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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7. 7. 11. 선고 96므1151 판결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공1997.9.1.(41),2513]
판시사항

입양승낙 없이 친생자 출생신고의 방법으로 입양된 15세 미만의 자가 15세가 된 후에도 입양의 실질적인 요건을 갖추고 있는 경우, 입양에 갈음하는 출생신고를 묵시적으로 추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구 민법(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69조 소정의 입양승낙 없이 친생자로서의 출생신고 방법으로 입양된 15세 미만의 자인 갑이 입양의 승낙능력이 생긴 15세 이후에도 계속하여 자신을 입양한 을을 어머니로 여기고 생활하는 등 입양의 실질적인 요건을 갖춘 이상, 갑은 그가 15세가 된 이후에 을이 한 입양에 갈음하는 출생신고를 묵시적으로 추인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일단 추인에 의하여 형성된 양친자관계는 파양에 의하지 않고는 이를 해소시킬 수 없다.

원고,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영철)

피고,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강윤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제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은 그 내세운 증거에 의하여, 망 소외 1(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나이 23세 무렵 소외 소외 2와 사실혼관계를 맺고 수개월간 동거를 하다가 지병 등을 이유로 헤어진 후 그 본적지에서 계속하여 독신생활을 하여 온 사실, 피고는 어릴 때부터 부모를 모르는 고아였는데, 약 5세가 되던 1967년경까지 속초시에서 식당을 경영하며 피고의 고모를 자처하던 성명불상의 여자에 의하여 양육되어 오다가, 위 여자는 형편상 피고를 양육하기 어렵게 되자, 선원으로서 자신의 식당에 자주 드나들던 소외 문군실에게 피고를 데려가 키워 달라고 부탁을 하여 위 문군실이 피고를 그의 거주지인 부산으로 데리고 가 약 1년간 양육한 사실, 그런데 우연히 위 문군실의 이웃에 거주하던 소외 소외 3은 피고가 굶주림에 시달리며 어렵게 커가는 것을 보고 자신의 외사촌으로서 혼자 사는 위 망인가 피고를 양육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여 위 망인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고 피고의 양육을 주선하자, 위 망인는 동생인 위 함봉희로 하여금 1968년경 위 문군실 부인의 허락하에 피고를 제주도로 데리고 오게 하여 위 망인의 주거지에서 피고와 단둘이 살면서 피고를 딸처럼 양육하여 온 사실, 그 후 약 2년이 경과하여 피고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인 1971. 12. 31.경 위 망인는 피고를 입학시키기 위하여 편의상 마치 자신이 피고를 출산한 것처럼 하고 아버지는 모르는 것으로 하여 피고의 성명을 자신의 성(성)을 따라 짓고으로 하여 자신의 본적지(제주 북제주군 구좌읍 구좌읍)에서 피고를 1962. 7. 21. 출산한 것으로 출생신고를 한 사실, 피고는 초등학교를 마친 뒤, 집에서 위 망인의 농사일 등을 거들며 생활하다가 1976년경 육지로 나가 해녀일을 하여 오던 중, 1979년경 경남 거제도에서 지금의 남편인 소외 소외 4을 사귀게 되었으며, 피고는 반드시 제주 사람과 결혼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위 망인가 두 사람의 교제를 반대하였으나, 피고는 1980. 3.경부터 위 소외 4과 동거에 들어가 자식을 낳고 1983. 5. 4. 혼인신고를 한 부부로서 거제도 등지에서 생활한 사실, 그에 따라 그 후부터 1991. 11. 23.(호적상은 1992년 같은 날로 등재되어 있음) 위 망인가 사망할 때까지 상호 아무 왕래나 연락도 없는 등 피고와 위 망인의 관계가 멀어졌고, 피고는 1994년경까지 위 망인의 사망사실도 모르고 있었으며, 그의 장례식이나 소기 등의 행사에 참석한 바도 없는 사실을 각 인정한 다음, 피고와 위 망인 사이에는 혈연적인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한다 할 것인데, 다만 당사자가 양친자관계를 창설할 의사로 친생자출생신고를 하고 거기에 입양의 실질적 요건이 모두 구비되어 있다면 그 형식에 다소 잘못이 있더라도 입양의 효력이 발생한다 할 것이고, 이 사건에서는 비록 위 망인가 어릴 적에 데려온 피고를 딸처럼 키워 왔지만, 위 망인가 피고를 초등학교에 취학시키기 위하여 편의상 친생자출생신고를 한 것으로 인정되는 점에 비추어 위 망인가 양친자관계를 창설할 의사로 피고를 친생자로 출생신고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또한 위 망인가 피고를 친생자로 출생신고를 할 당시 피고가 15세 미만이었으므로 피고 본인의 입양합의에 갈음하여 피고의 법정대리인의 입양승낙을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승낙이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어 위 출생신고에 있어서 입양의 실질적 요건을 구비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한 후, 피고의 주장, 즉 입양 당시에는 입양의 실질적 요건이 구비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피고가 약 17세가 될 때까지 위 망인를 어머니로 모셔왔고 망인도 피고를 양딸로 키우면서 아무런 이의 없이 생활하여 왔다는 주장에 대하여,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위 망인는 피고가 제주로 온 6세 당시부터 15세가 되어 해녀생활을 하기 위하여 육지로 나갔을 때까지 피고를 딸처럼 양육하면서 함께 생활하여 왔으며, 피고가 육지에 나간 후 18세 당시 육지에서 현재의 남편과 만나기 전까지도 위 망인와의 사이에 왕래나 연락이 두절되지 않고 있었으므로(위 망인가 남편과의 교제나 결혼을 반대한 사실로부터 알 수 있다), 적어도 그 때까지는 피고와 위 망인 사이에 실질적인 양친자관계가 지속되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고, 따라서 피고는 그가 15세가 된 이후에 위 망인가 한 입양에 갈음하는 출생신고를 추인하였다고 볼 여지도 있다 할 것이나, 그 후에 피고가 위 망인의 반대를 무릅쓰고 남편과 동거하면서 위 망인와는 아무 왕래나 연락도 없이 거제도에서 생활하여 왔고 위 망인의 사망사실조차 몰랐던 사실은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으므로, 그로써 피고와 위 망인 사이에 공동생활을 기초로 한 위 실질적인 양친자관계가 단절되었다고 인정되는 점에 비추어, 그 이전에 피고의 묵시적 추인이 없었거나 있었다고 하더라도 완전한 효력이 부여될 수 없는 정도의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고 그 밖에 달리 묵시적 추인이 있었다는 점에 관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2. 판 단

