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인
【당 사 자】
제청법원 서울고등법원(1995. 10. 26. 95부993 위헌제청신청)
제청신청인 손○남
대리인 변호사 김순평
당해사건
서울고등법원 95구6078 출판사등록취소처분취소
주문
출판사및인쇄소의등록에관한법률(1972. 12. 26. 법률 제2393호로 개정된 것)제5조의2 제5호의 “음란 또는 저속한 간행물”에 관한 부분 중 “음란한 간행물”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저속한 간행물”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제청신청인은 1994. 3. 22. ‘도서출판○○엔터프라이즈’라는 명
칭으로 스포츠, 연예, 레저, 사진, 예술을 출판분야로 한 출판사 등록을 한 뒤, 같은 해 7.경 ‘세미-걸(nine actress semi-girls nice photographs)’이라는 제목의 화보집을 발행하여 유통시켰다. 서울특별시 서초구청장은 위 화보집이 출판사및인쇄소의등록에관한법률(1972. 12. 26. 법률 제2393호로 개정된 것, 이하 ‘출판등록법’이라 한다)제5조의2 제5호 소정의 음란·저속한 간행물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같은 해 9. 30.자로 제청신청인에 대한 위 출판사등록을 취소하는 처분을 하였다. 이에 제청신청인은 위 서초구청장을 상대로 위 취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서울고등법원 95구6078)을 제기하는 한편, 위 소송 계속중 음란 또는 저속한 간행물을 출판한 출판사의 등록을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출판등록법 제5조의2 제5호가 헌법 제21조 제1항과 헌법 제11조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위 규정에 대한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을 신청(95부993)하였고, 위 법원은 1995. 10. 26.자로 이를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이 사건 위헌여부의 심판을 제청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출판등록법 제5조의2 제5호는 출판사의 등록을 취소할 수 있는 사유로서 “음란 또는 저속한 간행물이나 아동에 유해한 만화 등을 출판하여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들고 있다. 위 제5호 소정의 등록취소사유는 “음란 또는 저속한 간행물을 출판하여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와 “아동에 유해한 만화 등을 출판하여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의 둘로 나눌 수 있는데, 위 당해사건은 제청신청인이 음란·저속한 간행물을 출판하였다는 이
유로 출판사의 등록이 취소된 뒤 그 취소처분의 취소를 구하고 있는 사건이므로 위 2가지 중에서 위 당해사건 재판의 전제가 되는 것은 전자에 한한다고 하겠다.
따라서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출판등록법 제5조의2 제5호 중 “음란 또는 저속한 간행물”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이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출판등록법 제5조의2(등록취소)등록청은 제3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출판사 또는 인쇄소의 등록을 한 자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
1. 내지 4. 생략
5. 음란 또는 저속한 간행물……등을 출판하여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였 다고 인정되는 경우
〔관련조문〕
출판등록법 제3조(등록)① 출판사 또는 인쇄소를 경영하는 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당해 출판사 또는 인쇄소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서울특별시·부산시·도(이하 “등록청”이라 한다)에 등록하여야 한다. 등록된 사항을 변경한 경우에도 또한 같다.
1. 출판사 또는 인쇄소의 명칭 및 소재지
2. 경영자(법인이나 단체인 경우에는 그 대표자)의 주소 및 성명
3. 출판분야(출판사에 한한다)
4. 인쇄종류(인쇄소에 한한다)
5. 자본금
6. 주요간부의 직명 및 성명
② 등록청은 전항의 규정에 의하여 등록을 한 자에게 등록증을 교부한다.
