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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5. 12. 22. 선고 2004헌바45 결정문 [형사소송법 제314조 위헌소원]
[결정문]
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박○원

대리인 법무법인 충 정

담당변호사 김주원

당해사건

서울고등법원 2003노3403, 2004노899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병합)

주문

형사소송법 제314조(1995. 12. 29. 법률 제5054호로 개정된 것) 중 외국거주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으로 기소되어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03노3403, 2004노899 병합) 계속중, 형사소송법 제314조 중 “ … 외국거주 … 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는 그 조서 기타 서류를 증거로 할 수 있다”는 부분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위 법원에 위헌제청신청을 하였다. 그런데 위 법원은 2004. 6. 11. 위헌제청신청을 기각하였고 이에 청구인은 2004. 6. 30. 이 사건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및 관련조항

이 사건 심판대상은 형사소송법 제314조(1995. 12. 29. 법률 제5054호로 개정된 것) 중 외국거주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과 관련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314조(증거능력에 대한 예외) 제312조 또는 제313조의 경우에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진술을 요할 자가 사망, 질병, 외국거주 기타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는 그 조서 기타 서류를 증거로 할 수 있다. 다만, 그 조서 또는 서류는 그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에 한한다.

제310조의2(전문증거와 증거능력의 제한) 제311조 내지 제316조에 규정한 것 이외에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대신하여 진술을 기재한 서류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외에서의 타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은 이를 증거로 할 수 없다.

제312조(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조서) ① 검사가 피의자나 피의자가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검증의 결과를 기재한 조서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 단,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에 한하여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불구하고 증거로 할 수 있다.

②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

제313조(진술서등)①전2조의 규정 이외에 피고인 또는 피고인 아닌 자가

작성한 진술서나 그 진술을 기재한 서류로서 그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자필이거나 그 서명 또는 날인이 있는 것은 공판준비나 공판기일에서의 그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 단 피고인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그 작성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되고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에 한하여 피고인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불구하고 증거로 할 수 있다.

② 감정의 경과와 결과를 기재한 서류도 전항과 같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원진술자의 외국거주를 이유로 전문법칙의 예외를 인정하여 전문증거에 대하여 증거능력을 부여하고 있는데, 외국거주를 이유로 전문법칙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교통․통신이 발달한 오늘날에는 더 이상 합리적이지 못하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적법절차, 무죄추정의 원리 및 평등의 원칙에 반하고 피고인의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에 규정된 외국거주의 의미가 항구적 외국거주만을 의미하는 것인지 단순여행도 포함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한편, 대법원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외국거주의 요건에 대하여 소재의 확인, 소환장의 발송과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법원이 그 진술을 요할 자를 법정에서 신문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인정할 수 있다면 그 요건이 충족된다고 하는데, 이러한 태도는 전문법칙의 예외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하는 것으로 같은 조에 규정된 ‘사망’의 경우와 비교할 때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

나. 위헌제청신청 기각결정의 이유

직접주의와 전문법칙의 예외를 규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내용에 있어 사망, 질병 또는 이에 준하는 부득이한 사유로 원진술자 또는 작성자가 진술을 할 수 없는 때에 한하여 그 필요성을 인정함으로써 직접주의 및 전문법칙의 예외를 인정할 사유로서 정당성을 가지고 있고, 그러한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도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에 한”하여 적용하도록 규정하여 그 적용범위를 목적달성에 필요한 최소한도로 한정하였으므로, 그 내용에 있어서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춘 적정한 것이어서 적법절차에 합치하는 법률규정이고, 따라서 공정한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나 무죄추정을 받을 권

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거나 형해화하였다고 할 수 없고 적법절차에도 합치되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헌재 1998. 9. 30. 97헌바51 참조).

