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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용, "군사법원법 제242조 제1항 등 위헌확인", 결정해설집 2집, 헌법재판소, 2003, p.673
[결정해설 (결정해설집2집)]
본문

- 구속기간연장 허용 및 미결수용자 면회횟수 제한 -

(헌재 2003. 11. 27. 2002헌마193 , 판례집 15-2하, 311)

성 기 용*1)

【판시사항】

1. 군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의 연장을 허용하는 군사법원법 제242조 제1항제239조 부분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서의 심사기준

2. 군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의 연장을 허용해야 할 사정이 인정되는지 여부

3. 위 법률규정이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하여 신체의 자유 및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

4. 미결수용자의 접견교통권이 헌법상의 기본권인지 여부

5. 군행형법시행령 제43조 제2항 본문 중 전단 부분에 의한 기본권제한이 헌법 제37조 제2항의 법률유보규정에 위반되는지 여부

6. 위 시행령규정이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하여 접견교통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7. 위 시행령규정이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군사법원법(1994. 1. 5. 법률 제4704호로 개정된 것) 제242조 제1항제239조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규정’이라 한다) 및 군

행형법시행령(1999. 10. 30. 대통령령 제16587호로 전문개정된 것) 제43조 제2항 본문 중 전단 부분(이하 ‘이 사건 시행령규정’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그 규정내용은 다음과 같다.

군사법원법 제242조(구속기간의 연장) ① 보통군사법원군판사는 검찰관 또는 군사법경찰관의 신청에 의하여 수사를 계속함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10일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제239조 또는 제240조의 구속기간의 연장을 각각 1차에 한하여 허가할 수 있다.

②③ 생략

군행형법시행령 제43조(면회의 횟수) ① 생략

② 미결수용자의 면회횟수는 매주 2회로 하되, 참모총장은 미결수용자의 접견교통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그 횟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 다만, 변호인과의 면회는 그 횟수를 제한하지 아니한다.

【사건의 개요】

1. 심판청구에 이르게 된 경위

가. 청구인 조주형은 공군 대령으로 2001. 12. 22.부터 공군본부 항공사업단 고등훈련기 사업처장으로 재직중 차기전투기(F-X) 사업(이하 ‘F-X 사업’이라 한다) 시험평가단 부단장으로 편성되어 전투기 기종에 대한 시험평가 및 결과보고서 작성을 총괄하는 직위에 근무한 바 있고, 청구인 문옥면은 위 조주형의 처이다.

나. 청구인 조주형은 2002. 3. 9. F-X 사업과 관련된 군사기밀을 누설하고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되었고 2002. 3. 18. 군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의 연장을 허용하고 있는 군사법원법 제242조 제1항제239조 부분에 따라 구속기간이 10일 연장되었다. 한편, 청구인 문옥면은 위 조주형을 면회함에 있어 미결수용자의 면회횟수를 매주 2회로 하고 있는 군행형법시행령 제43조 제2항 본문 중 전단 부분에 의하여 면회횟수의 제한을 받게 되었다.

다. 이에 청구인들은 위 군사법원법 규정이 평등권과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하는 것이고 위 군행형법시행령 규정이 평등권과 행복추

구권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2002. 3. 20.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라. 한편, 청구인들은 위 규정들의 효력을 위 본안사건의 결정 선고시까지 임시로 정지할 것을 구하는 가처분을 2002. 3. 22. 헌법재판소에 신청하였고( 2002헌사129 ) 헌법재판소는 2002. 4. 25. 위 가처분신청 중 위 군행형법시행령 규정 부분에 대하여는 위 본안사건의 종국결정 선고시까지 그 규정의 효력을 정지하는 인용결정을 하였고 위 군사법원법 규정 부분에 대하여는 기각결정을 한 바 있다.

2. 청구인들의 주장과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1)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구속기간 연장의 경우 검사의 신청에 의한 구속기간의 연장만을 허용하고 사법경찰관의 신청에 의한 구속기간의 연장은 허용하고 있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규정이 군사법경찰관의 신청에 의한 구속기간의 연장을 허용하고 있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청구인 조주형을 군인신분의 피의자라는 이유로 차별하여 그의 평등권을 침해하고, 그의 미결구금상태를 장기간 지속시켜 그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나아가 그의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2) 행형법시행령에 의하면 미결수용자의 접견횟수를 매일 1회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시행령규정이 미결수용자의 면회 횟수를 매주 2회로 제한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청구인 조주형이 군인신분의 미결수용자라는 이유로 청구인들을 차별하는 것으로서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나아가 청구인들의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나. 국방부장관의 의견

(1) 이 사건 법률규정에 대하여

(가) 군관련 사건의 경우 피의자나 참고인이 수사기관으로부터 원거리에

이격되어 있어 이동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수사상 민간인인 참고인 등의 진술이 필요한 경우에도 이들이 군수사기관의 소환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러한 경우에는 수사관이 직접 다른 지역의 민간인을 찾아가서 필요한 조사를 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구속 후 10일 이내에 사건을 송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나) 군수사기관의 수사권이 미치는 주된 범죄인 군형법상의 범죄들은 남북분단 및 군사적 대립상태의 지속이라는 국가적 상황 등에 비추어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범죄들로서 조직적·지능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단기간의 수사로는 배후관계의 규명이나 증거포착이 어려워 충분한 수사기간을 보장해 주어야 하고, 그 밖의 범죄들도 군의 생명과 같은 군기의 유지 및 전투력의 보전·발휘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위하여 충분한 수사기간의 보장이 이루어져야 하므로, 이 사건 법률규정이 군인신분의 피의자들을 자의적으로 차별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다) 군사법원법 제132조는 군사법원의 피고인에 대한 구속기간의 제한을 규정하고 있는바, 그 기간에는 수사기관에서의 구속기간도 포함되는 것이고, 실제로 군사법원이 재판기일을 지정할 때에는 구속기간의 장단을 고려하고 있으므로,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는 피의자가 일반법원의 재판을 받는 피의자에 비해 수사기관에서의 구속기간이 최장 10일 더 구속되어 조사를 받더라도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는 것은 아니다.

(라) 이 사건 법률규정은 군사법경찰관이 임의로 구속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보통군사법원군판사가 군사법경찰관의 신청에 의하여 해당범죄의 수사를 계속함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구속기간의 연장을 허가할 수 있다는 것이므로, 이유가 없다고 인정한 때에는 그 신청을 기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군사법원법 제242조 제3항에 의하면 구속기간의 연장신청에는 관할 부대장의 승인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2) 이 사건 시행령규정에 대하여

(가) 이 사건 시행령규정이 행형법에 비하여 미결수용자의 면회횟수를 제한한 것은 미결수용자가 외부인과 잦은 면회를 하게 되면 증거를 인멸하

거나 국가안보와 관련된 중요한 군사기밀을 누설할 우려가 있고, 미결수용자의 대부분이 육군교도소가 아닌 예하부대 미결수용실에 수용되어 있는 현실(2002. 4. 현재 미결수 435명 중 381명이 예하부대 미결수용실에 수용)에서 외부인의 잦은 부대출입으로 인하여 부대의 보안·경계상의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다. 이는 국가안보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군부대의 유지·운영 및 공정한 형벌권의 실현이라는 공익과 미결수용자의 기본권 사이의 비교형량에 의한 것으로서, 합리적인 근거 없는 자의적인 차별이라고는 볼 수 없다.

