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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9. 9. 24. 선고 2007헌바107 공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5호 위헌소원]
[공보(제156호)]
판시사항

가. 공공기관이 보유ㆍ관리하는 시험에 관한 정보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ㆍ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5호 중 “시험”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고 한다)이 청구인들의 정보공개청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인지 여부(소극)

나.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정보공개를 하지 아니할 수 있는 시험정보의 범위로서 정하고 있는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현저한 지장”이라는 개념이 불명확한 개념으로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인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정하는 비공개 시험정보는 공공기관이 보유ㆍ관리하는 시험에 관한 정보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ㆍ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이다.

시험위원의 신원과 채점기준 등의 정보들은 평가과정에 관한 정보로서 이를 일률적으로 공개할 경우 공정하고 정확한 시험 관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공공기관에서 시행하는 대부분의 시험은 각 시험의 평가대상이 되는 지식의 범위가 한정되어 있고 그 시행도 주기적으로 반복되므로, 기출 시험문제와 그에 대한 정답 등을 일률적으로 공개할 경우 기출문제와 동일한 문제는 물론 이와 유사하거나 변형된 문제도 다시 출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매년 많은 비용을 들여 종전 형태와 다른 새로운 문제를 개발하여야 하고 시험 출제의 범위가 점차 축소되어 평가가 반드시 필요한 영역의 출제가 어려워지는 문제도 발생한다.

또한 시험문제와 정답을 열람 등의 방법으로 공개할 경우에는 해당 시험 문제를 열람하거나, 그들과 접촉할 기회가 있었던 일부 한정된 집단의 사람들에게 다음 시험에서 특별히 유리한 지위를 부여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와 같은 결과가 시험의 공정성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편,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청구인이 공공기관의 비공개에 불복이 있는 때에는 당해 공공기관에 이의신청을 하거나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고, 공공기관의 비공개 결정에 불복하는 때에는 행정소송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른 비공개로 인하여 법률상 이익을 침해받은 자를 위한 구제절차도 마련되어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정보공개청구권 및 알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나.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이라고 하는 개념이 다소 추상적인 개념이라고 할 것이나, 이와 같은 추상적 기준은 시험정보의 특성 및 시험정보를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입법취지, 당해 시험의 특성, 해당 정보와 관련된 시험관리 업무의 특성 등을 감안하여 해석한다면 그 규율범위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지나치게 불명확한 것으로서 법 집행기관의 자의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법률조항이라거나, 수범자의 예측가능성을 침해하는 법률조항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기본권 제한에 관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하지 아니한다.

참조판례

가. 헌재 1989. 9. 4. 88헌마22 , 판례집 1, 176, 188-189

나. 대법원 2007. 6. 15. 선고 2006두15936판결

당사자

청 구 인 남○중

국선대리인 변호사 김서현

당해사건서울고등법원 2007누15805 정보공개거부취소 사건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2005. 1. 21. 시행된 제57회 치과의사국가시험에 응시하여 같은 달 28. 불합격 처리되자 같은 해 3. 31. 재단법인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하 ‘국가시험원’이라 한다)을 상대로 위 시험의 전과목 문제지와 그 정답지 및 청구인의 답안지 사본에 대한 공개를 청구하였다. 국가시험원은 같은 해 4. 6.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5호의 규정을 근거로 청구인의 위 문제지와 그 정답지의 공개를 거부하는 처분을 하였다.

(2) 청구인은 위 거부처분에 불복하여 서울행정법원에 그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패소하였으나(2005구합18570), 항소심에서 승소하였고(서울고등법원 2006누3522 판결), 대법원은 2007. 6. 15. 위 원심판결을 파기환송 하였다(2006두15936 판결).

