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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익, "대한민국정부와 중화인민공화국정부간의 마늘교역에 관한 합의서 등 위헌확인", 결정해설집 3집, 헌법재판소, 2004, p.725
[결정해설 (결정해설집3집)]
본문

- 통상에 관한 조약의 기본권 침해가능성과 알권리 -

(헌재 2004. 12. 16. 2002헌마579, 판례집 16-2하, 568)

전 종 익*52)

1. 일정한 시기부터 한국의 민간기업이 자유롭게 수입할 수 있다고 한 중국과의 마늘교역에 관한 합의 내용이 마늘재배농가의 재산권 등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

2. 위와 같은 합의 내용을 공개할 정부의 의무가 인정되는지 여부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① 대한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이 2000. 7. 31. 체결한 양국간 마늘교역에 관한 합의서(이하에서 ‘이 사건 합의서’라 한다) 및 그 부속서(이하에서 ‘이 사건 부속서’라 한다) 중 ‘2003. 1. 1.부터 한국의 민간기업이 자유롭게 수입할 수 있다’는 부분(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과 ② 외교통상부 장관이 중국과의 위 이 사건 조항을 국민들에게 알리지 아니한 부작위(이하 ‘이 사건 부작위’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가. 2000. 7. 31. 우리 정부의 통상대표는 중국의 통상대표와 대한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간의 마늘교역에 관한 합의서에 서명하였다. 위 합의내용에 의하면 대한민국은 2000년부터 3년간 매년 일정량의 중국산 마늘을 수입하기로 하고 중국은 한국산 휴대전화단말기 등에 대한 수입중단조치를 철회하기로 하였으며 다만 한국이 이미 행한 3년간의 중국산 마늘에 대한 긴급수입제한 조치를 계속 유지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외교통상부는 2000. 8. 1.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산 마늘의 수입물량은 1999년도 수입물량 이하로 사실상 동결되었다고 공개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홍보하였다. 그러나 사실은 중국과의 위 합의의 내용 중 ‘2003. 1. 1.부터 한국의 민간기업이 (추가관세를 물지 않고 마늘을) 자유롭게 수입할 수 있다’는 내용이 부가되어 있었으며, 이는 한국 통상대표가 위 합의서의 ‘부속서한’의 형태로 작성하여 중국측에 전달되었다. 이와 같은 부속서의 내용은 외교통상부가 공개하지 아니하여 국민들에게 알려지지 아니한 상태로 있다가 위 긴급수입제한 조치의 연장 여부와 관련하여 무역위원회가 이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언론의 취재에 의하여 알려지고 2002. 7. 16. 신문보도를 통하여 국민들에게 공개되었다.

나. 청구인들은 마늘을 재배하여오던 농민들로서 중국산 마늘이 대량 수입되어 싼 가격에 유통되면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을 우려하여 마늘교역에 관한 중국과의 위 합의 중 2003. 1. 1.부터 한국의 민간기업이 자유롭게 수입할 수 있다고 한 부속서의 내용부분과 위 내용을 국민에게 알리지 아니한 외교통상부장관의 부작위가 청구인들의 알 권리와 재산권 등을 침해하고 헌법상 적법절차의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 등에도 위배되어 위헌이라는 이유로 2002. 9. 13.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1) 이 사건 합의서와 부속서 중 ‘2003. 1. 1.부터 한국의 민간기업이 자

유롭게 수입할 수 있다’는 부분은 2003년부터는 우리 정부가 중국으로부터의 마늘수입에 대하여 긴급수입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것을 중국과 합의한 것으로서, 이는 주권적 사항을 포기한 것이고 이를 정식 합의서에 포함시키지 않고 별도의 이면서신을 교부하는 방법으로 합의한 것은 마늘을 재배하는 농민인 청구인들의 정보접근권, 정보수집권 등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며 이러한 방식 자체가 적법절차에 위배된다. 또 이는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에 해당하므로 국회의 동의와 대통령의 비준을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받지 아니하였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2) 게다가 이 사건 조항은 휴대전화기 등의 수출을 위하여 불합리하게 마늘재배농민에게 심각한 피해를 가하는 것으로서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고, 위 전화기 등 수출업자들을 위하여 마늘재배농민인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한다. 나아가 이 사건 조항은 입법사항에 대하여 일방적으로 외국과 합의한 것으로 권력분립의 원칙에 위배되며, 그 내용도 불명확하여 명확성의 원칙에도 반한다.

(3) 이 사건 부속서의 위 조항은 우리나라와 중국간의 이 사건 합의의 주요한 내용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를 약 2년간 국민들에게 알리지 아니한 채 은폐하여 오다가 긴급수입제한 조치의 연장 여부가 문제되면서 알려지게 되었다. 이러한 부작위는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 것이며, 그 공권력 행사의 내용, 방식, 목적 등의 관점에서 적정성과 합리성이 없어 헌법상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배된다.

(1) 이 사건 조항은 2003. 1. 1.부터 마늘 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인 이른바 ‘신사협정’에 불과하며 곧바로 국가 간

의 법률관계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므로 별도의 구체적 집행행위가 없는 한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없어 권리침해의 직접성이 없다. 또 이 사건 조항에 의하여 침해될 수 있는 것은 이를 비준, 동의하지 못한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이므로 청구인들과 같은 국민은 권리침해의 자기관련성이 없다. 2000. 7. 31. 체결된 이 사건 합의서는 이 사건 조항을 포함하여 2000. 8. 2.부터 시행되었고 이 사건 헌법소원의 심판청구는 2002. 9. 13.에야 제기되어 청구기간을 도과하였으므로 각하되어야 한다.

(2) 이 사건 조항을 국민에게 알리지 아니한 조치는 헌법에 의하여 작위의무가 특별히 구체적으로 규정된 경우가 아니므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부작위가 아니다. 또 피청구인은 2002. 7. 16. 이 사건 합의서 부속서에 위와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언론이 확인하여 보도되어 이 사건 조항은 이미 공지의 사실이 되었으므로 권리보호의 이익이 상실되었다. 또 이는 행정부작위에 해당하여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의 사전구제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청구인들은 이를 거치지 아니한 채 헌법소원을 제기하였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보충성이 결여되어 각하되어야 한다.

(3) 양국의 합의 내용 중 일부를 합의서 본문이 아닌 별도의 서신형식으로 작성 교부한 것은 당사국간에 양해만 되면 취할 수 있는 방식이며 가령 이 사건 조항을 조약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헌법 제60조 제1항에서 정하는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것이거나 주권의 제약에 관한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지 않으므로 반드시 국회의 동의와 대통령의 비준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국가기관은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에 따라 국민의 청구를 받고 보유ㆍ관리하고 있는 정보를 공개하여야 할 뿐 국민이 요구하지도 아니한 분야의 모든 정보를 공개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정부가 이 사건 합의 내용을 의도적으로 은폐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을 즉시 공개하지 아니한 부작위가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배되거나 알 권리를 침해하지는 않는다.

(4) 이 사건 합의서와 이 사건 조항은 우리나라가 시행한 중국산 마늘 긴급수입제한 조치에 대한 중국측 보복조치인 한국산 휴대전화기 등에 대한 잠정 수입중단조치를 해제함과 동시에 3년간 마늘 긴급수입제한 조치를

시행함으로써 우리 마늘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전체적으로 보아 자의적이라 할 수 없어 평등의 원칙이나 농어민의 보호 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며 이로써 국민의 직업의 자유나 재산권이 침해되는 것도 아니다.

1. 합의된 중국산 마늘에 대한 수입제한조치는 당면한 구체적 경제상황에 적응하지 못한 농가를 한시적으로 보호하여 대응조치를 할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한 것일 뿐, 장기간 혹은 기한 없이 계속적으로 중국산 마늘에 대한 수입장벽을 지속하여 마늘재배농가에 유리한 경제적 법적 상황을 확보하여 주기 위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마늘재배농가에게 위 수입제한조치가 다시 연장되는 것에 대한 어떠한 법적 신뢰도 부여될 수 없고, 마늘재배농가는 단지 기존의 수입제한조치를 활용하여 자신의 계획에 따라 경영을 조정하여야 할 뿐이므로 국가가 이러한 제한조치를 연장하지 아니한다고 하여도 마늘재배농가의 재산권이 제한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또한 경영상황의 악화로 마늘재배를 중단해야 하더라도 이로써 직업선택의 자유가 어떠한 영향을 받는 다고 볼 수 없다. 적법절차위반과 조약체결에 관한 헌법규정 및 권력분립원칙은 원칙들이 그 자체로 어떠한 주관적인 권리를 보장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2. 알 권리에서 파생되는 정부의 공개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민의 적극적인 정보수집행위, 특히 특정의 정보에 대한 공개청구가 있는 경우에야 비로소 존재하므로, 정보공개청구가 없었던 경우 대한민국과 중국이 체결한 마늘교역에 관한 합의서 및 그 부속서 중 ‘2003. 1. 1.부터 한국의 민간기업이 자유롭게 마늘을 수입할 수 있다’는 부분을 사전에 마늘재배농가들에게 공개할 정부의 의무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또한 공포의무가 인정되는 일정범위의 조약의 경우에는 공개청구가 없더라도 알 권리에 상응하는 공개의무가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으나 위 부속서의 경우 그 내용이 이미 연도의 의미를 명확히 하고 한국이 이미 행한 3년간의 중국산 마늘에 대한 긴급수입제한 조치를 그 이후에는 다시 연장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선언한 것으로 집행적인 성격이 강하고, 특히

