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red_flag_2
부산고등법원 2011. 9. 21. 선고 2011누174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미간행]
원고, 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규로 담당변호사 임영수 외 1인)

피고, 피항소인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2011. 8. 24.

주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09. 3. 31.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이 사건 처분

원고는, 그의 남편 소외 1(1952. 4. 16.생)이 2008. 12. 13. 16:20경 그들이 거주하던 아파트 13층에서 스스로 투신하여 실혈성 쇼크 등 원인으로 사망하자, 피고에게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사유에 의한 것이라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하였으나, 이에 대하여 피고는, 2009. 3. 31. 망인에게 자살의 원인이 된 우울증은 발병 당시 업무와 상당인과관계를 가진 직업적 요인(업무의 양, 내용, 업무상 스트레스 등)에 의해 발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그 지급을 거부하는 내용의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2, 14, 18호증의 각 기재

2. 원고의 주장

망인은 합자회사 진주제일택시(이하 ‘제일택시’라 한다)의 배차부장으로 근무하면서 또 다른 합자회사 진일택시의 배차업무를 동시에 담당하여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쉬는 날 없이 05:00경 출근하여 사납금 정리, 세차장 폐수관리업무, 배차업무 등으로 18:00까지 매일 13시간을 근무하는 등 피로가 누적되었고, 2006년부터는 택시기사의 수급이 어려워 배차인원의 대체 등으로 정신적인 중압감과 압박감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아 이를 해소하기 위하여 폭음함으로써 건강이 악화되기도 하였으며, 그 무렵 신경성 불면증, 반복성 우울장애 등의 증상으로 정신과적 진단과 치료를 받아온 상태에서 2008년 중순경 위 회사 전무로부터 사직을 강요당하면서 향후 가족들의 생계와 사회생활을 더 이상 영위할 수 없다는 부담감과 심적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이로 인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또는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므로 망인의 자살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유족급여 등의 지급을 거부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인정사실

가. 망인의 근무경력 및 근무내역 등

(1) 망인은 1952년생으로 1992. 5. 1. 제일택시의 택시기사로 입사하여 근무하다가 1997. 1. 20.부터는 배차과장으로 근무하였고, 2005년경에는 배차부장으로 승진하여 택시기사에게 택시를 배정하는 업무인 배차업무를 담당하는 외에 사납금 정리, 세차장 폐수관리업무, 야간경비업무 등도 담당하였다.

(2) 망인은 특별한 경우 외에는 휴일 없이 거의 매일 출근하였고 10:00경까지 출근하여도 무방함에도 택시기사들이 일찍 출근하는 관계로 05:00에 출근하여 18:00까지 근무하였다.

(3) 망인은 오전에는 다른 직원과 함께 사납금 정리를 하였고, 그 이후에는 폐수처리업무 외에는 별다른 일 없이 있다가 17:00경부터 퇴근 시까지 배차업무를 하였는데, 기사가 모자라는 경우에는 퇴근시간을 초과하여 두 시간 정도 배차업무를 하기도 하였다.

(4) 망인은 제일택시 소속이었지만 진일택시의 배차업무를 같이 하는 등 106대 가량의 택시 배차업무를 하였는데, 운전기사가 모자라는 경우 망인이 다른 운전기사에게 연락하여 운전을 부탁하여야 하므로 배차업무에 걸리는 시간이 늘어나기도 하고 택시기사 중에는 거친 성격을 소유한 사람도 있어 배차과정에서 운전을 거부하는 택시기사와 실랑이를 벌이거나 말다툼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외에도 망인은 월 1회 가량 야간경비업무를 하였는데, 근무시간은 18:00경부터 06:00경까지이고, 월 1회를 초과하는 경우도 있었다.

(5) 망인은 2008. 5. 15.경 우울증진료를 위한 입원 때문에 회사를 휴직하였다가 2008. 10. 21. 퇴직하였는데, 망인은 그의 퇴직금을 2003년경 회사대표로부터 아파트분양대금 용도로 차용한 돈과 정산하였다.

