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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위헌제청", 결정해설집 4집, 헌법재판소, 2005, p.193
[결정해설 (결정해설집4집)]
본문

-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증거능력의 인정요건 -

(헌재 2005. 5. 26. 2003헌가7, 판례집 17-1, 558)

김 현 철*37)

1.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증거능력의 인정요건을 정한 형사소송법(1961. 9. 1. 법률 제705호로 개정된 것) 제312조 제1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 본문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하는지 여부

2.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하는지 여부

형사소송법 제312조(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조서) ①검사가 피의자나 피의자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검증의 결과를 기재한 조서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 단,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에 한하여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불구하고 증거로 할 수 있다.

제청신청인은 사기죄로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에 2001고단416호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던 중,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이하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라 한다)는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그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에도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도록 규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을 하였고, 위 법원은 그 신청을 받아들여 이 사건 위헌제청을 하였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무죄추정을 받는 피고인의 공판정 진술보다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를 더 믿게 하는 것이어서 법관에 의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한 내용인 공판중심주의에 현저히 반한다. 또한 제3의 심판기관인 법관에 의한 재판이 실질적으로는 소추기관인 검사에 의하여 왜곡될 개연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셈이 되므로 무죄추정의 원칙 및 적법절차의 원리에 위배된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피고인이 그 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더라도 일정한 요건하에 증거능력을 인정하도록 하는 것은 형사소송의 일방 당사자로서 유죄의 입증책임이 부과되어 있는 검사에게 책임을 경감시키는 부당한 혜택을 주고, 그 반사로서 피고인에게 불이익을 강요함으로써 공정한 재판의 틀을 깨는 것이 되어 평등권을 침해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가 전문증거임에도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첫째 형사소송법이 목적으로 하는 실체적 진실의 발견과 신속한 재판을 위한 것으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둘째 검사는 판사와 동일한 자격을 갖춘 자로서 임명되고 공익의 대표

자라는 지위에서 활동하므로 검사에 의한 피의자신문 과정에는 고문 등의 인권유린 행위가 개입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서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며, 셋째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으로서 조서의 진정성립과 특신상태의 존재 이외에도 헌법상 보장된 적법절차의 요청에 따른 한계가 있으므로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을 부정하거나 진술의 임의성을 다투거나 혹은 진술거부권의 사전고지가 없었거나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에 대한 위법한 제한이 있었음을 주장하는 등으로 그 증거능력의 인정을 차단하기 위한 다양한 방어방법을 선택할 수 있고, 넷째 비록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증거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과연 믿을 만한 것인가의 문제 즉 증명력의 유무는 오로지 법관의 자유심증에 맡겨진 것이어서 피고인은 자유로운 방법으로 그 증명력을 탄핵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평등권이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거나 적법절차의 원리 및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1. 이 사건 법률조항 본문이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그것이 전문증거임에도 불구하고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와는 달리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의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이하 “특신상태”라 한다) 하의 진술이라는 조건 하에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검사의 소송법적 지위를 고려하고 형사소송법이 목적으로 하는 적법절차에 의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과 신속한 재판을 위한 것으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과 내용의 합리성이 인정된다. 더욱이,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형식적 진정성립뿐만 아니라 실질적 진정성립까지 인정된 때에 한하여 비로소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새로운 판결에 의할 경우 이 사건 법률조항 본문으로 말미암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가 부당하게 곤란하게 된다든지 평등원칙을 위배하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다고 할 수 없다.

2. 피고인이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에도 성립의 진정과 특신상태의 존재를 요건으로 하여 그 증거능력을 인정하

는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 역시 적법절차에 의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과 신속한 재판을 위한 것으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법원으로 하여금 특신상태의 존재 여부를 심사하게 한 후 그 존재가 인정되는 경우에만 증거능력을 부여함으로써 그 적용범위를 목적달성에 필요한 범위내로 한정하고 있으므로, 그 내용에 있어서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춘 규정이라고 할 것이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법자의 입법형성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어서 그로 말미암아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재판관 김경일, 재판관 전효숙의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특신상태를 사실상 추정하여 온 법원의 실무관행은 본래 법원의 재판영역에 속하는 것일 뿐,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의 불명확성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 다만, 아직도 이 사건 법률조항의 명확성에 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고, 형사재판에서의 직접주의, 공판중심주의가 강조되는 오늘날의 현실을 감안하여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여하기 위한 요건을 좀 더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규정하는 입법조치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권 성, 재판관 김효종, 재판관 이상경의 반대의견[위 결정요지 2.항 관련]

이 사건 법률조항은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요건에 관한 것으로서 전문법칙의 예외인바,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명확성의 원칙이 보다 높은 정도로 요구된다. 그런데 형사재판의 실무상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가 요구하는 특신상태가 사실상 추정되어 피고인이 그 입증의 부담을 안도록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가 담고 있는 의미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고, 특히 위 단서의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라는 법문언이 지니고 있는 모호성은 헌법상 원칙인 명확성원칙의 요청을 충족시켰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는 법규범의 정립에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 위헌적인 법률이라고 판단된다. 다만 이에 대하여 단순위헌을 선고하면 피고인의 지위를 더욱 불리하게 하므로, 피고인에 대한 입증부담 전가의

해소, 변호인참여의 실질적 보장 등의 입법적 개선을 촉구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함이 상당하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면, 검사가 피고인이 되지 아니한 피의자에 대하여 작성한 신문조서나 참고인진술조서ㆍ검증조서는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는 것만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되는데 비하여,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는 외에 그 진술이 특신상태 하에서 행하여진 때에 한하여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그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에도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다. 이와 달리,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그것이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는 외에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312조 제2항).

헌법재판소는 1995. 6. 29. 선고한 93헌바45 결정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에 대하여 합헌이라고 판단한 바 있는데, 위 합헌결정에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가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는 특신상태를 추가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른바 가중요건설)이 합헌의견의 중요한 근거였었다. 그러나 실제 형사재판 실무상 특신상태는 일응 사실상 추정되는 것으로 취급되어 특신상태가 흠결되었다는 이례적인 사정을 주장하고 입증하는 것은 피고인이 부담하는 것으로 운영됨으로써 실질적으로 검사에 대한 입증의 부담을 덜어주는 결과가 되었고, 대법원도 “특신상태가 없다고 볼 사정이 없는 한 증거능력이 있다”고 하여 특신상태의 존재를 사실상 추정하였다(대법원 2000. 7. 28. 선고 2000도2617 판결, 공2000.10.1, 1976 등 참조). 이와 같은 현실에서 마침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한 법원의 제청이 이루어져 헌법재판소가 다시 한번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심판하게 된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을 포함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312조는 1954. 9. 23. 형사소송법의 제정 당시 입법된 것이다.

해방 후 우리 입법자들이 형사소송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이 작성한 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한 문제는 중요한 쟁점의 하나로 부각되었다.

