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3헌바183, 202(병합) 구 조세특례제한법 제2조 제3항 위 헌소원
청구인
1. ○○ 주식회사(2013헌바183)
대표자 사내이사 홍○원
대리인 법무법인 원일
담당변호사 김도훈, 주영달, 유정훈
2. 주식회사 ○○( 2013헌바202 )
대표이사 남○태
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노영보, 권순익, 조일영, 홍영표
당해사건
1. 서울고등법원 2012나60499 부당이득금반환(2013헌바183)
2. 대전고등법원 2013누121 법인세부과처분취소(2013헌바 202)
선고일
2014.07.24
이유
1. 사건개요
가. 2013헌바183 사건
청구인은 건설업 및 부동산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 ○○세무서장에게 2005. 3. 31. 산출세액을 13,120,315,697원으로 산정하여 2004 사업연도 법인세 신고를 하고, 2006. 3. 31. 산출세액을 0원으로 산정하여 2005 사업연도 법인세 신고를 하였다. 청구인은, 자신이 구 법인세법(2006. 12. 30. 법률 제814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5조 제1항 제1호에 규정된 중소기업에 해당함을 전제로 2006. 3. 30. ○○세무서장에게 2005 사업연도 결손금을 2004 사업연도 법인세액의 한도 안에서 소급 공제하여 43억여 원을 환급하여 달라는 신청을 하였다.
○○세무서장은 2006. 5. 9. 청구인에게 4,313,391,340원을 환급하였다. 그런데 국가는 청구인이 법인세를 환급받을 수 있는 건설업을 하는 중소기업이 아니라 부동산공급업자라는 이유로, 2011. 3. 16. 위 환급금을 반환을 청구하는 부당이득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그 사건에서 제1심법원(서울남부지방법원 2011가합4736)과 항소심법원(서울고등법원 2012나60499)은 청구인이 위 환급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국가에게 지급하여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청구인은 위 항소심 소송 계속 중 법인세 결손금 소급공제 대상이 되는 기업을 법률에서 정하지 않고 통계청장이 고시하는 ‘한국표준산업분류’에 의하도록 한 구 조세특례제한법(2001. 12. 29. 법률 6538호로 개정되고 2007. 4. 27. 법률 제838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다음부터 ‘구 조세특례제한법’이라고 한다) 제2조 제3항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과세요건 법정주의 및 과세요건 명확주의 원칙
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 기각되자, 2013. 6. 27.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2013헌바202 사건
청구인은 2002. 6. 24. 주식회사 ○○은행과 계약을 맺고 온라인복권(이른바 로또복권) 시스템 구축 및 운영용역 제공 등의 업무를 처리해 왔는데, 2003. 8. 4. 본사를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현재의 주소지인 천안시로 이전하였다. 청구인은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 주사무소를 둔 법인이 수도권 외 지역으로 이전한 경우 법인세를 10년 동안 면제 또는 감면하도록 규정한 구 조세특례제한법(2002. 12. 11. 법률 제6762호로 개정되고 2003. 12. 30. 법률 제700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3조의2 제1항 본문의 규정에 따라 2003 사업연도부터 2007 사업연도분까지의 법인세 약 500억 원을 감면받는 것으로 하여 법인세를 신고ㆍ납부하였다.
그런데 □□세무서장은 소비성서비스업을 하는 법인의 경우 위 조세특례제한법 제63조의2 제1항 단서에 따라 법인세 감면대상에서 제외되는데, 청구인의 업종은 복권발행업으로 도박장 운영업에 포함되고 도박장 운영업은 소비성서비스업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법인세 감면분을 취소하고 가산세를 적용하여 청구인에 대하여 2003 사업연도부터 2007 사업연도분까지 법인세 합계 668억여 원을 경정ㆍ고지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감사원에 위 법인세 부과처분에 대한 심사를 청구하여 납부불성실가산세 165억여 원을 감액받은 다음, □□세무서장을 상대로 나머지 법인세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 사건에서 제1심법원(대전지방법원 2010구합3055)과 항소심법원(대전고등법원 2010누2973)은 청구인의 업종을 한국표준산업분류상 ‘정보처리 및 기타 컴퓨터운영관련업’에 해당한다고 보고 청구인 전부 승소
판결을 선고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3. 1. 16. 청구인의 업종이 소비성서비스업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였고(2011두12856), 환송 후 항소심법원(대전고등법원 2013누121)은 2013. 6. 13. 위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 청구인 패소 판결을 선고하였다.
청구인은 환송 후 항소심 소송 계속 중 구 조세특례제한법 제2조 제3항이 조세법률주의를 규정한 헌법 제59조와 포괄위임을 금지한 헌법 제75조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 기각되자, 2013. 7. 18.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조세특례제한법 제2조 제3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과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2조(정의) ③ 이 법에서 사용되는 업종의 분류는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통계법 제17조의 규정에 의하여 통계청장이 고시하는 한국표준산업분류에 의한다.
