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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1997. 6. 10. 선고 96라265 판결 : 확정
[반론보도 ][하집1997-1, 369]
판시사항

[1] 판결로써 재판하여야 할 사항을 결정으로 재판한 제1심결정의 처리 방법

[2] 정기간행물의등록등에관한법률 제16조 소정의 반론보도청구권이 원문 보도의 내용이 허위임을 요건으로 하는지 여부(소극)

[3] 기사 내용 중 반론 내용이 일부 있다 할지라도 그 위치와 분량 및 기사 제목 등에 비추어 충분한 반론 기회를 주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반론보도 청구를 인용한 사례

판결요지

[1] 본래 판결로써 재판하여야 할 사항을 제1심법원이 결정으로 재판한 경우, 이는 재판의 방식을 그르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므로 제1심결정은 취소되어야 하고, 다만 제1심에서 본안판결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심리가 되어 있다면, 민사소송법 제388조 단서를 준용하여 제1심결정을 취소하되 이를 제1심법원에 환송하지 아니하고 항소법원 스스로 본안판결을 할 수 있다.

[2] 정기간행물의등록등에관한법률에 의해 인정되는 반론보도청구권은 피해자가 언론사의 보도 내용에 대하여 주장하는 반박 내용을 게재하여 줄 것을 요구하는 권리에 불과하고 언론사의 보도 내용을 진실에 부합하게 시정 보도하여 줄 것을 요구하는 권리는 아니므로, 그 대상이 된 언론사의 보도 내용이 진실인지 여부는 그 권리 행사의 요건이 아니며 진실에 부합되는 보도 내용에 대하여도 반론보도 청구가 인정될 수 있다.

[3] 언론사가 보도 대상이 된 개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사실적 주장을 기사로 공표하면서 그 개인의 반론 내용을 일부 보도하였다 할지라도, 전체 기사 중 반론 내용이 차지하는 위치와 분량 및 기사의 제목 등에 비추어 기사 전체에 대하여 충분한 반론의 기회를 주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반론보도 청구를 인용한 사례.

참조판례

[2]

원고, 피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삼흥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신성철외 3인)

피고, 항소인

한겨레신문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덕수합동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김창국외 4인)

원심결정

서울지법 서부지원 1996. 11. 22.자 96카합3172 결정

주문

1. 제1심결정을 취소한다.

피고는 이 판결이 확정된 후 최초로 발행하는 한겨레신문 사회면 중 가장 마지막 면의 좌단 중앙 부분에 [별지 1] 기재 반론보도문을, "반론보도문"이라는 큰 제목은 26포인트 고딕체 활자로, "교장의 여중생 성추행 보도 관련 반론문"이라는 작은 제목은 18포인트 고딕체 활자로, 나머지 내용은 11포인트 명조체의 본문 활자로 1회 게재하라.

만일 피고가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7일 안에 위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에는 피고는 원고에게 위 7일이 경과한 다음날부터 이행을 완료하는 날까지 매일 금 3,000,000원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총비용은 이를 3분하여 그 1은 원고의, 나머지는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이 판결이 확정되는 날 이후에 최초로 발행하는 한겨레신문 사회면의 좌상단 부분에 [별지 2] 기재 반론보도문을 제목은 가로 18㎝, 세로 4.5㎝의 크기로, 내용은 5호 활자로 가로 2단에 걸쳐 게재하고.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7일 안에 위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에는, 피고는 원고에게 위 7일이 경과한 다음날부터 이행을 완료할 때까지 매일 금 3,000,000원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항소취지

제1심결정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기초사실

피고가 발행하는 일간신문인 한겨레신문 1996. 6. 11.자 제23면(사회면)의 상단 왼쪽 부분에 대제목 "교장이 여중생 성추행", 중간 제목 "3학년 3명 불러 '명찰 왜 안 달았나' 가슴 만져", 소제목 "말썽 나자 진술서 강요…교사들 퇴진 운동"이라고 제목을 단 후 아래와 같은 내용의 기사를 게재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중학교 3학년 여학생들이 교장한테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힘에 따라 이 학교 교사들이 교장 퇴진 서명 운동에 나설 방침이어서 파문이 일고 있다.

