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9르20829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원고항소인
갑
피고피항소인
을
제1심판결
부산가정법원 2019. 7. 9. 선고 2018드단215073 판결
변론종결
2020. 4. 22.
판결선고
2020. 5. 20.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및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와 피고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가족관계등록부상 원고를 아버지로, 망 병을 어머니로 하여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친생자로 등재되어 있다.
나. 그러나 사실 피고는 정와 망 무 사이에서 출생한 자인데, 병은 피고가 5세 남짓일 무렵 재혼한 정을 대신하여 피고를 키우고 있던 정의 어머니와 상의하여 피고를 데려와 1975. 1. 18. 원고와 병 사이에 출생한 친생자인 것처럼 출생신고를 하였다.다. 병은 2018. 7. 26. 사망하였고, 원고는 2018. 11. 20. 피고를 상대로 2018. 11. 20. 이 건 소를 제기하였다.
[인정근거] 갑1호증, 을1 내지 3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증인 김OO의 일부 증언, 증인 이OO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는, 피고에 대한 출생신고를 할 당시 입양의 합의 및 의사가 없었고, 현재도 입양의 의사가 없으며, 피고의 친모인 정의 입양에 관한 동의도 없었으므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양친자관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소로써 원, 피고간의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을 구한다.
나.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피고와 양친자관계를 창설할 의사로 피고에 대하여 친생자출생신고를 하였고 원, 피고간에 입양의 실질적 요건도 모두 구비하였으므로, 위 출생신고에 의하여 입양의 효력이 발생하였고, 이러한 경우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청구는 허용되지 않으므로, 원고의 청구에 응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3. 이 사건 소의 적법 여부에 관한 직권 판단
가. 관련 법리
당사자가 입양의 의사로 친생자 출생신고를 하고 거기에 입양의 실질적 요건이 구비되어 있다면 입양의 효력이 발생하고, 이 경우 허위의 친생자 출생신고는 법률상의 친자관계인 양친자관계를 공시하는 입양신고의 기능을 하게 되는 것이며, 또한 친생자 출생신고 당시에는 입양의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더라도 그 후에 입양의 실질적 요건을 갖추게 된 경우에는 무효인 친생자 출생신고는 소급적으로 입양신고로서의 효력을 갖게 된다고 할 것인데, 여기서 입양의 실질적 요건이 구비되어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민법 제883조 각 호 소정의 입양의 무효사유가 없어야 함은 물론, 감호·양육 등 양친자로서의 신분적 생활사실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것으로서, 입양의 의사로 친생자 출생신고를 하였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입양신고로서의 효력이 생기지 아니한다(대법원 2007. 9. 6. 선고 2007다32795 판결 등 참조).
한편, 민법 제869조에서 정한 입양승낙 없이 친생자로서의 출생신고 방법으로 입양된 15세 미만의 자가 입양의 승낙능력이 생긴 15세 이후에도 계속하여 자신을 입양한 상대방을 부모로 여기고 생활하는 등 입양의 실질적인 요건을 갖춘 이상 친생자로 신고된 자는 그가 15세가 된 이후에 상대방이 한 입양에 갈음하는 출생신고를 묵시적으로 추인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대법원 1990. 3. 9. 선고 89므389 판결, 대법원 1997. 7. 11. 선고 96므1151 판결 등 참조).
나아가 허위의 친생자출생신고가 법률상의 친자관계인 양친자관계를 공시하는 입양신고의 기능을 발휘하게 되는 경우, 파양에 의하여 그 양친자관계를 해소할 필요가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호적기재 자체를 말소하여 법률상 친자관계의 존재를 부인하게 하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청구는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1977. 7. 26. 선고 77다492 전원합의체 판결, 1988. 2. 23. 선고 85므86 판결, 1991. 12. 13. 선고 91므153 판결, 1994. 5. 24. 선고 93므119 판결 등 참조).
나. 인정사실
앞서 기재한 증거들과 을4,5,6호증의 각 기재 내지 영상을 종합하면 다음의 각 사실이 인정된다.
1) 정은 피고를 출산한 지 몇 개월 만에 무가 사망하고 이후 재혼을 하게 되자 어머니인에게 피고의 양육을 맡겼다. 정의 어머니는 나이 어린 피고를 데리고 다니며 행상을 하였다.
