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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삼, "군형법 제92조 위헌제청", 결정해설집 10집, 헌법재판소, 2011, p.
[결정해설 (결정해설집10집)]
본문

군형법 제92조 위헌제청

- 구 군형법 제92조 중 “기타 추행”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 -

(헌재 2011. 3. 31. 2008헌가21 , 판례집 23-1상, 178)

박 병 삼*1)

【판시사항】

1. 구 군형법(1962. 1. 20. 법률 제1003호로 제정되고, 2009. 11. 2. 법률 제98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2조 중 “기타 추행”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2.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어 군인들의 성적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3. 이 사건 법률조항이 동성애자들의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구 군형법(1962. 1. 20. 법률 제1003호로 제정되고, 2009. 11. 2. 법률 제98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2조 중 “기타 추행”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사건의 개요】

1. 심판청구에 이르게 된 경위

가. 당해 사건의 피고인은 피해자(20세)가 소속된 부대의 부소대장으로서, 2008. 3. 초순경 소속 부대 독신 장교 숙소 3호실에서 이사를 도와주기 위하

여 온 피해자로 하여금 피고인의 팔을 베고 눕게 하고, 2008. 5. 초순경부터 2008. 6. 4.경까지 30여 일에 걸쳐 매일 20분 내지 30분간 부소초장실에서 피해자의 배, 엉덩이 및 성기를 만지고, 피고인의 성기를 피해자의 몸에 닿게 하는 등 피해자를 추행하였다는 혐의로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으로 입건되었으나, 피해자와 합의하여 고소가 취소된 후 구 군형법(1962. 1. 20. 법률 제1003호로 제정되고, 2009. 11. 2. 법률 제98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군형법’이라 한다) 제92조의 추행죄로 공소제기되었다.

나. 이 사건 재판을 맡은 육군 제22사단 보통군사법원(이하 ‘제청법원’이라 한다)은 제1심 재판 계속 중 직권으로 구 군형법 제92조에 대하여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다.

2. 제청법원의 위헌제청이유

구 군형법 제92조는 강제에 의한 추행이 포함되는지 여부가 불명확하고, 행위의 주체 및 상대방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하지 않아 남성 간의 추행만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여성 간 또는 이성 간의 추행도 포함하는지 여부가 불명확하며, 행위자들 사이의 관계나 행위 장소 등에 관하여 아무런 판단 기준을 제시하지 아니하고 있으므로 명확성원칙에 반한다. 또한 군대 내에서의 이성 군인 간의 성적 행위는 징계에 불과한 반면 강제에 의하지 않은 동성 군인 간의 성적 행위를 징역형만으로 처벌하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하여 군인들의 성적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고, 동성애자들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결정요지】

1. “기타 추행”이란, 계간에 이르지 아니한 동성애 성행위 등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성적만족 행위로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고,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자의 의사, 구체적 행위태양, 행위자들 사이의 관계, 그 행위가 공동생활이나 군기에 미치는 영향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도2222 판결 등 참조). 그렇다면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군형법 피적용자는 어떠한 행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구성요건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고, 그 전형적인 사례인 ‘계간’은 ‘추행’이 무엇인지를 해석할 수 있는 판단지침이 되며, 대법원 판결 등에 의하여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해석기준이 제시되고 있는 이상,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 확립을 목적으로 동성 군인 간의 성적만족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형사처벌하므로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절성이 인정된다. 또한 추행의 유형이나 그 상대방의 피해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구분하지 아니하고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사회적 법익을 침해한 모든 추행행위에 대하여 일괄적으로 1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였다는 사유만으로는 입법재량권이 자의적으로 행사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단순한 행정상의 제재만으로는 효과적으로 추행 행위를 규제하기 어려우며, 다른 법률에 규정된 추행 관련 범죄와 비교하여 그 법정형이 지나치게 무겁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선고유예도 가능하다는 점을 종합해 보면, 피해 최소성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성적자기결정권이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제한 정도가,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 및 군기의 보호’, 나아가 ‘국가안보’라는 공익보다 크다고 할 수 없어, 법익 균형성을 일탈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군인들의 성적자기결정권이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

