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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4. 8. 28. 선고 2013헌바119 판례집 [민법 제1003조 제1항 위헌소원]
[판례집26권 2집 311~324]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것) 제1003조 제1항 중 ‘배우자’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상속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2.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3.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이 사건 법률조항이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하지 아니하는 것은 상속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객관적인 기준에 의하여 파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상속을 둘러싼 분쟁을 방지하고, 상속으로 인한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시키며, 거래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사실혼 배우자는 혼인신고를 함으로써 상속권을 가질 수 있고, 증여나 유증을 받는 방법으로 상속에 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근로기준법, 국민연금법 등에 근거한 급여를 받을 권리 등이 인정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2.법률혼주의를 채택한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제3자에게 영향을 미쳐 명확성과 획일성이 요청되는 상속과 같은 법률관계에서는 사실혼을 법률혼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사실혼 배우자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3.법적으로 승인되지 아니한 사실혼은 헌법 제36조 제1항의 보호범위에 포함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되지 않는다.

재판관 조용호의 보충의견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에 관한 권리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생전에 사실혼관계가 해소된 경우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는 것과 비교하여 간과할 수 없는 불균형이 발생하고, 사실혼 배우자의 재산권이나 복리를 침해하는 결과가 초래될 소지 또한 충분하다. 유족의 사후 부양과 상속재산에 대한 기여의 청산이라는 상속제도의 존재의의에 비추어 볼 때 사실혼 배우자와 법률혼 배우자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으므로, 사실혼 배우자에 대하여도 일정한 경우 상속에 관한 권리를 인정하도록 입법적 개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재판관 김창종의 보충의견

배우자의 사망으로 사실혼이 해소되는 경우 상속권과 재산분할청구권을 모두 인정하지 않는 것은 생존 중에 사실혼이 해소된 경우에 비하여 너무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입법자로서는 생존 사실혼 배우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는 방안 등을 포함하여 생존 사실혼 배우자의 재산권 보호와 부양과 관련한 각종 제도를 조속히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심판대상조문

민법(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것) 제1003조(배우자의 상속순위) ① 피상속인의 배우자는 제1000조 제1항 제1호와 제2호의 규정에 의한 상속인이 있는 경우에는 그 상속인과 동순위로 공동상속인이 되고 그 상속인이 없는 때에는 단독상속인이 된다.

② 생략

민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것) 제1057조의2(특별연고자에 대한 분여) ① 제1057조의 기간내에 상속권을 주장하는 자가 없는 때에는 가정법원은 피상속인과 생계를 같이 하고 있던 자, 피상속인의 요양간호를 한 자 기타 피상속인과 특별한 연고가 있던 자의 청구에 의하여 상속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분여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청구는 제1057조의 기간의 만료후 2월이내에 하여야 한다.

민법(2007. 5. 17. 법률 제8435호로 개정된 것) 제812조(혼인의 성립) ① 혼인은「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정한 바에 의하여 신고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

② 생략

참조판례

1. 헌재 1993. 7. 29. 92헌바20 , 판례집 5-2, 36, 44헌재 1998. 8. 27. 96헌가22 등, 판례집 10-2, 339, 356헌재 1998. 12. 24. 89헌마214 등, 판례집 10-2, 927, 944헌재 2000. 6. 29. 98헌마36 , 판례집 12-1, 869, 880-882헌재 2004. 10. 28. 2003헌가13 , 판례집 16-2하, 76, 81헌재 2008. 2. 28. 2005헌바7 , 판례집 20-1상, 221, 227헌재 2009. 11. 26. 2007헌마1424 , 판례집 21-2하, 618, 626

2. 헌재 2004. 10. 28. 2002헌마328 , 공보 98, 1187, 1194헌재 2014. 1. 28. 2012헌마267 , 공보 208, 329, 335

당사자

청 구 인임○진대리인 법무법인 금해담당변호사 정해영 외 1인

당해사건부산가정법원 2012느단4116 재산분할

주문

민법(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것) 제1003조 제1항 중 ‘배우자’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청구인은 2007. 8.경부터 이○경과 사실혼관계를 맺었고, 사실혼관계가 지속되던 중 2011. 3. 21. 이○경이사망하였다. 망 이○경(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모김○옥은 2011. 4. 11. 구미시○○동 1008-48 대 228㎡및 그 지상 철근콘크리트조 슬래브지붕 3층 건물(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 중 망인 소유의 1/2 지분에 관하여 2011. 3. 21.자 상속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