(나) 군행형법시행령 제43조 제2항 단서는 “변호인과의 면회는 그 횟수를 제한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에 대하여는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미결수용자의 방어권은 최대한 보장되고 있다.

(다) 군행형법시행령 제43조 제2항 본문 후단은 “참모총장은 미결수용자의 접견교통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그 횟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시행령 제44조는 소장(수사중인 미결수용자에 대하여는 검찰관)은 수용자의 교화상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이 사건 시행령규정에 불구하고 수용자의 면회횟수를 증가시켜 허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 사건 시행령규정이 미결수용자의 면회횟수를 매주 2회로 제한하였다 하더라도 면회횟수를 필요에 따라 증가시킬수 있는 제도적 보완장치를 규정하고 있는 이상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

【결정요지】

1. 군사법원법 제239조가 규정하고 있는 군사법경찰관의 10일간의 구속기간은 그 허용 자체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불구속수사원칙에 대한 예외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규정은 경찰단계에서는 구속기간의 연장을 허용하지 아니하는 형사소송법의 규정과는 달리 군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의 연장을 허용하여 예외에 대하여 다시 특례를 설정함으로써 기본권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것인 신체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가중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규정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서는 그 제한되는 기본권의 중요성이나 기본권제한 방식의 중첩적·가중적 성격에 비추어 엄격한 기준에 의할 것이 요구된다.

2. 군사법경찰관이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단계에서는 범죄의 객관적 혐의를 인정할 수 있는 소명자료가 수집되어 있어야 하므로, 피의자를 구속할 즈음에는 이미 범죄의 객관적 혐의에 대한 수사가 대부분 완료된 상태라고 보아야 하고, 군사법경찰관이 구속피의자를 검찰관에게 인치한 후에도 증거수집을 위한 조사를 계속하여 수집된 증거를 추송할 수 있는 점 등은 일반 사법경찰관의 경우와 다를 것이 없으며, 그밖에도 수사상의 특별한 필요성을 이유로 군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을 일반 사건에 비하여 특히 장기간으로 하여야 할 사정은 이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반면, 군사법경찰관에 의한 수사의 경우에는 군대사회의 특성상 방어권의 행사가 위축되기 쉽고, 군검찰관의 군사법경찰관에 대한 지휘감독이나 견제가 미흡한 현실에 비추어 장기간의 구속이 허용될 경우의 폐단은 일반 사건에 비하여 오히려 크다고 할 수 있다.

3. 군사법원법의 적용대상 중에 특히 수사를 위하여 구속기간의 연장이 필요한 경우가 있음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규정과 같이 군사법원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모든 범죄에 대하여 수사기관의 구속기간의 연장을 허용하는 것은 그 과도한 광범성으로 인하여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사건과 같이 수사를 위하여 구속기간의 연장이 정당화될 정도의 중요사건이라면 더 높은 법률적 소양이 제도적으로 보장된 군검찰관이 이를 수사하고 필요한 경우 그 구속기간의 연장을 허용하는 것이 더 적절하기 때문에, 군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을 연장까지 하면서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은 부적절한 방식에 의한 과도한 기본권의 제한으로서,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하여 신체의 자유 및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4. 구속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갖는 변호인 아닌 자와의 접견교통권은 가족 등 타인과 교류하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생활관계가 인신의 구속으로 인하여 완전히 단절되어 파멸에 이르는 것을 방지하고, 또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방어를 준비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보장되지 않으면 안되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에 해당하므로 이는 성질상 헌법상의 기본권에 속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미결수용자의 접견교통권은 헌법재판소가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 포함되는 기본권의 하나로 인정하고 있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으로부터 나온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무죄추정의 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27조 제4항도 그 보장의 한 근거가 될 것이다.

5.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면 기본권은 원칙적으로 법률로써만 이를 제한할 수 있다고 할 것이지만, 헌법 제75조에 의하여 법률의 위임이 있고 그 위임이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하는 것이라면 대통령령에 의한 기본권의 제한도 가능하다.

그런데 군행형법 제15조는 제2항에서 수용자의 면회는 교화 또는 처우상 특히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사유가 없는 한 이를 허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면회의 횟수를 제한하지 않는 자유로운 면회를 전제로 하면서, 제6항에서 “면회에의 참여……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면회에의 참여에 관한 사항만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고 면회의 횟수에 관하여는 전혀 위임한 바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규정이 미결수용자의 면회횟수를 매주 2회로 제한하고 있는 것은 법률의 위임 없이 접견교통권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37조 제2항제75조에 위반된다.

6. 이 사건 시행령규정은, 행형법시행령이 미결수용자의 접견횟수를 매일 1회로 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미결수용자의 면회횟수를 매주 2회로 제한하고 있는바, 수용기관은 면회에 교도관을 참여시켜 감시를 철저히 한다거나, 필요한 경우에는 면회를 일시 불허하는 것과 같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보다 적게 침해하면서도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의 방지 및 수용시설 내의 질서유지’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똑같이 효과적인 다른 방법이 존재하므로, 이것은 기본권제한이 헌법상 정당화되기 위하여 필요한 피해의 최소성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규정은 청구인들의 접견교통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다.

7. 이 사건 시행령규정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의 관점에서 볼 때 동일한 처지에 있다고 할 수 있는 미결수용자 중 군행형법의 적용을 받는 자의 면

회횟수를 행형법의 적용을 받는 자에 비하여 감축하고 있는바, 전자의 경우라고 하여 후자의 경우에 비하여, 특히 도주나 증거인멸을 막아야 할 필요성이 크다거나 그 수용시설 내의 질서유지가 더욱 절실히 요청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양자를 달리 취급함에 있어서 객관적으로 납득할 만한 합리적 이유를 찾아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규정은 군행형법시행령의 적용을 받는 미결수용자를 행형법시행령의 적용을 받는 미결수용자에 비하여 자의적으로 다르게 취급하는 것으로서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해설】

1. 이 사건 법률규정에 대하여

가. 헌법상 신체의 자유의 보장과 구속의 제한

우리 헌법제12조 1항 1문에서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하여 신체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다. 인간의 삶에서 신체의 안전이 보장되지 아니한 상황에서는 어떠한 자유와 권리도 무의미해질 수 있기 때문에, 신체의 자유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최소한의 자유로서 모든 기본권 보장의 전제가 된다.