③ 등록청은 제1항의 등록이 있은 때에는 그 등록사항을 문화체육부장관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2. 위헌심판제청이유와 이해관계인들의 의견
가. 제청법원의 위헌심판제청이유 요지
(1) “음란”의 개념은 규범적인 것으로서 그 시대의 사회윤리적인 가치판단과 연관을 맺는 상대적인 개념이고, 또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라는 개념들도 막연하고 추상적인 개념이어서 법집행자의 주관이나 자의적인 판단에 맡겨질 위험성이 큼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음란”이나 “저속”에 관하여 아무런 개념규정도 없이 전적으로 행정기관인 등록청에 그 판단을 맡기고 있어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출판의 자유를 제한함에 있어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 등에 위반하여 위헌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2) 출판사등록의 취소와 같은 수익적 행정행위의 취소는 그 취소의 공익상의 필요와 그 취소로 인하여 당사자가 입게 될 불이익을 비교·교량한 후 공익상의 필요가 당사자가 입을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강한 경우에 한하여 허용된다 할 것이고, 음란물이라 하여도 그 정도에 있어 아주 노골적이고 심한 것이 있는가 하면 그다지 심하지 않은 것도 있는 등 일률적으로 규율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면이 있음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에 대한 제재수단으로서 오로지 등록취소만을 규정하고, 나아가 등록취소여부를 행정기관의 재량에 맡기고 있어 헌법상의 비례의 원칙, 이익형량의 원
칙에 위반하여 위헌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나. 제청신청인의 주장 요지
정기간행물의등록등에관한법률 제12조는 정기간행물의 등록을 한 자가 일정한 사유에 해당하는 때에는 공보처장관이 3월 이하 또는 6월 이하의 기간을 정하여 발행정지를 명할 수 있고, 나아가 등록을 취소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법원의 심판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등록청이 아무런 사법적 심사없이 불확정개념인 “음란 또는 저속한 간행물”인지의 여부를 독자적으로 판단하여 출판사등록을 취소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는 같은 출판물임에도 정기간행물과 비정기간행물인지의 여부에 따라 그 등록취소의 절차를 달리하고 있는 것이어서 이사건 법률조항은 평등원칙에 반하는 위헌조항이라고 주장하는 외에는 제청법원의 위 위헌심판제청이유와 같다.
다. 문화체육부장관(1998. 2. 28. 법률 제5529호로 문화관광부장관으로 변경)의 의견 요지
(1) 비록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그 내용에 있어서 언론·출판의 자유와 관련을 맺고 있기는 하나,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성심사에 있어서는 출판등록법 제1조가 “본 법은 출판업과 인쇄업을 보호함으로써 출판문화의 향상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언론·출판의 자유의 관점보다는 직업수행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접근하여야 할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등록취소제도는 음란출판과 같이 오로지 영리를 위하여 인간성을 수단화하고 상품화하는 행위 자체를 통제하고 예방하기 위한 제도이며, 이 점에서 언론·출판의 자유가 야기할 수도 있는
사회적 해악으로부터 사회공동체를 방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간접적 통제 즉, 영업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다.
(2) “음란”, “저속”, “공중도덕”, “사회윤리” 등의 개념이 막연하고 추상적이어서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하나, 이들 규범적 구성요건 요소들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그 의미내용이 변천하는 것으로서 입법기술상 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표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법운용의 실태를 보더라도 이들 구성요건 요소의 판단은 담당공무원의 주관과 자의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 각계의 저명한 문화관련인사들로 구성된 공신력있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가 1970년 이래 계속된 심의결정례에 의하여 축적된 엄정한 심의기준에 따라 행하고 있고, 등록취소의 결정도 동 위원회의 건의사항을 검토한 뒤에 행해지고 있다. 이처럼 동 위원회와 법원이 음란성의 의미내용에 대하여 확고한 심의결정례와 판례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법운용과정에 행정청의 주관과 자의가 개입될 여지가 없으므로 이사건 법률조항이 이러한 개념들을 사용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4) 출판사의 등록은 사무소의 위치, 취급하는 출판물의 종류 및
임원의 인적사항의 구비만으로 가능하고, 등록취소된 자라도 출판사 명칭을 변경하여 재등록을 할 수 있는 만큼, 언론·출판의 자유나 예술의 자유가 전제로 하고 있는 건전한 출판물의 발행·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한도내에서는 얼마든지 그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등록취소처분에 의하여 당해 출판업자가 수인하여야 할 피해는 상호권이 가지는 단순한 경제적 가치의 박탈에 한정될 뿐이다. 따라서 이러한 정도의 제한은 출판업수행의 자유 및 언론·출판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할 수 없다.
(5) 정기간행물은 동일한 표제를 내걸고 연속적으로 간행되는 출판물로 일반간행물에 비하여 정보전달의 연속성과 보도 감시, 논평, 사회화의 기능이 강하다는 특성이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출판사의 등록취소절차를 정기간행물의 그것과 달리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합리적인 차별이라 할 것이다.
라. 서울특별시 서초구청장 및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의견
위 문화체육부장관의 의견과 대체로 같다.