나.청구인은 2011. 9. 1. 부산지방법원에 위 김○옥을 상대로 주위적으로, 사실혼기간 동안 생활비로 20,000,000원 상당을 부담하고 망인과 함께 1년 동안 이 사건 부동산에서 아이스크림가게를 운영하는 등 이 사건 부동산의 유지에 기여하였으므로, 망인의 상속인인 위 김○옥은 청구인에게 재산분할로3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예비적으로, 청구인은 사실혼 배우자로서 민법 제1003조 제1항에 따라 망인의 직계존속인 위 김○옥과 함께 망인의 공동상속인이 되므로, 위 김○옥은 참칭상속인으로서 청구인에게 이 사건 부동산 중 청구인의 정당한 상속분의 일부에 해당하는1/10 지분에 관하여 상속회복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소를 제기하였으나[2011가단94444 손해배상(기)], 당해 사건은 2012. 12. 23. 부산가정법원으로 이송되었다(2012느단4116 재산분할).

다. 청구인은 위 심판 계속중 사실혼 배우자를 상속권자로 인정하지 아니하는 민법 제1003조 제1항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부산가정법원 2012즈기642)을 하였으나, 같은 법원은 2013. 4. 10. 위 제청신청을 각하하는 결정을 하는 한편 위 심판청구를 기각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2013. 4. 26. 위 법률조항에 대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민법(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것) 제1003조 제1항 중 ‘배우자’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심판대상조항과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1003조(배우자의 상속순위) ① 피상속인의 배우자는 제1000조 제1항 제1호와 제2호의 규정에 의한 상속인이 있는 경우에는 그 상속인과 동순위로 공동상속인이 되고 그 상속인이 없는 때에는 단독상속인이 된다.

[관련조항]

제1000조(상속의 순위) ① 상속에 있어서는 다음 순위로 상속인이 된다.

1.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2. 피상속인의 직계존속

3. 피상속인의 형제자매

4.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

3. 청구인의 주장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사실혼 배우자는 사실혼 존속 중 공동의 노력으로 이룩한 재산도 반환받을 수 없게 되므로 청구인의 재산권인 상속권이 침해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본질적으로 동거ㆍ부양ㆍ협조의무 등에서 법률혼 배우자와 차이가 없는 사실혼 배우자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으로서 사실혼 배우자인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고, 사망으로 인하여 사실혼관계가 해소된 경우 생존한 사실혼 배우자를 일률적으로 헌법적 보호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으므로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된다.

4. 판 단

가. 상속권 침해 여부

(1) 헌법제23조 제1항 제1문에서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라고 하여 재산권의 보장을 선언하고, 제2문에서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라고 하여 우리 헌법상의 재산권에 관한 규정은 다른 기본권 규정과는 달리 그 내용과 한계가 법률에 의해 구체적으로 형성되는 기본권 형성적 법률유보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그리하여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는 국회에서 제정되는 형식적 의미의 법률에 의하여 정해지므로 이 헌법상의 재산권보장은 재산권 형성적 법률유보에 의하여 실현되고 구체화하게 된다. 따라서 재산권의 구체적 모습은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법률에 의하여 형성된다.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법률은 재산권을 제한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재산권을 형성한다는 의미를 갖는다(헌재 1993. 7. 29. 92헌바20 참조).

한편 헌법 제23조 제2항에서는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입법자는 헌법 제23조 제1항 제2문에 의거하여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구체적으로 형성함에 있어서는 헌법 제23조 제1항 제1문에 의한 사적 재산권의 보장과 함께 헌법 제23조 제2항의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을 동시에 고려하여 양 법익이 균형을 이루도록 입법하여야 한다(헌재 1998. 12. 24. 89헌마214 등 참조).

따라서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구체적으로 형성함에 있어서 입법자는 일반적으로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을 가진다고 할 것이고,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거나 사회적 기속성을 함께 고려하여 균형을 이루도록 하여야 한다는 등의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하지 않는 한 재산권 형성적 법률규정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헌재 2000. 6. 29. 98헌마36 참조).

