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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5. 5. 26. 선고 2003헌가7 결정문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위헌제청]
[결정문]
청구인

【당 사 자】

제 청 법 원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

제청신청인 문○옥

당해사건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 2001고단416 사기

주문

형사소송법 제312조(1961. 9. 1. 법률 제705호로 개정된 것) 제1항 본문 중 “검사가 피의자 ⋯ 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 부분 및 동 조항 단서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제청신청인은 사기죄로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에 2001고단416호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던 중,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이하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라 한다)는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그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에도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도록 규정한 형사소송법(1961. 9. 1. 법률 제705호로 개정된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312조 제1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고, 위 법원은 그 신청을 받아들여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다.

나. 심판대상 및 관련규정

심판의 대상은 법 제312조 제1항 본문 중 “검사가 피의자 ⋯ 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 부분 및 동 조항 단서(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고, 그 내용 및 관련규정은 다음과 같다.

(1) 심판대상

법 제312조(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조서) ① 검사가 피의자나 피의자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검증의 결과를 기재한 조서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 단,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에 한하여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불구하고 증거로 할 수 있다.

(2) 관련규정

법 제312조(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조서) ②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

제244조(피의자신문조서의 작성) ① 피의자의 진술은 조서에 기재하여야 한다.

② 전항의 조서는 피의자에게 열람하게 하거나 읽어 들려야 하며 오기가 있고 없음을 물어 피의자가 증감, 변경의 청구를 하였을 때에는 그 진술을 조서에 기재하여야 한다.

③ 피의자가 조서에 오기가 없음을 진술한 때에는 피의자로 하여금 그 조서에 간인한 후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게 한다.

제308조(자유심증주의)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한다.

제309조(강제 등 자백의 증거능력) 피고인의 자백이 고문, 폭행, 협박,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의 방법으로 임의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하지 못한다.

제310조(불이익한 자백의 증거능력) 피고인의 자백이 그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유일의 증거인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하지 못한다.

제310조의2(전문증거와 증거능력의 제한) 제311조 내지 제316조에 규정한 것 이외에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대신하여 진술을 기재한 서류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 외에서의 타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은 이를 증거로 할 수 없다.

제317조(진술의 임의성) ① 피고인 또는 피고인 아닌 자의 진술이 임의로 된 것이 아닌 것은 증거로 할 수 없다.

②전항의 서류는 그 작성 또는 내용인 진술이 임의로 되었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 아니면 증거로 할 수 없다.

③검증조서의 일부가 피고인 또는 피고인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것인 때에는 그 부분에 한하여 전2항의 예에 의한다.

2. 법원의 위헌제청이유와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제청법원의 위헌심판제청 이유요지

이 사건 법률조항은 무죄추정을 받는 피고인의 공판정 진술보다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를 더 믿게 하는 것이어서 법관에 의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한 내용인 공판중심주의에 현저히 반한다. 또한 제3의 심판기관인 법관에 의한 재판이 실질적으로는 소추기관인 검사에 의하여 왜곡될 개연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셈이 되므로 무죄추정의 원칙 및 적법절차의 원리에 위배된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피고인이 그 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더라도 일정한 요건하에 증거능력을 인정하도록 하는 것은 형사소송의 일방 당사자로서 유죄의 입증책임이 부과되어 있는 검사에게 책임을 경감시키는 부당한 혜택을 주고, 그 반사로서 피고인에게 불이익을 강요함으로써 공정한 재판의 틀을 깨는 것이 되어 평등권을 침해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인정하고 있는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강력한 증거능력으로 인하여 수사 및 소추의 주체인 검사로 하여금 특히 수사단계에서 자백의 확보에 주력하게 함으로써 그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헌법상 고문금지, 진술거부권, 피의자의 생명권과 신체를 훼손당하지 아니할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

나.법무부장관, 검찰총장, 광주지방검찰청 해남지청장의 의견요지

이 사건 법률조항이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가 전문증거임에도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첫째 형사소송법이 목적으로 하는 실체적 진실의 발견과 신속한 재판을 위한 것으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둘째 검사는 판사와 동일한 자격을 갖춘 자로서 임명되고 공익의 대표자라는 지위에서 활동하므로 검사에 의한 피의자신문 과정에는 고