3. 판 단
가. 출판사등록취소제와 제한되는 기본권
이 사건 법률조항은 등록된 출판사가 음란 또는 저속한 간행물을 출판하여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록청이 그 출판사의 등록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선 이러한 등록취소제가 제청신청인의 어떠한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는지 살펴 보기로 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등록한 모든 출판사에 대하여 음란 또는 저속한 간행물의 출판을
금지시키고(1차 규제)이를 위반한 경우에 당해 출판사의 등록을 취소하는(2차 규제)수단을 채택하고 있다. 여기서 1차 규제내용인 ‘음란 또는 저속한 출판의 금지’는 일정한 내용의 표현을 금지시키는 것이어서 헌법 제21조 제1항의 언론·출판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등록이 취소되면 당해 출판사는 음란·저속한 간행물 뿐만 아니라 합헌일 수도 있는 모든 간행물을 동일한 출판사의 이름으로는 출판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등록취소라는 2차 규제는 당해 출판사의 합헌적인 표현에 대한 언론·출판의 자유를 제약할 뿐만 아니라 당해 출판사에 대해 재등록에 소요되는 일정기간 동안 출판업을 못하게 함으로써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약하고, 또 그 출판사의 상호를 사용할 수 없게 함으로써 상호권이라는 재산권을 제약한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언론·출판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및 재산권을 경합적으로 제약하고 있다. 이처럼 하나의 규제로 인해 여러 기본권이 동시에 제약을 받는 기본권경합의 경우에는 기본권침해를 주장하는 제청신청인과 제청법원의 의도 및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자의 객관적 동기 등을 참작하여 사안과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고 또 침해의 정도가 큰 주된 기본권을 중심으로 해서 그 제한의 한계를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는 제청신청인과 제청법원이 언론·출판의 자유의 침해를 주장하고 있고, 입법의 일차적 의도도 출판내용을 규율하고자 하는 데 있으며, 규제수단도 언론·출판의 자유를 더 제약하는 것으로 보이므로 언론·출판의 자유를 중심으로 해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그 헌법적 한계를 지키고 있는지를 판단하기로 한다.
나. 음란·저속한 표현과 언론·출판의 자유
(1) 언론·출판의 자유는 민주체제에 있어서 불가결의 본질적 요소이다. 사회구성원이 자신의 사상과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모든 민주사회의 기초이며, 사상의 자유로운 교환을 위한 열린 공간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민주정치는 결코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사회내 여러 다양한 사상과 의견이 자유로운 교환과정을 통하여 여과없이 사회 구석 구석에 전달되고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때에 비로소 그 꽃을 피울 수 있게 된다. 또한 언론·출판의 자유는 인간이 그 생활속에서 지각하고 사고한 결과를 자유롭게 외부에 표출하고 타인과 소통함으로써 스스로 공동사회의 일원으로 포섭되는 동시에 자신의 인격을 발현하는 가장 유효하고도 직접적인 수단으로서 기능한다. 아울러 언론·출판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사상은 억제되고 진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문화의 진보는 한때 공식적인 진리로 생각되었던 오류가 새로운 믿음에 의해 대체되고 새로운 진리에 자리를 양보하는 과정속에서 이루어진다. 진리를 추구할 권리는 우리 사회가 경화되지 않고 민주적으로 성장해가기 위한 원동력이며 불가결의 필요조건인 것이다. 요컨대, 헌법 제21조가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헌법적 가치들을 확보하기 위한 전제조건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2) 그러나 언론·출판의 자유는 헌법이 예정하고 있듯이 결코 무제한적인 자유가 아니다. 언론·출판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해서 그로 인해 공동체의 존립 자체가 파괴되거나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는 다른 구성원들의 인간성과 인격이 파괴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헌법 제21조 제4항도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고 하여 언론·출판의 자유에 대한 한계를 분명히 선언하고 있고, 헌법 제37조 제2항도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언론·출판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3) 문제는 헌법상 보호되지 않는 언론·출판의 한계는 무엇이며(헌법 제21조 제4항), 또 헌법상 보호되는 언론·출판이라 하더라도 공익을 위한 국가의 개입이 어느 시점에서 어디까지 허용될 것인가(헌법 제37조 제2항)하는 점이다. 법치국가의 기본권이론에 따를 때 원칙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고, 국가의 제한은 최소한으로 억제되어야 한다. 특히 언론·출판의 자유영역에 있어서는 국가의 개입이 더욱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몇가지 특수상황이 존재한다. 첫째, 위에서 살핀 언론·출판의 자유가 지니는 헌법적 가치들은 입헌민주체제에서 반드시 확보되어야 할 중요한 가치라는 점이다. 둘째, 언론·출판은 인격의 발현으로서 사상과 견해를 외부에 표출하는 것인데, 어떤 사상이나 견해가 옳고 가치있는 것인지를 판단하는 절대적인 잣대가 자유민주체제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만약 국가 또는 사회의 다수가 그러한 절대적인 잣대를 가지고 사상과 견해를 재단하려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자유민주헌법이 가장 경원시하고 경계해야 할 것이 아닐 수 없다. 셋째, 언론·출판에 대한 규제는 통상 그 언론·출판으로 말미암은 해악을 시정하고 방지하기 위한 것이고 이러한
국가의 노력은 정당하고 필요한 것이기는 하나, 국가의 개입에 앞서 그 해악을 해소시킬 수 있는 1차적 메커니즘, 즉 사상의 경쟁메커니즘이 시민사회 내부에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리하여 만일 시민사회 내부에서 서로 대립되는 다양한 사상과 의견들의 경쟁을 통하여 유해한 언론·출판의 해악이 자체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면 국가의 개입은 최소한도에 그쳐야 할 것이다. 입헌민주국가에서 언론·출판의 자유를 거론할 때 견해의 다양성과 공개토론이 강조되는 소이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4) 결국 언론·출판의 영역에서 국가는 단순히 어떤 표현이 가치없거나 유해하다는 주장만으로 그 표현에 대한 규제를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 대립되는 다양한 의견과 사상의 경쟁메커니즘에 의하여 그 표현의 해악이 해소될 수 없을 때에만 비로소 국가의 개입은 그 필요성이 인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언론·출판의 영역에 있어서 국가의 개입은 원칙적으로 2차적인 것이다.