상속권은 재산권의 일종이고 상속제도나 상속권의 내용은 입법자가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사항으로서 입법자는 상속권의 내용과 한계를 구체적으로 형성함에 있어서 일반적으로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을 가진다고 할 것인바(헌재 1998. 8. 27. 96헌가22 등; 헌재 2004. 10. 28. 2003헌가13 ; 헌재 2008. 2. 28. 2005헌바7 ; 헌재 2009. 11. 26. 2007헌마1424 참조), 이 사건 법률조항은 피상속인의 배우자를 상속인에 포함시키면서 배우자의 상속순위에 관하여 규정한 것으로서 상속권의 내용과 한계를 구체적으로 형성하는 규정이므로,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하였는지를 그 위헌심사기준으로 한다.

(2)우리나라는 법률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민법 제812조 제1항 참조). 법률혼주의를 채택한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혼인신고를 한 자에 대하여만 혼인으로 인한 법적 효과를 귀속시키겠다는 의미이므로, 법률이 특별히 ‘사실혼 배우자’라고 규정하지 아니하고 단순히 ‘배우자’라고만 규정한 경우에는 법률혼 배우자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사건 법률조항 역시 단순히 ‘배우자’라고만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률혼 배우자에게만 상속권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3) 이 사건 법률조항이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하지 아니하는 것은 상속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객관적인 기준에 의하여 파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상속을 둘러싼 분쟁을 방지하고, 상속으로 인한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시키며, 거래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서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정성이 인정된다.

사실혼 부부는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혼인의 효과를 배제하고 부부공동생활의 내용에 관하여 스스로 결정하기 위하여 법률혼 대신 사실혼을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사실혼 부부에 대하여 획일적으로 법률이 정한 상속권을 인정하게 되면 경우에 따라 당사자들의 의사에 반하게 될 수 있고, 사실혼관계인지 여부는 공시가 이루어지지 않아 당사자 이외의 자가 쉽게 알 수 없으므로, 이에 관하여 다툼이 생겨 상속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사실혼 배우자는 혼인신고를 함으로써 상속권을 가질 수 있고, 증여나 유증을 받는 방법으로 상속에 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피상속인 명의의 재산을 취득함에 있어 대가를 부담한 경우에는 소유권 또는 공유지분을 주장할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사실혼 배우자는 상속인이 없는 경우에는 민법상 특별연고자에 대한 분여를 받을 수 있고, 피상속인이 상속인 없이 사망한 경우 또는 사망 당시 상속인이 주택에서 가정공동생활을 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 일

정한 범위 내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임차권을 승계할 수 있으며, 근로기준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공무원연금법, 군인연금법,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 국민연금법,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유족급여 등을 받을 권리가 인정된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현저히 자의적이어서 기본권제한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사실혼 배우자인 청구인의 상속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나. 평등권 침해 여부

(1) 평등권 위반 여부의 심사에 있어서 엄격심사에 의할 것인지, 완화된 심사에 의할 것인지는 입법자 내지 입법의 위임을 받은 행정부에게 인정되는 형성의 자유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데(헌재 2004. 10. 28. 2002헌마328 ; 헌재 2014. 1. 28. 2012헌마267 참조), 상속권의 내용과 한계를 구체적으로 형성함에 있어서 입법자는 일반적으로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을 가지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평등심사는 완화된 심사기준인 자의금지원칙을 적용함이 타당하다.

(2)우리나라는 법률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바, 법률적 절차로서의 신고를하지 않았지만 혼인의 실질적 요건을 구비한 관계를 보호하기 위하여 혼인에 관한 효력 중 일부를 사실혼에도 인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법률혼주의를 채택한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제3자에게 영향을 미쳐 명확성과 획일성이 요청되는 법률관계에는 혼인의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 그런데 상속으로 인한 법률관계는 분쟁을 방지하고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하며 거래의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 요청되므로, 사실혼을 법률혼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또한, 자발적으로 사실혼을 선택한 당사자는 법적 구속을 받지 않으려는 스스로의 적극적인 의사에 따라 국가의 개입을 거부하는 것이므로, 혼인의 효과로서 획일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상속권에 관하여 사실혼 배우자와 법률혼 배우자를 차별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취급에는 수긍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이를 두고 자의적인 차별로서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헌법 제36조 제1항 위반 여부

청구인은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헌법 제36조 제1항의 국가의 혼인제도 보장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헌법 제36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혼인’이란 양성이 평등하고 존엄한 개인으로서 자유로운 의사의 합치에 의하여 생활공동체를 이루는 것으로서 법적으로 승인받은 것을 말하므로, 법적으로 승인되지 아니한 사실혼은 헌법 제36조 제1항의 보호범위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되지 않는다.