3. 군대는 동성 간의 비정상적인 성적 교섭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히 높고, 상급자가 하급자를 상대로 동성애 성행위를 감행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를 방치할 경우 군의 전투력 보존에 직접적인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동성 간의 성적 행위만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한다고 볼 경우에도, 그러한 차별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되므로 동성애자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재판관 이동흡의 보충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의 주된 보호법익이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사회적 법익이므로, 쌍방의 합의에 의한 성적 교섭행위일지라도 군 공동체생활의 건전성과 군 기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마찬가지인 점, 이 사건 법률조항은 폭행, 협박이나 위계, 위력 등 강제력과 관련된 구성요건요소를 규정하지 않고 있는 점, 2009. 11. 2. 군형법이 개정되기 전의 이 사건 법률조항은 강제력 행사여부에 따른 법정형의 차등을 두지 않고 이를 형사처벌하려는 것이 입법의도에 부합하는 해석인 점, 상급자가 강제력을 행사하지 않은 경우에도 하급자가 스스로 원하지 아니하는 성적 교섭행위에 연관될 개연성이 높은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은 강제력 행사를 요구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의 “기타 추행”이 동성 간의 성적 교섭행위를 뜻하는 계간과 동일한 항에 병렬적으로 규정된 점, 폐쇄적으로 단체생활을 하면서 동성 간에 일정 공간을 공동으로 사용해야 하는 군대 내에서는 비정상적인 동성 간의 성적 교섭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계간과 마찬가지로 동성 간의 성적 행위에만 적용되고, 다만,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적용되는 동성 간의 성적 행위에는 동성 ‘군인’ 간의 성적 행위만이 포함되고, 동성 ‘민간인’과의 사적 생활관계에서의 성적 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마지막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적용됨에 있어 시간적, 장소적 제한이 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구체적인 사건에 있어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는 그 행위가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에 미치는 영향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되어야 할 법원의 통상적인 법률 해석·적용의 문제라 할 것이며, 어떤 행위가 법적인 구성요건을 충족시키는가 하는 것에 관하여 다소 의문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형벌규범의 일반성과 추상성에 비추어 불가피한 것이므로, 그러한 사정만으로 형벌규범인 이 사건 법률조항이 불명확하다고 볼 수는 없다.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의 반대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범죄구성요건으로 오로지 “계간 기타 추행”이라고만 규정함으로써, ‘강제성을 수반하는 행위’만이 이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강제성을 수반하지 않는 음란한 행위’까지 이에 해당하는지를 법해석기관에 맡겨놓고 있으며, 이에 따라 대법원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보호법익을 ‘개인의 성적 자유’가 아닌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전제 아래, 강제력 행사를 수반하지 않는 행위도 이에 해당된다고 해석하고 있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도2222 판결 참조).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군형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강제성이 없는 ‘당사자 간의 자발적 합의에 의한 음란행위’가 강제성이 가장 강한 ‘폭행·협박에 의한 추행’과 동일한 형벌조항에 따라 동등하게 처벌되는 불합리성이 발생하게 된다.

다음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예시적 규정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기타 추행”은 적어도 ‘계간에 준하는 행위’로 봄이 상당하다. 그러나 앞에서 본 대법원 판결은 이러한 통상적 해석과는 달리 “기타 추행”을 ‘계간에 이르지 아니한 동성애 성행위’로 보아 음란의 정도가 계간보다 약하여도 무방하다고 보고 있으므로, “기타 추행”에 해당하는 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계간”이 그 기준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음란정도가 어느 정도에 이를 때 “기타 추행”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지에 관한 아무런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과 보호법익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 해당하는 ‘추행’은 ‘동성 간에 군영 내에서 하는 음란한 행위’로 한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이를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규정하지 않았고, 위 대법원 판례가 설시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보호법익의 개념도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다 보니, ‘군인인 이성 간의 군영 내 또는 군영 외 음란행위’나 ‘군인과 비 군인과의 군영 내에서의 음란행위’ 등도 이 사건 법률조항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게 되었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구성요건에 단지 “계간 기타 추행”이라는 추상적이고 모호하며 포괄적인 용어만을 사용함으로써 강제성 여부, 행위의 정도, 행위의 주체와 객체 및 행위 장소 등에 있어서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지 여부가 불명확하게 되었다. 그 결과, 가벌성이 현저히 다른 행위를 대등하게 처벌하게 되고, 형법상 친고죄의 입법취지를 유명무실하게 하며, 행위자의 예견가능성을 저해하여 자기책임주의 원칙에 반하고, 수사기관, 공소제기기관 및 재판기관의 자의적 해석을 초래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형벌법규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재판관 김종대의 반대의견에 대한 추가 보충의견

군의 정신전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군내에서의 동성애를 금지할 필요성도 있다. 그러나 금지의 위반에 대해 형벌을 과할 때에는 헌법상의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따라야 하는데, 이 사건 심판대상 조항인 “기타 추행” 부분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범죄 구성요건으로서의 명확성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이와 같은 조항으로서는 국민을 형사처벌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재판관 조대현의 한정위헌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군대라는 특수한 공동사회의 기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구 군형법 제92조는 “계간 기타 추행한 자”라고만 규정할 뿐 “기타 추행”의 행위 대상과 장소를 제한하지 않았다. 따라서 위 법률조항의 문언상, 군인의 추행행위는 군영(軍營) 내외를 불문하고, 그 상대방이 군인이든 민간인이든 동성(同性)이든 이성(異性)이든 불문하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모두 적용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을 ‘군인이 군영 외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에도 적용하는 것은, 군대라는 특수한 공동사회의 기강을 보호한다는 입법목적의 범위를 넘는 것이므로, 처벌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추행행위를 위하여 강제력이 동원된 경우에도 형법 등에 규정된 강제추행죄 등으로 처벌하는 것은 몰라도 군대의 기강을 위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을 적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을 ‘군인이 군영 외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기본권을 제한할 필요도 없이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이나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아야 한다.