그러나 모든 표현이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에 의해서 해소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정한 표현은 일단 표출되면 그 해악이 대립되는 사상의 자유경쟁에 의한다 하더라도 아예 처음부터 해소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거나 또는 다른 사상이나 표현을 기다려 해소되기에는 너무나 심대한 해악을 지닌 것이 있다. 바로 이러한 표현에 대하여는 국가의 개입이 1차적인 것으로 용인되고, 헌법상 언론·출판의 자유에 의하여 보호되지 않는데, 위에서 본 헌법 제21조 제4항이 바로 이러한 표현의 자유에 있어서의 한계를 설정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율하는 음란 또는 저속한 표현 중 ‘음란’
이란 인간존엄 내지 인간성을 왜곡하는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성표현으로서 오로지 성적 흥미에만 호소할 뿐 전체적으로 보아 하등의 문학적, 예술적, 과학적 또는 정치적 가치를 지니지 않은 것으로서, 사회의 건전한 성도덕을 크게 해칠 뿐만 아니라 사상의 경쟁메커니즘에 의해서도 그 해악이 해소되기 어렵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엄격한 의미의 음란표현은 언론·출판의 자유에 의해서 보호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음란한 간행물” 부분의 위헌 여부
(1) 명확성의 원칙 위반 여부
(가)법치국가원리의 한 표현인 명확성의 원칙은 기본적으로 모든 기본권제한입법에 대하여 요구된다. 규범의 의미내용으로부터 무엇이 금지되는 행위이고 무엇이 허용되는 행위인지를 수범자가 알 수 없다면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은 확보될 수 없게 될 것이고, 또한 법집행 당국에 의한 자의적 집행을 가능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헌재 1990. 4. 2. 89헌가113 , 판례집 2, 49; 1996. 8.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입법에 있어서 이러한 명확성의 원칙은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민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수행하는 역할과 기능에 비추어 볼 때, 불명확한 규범에 의한 표현의 자유의 규제는 헌법상 보호받는 표현에 대한 위축적 효과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즉, 무엇이 금지되는 표현인지가 불명확한 경우에는, 자신이 행하고자 하는 표현이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확신이 없는 기본권주체는-형벌 등의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고자 하는 강한 신념을 가진 경우를 제외하고-대체로 규제를 받을 것을 우려해서 표현행위를 스스로 억제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그 규제로 인해 보호되는 다른 표현에 대하여 위축적 효과가 미치지 않도록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헌법적으로 요구된다.