긴급수입제한조치의 연장은 중국과의 합의로 그 연장여부가 최종적으로 결정된 것으로 볼 수 없는 점에 비추어 헌법적으로 정부가 반드시 공포하여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부여해야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국제법상 조약이란 “단일의 문서 또는 둘 또는 그 이상의 관련문서에 구현되고 있는가에 관계없이 또한 그 특정의 명칭에 관계없이, 서면형식으로 국가간 체결되며 또한 국제법에 의하여 규율되는 국제적 합의”를 의미한다[조약법에관한비엔나협약 제2조 제1항 (a)]. 이에 의하면 조약은 ‘국가간’합의로서 국가이외의 주체간 또는 그와 국가간의 합의는 제외되며 구두합의는 포함되지 않는다. 또한 국유토지의 임대차 등과 같은 사법상의 규율대상이 되는 국가간의 합의 역시 조약이라 볼 수 없다. 이와 같이 조약은 협정(agreement), 협약(convention), 각서교환(exchange of notes), 의정서(protocol) 등 명칭과 형식에 상관없이 위의 요건들을 충족하는 국제간 합의를 포함하는 총괄적인 개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국가간 합의가 조약으로서 법적 권리ㆍ의무를 발생시키는 것인지 여부가 쉽게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단순한 정치적ㆍ선언적 성격의 합의가 아닌 법적인 구속력을 가지는 조약인지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먼저 합의 당사자들의 법적 효력에 대한 의도를 고려해야 하며 안보, 관세, 무역, 범죄인 인도 등 중요한 사안인지 여부와 국내법상 입법사항인지 여부와 같은 내용의 성격, 합의된 내용에서 권리ㆍ의무관계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는지 여부, 그리고 합의 형식이 통상적인 조약의 형식을 따르고 있는지 여부 등을 살펴보아야 한다.2)

가장 격식을 따지는 정식의 문서로서 주로 당사국간 정치적, 외교적 기본관계나 지위에 관한 포괄적인 합의를 기록하는데 사용된다. 조약은 전문(preamble), 본문(body), 최종조항(final clause)으로 구성되며 대부분 당사국 정부가 아닌 ‘국가’ 자체가 당사자가 된다. 전권대표에 의하여 교섭되고 국가원수의 비준을 조건으로 서명되며 대개 그 절차와 유효기간을 규정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주로 정치적인 요소가 포함되지 않은 전문적인, 구체적인 주제를 다루며 조정이 그다지 어렵지 않은 특정문제를 취급하는 데에 주로 사용된다. 전문을 포함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고 정부간 또는 부처간 조약에 많이 사용된다. 통상 서명이나 수락 또는 가입 등의 조치에 의해 발효되나 비준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한ㆍ중원자력협력협정(1995)”을 들 수 있다.

특정분야 또는 기술적인 사항에 관한 입법적 성격의 조약에 많이 사용되며, 예로는 ‘이중과세방지협약’을 들 수 있다. 그밖에 국제기구의 주관하에 개최된 국제회의에서 체결되는 조약의 경우 협약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1961)’이 있다.

기본적인 문서에 대한 개정이나 보충적인 성격을 가지는 조약에 많이 사용된다. 이 경우 의정서는 기본문서의 불가분의 일부로 간주된다. 그러나

특정분야만을 단독으로 취급한 경우도 없지 않다. 이러한 경우로 “대한민국과 독일연방공화국간의 해운관계에 관한 의정서(1965)”를 들 수 있다. 또는 분쟁해결을 위한 조약에서도 그 예를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그 예로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 분쟁의 강제적 해결에 관한 임의의정서(1963)”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구별되는 것으로 특정조약 비준서 교환과 조약의 효력발생 등의 내용을 기술하는 문서를 지칭하는 “비준서 교환의정서(Protocol of Exchange of Instruments of Ratification)”가 있다. 이는 기본문서의 일부분이 아니며 행정적인 관계문서로 간주된다.

주로 협정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적고 실무적인 사항을 규정하거나, 그 시행이 일회적이거나 유효기간이 짧은 문서에 사용된다. 또는 모협정에 규정된 사업을 구체적으로 실시하기 위한 조건에 관한 합의문서에 사용되기도 한다. 그 예로 “대한민국 정부와 캐나다 정부간의 대한 소맥원조약정(1970)”을 들 수 있다.

전통적인 조약은 동일서면에 조약국의 대표가 서명함으로써 체결되는데 비하여, 각서교환은 일국의 대표가 의사를 표시한 각서를 타방국가의 대표에 전달하면 타방국가의 대표는 그 회답각서에 전달받은 각서의 전부 또는 중요부분을 확인하고 그에 대한 동의를 표시하여 합의를 성립시키는 것이다. 각서교환형식이라고는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내용의 중대성에 비추어 비준을 필요로 하는 것도 있고 헌법 제96조 제1항에 의한 동의를 필요로 하기도 한다. 주로 기술적인 성질의 사항과 관련되나 정치적 중요성이 높은 문제에 이용된 경우도 있다.

각서의 초안은 교환이 실시되기 이전에 양 당사국간에 조정되는 것이 관례이며 양 문서의 일자는 가능한 한 동일하여야 한다. 외교통상부장관의 위임을 받으면 외무부 직원도 각서교환을 할 수 있다.

외교교섭 또는 조약체결시 표명된 의견 또는 상호 합의된 사항을 기술한 문서로서 추후 합의내용 또는 조약해석의 지표로서 사용된다. 독립적으로 사용되는 경우에는 이미 있었던 합의를 수정하거나 완성시키는 합의로 간주된다. 후자의 예로서 “대한민국과 필리핀공화국간의 무역에 관한 합의의사록(1961)”을 들 수 있다.

이미 합의된 내용 또는 조약본문에 사용된 용어의 개념들을 명확히 하기 위하여 당사자간 외교교섭의 결과 상호양해된 사항을 확인ㆍ기록하는데 주로 사용된다. 그 예로서 1978. 9. 위싱턴에서 개최된 한미간 항공회담결과 양국은 1957년 체결된 한미항공운송협정 개정에 합의하고 그 합의된 내용을 “양해각서”에 기록ㆍ서명한 것을 들 수 있다. 최근에는 독자적인 전문적ㆍ기술적 내용의 합의에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밖에 조약형식으로 주로 국제기구를 구성하거나 특정제도를 규율하는조약을 지칭하는데 이용되는 헌장(charter), 규정(statute) 또는 규약(covenant), 잠정적이고 예비적인 성격의 조약인 잠정협정(Modus Vivendi),4)국제회의에서 성립된 다수의 조약이나 협정을 열거한 문서가 그 자체로 조약이 되는 경우 사용되는 일반의정서(General Act) 등이 있다.

(1) 조약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대표의 임명과 교섭이 선행되어야 한다. 통상 외교통상부장관 또는 특명전권대사 또는 특명전권공사인 대한민국재외공관의 장이 정부대표가 되며(정부대표및특별사절의임명과권한에관한법률 제3조, 제4조), 이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무부장관이 임명한 자가 정부대표가 된다. 다만 중요사안의 경우나 특별사절의 경우에는 외교통상부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같은 법 제5조).

이와 같이 임명된 정부대표는 교섭을 통하여 조약문을 작성하고 문안을 확정한다. 이와 같이 확정된 조약안은 법제처의 심사를 거쳐(정부조직법 제24조 제1항) 국무회의에 상정되어 심의를 받는다(헌법 제89조 제3호). 국무회의의 심의ㆍ의결을 거친 조약안이 국무총리의 재가를 거쳐 대통령의 재가를 받으면 내부적인 조약체결에 대한 의사가 최종 확정되고 정부대표는 이에 따라 상대국대표와 조약에 서명한다. 서명된 조약 중 상호원조ㆍ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등과 같이 헌법 제60조 제1항에 규정되어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조약의 경우에는 서명 후 비준 전에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조약 은 대통령 또는 외무부장관이 작성한 비준서(instrument of ratification)를 교환함으로써 국제법적인 효력을 발생한다. 다만 행정협정과 같은 약식조약(treaty in simplified form)의 경우 비준없이 서명만으로 효력이 발생하기도 한다.