5.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조용호의, 아래 7.과 같은 재판관 김창종의 보충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6. 재판관 조용호의 보충의견

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지는 않지만, 사실혼관계에 있는 배우자에 대하여도 일정한 경우 상속에 관한 권리를 인정하는 것으로 입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므로, 아래와 같이 견해를 밝힌다.

(1) 혼인은 혼인적령기에 이른 남녀가 자유롭고 진지한 의사결정에 따라 정신적ㆍ육체적으로 결합하여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는 것으로서, 부부 중 일방이 사망하거나 이혼 등의 사유로 인하여 혼인이 해소되기까지는 계속하여 유지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원래 관습적으로 의식혼주의와 사실혼주의가 병행되어 왔기 때문에 법률혼에 상대되는 사실혼문제는 발생할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에 법률혼주의가 채용되고, 건국 후 제정된 민법이 또한 법률혼주의를 채용함으로써 남녀가 혼례의식을 거행하고 동거하며 사실상 혼인생활에 들어가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으면 법적으로는 혼인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사실혼은 나라마다 개념이 다르고 사회적 환경의 변화나 시대에 따라 개념이 변하고 있으며, 그 발생원인도 법률의 부지 또는 법률상 장애 등으로 인한 무의식적, 비자발적 유형부터 당사자의 의사에 기한 의도적,자발적 유형까지 다양하여, 이를 일률적으로 다루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실혼은 혼인의사와 실질적인 부부 공동생활의 실체가 존재함에도 혼인신고라는 법규상의 형식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서 법적인 부부관계로 인정받지 못하는 남녀의 결합이라고 보는 것이 지금의 통설적 견해인 것

으로 보이고, 판례도 “사실혼이란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 사회관념상으로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는 경우”라고 정의하고 있다{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므1379, 1386(반소) 판결}. 이와 같은 개념을 바탕으로 사실혼은 법률상의 혼인관계는 아니지만 사회적으로는 부부로 인정되기 때문에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해 온 것이 현재의 학설과 판례의 입장이다.

최근 학계에서는, 혼인 외의 생활공동체(nichtehelicher Lebensgemeinschaft) 내지혼외동거(cohabitation, concubinage)등 이혼율의 증가에 따른 혼인에 대한 부담감, 가족관념의 변화와 함께 경제적 자립의 기반을 갖춘 사람이 자신의 선택에 따라 법률혼의 속박을 꺼려 혼인신고를 거부하고 자유롭게 가정을 형성하는 동거관계에 대하여 법적인 보호방향을 설정하는 문제가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이처럼 사회가 변화하고 젊은 층의 인식이 달라지면서 남녀관계가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고, 우리나라도 정도의 문제는 있겠지만 거기에 대응하는 법이론의 구성이 필요한 때가 도래하였다. 다만, 그와 같은 동거관계가 지금의 통설과 판례에 따른 사실혼의 개념에 포섭될 수 있을지 의문이 있으므로, 이 사건에서는 기존의 준혼(準婚)관계로 보아 법률상 보호하고 있는 사실혼관계를 중심으로 사실혼 부부의 일방이 사망한 경우 생존한 배우자의 보호방안이 된다.