우리 헌법은 신체의 자유를 철저히 보장하기 위하여 매우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는바, 그러한 규정의 하나로서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라고 규정하여 무죄추정의 원칙 내지 피고인의 무죄추정권을 명시하고 있다.2)헌법은 피고인만을 무죄추정권의 주체로 명시하고 있으나, 피고인보다 절차의 전단계에 있는 피의자에 대하여 무죄추정권이 인정되는 것은 당연하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증거법에 국한된 원칙이 아니라 수사절차에서 공판절차에 이르기까지 형사절차의 전과정을 지배하는 지도원리로서, 인신의 구속 자체를 제한하는 원리로 작용한다.

피의자에 대한 수사와 피고인에 대한 재판이 원칙적으로 불구속으로 행하여져야 한다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의 당연한 내용으로서, 무죄의 추정

을 받는 피의자나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자유형과 같은 효과를 가지는 강제처분을 과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

신체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보장하려는 헌법정신, 특히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인하여 불구속수사·불구속재판을 원칙으로 하고, 구속은 예외적으로 구속 이외의 방법에 의하여는 범죄에 대한 효과적인 투쟁이 불가능하여 형사소송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되어야 하며, 구속수사 또는 구속재판이 허용될 경우라도 그 구속기간은 가능한 한 최소한에 그쳐야 하는 것이다.

특히 수사기관에 의한 신체구속은 신체적·정신적 고통 외에도 자백강요, 사술(詐術), 유도(誘導), 고문 등의 사전예방을 위하여서도 최소한에 그쳐야 할 뿐더러, 구속기간의 제한은 수사를 촉진시켜 신속한 공소제기 및 그에 따른 신속한 재판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헌법 제27조 제3항에서 보장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실현을 위하여서도 불가결한 조건이다(헌재 1992. 4. 14. 90헌마82 , 판례집 4, 194, 206 참조).

나. 현행법상 수사기관의 구속기간 및 그 연장

(1) 형사소송법상 구속기간 및 그 연장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구속한 때에는 10일 이내에 피의자를 검사에게 인치하지 아니하면 석방하여야 하고(제202조), 검사가 피의자를 구속한 때 또는 사법경찰관으로부터 피의자의 인치를 받은 때에는 10일 이내에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하면 석방하여야 한다(제203조).

지방법원판사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수사를 계속함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10일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제203조의 구속기간의 연장을 1차에 한하여 허가할 수 있다(제205조 제1항).

구속기간의 연장은 검사의 구속기간에 한해서 허용되고 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에 관해서는 허용되지 아니하므로, 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은 10일에 한정되며 검사의 구속기간은 원칙적으로 10일이지만 최대한 20일까지 가능하다.

(2) 국가보안법상 구속기간의 연장

국가보안법 제19조는 지방법원판사는 국가보안법 제3조 내지 제10조3)의 죄에 관하여 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은 1차에 한하여, 검사의 구속기간은 2차에 한하여 각 10일 이내의 기간 동안 구속기간의 연장을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국가보안법 제3조 내지 제10조 위반으로 구속된 피의자의 수사기관에 의한 구속기간은 사법경찰관에 의하여 최대한 20일까지, 검사에 의하여 최대한 30일까지 가능하다.

(3) 군사법원법상 구속기간 및 그 연장

군사법원법 제239조는 “군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구속한 때에는 10일 이내에 피의자를 검찰관에게 인치하지 아니하는 한 석방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240조는 “검찰관이 피의자를 구속한 때 또는 군사법경찰관으로부터 피의자의 인치를 받은 때에는 10일 이내에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하는 한 석방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형사소송법 제202조제203조에 상응하는 동일한 내용의 규정이다.

한편, 제242조 제1항은 “보통군사법원군판사는 검찰관 또는 군사법경찰관의 신청에 의하여 수사를 계속함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10일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제239조 또는 제240조의 구속기간의 연장을 각각 1차에 한하여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조항 중 제240조 부분은 형사소송법 제205조 제1항에 상응하는 동일한 내용의 규정이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규정(제242조 제1항 중 제239조 부분)은, 구속기간의 연장을 검사의 구속기간에 한해서 허용하고 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에 관해서는 이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형사소송법의 규정과는 달리, 군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의 연장을 허용하고 있다.

결국 군사법원법의 적용을 받는 피의자의 수사기관에 의한 구속기간은

군사법경찰관에 의하여 최대한 20일까지, 검사에 의하여 최대한 20일까지 가능하다.

다. 헌법재판소의 결정례

헌법재판소는 국가보안법상 구속기간의 연장에 관하여 4차례의 결정을 한바 있다.

우선 헌법재판소는 1992. 4. 14. 90헌마82 결정에서, 국가보안법 제19조동법 제3조(반국가단체의 구성 등), 제4조(목적수행), 제5조(자진 지원·금품수수), 제6조(잠입·탈출), 제8조(회합·통신 등), 제9조(편의제공)의 각 죄에 대한 구속기간연장 부분은 합헌이라는 취지로 판시하면서, 국가보안법 제19조동법 제7조(찬양·고무), 제10조(불고지)의 죄에 관한 구속기간연장 부분은 위헌이라고 판시하였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1997. 6. 26. 96헌가8 등 결정에서, 국가보안법 제19조동법 제3조, 제5조, 제8조, 제9조의 죄에 관한 구속기간연장 부분은 합헌이라고 판시하였다.

다시 헌법재판소는 1997. 8. 21. 96헌마48 결정 및 1999. 10. 21. 98헌마362 결정에서, 국가보안법 제19조동법 제8조의 죄에 관한 구속기간연장 부분은 합헌이라고 거듭 판시하였다.

라. 외국의 입법례 및 국제인권규약

(1) 외국의 입법례

(가) 일본

일본 형사소송법은 逮捕前置主義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피의자를 勾留(구속)하기 위하여는 반드시 체포절차가 선행되어야 한다.

사법경찰원이 피의자를 체포하거나 체포된 피의자를 인수받은 경우에는 피의자를 유치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때에는 즉시 석방하고, 유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때에는 피의자의 신체구속시부터 48시간 이내에 피의자를 검찰관에게 송치하여야 하며(제203조 제1항), 검찰관이 송치된 피의자를 인수한 경우 피의자를 유치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때에는 즉시 석방하고, 유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때에는 인수시로부터 24시간 이내에

재판관에게 구류청구를 하거나 공소를 제기하여야 한다(제205조 제1항, 제3항).

