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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대법원 2015.10.15.선고 2013다34488 판결
손해배상(의)
사건

2013다34488 손해배상(의)

원고상고인겸피상고인

1. A

2. B

피고피상고인겸상고

의료법인 길의료재단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3. 4. 4. 선고 2012나93680 판결

판결선고

2015. 10. 15.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의사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것을 뜻하므로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또한 진단은 문진·시진 ·촉진 · 청진 및 각종 임상검사 등의 결과에 터 잡아 질병 여부를 감별하고 그 종류, 성질 및 진행 정도 등을 밝혀내는 임상의학의 출발점으로서 이에 따라 치료법이 선택되는 중요한 의료행위이므로, 진단상의 과실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과정에서 비록 완전무결한 임상진단의 실시는 불가능하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진단 수준의 범위 내에서 그 의사가 전문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의료상의 윤리와 의학지식 및 경험에 터 잡아 신중하고 정확하게 환자를 진찰하고 진단함으로써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그 결과 발생을 회피하는 데에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 따져보아야 한다(대법원 2010. 7. 8. 선고 2007다55866 판결 참조).

나.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1) 망 C(D생 남자, 신장 177㎝, 체중 82kg,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10. 8. 3. 가슴이 아픈 증상을 호소하며 E외과의원에 내원하여 흉부방사선 검사를 받은 후 약을 처방받았다.

(2) 망인은 2010. 8. 4. 위와 같은 증상이 지속되어 다시 E외과의원에 내원하였다가, 상급병원 진료를 권유받고 진료의뢰서를 받아 같은 날 19:51경 피고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였다. 위 진료의뢰서에는 '망인이 수일 전 해수욕을 한 이후 좌측 흉통과 호흡곤란 증상이 발생하여 내원한바, 보존적 치료를 하였으나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자세한 평가 및 치료를 위해 의뢰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망인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문진시 '약 4년 전 결핵성 늑막염으로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은 적이 있으나 결핵에 의한 것은 아니었으며, 피고 병원 내원 2일 전부터 좌측 흉통이 있었고, 숨을 쉬거나 자세를 변경할 때 주로 발생한다'고 진술하였다.

망인의 내원 당시 혈압은 110/70mmHg, 맥박수는 82회/분, 호흡수는 20회/분, 체온은 36.8℃, 산소포화도는 99%로 정상범위 내에 있었으며, 청진상 호흡음과 심음도 정상이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흉부 및 늑골방사선 검사, 일반혈액 검사, 심근효소 검사, 소변검사, 심전도 검사 등을 시행하였고, 흉통의 원인이 모호하여 심근효소검사 결과를 확인하였으며, 흉통의 양상이 비전형적이고 흉부방사선 검사결과 좌측 흉곽에 늑막 삼출 이 의심되는 소견이 관찰되자 내과에 의뢰하여 협동진료를 하였다.

망인에 대한 혈액 검사결과, 말초혈액 호산구(Eosinophil)가 5.5%(정상 범위 : 0~5%)로 정상범위를 초과하고 있었으나, 심근효소수치의 경우 CPK 107U/L(정상범위: 0~195), CK-MB 1.0ng/mL(정상범위: 0~4.3), Troponin I <0.05ng/mL(정상범위: 0~0.78)로 모두 정상범위 내인 것으로 나타났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망인에게 늑막염의 가능성을 설명하고, 당일은 통증 치료만 한 후 통증이 완화되면 퇴원하고 다음날 외래로 내원할 것을 지시하였으며, 이후 23:00경 망인이 흉통이 완화되었다고 하자 23:18경 약을 처방하여 퇴원하도록 하였다.

(3) 망인은 2010. 8. 5. 흉통을 호소하며 피고 병원에 다시 내원하였는데, 망인에 대한 활력징후 측정결과 정상 범위 내에 있었고, 청진상 호흡음과 심음도 정상이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망인의 질환을 호산구성 폐렴의증으로 보고 추가로 일반혈액 검사를 받도록 한 후 약을 처방하였고, 몸 상태가 안 좋아지면 응급실로 내원하여 입원할 것을 지시하였다.

(4) 망인은 2010. 8. 6. 흉통이 지속되어 다시 피고 병원에 내원하였는데, 망인에 대한 활력징후 측정결과 정상 범위 내에 있었고, 청진상 호흡음과 심음도 정상이었다. 전날 시행한 일반혈액 검사결과 말초혈액 호산구가 6.4%로 상승하였고, 당일 시행한 흉부방사선 검사결과는 2010. 8. 4. 검사결과와 유사하게 좌측 늑막 삼출 소견을 나타냈으며, 악화된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역시 망인을 호산구성 폐렴의증으로 진단하고 추가로 약을 처방한 후 몸 상태가 안 좋아지면 응급실로 내원하여 입원할 것을 지시하였다.