(2) 위와 같은 절차를 모두 거쳐 체결된 조약은 공포함으로써 국내법적으로 효력을 발생한다(헌법 제6조 제1항). 조약의 공포문에는 전문을 붙여야 하며 여기에는 국회의 동의 또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친 뜻을 기재하고, 대통령이 서명한 후 대통령인을 압날하며 그 일자를 명기하여 국무총리와 관계국무위원이 부서한다(법령등공포에관한법률 제2조, 제6조). 조약의 공포는 관보에 게재하여 행한다(같은 법 제11조 제1항).

(1) 대통령이 그 조약의 체결·비준권(헌법 제73조)에 근거하여 조약을 체결한 후 국무회의의 심의와 경우에 따라서는 국회의 동의를 거쳐 공포가 되면 헌법에 의하여 체결된 조약으로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이러한 조약 중 국회의 동의를 얻은 조약은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지나 동의를 요하지 않는 조약으로서 행정협정과 같은 것은 명령·규칙의 효력을 가진다.5)

이와 같은 조약 이외에 외교통상부의 실무관행상 외교통상부 장관의 전결로 체결하는 이른바 ‘고시류조약’이 존재한다. 고시류조약은 모(母)조약의

실시ㆍ집행을 위하여 그 조약의 규정에 의하여 위임된 범위내에서 보충적으로 체결되는 약정(각서교환의 형식을 취하는 경우가 대부분임) 또는 국제기구에서 채택된 다자조약으로서 그 조약 내용 중 경미한 사항을 기구의 결의를 통하여 수정하는 경우(예컨대 의사국의 수를 증감하는 따위) 등에 이용된다. 이 경우 복잡한 국내절차를 취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하므로 외무부장관이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체결절차를 취하고 그 내용을 곧바로 관보에 고시한다. 이를 편의상 ‘고시류조약’이라 칭한다.6)

(2) 조약의 국내법체계내에서의 지위에 대하여는 국제주의 또는 국제협조주의의 규정상 조약이 헌법에 우월하다고 보는 조약우위설, 조약체결권은 헌법에 의하여 인정된 국가기관의 권능이며 헌법에 의하여 창설된 권력이기 때문에 헌법에 우월할 수 없고, 헌법의 최고법규성에서 보아 조약의 우위를 인정할 수 없으며 조약이라고 하더라도 헌법의 기본원리인 국민주권주의를 배제할 수 없다고 하는 헌법우위설 등이 있으나, 헌법우위설이 우리나라의 다수설이며, 위헌조약의 사법적 심사대상 여부에 관하여도 헌법우위설의 입장에서 이를 긍정하는 것이 다수설이다.7)그러므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조약은 헌법재판소의 위헌심판대상이 되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예도 이와 같다.8)

헌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결정된 조약은 그 결정이 있은 날로부터 국내적 효력을 상실한다. 그러나 일단 국제법적으로 유효하게 체결된 조약의 경우 국제법적인 효력은 유지되며 국내법 규정을 원용해서 조약의 불이행을 정당화할 수 없다(조약법에관한비엔나협약 제27조).

(3) 조약이 국내법적 효력이 있는 경우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국제법적으로 유효하나 체결절차의 흠결로 인하여 국내법적 효력이 없는 경우(예를 들면, 공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판단된 바 없다.

조약이 공포되면서 별도의 입법시행의 조치 없이 즉시 국내법적으로 적용되는 자기집행조약(self-executing treaties)의 경우 일반적으로 헌법소원심판에서 자기관련성, 직접성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조약의 시행을 위해 별도의 입법조치가 필요한 비자기집행조약(non-self-executing treaty)의 경우 이로써 국민이 직접 자신의 기본권을 제한받는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곧바로 조약을 대상으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없고 조약을 구체화한 법률 또는 명령·규칙을 대상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9)

(1) 이 사건 합의서는 서면형식으로 국가간 체결된 국제적 합의로서 그 대상이 관세 및 무역에 관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고, 합의된 내용을 보면 향후 3년간 양국이 행하여야 할 것에 대한 의무와 권리들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정식으로 임명된 정부의 대표가 교섭과정을 거쳐 서명을 하였으므로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합의서는 국제법상의 조약으로 보아야 한다.

이 사건 합의서는 우리나라의 중국산 마늘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치 이후 발생한 중국과의 무역분쟁을 해결하기 위하여 이루어졌고 조약체결주체는 양국의 정부로 되어 있으며, 마늘수입물량, 관세율 등의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사항을 규정하고 있고, 그 대상기간도 ‘2000년부터 3년간’의 비교적 단기간으로 한정되어 있다. 이와 같이 실무적인 사항을 규정하며 유효기간이 비교적 단기인 문서는 앞에서 살펴본 조약의 체결형식에 의하면 ‘협약(Arrangement)’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2) 이 사건 부속서의 경우 그 국제법적 성질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가) 신사협정으로 보아 국제법적 효력을 부인하는 견해10)

이 사건 부속서는 세이프가드 조치와 관련하여 일방적으로 우리측이 선언한 내용으로서 신사협정에 해당하며 국제법적으로 유효한 조약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이다. 이 사건 부속서는 대한민국 정부 대표가 중국대표에게 보낸 서한형식으로 되어 있어 그 내용을 일방적으로 선언하는 것에 불과하며, 특히 이 사건 조항을 보면 그 내용도 ‘세이프가드 조치를 해제한다’ 또는 ‘세이프가드 조치의 연장을 할 수 없다’라고 규정되어 있지 않고 단순히 ‘2003. 1. 1.부터 한국기업은 냉동, 초산제조 마늘을 자유로이 수입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구체적인 양측의 권리·의무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또한 이 부속서한은 국무회의의 심의나 공포 등의 조약체결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았다.11)

따라서 이 사건 부속서는 곧바로 국가간의 법률관계를 발생시키지 않고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또는 도덕적 약속인 신사협정으로서 이 사건 조항 역시 단지 2003. 1. 1.부터 마늘 세이프가드 조치를 발동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점을 선언한 것이지 확정적으로 연장권한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나) 국제법적으로 유효한 조약으로 보는 견해

이 사건 부속서의 성립과정을 보면 우선 한국과 중국 양국은 분쟁의 해결로서 한국이 2000년부터 3년간 중국산 마늘을 일정물량 수입하고 정해진 세율로 관세를 부과하며 그 이후에는 중국산마늘의 수입을 자유화하는 반면 중국이 즉시 한국산 휴대전화기 등에 대한 잠정 수입중단조치를 해제한다는 것을 합의하였다. 양국은 이러한 합의를 문서로 작성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중국산 마늘 수입물량 및 관세율’에 대한 내용은 이 사건 합의서에 포함시키고 ‘한국의 2003년 이후 마늘수입자유화’와 ‘중국의 수입중단조치 해제’는 각각 서한으로 확인하는 방법을 택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부속서는 한ㆍ중간 무역분쟁해결을 위한 합의의 불가분의 일부로서, 법적인 구속

력이 없는 단순한 선언에 불과한 것으로 볼 수 없고 국제법상 조약의 하나로 보아야 한다. 특히 한ㆍ중간 각각의 의무를 기재한 서한을 서로 대응하여 교환된 사실을 보면 이는 명백하다. 국회답변에서 통상교섭본부장 역시 부속서한은 합의서 전체의 일부분으로서 이를 포함한 당시 합의내용은 구속력을 갖는 국가 간의 합의라고 밝히고 있다.12)

형식적으로 보면 양국의 대표가 상호 합의하에 각 국가의 의사를 표시한 서한을 전달하여 합의된 내용을 확인하고 있고 내용도 이 사건 합의서에 표기된 연도의 의미를 명확히 하고 그 이후의 방침을 선언하는 등 기술적 성질의 사항을 정하고 있으므로 앞에서 살펴본 조약의 유형 중 ‘교환각서(Exchange of Notes)’ 또는 ‘양해각서(Memorandum of Understanding)’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13)

(다) 판단

외교관계는 국가안전보장 등 중대한 국익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어떠한 방법으로 국익을 지켜나갈지에 관한 판단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한다. 따라서 여러 가지 형태로 이루어지는 다른 나라와의 합의가 어떠한 성질을 가지고 있고 그 효력이 무엇인가에 대하여는 이 분야의 전문가들인 외교관들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취지에서 이 사건 부속서에 대한 국제법적 효력을 부인하는 견해도 가능하다.