나. 망인의 진료 및 치료과정 등

(1) 2006. 11. 15.부터 약 한 달간 한빛신경정신과의원에서 신경성 불면증으로 진료를 받았다.

(2) 2007. 7. 16.부터 2008. 3. 11.까지 한일병원에서 불면증과 그로 인한 피로감으로 통원치료를 받았다.

(3) 2008. 3. 27.부터 약 한 달간 경상대학교병원에서 불면, 우울감, 집중력 저하 등의 증상으로 통원치료를 받았다.

(4) 2008. 5. 17.부터 약 한 달간 열린마음열린병원에서 반복성 우울증으로 입원치료를 받는 등 같은 해 11. 7.까지 통원진료를 받다가 같은 해 12. 13. 투신자살하였다.

다. 의학적 소견

(1) 한일병원

㈎ 망인은 2007. 7. 16.부터 2008. 3. 11.까지 9차례에 걸쳐 외래 통원치료를 받았다.

㈏ 망인은 불면증과 함께 그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하였고, 이러한 불면증 외에 우울증을 의심한 만한 소견이나 다른 병력은 없어보였다. 항우울제나 항불안제, 수면제 등의 용량을 통상적인 불면증에서보다 증량해 투여했음에도 불면증이 그에 잘 반응하지 않았다. 불면증의 여러 원인 중 일상생활에서의 스트레스가 있으므로 망인에게서 발생한 불면증이 업무상의 과다한 여러 스트레스에 의해 직접적으로 유발 또는 간접적으로 악화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 경상대학교병원

㈎ 망인은 2008. 3.경부터 4차례 외래 통원치료(3/27, 4/3, 4/10, 4/24)를 받았다.

㈏ 망인에게 불면증과 함께 그로 인한 피로감, 불안, 건강염려, 무의욕, 기분저하, 집중력저하, 대인관계 축소 등의 타각적 증상이 나타났다. 망인은 택시회사의 상무로 임명되기로 결정되면서 상기 증상의 악화를 호소하고, 내원 1년 전부터 회사의 택시 배차 인원 부족문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2년 전 같은 자리에 있던 상무가 돌연사 했던 일을 상기하며 불안, 건강 염려 증상 호소함.

(3) 열린마음열린병원

㈎ 망인은 2008. 5. 17.부터 2008. 6. 18.까지 입원치료를 받았다가, 그 무렵 퇴원 후 8차례 통원치료(6/30, 7/14, 7/28, 8/23, 9/24, 10/22, 10/29, 11/7) 및 약 처방을 받았다.

㈏ 망인은 반복성 우울증으로 의욕저하, 정신운동성지체, 과다수면, 집중력 저하, 발병 이후 병의 경과 중에 자살사고, 대인기피증 등을 호소하였고 그와 같은 증상의 완화와 악화가 반복되는 상태였으며, 직장에서의 배차업무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2006년부터 불면증이 오고 이후로 증상이 나빠졌으며 모든 사람이 원하는 대로 해줄 수 없어 힘들었음을 호소하였다. 망인은 불면과 피로, 불안, 건강염려를 호소하고 무의욕, 기분저하, 집중력저하, 대인관계축소 등의 타각적 증상이 보고되었고, 내원 1년 전부터 택시배차인원 부족문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으며, 같은 자리에 있던 상무가 돌연사했던 일을 상기하며 불안, 건강염려 증상을 호소하였고, 망인의 업무가 우울증의 유발이나 악화에 관여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4) 진료기록감정의 소견(대한신경정신의학회)

