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서울서부지법 2020. 6. 10. 선고 2019가합37014 판결
[정정보도등청구의소] 항소[각공2020하,701]
판시사항

갑 방송사가 뉴스에서 유명인 을의 접촉사고를 다루며 을과 상대방의 통화내 용을 보도한 것과 관련하여, 병 방송사가 시사프로그램에서 “갑 방송사는 ‘을의 차량에 동승자가 타고 있었다’는 허위사실을 보도하였다.”, “갑 방송사는 ‘을이 접촉사고 발생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도주하였다’는 허위사실을 보도하였다.”와 같은 보도를 하자, 갑 방송사가 병 방송사의 보도가 허위라고 주장하며 병 방송사를 상대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병 방송사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 에 따라 정정보도를 할 의무가 있고, 다만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병 방송사의 보도는 위법성이 조각되므로, 갑 방송사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는 아니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갑 방송사가 뉴스에서 유명인 을의 접촉사고를 다루며 을과 상대방의 통화내용을 보도한 것과 관련하여, 병 방송사가 시사프로그램에서 “갑 방송사는 ‘을의 차량에 동승자가 타고 있었다’는 허위사실을 보도하였다.”, “갑 방송사는 ‘을이 접촉사고 발생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도주하였다’는 허위사실을 보도하였다.”와 같은 보도를 하자, 갑 방송사가 병 방송사의 보도가 허위라고 주장하며 병 방송사를 상대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이다.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병 방송사의 보도에는 허위사실이 적시되어 있고, 이로 인하여 갑 방송사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저하됨으로써 갑 방송사가 피해를 입게 되었음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병 방송사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 에 따라 정정보도를 할 의무가 있고, 다만 병 방송사 보도의 전체적인 취지는 갑 방송사의 뉴스를 포함한 다수 언론사들의 보도 내용을 비판하고 언론의 바람직한 보도 형태를 탐색하는 것으로서 그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인정되고, 병 방송사가 비록 허위사실을 적시하였지만 언론의 자유의 한계를 초과하여 갑 방송사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에 이르렀다고 보이지 않으며, 위 보도의 성격(언론 비평)을 고려할 때, 병 방송사가 위 보도 부분이 진실이라고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어 위법성이 조각되므로, 갑 방송사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는 아니한다고 한 사례이다.

원고

주식회사 에스비에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담당변호사 이응세 외 1인)

피고

주식회사 문화방송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지평 담당변호사 곽경란)

2020. 4. 24.

주문

1. 피고는 이 판결 확정일부터 7일 이내에,

가. 월요일 23:00경 방송하는 프로그램 시작 첫머리에 [별지1] 기재 정정보도문을 통상적인 속도보다 빠르지 않게 낭독하고, 이를 낭독하는 동안 [별지1] 기재 정정보도문의 내용을 통상의 뉴스보도 제목 및 자막과 같은 크기와 활자체로 계속해서 표시하고,

나. 피고의 인터넷 홈페이지 시사교양 부문(http://www.imbc.com/broad/tv/culture/)의 초기 화면에 ‘정정보도문’이라는 제목을 통상의 인터넷 기사 제목과 같은 글자 크기로, 그 하단에 [별지1] 기재 정정보도문 전문을 통상의 인터넷 기사 본문과 같은 글자 크기로, 48시간 동안 게재하라.

2. 만일 피고가 제1항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 피고는 원고에게 기간 만료일 다음 날부터 이행 완료일까지 1일 1,000,000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4. 소송비용 중 1/2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한다.