그러나 원심이 확정한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독신생활을 하고 있던 위 망인가 사고무친인 피고를 6세 때부터 데려다가 딸처럼 양육하여 오던 중(피고도 위 망인를 어머니라고 부르고 위 망인도 피고를 딸로서 대우하였다), 위와 같이 자신의 호적에 자기의 성을 따라 피고를 친생자로 출생신고하였으며, 그 후 피고가 제주도를 떠나 육지로 나가 현재의 남편과 만나기 전까지도 서로 연락하고 왕래를 하여 왔던 점, 비록 피고가 위 망인의 반대를 무릅쓰고 현재의 남편과 결혼한 것으로 위 망인와의 사이가 다소 소원하게 된 것은 사실이나 이는 위 망인가 피고를 제주에서 고향사람과 결혼을 시키려는 의도하에 피고가 외지인인 현재의 남편과 결혼하는 것을 완강히 반대하고 그 고집을 꺽지 않았기 때문이며(심지어 위 망인는 그의 동생인 원고를 시켜 피고의 첫애의 돌 때인 1982. 6.경 피고를 제주도로 데려 오게 하였다), 피고가 위 망인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한 것은 위 망인의 사망 사실을 연락받지 못해서인 점, 피고가 지금까지도 위 를 어머니로 여기면서 위 망인함홍호 사망할 때까지 위 출생신고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고 있지 아니한 점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여 보면 위 망인는 피고를 자신의 딸로서 키워왔고(위 망인가 피고를 딸로 생각하지 아니하였다면 피고의 결혼을 완강하게 반대하지 아니하였을 것이고, 피고에 대하여 위와 같은 애착도 갖지 아니하였을 것이다), 피고 역시 위 망인를 어머니로 모시며 생활하여 왔던 것으로 추단되어지므로 위 망인가 1971. 12. 31.경 피고를 자신의 딸로서 출생신고한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원심 판시와 같이 단순히 피고를 초등학교에 취학시키기 위하여 한 것이 아니라 피고를 자신의 양녀로 삼기로 마음먹고 편의상 자신이 피고를 출산한 것처럼 출생신고를 한 것이라고 보여진다.

그리고 피고가 입양의 승낙능력이 생긴 15세 이후에도 계속하여 위 망인를 어머니로 여기고 생활하는 등 입양의 실질적인 요건을 갖춘 이상, 피고는 그가 15세가 된 이후에 위 망인가 한 입양에 갈음하는 출생신고를 묵시적으로 추인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고, 일단 추인에 의하여 형성된 양친자관계는 파양에 의하지 않고는 이를 해소시킬 수 없다 할 것이다( 대법원 1990. 3. 9. 선고 89므389 판결 참조).

사정이 이러하다면 원심으로서는 위 망인가 피고에 대하여 완강하게 결혼을 반대하게 된 경위나 피고가 결혼한 후에도 피고에 대하여 애착을 가지게 된 경위, 피고가 현재까지도 위 망인를 어머니로 생각하고 있는지의 여부 등에 대하여 좀더 심리를 한 다음, 정말로 위 망인가 피고를 자신의 딸로 생각하고 키워 왔는지, 피고가 15세가 된 이후에 위 망인가 한 입양에 갈음하는 출생신고를 추인하였는지의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나가지 아니한 채 피고가 현재의 남편과 혼인신고를 한 후 위 망인와의 관계가 소원하여졌다는 점에만 집착하여 위 망인의 피고에 대한 출생신고를 단순히 피고의 취학을 위한 것에 불과한 것이고, 피고가 15세가 된 이후에 위 의 망인 위 입양에 갈음하는 출생신고에 대하여 묵시적 추인를 하지 않았거나, 하였다 하더라도 완전한 효력이 부여된 정도의 것이 아니라고 판단한 조치에는 심리미진이나 논리칙과 경험칙에 반한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채증법칙을 위배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일반적으로 피고가 위 입양에 갈음하는 출생신고에 대하여 묵시적 추인을 하였으면 바로 입양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인데, 원심은 묵시적 추인을 하였더라도 그 묵시적 추인이 입양의 완전한 효력을 발생시킬 수 있을 정도의 것이 아니라고 설시하고 있는바,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입양으로서의 완전한 효력을 발생시킬 수 있을 정도의 묵시적 추인이란 어떠한 것인가를 밝혔어야 한다), 이러한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임이 분명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만호(재판장) 박준서 김형선(주심) 이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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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제주지방법원 1996.7.5.선고 95르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