검찰관이 스스로 피의자를 체포하거나 체포된 피의자를 인수받은 경우(제203조에 의하여 송치된 피의자는 제외)에는 피의자를 유치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때에는 즉시 석방하고, 유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때에는 피의자의 신체구속시부터 48시간 이내에 재판관에게 구류청구를 하거나 공소를 제기하여야 한다(제204조 제1항).

피의자의 구류기간은 勾留請求日로부터 10일이다. 즉 검찰관은 구류를 청구한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공소를 제기한지 아니한 때에는 피의자를 석방하여야 한다(제208조 제1항).

재판관은 부득이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검찰관의 청구에 의하여 구류기간을 연장할 수 있으며, 기간연장은 통산 10일을 넘을 수 없다(제208조 제2항).

한편, 형법상 內亂에 관한 죄, 外患에 관한 죄, 國交에 관한 죄 및 騷亂의 죄에 해당하는 사건에 관하여는 다시 구류기간을 연장할 수 있으나, 그 기간연장은 통산 5일을 넘을 수 없다(제208조의 2).

(나) 독일4)

독일 형사소송법은 우리의 형사소송법보다 구속의 사유를 훨씬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고(제112조~제113조), 피의자를 구속하고자 할 때에는 반드시 영장담당법관(Ermittlungsrichter)5)의 심문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제115조), 우리와는 달리 법에 정한 사유가 있거나 인적 또는 물적 담보를 제공하면 구속의 집행을 유예하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제116조).6)

구속영장은 검사의 청구 또는 직권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하고, 구속영장

의 집행은 검사의 지휘에 의하여 경찰이 행한다. 구속영장에 의하여 체포된 피의자는 지체없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담당법관에게 인치되어야 하며, 담당법관은 지체없이(늦어도 다음날까지) 혐의사실에 관하여 피의자를 심문하여야 한다(제115조 제1항, 제2항). 법관은 인치된 피의자를 심문한 다음 구속영장의 효력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취소할 것인지, 또는 영장의 집행을 유예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7)구속영장의 효력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결정을 하면 이에 따라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집행한다.

이와 같이 독일의 경우도 사법경찰관은 피의자를 체포한 경우 지체없이 법관에게 인치하여야 하고, 사법경찰관에 의한 장기간 구금은 인정되지 아니한다.

(다) 미국8)

미국의 인신구속제도는 체포(arrest)와 공판전의 석방(보석, bail)이라는 두 가지 절차로 대별되어지며, 실제에 있어 광범위한 불구속수사 및 재판이 행하여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매일 많은 사람들이 비교적 경미한 범죄의 혐의로 체포되고 있으나, 이는 이들을 반드시 구금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가 아니며, 체포가 형사사건을 개시하는 전통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逮捕前置主義의 채택). 이 단계에 있어서는 보통법의 전통에 의하여 영장에 의한 체포는 오히려 예외에 속하고 영장없는 체포가 널리 인정된다.9)

체포영장에 의하여 체포된 피의자나 체포영장에 의하지 아니하고 체포된 피의자를 불문하고 체포된 피의자는 불필요한 지체없이(without unnecessary delay)10)치안판사(Magistrate Judge) 앞에 인치하여야 한다

(미국연방형사소송규칙 제5조 ⒜).11)

최초의 법정출석(the first or initial appearance before the Magistrate Judge) 절차에서 치안판사는 체포 후 계속 구금상태에 있는 피의자에 대하여 보석석방(Release)이냐 예방구금(Detention)이냐를 결정한다.12)

(라) 영국13)및 프랑스14)

영국의 경우 체포된 피의자에 대하여 경찰이 기소여부를 결정하기까지 구속할 수 있는 최대기간은 24시간(경찰자체에 의하여 12시간의 연장이 가능하고, 치안판사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함으로써 구속기산점 이후 총 96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연장이 가능)이며, 프랑스의 경우 사법경찰관은 조사를 위해 필요한 경우 피의자를 24시간 동안 보호유치할 수 있고, 24시간 연장이 가능하며, 마약사범이나 테러범죄의 경우에는 다시 추가로 48시간의 연장이 가능하다.

(2) 국제인권규약

1976년에 발효된 국제인권규약 B규약15)제9조 제3항 前文은 “형사상의

범죄로 체포 또는 구금된 자는 법관이나 사법권을 행사하도록 법률로 정해진 다른 사법당국의 면전에 신속하게 인치되어야 하고 적당한 기간 내에 재판을 받거나 석방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서의 인치는 법관으로 하여금 체포나 구금의 적법성을 판단하도록 한다는 의미뿐 아니라 신병구속에 대한 권한을 경찰로부터 이관시킨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점은 이미 1959년 뉴델리에서 개최된 국제법률가회의 제3분과의 결의와 1979년에 함부르크에서 개최된 제12회 국제형법학회 제3분과(형사절차에서의 인권의 보호)에서 분명히 나타나 있다.

델리선언 Ⅲ(체포와 소추)의 제5항은 “……사법당국의 면전에 인치된 후에는 어떠한 구금도 경찰의 손에 넘겨져서는 안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함부르크 결의 제7조 e항도 “체포되거나 구금된 자는 모두 법관이나 법관의 기능을 행사하도록 법률이 정한 공무원에게 즉시 인치되어 자신의 피의사실에 대해 고지를 받아야 한다. 그러한 사법당국에 인치된 후에는 체포한 당국의 구금 하에 되돌아가지 않고 정식 구금당국의 구금 하에 머물러야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이 점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통상의 구속은 물론이고 현행범체포나 긴급구속의 경우에도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 경찰에서 피의자를 구속하는 것은16)이러한 국제결의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17)

마. 이 사건 법률규정의 위헌 여부

(1) 문제의 소재

이 사건 법률규정은 군사법원법의 적용을 받는 피의자에 대하여 구속기간의 한도를 넓혀서 보통군사법원군판사로 하여금 군사법경찰관에 대하여 10일간의 구속기간을 1차 연장허가할 수 있게 함으로써, 군사법원법의 적용을 받는 피의자는 경찰단계에서 최대한 20일을 구속당할 수 있게 되어 경찰단계에서 10일 이내의 범위에서만 구속되는 다른 범죄피의자에 비하여 그만큼 신체의 자유, 그 보장원리로서의 무죄추정의 원칙과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더 많이 제한당하게 되었다.