그러나 합의가 이루어진 과정 전체를 살펴보면 이 사건 부속서는 분쟁해결을 위한 전체조약의 일부분을 이루고 있고 이 사건 부속서 및 이 사건 조항의 성격에 대한 외교통상부의 입장 자체도 통일되어 있지 않으며 법적 효력의 문제까지 외교전문가들의 전문성을 존중하여야 하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의문이 있다는 점에서 국제법적 효력이 있는 조약이라고 보는 견해도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가) 기본법의 관련 규정

기본법 제59조 제2항은 조약의 국내변형절차와 관련하여 “연방의 정치적 관계를 규정하거나 연방의 입법사항과 관련을 가지는 조약은 연방법률의 형식으로 하되 그 때마다 연방입법에 관한 권한을 가진 기관의 동의나 참여를 필요로 한다. 행정협정(Verwaltungsabkommen)에 관해서는 연방행정에 관한 조항이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 동의법률에 의하여 국내적으로 발효되는 조약

위 조항 제1문은 소위 동의법률(Zustimmungsgesetz)에 관하여 규정한 것이다. 그런데 모든 조약이 동의법률의 형태에 의하여 국내변형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며, 그 대상은 ‘연방의 정치적 관계를 규율하거나 연방의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에 한정하고 있다. 이는 우리 헌법 제60조 제1항이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조약을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으로 한정하고 있는 것과 비교할 수 있다. 양국의 사법기관에 의한 해석상 차이가 있겠지만 그 규정 취지는 유사한 것으로 사료된다. 독일의 동의법률은 의회에서 그 내용의 일부를 수정하여 통과시킬 수 없고 조약 내용 전체에 대한 가부만 판단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우리의 국회동의와 유사하여 헌법소원의 대상성을 평가함에 있어서 고려되어야 할 본질적인 제도적 차이는 없다고 생각된다.

(다) 동의법률에 의하지 아니하는 조약(행정협정)

독일기본법상 위와 같은 동의법률로 변형하여야 할 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기본법 제59조 제2항 제2문에서 규정한 소위 ‘행정협정’으로 처리된다. 동의법률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는 조약, 즉 행정협정은 행정규칙이나 행정행위의 형태로 규율될 수 있는 대상을 내용으로 삼는 것이다. 이러한 행정협정은 동의법률의 형태로 의회의 관여를 받을 필요는 없지만, 기본법 제59조 제1항 제2문에 의하여 역시 연방대통령의 체결행위에 의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행정협정은 그 내용에 따라 법규명령, 행정

규칙, 혹은 행정행위의 발령의 형태로 국내법적으로 변형되어 발효된다.

그러나 실제로 행정협정은 기본법 제59조 제1항 제2문의 내용과는 어긋나게 대통령이 아니라 연방정부 혹은 관계부처에 의하여 체결되고 있다.행정협정은 ‘정부협정(Regierungsabkommen)’과 ‘부처협정(Ressortabkommen)’으로 대별된다.

정부협정은 연방정부가 상대국의 정부와 체결하는 것으로서 연방정부가 체약당사자가 되며, 연방정부 대표의 서명과 상대국에 대한 통지에 의하여 발효된다. 부처협정은 관계부처가 체약당사자가 되며, 조약의 내용이 기본법 제65조에 의한 부처간 관할범위를 기준으로 볼 때 어느 특정한 부처에 속하는 경우에 생긴다. 기본법의 규정상으로는 대통령이 모든 조약의 체결권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한 이러한 실무는 헌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으나, 실제로 이를 위헌판단한 판례는 발견할 수 없다.14)

(가)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국제조약에 관한 연방정부의 모든 관여행위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으며 그 이유는 국제법적 차원의 행위는 국내법적 효과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였다.(BVerfGE 77, 170, 209)15)그 대신 국제조약을 국내적으로 시행하기 위하여 제정되는 ‘조약동의법률(Zustimmungsgesetz)’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고 보고 있다.(BVerfGE 6, 290, 295) 다만 동 법률의 제정절차에 있어서 어느 시점부터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일반법률의 경우와 다른 예외가 인정되고 있다.

(나)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형식적 의미의 법률(Gesetz im formellen Sinn)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최종적으로 법률이 공포되어야 한다. 그러나 국제조약에 대한 동의법률는 이에 대한 예외이다. 동의법률의 공포와 함께 비준을 요하지 아니하는 국제조약은 구속력을 가진다. 그러나 비준을 요하

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동 비준은 법률의 공포 이후에 직접 행하여질 수 있고, 이를 통하여 국제법적 효과가 발생될 것이다. 동의법률이 공포 시점 이후에야 헌법심사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면 이는 국제법적으로 이미 발효된 국제조약을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판단하는 결과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헌법심사를 가능한 한 시기적으로 당겨서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의회의 의사형성과정에 재판소가 개입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므로 헌법소원은 동의법률이 의회(상하원)을 통과한 이후 그러나 대통령의 서명과 공포 이전에 제기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조약이 국제법적으로 발효되었다는 사실이 헌법소원의 제기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16)

(다) 연방헌법재판소도 이 점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설시하고 있다.

“동의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은 연방대통령이 조약법률에 서명하고 이를 공포할 수 있는 정도까지 입법절차가 완결되었다면, 동 공포 이전에 이미 제기될 수 있는 것이다.(BVerfGE 24, 33 : 네덜란드와의 재정조약 사건)17)

(라)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독일의 경우 조약의 내용이 국내적으로 발효되는 것은 물론 조약동의법률이 공포되고 시행되는 시점부터가 되지만, 동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의 제기는 의회를 통과한 이상 공포되지는 아니한 시점에서도 가능하다고 하고 있다. 이렇게 보는 이유는 가급적 조약이 국제법적으로 발효하기 이전에 연방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굳이 공포까지 시점을 늦춤으로써 오히려 비준발효를 거치게 하여 국제법적으로 완결되어 버린 조약을 헌법재판소가 사후에 심사하는 모순을 피하고자 하는데 있다.

(가) 이 사건 합의서와 부속서를 양국정부의 대표들에 의하여 이루어진 국제법상의 조약으로 본다 하더라도 정부는 이에 대하여 국무회의의 심의도 거치지 않았고 관보에 게재하여 공포하지 않았다. 다만 보도자료 형태

로 일부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였을 뿐이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관세법제12조의규정에의한마늘에대한긴급관세부과에관한규칙(별첨2)’을 이 사건 합의서 내용을 반영하도록 개정(2000. 8. 2. 재정경제부령 제159호)하면서 ‘중국과의 협상결과를 반영’한 것이라고 개정이유를 밝힘으로써 그 대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로써 이 사건 합의서 및 부속서 내용 중 일부를 추측하여 알 수 있을 뿐 내용 그대로를 알 수는 없고 이를 법령등공포에관한법률에 의한 공포로 볼 수는 없다.18)

따라서 이 사건 합의서와 부속서는 국내법 절차에 따른 공포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헌법 제6조 제1항에 의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질 수 없다.

(나)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이며 여기서 ‘공권력’이란 입법권ㆍ행정권ㆍ사법권을 행사하는 모든 국가기관ㆍ공공단체 등의 고권적 작용이다(헌재 2001. 3. 21. 99헌마139등, 판례집 13-1, 676, 692). 이 사건 합의서 및 이 사건 조항의 경우 행정권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의 고권적 작용인 것은 틀림없으나 그 대국민적 효력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따라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두가지 견해가 가능하다.

(다) 헌법소원심판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견해

이 사건 합의서와 부속서는 국내법 절차에 따른 공포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그 자체로 헌법 제6조 제1항에 의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질 수 없고 그에 따른 국내법적 후속조치가 이루어져야 비로소 효과를 가질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 사건 합의서와 부속서는 아무런 대국민적인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없다. 따라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로 보기 어렵다.

(물론 국제법적인 효력을 부인하는 입장의 경우 국내법적 효력을 인정할 여지가 없으므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당연하다)

(라)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으로 보는 견해

이 사건 합의서와 부속서의 국내법적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사실상의 효과를 보면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로 인정할 수 있다. 이 사건 합의서와 부속서는 국제법적 효력을 가진 조약으로서 이에 따라 조약체결주체인 정부는 중국으로부터 수입되는 마늘에 대한 관세 및 수출물량 및 수입제한조치를 조정할 의무를 진다. 조약체결 당시 관세법(1995. 12. 6. 법률 제4982호로 개정되고 2000. 12. 29. 법률 제630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2조에 의하면 특정물품의 수입증가로 인하여 국내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받을 경우 부과되는 ‘긴급관세’ 또는 ‘잠정긴급관세’를 부과할 대상물품ㆍ세율ㆍ적용기간ㆍ수량 등은 재정경제부령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으며(제8항), 이에 따라 관세법제12조의규정에의한마늘에대한긴급관세부과에관한규칙(2000. 5. 3. 재정경제부령 제141호)이 제정되어 있었고, 대외무역법(1996. 12. 30. 법률 제5211호로 개정되고 2001. 2. 3. 법률 제6417호 불공정무역행위조사및산업피해구제에관한법률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8조제30조에 의하면 관세부과 등 조치의 변경ㆍ해제 또는 기간의 연장 역시 무역위원회의 건의를 받아 재정경제부장관이 결정을 할 수 있었으므로, 이 사건 합의서와 부속서에 따른 의무이행을 위해서 국회에 의한 법률개정 등이 필요한 것은 아니고 행정부내부의 의사결정과정에서 그 내용을 관철시키는 것으로 충분하다. 따라서 이 사건 합의서와 부속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령의 뒷받침에 의하여 실시될 것이 예정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이 사건 합의서와 부속서는 법령의 뒷받침에 의하여 그대로 실시될 것이 예상되므로, 그 내용상 국민의 기본권에 직접 영향을 미칠 위험성이 존재한다면 비록 사실상의 효력을 가지는 것에 불과하더라도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작용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마) 평가