원래 형사소송법초안 제299조는 “검사, 수사관, 사법경찰관의 피의자의 …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피고인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고 하여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폭 넓게 인정하였고, 또한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증거능력의 차이를 두고 있지 않았다.38)

그런데 동 초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후 제299조 단서에 “단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에서 작성한 피의자의 진술조서는 그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판정에서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는 신설규정을 두었다.39)

피의자신문조서에 관한 규정은 단순한 전문법칙의 예외로서 이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수사법의 근본문제이기도 한데, 이러한 점은 입법과정의 고찰을 통해 드러난다. 김병로 대법원장은 당시 제안설명을 하면서 범죄수사에 관한 입법태도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수사 담당자로 하여금 신속하고 사실의 진실성을 발견함에 있어서도 가장 인권을 존중하고 또는 허위된 사실이 아닌 참된 진실성을 정확히 파악하게 할까 하는 것이 우리가 입법하는 데 있어서 큰 난점이라는 것입니다.”40)

인권보장과 수사의 효율성은 언제나 대립이 되는 이념으로서 이 둘의 조

화점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우리 입법자가 조화의 방법으로 선택한 것은 수사의 결과물을 나중의 공판에서 증거로 채용하는 것을 제한하는 방법이었다. 수사기관의 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함으로써 고문을 비롯한 강압수사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입법자의 구상이었던 것이다. 당시 정부가 형사소송법안을 국회에 제출하자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의 구성원으로서 국회 수정안을 마련하는 데에 주도적 역할을 하였던 엄상섭 의원이 형사소송법에 대한 국회 본회의의 독회(讀會) 석상에서 행한 다음의 발언에서 이러한 구상이 잘 나타나 있다.

“그 다음에 끝으로 한 가지 강조할 문제는, 이 범죄수사에 있어서 고문을 한다든지 또는 자백을 강요한다든지 이러한 면에 있어서 자백강요를 어떻게 막아야 될까, 이러한 문제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입으로는 우리가 경찰관에게 물어보나 검찰관에게 물어보나 고문이라는 것은 절대로 없다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사실에 있어서는 고문이라는 것이 대한민국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것은 아주 근원을 꺾어 버리는 그런 일은 어떤 일이냐, 결국 검찰관이나 경찰관이 만든 조서에 대해서 증거(능)력을 주지 말 것, 검찰관이나 혹은 경찰관이 범죄수사를 할 때에 단서를 찾아가는 그 정도는 봐주지만 재판장(裁判場)에서 유죄의 증빙재료로 할 수 없게 만들면 고문을 안하지 않겠느냐 이러한 생각으로 해서 검찰관이나 경찰기관에서 진술한 내용은 피고인이나 피고인의 변호인 측에서 이의가 없는 한에서만 유죄의 증빙재료로 할 수 있다 하는 이러한 방향으로 나가야 될 것입니다.”41)

그러나 입법자는 소송경제라는 또 다른 형사재판의 이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고, 개인의 인권보장과 소송경제의 조화점을 검사와 그 밖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조서에 차별을 둠으로써 달성하려고 하였다. 이는 엄상섭 의원의 이어지는 다음의 발언에서 잘 드러난다.

“이렇게 나가면 개인의 인권을 존중하는 의미에서는 대단히 좋지만 비교적 경찰보다는 인적 요소가 조금 우월하다고 볼 수 있는 검찰기관이 작성한 조서에까지 이러한 증빙력을 주지 않는다면 소송이 지연되고 여러 가지 문제

가 있을 것이다. 해서 경찰기관에서 작성한 조서에서만 이의가 있을 때에는 증거(능)력을 주지 않도록 하고 검찰기관은 그대로 두는 이런 것으로 절충이 되어서 규정된 것입니다. 그러면 적어도 경찰에서 무엇을 말했다든지 수사기관에서 한 자백은 검찰기관 혹은 공판정에서 부인할 때에 언제든지 칠판에다가 써 두었던 글을 닦아 버린다든지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이러한 방향으로 나가야 비로소 경찰기관에서 행해지고 있는 이 고문을 적어도 근절을 못 시키더라도 어느 정도 견제할 수 있지 않는가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시의 현실 상황에 관한 입법자들의 위와 같은 인식을 기초로 형사소송법 제312조가 탄생되었던 것이다.

형사소송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310조의2는 “법 제311조 내지 제316조에 규정한 것 이외에는 공판준비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대신하여 진술을 기재한 서류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 외에서의 타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은 이를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전문증거(傳聞證據)의 증거능력을 원칙적으로 부인하면서도 그 예외 인정을 길을 열어 놓고 있다.

예컨대, 법 제311조는 법원 또는 법관이 주재하는 절차에서 작성된 조서에 대하여 별도의 제한 없이 전면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음에 비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은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그보다 강화된 요건 하에서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고, 특히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는 ①‘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신문조서라는 점에서 피고인이 되지 아니한 피의자에 대한 신문조서나 참고인 진술조서, 검증조서에 비하여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을 강화하고, ②그것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라는 점에서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비하여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을 완화하고 있다.

즉, 검사가 피고인이 되지 아니한 피의자에 대하여 작성한 신문조서나 참고인진술조서, 검증조서는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

이 인정되는 것만으로 증거능력을 취득할 수 있는 데 비하여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신문조서는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는 외에도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하여 진 때에 한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고, 한편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그것이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는 외에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는 것과는 달리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경우는 그것이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것이라면 그 성립의 진정함과 진술의 특신상황이 인정되는 한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공판기일에서의 진술 여하에 불구하고 피고인이 그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라도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하는 이론적인 근거가 무엇인가에 관하여는 전문법칙의 예외라는 견해와 직접심리주의의 예외라고 보는 견해로 나누어지고 있다.

(가) 전문법칙 예외설은 전문법칙의 근거가 신용성이 결여된 데에 있고 피의자신문조서도 공판기일의 진술에 대신하는 신용성이 보장되지 않는 증거이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신용성과 필요성을 조건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전문법칙의 예외라고 설명한다.42)

(나) 이에 반하여 직접심리주의의 예외라고 이해하는 견해는, 전문법칙의 주된 근거는 반대신문권의 보장에 있다고 보고 수사기관의 면전에서 행한 피고인의 진술에 대하여 원진술자인 피고인에게 반대신문권을 부여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비판한다. 피의자신문조서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을 대신하는 서류라는 의미에서 증거능력이 제한되는 직접심리주의의 예외라는 것이다.43)

(다) 이러한 견해 대립이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즉 이 사건 법률조항이 법 제310조의2 이하에 규정된 점으로 볼 때 전문법칙

의 예외규정으로 봄이 타당하고, 법정에서 진술하는 피고인은 제쳐 두고 그의 진술을 담은 전문서류인 피의자신문조서를 증거로 사용하는 것은 직접주의의 예외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위 조항은 위 두 견해가 지적하는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44)

이 사건 법률조항은 본문과 단서로 구성되어 있는데, 단서는 검사가 작성한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에 관하여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진 때”라는 것을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의 해석에 대하여는 본문과 관련하여 가중규정설과 완화규정설로 나뉘어져 있었다.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검사의 피의자신문조서가 증거능력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①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고, ②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다고 인정되어야 하므로 위 두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단서는 and 조건으로서 요건을 가중한 규정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피고인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도 불구하고”라는 문구는 “피고인이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조서의 ‘내용을 다투는’ 진술에도 불구하고”라는 의미로서, 피고인이 피의자신문조서의 형식적ㆍ실질적 진정성립은 인정하면서도 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의 진실성을 부인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해석한다.45)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①피고인이 성립의 진정함을 인정하면 증거능력이 있고(원칙), ②다만 피고인이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더라도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해진 경우에는 증거능력이 있다(예외). 이 사건 법률조항의 단서는 or 조건으로서 요건을 완

화한 규정이다. “피고인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도 불구하고”라는 문구는 “피고인이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는’ 진술에도 불구하고”라는 의미로 해석한다.46)

(가)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의 인정요건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성립의 진정’과 ‘특신상태의 존재’이다.