(2) 판례에 의하면, 사실혼관계가 생전에 해소된 경우 사실혼 부부의 실질적인 공동재산은 재산분할제도에 의해서 적절히 청산, 분배될 수 있으나, 사실혼관계가 일방의 사망으로 해소될 때에는 이러한 청산과 분배는 극히 제한적이다. 사실혼 배우자는 상속재산 취득에 대가를 부담하였다는 점을 입증하면 그 범위 내에서 공유재산분할 등을 받을 수 있으나, 그 입증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사, 육아 등에 전념한 사실혼 배우자는 위 법리에 따른 보호를 받을 수 없고, 유언에 의한 상속이 극히 드문 현실에서 유언제도에 의하여 보호되는 범위도 매우 협소하다. 이와 같은 현실을 고려할 때,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하지 아니하면 생존 사실혼 배우자는 자신의 기여로 형성된 재산에 대하여도 아무런 권리를 가지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고, 가사와 육아 등을 위하여 자신의 직업능력을 발휘하거나 별도의 수입을 얻는 데 지장을 받게 된 경우에는 배우자의 사망 후 생계유지가 어렵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형평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최근 사실혼의 부(夫)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고, 사실혼의 처와는 혈연관계가 없는 그의 아들에 의

하여 사실혼의 부가 다른 병원으로 옮겨지자, 사실혼의 처가 사실혼관계의 해소와 재산분할심판청구를 하고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사실혼의 부가 사망한 사건에서 법원은 사망한 부의 상속인인 직계비속에 대하여 소송수계를 인정하는 결정을 하였는바(대법원 2009. 2. 9.자 2008스105 결정), 이는 결코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결과적으로 사실혼 배우자의 생명이 위독한 상황에서 다른 일방 배우자에게 사실혼관계를 해소하고 재산분할심판청구를 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되었으므로, 현재의 법상태가 갖는 문제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리고 민사특별법인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는 사실혼 배우자에게 임차권의 승계를 인정하여 주거권을 보장하고 있음에도, 사실혼관계에 있는 피상속인이 주택을 소유하거나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보호대상이 아닌 주택에 거주한 경우에는 생존한 사실혼 배우자에게 주거권의 승계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방법이 없고, 민법상 특별연고자에 대한 상속재산분여의 규정(민법 제1057조의 2)에 의하여 사실혼 배우자도 실질적인 상속을 받을 수 있지만, 이는 상속인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 적용되는 조항으로서 피상속인에게 4촌 이내의 혈족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자신이 공동으로 노력하여 형성한 상속재산에 대하여 전혀 상속을 받을 수 없는 현실을 수긍하기 어려울 것이다.

(3) 한편, 상속제도의 존재의의에 비추어 보아도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상속이 개시되면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등의 근친이 상속인으로서 상속재산을 승계하게 되는데, 이와 같은 사람들을 법정상속인으로 규정하여 상속을 인정하는 이유는 피상속인 사후에 유족의 부양을 보장하고 상속재산의 형성에 따른 기여를 청산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유족의 생활보장은 전통적으로 상속제도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사실혼 부부 사이에 부양의무를 인정하는 학설과 판례의 태도는 입법에도 반영되어 각종 연금(보험)관계법령에서 사실혼 배우자가 법률혼 배우자와 같이 취급되어 유족연금의 제1순위 수급권자로 규정되어 있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법률규정은 사실혼 부부 사이에 부양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사실혼 부부의 일방이 사망한 경우 생존한 배우자의 생활을 보장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점은 유족의 사후 부양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사실혼 배우자와 법률혼 배우자 사이에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피상속인 명의의 재산일지라도 이러한 재산에는 생존 배우자의 지분이 잠재되어 있으므로 혼인관계 해소 시 이를 청산해서 생존 배우자에 귀속시켜야 한다. 즉, 혼인 중에 부부가 공동의 노력으로 취득한 실질적인 공동재산

은 혼인관계가 해소되는 경우에 부부 각자의 기여도에 따라 청산, 분배되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혼 부부도 생활공동체를 형성하여 서로 동거, 부양, 협조하면서 공동의 노력으로 재산을 형성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법률혼 부부와 다를 것이 없으므로, 상속을 통하여 이러한 부부의 실질적인 공동재산의 청산, 분배에 참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사실혼 부부에게 해석상 민법상의 상속권을 인정하자는 견해도 나름의 설득력이 있고 그 현실적 필요성도 있음을 부인할 수 없으나, 상속이란 피상속인의 재산에 대한 권리ㆍ의무의 포괄적 승계이어서 법적 안정성이 무엇보다 고려되어야 할 요소인데, 사실혼관계에 있다는 것만으로는 가족관계등록부의 기재와 같은 객관적ㆍ획일적인 공시방법이 되지 않아 현행 민법하에서는 사실혼 부부에게 민법상의 상속권을 인정하기는 어려워 보이고 이는 입법을 통하여 해결함이 타당하다.