그러나 모든 법규범의 문언을 순수하게 기술적 개념만으로 구성하는 것은 입법기술적으로 불가능하고 또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가치개념을 포함한 일반적, 규범적 개념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명확성의 원칙이란 기본적으로 최대한이 아닌 최소한의 명확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법문언이 해석을 통해서, 즉 법관의 보충적인 가치판단을 통해서 그 의미내용을 확인해낼 수 있고, 그러한 보충적 해석이 해석자의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없다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할 것이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음란”에 대해서 개념규정을 하고 있지 않으며 출판등록법의 어디에도 별도의 개념규정이 존재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음란한 간행물의 출판 자체를 금지시키는 규율내용을 담고 있는 점에 비추어 여기서의 “음란”이란 곧 헌법상 보호되지 않는 성적 표현을 가리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헌법상 보호되지 않는 성적 표현이란 앞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인간존엄 내지 인간성을 왜곡하는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성표현으로서 오로지 성적 흥미에만 호소할 뿐 전체적으로 보아 하등의 문학적, 예술적, 과학적 또는 정치적 가치를 지니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대법원도 형법 제243조 소정의 “음란”개념을 해석·적용하면서 대체로 위와 동일한 의미로 그 개념을 파악하여 왔고, 그 판단을 위한 구체적 기준을 거의 일관되게 제시하여 왔다. 즉, “음란한 문서라 함은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을 가리킨다고 할 것이고, 문서의 음란성의 판단에 있어서는 당해 문서의 성에 관한 노골적이고 상세한 묘사서술의 정도와 그 수법, 묘사서술이 문서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문서에 표현된 사상 등과 묘사서술과의 관련성, 문서의 구성이나 전개 또는 예술성·사상성 등에 의한 성적 자극의 완화의 정도, 이들의 관점으로부터 당해 문서를 전체로서 보았을 때 주로 독자의 호색적 흥미를 돋구는 것으로 인정되느냐의 여부 등의 모든 점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들의 사정을 종합하여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비추어 그것이 ‘공연히 성욕을 흥분 또는 자극시키고 또한 보통인의 정상적인 성적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음란” 개념은 적어도 수범자와 법집행자에게 적정한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고 또 법적용자의 개인적 취향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음란” 개념은 그것이 애매모호하여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2) 과잉금지의 원칙 위반 여부
(가) 앞에서 살핀 바와 같이 인간존엄 내지 인간성을 왜곡하는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성표현으로서 오로지 성적 흥미에만 호소할 뿐 전체적으로 보아 하등의 문학적, 예술적, 과학적, 또는 정치적 가치를 지니지 않은 음란표현은 언론·출판의 자유에 의한 헌법적 보장을 받지 못한다. 설령 음란표현이 행복추구권의 한 내용으로서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를 출판의 형태로 표출하여 널리 사회에 유통시키는 것이 허용된다면 현재의 우리 사회의 성관념에 비추어 성도덕이 크게 문란 내지는 파괴될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고 하겠다. 특히 주체이자 목적으로 존재하여야 할 인간을 물질적 쾌락이나 상업적 탐욕을 만족시키는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표현이나 행위를 헌법이 보호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음란으로부터 사
회의 성도덕을 보호하기 위하여 음란출판을 금지시킬 필요성은 분명 존재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나) 음란출판을 금지시키고자 하는 이러한 목적 달성을 위하여 형법 제244조는 이 사건 법률조항과 별도로 음란물을 출판한 자에 대하여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일반 및 특별예방적 효과를 도모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거 행위에 대한 제재의 의미보다는 출판사등록 자체를 취소시켜 전면적으로 출판활동을 못하게 함으로써 차후에 계속될 수도 있는 음란물의 출판을 금지시키고 나아가 이미 발간된 음란물의 유통을 억제하려는 데에 그 주된 의도가 있다고 하겠다.
(다) 이같은 음란물의 출판금지 및 유통억제의 목적은 정당하고 또 등록취소의 수단은 이러한 목적을 위하여 적합한 수단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한번의 음란출판에 대해서도 출판사의 등록 자체를 취소시킬 수 있도록 함으로써 헌법상 보호받는 간행물마저도 차후에는 동일한 출판사명으로 출판할 수 없도록 하는 효과를 수반하고 있다. 또한 등록취소 이전에 기간행된 합헌적인 출판물은 불법성을 가지는 것이 아님에도 등록취소된 출판사의 발간물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하여 합헌적인 간행물의 유통과정에 상당한 불이익이 초래될 수도 있다. 나아가 어떤 간행물이 음란인지의 여부 자체는 일의적으로 확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음란물에 해당하는 경우일지라도 출판사의 입장에서는 예술적 내지 문학적 표현이라고 판단할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한 음란물을 단 1회라도 출판하기만 하면 출판사등록 자체를 취소시킬수 있다는 경고는 합헌적인 표현물에
대한 위축적 효과를 초래하게 될 우려 또한 없지 아니하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상 보호되지 않는 음란출판을 금지시키는 정당한 목적과 범위를 넘어서서 합헌적인 출판에 대해서도 일정한 제약을 가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채택하고 있는 출판사등록취소라는 수단이 음란물의 출판금지 및 유통억제라는 입법목적을 위해 불가피한 수단인지, 즉 최소한의 기본권제한을 가져오는 수단인지의 여부 및 위 수단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획득되는 공익과 그로 인해 실질적으로 침해되는 기본권적 이익 사이에 균형이 이루어져 있는지의 여부를 구체적으로 따져 볼 필요가 있다.