성립의 진정은 피고인측이 공판정에서 조서에 적힌 서명, 날인과 간인이 본인의 것임을 확인하고(소위 형식적 진정성립) 그 기재 내용이 자신이 진술한 대로 기재되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소위 실질적 진정성립). 그 기재 내용이 진술한 대로 기재되었음은 인정하지만 그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되 내용을 부인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내용을 부인하더라도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다만 이 경우에는 검사 면전에서의 진술이 특히 신빙할 만한 상태 하에서 이루어진 것이어야 한다.

(나)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인정요건과 관련한 중요 쟁점에 대하여 판례의 입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대법원은 일관하여,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그 조서에 간인과 서명, 무인한 사실이 있음을 인정하는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형사소송법 제244조 제2항, 제3항47)소정의 절차를 거친 바 없이 된 것이라고 볼 사정이 없는 한 원진술자의 진술 내용대로 기재된 것이라고 추정된다 할 것이고, 따라서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진술내용이 자기의 진술내용과 다르게 기재되었다고 다투더라도 그 조서의 간인, 서명, 무인한 사실이 있음을 시인하여 조서의 형식적인 진정성립을 인정하고, 한편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위 형사

소송법 절차를 거친 바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만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라면 그 피의자신문조서는 원진술자의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의하여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할 것이다.”48)라고 하여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그로부터 실질적 진정성립이 인정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다.

또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진정성립을 인정하면 그 조서에 기재된 피고인의 진술이 특히 임의로 되지 아니한 것이라고 의심할만한 사유가 없는 한 증거능력이 있다.”49)고 보면서, “진술의 임의성이라는 것은 고문, 폭행, 협박,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 진술의 임의성을 잃게 하는 사정이 없다는 것 즉 증거의 수집과정에서 위법성이 없다는 것인데 진술의 임의성을 잃게 하는 그와 같은 사정은 헌법이나 형사소송법의 규정에 비추어 볼 때 이례에 속한다고 할 것이므로 진술의 임의성은 추정된다고 볼 것이다. … 진술의 임의성에 관하여는 당해 조서의 형식, 내용, 진술자의 신분, 사회적 지위, 학력, 지능정도, 진술자가 피고인이 아닌 경우에는 그 관계 기타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하여 법원이 자유롭게 판정하면 되고 피고인 또는 검사에게 진술의 임의성에 관한 주장, 입증책임이 분배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고, 이는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진 때 즉 특신상태에 관하여서도 동일하다.50)” 라고 판시하였다.

이는 결국 조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되고,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되면 자백의 임의성이 추정되고, 마찬가지로 특신상태까지도 추정된다는 입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대법원은 법률전문가인 검사의 면전에서 행해지는 진술은 그 자체가 이미 특히 신빙할 만한 정황 하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모두(冒頭)진술이 끝나면 검찰 측이 입증에 들어가는데 이때 공판의 증거조사 대부분이 증인신문에 소요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증인신문에서 검찰 측의 신청에 따라 소환되는 사람은 경미사건의 경우 보통 수사를 한 경찰관이다. 예컨대 피고인이 마약소지의 혐의로 체포되었다면 그 피고인을 체포한 경찰관이 주요 증인으로 소환되어 신문을 받는 것이다. 즉 형사사건에서 피의자의 자인(自認)이나 자백(自白)은 서명된 서면으로 작성되지만 그것을 청취하거나 신문한 자가 공판정에 증인으로 나와서 진술함으로써 그 증언이 증거로 되는 것이지, 자백서면 자체가 직접 증거로 되는 것이 아니다.51)이 경우에 경찰관의 증언에 대해서는 전통적으로 전문법칙이 미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되는데, 이는 법정에 출두해 있는 피고인이 언제든지 경찰관의 진술을 정정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피고인신문이 없을 뿐만 아니라 만약 피의자가 수사기관 앞에서 자백했다면 기소사실인부절차(Arraignment)에 의해서 사실 심리가 끝나기 때문에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인정되는가의 여부는 사실상 대부분 문제되지 않는다. 반면에 그가 이전의 진술의 진실성을 부인하고 싶으면 공판정에서 증언석에 서서 진술하면 되는데 이는 이전과의 불일치진술이 되는 것뿐이다.52)

전문법칙의 본산인 미국에서 전문법칙을 비롯한 각종의 증거법칙을 규정한 법률은 Federal Rules of Evidence이다. 그러나 이 법률은 배심재판과 판사재판의 경우에 증거법칙이 어떻게 달라지는가에 관하여 규정해 놓지 않았다. 즉 배심재판만을 상정하여 증거법칙을 규정하여 놓은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한다. 판사재판의 특성상 배심재판에 적용되는 증거법칙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비현실적인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미국에서는, 비록 법률이 판사재판의 경우에 대한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않더라도, 실무상 전문법칙을 판사재판에는 적용하지 않고 있다. 즉

법률이 엄격히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판사들은 복잡한 전문법칙을 무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는 예는 별로 없으며, 가사 이것이 상고심에서 문제되더라도 상급법원은 재판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이의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53)

이러한 실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첫째, 판사는 법률전문가이기 때문에 증거의 외관에 현혹되어 신빙성을 잘못 판단할 가능성이 극히 적다는 것이다. 또 그러한 가능성이 있다 해도 이를 두려워 한다는 것은 판사에 대한 신뢰를 기초로 하는 사법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둘째, 판사재판의 경우는 판사가 그 증거가 전문증거인지의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므로 어차피 판사는 전문증거에 노출이 되고, 결국 전문증거를 문전에서부터 쫒아낸다고 하는 전문법칙의 이념은 자체모순을 일으키고 만다는 점에 있다. 한편, 배심원에 의한 재판의 경우에도 현재의 전문법칙은 너무 엄격하여 실체적 진실발견에 장애가 되므로 전문법칙을 완화하자는 움직임이 강하며, 이에 따라 상당수의 주에서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전문법칙을 완화하고 있다고 한다.54)

