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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3. 12. 26. 선고 2012헌바375 공보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위헌소원]
[공보207호 123~126]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해고 등의 제한을 규정한 구 근로기준법(1997. 3. 13. 법률 제5309호로 제정되고, 2007. 1. 26. 법률 제829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0조 제1항 중 ‘해고’에 있어서 ‘정당한 이유’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정당한 이유’라는 다소 추상적인 내용을 가진 용어를 해고 제한의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오랜 기간 판례 등이 집적되어 ‘해고’에 있어서 ‘정당한 이유’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를 의미하게 되었고, 일신상 이유, 행태상 이유, 경영상 이유 등으로 유형화되어 전체적 윤곽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르렀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비록 일반추상적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보충적인 가치판단을 통해서 그 의미내용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공정한 고지를 통한 예측가능성이 있고, 집행자에게 합리적 기준을 제시하여 자의적으로 해석·적용될 여지가 크지 않으며, 입법 기술적으로도 개선이 곤란하고, 변화하는 사회에 대한 법규범의 적응력 확보를 위하여 보충적 해석과 판례의 집적을 통하여 의미를 확인·발전시키는 것이 부적절한 것도 아니므로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참조판례

헌재 2005. 3. 31. 2003헌바12 , 판례집 17-1, 340, 350-352

헌재 2005. 12. 22. 2004헌바45 , 판례집 17-2, 712, 721

헌재 2006. 11. 30. 2006헌바53 , 판례집 18-2, 516, 520

헌재 2011. 3. 31. 2008헌바141 등, 판례집 23-1상, 276, 300

당사자

청 구 인최○식국선대리인 변호사 김광석

당해사건서울고등법원 2012나47700 해고무효확인

주문

구 근로기준법(1997. 3. 13. 법률 제5309호로 제정되

고, 2007. 1. 26. 법률 제829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0조 제1항 중 ‘해고’에 있어서 ‘정당한 이유’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청구인은 1992. 5. 21. 주식회사 ○○에 기술직 사원으로 입사하여 근무하다가 회사 재산인 불용점퍼선을 외부로 무단 반출하였다는 이유로 2007. 1. 5. 파면처분을 당하였다. 청구인은 주식회사 ○○를 상대로 해고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여(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10가합5447) 패소하였다가,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11나4645)에서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해고가 무효임을 확인하는판결을 받았으나, 상고심 법원(대법원 2012다24040)은 위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항소심 법원으로 환송하였다.

(2)청구인은 파기환송 후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12나47700) 계속 중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서울고등법원 2012카기1333) 2012. 9. 7. 위 신청이 기각되자, 2012. 10. 18.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청구인은 근로기준법(2007. 4. 11. 법률 제8372호로 개정된 것) 제23조 제1항을 심판대상으로 청구하고 있으나, 청구취지를 살펴보면 청구인에 대한 파면처분 당시에 적용된 구 근로기준법(1997. 3. 13. 법률 제5309호로 제정되고, 2007. 1. 26. 법률 제829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0조 제1항 중 해고에 있어서 정당한 이유 부분의 위헌성을 다투고 있고, 당해 사건에서도 실제로 이 법조항이 적용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근로기준법(1997. 3. 13. 법률 제5309호로 제정되고, 2007. 1. 26. 법률 제829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0조 제1항 중 ‘해고’에 있어서 ‘정당한 이유’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며,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30조(해고등의 제한) ①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기타 징벌을 하지 못한다.

[관련조항]

제23조(해고 등의 제한) ①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懲罰)(이하 “부당해고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

제24조(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 ①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 이 경우 경영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사업의 양도·인수·합병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본다.

②제1항의 경우에 사용자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을 정하고 이에 따라 그 대상자를 선정하여야 한다. 이 경우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

③사용자는 제2항에 따른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 등에 관하여 그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말한다. 이하 “근로자대표”라 한다)에 해고를 하려는 날의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한다.