① 먼저 등록취소의 수단은 그 불가피성이 인정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현행 법제상 이미 발간된 음란출판물의 유통을 신속히 차단시키는 방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형법 제243조(음화반포 등)및 제244조(음화제조 등)에 관련된 수사단계에서 전국에 유통되고 있는 음란물을 압수수색영장만으로 전면 수거한다는 것은 법이론상 및 실제상 곤란한 일이다. 또한 민사절차상의 가처분제도는 원칙적으로 공익목적에 공하기 위한 것이 아니어서 행정청이 음란물차단이라는 공익을 위하여 가처분을 신청하는 것 또한 현행 법제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음란한 간행물을 발간한 출판사의 등록을 취소시키고 이러한 사실을 유통업자에게 통지함으로써 음란물의 유통을 간접적으로 억제하는 방법은 현행 법제상 불가피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② 나아가 등록취소의 수단으로써 얻는 공익과 침해되는 기본권적 이익 사이에 균형이 이루어져 있는지의 여부에 대하여 살피건
대, 이러한 법익의 균형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출판등록법상의 등록요건의 용이성, 음란출판의 유통과정과 그 실태, 음란출판규제의 필요성, 등록취소제도의 실질적인 운용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현행 출판등록법상 등록요건은 극히 완화되어 있어 누구나 사무실만 임대하여 등록신청하면 쉽게 출판사등록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등록취소되더라도 재등록을 함에 있어 법률상 아무런 제한이 없다. 그리하여 음란출판으로 인해 등록취소된 자라도 언제든지 출판사명만 바꾸어 다시 등록하면 얼마든지 합헌적인 출판활동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기록에 의하면, 실제로 제청신청인인 손○남이 대표로 있던 ‘도서출판○○엔터프라이즈’는 ‘세미-걸’의 출판으로 1994. 9. 30. 등록취소되고, 그로부터 불과 20여일밖에 지나지 아니한 1994. 10. 19. 대표자를 박○연으로 바꿔 동일 장소에서 ‘도서출판 ○○’(위 손○남은 기획실장)이라는 명칭으로 등록하여 위 ‘세미-걸’의 일부 내용을 동일하게 담은 ‘XX-19’라는 화보집을 발간하였다가 이로 인하여 1995. 2. 8. 다시 등록취소를 당하였으며, 이후 박○연은 1995. 5. 24. ‘도서출판 ○○엔터프라이즈’라는 명칭으로 다시 등록하여 ‘XX19(2)’라는 화보집을 발간하였다가 같은 해 11. 17. 또 다시 등록취소를 당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결국 출판의 자유를 빙자하여 음란출판을 통해 상업적 이윤만을 획득하고자 하는 자에게 있어서 출판사의 상호는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등록취소로 인한 기본권적 이익의 침해가 그다지 중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대변해 주고 있다.
문제는 규모가 크고 지명도가 높은 건실한 출판사의 경우 단 1회의 음란출판에 대해서도 출판사등록을 취소시킨다면 합헌적인 출판물에 대한 위축적 효과를 가져 올 위험성이 있고, 아울러 그러한 출판사의 상호권이 지니는 경제적 가치 또한 전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라는 점에 있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단 한번의 음란물을 출판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등록취소를 강요하고 있지는 않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입법자는 등록청으로 하여금 음란한 간행물의 출판으로 인하여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가 침해되었다고 인정될 경우에만 등록취소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입법자의 배려는 등록취소의 수단이 혹시 초래할 지도 모르는 합헌적인 출판활동에 대한 제약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여지를 열어 놓은 것이라고 하겠다. 이처럼 이 사건 법률조항은 등록취소를 기속행위가 아닌 재량행위로 설정해 놓음으로써 행정청에 의한 재량판단이 잘못되었을 경우에 대비하여 법원에 의한 사후통제의 길까지 열어 놓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판례도 간행물이 음란물에 해당됨을 인정하면서도 당해 출판사의 그 동안의 출판업적이나 여러 사정 등을 종합하여 등록취소로써 달성하려는 공익보다는 등록취소됨으로써 당해 출판업자가 입게 될 불이익이 더욱 크다는 이유로 등록취소처분의 취소를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누11287 판결; 1995. 6. 29. 선고, 94누2558 판결).