【해 설】

1. 사안의 쟁점

이 사건의 경우 본안 검토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심판의 대상을 구 군형법 제92조 전체로 삼을 것인지 아니면 구 군형법 제92조 중 “기타 추행”부분만으로 한정할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앞서 심판청구에 이르게 된 경위에서 보듯이 이 사건의 피고인은 피해자와 합의하에 동성애 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 상관으로서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한 것이므로 구 군형법 제92조 중 “계간”이 아니라 “기타 추행”을 한 자인데, 제청법원은 구 군형법 제92조 전체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고 있다. 따라서 본안 판단에 앞서 심판의 대상 한정여부가 먼저 검토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본안 판단을 함에 있어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한 원칙인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라 할 수 있다. 그밖에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어 군인들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와 이 사건 법률조항이 동성애자들의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다.

이하에선, 심판대상의 한정 여부에 관한 검토를 한 다음 이 사건 법률조항의 연혁과 입법례를 살펴보고, 이어 본안에 대한 판단을 하고자 한다.

2. 심판대상의 한정 여부

이에 대하여 재판관들은 다음과 같이 일치된 의견으로 심판의 대상을 한정함이 옳다고 판단하였다.

『제청법원은 구 군형법 제92조 전체에 대하여 위헌제청을 하였으나, 구 군형법 제92조의 구성요건은 “계간”과 “기타 추행” 부분으로 나누어지고, 당해 사건의 피고인은 “계간”이 아니라 “기타 추행”을 범한 것으로 공소제기되어 재판을 받고 있으므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구 군형법 제92조 중 “기타 추행”과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함이 상당하다.』

살피건대, 구 군형법 제92조의 구성요건은 “계간”과 “기타 추행”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여기서 “계간”이란 남성들 간의 항문성교를, “기타 추행”이란 계간에 이르지 아니한 동성애 성행위 등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성적 만족행위로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하는 행위를 뜻한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도2222 판결 참조). 이처럼 “계간”과 “기타 추행”은 그 개념상 분리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종전 선례인 헌법재판소 2002. 6. 27. 선고 2001헌바70 사건에서도 심판대상을 “기타 추행” 부분으로 한정하였고,2)제청법원의 제청이유 역시 “기타 추행” 부분에 집중되어 있으며,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등의 본안 판단 시 “계간”과 “기타 추행” 부분 간의 설시내용이 다를 것이므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을 “기타 추행” 부분만으로 한정한 것은 적절한 것으로 보여 진다.

3. 이 사건 법률조항의 연혁, 동성애에 관한 입법례 및 정책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연혁

1962. 1. 20. 법률 제1003호로 제정된 군형법은 1948. 7. 5. 군정법률로 제정되었던 국방경비법, 해안경비법을 대체하는 것으로 일본의 구육군형법(명치 41년 제정)을 토대로 미육군전시법의 규정을 다소 가미하여 조문화한 것이다.3)종래 국방경비법해안경비법에는 ‘기타 각종의 범죄’의 장에 방화, 절도, 횡령 등과 함께 ‘계간’을 기술하고, 위반자에 대하여 군법회의의 판결에 의하여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1962. 1. 20. 제정 이래 한 번도 개정되지 않은 채 그대로 존속하다가, 2009. 11. 2. 법률 제9820호로 개정되면서, 재92조의2에서 강제력을 수반한 강제추행죄를 신설하고,4)종전 제92조의 규정을 제92조의5

로 자리를 옮기면서 ‘기타 추행을 한 자’를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으로 자구를 수정하고, 법정형을 ‘1년 이하의 징역’에서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상향조정하였다.5)

나. 동성애 행위의 처벌에 관한 입법례

(1) 서론

동성애를 범죄로 볼 것인지의 문제는 각 나라가 처한 역사, 문화, 종교 등의 차이에 따른 것이지, 이를 각 나라의 문명화 정도, 인권보장의 수준 차이로 이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즉,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국가에서는 여전히 동성애를 범죄로 보고 있고, AIDS가 만연한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에서도 남성 간 동성애를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는바, 이런 이유만으로 이들 국가가 비 문명국이고, 인권 후진국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2) 주요 국가의 입법례

(가) 미국의 경우

1) 미 군사통일법전(Uniform Code of Military Justice)6)의 규정

미 군사통일법전 제125조에 의하면 Sodomy(비자연적 성행위 내지 계간)라는 제하에“(a) 동성 또는 이성 간 또는 동물과의 비정상적인 육체적 성교를 한 어떠한 사람도 Sodomy죄에 해당한다. 아무리 경미한 삽입일지라도 이 범죄를 완성시키기에는 충분하다(Any person subject to this chapter who engages in unnatural carnal copulation with another person of the same or opposite sex or with an animal is guilty of sodomy. Penetration, however slight, is sufficient to complete the offense). (b) Sodomy죄로 발견된 사람은 누구나 군사법원의 판단에 따라 처벌될 것이다(Any person found guilty of sodomy shall by punished as a court-martial may direct)”