④사용자는 제1항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한 규모 이상의 인원을 해고하려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⑤사용자가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요건을 갖추어 근로자를 해고한 경우에는 제23조 제1항에 따른 정당한 이유가 있는 해고를 한 것으로 본다.

2. 청구인의 주장요지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다의적이고 추상적이며 자의적인 개념을 사용한 불명확한 조항이어서 청구인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적극적 경제활동의 참여를 통하여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3. 판 단

가. 쟁점

청구인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을 주장하는 근거는 불명확한 조항이라는 것이고, 그 외의 위헌성에 대하여는 구체적 주장이 없으며,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근로관계의 존속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청구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나 행복추구권을 제한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에 대하여만 살펴본다.

나. 관련 선례

헌법재판소는 2005. 3. 31. 2003헌바12 결정(판례집 17-1, 340)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 등에 위반한 경우의 벌칙을 규정하였던 구 근로기준법(1997. 3. 13. 법률 제5309호로 제정되고, 2007. 1. 26. 법률 제829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0조 중 ‘근로자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를 하여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을 위반한 사용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부분에 대하여 합헌결정을 하면서, 아래와 같은 이유로 위 조항이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비록 법문상으로는 ‘정당한 이유’라는 일반추상적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일반인이라도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무엇이 금지되는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예측하는 것이 가능한 정도라고 할 것이어서 수범자인 사용자가 해고에 관하여 자신의 행위를 결정해 나가기에 충분한 기준이 될 정도의 의미내용을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비록 이 사건 법률조항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해고의 기준을 일반추상적 개념인 ‘정당한 이유’의 유무에 두고 있기는 하지만, 그 의미에 대하여 법적 자문을 고려한 예견가능성이 있고, 집행자의 자의가 배제될 정도로 의미가 확립되어 있으며, 입법 기술적으로도 개선가능성이 있다는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아니하므로 헌법상 명확성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다.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1) 헌법상 명확성원칙

법치국가 원리의 한 표현인 명확성원칙은 기본적으로 모든 기본권제한 입법에 대하여 요구된다. 법규범의 의미내용이 불확실하면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고, 법집행 당국의 자의적인 법해석과 집행을 가능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확성원칙은 모든 법률에 있어서 동일한 정도로 요구되는 것은 아니고 개개의 법률이나 법조항의 성격에 따라 요구되는 정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각각의 구성요건의 특수성과 그러한 법률이 제정되게 된 배경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명확성원칙을 산술적으로 엄격히 관철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므로 어느 정도의 보편적 내지 일반적 개념의 용어사용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당해 법률이 제정된 목적과 타 규범과의 연관성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해석이 가능한지의 여부에 따라 명확성의 구비 여부가 가려져야 하고, 설혹 법문언에 어느 정도의 모호함이 내포되어 있다 하더라도 법관의 보충적인 가치판단을 통해서 법문언의 의미내용을 확인할 수 있고 그러한 보충적 해석이 해석자의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없다면 명확성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헌재 2005. 12. 22. 2004헌바45 , 판례집 17-2, 712, 721; 헌재 2011. 3. 31. 2008헌바141 등, 판례집 23-1상, 276, 300 참조).