문 등의 인권유린 행위가 개입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서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며, 셋째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으로서 조서의 진정성립과 특신상태의 존재 이외에도 헌법상 보장된 적법절차의 요청에 따른 한계가 있으므로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을 부정하거나 진술의 임의성을 다투거나 혹은 진술거부권의 사전고지가 없었거나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에 대한 위법한 제한이 있었음을 주장하는 등으로 그 증거능력의 인정을 차단하기 위한 다양한 방어방법을 선택할 수 있고, 넷째 비록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증거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과연 믿을 만한 것인가의 문제 즉 증명력의 유무는 오로지 법관의 자유심증에 맡겨진 것이어서 피고인은 자유로운 방법으로 그 증명력을 탄핵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평등권이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거나 적법절차의 원리 및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검사의 수사과정에서 있었던 가혹행위 등은 예외적인 현상이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없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혹행위가 이루어진다거나 또는 반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가혹행위가 없어질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요컨대, 이 사건 법률조항과 고문을 받지 아니할 권리, 진술거부권, 피의자의 생명권, 신체의 훼손을 당하지 아니할 권리는 직접적인 연관을 가진다고 할 수 없으며,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그러한 권리들을 침해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3. 판 단

가. 법 제312조의 입법연혁과 목적

(1) 입법연혁

해방 후 형사소송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이 작성한 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한 문제는 중요한 쟁점의 하나였다. 원래 법 제312조에 대한 형사소송법초안에서는 “검사, 수사관, 사법경찰관의 피의자의 … 진술을 기재한 조서 … 은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 라고 하여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폭넓게 인정하였고, 또한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증거능력의 차이를 두지 않았다.

그런데 동 초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후 동 조문의 자구수정과 함께 그 단서로서 “단,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에서 작성한 피의자의 진술조서는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판정에서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사법경찰관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하는 내용이 신설되었다. 이와 같이 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된 형사소송법 제312조는 본문과 단서의 형태로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조서의 증거능력에 차이를 두고 있었다.

그러다가 1961. 9. 1. 법률 제705호 개정법에서 위 본문과 단서가 제1항과 제2항으로 나뉘어 규정되고, 그 제1항에 “단,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에 한하여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불구하고 증거로 할 수 있다.”는 단서가 추가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2) 입법목적

인권보장과 수사의 효율성은 언제나 대립되는 이념으로서 이 둘의 조화점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우리 입법자가 그 조화의 방법으로 선택한 것은 수사의 결과물을 나중에 공판정에서 증거로 채용하는 것을 제한하는 방법이었다. 즉, 입법자는 수사기관이 작성한 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함으로써 고문을 비롯한 강압수사를 예방할 수 있다고 보는 한편 소송경제라는

또다른 형사재판의 이념을 고려하여, 검사와 그 밖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조서에 대하여 증거능력에 차별을 둠으로써 개인의 인권보장과 소송경제의 조화점을 달성하려고 한 것이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형사증거법상 의의

법 제310조의2는 ‘전문증거와 증거능력의 제한’이라는 제목으로 “법 제311조 내지 제316조에 규정한 것 이외에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대신하여 진술을 기재한 서류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 외에서의 타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은 이를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전문증거(傳聞證據)의 증거능력을 원칙적으로 부인하면서도 그 예외 인정의 길을 열어 놓고 있다. 예컨대, 법 제311조는 법원 또는 법관이 주재하는 절차에서 작성된 조서에 대하여 별도의 제한 없이 전면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제311조의 경우보다 강화된 요건하에서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즉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면, 검사가 피고인이 되지 아니한 피의자에 대하여 작성한 신문조서나 참고인진술조서ㆍ검증조서는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는 것만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되는데 비하여,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는 외에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이하 ‘특신상태’라 한다)하에서 행하여진 때에 한하여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그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에도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다. 이와 달리,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그것이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는 외에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는 것이다(법 제312조 제2항).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1) 위헌심사의 기준

(가)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3항은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형사피고인은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지체 없이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함으로써 재판청구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우리 재판소는 지금까지 일관되게, 헌법 제27조 제1항의 재판청구권은 사법절차에의 접근뿐만 아니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즉 사법절차상의 기본권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권리임을 밝혀 왔다(헌재 1996. 12. 26. 94헌바1 , 판례집 8-2, 808, 820; 1997. 11. 27. 94헌마60 , 판례집 9-2, 675, 693-696; 1998. 12. 24. 94헌바46 , 판례집 10-2, 842, 850 참조).

