 위헌 여부에 따라 위 각 재판의 결과가 달라지지 아니하므로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각하하여야 할 것이다.

나. 본안에 대한 판단

(1) 인지대의 의의

(가) 근대의 법치국가는 원칙적으로 사인(私人)의 자력구제를 금지하면서 한편 사인의 권리보호와 사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민사소송제도를 설치하여 사인간에서는 사권을 확정함으로써 개인의 권리보호와 의무준수를 보장하고 국가적 측면에서는 사법질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사법부인 법원에 그 기능의 수행을 맡기고 있다. 국가는 문화적 과제의 하나로서 위와 같은 목적을 수행하기 위하여 법원을 설치·운영하는 것이므로 법원의 물적 시설·인건비는 되도록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개개의 소송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비용까지 모두 국가가 부담하여야만 한다면 결국 개별적인 소송비용까지 납세자 일반의 부담으로 돌아가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서, 개인이 소송제도를 이용함으로써만 소송제 도와 관계를 맺게 되는 민사소송의 본질에서나 국가재정의 견지에서도 적당하지 않다. 따라서 개개의 소송수행을 위하여 지출되는 비용은 원칙적으로 법원에 권리구제를 구하는 당사

자의 부담으로 하는 것이 법원의 재정조달을 위한 적정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해결책은 납세자 일반의 조세부담에 의하여 불필요하고 성공가능성이 없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나아가 남소에 따른 법원의 과중한 업무부담으로 인하여 법원에 의한 권리구제의 양질성과 효율성이 저하되는 것도 방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법적 안정성도 보증함으로써 넓은 의미에서는 국민의 권리보호와 법적 생활의 안정에 기여하는 것이다(헌법재판소 1994.2.24. 선고, 93헌바 10 결정 참조).

(나) 우리 나라도 위와 같은 취지에서 국민이 소송제도를 이용하고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때에는 수익자부담의 원칙에서 그 이용대가의 일부 또는 수수료를 징수한다는 의미에서 일정액의 인지를 첩부하게 하고 기타 소송비용을 당사자의 부담으로 하는 이른바 재판유상주의(裁判有償主義)를 채택하고 있다. 즉 민사소송절차, 행정소송절차 기타 법원에서의 소송절차 또는 비송절차에서의 소장이나 신청서 또는 신청의 취지를 기재한 조서에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민사소송등인지법이 정하는 인지를 붙여야 하거나, 대법원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인지의 첩부에 갈음하여 당해 인지액 상당의 금액을 현금으로 납부하여야 하고(위 법률 제1조), 소장·항소장 또는 상고장에 인지를 붙이지 아니한 경우에는 재판장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기간 내에 인지를 보정할 것을 명하여야 하고, 원고·항소인 또는 상고인이 그 보 정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재판장은 명령으로 소장·항소장 또는 상고장을 각하하여야 한다(민사소송법 제231조, 제227조 제1항, 제368조의2, 제371조, 제395조 각 참조).

(2) 평등원칙의 위반 여부

(가) 헌법 제11조 제1항이 규정하는 평등의 원칙은 결코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법을 적용함에 있어서뿐만 아니라 입법을 함에 있어서도 불합리한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상대적·실질적 평등을 뜻하는 것이므로 합리적 근거 없이 차별하는 경우에만 평등원칙에 반하는 것이다[헌법재판소 1989.5.24. 선고, 88헌가37 ·96(병합) 결정; 1994.2.24. 선고, 93헌바10 결정 각 참조].

또한 차별을 두는 입법은 그 차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차별을 두기 마련인데, 국민의 기본권에 관한 차별에 있어서 합리적 근거에 의한 차별이라고 하기 위하여서는 우선 그 차별의 목적이 헌법에 합치하는 정당한 목적이어야 하고 다음으로 차별의 기준이 목적의 실현을 위하여 실질적인 관계가 있어야 하며 차별의 정도 또한 적정한 것이어야 한다[위 88헌가37 ·96(병합) 결정 참조].