2) 한편 원고와 사이에서 외동아들(1958. 9. 29.생)을 키우고 있던 병은 친부가 죽고 외손녀를 홀로 키우고 있던 정의 어머니의 딱한 사정을 듣고 정의 어머니를 찾아가 피고를 친자식처럼 잘 키우겠다고 몇 차례 요청하였고, 고심하던 정의 어머니는 병을 믿고 피고를 데려가도록 허락하였다.
3) 원고는 병이 피고를 데려오자 1975. 1. 18. 직접 원고와 병 사이의 친생자로 피고에 대한 출생신고를 하였다.
4) 원고는 피고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한 집에서 동거하며 병과 함께 피고를 양육하였고, 피고가 2002년경 혼인을 할 당시 피고의 아버지로 역할을 하는 등 원고와 병의 가족들이 주축이 되어 결혼식을 거행하였다.
5) 피고는 성년이 된 후 원고와 병이 친부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나(증인 김○○은 피고가 중학생 무렵 그 사실을 알았다고 증언하였으나, 피고가 15세 이후 이를 알게 된 이상 그 시점은 큰 차이가 없으므로 피고의 진술에 따른다), 가족관계등록부상 원고와 병이 친부모로 등재되어 있고 그들이 피고를 양육하는 사실에 대하여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이후에도 원고와 병과 교류하였다.
6) 한편 피고는 병이 2018. 7. 26. 사망하자 위 장례식에 상주로 참석하였고, 망 병의 상속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원고 측의 요구대로 상속재산을 포기한다는 취지의 상속재산분할협의서를 작성해 주었다.
다. 판단
원고와 피고 사이에 생물학적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함은 다툼이 없으므로,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양친자관계가 성립되었는지에 관하여 살피건대, 피고에 대한 출생신고 당시 원고에게 피고를 입양할 의사가 있었다고 볼 만한 구체적 증거가 없으나, 한편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법률상 배우자이던 병이 피고를 데려오자 직접 원고와 병의 친생자로 피고에 대한 출생신고를 하였고, 그 이후에도 한 집에서 동거하며 명과 함께 피고를 양육하였으며, 명이 사망하고 이 사건 소 제기 전까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부모 자녀로 교류해 왔으므로, 원고는 묵시적으로 입양을 추인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에 관한 출생신고는 소급적으로 입양신고로서의 효력을 갖는다.
또한 피고의 출생신고 당시 친모인 정의 동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나(오히려 증인 이○○는 정의 어머니가 피고를 원고 측에게 보낸 이후 정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었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한편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가 15세가 지난 뒤에도 원고와 병을 친부모로 여기며 함께 지냈고 성년이 된 이후 그들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현재까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이상, 피고가 15세가 된 이후에 원고가 한 입양에 갈음하는 출생신고를 묵시적으로 추인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유효한 양친자관계가 성립하고, 원·피고 사이에 파양에 의하여 양친자관계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유도 보이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청구는 허용될 수 없다.
4. 항소심의 추가판단 원고는 피고에 대한 입양의사가 없었고, 피고와의 사이에 양친자로서의 신분적 생활 사실도 없으므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친생자 출생신고가 입양신고로서의 효력을 갖는다고 볼 수 없다고 거듭하여 주장한다.
살피건대, 제1심 인정사실, 당심 증인 김△△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통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친생자출생신고 자체가 입양의 의사를 추단하게 하는 정황이라고 볼 수 있는데(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므4099 판결 등 참조), 원고는 피고가 자신의 친생자가 아님을 알면서도 피고를 데려온 지 약 6개월 만에 직접 피고에 대한 출생신고를 했던 점, ② 원고는 피고에 대한 출생신고를 한 뒤부터 2018. 11. 20. 이 사건 소를 제기할 때까지 약 4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점, ③ 원고는 망 병이 피고를 데려왔을 때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피고와 한 집에서 같이 생활하였고, 피고의 결혼식, 망 병의 장례식 등 집안의 대소사를 함께 처리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피고에 대한 입양의사를 추단할 수 있고, 원고와 피고 사이에 양친자로서의 신분적 생활사실도 구비되었다고 판단된다.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한 제1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이일주
판사오대훈
판사엄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