그런데 형사소송법이 정하고 있는 사법경찰관의 피의자에 대한 구속기간 10일에 대하여도 이는 이론적·실제적 견지에서 지나치게 장기간이므로 단축되어야 마땅하다는 논의가 있어왔다. 이러한 마당에 나아가 군사법경찰단계에서의 구속기간을 다시 최대 10일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규정이 과연 신체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보장하려는 헌법이념에 합당한 것인지 문제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이하에서는 먼저 형사소송법상 사법경찰관에게 허용되는 10일간의 구속기간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에 관하여 살펴보고, 이어서 군사법제도(軍司法制度)의 특수성 및 현행 군사법제도의 실정에 비추어 이 사건 법률규정에 의한 군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의 연장이 헌법상 허용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2) 형사소송법상 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의 정당성 여부

형사소송법이 사법경찰관의 피의자에 대한 구속기간을 10일간18)으로 규

정하고 있는 것은 지나치게 장기이므로, 입법론적으로 이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의 통설적 견해이다.19)

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은 대체로 이를 5일 정도로 단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다수의 견해라고 할 수 있다.20)

그 근거로는 ① 사법경찰관이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단계에서 이미 범죄의 객관적 혐의를 인정할 수 있는 소명자료가 수집되었으므로(형사소송법 제201조 제1항, 제2항), 피의자를 구속할 당시 이미 범죄의 객관적 혐의에 대한 수사가 대부분 완료된 상태로 볼 수 있다는 점, ② 사법경찰관은 구속피의자를 검사에게 인치한 후에도 증거수집을 위한 조사를 계속하여 수집된 증거를 추송할 수 있다는 점, ③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에 사법경찰관에 의한 구속기간이 장기화되면 重複訊問, 自白强要 등 구속피의자에 대한 위법·부당한 처사가 자행될 위험성이 있다는 점, ④ 실제로 경찰단계에서 충분한 수사가 이루어진 후 구속영장이 신청되는 것이 관행이고, 영장이 발부된 후 피의자는 일반적으로 경찰구속기간인 10일의 범위내에서 경찰서보호실에 계속 유치되어 있는데, 그 기간동안 보강수사나 여죄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건은 검찰송치를 위한 의견서 작성 등에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현실인 점21)등이 들어지고 있다.22)

생각건대, 장기간의 경찰구금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심히 반하고, 구속기간 중 인권침해의 가능성이 우려될 뿐 아니라,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가 가입하고 있는 국제인권규약 B규약의 관련규정의 취지에도 어긋나는 것이며, 사법경찰관에 의한 피의자 구금기간이 10일이나 되는 외국의 입법례를 찾아보기도 어렵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정당시 입법이유로 거론된 과학수사기능의 미발달 문제도 그로부터 약 50년이 지난 현시점에서는 상당부분 해소되었다고 할 것이어서, 이를 여전히 장기간의 경찰구금을 정당화할 사유로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에 비하여 국민들의 인권의식이나 수사기법의 향상 등 모든 여건이 완전히 달라진 현시점에서 50년전의 입법내용을 그대로 유지하여야 할 이유를 찾아보기란 매우 어렵고, 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은 마땅히 단축되어야 할 것이다.

(3) 군사법제도의 특수성 및 현행 군사법제도의 실정

(가) 군사법제도의 특수성

군조직은 집단주의적 사고를 강조하고 철저한 위계적 구조를 가진 집단으로서, 전쟁시나 평화시를 막론하고 군조직의 지휘와 전투에서의 승리를 보장하는 데 장애가 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이를 범죄행위로 간주하여 엄벌하는 엄격한 법체계를 가진 집단이라는 점에서 민간조직과는 다른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23)

군사법제도의 운영에 있어서 핵심적인 쟁점은 군의 특수성과 국민 전체에 걸친 평등한 법적 보호의 사이의 비교형량의 문제이다.

지금까지는 군의 자율성과 특수성을 강조하는 논리에 지배된 나머지 군사법제도상의 인권보장과 사법정의실현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였다고 볼 수 있다. 군사법제도의 특수성을 전혀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민주화의 진전과 함께 현저히 고양된 국민 일반과 군인들의 권리의식에 맞추어 이제는 그 특수성에 대한 지나친 경도에서 탈피하여 군사법제도에 있어서도 인권보장과 사법정의의 실현이라는 헌법적 가치의 구현에 더욱 노력하여야 할 시점이 도래하였다.

(나) 군사법원법의 적용대상

군형법은 대한민국 군인 및 준군인(準軍人)에 대하여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특정한 범죄에 관하여는 군인이 아닌 내외국인에게도 적용된다(군형법 제1조 제1항 내지 제4항). 군사법원은 군형법 제1조 제1항 내지 제4항에 규정된 자 및 국군부대의 간수하에 있는 포로가 범한 죄에 대하여 재판권을 가진다(군사법원법 제2조 제1항). 그밖에 군사법원은 계엄법에 의한 재판권을 가지고, 군사기밀보호법 제13조의 죄와 그 미수범에 대하여 재판권을 가진다(군사법원법 제3조). 군사법원법은 군사법원에 재판권이 있는 모든 형사사건에 적용된다.

그런데 전시나 계엄이 아닌 상황에서 단지 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비군사적 범죄(대부분이 과실범, 폭력범임)에 대해서까지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도록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며, 이를 재고해야 될 때가 되었다는 견해가 있다.24)

즉 군인의 범죄라도 평시의 일반사건에 대해서는 민간법원이 재판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 검찰관과 군사법경찰관25)과의 관계

형사소송법은 검사를 범죄수사의 주체로서 인정하면서 검사의 사법경찰관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명문화하고 있고(제195조, 제196조 제1항) 나아가 검찰청법은 사법경찰관리에게 검사의 직무상 명령에 대한 복종의무를 부과한 다음 그 의무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검사의 경정 이하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체임요구권(替任要求權)을 규정하고 있다(제53조, 제54조).

이에 비하여 군사법원법 제228조 제1항은 “검찰관 및 군사법경찰관은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생각되는 때에는 범인·범죄사실 및 증거를 수사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검찰관과 군사법경찰관 모두에게 수사할 권한을 부여하면서도 양자의 관계에 관하여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다만, 동법 제45조에서 “군사법경찰관은 범죄를 수사함에 있어 직무상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일반적으로 검찰관이 군사법경찰관의 수사행위에 대하여 직무상 상관으로서 명령할 수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을 뿐이다.