[관련조항]
제17조(통계자료의 분류) ① 통계작성기관이 통계를 작성하기 위하여 통계자료를
분류할 때에는 통계청장이 국제표준분류를 기준으로 하여 작성ㆍ고시하는 표준분류에 의하여야 한다. 통계청장이 표준분류를 작성함에 있어서는 관계기관과 미리 협의하여야 한다.
3. 청구인들의 주장
가. 2013헌바183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과세요건 내지 조세감면 요건에 관한 사항으로 입법사항에 해당하는 ‘업종의 분류’를 헌법상 열거된 법규명령이 아닌 내용의 명확성이 현저히 결여된 고시인 한국표준산업분류에 위임하고 있다는 점에서, 법률유보원칙에 따른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과세요건 법정주의 및 과세요건 명확주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나. 2013헌바202 사건
4. 판단
가. 한국표준산업분류
한국표준산업분류는 산업관련 통계자료의 정확성과 비교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유엔의 국제표준산업분류에 기초하여 작성된 것으로서, 생산단위가 주로 수행하는 산업활동 등을 그 유사성에 따라 체계적으로 유형화한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통계목적을 위하여 작성되지만, 그 밖에도 일반 행정 및 산업정책 관련 법령에서 그 법령의 적용대상 영역을 한정하는 기준으로 널리 준용되고 있다.
한국표준산업분류는 1963. 3. 1. 제정된 뒤 유엔의 국제표준산업분류 개정과 국내의 산업구조 및 기술변화를 반영하여 주기적으로 개정되어 왔다. 한국표준산업분류의 현행체계는 20개의 대분류 항목 아래 중분류ㆍ소분류ㆍ세분류ㆍ세세분류 등으로 나누어 분류하고 있는데, 이러한 분류는 유엔의 ‘국제표준산업분류’ 체계를 기본체계로 한 것으로서 세분류 단위까지는 원칙적으로 국제분류와 일치하고 있다. 다만, 필요한 경우 국내실정을 고려하여 일부는 독자적으로 항목을 설정한 경우도 있다.
한국표준산업분류는 현재 우리나라 산업의 특성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현존하는 거의 대부분의 업종을 망라하여 분류하고 있어, 업종의 분류에 관한 한 정확하고 공신력 있는 기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따라 심판대상조항을 포함하여 여러 조세 관련 법령에서 업종을 분류할 때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도 조세 부과 등과 관련하여 업종의 분류가 문제되는 경우 통상적으로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따라 특정 산업 활동이 어떤 업종에 해당하는지 결정하고 있다(대법원 1987. 3. 10. 선고 85누446 판결; 2013. 2. 28. 2010두29192 판결 등).
나. 헌법재판소의 선례
헌법재판소는 2006. 12. 28. 2005헌바59 결정에서 심판대상조항이 조세법률주의 또는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는데, 그 결정의 요지는 다음
과 같다.
(1) 입법사항을 고시인 한국표준산업분류에 위임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
오늘날 의회의 입법독점주의에서 입법중심주의로 전환하여 일정한 범위 안에서 행정입법을 허용하게 된 동기는 사회적 변화에 대응한 입법수요의 급증과 종래의 형식적 권력분립주의로는 현대사회에 대응할 수 없다는 기능적 권력분립론에 있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여 헌법 제40조ㆍ제75조ㆍ제95조의 의미를 살펴보면, 국회가 입법으로 행정기관에게 구체적인 범위를 정하여 위임한 사항에 관하여는 당해 행정기관이 법 정립의 권한을 갖게 되고, 이때 입법자가 그 규율의 형식도 선택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헌법이 인정하고 있는 위임입법의 형식은 예시적인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법률이 일정한 사항을 행정규칙에 위임하더라도 그 행정규칙은 위임된 사항만을 규율할 수 있으므로, 국회입법의 원칙과 상치되지 않는다. 다만, 행정규칙은 법규명령과 같은 엄격한 제정 및 개정절차를 필요로 하지 아니하므로,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입법을 위임할 때에는 법규명령에 위임하는 것이 원칙이고, 고시와 같은 형식으로 입법위임을 할 때에는 법령이 전문적ㆍ기술적 사항이나 경미한 사항으로서 업무의 성질상 위임이 불가피한 사항에 한정된다. 그리고 그러한 사항이라 하더라도 포괄위임금지원칙상 법률의 위임은 반드시 구체적ㆍ개별적으로 한정된 사항에 대하여 행하여져야 한다.