피고는 이 판결 확정 후, 최초로 방송되는 ‘(프로그램명 1 생략)’ 프로그램의 첫 화면 상단에, ‘정정보도문’이라는 제목을 통상의 뉴스보도 제목과 같은 크기의 글씨로 표시하고, 그 아래 화면 중앙에는 [별지2] 기재와 같은 정정보도문을 통상의 뉴스보도 자막과 같은 크기의 글씨로 표시하고, 진행자로 하여금 위 정정보도문 기재 내용을 해당 프로그램의 통상 진행 속도와 같은 속도로 낭독하도록 하며, 진행자의 낭독이 끝날 때까지 위 정정보도문의 제목과 본문을 계속해서 표시하고, 피고의 인터넷 홈페이지 시사교양 부문(http://www.imbc.com/broad/tv/culture/)의 초기 화면에 ‘정정보도문’이라는 제목을 통상의 인터넷 기사 제목과 같은 글자 크기로, 그 하단에 [별지2] 기재 정정보도문 전문을 통상의 인터넷 기사 본문과 같은 글자 크기로, 각 48시간 동안 게재하라. 만약 피고가 위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 피고는 원고에게 이행기 다음 날부터 이행 완료일까지 1일에 10,000,000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피고는 원고에게 20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9. 4. 8.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 사실

가. 당사자 지위

원고는 ‘SBS-TV’를 방영하는 지상파 방송사이고, 피고는 ‘MBC-TV’를 방영하는 지상파 방송사이다.

나. 원고의 보도

원고는 2019. 1. 30.자 ‘SBS-TV’의 SBS 8 NEWS(이하 ‘SBS 8 NEWS’라고 한다)에서 소외 1 전 (회사명 생략) 사장의 접촉 사고를 다루며, 소외 1과 접촉 사고 당사자인 견인차 기사의 통화내용 중 일부를 보도하였고, 같은 날 원고의 홈페이지에 통화 녹취록 전문을 공개하였다.

다. 이 사건 보도

피고는 2019. 4. 8. 방송된 ‘MBC-TV’의 ‘(프로그램명 1 생략)’ 프로그램에서「당신이 믿었던 소외 1 사건」이라는 제목하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보도하였고(이하 ‘이 사건 보도’라 한다), 홈페이지(http://www.imbc.com)를 통해 이 사건 보도의 다시보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 “이 사건 속 우리가 믿었던 페이크는 무엇일까요?”

(2) “여기 보니까 지상파 방송사, 심지어 저녁 메인뉴스 보도가 있는데 한번 볼까요?”, “(SBS 8 NEWS 보도 화면 재생 후) 보도만 보면, 견인차 기사는 동승자를 보았다고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당연히 동승자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죠.”, “이걸로 동승자를 봤다고 할 수가 있을까요?”, “견인차 기사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는 경미했고, 동승자는 없었다고 말을 했다.”, (SBS 8 NEWS 보도 화면을 비롯하여 타 방송사들 보도 화면을 보여주며, FAKE라는 글자 표시) “이렇게 동승자 논란은 누구도 탄 사람이 없었던, 확실한 가짜 뉴스로 끝을 맺습니다. …(중략)… 사람들의 생각을 왜곡시키고 진실이 아닌 걸 진실이라고 믿게 만드는 이런 과정이 정말 페이크 뉴스의 무서운 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 “혹시 뺑소니?”, “으슥한 곳에서 난 접촉사고 → 소외 1 대표 도망”, “(SBS 8 NEWS 보도 화면 재생 후) 뺑소니가 아니다!”, “다시 한번 정리를 해보면 첫 번째, 경찰의 음주측정은 없었다. 팩트(FACT)고요. 두 번째, 범퍼가 깨질 정도로 큰 교통사고는 아니었다. (범퍼가 깨질 정도의 큰 사고라는 글자 위에 FAKE라는 글자 표시) 그래서 소외 1 사장도 모르고 간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로 견인차 기사도 인정하고 합의를 하고 사건을 끝냈다. 이게 보도된 견인차 기사의 진술과는 많은 부분이 달라 보이는데”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8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

피고는 이 사건 보도로 ① “원고는 ‘소외 1 차량에 동승자가 타고 있었다’는 허위사실을 보도하였다”, ② “원고는 ‘소외 1이 접촉사고 발생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도주하였다’는 허위사실을 보도하였다”와 같은 허위사실을 공연히 적시하여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였다(이하 ‘이 사건 적시사실 ○ 부분’이라고 한다).