(나) 국가에게만 인지첩부의무를 면제한 것이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여부

먼저 국가를 상대로 한 민사 내지 행정소송절차에서 국민은 비용을 예납하여야 하는데 반하여 국가는 민사소송의 당사자가 된 경우에도 인지첩부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바(인지첩부및공탁제공에관한특례법 제2조 참조), 이는 동일한 사건에서 한쪽 당사자인 국민을 국가 에 비하여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것이 아닌지 살펴본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1994.2.24. 선고, 91헌가3 결정 인지첩부및공탁제공에관한특례법 제2조 위헌확인 사건에서 국가에게 인지첩부의무를 면제하고 있는 위 특례법 규정에 대해서, 국가의 인지첩부 여부는 국고재산의 증감을 가져오지 않는 점에서도 인지첩부의 의미가 일반국민인 당사자와 다르고, 인지첩부는 소송절차에 관한 것이고 실체적인 소송내용에 관계가 없으므로 인지첩부를 국가가 면제받는다고 하여도 실체적인 재판의 승패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어서 상대방 당사자의 헌법에 보장된 재산권을 침해하거나 그 밖의 어떤 손해가 생기게 하는 것도 아니며, 국가의 민사소송등인지법 소정의 인지첩부의무가 면제됨으로

써 국가의 남소 또는 남상소가 있게 된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기본권 보장에 있어서 국가를 합리적 근거 없이 우월하게 대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어, 결국 국가에게 인지첩부를 면제하는 것은 합리적인 차별이라고 할 것이어서 헌법 제11조의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 법률규정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위 논지는 국가를 합리적인 근거 없이 우대하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에 대하여도 합리적인 근거 없이 부당하게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으며, 헌법재판소로서는 현재 위 논지와 달리 판단하여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에서도 위 판례의 취지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다.

(다)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이 무자력자를 자력자에 비하여 불합리하게 차별하고 있는지 보건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인지첩부의 의무만을 규정하고 있고 민사소송등인지법 제2조 제1항은 소송물가 액에 대하여 일정한 비율(1,000분의 5)의 인지첩부를 요구하고 있어 소송제기시 무자력자를 자력자에 비하여 인지액수에서 차별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다만 소송물가액이 큰 경우 인지대의 고액화가 소송을 제기하려고 하는 자들 가운데 자력이 부족한 자의 제소기회를 자력자에 비하여 불합리하게 봉쇄하는 차별의 결과가 발생하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바, 이는 재판청구권의 침해 여부를 논하면서 보기로 한다.

(3) 재판청구권의 침해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소장에 미리 일정액의 인지를 붙이게 함으로써 인지를 첩부할 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자에 대하여 법원에 의한 권리구제의 길을 차단하여 재판청구권을 과잉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여부를 살펴본다.

(가) 국민의 권리구제를 위한 민사소송제도를 운영하면서 개개의 소송수행에 필요한 경비를 소송제도를 이용하는 당사자의 부담으로 하는 수익자부담의 원칙을 채택하고 형식적으로 법원의 문을 누구에게나 개방한다고 하더라도, 자력이 부족한 자에 대하여도 소송을 제기함에 있어서 지나치게 많은 인지를 첩부하도록 요구하고 인지를 붙이지 아니하는 경우 소장을 각하하도록 한다면, 그러한 규정은 그 비용을 지출할 자력이 부족한 자에 대하여는 제소의 기회를 형식상 보장하고 있을 뿐 실질적으로는 그 기회를 이용하기 심히 어렵게 되어 결국 자력이 부족한 당사자에게 불합리하게 소송에 의한 권리구제의 기회를 제한하는 문제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소송을 제기하는 자 사이에 경제력에 따른 불합리한 차별을 가져옴으로써 헌법 제11조 제1항에 의하여 보장된 평등의 원칙에도 위반 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나) 그러나 민사소송법은 법원이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력이 부족한 자에 대하여는 그 신청과 소명에 의하여 패소할 것이 명백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각 심급에서 소송상의 구조를 할 수 있게 하고(제118조 참조), 이에 따라 소송상의 구조를 받는 자는 인지대 등 재판비용의 납입이 유예되므로(제119조 제1항 참조), 소장의 인지액이 소송을 제기하고자 하는 당사자의 자력으로는 부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액인 경우에는 그 당사자가 패소할 것이 명백하여 소송의 실질적 이익이 없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소장에 인지를 붙이지 아니하고도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 두고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소송구조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현행 민사소송제도 하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자력이 부족한 당사자에 대하여 소송의 기회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게 하거나 차단하는 규정이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그들의 재판청구권이 침해되거나 불합리한 차별을 받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다) 나아가 현행법상의 인지대가 객관적으로 보아 지나치게 고액인지를 살펴본다.

