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2가합47451 손해배상(기)
원고
A
피고
대한민국
변론종결
2014. 3. 24.
판결선고
2014. 5. 1.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60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1950. 10. 1.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전남 장흥지역은 6. 25. 전쟁 발발 이후 1950. 7. 28.경 경찰이 후퇴한 후 인민군이 점령하면서 치안대가 조직되고 치안대 및 내무서를 중심으로 지방 유지나 우익 세력에 대한 색출작업이 진행되었고, 인민군 퇴각기인 1950. 10. 초순경 지방 유지나 우익세력이 지방좌익에 의하여 희생당하는 사건(이하 '이 사건 장흥지역 희생사건'이라 한다)이 발생하였다.
나. 원고의 큰아버지 B은 1950, 10. 1. 전남 장흥군 C에 있는 D 자택 부근 부가에서 칼에 찔려 사망하였고, 같은 날 원고의 아버지 E과 작은아버지 F은 전남 장흥군 C 부둣가에서 몽둥이 등으로 구타당하거나 칼에 찔려 사망하였다.
다. 원고를 포함한 이 사건 장흥지역 희생사건의 관련자들은 진실 ·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에 따라 설치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과거사정리위원회'라 한다)에 위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을 신청하였고,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여 2009. 6. 15, B, E, F(이하 '이 사건 희생자들'이라 한다)이 지방좌익에 의하여 희생되었음을 확인하는 내용의 진실규명결정(이하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 다툼 없는 사실, 갑 제4, 5, 15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및 판단
가. 원고의 주장
① 피고가 국민인 이 사건 희생자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여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이 사건 희생자들이 지방좌익에 의하여 살해당하였고, ② 이 사건 희생자들에 대한 가해자들 중에는 피고 소속 공무원인 교사 G, H. I, J와 어업협동조합 소속 선장 K와 기관장 L 및 면사무소 호적계 직원 M 등 7명이 포함되어 있었고, 피고는 위 공무원들의 사용자이며, ③ 피고는 과거사정리법에 의하여 설치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 및 결정에 따른 의무로 이 사건 장흥지역 희생사건 피해자들의 피해 및 명예의 회복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함에도,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 후 피해회복을 위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이로 인하여 이 사건 희생자들 및 그 유족인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판단
1) 원고의 ① 주장에 관한 판단
6. 25. 전쟁 발발 이후 장흥지역은 1950. 7. 28. 인민군이 점령하면서 치안대가 조직되고 치안대 및 내무서를 중심으로 지방 유지나 우익세력에 대한 색출작업이 진행된 사실, 인민군 퇴각기인 1950, 10. 초순경 지방 유지나 우익 세력이 지방좌익에 의하여 희생당하였으며, 이 사건 희생자들도 그 중 일부인 사실은 앞에서 본 바와 같고, 을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경찰은 1950. 10. 5.경 장흥읍을, 1950. 11.경 그 외 장흥지역 대부분을 각 수복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와 같이 6. 25. 전쟁과 같은 전시상황에서 사실상 피고의 주권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영역에서 벌어진 적대세력의 행위에 대해서까지 피고의 보호의무가 일반적으로 인정되거나 기대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를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2) 원고의 ② 주장에 관한 판단
갑 제17호증의 1 내지 7의 각 기재만으로는 이 사건 희생자들에 대한 가해자들이 피고 소속 공무원이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을 제1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원고는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하면서 이 사건 희생자들이 지방좌익에게 끌려가 희생당하였다고 주장한 점,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과정에서 이 사건 희생자들의 성명불상의 일가친척들과 마을주민도 이 사건 희생자들이 지방좌익에게 끌려가 희생당하였다고 일치하여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가해자들은 적대세력에 속하여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가해자들이 피고 소속 공무원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원고의 ③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과거사정리법은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 및 결정에 따른 정부의 의무로서 "피해자의 피해 및 명예의 회복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고, 가해자에 대하여 적절한 법적·정치적 화해조치를 취하여야 하며, 국민 화해와 통합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제34조), 구체적인 "피해 및 명예회복” 조치로서 "정부는 규명된 진실에 따라 희생자, 피해자 및 유가족의 피해 및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36조 제1항), 이와 같은 과거사정리법은 정부에게 피해자 등의 피해 및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규정한 것일 뿐이고, 위와 같은 과거사정리법의 규정을 두고 피고에게 피해자 등의 피해에 대한 금전적 배상 또는 보상할 의무를 명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며, 달리 그와 같은 입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나) 한편 헌법에서 기본권보장을 위하여 법령에 명시적인 입법위임을 하였음에, 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이거나, 헌법해석상 특정인에게 구체적인 기본권이 생겨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행위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에 한하여 국가에 입법의무가 생긴다. 그러나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배상에 관하여 헌법이 명시적인 위임입법을 한 바는 없고, 또한 헌법해석상 이 사건 장흥지역 희생사건의 희생자들에게 구체적인 기본권이 생겨 이를 보장하기 위한 피고의 행위의무 내지 보호의무, 손해배상의무 등이 발생하였음이 명백하다고 보기도 어려워, 이 사건 장흥지역 희생사건의 희생자나 유족들에 대한 특별한 배상 등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입법의무가 생긴다고도 할 수 없다. 따라서 과거사정리법에서 희생자나 유족들에 대한 손해배상규정을 두지 아니하였거나 따로 배상을 명하는 입법을 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피고가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수도 없다.
다) 또한, 갑 제13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9. 6. 15.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을 하면서 위에서 본 과거사정리법 제36조 제1항에 따른 피해 및 명예회복 조치의 일환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 희생자들에 대한 위령사업을 지속적이고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 등을 권고한 사실, 피고 산하 국방부와 안전행정부는 전남지역 유족회의 신청을 받아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자 위령제에 대한 보조금으로 2009년 28,970,000원, 2010년 4,200,000원, 2012년 29,250,000원, 2013년 1,500,000원을 각 지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조치가 이 사건 장흥지역 희생사건의 희생자 및 유가족의 피해 및 명예회복을 위하여 적절하고도 충분하다고 보기에는 미흡하고, 피고는 앞으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권고사항을 추가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노력을 하여야 할 것으로 기대되나, 다만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독립해서 원고에 대한 피고의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라) 따라서 원고의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이정호
판사손태원
판사유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