원고는 SBS 8 NEWS에서 ① ‘소외 1 차량에 동승자가 있었다’, ② ‘소외 1은 접촉사고 발생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도주하였다’고 보도한 바 없고, 설령 그와 같은 취지로 해석되더라도 허위라고 볼 근거가 없다(이하 ‘이 사건 쟁점내용 ○ 부분’이라고 한다).

따라서 피고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언론중재법’이라 한다) 제14조 제1항 에 따라 적절한 조치로서 청구취지 기재와 같이 정정보도문을 게재하고(원고는 정정보도에 대한 간접강제도 구한다), 원고에게 명예훼손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금으로 200,0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1) 원고는 자신의 매체를 통해 정정보도를 할 수 있으므로, 정정보도청구권을 행사할 정당한 이익이 없다.

(2) 언론중재법상 정정보도청구권의 대상은 ‘사실적 주장’에 관하여만 인정된다. 이 사건 보도는 사실의 적시가 아닌 의견표명에 불과하고, 원고가 정정보도로 구하는 내용도 보도에 대한 평가와 해석의 영역에 불과하므로, 정정보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3) 이 사건 보도에 일부 허위의 사실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언론 비평이라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피고가 진실이라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위법성이 조각되어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3. 정정보도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정당한 이익의 존부

(1) 을 제6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자신의 방송 매체를 이용하여 이 사건 보도에 대하여 상세히 반박한 사실이 인정된다.

(2) 그러나 일반적으로 피해자가 정정보도청구권의 행사에 정당한 이익을 갖지 않는 경우라 함은 신청인이 구하는 정정보도의 내용이 이미 원문 기사를 보도한 당해 일간신문을 통하여 원문 기사와 같은 비중으로 충분한 정정보도가 이루어진 경우를 의미한다( 대법원 1997. 10. 28. 선고 97다28803 판결 등 참조). 지상파 방송사별로 연령, 성별, 지역별 등의 차이에 따라 주요 시청자층이 구분되므로, 자사 매체를 통한 반박만으로 정정보도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이는 원고의 SBS 8 NEWS 시청률이 높고,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는 사유만으로 달라지지 않는다(을 제9호증).

(3) 덧붙여 지상파 방송사라 하여 일률적으로 정정보도청구의 정당한 이익을 부정한다면, 지상파 방송사는 타 언론사가 잘못된 정보로 왜곡된 여론을 형성함에도 적절한 방법으로 이를 시정할 기회를 가질 수 없다. 이는 지상파 방송사를 정당한 사유 없이 다른 피해자들과 차별하는 것이고, 허위사실 보도에 대한 정당한 구제 수단을 박탈하는 것이어서 언론의 자유와 공적 책임을 조화함을 목적으로 하는 언론중재법의 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4)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사실의 적시 여부

(1) 관련 법리

정정보도청구는 사실적 주장에 관한 언론보도가 진실하지 아니한 경우에 허용되므로, 그 청구의 당부를 판단하려면 원고가 정정보도청구의 대상으로 삼은 언론보도가 사실적 주장에 관한 것인지 단순한 의견표명인지를 먼저 가려보아야 하는데, 여기에서 사실적 주장이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명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증거에 의하여 그 존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사실관계에 관한 주장을 말한다.

언론보도는 대개 사실적 주장과 의견표명이 혼재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구별기준 자체가 일의적일 수 없고, 양자를 구별할 때에는 해당 언론보도의 객관적인 내용과 아울러 일반 독자가 보통의 주의로 언론보도를 접하는 방법을 전제로,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전체적인 흐름, 문구의 연결 방법뿐만 아니라 해당 언론보도가 게재한 문맥의 보다 넓은 의미나 배경이 되는 사회적 흐름 및 일반 독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1다86782 판결 , 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5다56413 판결 참조).