이 사건 합의서와 부속서는 헌법상의 조약체결절차인 국무회의의 심의와 공포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헌법 제6조에 규정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 조약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이에 대하여 국내법적으로 전혀 아무런 효력도 없는 것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하자가 있어 완전한 법적 효력을

인정할 수는 없지만 국민들에게 일정한 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평가하여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으로 볼 것인가 여부에 따라 서로 다른 견해가 가능하다. 전자의 견해는 논리적으로 일관된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으나 정부가 그에 따라 일정한 행위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는 실질적인 면을 고려하면 후자의 견해가 타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사건 합의서 및 부속서의 조약체결행위가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의하여 내려지는 국가작용으로서 그 결단을 존중해야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통치행위(또는 정치문제)로서 사법심사의 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재판소는 ‘통치행위를 포함한 모든 국가작용은 국민의 기본권침해와 직접 관련되는 경우 당연히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상이 된다’(헌재 1996. 2. 29. 93헌마186, 판례집 8-1, 111, 116)19)는 입장이므로 이 사건 합의서 및 부속서의 체결행위가 통치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당연히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으로 인정할 수 있다.

게다가 이 사건 합의서와 부속서는 한중 양국간에 체결된 조약이기는 하지만 중국산 마늘의 일정 기간 수입에 관한 한중 양국의 합의로서 특정 품목에 대한 구체적 무역에 관련한 매우 경제전문적 내용을 합의한 것으로서 정치적 성격은 희박하며 더욱이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의한 국가작용이 개입되었다고는 판단하기 어렵다.

따라서 행정재량론 또는 통치행위론에 의하여도 이 사건 합의서와 부속서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1) 청구인들은 이 사건 합의서 및 조항으로 말미암아 재산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받는다고 주장한다. 이에 의하면 2003. 1. 1. 이후에는 중국산 마늘에 대한 국내마늘산업 보호조치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므로 마늘을 재배하고 있는 청구인들의 경우 값싼 중국산 마늘과 경쟁할 수밖에 없고 결국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거나 경우에 따라서 마늘재배로는 더 이상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수는 있다.

(2) 그러나 오늘날 경제나 재정의 면에서 국가의 유도적 조정적 조치나 법률이 증가함에 따라 국가의 행위가 개인의 영업이나 이윤추구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하더라도, 개인이나 기업이 소유하는 구체적인 물건이나 권리를 재산권으로서 국가에 의한 침해에 대하여 보장하는 것과는 달리 국가의 재정경제적 조치의 결과 재산적 손실이 발생한 경우 경영 그 자체가 재산권으로 보호받는 것은 아니다. 이 경우 개인이나 기업의 단순한 이윤추구의 기회나 자신에게 유리한 경제적 법적 상황이 지속되리라는 기대나 희망은 재산권의 보호범위에는 속하지 않는다. 예컨대 금리나 관세율의 변경과 같은 경제조정적 조치는 단지 영업의 기회나 영업여건 등 사실적 또는 법적 상황에 따른 이윤획득의 기회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이는 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재산권의 침해가 된다고 할 수 없다. 이 경우 국가는 개인이 공권력의 조치를 자신의 행위와 결정의 기준으로 삼을 가능성을 예견하기는 하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유도하지는 않으며, 개인은 자신의 계획에 따라 행위하면서 단지 법질서가 개방하는 자유공간이나 기회를 활용할 뿐이기 때문이다.20)

(3) 중국산 마늘에 대한 수입제한조치는 중국산 마늘의 수입이 단기간에 급격히 증대할 경우 국내시장의 가격에 중대한 영향을 주고 이에 따라 국내 마늘재배농가의 경영이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지 위하여 3년의 기한으로

행하여진 것이다. 이는 당면한 구체적 경제상황에 대응하여 이에 적응하지 못한 농가를 한시적으로 보호하여 대응조치를 할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한 것일 뿐, 장기간 혹은 기한 없이 계속적으로 중국산 마늘에 대한 수입장벽을 지속하여 마늘재배농가에 유리한 경제적 법적 상황을 확보하여 주겠다는 적극적인 경제정책적 보장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마늘재배농가에게 위 수입제한조치가 다시 지속되는 것에 대한 어떠한 법적 신뢰도 부여될 수 없고, 마늘재배농가는 단지 기존의 수입제한조치를 활용하여 자신의 계획에 따라 경영을 조정하여야 할 뿐이며, 국가가 이러한 제한조치를 연장하지 아니한다고 하여도 마늘재배농가인 청구인들의 재산권이 제한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또한 수입제한조치하의 마늘재배로 인한 경제적 이익이 재산권으로 보장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경제적으로 계속적인 경영이 가능한 마늘재배의 기회가 기본권으로서 보장되는 것은 아니므로 경영상황의 악화로 마늘재배를 중단해야 하더라도 이로써 청구인들이 직업선택의 자유에 어떠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4) 그밖에 청구인은 이 사건 조항을 정식합의서에 포함시키지 않고 별도의 이면서신을 교부하는 방법으로 합의한 것 자체가 청구인들의 알권리를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나 알권리는 정부가 가진 정보를 공개하는지 여부에 관계되는 것이므로 이 사건 부속서에 이 사건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는 알 권리와 직접 관련되어 있지 않다.

또한 청구인들은 이 사건 합의서 및 조항에 의하여 휴대전화기 등을 수출하는 자들에 비하여 마늘재배농민들이 불합리하게 차별받는다고 주장하나 헌법상 평등권이 중국으로 휴대전화기 등을 수출하는 자들과 마늘재배농가 사이에 시장에서의 경쟁과 이익이 같은 정도여야 한다는 점을 보장하지는 않으며 달리 이 사건 조항으로 불합리한 차별이 생기는 점을 인정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청구인들은 이 사건 조항은 그 내용이 불명확하여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며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조항의 내용이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불명확한 점을 찾아볼 수 없다.

(5) 그러므로 이 사건 조항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 내

용이 청구인들의 재산권 등 기본권을 침해할 여지가 없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기본권 침해 가능성’의 요건을 불비한 것으로 판단된다.

(1) 청구인들은 기본권 침해의 주장과 별도로 이 사건 조항은 주권적 사항을 포기한 것으로서 이를 정식 합의서에 포함시키지 않고 별도의 이면서신을 교부하는 방법으로 합의한 방식 자체가 문제되고 그 내용의 적정성과 합리성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적법절차에 위반되며, 이 사건 조항은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에 해당하므로 국회의 동의와 대통령의 비준을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받지 아니하였으므로 이를 규정한 헌법규정 및 권력분립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2)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기 위해서는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 침해되어야 한다. 여기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은 그 최소한의 의미로서 ‘헌법에 의하여 직접 보장된 개인의 주관적 공권’으로 파악할 수 있다(헌재 2001. 3. 21. 99헌마139, 판례집 13-1, 676, 691-692).

따라서 청구인의 위 주장만으로 기본권침해 가능성을 인정하려면 적법절차원칙 및 조약의 체결절차에 관한 규정으로부터 어떠한 주관적인 권리가 인정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적법절차원칙은 모든 국가작용이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춘 적정한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한 일반적인 헌법원칙의 하나로서 이를 근거로 청구인들에게 어떠한 기본권이 보장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21)또한 조약의 국회동의 및 대통령의 비준을 규정한 헌법 제60조 제1항제70조는 국회와 대통령의 권한분배에 대한 것으로 이들 규정 및 그로부터 도출되는 권력분립원칙으로부터 청구인들에게 어떠한 주관적인 권리가 보장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청구인의 위 주장 그 자체로는 청구인들의 주관적인 권리가 침해된다고 볼 수 없으며 이 사건 조항에 의한 기본권 침해 가능성을 인정할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22)

(1) 헌법은 행정부에 의하여 체결된 조약이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기 위하여 공포절차를 거칠 것을 요구하고 법령등공포에관한법률 제11조 제1항은 조약의 공포를 관보에 게재함으로써 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조약을 국내법적으로 발효시키기 위해서는 공포라는 방법에 의하여 국민들에게 공개할 것이 헌법상 요구된다.

그러나 국내법적 효력과는 상관없이 국제법적으로 유효하게 체결된 조약에 대하여 정부가 반드시 공포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또 다른 검토가 필요하다. 이 점에 관하여 조약 공포 여부는 원칙적으로 정부의 재량에 일임되어 있다는 견해(정부재량설)와 정부의 재량에 의해서만 판단될 사항이 아니며 정부는 헌법의 취지에 따라 공포 의무를 부담한다는 견해(헌법의무설)가 있을 수 있다.