또한 기록에 나타난 등록취소제도의 실제적인 운영현황을 보면, 등록취소가 등록청의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즉 음란·저속출판물에 대한 심의결정
은 등록청이 직접 행하지 않고 별도의 사단법인인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이 사건의 계기가 된 출판사등록취소의 시점에서는 임의기구였으나, 청소년보호법의 제정으로 1997. 7. 1.부터 법정기구로 되었음)가 1970년 이래 계속된 심의결정례에 의하여 축적된 자체의 심의기준에 따라 심의하여 음란·저속성의 정도에 따라 제재건의, 경고, 주의 등 등급별로 결정하고 있으며, 그 결정내용을 문화체육부에 통보하면 문화체육부에서는 제재건의된 출판물에 한해 관할 등록청에서 행정처분을 하도록 지도하고, 관할 등록청은 등록취소에 앞서 한차례의 청문을 행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등록취소에 관한 현행의 법제가 등록취소의 수단이 혹시 초래할지도 모르는 합헌적인 출판활동에 대한 제약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등록취소로 말미암은 기본권적 이익의 실질적 침해는 그다지 크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반면, 음란물의 출판금지와 유통억제의 필요성과 공익은 현저히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출판기술의 두드러진 발전으로 인하여 음란출판은 그 어느 때보다 용이해졌을 뿐만 아니라 최근 우리 사회의 성에 관한 인식이나 관념도 다소 관대해지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리하여 이에 편승하여 음란출판의 제작·판매를 통하여 오로지 상업적 이윤만을 추구하는 등 인간성을 수단시하고 상품화하는 출판업자도 그 수가 증가하고 있고, 또 그들 중에는 형사처벌을 감수하고서라도 이윤획득을 위하여 음란출판을 계속적으로 시도하는 자도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음란출판물은 일반적인 출판물과 같은 정상적인 유통경로를 거치지 않고, 은밀하고 파행적이며 변칙적인 경로를 통하여
배포·판매될 뿐만 아니라 출간되는 즉시 전국 유통망을 통해 신속하게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간성을 왜곡하는 음란출판으로부터 사회의 성도덕을 보호하고 특히 청소년의 건전한 심성을 보호하기 위한 공익은 현저히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출판사등록취소로 인한 기본권적 이익의 실질적 침해는 그다지 크지 않은 반면, 그로써 얻게 되는 공익은 현저히 크다고 볼 수 밖에 없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결코 과도한 제한이라고 볼 수 없으며 따라서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3) 평등원칙 위반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음란한 간행물의 출판에 대하여 행정청이 독자적으로 음란성 여부를 판단하여 이에 해당되면 직접 당해 출판사의 등록을 취소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정기간행물의등록등에관한법률 제12조는 공보처장관이 일정한 사유로 정기간행물의 등록을 취소시키고자 할 경우에는 법원에 등록취소의 심판을 청구하고 그에 따라 등록이 취소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와 같은 차별이 헌법 제11조의 평등원칙에 반하지는 않는지 의문이 생기게 된다.
(가) 평등의 원칙은 입법자에게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자의적으로 같게 취급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헌재 1996. 12. 26. 96헌가18 , 판례집 8-2, 680, 701). 그러므로 비교의 대상을 이루는 두 개의 사실관계 사이에 서로 상이한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한다면 이를 자의적인 차별이라 할 수 없음은 당연하고,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평
등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나) 제청신청인은 동일한 출판물임에도 정기간행물과 비정기간행물인지의 여부에 따라 그 등록취소의 절차를 달리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기간행물과 일반출판물은 그 사회적 기능에 있어 다소 상이한 측면을 지니고 있다. 즉 신문이나 잡지 등의 정기간행물은 동일한 표제를 내걸고 연속적으로 간행되는 출판물로서 일반출판물에 비해 정보전달의 연속성이 강조되고, 보도·감시의 기능, 논평의 기능, 오락의 기능 등이 강하며 또 그때 그때 필요한 다양한 정보의 제공으로 국민생활에 보다 밀착되어 있는 등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하여 정기간행물의등록등에관한법률 제6조 제3항은 일간신문이나 통신을 발행하고자 하는 자에게 일정한 시설을 갖출 것을 요구함으로써 사무실만 임대하여 등록을 신청하면 누구나 쉽게 등록할 수 있는 출판사에 비하여 그 등록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해 놓고 있다. 또한 정기간행물의 경우에는 등록이 취소되면 정기간행물의등록등에관한법률 제12조 제5항에 의하여 그 취소된 날로부터 2년 이내에는 재등록이 불가능하도록 되어 있는 반면, 일반출판물의 경우에는 재등록금지 규정도 없다.
결국 이들 여러 요소들을 고려할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정기간행물과 다르게 그 등록취소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고 해서 평등의 원칙에 반할 정도의 자의적인 차별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하겠다.