따라서 형사소송절차에서의 증거법칙을 규율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심사의 기준은 바로 헌법 제27조가 정한 재판청구권, 그 중에서도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침해 여부가 중심이 된다고 할 것이다. 그 밖에, 제청법원이 주장하고 있는 심사기준 중 무죄추정의 원칙, 고문을 받지 아니할 권리 및 불리한 진술거부권, 생명·신체의 자유권은 비록 이 사건 법률조항 자체가 위와 같은 헌법상의 권리를 제한하려는 의도나 내용을 갖고 있지는 않다 하더라도 ‘재판청구권에 의한 보호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그 정신이 참작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재판청구권과 기능적 상호연관성을 가진다고 할 것이므로 이에 대하여도 검토를 요한다고 할 것이다.

(나) 재판청구권과 같은 절차적 기본권은 원칙적으로 제도적 보장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자유권적 기본권 등 다른 기본권의 경우와 비교하여 볼 때 상대적으로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이 인정되므로, 관련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기준은 합리성원칙 내지 자의금지원칙이 적용된다(헌재 1998. 9. 30. 97헌바51 , 판례집 10-2, 541, 550; 1998. 12. 24. 94헌바

46, 판례집 10-2, 842, 851).

이 사건에서 보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전문증거의 증거능력배제에 관한 이른바 “전문법칙”의 예외조항인바, 우리 헌법은 형사소송에서 전문법칙을 채택할 것을 직접적으로 요구하고 있지 아니하다. 그러므로,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구현하기 위하여 전문법칙을 채택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 및 전문법칙을 채택할 경우 여러 가지 종류의 전문증거에 대하여 한결같이 동일한 전문법칙을 적용할 것인가 아니면 증거의 종류에 따라 전문법칙의 내용을 달리할 것인가 여부의 문제는, 입법자가 우리 사회의 법 현실, 수사관행, 수사기관과 국민의 법의식 수준, 수사기관에 의한 인권침해의 실태, 우리 형사재판의 구조 등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할 성질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헌재 1995. 6. 29. 93헌바45 , 판례집 7-1, 873, 882).

(2) 이 사건 법률조항의 합헌성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하고 있는바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인정요건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성립의 진정”(본문)과 “특신상태의 존재”(단서)이다.

(가) 먼저 이 사건 법률조항의 본문에 대하여 본다.

1) 이 사건 법률조항 본문의 규정에 의하면,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때에는 동 조항 단서의 일정한 조건하에 이를 증거로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성립의 진정이란 간인·서명·날인 등 조서의 ‘형식적인 진정’과 그 조서의 내용이 원진술자가 진술한 대로 기재된 것이라는 ‘실질적인 진정’을 모두 의미한다(대법원 1995. 10. 13. 선고 95도1761 판결).

2)형사소송법의 목적은 적법절차에 의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과 신속한 재판에 있는바, 검사를 비롯한 수사기관에서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를 전혀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면 형사소송에 있어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피고인은 형사절차의 진행과 함께 유죄판결의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느끼면 종전의 자백진술을 부인하기 쉬운데 반하여, 법원으로서는 진술거부권(헌법 제12조 제2항 후단)으로 인하여 피고인에게 새로운 진술을 요구할 수 없으므로 그가 진범일지라도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하지 않으면 안될 경우가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범죄의 수사는 검사, 사법경찰관리 및 특별사법경찰관리가 담당한다(형사소송법 제195조 내지 제197조). 그런데 검사는 사법경찰관리 및 특별사법경찰관리를 지휘·감독하며, 수사의 결과 공소제기 여부를 독점적으로 결정하고, 공판절차에서는 피고인에 대립되는 당사자로서 법원에 대하여 법령의 정당한 적용을 청구하는 광범위한 권한을 가진 국가기관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 본문이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그것이 전문증거임에도 불구하고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와는 달리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의 특신상태하의 진술이라는 조건하에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이러한 검사의 지위를 고려하고 형사소송법이 목적으로 하는 적법절차에 의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과 신속한 재판을 위한 것으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과 내용의 합리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한편, 대법원은 종래 소위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그로부터 실질적 진정성립이 인정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으나(대법원 1984. 6. 26. 선고 84도748 판결; 2000. 7. 28. 선고 2000도2617 판결 등), 최근 2004. 12. 16. 선고한 2002도53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대법관 전원일치의 의견으로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형식적 진정성립뿐만 아니라 실질적 진정성립까지 인정된 때에 한