조세의 감면 또는 중과 등 특례에 관한 사항은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입법사항이므로, 조세특례에 관한 법률에서 업종의 분류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이나 총리령, 부령 등 법규명령에 위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업종의 분류는 한 국가 내의 모든 생산적인 경제활동을 일정한 기준과 원칙에 따라 체계
적으로 유형화하는 작업으로, 이러한 작업에는 경제적ㆍ통계학적 개념을 전제로 해당분야에 대한 고도의 전문적ㆍ기술적 지식이 요구되고, 막대한 전문 인력과 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분류되는 업종의 범위 역시 방대하므로, 입법자가 모든 업종의 공통점과 상이점에 착안하여 다양한 업종을 일일이 분류하여 법률에 열거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불가능하다. 한편, 한국표준산업분류는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를 가장 잘 반영하고 있고 업종의 분류에 관하여는 가장 공신력 있는 자료로 평가받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업종의 분류에 관하여 판단자료와 전문성의 한계가 있는 대통령이나 행정각부의 장에게 위임하기보다는 통계청장이 이미 고시한 한국표준산업분류에 위임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다. 즉, 심판대상조항이 통계청장의 고시에 위임하고 있는 업종의 분류에 관한 사항은 전문적ㆍ기술적 사항으로서 업무의 성질상 위임이 불가피한 사항에 해당한다.
(2) 조세법률주의 또는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배 여부
법령이 전문적ㆍ기술적 사항이나 경미한 사항으로서 업무의 성질상 고시와 같은 행정규칙의 형식으로 입법위임을 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도, 그러한 위임은 헌법 제75조의 포괄위임금지 원칙을 위반하여서는 안 되고 반드시 구체적ㆍ개별적으로 한정된 사항에 대하여 행하여져야 한다. 여기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라 함은 하위규범에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가능한 한 구체적이고도 명확하게 법률에 규정되어 있어서 그 법률 자체로부터 대통령령 등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때 예측가능성의 유무는 당해 특정조항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은 아니고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ㆍ체계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위임조항 자체에서 위임의 구체적 범위를 명백히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당해 법률의 전반적 체계와 관련규정에 비추어 위임조항의 내재적인 위임의 범위나 한계를 객관적으로 분명히 확정할 수 있다면 이를 포괄적인 백지위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한국표준산업분류가 제정된 이래 각종 조세관련 법률의 개별조문에 열거되어 있는 업종을 구체화할 때 그 업종의 분류는 한국표준산업분류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이 다수 만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명문의 규정이 없는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구체적으로 업종을 분류할 때 한국표준산업분류를 기준으로 삼아 왔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심판대상조항이 업종의 분류에 관하여 전면적으로 한국표준산업분류에 위임하는 형식을 취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업종의 분류를 한국표준산업분류에 의하는 기존의 법적ㆍ제도적 관행을 확인하는 의미를 가질 뿐 이로써 일반 국민의 예측가능성을 침해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게다가 업종의 분류에 관한 사전적 의미와 관련학문의 학문적 성과, 관련 법조항인 통계법 제17조 및 유엔 작성의 국제표준산업분류, 조세특례제한법상의 다른 개별규정 등을 유기적ㆍ체계적으로 살펴보면 한국표준산업분류에 규정될 내용과 범위의 대강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조세법률주의 또는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다. 판단
(1) 심판대상조항이 입법사항인 업종의 분류에 관한 사항을 통계청장이 고시하는 한국표준산업분류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될 뿐만 아니라, 조세법률주의 또는 포괄위임금지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한 종전 선례의 판단은 정당하고, 이 사건에서 선례를 변경해야 할 만한 사정의 변경이 있다고 볼 수 없다.
(2) 청구인 ○○ 주식회사는, ‘한국표준산업분류’상의 ‘건설업’과 ‘부동산공급업’에 관련된 규정들만으로는 건설공사를 직접 수행하는 자만이 ‘건설업자’에 해당하는 것인지 아니면 건설공사를 직접 수행하지는 않았더라도 그 공사를 자신의 전반적인 책임 아래 수행한 자도 ‘건설업자’에 해당하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워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 심판의 대상은 당해사건의 재판의 전제가 되는 법률이고, 대통령령이나 부령 또는 행정규칙 등의 하위규범은 심판대상이 될 수 없다. 더구나 청구인이 주장하고 있는 사유는 단지 한국표준산업분류의 해석과 관련된 문제에 불과하므로, 이 부분 청구인의 주장에 대하여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5. 결론
6.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이진성의 헌법불합치 의견
이하의 입법형식으로써 헌법상 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여 고시와 같은 행정규칙에 입법사항을 위임할 수는 없다.