이와 같이 군사법원법은 검찰관의 군사법경찰관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명백히 하지 않고 있고 군사법경찰관이 검찰관의 지시를 위반하였을 경우에 이를 제재할 체임요구권 등의 수단이 결여되어 있다. 이에 따라 군검찰관의 권한은 사실상 상당히 제한되고 있고 군사법경찰관에 대한 검찰관의 견제장치 미비로 1차 수사기관인 군사법경찰관의 권한이 매우 강한 것이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4) 이 사건 법률규정의 위헌성

(가) 군사법원법 제239조가 규정하고 있는 군사법경찰관의 10일간의 구속기간은 형사소송법 제202조에 상응하는 동일한 내용의 규정으로서, 이러한 구속기간의 허용 자체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불구속수사원칙에 대한 예외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규정은 경찰단계에서는 구속기간의 연장을 허용하지 아니하는 형사소송법의 규정과는 달리, 군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의 연장을 허용하는 규정으로서, 예외에 대하여 다시 특례를 설정함으로써 기본권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기본권이라고 할 수 있는 신체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가중하고 있는 규정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규정이 과잉금지의 원칙(비례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서는 그 제한되는 기본권의 중요성이나 기본권제한 방식의 중첩적·가중적 성격에 비추어, 엄격한 기준에 의할 것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나) 형사소송법상 사법경찰관의 피의자에 대한 구속기간을 10일간으로 하고 있는 것은 지나치게 장기이고 이를 약 5일 정도로 단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에 대하여는 앞에서 본바와 같고, 이하에서는 군사법원법상 군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에 관하여 이를 달리 볼 사정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첫째, 군사법원법 제238조 제1항, 제2항은 구속영장의 신청 및 청구에 관하여 형사소송법 제201조 제1항, 제2항과 같은 취지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군사법경찰관이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단계에서 이미 범죄의 객관적 혐의를 인정할 수 있는 소명자료가 수집되어야 하고, 피의자를 구속할 당시 이미 범죄의 객관적 혐의에 대한 수사가 대부분 완료된 상태로 볼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에서는 전혀 다를 것이 없다.

둘째, 군사법경찰관은 구속피의자를 검찰관에게 인치한 후에도 증거수집을 위한 조사를 계속하여 수집된 증거를 추송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에서도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다.

셋째,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에 군사법경찰관에 의한 구속기간이 장기화되면 중복신문, 자백강요 등 구속피의자에 대한 위법·부당

한 처사가 자행될 위험성은 사법경찰관에 의한 경우보다 오히려 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일반 수사의 경우에도 그러한 문제점이 종종 지적되지만, 군사법경찰관에 의한 수사의 경우에는 군대사회의 특성상 위압적인 수사분위기가 지배하여 방어권의 행사가 매우 위축될 가능성이 많음을 부인할 수 없다. 더구나 수사관이 피의자보다 계급이 높은 경우가 많아 이러한 경우 수사관이자 상관으로서 더욱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가능성이 많다.

또한 앞에서 본바와 같이, 검찰관의 군사법경찰관에 대한 지휘감독이나 견제가 미흡하여 군사법경찰관의 권한이 지나치게 막강한 점도 위와 같은 위험성을 부추기는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밖에도 수사의 필요성을 이유로 군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을 일반 사건에 비하여 특히 장기간으로 하여야 할 사정은 이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군인의 범죄라 하더라도 휴가중의 폭행, 절도, 강도, 교통사고범죄 등으로 경찰에서 조사를 한 후 헌병대로 이송된 경찰이첩사건과 같이 순정군사범(純正軍事犯)이 아닌 경우가 군인범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하에서 이러한 사건들에 대하여 군사법경찰관에 의한 장기간의 구속기간이 필요하지 아니함은 더욱 명백하다.

국방부장관이 제출한 의견서에 의하면 군수사기관의 수사권이 미치는 주된 범죄인 군형법상의 범죄들은 남북분단의 상황에서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범죄들로서 조직적·지능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단기간의 수사로는 배후관계의 규명이나 증거포착이 어려워 충분한 수사기간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국가안전보장 내지 국가존립의 기초를 그 보호법익으로 하는 형법상의 내란죄·외환죄의 경우 또는 어느 면에서는 이러한 범죄들보다 더 조직적이고 지능적이며 수사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마약사범이나 조직폭력사범의 경우에도 사법경찰관에 의한 구속기간은 10일을 초과할 수 없게 되어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나아가 국방부장관은 그밖의 범죄들도 군의 생명인 군기의 유지 및 전투력의 보전·발휘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위하여 충분한 수사기간의 보장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군사법원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범죄라고 하여 특별히 일반 사건에 비하여 실체

적 진실발견의 필요성이 강조된다거나 충분한 수사기간의 보장이 요청된다고 보아야 할 이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주장은 신속한 재판이 강조되는 군사재판의 특성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한편, 국방부장관은 군관련사건의 경우 피의자나 참고인이 수사기관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이동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고 수사상 민간인의 진술이 필요한 경우에도 이들이 소환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구속기간의 연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수사상의 애로나 고충은 군관련사건에 특유한 것이 아니고 일반 형사사건에서도 공통된 일이므로 이러한 사정이 특별히 군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을 다시 연장할 만한 사유가 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수사의 필요성을 이유로 군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을 일반 사건에 비하여 특히 장기간으로 하여야 할 사정은 인정하기 어렵고 장기간의 구속이 허용될 경우의 폐단은 일반 사건에 비하여 오히려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사, 군사법원법의 적용대상 중에 특히 수사를 위하여 구속기간의 연장이 필요한 경우가 있음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규정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위헌을 면하기 어렵다.

첫째, 군사법원법은 군인 및 준군인의 모든 범죄와 특정한 범죄에 관하여는 군인이 아닌 내외국인도 그 적용대상이 되는 등 그 적용범위가 대단히 넓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사건 법률규정과 같이 군사법원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모든 범죄에 대하여 수사기관의 구속기간의 연장을 허용하는 것은 그 과도한 광범성으로 인하여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게 되는 사건의 대부분이 비교적 경미한 사건들임은 앞에서 본바와 같다.

물론 구속기간연장을 위해서는 그 연장신청시 관할 부대장의 승인을 얻도록 되어 있고(군사법원법 제242조 제3항, 제238조 제3항) 보통군사법원군판사의 연장허가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절차를 통하여 그때그때 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구속기간의 연장이 남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견해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적 장치만으로는, 구속기간의 연장이 허용되는 대상범죄가 지나치게 광범한 데서 오는 폐단을 시정하기

에는 매우 미흡하다고 아니할 수 없으므로 결국 이러한 절차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률규정 자체로 인한 침해가능성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둘째, 수사를 위하여 구속기간의 연장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군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의 연장을 통하여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은 부적절한 방식에 의한 과도한 기본권의 제한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사건과 같이 수사를 위하여 구속기간의 연장이 정당화될 정도의 중요사건이라면 이를 군사법경찰관이 구속기간을 연장까지 하여가면서 수사하도록 하는 것보다는 더 높은 법률적 소양이 제도적으로 보장된 군검찰관이 이를 수사하고 필요한 경우 그 구속기간의 연장을 허가하는 것이 오히려 더 적절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군사법경찰단계에서의 장기구금을 통하여 수사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은 인권침해의 우려가 매우 높은 방식이어서 각국의 입법에서 그 예를 찾아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국제인권규정에도 부합하지 아니하므로 이는 기본권제한이 헌법상 정당화되기 위하여 필요한 요건의 하나인 수단의 적절성 원칙에 부합되지 아니하고, 나아가 불필요하게 구속을 장기화한다는 점에서도 이것은 기본권제한이 헌법상 정당화되기 위하여 필요한 또 하나의 요건인 피해의 최소성원칙에도 부합되지 않는다.