(4) 그러나 현재의 법 상태에서 제도적 보완을 거치지 않고 단순히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권을 인정하는 내용으로만 입법을 한다면, 상속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이익이 침해되고, 상속으로 인한 법률관계가 불안정하게 되는 부작용을 막을 수 없다. 따라서 입법을 통하여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에 대하여도 일정한 경우 상속권을 인정하되, 상속인인지 여부를 대외적으로 명확히 하기 위해서 재판을 통하여 사실혼관계가 인정된 경우에만 상속권을 취득하도록 하고, 판결의 확정 전에 다른 공동상속인들이 행한 상속재산의 분할, 처분, 변제, 변제의 수령 등을 모두 유효한 것으로 보며, 다른 공동상속인들에 의하여 위와 같은 행위가 이루어진 경우 사실혼 배우자는 다른 공동상속인들에게 가액반환청구만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위와 같이 규정할 경우 다른 공동상속인들의 행위를 모두 유효한 것으로 보게 되므로,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거래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다.

또한, 위와 같이 공동상속인 외의 이해관계인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면, 사실혼 배우자가 검사를 상대로 사실상혼인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하거나 다른 공동상속인들을 상대로 가액반환청구를 하면서 그 전제 문제로 사실혼관계의 존부를 확정하는 것 외에는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함으로 인하여 추가로 발생하는 분쟁이 없을 것이므로, 상속을 둘러싼 분쟁이 확대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나아가 사실혼 배우자가 사실혼관계를 인정받기 위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기간에 제한을 두고, 가액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도 제한하게 되면, 상속으로 인한 법률관계가 장기간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5) 오늘날에는 혼인신고를 의도적으로 기피하여 법적보호나 규율을 의식적으로 거부하고 사실상의 부부공동생활을 하는 관계가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무의식적, 비자발적 유형의 사실혼이 존재하고, 당사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사실혼 배우자를 보호할 필요성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 또한, 사람들이 법률혼을 선택할 수 없었던 사정은 매우 다양하므로, 사실혼관계를 맺은 것이 반드시 상속권을 포기하는 의사를 포함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상속을 원하지 아니하는 사실혼 배우자는 상속을 포기하거나 상속을 받기 위한 신청을 포기함으로써 자신의 의사를 실현할 수 있다. 외국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재산관계의 청산이나 부양의무를 인정함으로써 일방의 사망으로 인한 사실혼관계의 해소가 생존한 다른 일방에게 가혹한 결과가 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의 경우에는 사실혼관계가 사망으로 해소되면 생존 배우자에게 상속권은 물론 재산분할청구나 부양료청구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외국의 경우와 대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6)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함으로써, 혼인과 가족생활을 스스로 결정하고 형성할 수 있는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함과 동시에, 혼인과 가족에 대한 제도를 보장하고 있다. 여기에서의 혼인은 물론 법적으로 승인된 혼인의 경우를 의미한다. 그러나 입법적으로 사실혼관계에 있는 배우자에 대하여 일정한 경우 상속에 관한 권리를 인정한다고 하여 그것이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되는 것도 아니다.

(7)그렇다면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 생존한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에 관한 권리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생전에 사실혼관계가 해소된 경우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는 것과 비교하여 간과할 수 없는 불균형이 발생하고, 주택임대차보호법이나 각종 연금(보험)관계법령에서 사실혼 배우자를 보호하는 취지와도 배치되며, 사실혼 배우자의 재산권이나 복리를 침해하는 결과가 초래될 소지 또한 충분하므로, 입법을 개선하여 이를 조속히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7. 재판관 김창종의 보충의견

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는 않는다고 보지만, 생존한 사실혼 배우자의 재산권 등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므로,

아래와 같이 견해를 밝힌다.