‘외국거주’라고 함은 진술을 요할 자가 외국에 있다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가능하고 상당한 수단을 다하더라도 그 진술을 요할 자를 법정에 출석하게 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그 요건의 충족여부는 통상적으로 소재의 확인, 소환장의 발송과 같은 절차를 거쳐 확정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항상 그와 같은 절차를 거쳐야만 위 요건이 충족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경우에 따라서는 비록 그와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법원이 그 진술을 요할 자를 법정에서 신문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인정할 수 있다면, 이로써 그 요건은 충족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2. 3. 26. 선고 2001도5666 판결 참조).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원진술자 또는 작성자가 진술을 할 수 없는 때를 예시한 것으로서 그 요건의 충족은 필요성에 대한 판단을 거쳐야 하므로 이를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

다. 법무부장관의 의견요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외국거주’라 함은 해외에 장기간 체류하여 공판이 계속되는 동안 귀국할 가망이 없는 경우를 의미하고, 영구적인 경우뿐만 아니라 일시적인 경우도 포함한다. 그러나 해외에 여행 중인 자, 출장 중인 자와 같이 가까운 시일 내에 귀국이 예상되는 자의 경우는 여기의 ‘외국거주’에 해당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최근에 소환장의 발부 등의 형식적인 절차보다는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진술자에 대해 법정에서 신문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 유무가 외국거주 요건 충족 여부 판단에 있어서 핵심적인 기준이 된다고 하였다. 이처럼 진술자 등이 ‘외국거주’의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법원 및 수사기관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공개법정에서의 법관의 면전에서의 진술이 불가능하여 피고인의 반대신문을 거칠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사망, 질병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전문법칙의 예외로 인정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외국거주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하여 바로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문증거가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하여진 때에 한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하도록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근거 중 하나가 신용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보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제약조건은 합리적인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내용에 있어서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춘 적정한 것으로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피고인이 유죄라는 전제에서 직접주의를 제한하거나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제한할 수 있게 한 규정이 아니므로,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외국거주’의 경우도 법원 및 수사기관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공개법정에서의 법관의 면전에서의 진술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는 ‘사망’의 경우와 같으므로 평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3.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당해 사건에서 유죄의 증거로 제출된 진술서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증거능력이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인지 여부에 따라 재판의 결론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된다.

청구인은 위헌제청신청 기각결정을 받은 2004. 6. 11.로부터 30일 이내인 2004. 6. 30. 이 사건 헌법소원을 제기하였으므로 청구기간을 준수하였다.

4. 본안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의의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는 “제311조 내지 제316조에 규정한 것 이외에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대신하여 진술을 기재한 서류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외에서의 타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은 이를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원칙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이는 공개법정의 법관의 면전에서 진술되지 아니하고, 피고인에게 반대신문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척함으로써 피고인의 반대신문기회를 보장하고, 직접심리주의에서 공판중심주의를 철저히 함으로써,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헌재 1995. 4. 28. 93헌바26 , 판례집 6-1, 348, 359 참조).

그러나 직접주의와 전문법칙을 모든 경우에 예외없이 너무 철저하게 관철한다면, 도리어 법관의 면전에서 진술할 수 없는 자의 진술을 기다리다가 공연히 재판의 지연을 초래하여 신속한 재판을 저해하고, 증명력 있는 증거들을 이용하지 못하여 실체적 진실발견을 저해하여 재판의 최대과제인 공정한 재판과 사법정의실현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전문증거도 일정한 제한하에 증거능력을 예외적으로 부여할 필요가 있고, 이러한 취지에서 형사소송법 제314조는 “제312조 또는 제313조의 경우에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

에 진술을 요할 자가 사망․질병․외국거주 기타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는 그 조서 기타 서류를 증거로 할 수 있다. 다만, 그 조서 또는 서류는 그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진 때에 한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헌재 1995. 4. 28. 93헌바26 , 판례집 6-1, 348, 360 참조).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형사소송법 제314조 중 외국거주에 관한 부분으로서 진술을 요할 자(이하 ‘원진술자’라 한다)가 외국거주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경우에 동조 단서에서 정한대로 그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을 전제로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규정이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1) 명확성 원칙 위반 여부