(3) 청구인은 서울고등법원에 파기환송심이 계속 중 처분의 근거 법률조항인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5호헌법상 보장된 알 권리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07. 9. 14. 동 신청이 기각되자(2007아230), 같은 해 10. 9.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그런데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의 이유는 위 법률조항이 시험에 관한 정보공개를 제한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율하는 내용 중 시험에 관한 정보공개 제한 부분의 위헌성 여부에 한정하여 판단함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5호 중 “시험”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며, 그 내용과 관계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규정]

정보공개법 제9조(비공개대상정보) ①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공개대상이 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정보에 대하여는 이를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

1.∼4. 생략

5.감사·감독·검사·시험·규제·입찰계약·기술개발·인사관리·의사결정과정 또는 내부검토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

[관련조항]

정보공개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정보”라 함은 공공기관이 직무상 작성 또는 취득하여 관리하고 있는 문서(전자문서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도면·사진·필름·테이프·슬라이드 및 그 밖에 이에 준하는 매체 등에 기록된 사항을 말한다.

2.“공개”라 함은 공공기관이 이 법의 규정에 의하여 정보를 열람하게 하거나 그 사본·복제물을 교부하는 것 또는 ‘전자정부법’ 제2조 제7호의 규정에 의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정보를 제공하는 것 등을 말한다.

3.“공공기관”이라 함은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 제2조의 규정에 의한 정부투자기관 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관을 말한다.

제3조(정보공개의 원칙)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이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공개하여야 한다.

제5조(정보공개청구권자) ① 모든 국민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

② 생략

제6조(공공기관의 의무) ① 공공기관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하는 국민의 권리가 존중될 수 있도록 이 법을 운영하고 소관 관련법령을 정비하여야 한다.

② 생략

제9조(비공개대상정보) ①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공개대상이 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정보에 대하여는 이를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

1.다른 법률 또는 법률이 위임한 명령(국회규칙·대법원규칙·헌법재판소규칙·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대통령령 및 조례에 한한다)에 의하여 비밀 또는 비공개 사항으로 규정된 정보

2.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

3.공개될 경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

4.∼8. 생략

② 공공기관은 제1항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정보가 기간의 경과 등으로 인하여 비공개의 필요성이 없어진 경우에는 당해 정보를 공개대상으로 하여야 한다.

③ 공공기관은 제1항 각 호의 범위 안에서 당해 공공기관의 업무의 성격을 고려하여 비공개대상정보의 범위에 관한 세부기준을 수립하고 이를 공개하여야 한다.

제20조(행정소송) ① 청구인이 정보공개와 관련한 공공기관의 결정에 대하여 불복이 있는 때에는 행정소송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② 재판장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당사자를 참여시키지 아니하고 제출된 공개청구정보를 비공개로 열람·심사할 수 있다.

③ 생략

2. 청구인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1) 정보공개청구권은 알 권리에 의하여 보장되는 것이라고 할 것인바, 그 제한은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라는 공익과 제한되는 정보공개청구권 사이에 적절한 비례관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시험을 통하여 노출된 문제를 열람한다고 하여 국가시험원의 업무가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어 비례의 원칙에 반한다. 또 공개는 열람 및 사본·복제물 교부를 포함하는 개념인데, 사본·복제물 교부를 통한 공개 제한은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을지 몰라도 열람을 통한 공개조차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최소침해성을 갖추지 못하는 등 과잉금지 원칙에 반한다.

(2)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공기관 정보의 원칙적 공개, 예외적 비공개’라는 정보공개법의 입법취지와는 달리, 시험정보 전반에 대해서 이를 비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그 범위가 너무 포괄적이고, 또한, 비공개할 수 있는 사유도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로 규정하고 있는데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표현이 추상적이어서 결과적으로 시험정보의 공개 또는 비공개가 행정기관의 자의적 재량행사에 따라 결정됨으로써 포괄위임금지 원칙 내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

(3) 사법시험이나 기타 공무원 공개경쟁 채용시험 등의 제1차 시험 등의 경우에는 그 시험문제를 공개하는데 반하여 이와 유사한 시험이라 할 수 있는 이 사건 시험문제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나. 관계기관의 의견

(1)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 이유

(가) 국민의 기본권은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한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법률로 제한할 수 있는 것인바,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에 한하여 그 공개를 거부하는 것이 국민의 알 권리나 행복추구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거나 과잉금지 내지 비례원칙을 위반한다고 보기 어렵다.