사실혼은 혼인의사와 실질적인 부부 공동생활의 실체가 존재함에도 혼인신고라는 법규상의 형식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서 법적인 부부관계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일 뿐 부부로서의 생활공동체라는 실질에 있어서는 법률혼 부부와 전혀 다를 바 없다. 사실혼은 법률혼에 비하여 여러 가지 측면에서 법적 보호가 취약한 것이 사실이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제외하면 실제로 법률혼과 다름없기 때문에 학설과 판례는 사실혼 배우자 사이에도 부부로서의 동거ㆍ부양·협조의무가 있고, 부부간의 정조의무를 지켜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사실혼을 파기한 자는 상대방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그 밖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나 공무원연금법 등 각종 연금 관련법령에서 사실혼 배우자에게도 유족급여를 받을 권리를 인정하거나,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일정한 경우 사실혼 배우자에게도 임차권의 승계를 인정한 것 등도 사실혼을 실제상 법률혼과 같이 적극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입법적으로 확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대법원 판례는 사실혼관계에 있었던 당사자들이 생전에 사실혼관계를 해소한 경우에는 부부재산에 관한 청산의 의미를 갖는 재산분할 규정을 준용 또는 유추적용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1995. 3. 28. 선고 94므1584 판결 등 참조)고 해석하면서도, 사실혼관계가 일방 당사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종료된 경우에는 법률혼관계의 생존 배우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지 아니하고 단지 상속권만 인정된다는 점을 근거로, 생존 사실혼 배우자에게도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두15595 판결 참조).

사망에 의한 법률혼 해소의 경우에는 생존 배우자에게 상속권이 인정되기 때문에 현행법의 체계상 부부 재산관계의 청산과 유족의 사후 부양이라는 실질적으로 동일한 근거를 갖고 있는 재산분할청구권을 중첩하여 인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사실혼 배우자의 사망으로 사실혼이 해소된 경우에는 생존 배우자에게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라 상속권이 인정되지 않음에도, 앞에서 본 것처럼 재산분할청구권까지도 인정하지 않는다면 사망으로 인하여 사실혼이 해소된 생존 배우자의 경우는 생존 중에 사실혼이 해소된 경우에 비하여 너무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러한 불합리한 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일부 외국의 입법례와 같이 사실혼 배우자에게도 일정한 요건 아래 상속권을 법적으로 직접 인정하

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지만, 상속인 판정의 객관적 명확성, 상속법률관계의 조속한 확정이나 거래의 안전 도모 등을 이유로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권을 직접 인정하기 어렵다고 한다면, 최소한 생존 사실혼 배우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것도 또 다른 보호 방안이 될 수 있다.

사실혼관계 부부 일방이 자신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대외적으로는 그의 특유재산으로 인정되지만, 그 재산 가운데는 타방 배우자의 노력과 협력에 의한 실질적인 공유지분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사망에 의한 사실혼 해소 시 생존 배우자에게 재산분할을 인정하는 것은 그가 혼인 중 취득한 잠재적 공유지분을 현실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고, 상속인이나 수증자에게 귀속될 권리를 새삼스럽게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사망에 의한 사실혼 해소 시 생존 배우자가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역으로 사망 배우자의 상속인들이 생존 배우자를 상대로 생존 배우자 명의 재산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망에 의한 사실혼 해소 시에도 사실혼 배우자들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을 전면적으로 인정하더라도 반드시 불합리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혼인 중 취득한 부부 일방 명의의 재산 가운데 부부 쌍방의 노동과 협력으로 취득한 재산을 대외적인 명의와 관계없이 내부적으로 실질적인 부부 공동재산으로 보아 공유물분할청구나 명의신탁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청구 등을 통하여 자신의 재산을 찾아오는 방법이 있으므로 재산분할을 인정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혼인 중 취득한 재산을 부부의 공유재산으로 인정받기 위하여는 그 재산 취득에 있어서 대가를 공동으로 부담하였다 등 구체적으로 재산형성에 직접 기여하였다는 점을 입증하여야만 할 터인데, 실제 그러한 입증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고, 예컨대 전업주부와 같이 가사노동에 전념하면서 재산형성에 협력하거나 기여한 경우에는 재산분할제도를 통하지 않고서는 보호를 받기 어렵다.

그러므로 입법자로서는 다른 외국 입법례를 참조하여 생존 사실혼 배우자에게도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는 방안 등을 포함하여 생존 사실혼 배우자의 재산권 보호와 부양과 관련한 각종 제도를 조속히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재판관

재판관 박한철(재판장)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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