하여 비로소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종전의 입장을 변경하였다. 이러한 대법원의 변경된 견해하에서는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가 자신의 진술과 다르게 기재되었다고 주장하면, 즉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면 당해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고 따라서 동 신문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3)요컨대, 이 사건 법률조항 본문의 합리성에 더하여 이제 대법원의 새로운 견해에 의할 때 동 조문으로 말미암아 형사소송의 일방 당사자로서 유죄의 입증책임이 부과되어 있는 검사의 책임이 경감되는 효과가 발생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검사가 피의자의 자백을 얻기 위하여 무리하게 수사를 한다든가 법원이 피고인의 공판정 진술보다 검사 앞에서의 진술을 우선한다든가 하는 우려는 없게 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 본문으로 말미암아 형사소송의 당사자로서 형사피고인의 방어권 행사가 부당하게 곤란하게 된다든지 평등원칙을 위배하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다고 할 수 없고, 그 밖에 제청법원이 주장하는바 무죄추정의 원칙, 고문을 받지 아니할 권리, 불리한 진술거부권, 생명·신체의 자유권 등의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고 할 것이다.

(나)다음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단서, 즉 특신상태의 존재를 전제로 한 증거능력의 인정문제에 대하여 본다.

1)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의 규정에 의하면, 피고인이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자신이 진술한 대로 기재되었음은 인정하지만 그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경우, 즉 성립의 진정은 인정하되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에도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는데, 다만 이 경우에는 검사 앞에서의 진술이 특신상태하에서 이루어진 것이어야 한다.

2) 살피건대,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를 절대적으로 관철한다면 수사기관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는 공판정에서 피고인이 그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에 사법경찰관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이든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이든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논리적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는 헌법상의 원리라기보다는 형사소송법상의 원리로서 각국의 실정에 따라 제한이 가해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다.

각국의 입법례를 보면, 일본의 형사소송법 제322조(피고인의 공술서⋅공술녹취서의 증거능력)는 “피고인이 작성한 공술서(供述書) 또는 피고인의 공술을 녹취한 서면에 피고인의 서명 또는 날인이 있는 것은, 그 공술이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사실의 승인을 내용으로 하는 경우 또는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하에서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 다만,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사실의 승인을 내용으로 하는 서면은 그 승인이 자백이 아닌 경우에도 제319조(자백의 증거능력⋅증명력)의 규정에 준하여, 임의(任意)로 작성된 것이 아니라고 의심되는 경우에는 이를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는 물론 사법경찰관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도, 우리 나라의 형식적 진정성립에 해당하는 피고인의 ‘서명 또는 날인’이 있으면 그 임의성이 부인되지 않는 한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반면에 독일의 경우는 형사소송법 제250조, 제254조 제1항 등의 규정에 따라 법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만이 증거능력을 갖고 사법경찰관이나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자체로는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하는 직접자료로서의 증거능력이 없다. 다만, 형사재판

의 실무에서는 형사소송법상의 명문규정은 없으나 공판정에서 피고인이 수사단계에서 경찰관이나 검사 앞에서 행한 이전의 진술과 모순되는 진술을 하거나 그 진술내용을 기억하지 못할 때 재판장이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이 기재된 조서를 보여주면서 “당신은 이런 내용의 진술을 하지 않았느냐?”라는 방법으로 모순을 지적하거나 기억을 돕는 ‘제시(Vorhalt)’라는 관행을 갖고 있고 이는 연방대법원(BGH)에 의해서도 긍인되고 있는데, 피고인이 재판장의 위와 같은 ‘제시’에 대하여 이전의 진술을 인정하면 그 공판정에서의 진술을 증거로 할 수 있고, ‘제시’에 대하여 침묵하거나 다투는 경우에는 피의자를 신문한 자(예컨대 경찰관)를 증인으로 부를 수 있고 그 증인의 진술은 법관의 자유로운 증거평가의 대상이 된다.