일본 형사소송법 제322조는 “피고인이 작성한 진술서 또는 피고인의 진술을 녹취한 서면에 피고인의 서명 또는 날인이 있는 것은, 그 진술이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사실의 승인을 내용으로 하는 경우 또는 특히 신용할만한 정황 아래서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그것을 증거로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판례는 특신상황에 관하여 검찰관의 입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거나 특단의 증거조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거나, 특신상황은 일응 검찰관의 견해에 의하여야 하고 특신상황에 관한 증거조사의 청구가 있는 경우에는 그것을 수리하여야 한다고 하는 입장이다.55)

물론 특신상황에 관하여 일응 증거조사를 하고 그 결과 특신상황이 없다

고 하면 증거로서 배척하여야 한다는 판례도 있으나, 전체적으로 일본의 판례와 실무는 특신상황의 요건을 거의 인정하고 있으므로 사실상 증거능력의 요건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평가받고 있다.56)

일본의 위 법률조항은 피고인의 진술의 내용이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사실을 승인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경우에도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하여 미국법의 자백ㆍ자인에 대하여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 없이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태도를 받아들이고 있는데,57)이는 사람이 허위로 자신에게 불이익한 사실을 폭로하는 것은 경험칙에 반하기 때문에 그러한 진술은 신용성이 높다고 하는 것이 타당하고, 피고인은 묵비권이 있기 때문에 공판정에서 진술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공판정 외에서의 진술을 증거로 할 필요성이 있고,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수사기관에서의 진술과 다른 진술을 하는 경우에는 진술이 변화한 것인데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신용성이 높은 공판정 외에서의 진술에 증거능력을 부여한 후 판결의 단계에서 공판정에서의 진술과 비교하여 어느 것이 더 믿을 만한 것인가를 판단하여도 부당하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한다.58)

요컨대, 일본에서는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이든 사법경찰관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이든 가리지 않고 조서의 형식적 진정(서명 또는 날인)만 인정되면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결과가 된다.59)이러한 일본의 규정은 우리나라보다 전문증거를 인정하는 폭이 넓은 것이다.

독일 형사소송법 제250조는 “사실의 증명이 사람의 지각에 의존하는 경우에는 공판에서 그 자를 신문하여야 한다. 이전의 신문을 녹취한 조서 또는 진술서의 낭독으로써 신문에 갈음할 수 없다.” 라는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경찰이나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직접심리주의를 선언

한 위 규정에 따라 증거능력이 없고, 다만 직접주의의 예외규정 중 하나인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1항60)에 따라 수사법관(Ermittlungsrichter)이 수사단계의 절차에서 조사활동으로서 피의자를 신문하여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만이 증거능력을 갖는다.

그런데 독일의 실무는, 형사소송법상의 명문 규정은 없으나, 공판정에서 피고인이나 증인이 수사 단계에서 경찰이나 검사 면전에서 행한 이전의 진술과 모순되는 진술을 하거나 그 진술내용을 기억하지 못할 때에 재판장이 그들의 이전의 진술이 기재된 조서를 제시하면서 당신은 이런 진술을 하지 않았느냐 라는 형식으로 모순을 지적하거나 기억을 돕는 Vorhalt(제시)라는 관행을 갖고 있고,61)연방대법원에 의하여 긍인되고 있다.62)

Vorhalt가 증거법상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는 피고인이 재판장의 Vorhalt에 대하여 어떤 행동을 취하는가에 달려 있다. 즉 첫째, 피고인이 이전에 그러한 진술을 했다고 명시적으로 밝히거나 이전의 진술에 대하여 다투지 않겠다고 하였을 경우 그 진술은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63)둘째, 피고인이 수사기관 작성의 신문조서에 의한 Vorhalt에 대하여 침묵하거나 이를 다투는 경우에는 재판장에 의하여 제시된 이전의 진술을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64)

그런데 위 둘째의 경우에도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를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즉 피의자를 신문한 자(예를 들어 경찰)를 증인으로서 피고인이 수사단계에서 행한 진술에 관하여 신문할 수 있고, 그 증인의 진술은 법관의 자유로운 증거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65)

결국 독일의 경우도, Vorhalt라는 법률이 예정하고 있지 않은 방법에 의하여 독일 형사소송법 제254조가 인정하고 있는 것 이외의 피고인의 수사기관 면전에서의 진술이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한 증거자료 중 하나로서 실질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보인다. 그리하여 독일의 재판실무상, 수사기록은 재판 시작 이전에 재판부에 넘어가 재판부는 수사기록을 중심으로 재판진행의 계획을 세우고, 수사기록은 재판의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독일의 태도는 “증거능력을 제한하지 않으며, 수사서류 제출 시에는 작성자인 경찰관의 증언이 필요하다”는 정도의 입장이라고 정리될 수 있다.66)

프랑스의 형사소송법상 증거법칙은 3가지 원칙으로 요약된다. 즉, ‘증거수집의 적법성’, ‘증거방법의 자유성’, 그리고 그 논리적 결과로 심증에 관한 ‘자유심증주의’를 들 수 있다.67)증거방법의 자유성을 채택한 형사소송법의 규정을 원용하면 다음과 같다.

제427조 제1항 : 법률이 달리 규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범죄사실은 모든 방법의 증거에 의하여 증명할 수 있으며, 판사는 그 자유심증에 따라 판단한다.

제353조 : “재판장은 중죄법원(重罪法院)이 개정하기 전에 다음의 지시문을 낭독하고, 이를 대문자로 써서 평결실의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게시한다”. “법률은 재판관에 대하여 그 확신을 가지는 이유에 관한 아무런 설명을 요구하지 아니하며 특히 증거의 완전성과 충분성에 의존하여야 하는 원칙을 명하지 아니하고, 모름지기 마음의 평온과 평정 속에서 피고인에 대하여 증거와 그 항변의 자료가 자기의 이성에는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가 자문하여 보고, 그 양심의 엄숙 속에서 이를 구하도록 명한다. 법률은 판사에 대하여 그 모든 의무감을 초월하여 ‘귀하는 내심의 확신을 가지고 있는

가?’ 라고만 묻는다.”

증거방법의 자유성에 관하여 달리 규정한 법률을 보면, 첫째, 위경죄(偉輕罪)는 증언 또는 보고서에 의해서만 이를 증명하고, 조서나 보고서가 없는 때에는 증언 또는 증거물에 의하여 증명한다(형사소송법 제537조 제1항). 둘째, 범죄를 인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공무원이 작성한 조서 및 보고서는 반증이 있을 때까지 증명력을 가진다(형사소송법 제431조, 제537조 제2항). 그리고 관세사범과 같이 특수한 성격을 가진 범죄를 인지할 수 있는 공무원이 작성한 조서는 위조의 증명이 있을 때까지 증명력을 가지며, 작성자가 위조로 처벌받는 경우에만 증거능력을 상실한다(관세법 제336조).68)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규율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관하여 헌법재판소는 1995. 6. 29. 선고한 93헌바45 결정에서 이미 합헌판단을 한 바 있다(판례집 7-1, 873 이하).69)위 선례에서 개진된 합헌의견(다수의견)과 위헌의견(소수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우리 헌법은 형사소송에서 전문증거의 증거능력배제에 관한 이른바 전문법칙을 채택할 것을 직접적으로 요구하고 있지 아니하다. 다만, 형사소송법헌법상의 공정한 재판의 원칙을 이어받아 이를 구현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구현하기 위하여 전문법칙의 채택 유무, 전문법칙의 내용 구성 등은 오로지 입법형성권을 가지고