(2)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의 원칙에 의하여 볼 때 원칙적으로 우리 정부가 체결하는 모든 조약은 국민에게 공개되어야 하며 비밀조약(secret treaty)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며 조약의 공포여부를 완전히 정부의 재량에 일임하여야 한다는 견해는 적절하지 않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므로(헌법 제1조 제2항) 대한민국이 외국에 대하여 국제법적 권리의무관계를 맺는 것은 반드시 주권자인 국민에게 공지되어야 한다. 특히 외국과의 관계가 국내의 주요 정책 및 국민의 권리ㆍ의무관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현대에 들어와 조약에 대한 국민통제의 중요성은 다른 공권력작용과 비교하여 결코 작지 않다. 국민은 정부가 체결한 조약의 내용을 앎으로써 이에 대한 여론을 형성할 수 있고 관련된 부분에 대하여 대비할 수 있으며 국회 등 그 대표자를 통하여 의견을 개진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며 통제할 수 있다.

또한 법치행정의 원칙에서 보더라도 외교행정이라고 하여 국내법과는 무관하게 국제법의 적용만을 받아 법치주의의 적용밖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되며 외국과 체결된 모든 조약은 외교행정의 최종적 성과물로서 그 내용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지 아니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국내법상의 일정한 절차를 거쳐 국민들에게 알려져야 한다.

이는 헌법 제60조에서 일정한 내용의 조약의 체결에 대하여는 국회가 동의권을 가지도록 하고 있고 헌법 제89조에서 조약안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의무화하는 문구를 사용하고 있는 우리 헌법의 기본적 취지와 일치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원칙적으로 외국과 체결된 조약에 대하여 국내법상의 절차를 통해 공포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3) 다만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관련되지 아니한 조약으로서 국가안전보장 등 중대한 국가이익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공포하지 아니함으로써 국내법적 효력은 없으면서 국제법적 효력만을 발생시킨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예외적으로 헌법상 허용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조약에 따라서는 그 내용상 국가의 안전보장이나 중대한 외교관계에 관련된 것으로서 국민 나아가 체약국 외의 다른 국가들에게까지 알려진다면 국익에 치명적인 손실을 가져올 수 있는 조약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23)

또한 그 내용이 국민의 권리의무와는 직접 관련이 없고 중대한 국익이 걸려있지도 아니하며 지나치게 집행적인 성격이어서 외교행정의 편의상 조약 자체에 그대로 국내법적 효력을 부여할 필요는 없고 단순한 후속집행조치를 취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조약은 국제법적 효력만을 가지며 그 이행을 위한 국내에서의 후속조치가 공포됨으로

써 국민들에게 알려지게 된다.24)

(4) 헌법 제60조 제1항은 조약 중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은 그 체결?비준에 대하여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속하는 조약들은 헌법 제89조에 따라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치고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므로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지게 되며 이후 공포절차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행정부는 그 공포여부를 재량에 의하여 판단할 수 없다.

위의 범주에 속하지 아니하는 조약의 경우에야 비로소 행정부가 내용의 공포 여부를 결정할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이 경우에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치고 대통령의 서명을 받은 후 법령등공포에관한법률에 의하여 공포되어야 하므로 재량이 있을 수 없다. 다만 앞서 살펴본 예외적인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만 조약 그 자체에 대한 비공개가 인정될 수 있고 그러한 사유의 존재여부에 대하여 외교전문가들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면 그 한도에서 공포여부에 대한 판단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5) 이 사건 조항이 규정되어 있는 부속서의 경우 우선 공포의무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가 가능하다. 이 사건 부속서의 국제법적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입장에서는 공포의무를 인정할 여지가 없다. 그 국제법적 효력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 내용이 이 사건 합의서에 표기된 연도의 의미를 명확히 하고 그 이후의 방침을 선언하는 등 기술적 성질의 사항을 규정한 것으로 집행적인 성격이 강한 점을 보면 이를 반드시 공포해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 국내법적 절차에 의하여도 뒤에서 자세히 살펴보는 바와 같이 조약의 체결로 중국산 마늘에 대한 긴급관세의 연장여부가 확정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이 견해는 이 사건 부속서를 고시류조약의 하나로 보는 것으로서 외교통상부의 실무상 처리와 가장 부합하며 외교분야의 전문성을

존중하는 견해라 할 수 있다.

반면 공포의무가 인정된다는 견해도 가능하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부속서는 한ㆍ중간 무역분쟁해결을 위해 합의의 불가분의 일부로서 ‘중국의 한국산 휴대전화기 등에 대한 수입중단조치 해제조치’에 대응하여 ‘한국의 2003년 이후 마늘수입자유화’를 서한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이를 중대한 국익과 관련없는 것으로 볼 수 없고 단순히 부수적이고 집행적인 성격의 합의라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부속서는 헌법상 공포의무의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

(6) 이 사건 부속서에 대한 공포의무가 인정된다고 보는 경우에도 공포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 공포에 대한 헌법규정의 위반과 별도로 반드시 알 권리의 침해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공포는 관보에 게재하여 행하는 공식적인 공개방식이며, 알 권리에서 문제되는 공개는 형식에 상관없이 국민들에게 그 내용을 알리는 것을 말한다. 공포의무가 인정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하여도 아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알 권리의 보호범위를 정보공개청구가 있는 경우로 한정하는 통설적 견해에 의하면 정보공개청구가 없었던 이 사건에서 알 권리의 침해는 인정되지 않는다. 알 권리의 보호범위를 정부에게 일정한 경우 정보를 사전에 적극적으로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것까지 확장하는 견해에 의하여도 공포이외에 별도의 방법으로 이해관계인에게 그 내용을 통지한 경우에는 알 권리의 침해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반면 국가의 공포의무가 인정되지 않는 조약의 경우에도 알 권리와의 관계에서 일정한 경우 이해관계인에 대한 공개의무가 별도로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알 권리의 침해가 있었는지 여부는 조약의 공포의무와는 달리 논의될 수 있다.

알 권리는 다른 기본권에 비하여 비교적 최근에 형성된 개념으로 현대의 정보화사회에서 그 내용이 확대ㆍ구체화되고 있다. 현대국가의 심각한 사회ㆍ경제적 문제와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국가기능확대에 따라 각종 정보의 수집ㆍ보관ㆍ처리가 정부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고 여기에 관료제의

비밀주의경향이 심화되면서 국민이 국가기능을 감시하고 정책결정에 참여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 되었다. 한편 정보화사회의 진전에 따라 정부 뿐 아니라 언론, 대기업 등에 의한 정보의 독점화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고 일반국민이 언론기관으로부터가 아닌 독자적인 정보수집을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그 결과 정보를 가진 자가 불리한 정보를 은폐하고 유리한 정보만 유출하는 등으로 정보조작을 해도 일반국민은 알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이러한 국민의 정치적 소외현상과 정보의 독점, 왜곡, 조작을 방지하고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개인은 단순히 제공되는 정보의 소극적인 수령자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정보전달체계에 개입하여 스스로 정보를 수령하고 이를 기초로 의사를 형성할 권리를 가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등장한 새로운 권리가 알 권리이다.25)

헌법은 알 권리를 명문으로 인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26)이에 따라 알권리의 근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학자들간의 견해가 대립되고 있으며, 대체로 헌법 제21조 표현의 자유에서 찾는 견해, 헌법 제10조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에서 찾는 견해, 그리고 헌법 제10조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과 제21조 표현의 자유 및 헌법 제1조 국민주권주의에서 찾는 견해가 존재하고 있다.27)

사상 또는 의견의 표명은 자유로운 의사의 형성을 전제로 하므로 알권리가 표현의 자유와 표리일체의 관계에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정보’를 수집하고 알고자 노력하는 것 자체가 행복추구의 한 방법일 수 있다는 점에서 알 권리의 보장은 행복추구의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고 점차 정보 자

체가 가지는 경제적 가치가 커지는 것을 생각하면 알 권리는 현대인의 인간다운 생활과 관련이 깊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알 권리는 국민이 국가기능을 감시하고 정책결정에 참여하는 전제가 되므로 참정권적 의의도 무시할 수 없다.28)따라서 알 권리는 단지 표현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서만 파악될 수 없으며, 보다 근원적으로 국민주권주의에 바탕을 두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보장한 헌법 제10조 등 다양한 헌법적 근거를 가지는 것으로 파악하여야 한다.

우리의 판례 역시 알권리의 근거로서 헌법 제21조 표현의 자유와 더불어 제1조 국민주권주의, 제4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및 제34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헌재 1989. 9. 4. 88헌마22, 판례집 1, 176, 189-190; 1991. 5. 13. 90헌마133 판례집 3, 234, 245-247).