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비정상적인 육체적 성교’라 함은 사람의 입이나 항문에 다른 사람이나 동물의 성기를 넣는 것, 사람의 성기를 다른 사람의 입이나 항문에 넣는 것, 사람의 성적 부위가 아닌 신체 노출 부위에 육체적 성교를 하는 것, 동물과 육체적 성교를 하는 것을 뜻한다고 한다.7)

따라서, 미군의 경우 이러한 Sodomy(변태적 성행위 내지 계간)를 범하게 되면 군사통일법전(UCMJ) 제125조의 규정에 따라 형사적으로 처벌받게 된다.

2) Lawrence v. Texas 판결8)

연방대법원은 2003년 동성 간의 성행위를 범죄로 규정한 텍사스주법에 대하여 6대3의 다수의견으로 ‘미국 연방헌법상의 적법절차조항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판시하였다. 연방대법원은 Lawrence 사건에서 단지 동성애 행위의 성격에만 초점을 맞추던 기존의 견해에서 벗어나 “성인으로서 수정헌법 제14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적법절차조항에 의한 자유권의 행사로 사적인 행위를 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초점을 맞추었다. 연방대법원은 기존의Bower9)사건을 폐기하면서, 개인은 공공장소가 아닌 곳에서 쌍방 동의에 의하여 관계를 가질 기본적인 프라이버시 이익을 가진다고 보았다.

3) Lawrence 판결과 군내 동성애 금지 조항과의 관계

Lawrence 판결은 일반시민에 대해 적용되는 주법이 문제되는 사안이었기 때문에 이 판결로 인해 곧바로 군인에게 적용되는 군사통일법전상의 ‘소도미’ 조항이 위헌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Lawrence 판결에서 O'Conner 판사는 자신의 의견 결론 부분에서 “텍사스주법은 ‘국가안보’와 같은 적법한 주의 이익이 없다”고 서술함으로써 추후 군대내의 소도미 금지 규정에 대한 위헌성 논의에 있어 ‘국가안보’가 정당성의 근거로 제시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기도 하였다고 한다.10)

실제 미국 군사법원은 Lawrence 판결 이후에도 United States v. Marcum 사건 및 United States v. Stirewalt 사건에서 ‘소도미’ 행위는 불법이고, 이에 대한 기소는 합헌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나) 독일의 경우

1) 동성애 처벌조항 및 폐지

독일의 경우 제국형법 발효일인 1872. 1. 1.부터 1994. 6. 11.까지 동성애를 처벌하는 조항을 두고 있었다.

즉, 독일 제국형법 제175조는 “남성들 간의 또는 사람과 짐승 간의 반자연적인 음란한 행위(Unzucht)는 자유형(Gefängnis, 금고형)에 처한다. 시민의 명예권11)상실도 승인될 수 있다.”고 규정한 이래로, 나치형법(1935. 9. 1.)을 거쳐 동성애 및 수간 등 반자연적인 음란 행위에 대하여 계속적으로 처벌을 하다가 1994. 3. 10. 형법을 개정하면서 제175조를 폐지함으로써 더 이상 동성애를 처벌하지 않게 되었다.

2) 독일 일반평등법의 제정

독일은 동성애에 대한 처벌 조항을 폐지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개인의 성적 정체성을 사유로 한 일체의 차별을 예방하고 배제하는 내용의 일반평등법을 제정하였다.

일반평등법(2006. 8. 14.) 제1조(목적)에는 “이 법률은 인종, 민족적 출신, 성별, 종교, 세계관, 장애, 연령 또는 성적 정체성을 사유로 하는 차별을 예방하고 배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 유럽 여러 나라의 경우

유럽의 경우 유럽인권위원회에서 1978년 Dudgeon v. UK 사건12)에서 처음으로 동성애 처벌이 유럽 인권협약 제8조의 사생활을 존중받을 권리를 침

해한다고 선언하고, 1981년 유럽 인권재판소가 위와 같은 결론을 재차 확인하면서부터 유럽위원회 회원 국가들이 동성애행위 금지 법률을 폐지하기 시작하였는데 1989년까지 23개 회원국이 동성애 행위 처벌법을 폐지하였다.13)

(라) 일본의 경우

일본의 경우 1872년에 발령된 계간조례14)및 1873년에 발령된 개정율례15)에서 남성 간의 성행위를 범죄로 규정하였다. 그러나 1880년에 발령된 형법에서는 이러한 규정을 따로 두지 않음으로써 동성애 처벌조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다. 군대내 동성애자들에 대한 각국의 정책

미국은 군사통일법전에서 ‘소도미’ 관련 규정을 두고 있고, 군사법원에서 연방대법원의 Lawrence 판결 이후에도 ‘소도미’ 행위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주요 국가들에서는 동성애 행위에 대하여 형사적인 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다.