(5) 망인의 어머니인 원고 B은 2010. 8. 8. 망인이 주소지 자신의 침대 밑에 머리를 숙인 채 엎드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 구급차를 불러 피고 병원 응급실로 후송하였으나, 망인은 결국 같은 날 21:05경 사망하였다.

(6) 망인에 대한 부검결과, 망인의 상행 대동맥이 대동맥판 약 1.5cm 위쪽에서 인체면에 평행하게 선상으로 파열되었고 대동맥 내층과 외측이 분리되어 있었으며, 망인의 사인은 대동맥 기시부 상방의 박리 및 파열로 발생한 혈심낭으로 밝혀졌다.다.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기초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1) 앞서 인정한 사실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흉통은 다양한 질환의 증상으로 나타나나 급성 흉통의 3대 응급질환인 급성 허혈성심질환, 대동맥박리, 폐색전증이 원인인 경우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사망과 같은 중한 결과를 야기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으므로, 흉통에 대하여는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그 원인에 대한 빠른 감별진단이 매우 중요한 점, ② 위 질환들을 감별하기 위해서는 흉부방사선 검사, 심전도 검사, 심근손상지표 등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고, 그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경우 관상동맥, 폐동맥과 대동맥을 동시에 볼 수 있는 혈관 CT 등 추가적인 검사를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점, ③ 망인의 경우 피고 병원 의료진이 실시한 흉부 및 늑골 방사선 검사, 혈액 및 소변 검사, 혈청심근표지자 검사, 심전도 검사 등에서 흉부방사선 검사결과 좌측 흉곽에 늑막 삼출 소견이 있었던 것 외에 별다른 이상 소견이 없었음에도 계속해서 흉통을 호소하였던 점, ④ 심전도, 심근손상지표에서 별다른 이상 소견이 없었던바, 급성심근경색증을 그 원인에서 배제할 수는 있으나, 위와 같은 검사를 통해서는 대동맥박리의 발생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점, ⑤ 흉통은 대동맥박리의 전형적인 증상이며, 좌측 늑막삼출 역시 대동맥박리 시 나타날 수 있는 점, 6 피고 병원 의료진은 망인을 호산구성 폐렴의증으로 진단하였으나, 망인에게는 호산구성 폐렴의 전형적인 증상인 발열, 기침, 호흡부전 등의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으며 혈중 호산구 수치도 정상범위를 다소 상회하였을 뿐만 아니라, 급성 호산구성 폐렴의 경우 흉부방사선 검사결과 병변이 급격히 악화된다고 할 것임에도 망인에 대해 실시한 2010. 8. 4.의 흉부 방사선 검사결과와 2010. 8. 6.의 흉부방사선 검사결과를 비교할 때 악화된 소견이 나타나지 않았고, 망인에 대해 호산구성 폐렴에 대한 치료가 이루어졌음에도 호산구 수치는 약간 상승하였고 망인은 계속하여 흉통을 호소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 병원 의료진은 흉부 및 늑골 방사선 검사, 일반혈액 검사, 심근효소 검사, 소변 검사, 심전도 검사 등을 통해 망인의 흉통의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였음에도 망인이 계속하여 흉통을 호소하였다면, 위 검사로 확인할 수 없는 질환인 대동맥박리 등에 대한 감별 진단을 위해 심초음파 내지 혈관 CT, MRI 등의 추가 검사를 실시할 주의의무가 있다.