한편, 미국의 경우에는 수사기관이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만약 피의자가 수사기관에서 자백하면 기소사실인부절차(Arraign-ment)에 의해서 사실심리가 끝나기 때문에 피의자의 수사기관 자백진술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가 대부분 문제되지 않는다. 다만, 피의자가 자백서면을 작성한 후 공판정에서 그 자백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그것을 청취하거나 신문한 자(주로 경찰관)가 공판정에 증인으로 나와서 진술함으로써 그 증언을 증거로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수사기관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증거능력을 부여할 것인지 여부 및 어떠한 요건하에 증거능력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는 각국의 입법정책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3)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 역시 적법절차에 의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과 신속한 재판을 위한 것으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법원으로 하여금 특신상태의 존재 여부를 심사하게 한 후 그 존재가 인정되는 경우에만 증거능력을 부여함으로써 그 적용범위를 목적달성에 필요한 범위내로 한정하고 있으므로, 그 내용에 있어서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춘 규정이라고 할 것이다.

게다가,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가 궁극적으로 증거능력을 획득하기 위하여는 이 사건 법률조항 본문이 요구하는 형식적·실질적 진정성립과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가 규정하는 특신상태의 존재 외에 헌법상 보장된 적법절차가 준수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나타난 피고인의 자백 등 진술이 고문, 폭행 등의 방법에 의하여 자의로 진술된 것이 아니어서 그 임의성이 결여되어 있을 때(헌법 제12조 제7항, 형사소송법 제309조제317조),1)형사피의자의 자기부죄거부권에 터잡은 진술거부권(헌법 제12조 제2항 후단, 형사소송법 제200조 제2항)의 사전고지 없이 이루어졌을 때(대법원 1992. 6. 23. 선고 92도682 판결 참조),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 내지는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권이 위법하게 제한된 상태에서 이루어졌을 때(대법원 2003. 11. 11.자 2003모402 결정; 헌재 2004. 9. 23. 2000헌마138 , 판례집 16-2상, 543 참조)에는 그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은 원칙적으로 부인되는 것이다.

결국 피고인으로서는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그 형식적ㆍ실질적 성립의 진정 여부와는 별도로, 이와 같은 다양한 방어방법을 선택하여 증거능력의 인정을 차단할 수가 있는 것이다.

4) 또한, 우리 나라와 같이 전문법관에 의한 재판을 하고 있는 제도하에서는 전문증거배제의 필요성이 배심제나 참심제를 채택한 경우보다 크지 않다고 할 수 있고 공판정에서의 피

고인의 진술은 증거로 채택되기 때문에,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수사기관에서의 진술과 다른 진술을 하는 경우에 검사 앞에서의 진술이 특신상태하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판단되면 그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그와 같이 증거능력이 인정된 검사 앞에서의 진술과 공판정에서의 진술을 비교하여 어느 것이 더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면 되는 것이다.

증거능력이란 증거가 엄격한 증명의 자료로 사용될 수 있는 자격을 의미할 뿐이고, 당해 증거가 가지는 실질적 가치인 증명력과는 엄격히 구별되는 개념으로서 비록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증거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과연 믿을 만한 것인가의 문제, 즉 증명력의 유무는 오로지 법관의 자유심증에 맡겨진 것이다(법 제308조 참조). 따라서 피고인은 자유로운 방법으로 그 증명력을 탄핵할 수 있으므로, 어떤 증거의 증거능력의 유무와 그에 의한 요증사실의 증명 내지 범죄사실의 인정과는 필연적인 연관성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공판정에서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성립인정을 부인하여 동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형사피고인이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고 동 신문조서의 진정성립을 인정하면서도 그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에, 검사로서는 그 신문조서가 증거능력을 갖기 위하여 특신상태를 근거자료와 함께 주장할 수 있을 것이고, 피고인으로서는 특신상태의 부존재를 주장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하여는 법원이 그 진술이 행하여진 당시의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할 수 있는 재판의 영역이라고 할 것이다.