결국 군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의 연장을 허용하는 이 사건 법률규정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반되고, 또한 방법의 적정성 및 피해의 최소성이 확보되지 않고 있는 점에서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반되며, 그 결과 청구인 조주형의 신체의 자유 및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고 또한 군인신분의 피의자라는 이유로 군인이 아닌 일반 민간인 신분의 국민과 다르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청구인 조주형을 차별하여 그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바. 소결론

이 사건 법률규정은 무죄추정의 원칙 및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함으로써 청구인 조주형의 신체의 자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평등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2. 이 사건 시행령규정에 대하여

가. 헌법상 기본권으로서의 접견교통권

형사소송법 제89조는 “구속된 피고인은 법률의 범위내에서 타인과 접견하고 서류 또는 물건을 수수하며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209조는 구속된 피의자에 대하여 이 규정을 준용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은 이와 같이 구속된 피고인 또는 피의자에게 타인과의 접견교통권을 보장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도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은 이를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보아야 함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즉 헌법 제12조 제4항 본문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헌법상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 바로 구속된 피의자·피고인이 갖는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이며 따라서 이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 되기 때문이다(헌재 1991. 7. 8. 89헌마181 , 판례집 3, 356, 368; 헌재 1992. 1. 28. 91헌마111 , 판례집 4, 51, 59).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구속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변호인 아닌 ‘타인’과 접견할 수 있는 권리에 관하여는 헌법상 명문의 규정이 없으므로 이것이 단순히 형사소송법에 의하여 비로소 보장된 권리인지 아니면 헌법상의 기본권으로까지 볼 수 있는 것인지가 문제된다.

구속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변호인 아닌 자와의 접견교통권은 피구속자가 가족 등 외부와 연결될 수 있는 통로를 적절히 개방, 유지함으로써 한편으로는 가족 등 타인과 교류하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생활관계가 인신의 구속으로 인하여 완전히 단절되어 파멸에 이르는 것을 방지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방어준비를 위하여 그 보장이 요청되는 것으로서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비록 헌법에 열거되지는 아니하였지만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 포함되는 기본권의 하나로서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인정하고 있는바(헌재 1998. 10. 15. 98헌마168 , 판례집 10-2, 586, 596 등), 미결수용자의 접견교통권도 이러한 일반적 행동자유권으로부터 나온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27조 제4항도 미결수용자의 접견교통권 보장의 한 근거가 될 것이다.26)

대법원도 미결수용자의 타인과의 접견권을 헌법 제10조가 보장하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 가운데 포함되는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1992. 5. 8. 선고 91부8 판결{공1992. 8. 1.(925),2151}].

독일에서도 이러한 미결수용자의 제3자와의 접견권은 독일헌법 제2조 제1항 소정의 일반적 행동자유권(Allgemeine Handlungsfreiheit) 또는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권(das Recht auf freie Entfaltung der Personlichkeit)에 포함되는 것으로 본다.27)

한편, 가족들이 구속된 피의자나 피고인을 면담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인 정리의 발로로서 헌법상 기본권의 하나로 보장되어야 마땅하다고 할 것이고, 이 경우 미결수용자의 가족의 접견교통권도 일반적 행동자유권으로부터 나온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사건 시행령규정이 면회의 횟수를 주2회로 한정하는 것은 미결수용자의 접견교통권과 그 가족의 접견교통권을 모두 제한하는 것인데 이것이 헌법상 허용되는 것인지 여부를 살펴보기로 한다.

나. 이 사건 시행령규정에 의한 기본권제한이 헌법 제37조 제2항의 법률유보규정에 위반되는지 여부

내심의 작용을 내용으로 하는 기본권과 같이 그 성질상 제한이 불가능한 기본권을 제외한 모든 기본권은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이를 제한할 수 있으나, 그 제한의 방법은 원칙적으로 법률로써만 가능하고 제한의 정도도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고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

그러므로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보장되는 미결수용자의 접견교통권도 원칙적으로 법률로써만 이를 제한할 수 있다고 할 것인바, 법률이 아닌 이 사건 시행령규정에 의하여 미결수용자의 면회횟수를 매주 2회로 제한한 것이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되는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기본권제한에 관한 일반적 법률유보조항이라고 할 수 있는데, 법률유보의 원칙은 ‘법률에 의한 규율’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에 근거한 규율’을 요청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권의 제한에는 법률의 근거가 필요할 뿐이고 기본권 제한의 형식이 반드시 법률의 형식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헌법 제75조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위임입법의 근거를 마련함과 아울러 위임입법의 범위와 한계를 명시하고 있는바, 위임명령도 법률의 위임이 있는 경우에는 위임의 범위 안에서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규정할 수 있다.

그런데 군행형법 제15조(면회와 서신의 수발)의 면회에 관한 규정을 보면, 제1항 내지 제3항에서 수용자(수형자 및 미결수용자)는 소장의 허가를 받아 타인과 면회할 수 있고(다만, 수사중인 미결수용자에 대하여는 검찰관이 허가함), 수용자의 면회는 교화 또는 처우상 특히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사유가 없는 한 이를 허가하여야 하며, 수용자의 면회는 변호인 면회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교도관의 참여를 요한다고 규정한 다음, 제6항에서 “면회에의 참여……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군행형법 제15조는 면회의 횟수를 제한하지 않는 자유로운 면회를 전제로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면회에의 참여에 관한 사항만을 대통령령으로 위임하고 있을 뿐 면회의 횟수에 관하여는 전혀 위임한 바가 없음을 알 수 있다.28)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규정이 미결수용자의 면회횟수를 매주 2회로 제한하고 있는 것은 법률의 위임 없이 접견교통권을 제한하는 것이고 이것은

헌법 제37조 제2항제75조에 위반된 기본권제한으로서 청구인들의 접견교통권이라는 기본권에 대한 침해를 구성한다.

이와 같이 이 사건 시행령규정은 기본권제한의 형식 내지 방식에 관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위헌임을 면치 못할 것이나, 나아가 이 사건 시행령규정이 청구인들의 접견교통권 및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관하여도 간단히 보기로 한다.

다. 접견교통권의 침해 여부

청구인들의 접견교통권을 제한하고 있는 이 사건 시행령규정이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정하고 있는 기본권제한입법의 한계인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 것인지 여부를 살펴보기로 한다.