(2) 이 사건 적시사실 ① 부분

위 법리에 비추어 이 부분에 관하여 보면,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보도는 “이 사건 속 우리가 믿었던 페이크는 무엇일까요?”라는 내용으로 시작하는데, 전체적인 흐름상 ‘앞으로 보도할 내용에 페이크가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고, 페이크(FAKE)는 사전적인 의미로 ‘가짜의, 거짓된’이라는 뜻인 점[아래 (3) 부분 판단의 경우에도 동일], ② 이 사건 보도는 원고의 SBS 8 NEWS 화면을 재생한 후, “보도만 보면, 당연히 동승자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죠.”라는 주장을 덧붙여 일반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원고가 SBS 8 NEWS에서 ‘소외 1 차량에 동승자가 있었다’고 보도하였다고 인식할 가능성이 있는 점, ③ 이 사건 보도는 원고의 SBS 8 NEWS 보도 화면에 FAKE라는 글자를 표시하고, “이렇게 동승자 논란은 누구도 탄 사람이 없었던, 확실한 가짜 뉴스로 끝을 맺습니다. …(중략)… 사람들의 생각을 왜곡시키고 진실이 아닌 걸 진실이라고 믿게 만드는 이런 과정이 정말 페이크 뉴스의 무서운 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끝을 맺는데, 일반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원고가 가짜(FAKE) 뉴스를 보도하였다는 인상을 가질 가능성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보도는 단순한 의혹제기나 의견진술을 넘어서 최소한 간접적, 우회적인 방법으로 “원고는 SBS 8 NEWS에서 ‘소외 1 차량에 동승자가 있었다’고 보도하였다.”라는 사실을 적시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3) 이 사건 적시사실 ② 부분

위 법리에 비추어 이 부분에 관하여 보면,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보도는 원고의 SBS 8 NEWS 화면을 재생한 후, “뺑소니가 아니다!”라고 덧붙여 일반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원고가 SBS 8 NEWS에서 ‘소외 1은 접촉사고 발생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도주하였다’고 보도하였다고 인식할 가능성이 있는 점, ② 이 사건 보도는 ‘범퍼가 깨질 정도로 큰 교통사고는 아니었다’고 밝히며 ‘범퍼가 깨질 정도의 큰 사고라는 글자 위에 FAKE라는 글자를 표시’하고, ‘이게 보도된 견인차 기사의 진술과는 많은 부분이 달라 보인다’고 덧붙여 일반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견인차 기사의 진술을 보도한 원고의 SBS 8 NEWS가 가짜(FAKE) 뉴스를 보도하였다는 인상을 가질 가능성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보도는 단순한 의혹제기나 의견진술을 넘어서 최소한 간접적, 우회적인 방법으로 “원고는 SBS 8 NEWS에서 ‘소외 1은 접촉사고 발생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도주하였다’고 보도하였다.”라는 사실을 적시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적시사실의 허위 여부

(1) 관련 법리

언론보도의 진실성이란 그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에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사실이라는 의미로서, 세부에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하고, 또한 복잡한 사실관계를 알기 쉽게 단순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일부 특정한 사실관계를 압축, 강조하거나 대중의 흥미를 끌기 위하여 실제 사실관계에 장식을 가하는 과정에서 다소의 수사적 과정이 있더라도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아 보도 내용의 중요부분이 진실에 합치한다면 그 보도의 진실성은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경우에 그 언론보도 등이 진실하지 아니하다는 것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청구자인 피해자가 부담한다( 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5다56413 판결 참조).

(2) 판단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적시사실 ①, ② 부분은 허위라고 봄이 타당하다.