(가) 알 권리에는 자유권적 측면과 청구권적 측면이 있다. 자유권적 측면은 일반적으로 정보에 접근하고 수집ㆍ처리함에 있어서 국가권력의 방해를 받지 아니한다는 것을 말하며, 청구권적 측면은 의사형성이나 여론 형성에 필요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수집에 대한 방해의 제거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헌재 1991. 5. 13. 90헌마133 판례집 3, 234, 246). 이에 따라 대부분의 학자들29)은 알 권리의 내용을 자유롭게 정보를 받을 권리인 정보수령권, 언론기관 또는 개인이 공권력에 의한 방해 또는간섭을 받지 않고 정보를 구할 권리인 정보수집권 그리고 정부가 보유하는 정보에 대하여 일반 국민 또는 언론기관이 공개를 요구하는 일반적 공개청구권과 정부가 보유하는 특정의 정보에 대하여 이해관계인이 공개를 요구하는 개별적 공개청구권으로 구성되는 정보공개청구권으로 나누어 설명한다.30)

특히 알 권리의 핵심은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정보에 대하여 국민이 공개를 구할 권리인 정보공개청구권이다. 판례는 이 권리가 헌법에 의하여 직접 보장될 수 있으며, 청구인에게 이해관계가 있고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공익실현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면 정보공개청구가 있는 경우 가급적 널리 공개가 인정되어야 하고 적어도 직접의 이해관계가 있는 자에 대하여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의무적으로 공개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헌재 1989. 9. 4. 88헌마22, 판례집 1, 176, 190; 1991. 5. 13. 90헌마133 판례집 3, 234, 247).

(나) 알 권리에 대한 종래 판례의 상당수는 이해관계인의 정보공개청구가 존재하는 경우로서 정보공개청구권에 관한 것이다. 우선 헌법재판소는 행정청이 이해관계인으로부터 일정한 토지에 대한 임야조사서 또는 토지조사부의 열람ㆍ복사신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불응한 것에 대하여 청구인의 알 권리를 침해하였다며 위헌임을 확인하였고(헌재 1989. 9. 4. 88헌마22, 판례집 1, 176), 청구인 자신에 대한 무고 피고사건의 확정된 형사소송기록의 일부에 대한 복사신청을 거부한 의정부지청장의 행위를 청구인의 알 권리를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취소하였으며(헌재 1991. 5. 13. 90헌마133, 판례집 3, 234), 구속적부심사건 피의자의 변호인이 수사기록 중 고소장과 피의자신문조서의 열람ㆍ복사를 신청하자 해당 경찰서장이 비공개결정을 한 경우에도 변호인의 피구속자를 조력할 권리와 알 권리를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하였다(헌재 2003. 3. 27. 2000헌마474, 판례집 15-1, 282)

그러나 청구인 소유의 토지에 대한 지세명기장 등 관련서류의 열람ㆍ복사신청이 있었고 이에 대하여 당해 행정기관이 보관하고 있는 현황대로 문서를 열람하게 하고 일부 문서는 보관하지 않고 있음을 납득할 수 있도록 확인할 기회를 부여한 사례에서는 이로써 알 권리가 침해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헌재 1994. 8. 31. 93헌마174, 판례집 6-2, 324)

(다) 정보수령권 및 정보수집권과 관련된 사례로는, 대통령선거를 위한 방송토론회에 참석할 후보자를 당선가능성이 있는 적당한 범위내로 제한하

는 것은 토론의 기능을 활성화하여 오히려 유권자들로 하여금 유력한 후보자들을 적절히 비교하여 선택할 수 있도록 실질적이면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길이므로 알 권리를 제한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한 것(헌재 1998. 8. 27. 97헌마372등, 판례집 10-2, 461)과 구치소에서 교화상 또는 구금목적에 특히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기사로서 조직범죄 등 범죄기사를 신문에서 삭제한 후 구독하게 하는 것은 알 권리의 과잉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것(헌재 1998. 10. 29. 98헌마4, 판례집 10-2, 637) 그리고 국회가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원회 및 국회의원들의 일부 국정감사활동에 대하여 시민단체의 방청을 불허한 것은 국회자율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헌적인 공권력행사라 볼 수 없고 알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도 볼 수 없다고 판시한 것(헌재 2000. 6. 29. 98헌마443등, 판례집 12-1, 886)이 있다.

(라) 그밖에 알 권리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군사기밀보호법상 ‘군사상의 기밀’을 비공지의 사실로서 적법절차에 따라 군사기밀로서의 표지를 갖추고 그 누설이 국가의 안전보장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만큼의 실질가치를 지닌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보다 확대해석하는 경우에는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시하였고(헌재 1992. 2. 25. 89헌가104, 판례집 4, 64),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 제3조가 공공기관의 공개정보의 범위를 ‘공공기관이 보유ㆍ관리하는 정보’라고 명시하고 있는 것은, 공공기관이 고의 또는 과실로 문서의 존부에 대한 확인을 게을리하였거나 보유ㆍ관리하지 않게 된 경우의 정보비공개까지 정당화하는 것으로 해석되지 않으므로 알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헌재 2003. 4. 24. 2002헌바59, 판례집 15-1, 419).

(1) 청구인들은 외교통상부 장관이 이 사건 조항에서 중국과 ‘2003. 1. 1.부터 한국의 민간기업이 냉동ㆍ초산조제 마늘을 자유롭게 수입할 수 있다’고 합의한 것은 중국산 마늘에 대한 수입제한 조치(일명 ‘세이프가드 조치’)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는다는 취지로서 정부에게는 이를 마늘재배농가에게 공개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개하지 않았으므로 마늘재

배농가인 청구인들의 알 권리를 침해하였다고 주장한다.

(2) 통설 및 지금까지의 결정례에 의하면 알 권리는 국민이 일반적으로 정보에 접근하고 수집ㆍ처리함에 있어서 국가권력의 방해를 받지 않음을 보장하고 의사형성이나 여론 형성에 필요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수집에 대한 방해의 제거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이며, 국가에게 이해관계인의 공개청구 이전에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그 보호범위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는 법령이나 이해관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책결정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그 종류와 소재 등을 알 수 있도록 공개할 국가의 의무는 기본권인 알 권리에 의하여 바로 인정될 수는 없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입법이 있는 경우에야 비로소 가능하다.31)

이와 같이 알 권리에서 파생되는 정부의 공개의무는 국민의 적극적인 정보수집행위, 특히 특정의 정보에 대한 공개청구가 있는 경우에야 비로소 존재하므로, 청구인들의 정보공개청구가 없었던 이 사건의 경우 이 사건 조항을 사전에 마늘재배농가들에게 공개할 정부의 의무는 인정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3) 알 권리의 보호범위를 정부의 적극적인 사전정보공개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보는 견해도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다.

언론기관 또는 개인이 소극적으로 자유롭게 정보를 받거나 적극적으로 공권력에 의한 방해 또는 간섭을 받지 않고 정보를 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공기관이 스스로 적극적으로 보유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알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32)

국민이 자신에게 이해관계있는 국가보유 정보를 청구하였는데 이를 거부당하였을 때 알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면, 그 이전 단계에서 국가가 국민에게 이해관계가 있는 특정의 정보의 보유사실을 감추어 그 정보청구가 들어오는 것을 아예 차단하는 행위는 알 권리의 행사를 보다 근원적으로 봉쇄하는 것에 해당한다. 정보공개제도의 방향이 정보공개청구권에서 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하는 곳으로 이행하고 있는 것33)도 이를 뒷받침한다.

따라서 알 권리의 내용에는 국가가 국민의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는 법령이나 이해관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책결정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그 종류와 소재 등을 알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고,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 제8조가 일반적으로 공공기관에게 당해기관이 보유ㆍ관리하는 정보에 대하여 정보목록을 작성ㆍ비치하고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개하는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것도 이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34)

다만 이러한 경우에도 정부가 보유한 모든 종류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사전에 공개하여야 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고 그 대상을 국민의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는 법령이나 이해관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책결정에 한정하여야 한다. 법령이나 정책사항들에 대하여 내부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경우 그에 대한 모든 정보를 별도의 청구도 없이 사전에 공개할 의무가 존재한다고 보면 공개할 정보의 범위를 확정하기가 어렵고 알 권리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하는 것이 될 수 있다.35)

(4) 알 권리의 보호범위를 정부의 적극적인 사전정보공개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는 견해에 의한다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이 사건에서 정부에게 이 사건 조항을 공개해야할 의무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가) 우선 이 사건 조항의 국제법적 효력을 부인하는 견해에 의하는 경우 이는 단지 2003. 1. 1.부터 마늘 세이프가드 조치를 발동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점을 중국정부에게 일방적으로 선언한 것에 불과하므로 이로써 마늘재배농가인 청구인들이 권리의무에 영향을 받거나 경제적으로 어떠한 불이익을 입는 것으로 볼 수 없다. 국제법적인 효력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이 사건 조항은 국내법 절차에 따른 공포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대국민적인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없다고 보는 견해에 의하면 청구인들에 대한 효과는 국제법적 효력을 부인하는 경우와 차이가 없다.