있는 입법자가 우리 사회의 법 현실, 수사관행, 수사기관과 국민의 법의식수준, 수사기관에 의한 인권침해의 실태, 우리 형사재판의 구조 등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할 성질의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는 전문법칙에 관한 규정의 하나인데,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위 단서가 과연 청구인들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였는가의 여부이다. 위 단서가 청구인들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였다고 하기 위하여는 위 단서의 내용이 명백히 불합리하여 그 적용으로 말미암아 곧바로 형사소송의 일방당사자로서 공소유지의 책임을 지고 있는 검사에게는 입증책임의 경감이라는 부당한 혜택을 부여하고, 피의자였던 피고인에게는 그 방어권의 행사를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불가능하게 하는 불이익을 강요함으로써 재판의 절차와 결과가 ‘불공정’하게 될 개연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형사소송법이 목적으로 하는 실체적 진실의 발견과 신속한 재판을 위한 것으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비하여 완화된 요건 하에 증거능력을 부여한 것은 검사가 판사와 동일한 자격을 갖춘 자로서 임명되고 오로지 진실과 법령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여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는 준사법기관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형사소송절차에 있어서의 인권보장의 이념과 실체적 진실발견 및 신속한 재판의 요청 사이의 조화를 이룩하기 위한 것으로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인정에는 ‘조서의 진정성립’과 ‘특신상태의 존재’라는 두 가지 요건 외에도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나타난 피고인의 자백진술에 ‘임의성’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신문절차가 적법하여야 되는 등 헌법상 보장된 ‘적법절차’의 요청에 따른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피고인으로서는 그 증거능력의 인정을 차단하기 위한 다양한 방어방법을 선택할 수가 있고, 나아가 증거능력은 당해 증거가 가지는 실질적 가치인 증명력과는 엄격히 구별되는 개념이어서 피고인은 자유로운 방법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된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명력을 탄핵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형사소송절차에 있어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가 부당하게 제한되거나 피고인이

상대 당사자인 검사에 비하여 명백하게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법자의 정당한 입법형성권의 범위 안에 있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그 피고인의 법정에서의 진술 여하에 불구하고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것은, 무죄추정을 받는 피고인의 법정진술보다 우선하여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를 믿게 하는 것으로서 법관에 의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한 보장으로서의 공판중심주의에 현저히 반하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고, 또한 형사소송의 일방당사자로서 유죄의 입증책임이 부과되어 있는 검사에게 그 책임을 경감시키는 부당한 혜택을 주고, 그 반사로서 피고인에게 불이익을 강요함으로써 공정한 재판의 틀을 깨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그 피고인의 법정에서의 진술 여하에 불구하고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것은 제3의 심판기관인 법관에 의한 재판이 실질적으로는 소추기관인 검사에 의하여 왜곡될개연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셈이 된다. 피고인이 법정에서 명백히 그 내용을 부인하고 있음에도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상황에 있어서 증거능력과 증명력을 개념적으로 분리하여 증명력에 대한 판단이 법관에게 전속되어 있다고 안심하는 것은 사안의 실체에 눈을 감는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수사 및 소추의 주체인 검사로 하여금 특히 수사단계에서의 자백의 확보에 주력하게 함으로써 현실적으로 인권의 침해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결과적으로 헌법의 고문금지, 불리한 진술거부권 등 명문규정을 형해화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법재량의 한계를 넘어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적법절차에 관한 헌법상의 원리에 위배되는 것으로 위헌이다.』

이 사건이 헌법재판소에 계속중이던 2004. 12. 16. 대법원은 대법관 전원

일치의 의견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해석에 관한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하였다.

피고인들은 검사가 작성한 원심공동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및 검사가 작성한 참고인에 대한 진술조서에 대하여 모두 부동의하였고, 원심공동피고인과 참고인은 모두 자신에 대한 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원심은 검사가 작성한 원심공동피고인과 참고인에 대한 조서의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되므로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되어 모두 증거능력이 있다고 하면서 이를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 인정의 증거로 판시하였다.

이에 대법원은,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간인과 서명, 무인한 사실이 있음을 인정하여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거기에 기재된 내용이 자기의 진술내용과 다르게 기재되었다고 하여 그 실질적 진정성립을 다투더라도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형사소송법 제244조 제2항, 제3항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된 것이라고 볼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 한 그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되는 것으로 본 종전의 견해를 취하지 않고,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나 참고인 진술조서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형식적 및 실질적 진정성립이 인정된 때에 한하여 비로소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변경하고 원심을 파기하였다.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본문은 “검사가 피의자나 피의자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검증의 결과를 기재한 조서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때에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법문의 문언상 성립의 진정은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인정되는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을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실질적 진정성립도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서만 인정될 수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며, 이는 검

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다. 또한 위 법문에 따르면, 검사가 피의자 아닌 자에 대하여 작성한 조서의 경우도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진정성립이 인정되어야 증거로 할 수 있고,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만일 원진술자가 그 진술조서의 형식적 진정성립은 인정하면서도 그 기재내용이 진술내용과 다르다고 하여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그 진술조서의 진정성립은 인정되지 아니하여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하여 왔는바(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도4111 판결; 대법원 2003. 10. 24. 선고 2002도4572 판결 등),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와 피의자 아닌 자에 대한 진술조서는 모두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의 동일한 요건에 따라 진정성립 여부가 결정되고, 실무상으로도 피의자나 참고인의 조서열람권, 증감변경청구권 등을 달리 취급하고 있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와 피의자 아닌 자에 대한 진술조서의 진정성립 인정 요건을 구별하여 달리 취급할 합리적인 이유도 없다.

따라서, 검사가 피의자나 피의자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형식적 진정성립뿐만 아니라 실질적 진정성립까지 인정된 때에 한하여 비로소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그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우리 형사소송법이 취하고 있는 직접심리주의 및 구두변론주의를 내용으로 하는 공판중심주의의 이념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위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지 5개월 후인 2005. 5. 26.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결정을 선고하였는데, 이 결정에서는 재판관 4인이 합헌의견(그 중 2인은 보충의견)을, 재판관 4인이 헌법불합치의견을 각 개진하여 결론적으로 합헌결정이 선고되었다.

재판관 4인의 합헌의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가)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3항은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형사피고인은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지체 없이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함으로써 재판청구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우리 재판소는 지금까지 일관되게, 헌법 제27조 제1항의 재판청구권은 사법절차에의 접근뿐만 아니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즉 사법절차상의 기본권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권리임을 밝혀 왔다(헌재 1996. 12. 26. 94헌바1, 판례집 8-2, 808, 820; 헌재 1998. 12. 24. 94헌바46, 판례집 10-2, 842, 850 참조).