(2) 그럼에도 피고 병원 의료진은 만연히 망인을 증상에 부합하지 않는 호산구성 폐렴의증으로 진단하고 이에 대한 대증적 치료만을 시행하고 흉통 등 증상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추가적인 검사를 시행하지 않음으로써, 망인으로 하여금 추가적 진단검사를 통해 대동맥박리를 진단받고 이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받을 기회를 상실하게 하였으며, 위와 같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망인이 사망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병원은 이로 인해 망인과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라.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기록에 의하면, ①) 대동맥박리가 발생한 경우 매우 심하고 칼로 찢어내는 듯하며 발한을 동반한 갑작스러운 통증이 지속되고, 통증 부위는 흔히 양견갑골 사이, 휴부의 앞 또는 뒤쪽에서 나타나며 박리가 진행됨에 따라 이동하고, 이 밖에도 실신, 호흡곤란, 쇠약감, 팔 저림, 마비 등의 다른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사실, ② 대동맥박리의 발생은 10대부터 노인까지 다양하나 일반적으로 40~60대에 흔하고 남성이 2:1 정도로 여성보다 많이 발생하는 사실, ③ 대동맥박리의 중요한 원인으로는 고혈압을 들수 있는데, 대동맥박리 환자의 70%에서 고혈압이 동반되고, 선천적 요인에 의해 Marfan증후군, Ehlers-Danlos 증후군 등을 가진 경우 흔히 발생하는 사실, ④ 일부 흉부방사선 검사에서 상부 종격동 혹은 좌측 흉곽의 확장이 보이고, 흉부 하행대동맥 박리의 경우 늑막 삼출액(대개 왼쪽 늑막)이 나타날 수도 있으며, 심전도 검사에서 고혈압 환자의 경우 좌심실 비대 소견이 보일 수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와 앞서 본 사실관계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① 대동맥박리는 선천적으로 Marfan증후군, Ehlers-Danlos증후군 등의 유전질환이 있거나 고혈압이 있는 50~60대인 사람에게 주로 발생하는 질환인데, 망인의 신장(177m), 체중(82kg) 등을 고려할 때 망인에게 Marfan증후군 등의 유전 질환이 있다고 볼 수 없고, 망인이 피고 병원을 내원할 당시 만 21세의 젊은 나이인데다가 고혈압 병력이 없었으며 당시 혈압도 정상이었으므로, 망인은 대동맥박리가 발생할 수 있는 고위험의 조건을 갖춘 사람이 아니었다.

② 망인은 갑작스럽게 발생한 극심한 흉통을 호소하면서 처음부터 피고 병원 응급실로 내원한 것이 아니라, 처음 흉통을 느낀 날의 다음날인 2010. 8. 3. E외과의원에 먼저 내원하여 진료를 받고도 흉통이 없어지지 않자 그 다음날인 2010. 8. 4. 피고 병원 응급실로 내원하였고, 피고 병원에 처음 내원할 당시 '내원 2일 전부터 좌측 흉통 이 있었고, 숨을 쉬거나 자세를 변경할 때 주로 발생한다'고 진술하였으며, 같은 날 9:51경에 내원하였다가 같은 날 23:18경 흉통이 완화되었다고 하여 퇴원하였는데, 이와 같이 망인이 호소한 흉통의 정도는 갑작스럽게 발생한 극심한 통증이었다고 보기 어렵고, 그 통증의 형태 또한 전흉부라든지 등 쪽 또는 등 아래쪽으로 뻗어나가는 형태도 아니어서 망인이 대동맥박리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통증 증세를 보였다고도 보기 어렵다.

③ 망인에 대한 흉부방사선 검사결과 대동맥박리시 주로 보이는 상부 종격동 혹은 좌측 흉곽의 확장이 보이지 않았고, 망인에 대한 혈액검사상 CPK 수치, CK-MB 수치, troponin I 수치가 모두 정상 범위 내에 있었으며, 심전도 검사결과에서도 대동맥 박리와 연결지을 수 있는 소견이 보이지 않았으므로, 망인에게 대동맥박리를 의심할 수 있는 검사소견도 나타나지 않았다.

④ 대동맥박리가 발생할 경우 흔하지는 않으나 좌측 흉곽에 늑막액이 생길 수 있고, 망인에 대한 흉부방사선 검사결과 좌측 흉곽에 늑막 삼출 소견이 보이긴 하였으나, 망인이 몇 년 전에 개인병원에서 좌측 늑막염을 치료한 병력이 있어 피고 병원 내원 당시 보였던 늑막 삼출 소견이 대동맥박리에 의하여 생긴 늑막액이었는지, 이전 득막염치료 후 후유증으로 생긴 늑막 비후였는지 구별이 어려웠다. 뿐만 아니라 늑막삼 출은 하행대동맥박리의 경우 드물게 보이는 소견인데 망인에게는 상행대동맥박리가 발생하였으므로 위 늑막삼출이 대동맥박리로 발생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6 2010. 8. 4. 측정한 망인의 말초혈액 호산구가 5.5%로 정상 범위를 초과하였고, 2010. 8. 5.에는 그 수치가 6.4%로 상승하여 폐렴 또는 호산구성 폐렴 초기를 의심할 수 있었으며, 망인이 호소한 흉통도 왼쪽 흉부에서 숨을 쉬거나 자세를 변경할 때 주로 발생한다는 것으로 폐렴에 의한 흉통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다.

(3)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 병원 의료진이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진단 수준의 범위 안에서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추가로 CT나 MRI를 촬영하는 등의 정밀한 검사를 하여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4)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 병원 의료진이 대동맥박리 등에 대한 감별 진단을 위해 심초음파 내지 혈관 CT, MRI 등의 추가 검사를 실시할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위와 같은 추가적인 검사를 시행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의료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결론

그러므로 원고들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이상훈

대법관김창석

주심대법관조희대

대법관박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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