따라서 아직은 중국산 마늘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치의 연장여부에 대하여 어떠한 결정도 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러한 경우까지 헌법적으로 장래에 있을 수도 있는 이해관계인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하고 안내할 의무가 존재한다고 볼 수는 없다.

(나) 나아가 이 사건 조항이 국제법적으로 유효한 합의로서 그 내용상 청구인들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칠 위험성이 존재하며 국내법적으로 그대로 실시될 것이 예상되는 사실상의 효력을 가진다고 보는 경우에도 우리의

수입제한조치연장제도상 중국과 합의를 한 때를 기준으로 정부에게 공개의무가 존재한다고 보는 것은 쉽지 않다.

1) 수입제한 조치 이른바 세이프 가드 조치는 관계된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특정한 물품의 수입증가로 인하여 동종 물품 또는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는 국내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다는 무역위원회의 판정과 건의를 받아 취하는 관세율의 조정, 수입물품 수량의 제한, 기타 국내산업의 피해구제 또는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취하는 조치를 말한다(불공정무역행위조사및산업피해구제에관한법률 제17조 제1항). 당해 국내산업에 이해관계가 있는 자 또는 당해 국내산업을 관장하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무역위원회에 당해 특정물품의 수입이 국내산업에 미치는 피해를 조사하여 줄 것을 신청할 수 있고(같은 법 제15조 제1항), 무역위원회는 신청을 받은 때로부터 30일 이내에 조사여부를 결정하고 결정일로부터 4월 이내에 피해유무를 판정하여 피해의 우려가 있다고 판정하는 경우 세이프가드조치를 건의한다. 다만 피해조사기간 중이라도 긴급한 조치가 없는 경우 조사 대상이 되는 산업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관세율 조정에 관한 조치를 잠정적으로 하여줄 것을 건의할 수 있다(같은 법 제16조 제1항, 제18조 제1항).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무역위원회로부터 위와 같은 건의를 받은 경우 1월 이내에 그 시행여부를 결정한다(같은 법 제19조 제1항). 무역위원회는 세이프가드조치가 만료하기 전에 당해 조치에 대한 완화ㆍ해제 또는 연장 여부를 재검토할 수 있고,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건의를 받은 때에는 1월 이내에 그 시행여부를 결정한다(같은 법 제20조). 다만 무역위원회의 세이프가드조치의 연장에 대한 재검토는 산업피해조사 신청인의 신청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이를 할 수 있다(같은 법 시행령 제21조 제1항)

무역위원회는 산업자원부산하에 존재하나 9인의 신분이 보장된 위원으로 구성되고 회의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2분의 1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므로 의사결정은 다른 정부부처로부터 독립하여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같은 법 제27조 제1항, 제32조). 물론 위원장 및 위원은 기업경영 또는 무역경력자, 법률학ㆍ경제학ㆍ경영학 등 관련분야의 교수, 판사ㆍ검사 또는 변호사 경력자, 2급 이상의 공무원경력자 중에서 산업자

원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 또는 위촉하고(같은 법 제29조) 특별한 겸임금지규정이 없어 현직 고위공무원들이 임명될 수 있으므로 그 범위에서 의결에 다른 정부부처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다.36)또한 당해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무역위원회로부터 수입제한조치의 완화ㆍ해제 또는 연장의 건의를 받은 경우 다른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의견을 듣도록 하고 있으므로(같은 법 제20조 제4항) 다른 부처의 경우 이를 통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 이 사건에서 무역위원회는 1999. 9. 30. 중국산 마늘수입으로 인한 국내마늘산업의 피해에 대하여 농협중앙회의 조사신청을 받고 그 피해우려를 인정하여 재정경제부장관에게 잠정조치를 건의하였고 이에 따라 위 장관은 같은 해 11. 18. 잠정조치를, 다시 정식조치의 건의를 받고 2000. 6. 1. 3년 기한으로 고율의 긴급관세를 부과하는 정식수입제한조치를 시행하였으며 중국과의 협상 끝에 위 조치의 기간은 2002. 12. 31.까지로 축소되었다(관세법제12조의규정에의한마늘에대한긴급관세부과에관한규칙). 이에 의하면 중국산 마늘에 대한 관세부과조치는 원칙적으로 2002. 12. 31. 종료되며 연장여부는 무역위원회가 국내산업의 심각한 피해방지 또는 구제 등을 위하여 위 조치가 계속 필요하다고 판정하고 그에 따른 건의를 하면 재정경제부장관이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국내법적으로 보면 외교통상부장관이 이 사건 조항에 의하여 당해 중국산 마늘에 대한 수입제한조치를 연장하지 않기로 중국과 합의하였다 하더라도 국내에서 이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무역위원회의 판정과 재정경제부장관의 결정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무역위원회의 의사결정은 다른 행정기관으로부터 독립되어 있으므로 외교통상부장관의 경우 공무원의 직에 있는 위원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무역위원회의 연장건의를 받은 재정경제부장관의 결정에 외교통상부의 입장을 전달하는 것 밖에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조항에 의하여 중국과 수입제한조치의 해제를 합의하였다 하더라도 국내법적으로 보면 이는 단지 외교통상부장관이 위와 같은

행정부내의 의사결정과정에서 그 입장을 힘써 주장할 의무를 지고 있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고 결국 이 사건 조항은 행정부의 최종적인 정책결정 결과라기보다는 일련의 결정절차과정 중의 하나의 입장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통상교섭본부장 황두연이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 출석하여 “국내의 무역위원회가 가지는 절차라든지 최종적으로 결정한 재경부장관의 권한 때문에 지금 현재의 표현은 연장불가라는 표현이 아니고 수입을 자유로이 할 수 있다는 표현이고 그 절차는 국내법은 국내법대로 진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라고 답변하고 이어서 “한중간의 결정에 의해서 자동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외교통상부에서 가지고 있는 입장을 무역위원회라든지 재경부장관에게 전달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있습니다”라고 한 것을 보면 이 점은 분명해진다.37)

3) 따라서 이 사건 조항에 대한 합의가 중국과 이루어진 시점에서 보면 비록 그 내용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령의 뒷받침에 의하여 틀림없이 실시될 것이 사실상 예정되어 있다 하더라도 아직까지 최종적으로 정부의 정책이 결정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비록 알 권리에 의하여 정부의 사전정보공개의무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정부는 최종결정단계에서 공개함으로써 이해관계인들로 하여금 그 시행에 대비하도록 하면 족하므로, 이 사건 조항과 같이 논의과정 중의 사항까지 이해관계인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안내할 의무가 존재한다고 볼 수는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2002. 6. 28. 농협중앙회는 마늘세이프가드 연장 재검토를 위한 산업피해조사를 무역위원회에 신청하였고 무역위원회는 같은 해 7. 29. 부총리겸재정경제부장관등이 같은 달 24. 발표한 마늘산업종합대책에 의하여 조사개시 전에 국내산업의 심각한 피해우려를 구제하기 위한 조치가 취하여지는 등 조사개시가 필요 없게 된 경우에 해당한다(불공정무역행위조사및산업피해구제에관한법률 시행령 제16조 제1항 제3호)는 이유로 산업피해조사를 개시하지 아니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로써 중국산 마늘에 대하여 2002. 12. 31.까지 부과될 예정이었던 긴급관세는 더 이상 연장하지 않는 것으로 확정되었다. 무역위원회 의결서(의결 제2002-18호)는 신청인들에게 통지되

었고 일반인에게 공개되었다. 의결서는 외교통상부 장관이 ‘2000. 7. 한·중마늘교역합의서 부속서한상의 재연장불가합의위배’를 이유로 연장조치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하였음을 밝히고 있으므로, 이 사건 조항의 내용 및 긴급관세에 관해 최종결정된 정책내용은 이로써 모두 공개되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후 이 사건 조항에 대한 알 권리의 침해는 문제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

(5) 공권력의 불행사 내지 행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의 경우 공권력의 주체에게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그 헌법소원은 부적법한 것이 된다(헌재 1991. 9. 16. 89헌마163, 판례집 3, 505, 513; 헌재 1996. 6. 13. 94헌마118 등, 판례집 8-1, 500, 509).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어떠한 경우에도 이 사건 조항을 공개할 정부의 의무는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정부의 공개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한 청구인들의 이 사건 부작위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한 것으로 생각된다.

가. 이 사건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헌법상의 조약체결절차인 국무회의의 심의와 공포를 거치지 않은 조약에 관한 헌법소원심판으로서 국내법적인 일정한 효력을 가지는 것으로 평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재산권, 직업의 자유 등 기본권 침해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하여 경제나 재정면에서의 모든 국가의 조치들이 이러한 기본권들의 보호범위에 대한 제한으로 볼 수 없음을 밝히고 있다.

나.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부작위에 대한 판단에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이해관계인의 공개청구 이전에 국가에게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할 것으로 요구하는 것까지 알권리로 보장되지 않는다고 판시함으로써 알 권리의 보호범위를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헌법이론적인 의의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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