따라서 형사소송절차에서의 증거법칙을 규율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심사의 기준은 바로 헌법 제27조가 정한 재판청구권, 그 중에서도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침해 여부가 중심이 된다고 할 것이다. 그 밖에, 제청법원이 주장하고 있는 심사기준 중 무죄추정의 원칙, 고문을 받지 아니할 권리 및 불리한 진술거부권, 생명ㆍ신체의 자유권은 비록 이 사건 법률조항 자체가 위와 같은 헌법상의 권리를 제한하려는 의도나 내용을 갖고 있지는 않다 하더라도 ‘재판청구권에 의한 보호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그 정신이 참작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재판청구권과 기능적 상호연관성을 가진다고 할 것이므로 이에 대하여도 검토를 요한다고 할 것이다.

(나) 재판청구권과 같은 절차적 기본권은 원칙적으로 제도적 보장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자유권적 기본권 등 다른 기본권의 경우와 비교하여 볼 때 상대적으로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이 인정되므로, 관련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기준은 합리성원칙 내지 자의금지원칙이 적용된다(헌재 1998. 9. 30. 97헌바51, 판례집 10-2, 541, 550; 헌재 1998. 12. 24. 94헌바46, 판례집 10-2, 842, 851).

이 사건에서 보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전문증거의 증거능력배제에 관한 이른바 “전문법칙”의 예외조항인바, 우리 헌법은 형사소송에서 전문법칙을 채택할 것을 직접적으로 요구하고 있지 아니하다. 그러므로,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구현하기 위하여 전문법칙을 채택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 및 전문법칙을 채택할 경우 여러 가지 종류의 전문증거에 대

하여 한결같이 동일한 전문법칙을 적용할 것인가 아니면 증거의 종류에 따라 전문법칙의 내용을 달리할 것인가 여부의 문제는, 입법자가 우리 사회의 법 현실, 수사관행, 수사기관과 국민의 법의식 수준, 수사기관에 의한 인권침해의 실태, 우리 형사재판의 구조 등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할 성질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헌재 1995. 6. 29. 93헌바45, 판례집 7-1, 873, 882).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인정요건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성립의 진정”(본문)과 “특신상태의 존재”(단서)이다.

(가) 먼저 이 사건 법률조항의 본문에 대하여 본다.

1) 이 사건 법률조항 본문의 규정에 의하면,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때에는 동 조항 단서의 일정한 조건하에 이를 증거로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성립의 진정이란 간인ㆍ서명ㆍ날인 등 조서의 ‘형식적인 진정’과 그 조서의 내용이 원진술자가 진술한 대로 기재된 것이라는 ‘실질적인 진정’을 모두 의미한다(대법원 1995. 10. 13. 선고 95도1761 판결).

2) 형사소송법의 목적은 적법절차에 의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과 신속한 재판에 있는바, 검사를 비롯한 수사기관에서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를 전혀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면 형사소송에 있어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피고인은 형사절차의 진행과 함께 유죄판결의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느끼면 종전의 자백진술을 부인하기 쉬운데 반하여, 법원으로서는 진술거부권(헌법 제12조 제2항 후단)으로 인하여 피고인에게 새로운 진술을 요구할 수 없으므로 그가 진범일지라도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하지 않으면 안될 경우가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범죄의 수사는 검사, 사법경찰관리 및 특별사법경찰관리가 담당한다(형사소송법 제195조 내지 제197조). 그런데 검사는 사법경찰관리 및 특별사법경찰관리를 지휘ㆍ감독하며, 수사의 결과 공소제기 여부를 독점적으로 결정하고, 공판절차에서는 피고인에 대립되는 당사자로서 법원에 대하여

법령의 정당한 적용을 청구하는 광범위한 권한을 가진 국가기관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 본문이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그것이 전문증거임에도 불구하고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와는 달리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의 특신상태하의 진술이라는 조건하에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이러한 검사의 지위를 고려하고 형사소송법이 목적으로 하는 적법절차에 의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과 신속한 재판을 위한 것으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과 내용의 합리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3) 요컨대, 이 사건 법률조항 본문의 합리성에 더하여 이제 앞에서 본 바와 같은 대법원의 새로운 견해에 의할 때 동 조문으로 말미암아 형사소송의 일방 당사자로서 유죄의 입증책임이 부과되어 있는 검사의 책임이 경감되는 효과가 발생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검사가 피의자의 자백을 얻기 위하여 무리하게 수사를 한다든가 법원이 피고인의 공판정 진술보다 검사 앞에서의 진술을 우선한다든가 하는 우려는 없게 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 본문으로 말미암아 형사소송의 당사자로서 형사피고인의 방어권 행사가 부당하게 곤란하게 된다든지 평등원칙을 위배하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다고 할 수 없고, 그 밖에 제청법원이 주장하는 무죄추정의 원칙, 고문을 받지 아니할 권리, 불리한 진술거부권, 생명ㆍ신체의 자유권 등의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고 할 것이다.

(나) 다음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단서, 즉 특신상태의 존재를 전제로 한 증거능력의 인정문제에 대하여 본다.

1)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의 규정에 의하면, 피고인이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자신이 진술한 대로 기재되었음은 인정하지만 그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경우, 즉 성립의 진정은 인정하되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에도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는데, 다만 이 경우에는 검사 앞에서의 진술이 특신상태하에서 이루어진 것이어야 한다.

살피건대,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를 절대적으로 관철한다면 수사기관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는 공판정에서 피고인이 그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에 사법경찰관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이든 검사작성 피의자신문

조서이든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논리적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는 헌법상의 원리라기보다는 형사소송법상의 원리로서 각국의 실정에 따라 제한이 가해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다. 즉, 수사기관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증거능력을 부여할 것인지 여부 및 어떠한 요건하에 증거능력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는 각국의 입법정책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2)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 역시 적법절차에 의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과 신속한 재판을 위한 것으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법원으로 하여금 특신상태의 존재 여부를 심사하게 한 후 그 존재가 인정되는 경우에만 증거능력을 부여함으로써 그 적용범위를 목적달성에 필요한 범위내로 한정하고 있으므로, 그 내용에 있어서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춘 규정이라고 할 것이다.

게다가,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가 궁극적으로 증거능력을 획득하기 위하여는 이 사건 법률조항 본문이 요구하는 형식적ㆍ실질적 진정성립과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가 규정하는 특신상태의 존재 외에 헌법상 보장된 적법절차가 준수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나타난 피고인의 자백 등 진술이 고문, 폭행 등의 방법에 의하여 자의로 진술된 것이 아니어서 그 임의성이 결여되어 있을 때(헌법 제12조 제7항, 형사소송법 제309조?제317조),70)형사피의자의 자기부죄거부권에 터잡은 진술거부권(헌법 제12조 제2항 후단, 형사소송법 제200조 제2항)의 사전고지 없이 이루어졌을 때(대법원 1992. 6. 23. 선고 92도682 판결 참조), 변호인과의 접견ㆍ교통권 내지는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권이 위법하게 제한된 상태에서 이루어졌을 때(대법원 2003. 11. 11.자 2003모402 결정; 헌재 2004. 9. 23. 2000헌마138, 판례집 16-2상, 543 참조)에는 그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은 원칙적으로 부인되는 것이다.