조세특례제한법은 조세의 감면 또는 중과 등 조세특례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해 제정된 것으로서, 그 감면 또는 중과 여부를 업종에 따라 달리 정하고 있으므로, 조세특례제한법상 업종이 어떻게 분류되느냐에 따라 당해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의 조세채무의 내용 및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즉, 조세특례제한법상 어떠한 업종으로 분류되느냐에 따라 조세의 감면 또는 가중의 효과가 발생될 수 있으므로, 조세특례제한법상 업종의 분류에 관한 사항은 단순히 업종을 분류한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반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입법사항에 속하고, 따라서 그에 대한 위임은 대통령령이나 총리령·부령 등 법규명령에 위임함이 바람직하다.
나. 한편, 헌법 제75조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구체적·개별적 위임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따라서 법령이 전문적ㆍ기술적 사항이나 경미한 사항으로서 업무의 성질상 고시와 같은 행정규칙의 형식으로 입법위임을 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도, 그러한 위임은 헌법 제75조의 포괄위임금지 원칙을 위반하여서는 안 되고, 반드시 구체적ㆍ개별적으로 한정된 사항에 대하여 행하여져야 하며, 적어도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하위규범에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가능한 한 구체적이고도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어 누구라도 당해 법률 자체로부터 대통령령 등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헌재 2008. 9. 25. 2007헌바74 ).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업종의 분류에 관하여 통계청장이 고시하는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따르도록 한 것 이외에는, 하위규범인 고시에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에 대하여 아무런 구체적인 기준이나 방침을 정함이 없이 업종의 분류에 관한 규율을 통계청장이 고시하는 한국표준산업분류에 전면적· 포괄적으로 위임하고 있
다. 그 결과 일반 국민들로서는 이러한 심판대상조항만으로는 위임의 대상이 되는 것이 업종의 분류에 관한 것이라는 이외에 한국표준산업분류에 의하여 규정될 내용 및 그 범위의 대강에 대한 기본적 윤곽조차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어떠한 업종으로 분류되느냐에 따라 당해 업종에 종사하는 일반 국민의 조세채무의 내용 및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는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것으로, 이러한 입법자의 태도는 헌법이 자신에게 부여하고 있는 임무를 포기하는 것에 다름 아니고, 이는 결국 행정부에게 지나치게 광범위한 입법재량권을 주는 결과가 되어, 국민을 자의적인 행정입법에 불안정한 상태로 노출시키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할 것이다.
다수의견은 업종의 분류를 한국표준산업분류에 의한다고 하여도 국민의 예측가능성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하나, 이는 그 분류가 최초로 고시된 이후 사소한 사항을 제외하고는 변동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라야 가능한 것이다.
한국표준산업분류는 1963년 제정된 이래국제표준산업분류 개정과 국내의 산업구조 및 기술변화를 반영하여9차례나 그 내용이 개정되었다. 주요 개정내용을 살펴보면, 1968. 2. 1. 제2차 개정시에는 상업 부분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작업이 단행되었고, 1970. 3. 13. 제3차 개정시에는 국제표준산업분류 개정에 따라 분류체계 및 그 내용이 전면 개편되었으며, 제4, 5차 개정시에는 경제성장에 따른 산업구조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 분류내용이 대폭 개선되었고, 1991. 9. 9. 제6차 개정시에는 국제표준산업분류 개정에 따라 분류체계 및 그 내용이 다시 개편되었다. 이후 2000. 1. 7. 제8차 개정시에는 산업활동의 전문화· 다양화에 따른 산업구조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반도체 관련산업, 전기통신산업, 금융서비스업 등 새로운 산업을 신설한 것을 비롯해 통
신업, 서비스산업 등을 대분류로 상향조정하거나 수리업을 중분류로 신설하는 등 분류체계를 전반적으로 조정하였고, 2007. 12. 28. 제9차 개정시에는 여러 산업에 흩어져 있던 정보 및 커뮤니케이션 관련 산업을 하나의 대분류로 신설되는 한편, 환경 관련 산업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별도의 대분류로 하수· 폐수처리, 원료재생 및 환경복원업을 신설하였다.
이와 같이 한국표준산업분류는 새로운 산업출현 및 산업구조 변화, 관련 분류간 연계성 등을 반영하기 위해 통계청장에 의해 대대적인 개정작업이 수시로 이루어지고 있고, 이러한 개정작업으로 인하여 그 분류체계 및 내용이 대폭 개편되거나 변동되고 있는 상황이라 할 것인데, 그 성립과정에 있어서 타기관의 심사ㆍ수정ㆍ통제ㆍ감시를 받지 않고 또한 국민 또는 그 대표기관에 의한 토론 · 수정을 거치지 아니한 채 은연중 성립되는 것이 가능한 행정규칙의 특성상 일반인들이 한국표준산업분류에 규정될 내용과 범위의 대강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은 더욱더 어렵다 할 것이다.
이상의 이유로 심판대상조항은 헌법 제75조가 규정하고 있는 포괄위임금지 원칙에도 위배된다.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