10일 학생들과 교사들에 따르면, 서울 광진구 (이름 생략)중학교 (성 생략) 아무개(55) 교장은 지난달 16일 어린이 대공원에서 열린 학교 사생대회를 마친 뒤 집에 곧장 돌아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생부에 불려온 여학생들 가운데 3명을 교장실에 불러 "명찰이 어디 갔느냐."며 가슴을 만졌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ㅇ양은 "교장 선생님이 '전교생 앞에서 망신을 주겠다.', '부모님을 부르겠다.'고 겁을 줬다."며 "자꾸 명찰 얘기를 하며 조끼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고 말했다.

또 (성 생략) 교장은 두 여학생을 먼저 내보내고 ㅇ양만 교장실에 남겨 문을 닫은 뒤 다시 비슷한 짓을 한 뒤 "담배를 피우냐"는 등의 질문을 했다는 것이다.

한편 성추행 시비를 둘러싸고 말썽이 일자 (성 생략) 교장은 10일 낮 12시 3분께 이들 3명을 다시 교장실로 불러 교감, 학생주임 등이 있는 자리에서 그런 일이 없었다는 진술서를 쓰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ㄱ양은 "학생주임이 전학시키겠다, 퇴학시키겠다고 말해 사실이 아닌데도 어쩔 수 없이 진술서를 썼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성 생략) 교장은 "열심히 일한 교장을 일부 실력 없는 교사들이 음해한다."며 "나는 전혀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교사들은 "교장이 언론에 보도될 것을 우려해 오늘 학교 밖에도 못 나가게 했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2. 제1심결정의 취소

가. 원고는 1996. 7. 8. 피고를 상대로 위 청구취지 기재와 같은 반론보도의 게재와 이에 대한 간접강제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제1심법원은 이를 신청사건으로 처리하여 변론을 열지 않고 당사자들에 대한 심문절차를 거쳐 1996. 11. 22.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는 결정을 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다.

나. 그러나 정기간행물의등록등에관한법률 제19조의2 제1항은 반론보도 청구를 인용한 재판에 대하여는 항소하는 이외에는 불복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반론보도등청구사건심판규칙 제3조도 반론보도 청구사건을 심리할 경우 부적법하여 각하하는 경우 이외에는 변론을 열도록 규정하고 있어, 반론보도 청구에 대한 재판은 변론을 열어 판결로써 하여야 함이 분명하다.

이처럼 본래 판결로써 재판하여야 할 사항을 원심이 결정으로 재판한 것은 재판의 방식을 그르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므로, 제1심결정은 이를 취소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제1심에서 본안판결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심리가 되어 있으므로, 민사소송법 제388조 단서를 준용하여 제1심결정을 취소하되 이를 원심법원에 환송하지 아니하고 이 법원에서 본안의 재판을 하기로 한다.

3. 본안에 대한 판단

가. 반론보도청구권의 발생

(1) 앞에서 본 피고 발행의 한겨레신문에 게재된 보도 내용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실의 존부에 관한 사실적 주장임이 분명하며, 이러한 주장이 공표됨으로 인하여 원고가 피해를 입었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다. 따라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정기간행물의등록등에관한법률 제16조의 규정에 의하여 반론보도문의 게재를 청구할 권리가 있다 할 것이다.

(2) 이에 대해 피고는 먼저, 피고가 게재한 위 기사의 내용이 모두 사실에 기초한 것이므로 원고의 반론보도 청구는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위 법률에 의해 인정되는 반론보도청구권은 피해자가 언론사의 보도 내용에 대하여 주장하는 반박 내용을 게재하여 줄 것을 요구하는 권리에 불과하고 언론사의 보도 내용을 진실에 부합하게 시정 보도하여 줄 것을 요구하는 권리는 아니므로, 그 대상이 된 언론사의 보도 내용이 진실인지 여부는 그 권리 행사의 요건이 아니며 진실에 부합되는 보도 내용에 대하여도 반론보도 청구가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대법원 1991. 1. 15. 선고 90다카25468판결 및 대법원 1986. 1. 28. 선고 85다카1973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가) 피고는 다시 ① 원고가 주장하는 반론보도문의 내용이 명백히 사실에 반하고, ②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피고는 위 보도에서 이미 원고의 반박 내용을 함께 게재하여 반박의 기회를 제공하였으며, 원고에 대한 강제추행 등 고소 사건에 대하여 검찰에서 무혐의 결정이 내려진 사실도 이미 보도하였으므로, 원고는 반론보도를 구할 정당한 이익이 없으며, 따라서 피고는 위 법률 제16조 제3항 단서의 규정에 따라 반론보도의 게재를 거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나) 그러나 원고로부터 위 보도 내용과 같이 피해를 입었다는 학생들과 또는 위 학생들로부터 피해 사실을 전해 들었다는 학부모 및 교사 등의 진술을 기재한 을 제1호증의 3 내지 6, 17 내지 19, 23, 28 내지 31, 33, 35 내지 38, 40 내지 42, 61 내지 63, 66, 67, 을 제2, 6, 7호증의 각 일부 기재만으로는 이에 배치되는 갑 제2호증의 1, 2, 갑 제3호증의 1 내지 3(을 제1호증의 13 내지 15와 같다), 갑 제4호증의 1, 2, 갑 제5, 7호증, 갑 제8호증의 4, 5, 을 제1호증의 9 내지 11, 22, 24, 26, 27, 57 내지 60, 65, 66의 각 일부 기재 등에 비추어 원고가 게재를 구하고 있는 반론보도문의 내용이 명백히 사실에 반한다고 인정할 수 없고 달리 이 점을 인정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