명확성의 원칙은 법치국가원리의 한 표현으로서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규범의 내용은 명확하여야 한다는 헌법상의 원칙이며, 그 근거는 법규범의 의미내용이 불확실하면 법적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고, 법집행 당국의 자의적인 법해석과 집행을 가능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규범의 문언은 어느 정도 가치개념을 포함한 일반적, 규범적 개념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명확성의 원칙이란 기본적으로 최대한이 아닌 최소한의 명확성을 요구하는 것으로서, 법문언이 법관의 보충적인 가치판단을 통해서 그 의미내용을 확인할 수 있고, 그러한 보충적 해석이 해석자의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없다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헌재 1998. 4. 30. 95헌가16 , 판례집 10-1, 327, 341-342 참조).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외국거주의 의미가 항구적인 외국거주만을 의미하는 것인지 단순여행도 포함하는 것인지 불분명하여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외국거주의 의미에 대하여 형사소송법에서 아무런 정의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외국거주의 의미는 일상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언어로서 일반인도 그 의미를 쉽게 알 수 있고, 법적 의미 또한 그러한 일상적인 의미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전적 의미에 의하면 외국은 우리 나라의 주권이 미치지 아니하는 국가를 의미하고, 거주는 일정한 곳에 자리를 잡고 머물러 사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사전적 의미에서의 외국거주란 우리 나라의 주권이 미치지 아니하는 국가에

서 일정기간 자리를 잡고 머물러 사는 것을 말한다. 일상적인 의미도 이러한 사전적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용되고 있다. 사전적․일상적 의미에 의하더라도 거주는 일정한 곳에 일정한 기간 머물러 사는 것을 의미하므로 단순한 여행과는 구분된다.

또한 법적인 의미에서도 거주는 일반적으로 생활의 근거가 되는 곳만을 의미하거나 그 기간이 영구적일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거주에 있어서 일정한 기간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단순여행은 포함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취지와 규정을 살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형사소송법 제314조는 법원 및 수사기관의 의사와 관계없이 법관의 면전에서 원진술자나 작성자의 진술과 이에 대한 반대신문이 부득이하게 방해받는 경우에 실체적 진실발견과 신속한 재판을 위하여 예외적으로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규정이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14조는 피고인의 방어권에 중대한 제약을 가져오므로 가급적 한정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고, 이러한 점을 반영하여 형사소송법 제314조도 “ …… 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한하여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취지와 규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외국거주는 외국거주가 장기화하여 공판이 계속되는 동안 귀국할 가망이 없는 경우만을 뜻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헌재 1994. 4. 28. 93헌바26 , 판례집 6-1, 348, 366 참조). 대법원도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외국거주라고 함은 진술을 요할 자가 외국에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가능하고 상당한 수단을 다하더라도 그 진술을 요할 자를 법정에 출석하게 할 수 없는 사정이 있어야”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2. 3. 26. 선고 2001도5666 판결 참조).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보통의 상식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그 의미를 충분히 알 수 있고, 법관의 보충적인 가치판단을 통해서 그 의미내용을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보충적 해석이 해석자의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없다고 할 것이므로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2)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침해 여부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3항은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형사피고인은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지체 없이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함으로써 공정하고 신속한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재판청구권은 재판절차를 규율

하는 법률과 재판에서 적용될 실체적 법률이 모두 합헌적이어야 한다는 의미에서의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뿐만 아니라, 비밀재판을 배제하고 일반 국민의 감시 하에서 심리와 판결을 받음으로써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하고 있다. 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속에는 신속하고 공개된 법정의 법관의 면전에서 모든 증거자료가 조사․진술되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공격․방어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는 재판, 즉 원칙적으로 당사자주의와 구두변론주의가 보장되어 당사자가 공소사실에 대한 답변과 입증 및 반증하는 등 공격,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헌재 1994. 4. 28. 93헌바26 , 판례집 6-1, 348, 355; 2001. 6. 28. 99헌가14 , 판례집 13-1, 1188, 1200 참조).