5) 요컨대,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가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 본문이 요구하는 형식적ㆍ실질적 진정성립이 인정되는 경우에 특신상태의 존재를 요건으로 피고인의 공판정에서의 진술 여하에 불구하고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고 하여, 형사소송절차에 있어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가 부당하게 제한되거나 피고인이 상대 당사자인 검사에 비하여 명백하게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형사피고인이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정성립을 인정한 후에 그 내용만을 부인하는 경우에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가 특신상태의 존재를 전제로 그 증거능력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입법자의 입법형성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어서 그로 말미암아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3) 소 결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말미암아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나 그 밖에 무죄추정의 원칙, 고문을 받지 아니할 권리, 불리한 진술거부권, 생명·신체의 자유권 등이 침해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아래 5.와 같은 재판관 김경일, 재판관 전효숙의 합헌의견(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및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권 성, 재판관 김효종, 재판관 이상경의 반대의견이 있다.

5.재판관 김경일, 재판관 전효숙의 합헌의견(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우리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주선회의 의견과 그 논지에 찬성하나, 이 사건 위헌제청서에 ‘특신상태’를 사실상 추정하는 것으로 운영해 온 법원의 실무관행이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의 불명확성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이 있으므로 그 점에 관하여 살펴본다.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를 합리적으로 해석하면 특신상태는 증거능력의 요건에 해당하므로

검사가 그 존재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주장·입증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종전 법원의 형사재판실무는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형식적 증거능력이 인정되면 실질적 증거능력과 특신상태까지도 사실상 추정함으로써 특신상태 부존재 입증의 부담을 피고인이 지는 방식으로 운영하여 왔다. 여기서의 사실상 추정은 법원이 경험칙을 적용하여 여러 간접사실로부터 주요사실을 추인하는 행위로서 법원의 재판영역에 속하는 것이고, 입증책임이 사실상 전도된 듯이 보이는 점은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의 불명확성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그러한 법원의 실무운영이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의 해석으로 굳어진 것이라면 그 위헌성을 논하는데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이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여 공판정에서 피고인이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면 원칙적으로 그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여 종전의 추정론을 폐기한 이상(대법원 2004. 12. 16. 선고 2002도537 판결), 그 조서의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실질적 진정성립과 특신상태까지도 추정해온 종전 견해의 토대가 흔들리게 되었다고 할 것이고, 위 대법원 판례 변경 이후에도 법원이 형사재판실무에서 여전히 특신상태를 추정하는 방식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를 해석, 운영하고 있다고 볼 자료도 없으므로 종전의 실무운영에 터잡아 위헌 여부를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아니하다.

다만 아직도 이 사건 조항의 명확성에 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고, 형사재판에서의 직접주의, 공판중심주의가 강조되는 오늘날의 현실을 감안하여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여하기 위한 요건을 좀 더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규정하는 입법조치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6.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권 성, 재판관 김효종, 재판관 이상경의 반대의견

우리는 이 사건 법률 조항 중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단서조항이 합헌이라는 법정의견과 견해를 달리하므로 아래와 같이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종전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대법원 판결의 의의

우리 헌법재판소는 1995. 6. 29. 93헌바45 사건에 대한 결정에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단서에 대하여 합헌이라고 판단하였고, 대법원은 종래의 입장을 변경하여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실질적 진정성립까지 인정된 때에 한하여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음(대법원 2004. 12. 16. 선고 2002도53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은 법정의견에서 원용하고 있는 바와 같다.

그런데 위 헌법재판소 결정도 주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이하 ‘법 제312조 제1항’이라 한다)이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는 피고인이 그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에도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경찰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와 비교하여 보다 쉽게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것만을 문제 삼았을 뿐이고, 위 대법원 판결에서도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증거능력을 부여하기 위한 요건 중 법 제312조 제1항 단서가 요구하는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이하 ‘특신상태’라 한다)라는 요건에 대하여는 아무런 판단이 없었으므로, 이 특신상태 요건에 대한 헌법적 평가는 아직 열려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나. 문제의 소재

위 합헌결정에서는 법 제312조 제1항 단서가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는 특신상태를 추가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른바 가중요건설)이 합헌의견의 중요한 근거였었다. 그러나 실제 형사재판 실무상 특신상태는 일응 사실상 추정되는 것으로 취급되어