(다) 한편 피고가 위 기사의 끝 부분에서 "이에 대해 (성 생략) 교장은 '열심히 일한 교장을 일부 실력 없는 교사들이 음해한다.'며 '나는 전혀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게재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을 제5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는 1996. 10. 5.자 한겨레신문 22면에 원고가 학생들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검찰에서 조사받았으나 무혐의로 처리되었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한 사실이 인정된다.

살피건대 정기간행물의등록등에관한법률에서 반론보도청구권이 인정되는 것은 언론의 보도가 개인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는 내용인 경우에 여론 형성에 미치는 언론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말미암아 그 개인이 입는 피해는 매우 큰 것이므로 이른바 무기대등의 원칙에 입각하여 피해자인 개인에게도 신속하고 대등한 방어수단을 부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대법원 1996. 12. 23. 선고 95다37278 판결 참조).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위 전체 기사 중 원고의 반론 내용이 차지하는 위치와 분량 및 위 기사의 제목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위와 같이 원고의 반론 내용을 일부 보도한 것만으로 원고에게 위 기사 전체에 대하여 충분한 반론의 기회를 주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갑 제9호증의 1 내지 9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는 위 기사 내용을 보도 한 이후 1996. 6. 12.부터 같은 해 7. 16.까지 9차례에 걸쳐 한겨레신문에 ① 원고의 학생들에 대한 성추행 사실을 교육청에서 조사하고 있고, ② 교사와 학생들이 원고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으며, ③ 시민단체에서도 원고의 구속을 촉구하고 있고, ④ 원고가 1994년경 교사도 성희롱한 혐의가 있어 조사가 확대되고 있다는 등의 기사를 계속 게재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위와 같이 원고가 검찰에서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기사를 보도한 것만으로 원고가 반론보도를 청구할 정당한 이익이 없다고는 볼 수 없다.

(라) 결국 정기간행물의등록등에관한법률 제16조 제3항 단서의 규정에 따라 반론보도의 게재를 거부할 수 있다는 피고의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나. 반론보도의 내용과 크기 및 게재 방법

(1)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피고의 기사 내용과 이로 인해 침해된 원고의 법익, 그리고 위 보도 내용 중 사실적 주장에 대한 반박적 사실의 진술을 명백히 전달하는 데 필요한 설명의 범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고려할 때, 반론보도의 내용은 [별지 1] 기재와 같이 함이 상당하다.

(2) 또한 위 반론보도문은 원고가 청구하는 바에 따라 이 판결이 확정된 후 최초로 발행하는 한겨레신문에 게재하되, 사회면 중 가장 마지막 면의 좌단 중앙 부분에 [별지 1] 기재 반론보도문을 "반론보도문"이라는 큰 제목은 26포인트 고딕체 활자로, "교장의 여중생 성추행 보도 관련 반론문"이라는 작은 제목은 18포인트 고딕체 활자로, 나머지 내용은 11포인트 명조체의 본문 활자로 1회 게재하는 것이 원보도문과 균형을 이루는 범위 안에서 반론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데 필요하고도 적정한 방법이라고 인정된다.

다. 간접강제

한편 피고가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7일 안에 위 반론보도 게재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에는 피고는 원고에게 위 7일이 경과한 다음날부터 이행을 완료하는 날까지 매일 금 3,000,000원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함이 상당하다.

4. 결 론

따라서 제1심결정을 취소하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에서 인정한 범위 안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그 나머지 신청은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며, 소송총비용은 이를 3분하여 그 1은 원고의, 나머지는 피고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용우(재판장) 최완주 강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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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법원서부지원 1996.11.22.자 96카합3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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