(가) 이 사건 보도의 제목(프로그램명 1 생략), 이 사건 보도의 형식(원고의 SBS 8 NEWS 화면에 FAKE라는 글자를 표시), 사용된 어휘(FAKE)의 통상적인 의미 등을 고려하면, 일반 시청자들은 이 사건 적시사실 ①, ② 부분을 사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나) 그러나 원고는 SBS 8 NEWS에서 “취재진이 소외 1 사장과 접촉사고 당사자가 통화한 내용을 입수했습니다. …(중략)… 지금까지 나온 내용과 달리 이 통화는 직접 사고 당사자끼리 나눈 대화여서 가장 사실에 근접한 내용이라고 봤고, 또 접촉사고 피해자의 주장인 만큼 여러분께 전해드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접촉사고는 이미 당사자끼리 합의를 해서 끝난 사안이고, …(중략)… 다만 저희는 접촉사고 당사자들 사이에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누가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억울한 피해는 없는 건지 짚어보고자 하는 겁니다.”라고 언급하여 보도의 목적이 일정한 사실관계의 확정에 있지 않고, 입수한 증거를 바탕으로 비판적 평가 내지 분석을 하는 것임을 밝혔다.

(다) 원고는 SBS 8 NEWS 보도와 함께 홈페이지에 통화 녹취록 전문을 공개하였다. 원고는 소외 1과 접촉사고 당사자 사이의 통화내용을 보도하면서 소외 1 측의 입장과 견인차 기사 측의 입장을 병렬적으로 제시하였다. 원고는 공적인 존재인 소외 1의 행적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였을 뿐이고, 이 사건 적시사실 ①, ② 부분과 같이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일정한 사실관계를 확정한 바 없다.

라. 정정보도의 방법과 내용

결국 이 사건 보도 중 이 사건 적시사실 ①, ② 부분은 허위사실의 적시이고, 해당 부분은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직접적으로 저하시킬 만한 내용에 해당하여 원고가 이로 인하여 사회적 평가가 훼손되는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는 점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원고는 언론중재법 제14조 제1항 에 따라 피고에 대하여 이에 관한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 있다( 언론중재법 제14조 제2항 에 따라 피고의 고의, 과실이나 위법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한편 법원은 사안에 적절한 정정보도의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정정보도의 내용과 위치, 게재 방법, 추후 조치를 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변론 과정에서 나타난 제반 사정들을 고려하여 [별지2] 기재 정정보도문을 [별지1] 기재 정정보도문과 같이 수정하되, 게재 방법 및 추후 조치 등은 주문과 같이 정하고[원고는 ‘(프로그램명 1 생략)’ 프로그램에서도 정정보도를 할 것을 청구하였으나, ‘(프로그램명 1 생략)’ 프로그램은 이미 종영되어 더 이상 방영되지 않고 있고, 같은 요일, 시간대에 현재 ‘(프로그램명 2 생략)’이라는 예능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으므로 해당 프로그램 시작 첫머리에 이 사건 보도에 관한 정정보도를 하도록 정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된다], 아울러 피고가 주문 제1항 기재 정정보도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1일 1,000,000원의 비율로 계산한 간접강제금의 지급을 명한다.

4.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가.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여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보도에는 허위사실(이 사건 적시사실 ①, ② 부분)이 적시되어 있고, 이로 인하여 원고에 대한 사회적인 평가가 저하됨으로써 원고가 손해를 입게 되었음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나. 위법성 조각사유의 존재 여부

(1) 관련 법리

(가) 방송 등 언론매체가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라는 증명이 있거나 그 증명이 없다 하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위법성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인바( 대법원 1988. 10. 11. 선고 85다카29 판결 등 참조), 여기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라 함은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을 의미하는데, 행위자의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무방하다( 대법원 1996. 10. 25. 선고 95도1473 판결 등 참조).