특신상태가 흠결되었다는 이례적인 사정을 주장하고 입증하는 것은 피고인이 부담하는 것으로 운영됨으로써 실질적으로 검사에 대한 입증의 부담을 덜어주는 결과가 되었고, 대법원도 ‘특신상태가 없다고 볼 사정이 없는 한 증거능력이 있다’고 하여 특신상태의 존재를 사실상 추정하였다{대법원 1994. 11. 4. 선고 94도129 판결(공1994, 3302); 1996. 6. 14. 선고 96도865 판결(공1996하, 2286); 1997. 11. 25. 선고 97도2084 판결(공1998상, 175); 2000. 7. 28. 선고 2000도2617 판결(공2000하, 1976) 등 참조}. 이와 같은 법현실은 법 제312조 제1항이 입법자의 당초 의도는 물론 우리 헌법재판소의 예상과는 달리 해석,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과연 법 제312조 제1항이 헌법이 요구하고 있는 명확성의 요청을 충족시키고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다. 명확성원칙의 위배 여부

법치국가원리의 요청이라 할 명확성의 원칙은 법률을 비롯한 법규범의 내용이 관련 개인이 해당 규범에 의하여 요구되고 있는 것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하고 정확한 용어로 규정되어 있을 것을 요구하고 있는바, 명확성의 원칙에서 명확성의 정도는 모든 법률에 있어서 동일한 정도로 요구되는 것은 아니고, 개개의 법률이나 법조항의 성격에 따라 요구되는 정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각각의 구성요건의 특수성과 그러한 법률이 제정되게 된 배경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반론으로는 어떠한 규정이 부담적 성격을 가지는 경우에는 수익적 성격을 가지는 경우에 비하여 명확성의 원칙이 더욱 엄격하게 요구되고, 죄형법정주의가 지배하는 형사관련 법률에서는 명확성의 정도가 강화되어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지만, 일반적인 법률에서는 명확성의 정도가 그리 강하게 요구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완화된 기준이 적용된다(헌재 2000. 2. 24. 98헌바37 , 판례집 12-1, 169, 179 참조). 따라서 형사법이나 국민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법률에 있어서는 불명확한 내용의 법률용어가 허용될 수 없으며, 만일 불명확한 용어의 사용이 불가피한 경우라면 용어의 개념정의, 한정적 수식어의 사용, 적용한계조항의 설정 등 제반방법을 강구하여 동 법규가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소지를 봉쇄하여야 한다(헌재 1992. 2. 25. 89헌가104 , 판례집 4, 64, 78 참조).

법 제312조 제1항은 형사절차에서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전문법칙의 예외로서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요건에 관한 것으로서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명확성의 원칙이 보다 높은 정도로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형사재판의 실무상 법 제312조 제1항 단서가 요구하는 특신상태가 사실상 추정되어 피고인이 그 입증의 부담을 안도록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결국 법 제312조 제1항 단서가 담고 있는 의미가 명확하지 않음으로 인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이와 같은 실무운영은, 특신상태에 관한 법원의 사실인정과정에 있어서 경험칙의 적용 및 증거판단의 문제에 불과하고 법 제312조 제1항에 대한 위헌성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특신상태의 사실상 추정은 수사현실에 대한 실증적 조사 내지 반성적 성찰 없이 수사기관의 행태에 대한 일방적인 신뢰를 기초로 특신상태에 대한 입증부담을 피고인에게 전가하는 것으로서, 형사피고인에 대한 무죄추정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는 헌법 제27조 제4항을 두고 있는 우리의 헌법질서 아래에서 바람직한 재판운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가 의문시될 뿐만 아니라, 형사소송의 구조 및 피고인의 방어권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에도, 이러한 형사재판제도의 운영이 일부 사실심법원에서 이루어짐에 그치지 않고 대법원에서도 그 정당성이 추인되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이와 같은 결과는 결국 법 제312조 제1항 단서가 증거능력 부여의 요건에 대한 입증책임 또는 입증부담에