결국 피고인으로서는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그 형식적ㆍ실

질적 성립의 진정 여부와는 별도로, 이와 같은 다양한 방어방법을 선택하여 증거능력의 인정을 차단할 수가 있는 것이다.

3) 또한, 우리나라와 같이 전문법관에 의한 재판을 하고 있는 제도하에서는 전문증거배제의 필요성이 배심제나 참심제를 채택한 경우보다 크지 않다고 할 수 있고 공판정에서의 피고인의 진술은 증거로 채택되기 때문에,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수사기관에서의 진술과 다른 진술을 하는 경우에 검사 앞에서의 진술이 특신상태하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판단되면 그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그와 같이 증거능력이 인정된 검사 앞에서의 진술과 공판정에서의 진술을 비교하여 어느 것이 더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면 되는 것이다.

증거능력이란 증거가 엄격한 증명의 자료로 사용될 수 있는 자격을 의미할 뿐이고, 당해 증거가 가지는 실질적 가치인 증명력과는 엄격히 구별되는 개념으로서 비록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증거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과연 믿을 만한 것인가의 문제, 즉 증명력의 유무는 오로지 법관의 자유심증에 맡겨진 것이다(법 제308조 참조). 따라서 피고인은 자유로운 방법으로 그 증명력을 탄핵할 수 있으므로, 어떤 증거의 증거능력의 유무와 그에 의한 요증사실의 증명 내지 범죄사실의 인정과는 필연적인 연관성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공판정에서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성립인정을 부인하여 동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형사피고인이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고 동 신문조서의 진정성립을 인정하면서도 그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에, 검사로서는 그 신문조서가 증거능력을 갖기 위하여 특신상태를 근거자료와 함께 주장할 수 있을 것이고, 피고인으로서는 특신상태의 부존재를 주장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하여는 법원이 그 진술이 행하여진 당시의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할 수 있는 재판의 영역이라고 할 것이다.

4) 요컨대,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가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 본문이 요구하는 형식적ㆍ실질적 진정성립이 인정되는 경우에 특신상태의 존재를 요건으로 피고인의 공판정에서의 진술 여하에 불구하고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고 하여, 형사소송절차

에 있어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가 부당하게 제한되거나 피고인이 상대당사자인 검사에 비하여 명백하게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형사피고인이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정성립을 인정한 후에 그 내용만을 부인하는 경우에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가 특신상태의 존재를 전제로 그 증거능력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입법자의 입법형성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어서 그로 말미암아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말미암아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나 그 밖에 무죄추정의 원칙, 고문을 받지 아니할 권리, 불리한 진술거부권, 생명ㆍ신체의 자유권 등이 침해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한편, 재판관 2인은 법정의견인 합헌의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보충의견을 개진하였다.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를 합리적으로 해석하면 특신상태는 증거능력의 요건에 해당하므로 검사가 그 존재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주장ㆍ입증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종전 법원의 형사재판실무는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형식적 증거능력이 인정되면 실질적 증거능력과 특신상태까지도 사실상 추정함으로써 특신상태 부존재 입증의 부담을 피고인이 지는 방식으로 운영하여 왔다. 여기서의 사실상 추정은 법원이 경험칙을 적용하여 여러 간접사실로부터 주요사실을 추인하는 행위로서 법원의 재판영역에 속하는 것이고, 입증책임이 사실상 전도된 듯이 보이는 점은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의 불명확성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그러한 법원의 실무운영이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의 해석으로 굳어진 것이라면 그 위헌성을 논하는데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이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여 공판정에서 피고인이 검사작

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면 원칙적으로 그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여 종전의 추정론을 폐기한 이상(대법원 2004. 12. 16. 선고 2002도537 판결), 그 조서의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실질적 진정성립과 특신상태까지도 추정해온 종전 견해의 토대가 흔들리게 되었다고 할 것이고, 위 대법원 판례 변경 이후에도 법원이 형사재판실무에서 여전히 특신상태를 추정하는 방식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를 해석, 운영하고 있다고 볼 자료도 없으므로 종전의 실무운영에 터잡아 위헌 여부를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아니하다.

다만 아직도 이 사건 법률조항의 명확성에 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고, 형사재판에서의 직접주의, 공판중심주의가 강조되는 오늘날의 현실을 감안하여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여하기 위한 요건을 좀 더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규정하는 입법조치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재판관 4인의 헌법불합치의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합치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1995. 6. 29. 93헌바45 사건에 대한 결정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에 대하여 합헌이라고 판단하였고, 대법원은 종래의 입장을 변경하여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실질적 진정성립까지 인정된 때에 한하여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4. 12. 16. 선고 2002도537 전원합의체 판결).

그런데 위 헌법재판소 결정도 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는 피고인이 그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에도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경찰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와 비교하여 보다 쉽게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것만을 문제 삼았을 뿐이고, 위 대법원 판결에서도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증거능력을 부여하기 위한 요건 중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가 요구하는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라는 요건에 대하여는 아무런 판단이 없었으므로, 이 특신상태 요건에 대한 헌법적 평가는 아직 열려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법치국가원리의 요청이라 할 명확성의 원칙은 법률을 비롯한 법규범의 내용이 관련 개인이 해당 규범에 의하여 요구되고 있는 것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하고 정확한 용어로 규정되어 있을 것을 요구하고 있는바, 명확성의 원칙에서 명확성의 정도는 모든 법률에 있어서 동일한 정도로 요구되는 것은 아니고, 개개의 법률이나 법조항의 성격에 따라 요구되는 정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각각의 구성요건의 특수성과 그러한 법률이 제정되게 된 배경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형사절차에서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전문법칙의 예외로서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요건에 관한 것으로서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명확성의 원칙이 보다 높은 정도로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형사재판의 실무상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가 요구하는 특신상태가 사실상 추정되어 피고인이 그 입증의 부담을 안도록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가 담고 있는 의미가 명확하지 않음으로 인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이와 같은 실무운영은, 특신상태에 관한 법원의 사실인정 과정에 있어서 경험칙의 적용 및 증거판단의 문제에 불과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성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특신상태의 사실상 추정은 수사현실에 대한 실증적 조사 내지 반성적 성찰 없이 수사기관의 행태에 대한 일방적인 신뢰를 기초로 특신상태에 대한 입증부담을 피고인에게 전가하는 것으로서, 형사피고인에 대한 무죄추정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는 헌법 제27조 제4항을 두고 있는 우리의 헌법질서 아래에서 바람직한 재판운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가 의문시될 뿐만 아니라, 형사소송의 구조 및 피고인의 방어권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에도, 이러한 형사재판제도의 운영이 일부 사실심법원에서 이루어짐에 그치지 않고 대법원에서도 그 정당성이 추인되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이와 같은 결과는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가