(나) 사법시험이나 기타 공무원 공개경쟁 채용시험 등의 제1차 시험 등은 주관기관, 시험의 목적, 속성, 출제 및 평가방식 등이 이 사건 시험과 상이한 이상, 다른 공공기관이 그 시험문제 등을 공개함에 반하여 국가시험원이 이 사건 시험문제 등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2) 국가시험원의 의견

(가) 국가시험원은 문제은행식 출제방식을 통해 문항을 관리함으로써 좋은 문제를 출제하기 위하여 필요한 충분한 시간과 자료를 확보하고, 개발된 문항의 사전 분석을 통해 응시자의 특성이나 능력수준에 적합한 문항을 다양하게 개발하고 있는바, 문제은행식 출제에서 문제가 공개되면 그 이후에 시험에 응시하는 수험생들은 그 공개된 문제를 아는 상태에서 시험에 응시하기 때문에 시험에 응시한 수험생들의 진정한 실력 측정을 어렵게 하고, 이에 따라 국가시험원의 업무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

(나) 사법시험이나 기타 공무원 공개경쟁 채용시험 등의 제1차 시험의 경우 시험문제지를 공개하고 있는데, 이들 시험은 본 시험인 2차 시험을 칠 수 있는 사

람을 골라내기 위한 예비시험의 성격을 가진 시험으로서 응시자들의 소양에 대한 2차 평가가 남아 있는 반면, 이 사건 시험은 마지막 단계의 시험이라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할 것이다.

(3) 행정안전부장관의 의견

(가) 정보공개법에서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고 있는 정보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면서도 시험에 관한 정보를 비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공공기관이 시행하는 시험들의 공정성을 확보하여 헌법상 공무담임의 기회균등,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보장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나) 공공기관이 시행하는 시험은 각각의 시험마다 시험목적, 대상, 평가내용 등에 따라 시험관리방식이 상이하고 다양하여 공정한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는 정보가 다를 수 있다. 그 결과, 공공기관이 시행하는 모든 시험에 대하여 비공개 대상 정보를 일률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으므로 정보공개법은 시험을 주관하는 기관에서 해당 시험의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시험과 관련된 정보 중 어떠한 정보가 공정한 시험업무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는 정보인지 여부를 판단하여 공개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다) 정보공개법에서 비공개사유로 정한 것은 시험에 관한 모든 정보가 아니라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 및 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에 한하여 비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라) 국가시험원에서 출제한 문제지 및 정답지를 공개할 경우 수험생들이 공개된 문제를 아는 상태에서 시험에 응시하게 되므로 수험생들의 실력측정 또는 치과의사로서의 자질검증 등이 어렵게 되고, 간접적으로 국민의 보건과 건강을 증진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며, 국가시험원에서는 지금보다 현저히 많은 양의 문항을 축적해야 하는 등 치과의사 시험을 담당하는 국가시험원의 업무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마) 국가시험원에서 시행하는 치과의사 국가시험은 치의대 졸업생을 대상으로 하는 소규모 시험이며, 출제범위나 시험위원 풀의 범위가 좁아 출제한 문제를 다시 사용하지 아니하는 한 시험에서 적절한 문제의 출제가 어렵고, 절대평가 방식으로 운영되어 반드시 평가해야 하는 내용이 정해져 있다. 이와 같은 점에서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시험인 사법시험 내지 행정시험 등의 시험과 구별된다.

(4)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의 의견

국가시험원의 의견과 대체로 같다.