관하여 보다 명확히 규정하지 아니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가령,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에 한하여”라는 법 제312조 제1항 단서의 법문언을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경우에 한하여”라고 규정하였더라면, 특신상태를 사실상 추정하여 피고인이 이에 대한 입증의 부담을 지게 되는 현재와 같은 형사재판실무가 자리잡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법 제312조 제1항이 들고 있는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라는 요건 또한 그 법문언의 의미를 일의적으로 확정하기 어려운 모호성을 내포하고 있다. 피의자가 검사의 면전에서 조사를 받음에 있어서 한 진술을 신빙할 수 있다는 것이 진술의 증명력과는 어떻게 구별되는 것인지 또 다른 형사소송법 조항(제309조, 제317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진술의 임의성과는 어떠한 관계에 있는 것인지가 법문만으로는 뚜렷이 식별하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여기에 “특히”라는 막연한 수식어를 붙인다고 하여 위와 같은 모호성이 제거된다고 볼 수 없다. 실제로 학자들 사이에는 특신상태라 함은 피고인이 조서의 내용을 열람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 서명·날인·간인하고, 피고인이 진술한 대로 기재된 것이라는 점을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라고 보는 견해, 성립의 진정은 물론, 그 진술을 하였다는 것에 허위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그 진술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경우와 동일한 의미 내지 이와 유사한 의미까지 요구하는 개념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견해(그 중에는 ‘임의성’을 제외한 나머지 외부적 정황을 요구하는 견해도 있다) 및 신빙성까지 담보할 정황은 필요 없고 임의성을 담보할 수 있는 상태면 족하다고 보는 견해 등이 제시되어 특신상태의 의미 파악에 있어서 상당한 혼선이 있음은 사실이다. 이와 같이 법 제312조 제1항 단서가 증거능력부여의 요건으로 규정한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라는 법문언이 지니고 있는 모호성은 헌법상 원칙인 명확성원칙의 요청을 충족시켰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특신상태와 관련한 규율내용은 피의자가 검사 앞에서 조사를 받은 결과물인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한 문제라는 점에서 검사의 피의자신문에 대한 변호인의 참여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2004. 9. 23. 선고 2000헌마138 결정에서 피의자의 변호인참여 요구권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핵심적 내용이므로 수사기관이 변호인의 참여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는 것과 같은 기초적이고 자명한 사항은 구체적 입법형성이 없이도 직접 적용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는바, 이와 같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서 바로 도출될 수 있는 변호인참여요구권과 관련하여 입법자는 그 권리를 실제 보장할 수 있는 절차적 규율과 법적 효과를 구체적이고도 명확하게 입법적으로 형성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 할 것이다. 따라서 입법자가 법 제312조 제1항을 통하여 경찰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와 구별하여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보다 우월한 효력을 부여하기 위하여 가중요건을 설정함에 있어서는 법 제312조 제1항 단서와 같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라는 모호한 요건을 규정함에 그칠 것이 아니라, 피의자의 변호인참여요구권에 대한 고지절차 등을 통한 변호인참여의 실질적인 보장이 증거능력 부여의 전제조건임을 명백히 하여 증거능력 부여의 요건을 보다 명확히 하는 한편 검사가 행하는 피의자신문의 절차적 투명성을 강조하는 입법적 조치를 고려하였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입법자는 법 제312조 제1항 단서의 내용을 정함에 있어서 입법자에 부여된 입법적 형성의 의무를 게을리 하여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증거능력 부여의 요건을 불명확하게 규율한 것이다.

따라서 법 제312조 제1항 단서는 법규범의 정립에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 위

헌적인 법률이라고 판단된다.

라. 헌법불합치결정의 필요성

앞서 본 바와 같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성을 지니고 있는 부분은 법 제312조 제1항 중 단서 부분이다. 그런데 이에 대하여 단순위헌의 선고를 하여 그 효력을 상실하게 한다면, 오히려 증거능력 부여를 위한 가중요건이 삭제되는 결과를 가져와 당해 사건의 제청신청인인 피고인의 지위를 더욱 불리하게 하므로, 일단 위 단서 부분의 효력을 유지하면서 입법적 개선을 촉구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증거능력 부여요건의 명확화 등 입법적 과제는, 피고인에 대한 입증부담 전가의 해소, 변호인참여의 실질적 보장 등 입법적 개선을 위한 입법자의 형성재량권이 존중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도 이 사건 법률조항 중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단서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요구된다.

마. 결 론

이상의 이유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되지만, 이에 대하여는 일응 그 효력을 유지하고 입법적 개선을 촉구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함이 상당하다고 판단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주심) 전효숙 이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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