(1) 무죄추정의 원칙은 미결수용자에게 구금의 목적에 반하지 않는 한 일반 시민과 동등한 처우를 하고, 구속 이외의 불필요한 고통을 과하지 않을 것을 요구한다.29)

미결수용자에 대하여 정당한 구금이 행해진 경우라도 미결구금의 목적인 증거인멸이나 도망의 염려를 방지하기 위한 제한이나 구금시설의 질서유지를 위한 제한을 제외하고는 미결수용자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해서는 안된다고 할 것이다.30)

국방부장관은 이 사건 시행령규정의 입법목적으로 증거인멸의 방지 이외에 군사기밀의 누설의 방지 및 부대의 보안·경계상의 문제점 예방을 추가로 들면서 도주의 방지는 따로 거론하고 있지 않는바 우선 군사기밀의 누설의 방지나 부대의 보안·경계상의 문제점 예방은 원래 미결구금의 목적이 아니었던 만큼 미결구금자의 접견교통권을 제한하는 독자적인 입법목적이 될 수는 없고 도주 및 증거인멸의 방지라는 목적에 포함되거나 부수되는 정도의 것에 불과하다고 볼 것이다. 다만, 잦은 면회를 허용하게 되면

증거인멸의 우려와 마찬가지로 도주의 우려도 증가하리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고 나아가 수용시설 내의 질서유지에도 장애가 초래되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결국 이 사건 시행령규정의 입법목적은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의 방지 및 수용시설 내의 질서유지’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러한 입법목적 자체는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고 나아가 미결수용자의 면회횟수를 매주 2회로 제한하는 것은 이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이고 적절한 방법의 하나가 될 것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2) 미결수용자의 접견교통권은 헌법상 기본권의 하나이므로 원칙적으로 보장되어야 하고, 다만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거나 또는 수용시설 내의 질서유지를 해칠 특별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 등에만 예외적으로 제한되어야 할 것이다(형사소송법 제91조, 제209조 참조).31)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앞에서 본 판결(91부8)에서,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 방지라는 구속의 목적에 위배되거나 구금시설의 질서유지를 해칠 현저한 위험성이 있을 때에는 구속된 피고인 또는 피의자의 접견권을 제한할 수 있을 것이나, 그와 같은 제한의 필요가 없는데도 접견권을 제한하거나 또는 제한의 필요가 있더라도 필요한 정도를 지나친 과도한 제한을 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의 침해가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 사건 시행령규정에 돌아가 보건대, 행형법시행령에서 미결수용자의 접견횟수를 매일 1회로 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이 사건 시행령규정은 미결수용자의 면회횟수를 매주 2회로 제한하고 있고 다만, 군행형법시행령 제43조 제2항 후단은 참모총장은 미결수용자의 접견교통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그 횟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시행령 제44조는 소장(수사중인 미결수용자에 대하여는 검찰관)이 수용자의 교화상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수용자의 면회횟수를 증가시켜

허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무죄추정의 원칙상 미결수용자는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기까지는 일반 시민과 같은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이 원칙인 점, 수용기관은 면회에 교도관을 참여시켜 감시를 철저히 한다거나(군행형법 제15조 제3항, 군행형법시행령 제46조 제3항), 필요한 경우에는 면회를 일시 불허(군행형법 제15조 제2항)함으로써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의 방지 및 수용시설 내의 질서유지’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시행령 규정은 지나친 제한을 앞세운 다음 보완조치를 강구하는 태도를 취함으로써 원칙과 예외를 뒤바꾸는 잘못을 범하였다고 하지 아니할 수 없다.

이 사건 시행령규정이 미결수용자의 면회횟수를 매주 2회로 제한하는 것이 비록 그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한 적절한 방법의 하나라고는 하더라도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보다 적게 침해하면서도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를 방지한다는 공익을 실현할 수 있는 똑같이 효과적인 다른 방법이 위에서 보듯이 존재하므로, 이것은 기본권제한이 헌법상 정당화되기 위하여 필요한 피해의 최소성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시행령규정은 청구인들의 접견교통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라. 평등권의 침해 여부

(1) 평등의 원칙은 입법자에게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자의적으로 같게 취급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그러므로 비교의 대상을 이루는 두개의 사실관계 사이에 서로 상이한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의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실관계를 서로 다르게 취급한다면 이것은 평등권을 침해하게 된다. 두개의 사실관계가 본질적으로 동일한가의 판단은 일반적으로 당해 법률조항의 의미와 목적에 달려 있다(헌재 1996. 12. 26. 96헌가18 , 판례집 8-2, 680, 701).

(2)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시행령규정의 의미와 목적을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의 방지 및 수용시설 내의 질서유지’로 볼 때 미결수용자가 군행형법의 적용을 받는 자인지 행형법의 적용을 받는 자인지는 본질적인

차이가 될 수 없으므로 양자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군행형법의 적용을 받는 미결수용자의 경우에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나 수용소내 질서훼손의 우려가 일반 행형법의 적용을 받는 미결수용자에 비하여 더욱 높다고 볼 이유나 사정이 없기 때문이다.

이 사건 시행령규정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의 관점에서 볼 때 동일한 처지에 있는 미결수용자 중 군행형법의 적용을 받는 자의 면회횟수를 행형법의 적용을 받는 자에 비하여 감축하려는 것이므로 이 사건 시행령규정이 자의적인 것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러한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여야 한다.

그러나 군행형법의 적용을 받는 미결수용자의 경우라고 하여 행형법의 적용을 받는 미결수용자의 경우에 비하여,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특히 도주나 증거인멸을 막아야 할 필요성이 크다거나 그 수용시설 내의 질서유지가 더욱 절실히 요청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양자를 달리 취급함에 있어서 객관적으로 납득할 만한 합리적 이유를 찾아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규정은 군행형법시행령의 적용을 받는 미결수용자를 행형법시행령의 적용을 받는 미결수용자에 비하여 자의적으로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고, 그와 마찬가지로 군행형법시행령의 적용을 받는 미결수용자의 가족을 행형법시행령의 적용을 받는 미결수용자의 가족에 비하여 자의적으로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므로 결국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마. 소결론

이 사건 시행령규정은 헌법 제37조 제2항제75조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청구인들의 접견교통권 및 평등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3. 이 사건 결정의 의의

군조직은 전쟁에서의 승리를 지향하여 민간조직과는 달리 집단주의적 사고를 강조하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는바, 군사법제도의 운영에 있어서는 국민 일반과 비교하여 평등한 법적 보호의 문제와 군의 특수성의 문제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조화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 핵심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군의 자율성과 특수성 나아가 군사법제도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논리가 지배하여 왔다면, 민주화의 진전과 함께 국민들의 권리의식이 매우 높아진 현시점에서는 그 특수성을 지나치게 강조할 것이 아니라 군사법제도에 있어서도 인권보장과 사법정의의 실현이라는 헌법적 가치의 구현에 더욱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사건 위헌결정은 이러한 시대정신을 반영하여 군사법제도의 민주화에 크게 기여하는 결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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