(2) ‘해고’에 있어서 ‘정당한 이유’의 의미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정당한 이유’라는 다소 추상적인 내용을 가진 용어를 해고 제한의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고, 무엇이 ‘정당한 이유’인가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에는 더 이상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오랜 기간 법원의 판례를 통하여 다음과 같은 해석의 기준이 정립되어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정당한 이유’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를 의미하는데(헌재 2005. 3. 31. 2003헌바12 , 판례집 17-1, 340, 350), 사회통념상 당해 근로자와의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 여부는 당해 사용자의 사업의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당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이로 인하여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한다.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는 해고의 유형은 일신상 사유에 의한 해고로서 통상해고, 행태상 사유에 의한 해고로서 징계해고, 그리고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로 분류될 수 있다. 일신상 사유에 해당하는 사례로는 질병, 공무원의 경우 국가공무원법상 당연퇴직사유의 발생, 자격 등의 상실, 업무능력의 상실 등 직권면직사유의 발생 등이 있다. 행태상의 사유에 해당하는 사례로는 학력·경력의 사칭·은폐, 이력서 허위기재, 무단결근 등 불성실근무, 전근·전보·전적 등 인사명령 불응, 업무상 지시 위반, 동료 또는 상사에 대한 폭력 행사, 범죄 행위와 중대 사고로 인한 손해 야기, 사생활 비행, 경업·겸직 금지 위반, 사업장 내 업무 외 활동 금지 위반, 쟁의행위 관련, 형사상 범죄와 유죄 판결, 회사에 대한 비방, 진정, 회사 비밀 누설 등 다양하다. 이러한 각 유형별 구체적 사유에 있어서도 정당한 이유의 유무는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나)일반적으로 ‘정당한 이유’의 문언적 의미는 ‘이치에 맞고 올바르고 마땅한 이유’라는 의미를 지니는데, ‘정당하다’ 내지 ‘부당하다’고 하는 것은 특정의 대상에 대하여 관련된 모든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다음 내리는 최종적인 가치평가의 결론을 표현하는 추상적인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말하는 ‘정당한 이유’라고 하는 것도 그 사전적 의미만으로는 문제된 해고가 관련된 모든 사정들을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볼 때 사안에 합당하다는 정도의 기준을 제공할 뿐이다.

그러나 ‘정당한 이유’의 문언적 의미가 그 정도에 그친다고 하더라도, 오랜 기간 판례 등이 집적되어 ‘해고’에 있어서 ‘정당한 이유’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를 의미하게 되었고, 일신상 이유, 행태상 이유, 경영상 이유 등으로 유형화되어 전체적 윤곽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르렀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비록 일반추상적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정당한 이유’에 대하여 위와 같은 보충적인 가치판단을 통해서 그 의미내용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명확성원칙이 추구하는 공정한 고지를 통한 예측가능성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앞서 본 것처럼 집적된 판례 등을 통하여 법집행자에게 ‘정당한 이유’ 판단을 위한 합리적 기준이 제시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법집행자에 의해 자의적으로 해석·적용될 여지가 크다고 할 수 없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규율대상인 근로자의 해고는 본질상 그 태양이 다양하고 장래 근로조건과 환경의 변화에 따라 발전, 변화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현재의 상황에서 여러 가지의 해고의 형태를 분류하고 그에 따른 ‘정당한 이유’의 종류를 정의한다고 하더라도 장래에 이와 같은 규범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기는 어렵다. 또한 모든 해고의 형태를 일일이 구체적, 서술적으로 열거하여 그 정당성의 범위를 규정하여 두는 것은 입법 기술상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 정당한 이유를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유형화하는 개선입법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해고의 태양을 모두 망라하여 그 정당성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할 수는 없고, 앞서 본 것처럼 어떠한 사유가 해고의 ‘정당한 이유’에 해당하는지를 합리적인 해석기준을 통하여 판단할 수 있는 이상,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입법이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는 없다(헌재 2006. 11. 30. 2006헌바53 , 판례집 18-2, 516, 520 참조).

결국 변화하는 사회에 대한 법규범의 적응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어느 정도 일반추상적인 내용의 입법이 불가피하고, 입법자가 ‘정당한 이유’라는 일반추상적인 개념을 사용하여 해고를 제한하고 구체적 근로계약에서 어떤 유형이 부당해고에 해당하는지의 기준을 법관의 보충적 해석과 판례의 집적을 통하여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반드시 부적절한 입법태도라고 할 수도 없다(헌재 2005. 3. 31. 2003헌바12 , 판례집 17-1, 340, 352).

(3) 소결

이 사건 법률조항이 다소 일반추상적인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보충적인 가치판단을 통하여 그 의미를 확인할 수 있으므로 헌법상 명확성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4.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박한철(재판장)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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