다만, 동성애 행위를 처벌하는 입법의 유·무와는 별개로 군대 내에서 동성애자들을 어떻게 취급할 것인지 즉, 동성애자에 대하여 강제 전역조치를 할 것인지 아니면 군복무를 허용할 것인지에 관하여도 각 국의 정책에는 차이가 있다.

(1) 우리나라의 경우

정된 자(현역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한 자)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마치 동성애자임이 알려진 경우 현역 복무에서 전역시키는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국방부가 2006. 3. 22. 발표하고 같은 해 4. 1.부터 시행한 ‘병영 내 동성애자 관리지침’에 의하면, 동성애자 역시 일반병사와 동등하게 관리되는 것을 전제로 병영 내 모든 성적 행위는 인정되지 않으며,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 사고 발생 시 군형법을 적용하여 엄중처벌하고, 복무 부적응시에만 현역복무 부적합 처리 후 전역 조치를 할 뿐, 동성애 사유만으로 현역복무 부적합 처리는 불가하다고 하고 있다. 아울러 위 지침에 의하면 동성애자에 대한 신상 비밀이 보장되고, 차별 또한 금지된다(따라서, AIDS 검사 및 강제 채혈 등도 금지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동성 간의 성적 행위가 없는 한 성적 지향이 동성애자라는 사유만으로는 군복무를 배제하거나,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2) 미국의 Don't Ask, Don't Tell 정책

미국은 1916년경부터 군인의 전역조치사유로 소도미를 포함시켰고, 그 후 군은 동성애 행위와 상관없이 동성애 성향(homosexual tendencies)에 따른 전역조치를 정책화하였다.

그런데 1993년경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는 동성애자들도 근무능력에 문제가 없는 이상 군에서 축출할 수 없게 하는 정책을 추진하였는데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내 보수 성향 의원들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러자 양측은 타협안으로 Don't Ask, Don't Tell(일반적으로, 약칭하여 DADT 정책이라고도 한다) 정책을 새로이 미연방법 제10장 제654조에 마련하여 시행하게 되었다.

이 정책의 요체는, 군에서 군대지원자들과 군복무자의 성적 지향을 알아보기 위한 질문을 금지하는 대신 동성애자임이 밝혀진 경우에는 강제 전역 조치한다는 것이다. 이 정책이 과거와 달라진 점은 군대지원자들과 군복무자들에게 성적 지향을 알아보기 위한 질문을 금지한다는 데에 있다. 다만 군복무자가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경우에는 전역 조치된다. 이후 DADT

정책은 2011.까지 그대로 유지되다가 오바마 대통령에 의하여 2011. 9. 20. 공식적으로 폐지된다. 따라서 현재 미국 군에서는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힌다고 하여 강제로 전역되지는 않으며, 과거 이 정책으로 강제 전역된 군인들에 대하여 재입대가 허용되고 있다.

(3) 기타 다른 국가들의 경우

동성애자들의 군복무 허용 여부를 도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군복무 제도
국가명
동성애자 군복무 허용 여부
모병제 국가
영국
허용
캐나다
허용
호주
허용
프랑스
허용
징병제 국가
독일
허용
대만
허용
이스라엘
허용
터키
금지
폴란드
금지
러시아
금지

4.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가.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1) 명확성원칙의 개념 및 심사기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원칙은, 금지된 행위가 무엇이고 허용되는 행위가 무엇이며 금지에 대한 위반의 효과가 어떤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법률에 구성요건과 형벌규정이 명확하게 규정될 것을 요구하는 헌법상의 원칙을 말한다(헌재 2006. 11. 30. 2006헌바53 , 판례집 18-2, 516 등 참고).

다만, 명확성원칙에도 불구하고 개별 범죄의 구성요건을 기술함에 있어 언어상, 입법기술상의 한계 등으로 다소 포괄적이고 불확정한 개념, 법관의

해석이 필요한 개념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바, 구성요건이 어느 정도까지 특정되어야 명확성원칙에 반하지 않는가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 사건 결정에서 명확성원칙의 심사기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 하더라도,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의미의 서술적인 개념으로 규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다소 광범위하여 어떤 범위에서는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이 필요하더라도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으로 하여금 그 적용대상자가 누구이며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금지되고 있는지 여부를 충분히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 이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헌재 2000. 6. 29. 98헌가10 , 판례집 12-1, 741, 748; 헌재 2004. 11. 25. 2004헌바35 , 판례집 16-2하, 381, 391).』

(2) 예시적 입법형식과 명확성원칙

이 사건 법률조항의 경우, 범죄 구성요건적 수단 등에 대하여는 문언적 제한을 가하지 아니하면서 대표적 구성요건인 “계간”을 판단지침으로 예시한 다음, 어느 정도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용어인 “추행”을 그대로 일반조항으로 사용하는 예시적 입법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예시적 입법형식의 경우 구성요건의 대전제인 일반조항의 내용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을 통하여 그 적용범위를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

그러므로 예시적 입법형식이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려면, 예시한 개별적인 구성요건이 그 자체로 일반조항의 해석을 위한 판단지침을 내포하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일반조항 자체가 그러한 구체적인 예시를 포괄할 수 있는 의미를 담고 있는 개념이 되어야 한다(헌재 2002. 6. 27. 2001헌바70 , 판례집 14-1, 601, 608; 헌재 2009. 3. 26. 2007헌바72 , 판례집 21-1상, 406, 418 참조).