국가가 국민으로 하여금 재판제도의 이용을 용이하게 하여 국민의 기본권이 좀더 잘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른바 재판유상주의를 취하고 있는 이상, 재판비용은 결국 패소자의 부담으로 돌아가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 비용이 너무 저렴할 경우 소송제기와 상소가 남발되어 국민의 권리구제는 지연되고 국가는 그에 따른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게 되며, 이는 종국적으로 국민에 의한 국가재판제도 및 재판자원의 공평하고 공정한 이용 을 저해하거나 재판제도를 이용할 필요를 느끼지 아니하는 국민의 부담을 그만큼 가중시키는 역기능적 측면이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소송물가액이 높으면 그 권리관계가 복잡하고 이로 인하여 소송당사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며 이에 따라 소송도 장기간에 걸쳐 신중하게 진행되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소송물가액의 증액비율과 재판에 소요되는 비용, 사건의 난이도 및 당사자에 대한 영향력의 증가비율이 반드시 동일한 것은 아니고 예외가 존재하는 것이지만, 다종다양한 소송사건의 모든 경우를 예상하여 이에 대하여 각각 인지액을 별도로 정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소송수수료 특히 인지대를 어떠한 형태로 어느 정도로 정할 것인가는 그 나라의 재판제도의 구조와 완비 정도, 인지제도의 연혁, 재판제도를 이용하는 국민의 법의식, 국가의 경제여건, 외국의 입법례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하여 고려하여야 하고, 그 규정방식이 지극히 불합리하거나 인지액이 소송물가액 등에 비추어 지극히 다액이어서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할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는 한, 입법자의 광범위한 재량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인지제도의 연혁상 1990.12.31. 법률 제4299호로 개정되기 전의 민사소송인지법은 일정한 소가까지는 정액제를, 그 이상의 경우는 소가를 3종류로 구분하여 소가가 증가함에 따라 점차 저율에 의한 비례제를 취하는 2원적 구조를 채택하였었으나 현재보다 높은 비율이 적용되었던데 비하여(최저 1천분의 53.2), 현행 민사소송등인지법은 인지액 산정비율을 1천분의 5로 통일, 일원화하였고(제2조 제1항) 종전에 적용되던 비율 중 가장 최저율을 채택하여 국 민의 부담을 경감시켰다. 위와 같이 일정한 비율로 인지를 산출하게 하는 방법은 소송당사자간의 형평을 고려하여 정한 원칙이다.

또한 우리 나라와 같이 비례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륙법계 국가(독일, 오스트리아, 일본 등)의 인지제도와 비교하더라도 우리나라의 경우가 다른 나라에 비하여 인지액이 현저히 높다고는 할 수 없다(독일이나 오스트리아의 경우는 우리 나라보다 고액이고, 일본과 비교하여 볼 때 1심에서 소송물가액 1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와 항소심에서 소가 5천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상고심에서 소가 3천만원 이상의 경우에는 우리 나라가 다소 고율이라 할 수 있으나, 그 밖의 경우에는 대부분 우리 나라가 더 저렴하다).

한편 우리 나라의 제1심 민사본안사건 소송물가액별 현황을 보면, 소가 5억원(인지액 250만원)을 초과하는 사건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92년도에 0.18%, 1993년에 0.28%, 1994년에 0.34%로서 극히 미미하다(법원행정처편 사법연감, 1995. 참조). 더욱이 소가가 고액인 소송을 제기하는 제소자는 개인의 경우에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 법인인 경우가 많으며, 개인이라 하더라도 상당한 재력이나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사회적 이해관계를 맺으면서 활동하는 사람인 경우가 거의 대부분인 경우라는 것은 경험칙상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할 때 현행 인지대가 객관적으로 극히 고액이어서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거나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에 위배될 정도에 이르렀다고는 볼 수 없다.

(4) 기타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 제7조(공무원의 지위·책임·신 분·정치적 중립성), 제10조(인간의 존엄성과 기본적 인권의 보장)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청구인은 그 구체적 이유를 적시하지 아니하고 단순히 위 조문들만을 나열하고 있을 뿐이므로 이 사건에서 헌법 제7조, 제10조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의 판단에 있어서 심사척도로서의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되지 아니하므로 위 주장은 이유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 중 민사소송비용법 제2조에 대한 청구부분은 재판의 전제성의 요건을 결여하여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고, 민사소송등인지법 제1조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김용준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

주심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정경식

재판관 고중석

재판관 신창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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