3. 판 단

가. 정보공개청구권의 침해 여부

(1) 정보공개청구권의 의의 및 제한

헌법재판소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기 이전에 이미,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정보에 대하여 정당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가 그 공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알 권리로 인정하면서 이러한 알 권리는 표현의 자유에 당연히 포함되는 기본권임을 선언하였다(헌재 1989. 9. 4. 88헌마22 , 판례집 1, 176, 188-189). 어떤 문제가 있을 때 그에 관련된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면 문제의 내용을 제대로 알기 어렵고, 제대로 내용을 알지 못하면 자기의 의견을 제대로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알 권리는 표현의 자유와 표리일체의 관계에 있고 정보의 공개청구권은 알 권리의 당연한 내용이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알 권리는 헌법 제21조에 의하여 직접 보장되고 그 밖에도 국민주권주의(헌법 제1조), 인간의 존엄과 가치(제10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제34조 제1항)와도 관련이 있다. 따라서 공공기관이 보유ㆍ관리하는 정보는 원칙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공개되어야 하나(정보공개법 제5조 제1항), 다만 이러한 알 권리에 대하여도 헌법 제21조 제4항에 의한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규정하는 바와 같이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는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한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헌재 2004. 8. 26. 2003헌바81 등, 판례집 16-2상, 284, 291).

(2) 정보공개권의 침해 여부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시험 정보의 범위

이 사건 법률조항의 규율대상은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 가운데 시험에 관한 정보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이다. ‘시험에 관한 정보’라 함은, 국가고시ㆍ각종 국가관리 자격시험, 공공기관의 입사시험 및 승진시험 등 공공기관이 주관하여 실시하는 시험에 관한 정보를 의미한다. 이와 같은 시험의 정보에는 시험의 문제와 정답은 물론 그 채점기준ㆍ채점결과(성적)와 석차, 출제위원ㆍ채점위원 및 면접위원 명단, 나아가 다른 응시자의 답안지까지 시험과 관련이 있는 일체의 정보를 포함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규율대상은 정보를 공개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이다. 따라서 시험의 계획에 관한 정보, 선발인원, 시험장소 및 시험과목·범위 등 오히려 시험정보의 공개가 공정한 시험관리에 도움이 되는 정보들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그 공개가 제한되는 정보에 해당되지 아니한다.

(나) 시험정보와 정보공개청구권 침해 여부

1)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절성

시험의 관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성과 공정성이다. 따라서 시험문제와 그 정답이 응시자의 지식과 능력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어야 하고, 모든 응시자가 대등한 조건에서 공정하게 시험을 치루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시험문제와 정답, 채점기준, 출제자 및 채점자의 신원 등 시험의 정확성과 공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정보는 사전에 엄격하게 비밀로 유지되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시험들은 당해 분야에서 필요한 전문적인 소양과 지식 및 실무능력을 갖춘 자를 선발하여 그들로 하여금 전문적인 분야에 종사하게 함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서, 각 시험의 평가대상이 되는 지식의 범위가 매우 한정적일 뿐 아니라, 주기적으로 반복되어 시행되어야 하므로, 이미 시행된 시험에 관한 정보라고 할지라도 이를 제한없이 공개할 경우 다음 시험의 공정한 관리 및 시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공공기관의 시험관리 업무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시험정보를 공개하면 시험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이 초래될 염려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비공개대상으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그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적절하다고 할 것이다.

2)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균형성

우선 시험에 관한 정보 중 시험의 채점기준, 출제자와 채점자의 신원, 다른 응시자의 답안지 등은 타인의 명예에 관하거나 공정한 시험업무수행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들이므로, 이를 당해 공공기관의 판단에 따라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도록 규정한 부분은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균형성을 갖추었다고 할 것이다.