(3) 판단 및 해설

(가) 다수의견은 다음과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이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일반조항에 해당하는 “추행”이란 정상적인 성적만족 행위에 대비되는 다양한 행위태양을 총칭하는 것으로, 그 구체적인 적용범위는 사회적 변화에 따라 변동되는 동태적 성격을 가지고 있으나 그 대표적이고 전형적인 사례가 “계간”이며, “계간”의 사전적 의미는 ‘사내끼리 성교하듯이 하는 짓’으로 남성 간의 항문성교를 뜻한다. 또한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주된 보호법익은 ‘개인의 성적 자유’가 아니라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사회적 법익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말하는 “기타 추행”이란, 계간에 이르지 아니한 동성애 성행위 등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성적만족 행위로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고,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자의 의사, 구체적 행위태양, 행위자들 사이의 관계, 그 행위가 공동생활이나 군기에 미치는 영향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2417 판결;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도2222 판결 등 참조).

그렇다면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군인, 군무원 등 군형법 피적용자는 어떠한 행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구성요건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고 판단되고, 그 전형적인 사례인 “계간”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추행”이 무엇인지를 해석할 수 있는 판단지침이 되며, 대법원 판결 등에 의하여 이미 이에 관한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해석기준이 제시되고 있는 이상, 법집행기관이 이 사건 법률조항을 자의적으로 확대하여 해석할 염려도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나) 위와 같이 다수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면서도, 제청법원이 불명확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부분에 대하여 구체적인 응답을 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하여 재판관 이동흡은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개진하면서, 제청법원에서 제기하고 있는 의문사항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판시를 하고 있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강제력 행사여부나 범행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하는 동성 군인 간의 성적 행위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러한 해석이 가능한 이상 구체적인 사안에서 법률적용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을 자의적으로 확대하여 해석할 염려는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다) 이러한 다수의견에 대하여,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다음과 같은 이유로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는 반대의견을 개진하였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범죄구성요건으로 오로지 “계간 기타 추행”이라고만 규정함으로써, ‘강제성을 수반하는 행위’만이 이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강제성을 수반하지 않는 음란한 행위’까지 이에 해당하는지를 법해석기관에 맡겨놓고 있으며, 이에 따라 대법원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보호법익을 ‘개인의 성적 자유’가 아닌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전제 아래, 강제력 행사를 수반하지 않는 행위도 이에 해당된다고 해석하고 있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도2222 판결 참조).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군형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강제성이 없는 ‘당사자 간의 자발적 합의에 의한 음란행위’가 강제성이 가장 강한 ‘폭행‧협박에 의한 추행’과 동일한 형벌조항에 따라 동등하게 처벌되는 불합리성이 발생하게 된다.

다음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예시적 규정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기타 추행”은 적어도 ‘계간에 준하는 행위’로 봄이 상당하다. 그러나 앞에서 본 대법원 판결은 이러한 통상적 해석과는 달리 “기타 추행”을 ‘계간에 이르지 아니한 동성애 성행위’로 보아 음란의 정도가 계간보다 약하여도 무방하다고 보고 있으므로, “기타 추행”에 해당하는 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계간”이 그 기준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음란정도가 어느 정도에 이를 때 “기타 추행”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지에 관한 아무런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과 보호법익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 해당하는 ‘추행’은 ‘동성 간에 군영 내에서 하는 음란한 행위’로 한정되

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이를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규정하지 않았고, 위 대법원 판례가 설시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보호법익의 개념도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다 보니, ‘군인인 이성 간의 군영 내 또는 군영 외 음란행위’나 ‘군인과 비 군인과의 군영 내에서의 음란행위’ 등도 이 사건 법률조항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게 되었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구성요건에 단지 “계간 기타 추행”이라는 추상적이고 모호하며 포괄적인 용어만을 사용함으로써 강제성 여부, 행위의 정도, 행위의 주체와 객체 및 행위 장소 등에 있어서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명확하게 되었다. 그 결과, 가벌성이 현저히 다른 행위를 대등하게 처벌하게 되고, 형법상 친고죄의 입법취지를 유명무실하게 하며, 행위자의 예견가능성을 저해하여 자기책임주의 원칙에 반하고, 수사기관, 공소제기기관 및 재판기관의 자의적 해석을 초래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형벌법규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라) 한편, 재판관 김종대는 위 반대의견이 군대 내에서 동성애를 허용하자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추가 보충의견을 밝히고 있다.