라.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저속한 간행물” 부분의 위헌 여부
(1) 명확성의 원칙 위반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음란한 간행물뿐만 아니라 “저속한 간행물”
의 출판에 대해서도 등록취소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선 이러한 “저속” 개념이 지나치게 애매모호하여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지의 여부를 살핀다.
통상의 사전적 풀이에 따르면, “음란”이란 “음탕하고 난잡함”을 의미하고, “저속”이란 “품위가 낮고 속됨”이라고 풀이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저속”이란 그 외설성이 음란에는 달하지 않는 성적 표현 뿐만 아니라 폭력적이고 잔인한 표현 및 욕설 등 상스럽고 천한 내용 등의 표현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음란”의 개념과는 달리 이 “저속”의 개념은 우선 그 적용범위가 매우 광범위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저속”이라는 문언은 보충적인 해석에 의한다 하더라도 그 의미내용을 확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추상적이다. 어느 정도의 성적 표현이 저속한 것인지, 어느 정도의 폭력성과 잔인성이 있는 경우에 저속에 해당되는지, 그리고 어느 정도 상스러운 표현이 저속에 해당되는지 도무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수범자나 법집행자에게 적정한 지침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시 말하면, 이 “저속”의 개념에는 출판사등록이 취소되는 성적 표현의 하한이 열려 있을 뿐만 아니라 폭력성이나 잔인성 및 천한 정도도 그 하한이 모두 열려 있어서, 출판을 하고자 하는 자는 어느 정도로 자신의 표현내용을 조절해야 되는지를 도저히 알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성을 소재로 한 유머나 왜곡된 사회도덕이나 윤리를 풍자하는 다소 품위없는 표현도 여기의 “저속”에 해당될 수 있고, 한두 번의 폭력적인 표현이나 살인현장의 다소 상세한 묘사도 여기의 “저속”에 해당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결국 자의적인 법집행의 가능성을 열어 주는 셈이 될 것이고, 이로 말미암아 언론·출판의 자유가 매우 위축될 수 있는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하겠다.
물론 이 사건 법률조항은 출판사등록취소의 요건으로서 “저속한 간행물”의 출판 외에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의 침해”라는 요건을 함께 요구하고 있어서 “저속”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의 개념 자체도 확정적인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 기준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저속”의 의미내용을 확정짓는 것이 용이한 일은 아니라고 하겠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저속한 간행물” 부분은 불명확하고 애매모호할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광범위한 표현내용을 규율하는 것이어서 명확성의 원칙 및 과도한 광범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 과잉금지의 원칙 위반 여부
설령 저속의 개념이 명확성의 원칙 및 과도한 광범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저속한 간행물의 출판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키고 나아가 출판사의 등록을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언론·출판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위헌적인 입법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앞에서 살핀 바와 같이 저속한 표현은 음란표현과는 달리 언론·출판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속하는 표현이며 일정한 사회적 가치를 지니고 있고, 이러한 표현을 전면 금지시키는 것은 특수한 상황에서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중대한 이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표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청소년의 건전한 심성을 보호하기 위해서 퇴폐적인 성표현이나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잔인한 표현 등을 규제할 필요성은 분명 존재한다. 따라서 저속한 표현을 규제하더라도 그 보호대상은 청소년에게 한정되어야 하고, 규제수단 또한 청소년에 대한 유통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좁게 설정되어야 한다. 예컨대, 청소년이 보아서는 안되는 저속한 표현물에 대해 등급표시를 하거나, 판매시 청소년의 접근을 차단시키기 위하여 별도의 코너를 마련하는 등의 규제조치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은밀하고 변칙적인 유통경로를 통하여 청소년에게 유해한 저속간행물을 계속적으로 유통시키는 경우에는 그에 대한 행정적 제재로서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일정 기간 영업을 정지시키거나 또는 필요한 경우 형사적 제재수단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저속한 간행물의 출판을 전면 금지시키고 나아가 출판사의 등록을 취소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는 바, 이는 지나치게 과도한 수단을 선택하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 나아가 청소년보호라는 명목으로 성인이 볼 수 있는 것까지 전면 금지시킨다면 이는 성인의 알권리의 수준을 청소년의 수준으로 맞출 것을 국가가 강요하는 것이어서 성인의 알권리를 명백히 침해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요컨대,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상 보호받는 저속한 표현에 대해서까지 이를 전면적으로 무단히 금지시킴으로써 청소년보호의 입법목적을 넘어선 과도한 기본권제한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저속한 간행물” 부분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반된다.
4. 결 론
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주심) 이재화 조승형 정경식
고중석 신창언 이영모 한 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