(나) 언론·출판의 자유와 명예보호 사이의 한계를 설정함에 있어서는 당해 표현으로 인하여 명예를 훼손당하게 되는 피해자가 공적인 존재인지 사적인 존재인지, 그 표현이 공적인 관심 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지 등에 따라 그 심사기준에 차이를 두어 공공적·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에 관한 표현의 경우에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하고, 특히 당해 표현이 언론사에 대한 것인 경우에는, 언론사가 타인에 대한 비판자로서 언론의 자유를 누리는 범위가 넓은 만큼 그에 대한 비판의 수인 범위 역시 넓어야 하고, 언론사는 스스로 반박할 수 있는 매체를 가지고 있어서 이를 통하여 잘못된 정보로 인한 왜곡된 여론의 형성을 막을 수 있으며, 일방 언론사의 인격권의 보장은 다른 한편 타방 언론사의 언론자유를 제약하는 결과가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언론사에 대한 감시와 비판 기능은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제한되어서는 아니 된다( 대법원 2006. 3. 23. 선고 2003다52142 판결 등).

(2) 판단

이 사건 보도의 전체적인 취지는 원고의 SBS 8 NEWS를 포함한 다수 언론사들의 보도 내용을 비판하고 언론의 바람직한 보도 형태를 탐색하는 것으로서,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이므로, 이 사건 보도의 목적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인정된다.

나아가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5호증, 을 제1 내지 3, 10 내지 11, 1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보도가 비록 허위사실을 적시하였지만 언론의 자유의 한계를 초과하여 원고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에 이르렀다고 보이지 않는다. 나아가 이 사건 보도의 성격(언론 비평)을 고려할 때, 피고가 이 사건 적시사실 ①, ② 부분이 진실이라고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위법성이 조각된다. 따라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 공공적·사회적 의미가 있는 사안에 관한 표현의 경우에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한다. 피고가 비록 이 사건 보도에서 일부 허위사실을 적시하였지만, 보도의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 및 보도의 내용을 볼 때, 적시한 허위사실의 비중과 정도가 그리 크지 않다(피고는 원고를 포함한 다수 언론사들의 보도 내용을 비판하였고, 이 사건 보도에서 원고를 다룬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지 않다). 피고는 원고를 포함한 다수 언론사에 대한 감시와 비판 목적으로 이 사건 보도를 한 것으로 보이고,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나) 피고는 원고의 기자 소외 2에게 SBS 8 NEWS의 보도 내용 및 취지에 대해 확인하려 시도하였으나 소외 2의 거부로 무산되었다. 피고는 이 사건 보도를 함에 있어 원고의 SBS 8 NEWS 보도 내용에 대한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충분한 조사를 시도한 것으로 보이고, 타 언론사의 보도 내용에 대한 비평이라는 프로그램의 특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소외 2가 피고의 인터뷰를 거부한 이상 피고로서는 원고의 보도 내용 및 취지에 대해 명확히 파악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언론 비평에 담긴 적시 사실의 허위성은 수사적 과장과의 한계선에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이런 사정은 손해배상 책임의 존부를 판단함에 있어 고려하여야 한다.

(다) 이 사건 보도에 앞서 이 사건 쟁점내용 ①, ②에 대한 다수 언론사의 자극적인 보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언론사의 보도 행태에 대한 타 언론사의 비판적 시각도 다수 존재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페이크(가짜) 뉴스’에 대한 경계심이 대두하였고, 언론사의 자정 노력을 촉구하는 사회적 공감대도 확산되었다. 피고는 이러한 사회적 현실을 고려하여 ‘페이크(가짜) 뉴스’를 보도하는 언론사의 보도 형태를 비판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을 뿐, 원고를 악의적으로 공격하기 위해 이 사건 보도를 하였다고 보이지 않는다. 언론 비평의 목적하에 이루어진 보도에 대하여 허위사실의 적시로 인한 정정보도를 인용하는 것에서 나아가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까지 인정하게 된다면, 언론사의 타 언론사에 대한 감시와 비판 기능이 약화될 위험성도 있다.

(3) 소결론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적시사실 ①, ② 부분을 보도한 행위는 위법성이 조각되므로, 피고의 보도가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1] 정정보도문: 생략]

[[별 지 2] 정정보도문: 생략]

판사 정은영(재판장) 최지영 김주영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