따라서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함으로써 피고인의 방어권을 제한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27조가 정한 재판청구권, 그 중에서도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제한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침해 여부가 문제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원진술자의 외국거주를 이유로 직접주의와 전문법칙의 예외를 인정하여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직접주의와 전문법칙의 예외를 인정하는 이유는 직접주의와 전문법칙을 모든 경우에 예외없이 너무 철저하게 관철하면 신속한 재판과 실체적 진실발견을 저해하여 재판의 최대과제인 공정한 재판과 사법정의실현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고려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필요에서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제한하고 있는 각국에서도 ‘필요성’과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을 조건으로 직접주의와 전문법칙의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여기서 필요성이란 요증사실에 대하여 원진술자의 진술이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진술될 수 없고, 피고인에게 반대신문의 기회를 줄 수도 없으나 달리 대체성 있는 증거를 구할 수 없어 이를 이용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사유를 말하고,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이란 원진술이 공개한 법정에서의 법관의 면전에서 행하여지지 아니하였어도 그 원진술의 진실성이 제반 사정에 의하여 담보되는 것을 말한다(헌재 1994. 4. 28. 93헌바26 , 판례집 6-1, 348, 360 참조).

오늘날 교통, 통신의 발달로 외국과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입․출국이 자유롭고 용이해졌다고는 하나, 외국은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치지 아니하는 곳으로 증인의 소환 및 송달 등의 재판권 행사가 불가능하거나 어렵다. 설사 사법공조조약이 체결된 국가에 원진술자가 거주하여 우리 나라와의 사법공조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공조의 범위가 한정적이고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어 원진

술자를 국내의 법원으로 소환하여 진술을 듣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는 사망, 질병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법원 및 수사기관의 의사와 관계없이 법관의 면전에서의 원진술자나 작성자의 진술과 이에 대한 반대신문이 부득이 방해받고, 이러한 경우 무작정 그 진술을 기다린다면 신속한 재판과 실체적 진실발견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사유로서 정당성이 있다고 하겠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실체적 진실발견과 신속한 재판을 위하여 전문법칙의 예외를 인정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도 동조 단서에서 그 조서 또는 서류의 진술 및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에 한한다”고 규정하여 그 적용범위를 최소화하고 있다. 여기서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라 함은 그 진술내용이나 조서의 작성에 있어서 허위개입의 여지가 없고 그 진술내용의 신용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1987. 3. 24. 선고 87도81 판결; 헌재 1994. 4. 28. 93헌바26 , 판례집 6-1, 348, 368 참조). 전문증거는 선서가 결여됨으로써 선서가 갖는 의식의 엄숙함과 위증죄의 경고를 통하여 진실을 말하려는 심적 동기의 결여로 신빙도가 약하고, 또 진술자가 피고인의 면전에서 진술하지 아니함으로써 진술자는 피고인의 면전이라는 심리적 요인에서 허위진술이 견제되는 점이 없고 증인과 피고인의 태도증거에 의한 법관의 생생한 심증형성이 불가능하며, 반대신문을 거치지 않음으로써 피고인이 증언에 대한 탄핵을 통하여 그 진술의 오류를 지적․시정하여 무죄를 입증할 기회가 박탈되고, 들은 말의 전달진술은 원진술과 차이가 있기 쉽다는 등의 이유로 증거능력이 부정된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라는 조건은 합리적인 제약조건이라 할 것이다(헌재 1994. 4. 28. 93헌바26 , 판례집 6-1, 348, 368 참조).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원진술자의 외국거주로 인하여 공판정에서 출석하여 진술할 수 없는 경우 실체진실 발견과 신속한 재판을 위하여 전문법칙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므로 정당성이 있고, 이러한 정당성이 있는 경우에도 전문증거가 바로 증거능력을 부여받는 것이 아니라 동조 단서에 의한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는 것이므로 그 적용범위도 합리적으로 제한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3) 무죄추정의 원칙 위반 여부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피고인을 유죄라는 전제에서 예외적으로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거주의 사유로 원진술자가 법정에서 진술할 수 없어 부득이 피고인이 반대신문을 할 수 없는 경우에 관한 규정이므로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헌재 1994. 4. 28. 93헌바26 , 판례집 6-1, 348, 364 참조).