증거능력 부여의 요건에 대한 입증책임 또는 입증부담에 관하여 보다 명확히 규정하지 아니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가령,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에 한하여” 라는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의 법문언을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경우에 한하여”라고 규정하였더라면, 특신상태를 사실상 추정하여 피고인이 이에 대한 입증의 부담을 지게 되는 현재와 같은 형사재판실무가 자리잡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특신상태와 관련한 규율내용은 피의자가 검사 앞에서 조사를 받은 결과물인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한 문제라는 점에서 검사의 피의자신문에 대한 변호인의 참여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2004. 9. 23. 선고한 2000헌마138 결정에서 피의자의 변호인참여 요구권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핵심적 내용이므로 수사기관이 변호인의 참여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는 것과 같은 기초적이고 자명한 사항은 구체적 입법형성이 없이도 직접 적용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는바, 이와 같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서 바로 도출될 수 있는 변호인참여 요구권과 관련하여 입법자는 그 권리를 실제 보장할 수 있는 절차적 규율과 법적 효과를 구체적이고도 명확하게 입법적으로 형성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 할 것이다. 따라서 입법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을 통하여 경찰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와 구별하여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보다 우월한 효력을 부여하기 위하여 가중요건을 설정함에 있어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와 같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라는 모호한 요건을 규정함에 그칠 것이 아니라, 피의자의 변호인참여 요구권에 대한 고지절차 등을 통한 변호인참여의 실질적인 보장이 증거능력 부여의 전제조건임을 명백히 하여 증거능력 부여의 요건을 보다 명확히 하는 한편 검사가 행하는 피의자신문의 절차적 투명성을 강조하는 입법적 조치를 고려하였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입법자는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의 내용을 정함에 있어서 입법자에 부여된 입법적 형성의 의무를 게을리하여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증거능력 부여의 요건을 불명확하게 규율한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는 법규범의 정립에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 위헌적인 법률이라고 판단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성을 지니고 있는 부분은 이 사건 법률조항 중 단서 부분이다. 그런데 이에 대하여 단순위헌의 선고를 하여 그 효력을 상실하게 한다면, 오히려 증거능력 부여를 위한 가중요건이 삭제되는 결과를 가져와 당해 사건의 제청신청인인 피고인의 지위를 더욱 불리하게 하므로, 일단 위 단서 부분의 효력을 유지하면서 입법적 개선을 촉구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증거능력 부여요건의 명확화 등 입법적 과제는, 피고인에 대한 입증부담 전가의 해소, 변호인참여의 실질적 보장 등 입법적 개선을 위한 입법자의 형성재량권이 존중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도 이 사건 법률조항 중 단서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요구된다.

가. 위 대법원 판결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본문 해석에 대하여 기존의 추정론을 폐기하고(엄격히는 형식적 진정성립에서 실질적 진정성립으로의 추정에 대하여), 오로지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즉, 법관의 면전에서)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형식적 및 실질적 진정성립을 각각 인정되는 때에 한하여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위 대법원 판결이 추정론을 폐기하는 근거로서는, ①이 사건 법률조항 본문의 문리해석상 성립의 진정은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인정되는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을 규정하고 있지 않은 점, ②이 사건 법률조항은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와 피의자 아닌 자에 대한 진술조서의 증거능력 인정에 관하여 동일하게 규율하고 있고 판례에 의하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아닌 자에 대한 진술조서의 경우에는 법관의 면전에서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진정성립이 인정되어야 증거로 할 수 있는데,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이와 달리 취급하여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점, 및 ③추정론을 폐기하고 위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우리 형사소송법이 취하고 있는 직접심리주의와 구두변론주의를 내용으로 하는 공판중심주의의 이념에 부합하는 점 등을 들고 있다.

나. 이러한 점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검사 작성의 조서에 대한 진정성립을 인정하지 않는 한 검찰에서는 달리 그 조서의 진정성립을 인정할 방법이 없다고 할 것이고, 이는 피고인에 의하여 진정성립이 인정되지 않은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다만, 위 대법원 판결은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에 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으므로 단서를 완화규정설의 입장에서 해석하여 특신상태의 존재를 입증한다면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인정될 여지가 있겠지만,71)앞에서 본 바와 같이 통설 및 판례는 가중규정설의 입장에 있으므로 단서의 해석에 관한 대법원 판례가 변경되지 않는 한 특신상태의 입증만으로 증거능력 인정은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72)

한편, 추정론을 폐기하고 기존의 가중규정설이 그대로 유지되는 상황하에서 위 대법원 판결이 현행 형사재판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할 것이다. 일단 피고인이 법정에서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가 증거로 제출되기 전에 그 진정성립을 부인한다면 그 조서는 증거능력이 없어지게 되므로, 실질적 진정성립 및 특신상태를 입증하려는 검찰에게 그 기회조차 부여되지 않을 수도 있다.73)그 결과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가 쉽게 증거능력이 인정되

지 않아 재판과정에서 아무런 효용이 없게 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법정에서 피고인을 수사한 경찰 또는 검찰 수사관에 대한 증인신문에 대하여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대법원 판례가 변경될 가능성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다. 그 밖에, 검찰은 법정에서 진술이 번복될 가능성이 있는 참고인에 대해 공판전 판사 앞에서 증인을 신문하는 ‘증거보전제도’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공판전 증인신문은 검찰이 사건을 기소하기에 앞서 중요 참고인 등을 법정에 세워 판사 앞에서 진술하도록 한 뒤 이 조서를 피고인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담당 재판부에 제출하는 제도이다(형사소송법 제 184조). 이는 기소 후 첫 공판이 열릴 때까지 피고인측이 관련 증인들을 회유해 진술을 번복케 할 수 있는 만큼 기소에 앞서 미리 판사 앞에서 사실상의 공판조서를 받는 것이다.

반면 검찰로서는 증인신문에 앞서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피의자측 변호인에게 조서 등 수사기록을 열람, 등사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하는 까닭에 쥐고 있는 카드를 미리 보여주게 되는 불리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되고 있다.74)

라. 어쨌든 헌법재판소는 위 대법원 판례의 변경을 가져온 우리 사회의 법 현실, 수사관행, 수사기관과 국민의 법의식 수준, 수사기관에 의한 인권침해의 실태, 전문법관에 의한 재판을 하고 있는 우리 형사재판의 구조 등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가 궁극적으로 증거능력을 획득하기 위하여는 이 사건 법률조항 본문이 요구하는 “형식적ㆍ실질적 진정성립”과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가 규정하는 “특신상태의 존재” 외에 자백의 임의성, 진술거부권의 사전고지,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권 등 “헌법상 보장된 적법절차”가 준수되어야 하므로, 이 사건 법률

조항으로 말미암아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나 그 밖에 무죄추정의 원칙, 고문을 받지 아니할 권리, 불리한 진술거부권, 생명ㆍ신체의 자유권 등이 침해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하여 다시 한번 합헌결정을 하였다.

그러나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적절히 지적한 바와 같이 여전히 이 사건 법률조항의 명확성에 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고, 형사재판에서의 직접주의, 공판중심주의가 강조되는 오늘날의 현실을 감안하여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여하기 위한 요건을 좀 더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규정하는 입법조치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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