다음으로 시험정보 중 시험문제와 정답에 관하여 보면, 공공기관에서 시행하는 대부분의 시험은 각 시험의 평가대상이 되는 지식의 범위가 한정되어 있고 그 시행도 주기적으로 반복되므로, 기출 시험문제와 그에 대한 정답 등을 일률적으로 공개할 경우 기출 문제와 동일한 문제는 물론 이와 유사하거나 변형된 문제도 다시 출제할 수가 없다. 이 경우 매년 많은 비용을 들여 종전 형태와 다른 새로운 문제를 개발하여야 할 뿐 아니라, 시험 출제의 범위가 점차 축소되어 평가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영역의 출제가 어려워지는 문제도 발생한다. 따라서 시험문제와 정답을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를 넘는 지나친 제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청구인은, 정보공개의 방법에는 정보의 “사본·복제물을 교부”하는 것 이외에 정보를 단순히 “열람”하는 것도 포함되는데, 이러한 “열람”조차도 제한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시험정보, 특히 시험문제와 그 정답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주요한 목적이 기출 문제와 그 정답의 유출을 방지함으로써 공공기관이 주관하는 반복적 시험업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기출 문제와 그 정답에 대한 열람을 허용할 경우에는 해당 시험문제와 정답을 열람한 사람 및 그들로부터 정보를 전달받은 일부 한정된 집단의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 보다 다음 시험에서 유리한 지위를 가지게 되고, 그 결과 시험의 공정성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시험정보에 대한 “사본·복제물을 교부”는 물론 “열람”까지 제한하는 것이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를 넘는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청구인이 정보공개와 관련한 공공기관의 비공개 또는 부분공개결정에 불복이 있는 때에는 당해 공공기관에 이의신청을 하거나(정보공개법 제18조) 행정심판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고(같은 법 제19조), 행정소송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법원으로부터 시험정보의 공개가 시험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이 초래될 염려가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판단을 받을 수 있는 등(같은 법 제20조),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른 비공개로 인하여 법률상 이익을 침해받은 자를 위한 구제절차도 마련되어 있다.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달성할 수 있는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시험의 공정성 및 정확성 확보’라는 공익이 이로 인하여 침해되는 청구인의 알 권리보다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고 할 것이다.

3) 소 결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상 비례원칙에 반하여 과도하게 국민의 알 권리를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

나. 명확성원칙 위반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는 정보공개를 하지 아니할 수 있는 시험정보의 범위로서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를 정하고 있는바,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현저한 지장”이라는 개념이 불명확한 개념으로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현재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주관하는 시험의 종류는 700여 건에 이르고, 각 시험마다 주관 부처, 시험의 목적, 응시인원, 응시자의 자격, 시험에 의하여 취득하는 자격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해당 시험의 시행을 위하여 해당 부처가 투여할 수 있는 비용 및 노력의 한계 등에 있어서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공공기관이 주관하는 시험정보의 공개범위도 해당 시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개별 공공기관이 그 시험의 구체적인 특성 및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입법자로서는 공공기관이 주관하는 시험의 다양한 특성을 감안하여 공공기관 시험정보의 공개범위 등에 관하여 추상적인 기준만을 설정하고, 그 구체적인 범위는 개별 시험 주관기관의 전문적·자율적 판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이라고 하는 개념이 다소 추상적인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시험정보를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입법취지, 당해 시험의 특성, 해당 정보와 관련된 시험관리 업무의 특성 등을 감안하면 그 의미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다{대법원도 이 사건 법률조항을 해석·적용함에 있어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는지 여부는 정보공개법 및 시험정보를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입법취지, 당해 시험 및 그에 대한 평가행위의 성격과 내용, 공개의 내용과 공개로 인한 업무의 증가, 공개로 인한 파급효과 등을 종합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7. 6. 15. 선고 2006두15936 판결, 공278, 1094)}.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지나치게 불명확한 것으로서 법 집행기관의 자의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법률조항이라거나, 수범자의 예측가능성을 침해하는 법률조항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기본권 제한에 관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될 정도로 불명확한 개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 평등원칙 위반 여부

청구인은, 사법시험이나 기타 공무원 공개경쟁 채용시험 등에서는 제1차 시험의 문제를 공개하는데 반하여 이와 유사한 시험이라 할 수 있는 이 사건 시험문제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개별 시험마다 시험정보의 공개 범위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해당 공공기관의 구체적인 조치에 따른 결과일 뿐,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공기관이 보유하는 시험정보의 공개 여부를 차별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평등원칙에 반하여 시험정보 공개 여부를 차별하고 있다는 청구인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없이 이유가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이공현 조대현 김희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해외출장으로 서명날인 불능) 목영준 송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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