(4) 평등의 원칙 위반 여부

청구인은 대법원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외국거주에 대하여 지나치게 확장해석을 한다거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같은 조의 ‘사망’의 경우와 비교할 때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범위가 넓다는 취지로 주장하는데, 전자는 법원의 해석에 관한 다툼이고 후자는 외국거주를 이유로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것이 헌법적으로 타당한 것인가에 관한 주장으로 볼 수 있다. 전자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청구이유가 될 수 없으며, 후자는 앞에서 살펴본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관한 판단과 중복되므로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

(5) 소 결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명확성원칙에 반하지 아니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거나 무죄추정의 원칙 및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5. 결 론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므로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권 성, 재판관 김효종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6.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권 성, 재판관 김효종의 반대의견

우리는 다수의견과 달리 “외국거주” 부분에 관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므로 다음과 같이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침해 여부

(1)이 사건 법률조항은 원진술자의 외국거주를 이유로 직접주의와 전문법칙의 예외를 인정하여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이처럼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여 피고인의 방어권을 제한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다수견해가 인정하는 바와 같이 헌법 제27조가 정한 재판청구권 중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 헌법 제27조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는 원칙적으로 당사자주의와 구두변론주의가 보장되어 당사자가 공소사실에 대한 답변과 입증 및 반증하는 등 공격,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의 하나인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제한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러한 제한을 통해 침해되는 법익보다 중대한 보호가치가 있는 공익을 통해서만 정당화될 수 있다. 즉, 위와 같은 기본권 제한은 과잉금지원칙의 요청을 충족시켜야 한다.

(2)이 사건 법률조항이 외국거주를 이유로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것은 신속한 재판과 실체적 진실발견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며, 이는 다수의견이 판단한 것처럼 정당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여 진다. 또한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외국에 거주하는 원진술자에게 직접주의와 전문법칙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신속한 재판과 이를 통한 실체적 진실발견이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도 판단된다.

(3) 다만 신속한 재판과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해, 외국거주에 대한 직접주의의 예외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우선 오늘날 교통ㆍ통신의 발달로 외국과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입ㆍ출국이 자유롭고 용이해 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단지 외국에 거주한다는 사실만으로 증인의 소환 및 송달 등의 재판권 행사가 불가능하거나 어렵다는 점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오늘날 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전 세계의 실시간 통신이 가능해졌다는 점과 항공기술의 발달과 대중화로 인해 외국에 대한 장소적 거리개념이 사실상 무의미해 졌다는 점에서 볼 때, 원진술자가 단지 외국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재판의 신속성이 저해된다고는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거주로 인한 법정 출석곤란은 출입국을 관리하는 지위에 있는 국가 측의 노력과 비용부담에 의하여 극복이 가능한 문제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설사 외국거주사실로 인해 대한민국 법원에 의한 재판권 행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하더라도, 국제형사사법공조 제도를 통해 원진술자의 법정진술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국제형사사법공조법 제5조 제6호 참조). 또한 국제형사사법공조 제도를 통해 외국의 법관이 시행한 증인신문조서나 검증조서 등은 그 자체로서 또는 일정한 기준을 충족시킨 경우 수탁판사에 의한 조서 등과 마찬가지로, 형사소송법 제311조 소정

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조서로서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해석될 여지가 없지 않다. 그 절차상 피고인의 반대신문권 및 참여권 보장과 관련해서도 증인신문은 피요청국의 법률이 정하는 방식에 의하여 실시될 것인데, 각 국내법이 상이한 경우에도 요청국의 특별한 요청이 있으면 피요청국에서 이를 존중하는 것이 국제예양이라 할 수 있으므로(국제형사사법공조법 제13조 단서 참조), 국제형사사법공조 제도를 통한 공정한 재판권행사는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보여 진다.