『군의 정신전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군내에서의 동성애를 금지할 필요성도 있다. 다만, 금지의 위반에 대해 형벌을 과할 때에는 헌법상의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따라야 하는데, 이 사건 심판대상 조항인 “기타 추행” 부분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범죄 구성요건으로서의 명확성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이와 같은 조항으로서는 국민을 형사처벌할 수 없다.』

(마) 결국 다수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보호법익이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이므로, “기타 추행”이란 이러한 보호법익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그 행위가 공동생활이나 군기에 미치는 영향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하는바, 대법원 판결 등에 의하여 이미 이에 관한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해석기준이 제시되고 있는 이상 법집행기관이 이 사건 법률조항을 자의적으로 확대하여 해석할 염려도 없으므로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반대의견은,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보호법익에 의하여 “기타 추행”의 개념을 한정한다 하더라도 보호법익 자체의 개념이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다 보니, 여전히 강제성 여부, 행위의 정도, 행위의 주체와 객체 및 행위 장소 등에 있어서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명확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형벌법규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라 할 수 있다.

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이 명확성원칙의 위반된다는 반대의견을 제기한 재판관들도 이 부분에 대하여는 별도의 위헌론을 주장하지 않고 있는 반면, 재판관 조대현은 이 부분에서 위헌론(한정위헌)을 주장하고 있는바, 다수의견인 합헌론과 반대의견인 위헌론은 다음과 같다.

(1) 합헌론

다수의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

『(가)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정성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군 내부의 건전한 공적 생활을 영위하고, 군 조직 전체의 성적건강을 유지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으로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 확립을 목적으로 하는바, 그러한 입법목적은 정당하며, 동성 군인 간의 성적만족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으로 인정된다.

(나) 피해 최소성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원칙적으로 입법자가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 감정, 범죄의 실태와 죄질 및 보호법익 그리고 범죄예방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국가의 입법정책에 관한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입법재량권이 헌법 제37조 제2항으로부터 파생되는 비례

의 원칙 혹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등 헌법규정이나 헌법상 일반원리에 반하여 자의적으로 행사된 경우가 아닌 한, 이는 단순한 입법정책 당부의 문제에 불과하고 헌법위반의 문제는 아니라고 할 것이다(헌재 1995. 4. 20. 91헌바11 , 판례집 7-1, 478; 헌재 2001. 11. 29. 2001헌가16 , 판례집 13-2, 570 등).

살피건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은 군 내부의 건전한 공적생활을 영위하는 것이고, 그 주된 보호법익은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사회적 법익이며, ‘개인의 성적 자유’ 등 개인적 법익은 주된 보호법익이 아니므로, 군형법상 피적용자가 행한 추행의 유형이나 그 상대방의 피해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구분하지 아니하고 위와 같은 사회적 법익을 침해한 모든 추행행위에 대하여 일괄적으로 1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였다는 사유만으로는 입법재량권이 자의적으로 행사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안보상황과 징병제도 하에서 단순한 행정상의 제재만으로는 효과적으로 추행 행위를 규제하기 어렵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다른 법률에 규정된 추행 관련 범죄와 비교하여 그 법정형이 지나치게 무겁다고 볼 수 없으며, 법정형이 1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되어 있어 구체적인 사안을 고려하여 선고유예도 가능하다는 점을 종합해 보면, 피해최소성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다) 법익균형성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군인들이 받게 되는 성적자기결정권이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제한 정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 및 군기의 보호’, 나아가 국가의 존립과 모든 자유의 전제조건인 ‘국가안보’라는 공익보다 크다고 할 수 없으므로, 법익 균형성을 일탈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라) 소결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군인들의 성적자기결정권이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2) 위헌론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군대라는 특수한 공동사회의 기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구 군형법 제92조는 “계간 기타 추행한 자”라고만 규정할 뿐 “기타 추행”의 행위 대상과 장소를 제한하지 않았다. 따라서 위 법률조항의 문언 상, 군인의 추행행위는 군영(軍營) 내외를 불문하고, 그 상대방이 군인이든 민간인이든 동성(同性)이든 이성(異性)이든 불문하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모두 적용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남성간의 항문 성교를 의미하는 “계간”을 추행의 예시로 규정하였다고 하여 남성 또는 동성(同性) 군인 간의 추행행위에만 적용되는 것이라고 제한하여 해석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그런데 ‘군인의 군영 내 추행행위’와 ‘군인 간의 군영 외 추행행위’는 군기유지를 위하여 억제할 필요가 있으므로, 그러한 행위가 당사자들의 합의에 의하여 비강제적으로 이루어진 경우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을 적용하여 처벌하더라도 군인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이나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거나 기타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을 ‘군인이 군영 외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에도 적용하는 것은, 군대라는 특수한 공동사회의 기강을 보호한다는 입법목적의 범위를 넘는 것이므로, 처벌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추행행위를 위하여 강제력이 동원된 경우에도 형법 등에 규정된 강제추행죄 등으로 처벌하는 것은 몰라도 군대의 기강을 위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을 적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을 ‘군인이 군영 외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기본권을 제한할 필요도 없이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이나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아야 한다.』

(3) 해설

결국 다수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의 보호’ 나아가 국가안보라는 공익을 위한 것이고, 우리나라의 안보상황과 징병제도를 고려할 때 “기타 추행”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1년 이하

의 징역형에 처하는 형사처벌을 하더라도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하여 군인들의 성적자기결정권이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시를 하였다.