물론 국제형사사법공조가 불가능하거나 제한적으로만 가능한 경우가 존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이유로 외국거주 원진술자에 대해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기본적으로 국제형사사법공조 제도의 확대는 국가의 책무임에도 불구하고, 형사사법공조의 확대를 위한 노력이 미흡하거나 국가가 이를 게을리 할수록 형사소송상 유리해 진다는 역리는 수용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외국거주로 인한 법정 출석곤란에 대한 책임은 피고인이 아닌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무죄추정의 원칙이 지배하는 형사소송의 기본이념에 합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국제형사사법공조 제도와 이에 대한 국가 측의 노력을 통해서도 신속한 재판과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동일한 목적은 달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외국거주 원진술자에게 직접주의와 전문법칙의 예외를 인정한 것은 반드시 필요한 수단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한편, 다수의견이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형사소송법 제314조 단서는 그 조서 또는 서류의 진술 및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에 한한다”는 요건을 설정하고 있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외국거주’ 부분의 적용범위가 축소될 수 있으므로, 외국거주 원진술자에 대한 전문증거 인정은 신속한 재판과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해 수인가능한 제한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재파악이 되었으나 외국거주로 인하여 법정진술이 불가능한 경우는, 신빙성 자체가 의심스러운 측면이 있다. 또한 사망, 질병의 경우와는 달리 외국거주의 경우에는 원진술자가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교통ㆍ통신의 발달이 발달한 현대사회에서는 임의출석하여 법정진술을 할 수 있는 것이 통례인 점을 고려해 보면, 이 사건 조항이 오히려 국가 또는 이해상반자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외국거주로 공판정에 출석하기 어렵다는 것 자체가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이 들게 하는 측면이 있음에도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를 요건으로 증거

능력을 인정함으로써 적용범위를 한정하려는 입법조치는 그 실효성에 강한 의문이 제기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피해의 최소성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

(4) 마지막으로 이 사건법률조항의 ‘외국거주’ 부분을 통해서 달성하려는 신속한 재판과 이를 통한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공익이 이를 통해 제한되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의하여 보장되는 법익보다 월등히 우월한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재판의 신속성과 실체적 진실발견은 헌법 제27조가 정한 재판청구권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들 중의 하나인 반면, 당사자가 공소사실에 대한 답변과 입증 및 반증을 하는 등의 방어권 보장은 헌법 제27조의 재판청구권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내용인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핵심적 구성요소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피고인의 방어권에 중대한 제약을 가져오는 사항들은 가급적 한정적ㆍ예외적으로 규정될 필요가 있다. “증인이나 감정인에 대하여 거리가 멀어 공판출석을 기대하기 어려울 경우”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도록 규정한 독일의 경우에도(독일형사소송법 제251조 제2항 제2호), 학설과 판례는 위와 같은 취지에서 증인이나 감정인이 단지 외국에 거주한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들을 공판정에 출석시키기 위한 충분한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출석할 수 없는 경우에만, 그러한 예외를 인정하도록 동 조항을 제한 해석하고 있음은 공익과 사익의 형량과 관련하여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바 크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외국거주만을 기준으로 전문진술에 증거능력을 인정함으로써 빚어지는 기본권제한은 결코 그로 인한 공익에 비하여 가볍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익균형성의 요청도 충족시키지 못하였다.

(5) 결국 헌법 제27조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제한하는 이 사건법률조항의 ‘외국거주’ 부분은 반드시 필요한 제한으로서 과잉금지원칙의 요청을 충족시키지 못하였다.

나.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외국거주’ 부분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나아가 볼 것도 없이 헌법 제27조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주심) 이공현 조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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