반면 반대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문언상 추행행위의 장소는 군영 내 외를 불문하고, 추행행위의 상대방 역시 군인이든 민간인이든 불문한다고 볼 수밖에 없는바, 이 사건 법률조항이 군인이 군영 외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한 군인의 성적자기결정권이나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한편, 대법원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 등을 고려하여 민간인과의 사적 생활관계에서의 변태적 성적만족 행위에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으므로(대법원 1973. 9. 25. 선고 73도1915 판결 참조), 위 반대의견에서 제기하고 있는 위헌적 해석상황은 그 발생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여 진다.

다. 동성애자의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16)

(1) 심사척도

평등권의 침해 또는 평등원칙의 위반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 엄격한 심사척도에 의할 것인지, 완화된 심사척도에 의할 것인지는 입법자에게 허용되는 입법형성권의 정도 및 범위에 따라 달라진다 할 것인데(헌재 2008. 10. 30. 2006헌바35 , 판례집 20-2상, 793, 800), 헌법에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고 있는 경우와 차별적 취급으로 인하여 관련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게 되는 경우에는 엄격한 심사척도를 적용하여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완화된 심사척도를 적용하여야 한다(헌재 2007. 3. 29. 2005헌마1144 , 판례집 19-1, 335, 346).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이 동성 간의 성적 행위만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한다고 볼 경우에도, 이와 같은 동성 간의 성적 행위와 이성 간의 성적 행위에 대한 차별은 헌법상 차별을 금지한 영역인 성을 이유

로 한 남녀 차별의 문제가 아니며, 헌법에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고 있는 경우에도 해당하지 아니하고, 차별적 취급으로 인하여 관련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초래할 사정도 발견되지 않으므로, 자의금지원칙에 의한 완화된 심사척도를 적용하면 족하다.

(2) 차별의 합리성 유무

군대는 엄격한 상명하복의 수직적인 인간관계로 이루어져 있고, 절대 다수의 혈기왕성한 젊은 남성 의무복무자들이 이성 간의 성적 욕구를 원활하게 해소할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장기간의 폐쇄적인 단체생활을 해야 하므로, 일반 사회와 비교하여 이성 간의 성적 교섭행위보다는 동성 간의 비정상적인 성적 교섭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히 높다.

특히 상급자가 같은 성적 지향을 가지지 아니한 하급자를 상대로 동성애 성행위를 감행할 가능성이 높고, 이러한 동성 군인 간의 성적 교섭행위를 방치할 경우 군대의 엄격한 명령체계나 위계질서는 위태로워지며, 구성원 간의 반목과 분열을 초래하여 궁극적으로 군의 전투력 보존에 직접적인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이에 반하여 군대에서 남성과 여성이 폐쇄적인 단체생활을 하여야 하는 상황은 그리 많지 않고, 일반 사회와 비교하여 군대에서 이성 간의 성적 교섭행위가 빈번히 발생하여 이를 방치할 경우 군대의 엄격한 명령체계나 위계질서를 위태롭게 할 우려가 크다고 할 수도 없다.

위와 같은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동성 간의 성적 행위만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한다고 볼 경우에도, 그러한 차별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동성애자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5. 결정의 의의

(1) 이 사건 결정은, 계간 기타 추행한 자를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 구 군형법 제92조 중 “기타 추행” 관련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종전 헌법재판소의 입장(2002. 6. 27. 2001헌바70 결정, 판례집 14-1,

601)을 재차 밝힌 것에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2) 먼저 이 사건 결정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보호법익은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사회적 법익인바,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말하는 “기타 추행”은 이러한 보호법익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그 해당 여부는 행위자의 의사, 구체적 행위태양, 행위자들 사이의 관계, 그 행위가 공동생활이나 군기에 미치는 영향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밝혔다. 이어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군형법 피적용자는 어떠한 행위가 여기에 해당하는지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고 판단될 뿐 아니라 대법원 판결 등에 의하여 이미 이에 관한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해석기준이 제시되고 있는 이상 법집행기관이 이 사건 법률조항을 자의적으로 확대하여 해석할 염려도 없다는 취지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3) 다음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라 군 내에서 동성애 행위를 한 자는 형사처벌을 받게 되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의 보호’, 나아가 국가의 존립과 모든 자유의 전제조건인 ‘국가안보’라는 공익을 위한 것으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안보상황, 징병제도 등을 고려할 때 수단의 적정성, 피해 최소성 및 법익 균형성을 모두 갖추고 있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하여 군인들의 성적자기결정권이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고,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동성 간의 성적 행위만을 처벌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차별에는 합리적 이유가 인정되므로 동성애자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하였다.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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