우울증은 유전, 신경생화학적 요인, 내분비 이상, 수면 및 생체리듬장애, 심리사회적 요인, 성격 특성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하여 발생되는 증후군이다. 심리사회적 스트레스만으로 주요우울장애가 발생할 수 있는가에 관하여는 아직 논란이 있지만 스트레스는 우울장애의 소인이 있는 사람에게서 우울증상이 나타나게 하고 우울장애의 재발에도 영향을 미친다. 주요 우울장애의 약 10~15% 정도가 자살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울감, 불안감, 초조감, 불면증, 두통 등 우울증에 동반하는 신체증상의 심각도와 자살 당시의 음주 여부 등이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이고, 자살은 우울증 등의 회복기에도 자주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내지 24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제1심 증인 소외 2의 증언, 제1심 법원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 대한 각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및 사실조회결과, 제1심 법원의 한빛정신과의원, 열린마음열린병원, 한일병원, 경상대학교병원, 합자회사 진주제일택시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4. 이 법원의 판단

가. 관련 법령

제37조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②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등으로 발생한 사망 등은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 다만 그 사망 등의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의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한 행위로 발생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으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제36조 (자해행위에 따른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법 제37조 제2항 단서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1.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이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

3. 그 밖에 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하였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경우

나. 법리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는바, 그 인과관계 유무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로써 판단되어야 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자살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 근로자가 업무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거나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인하여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의 상태 또는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와 같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자살자의 질병 내지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심리적 상황,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3. 12. 14. 선고 93누13797 판결 , 대법원 1993. 12. 14. 선고 93누9392 판결 , 대법원 1999. 6. 8. 선고 99두3331 판결 , 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0두9519 판결 , 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7두16318 판결 , 대법원 2010. 8. 19. 선고 2010두8553 판결 등 참조).

다. 판단

위 법리를 기초로 앞서 본 인정사실에다가 앞서 든 증거에 갑 25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면 알 수 있는 다음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은 업무상의 스트레스로 인하여 우울증이 발병하여 이러한 우울증이 심화되거나 지속된 상태에서 정신병적 증상이 발현됨으로써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또는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되므로,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1) 망인이 1997. 1. 경부터 배차과장으로 근무하면서 앞서 본 배차업무의 특성에 따른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다가 2005.경부터 배차부장으로 승진하는 등 배차업무에 대한 책임이 가중되면서, 망인의 내성적이면서도 꼼꼼한 성격, 일 처리에 대한 타인의 기대와 평가 등에 대한 예민함 등 개인적 성향이 배차업무의 특성과 맞물려 업무에 대한 중압감의 정도가 더욱 상승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2) 이에 따라 망인은 2006. 11. 경부터 한빛신경정신과의원에서 신경성 불면증세로 진료를 받는 것을 시작으로, 이후 2007. 7. 16.부터 2008. 3. 11.까지 9차례에 걸쳐 한일병원에서 불면증 등으로 통원치료를 받는 등 그 증상이 심화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3) 망인은 담당 의사에게 불면증, 대인기피증, 상대방의 자신에 대한 평가에 대한 불안감 및 택시 배차 인원 부족문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고 지속적으로 호소[기록 : 313쪽, 314쪽, 346쪽, 352쪽, 355쪽, 358쪽, 362쪽(2008. 4.경 죽음에 대한 생각, 두려움), 364쪽, 381쪽 등 참조]하는 등 앞서 본 망인의 업무량이 결코 적은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고, 그와 같은 상태에서, 같은 자리에서 같은 업무를 담당하였던 상무가 사망하여 건강에 대한 염려 등 불안감 내지 정신적인 스트레스 역시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앞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은 담당 의사에게 이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호소하였던바, 의사의 소견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는 다소 경하게 느껴질 수 있는 스트레스 인자라 할지라도, 우울증환자에게는 그 사건에 대해 개인의 특유한 의미를 부여함으로 인하여 더욱더 절망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앞서 본 망인의 개인적인 성격 등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4) 피고 자문의의 의견은, 망인에게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우울증 경과 중의 합병증으로, 망인의 병전 성격이나, 적응 패턴, 기질 등이 우울증상의 발현에 주된 원인이 될 수 있고, 여기에 과도한 스트레스가 더해졌다면, 우울증 발병을 가속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인바, 자살하거나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의 90% 이상이 정신과적 장애를 가지고 있고, 이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 우울증으로 알려져 있으며, 당해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를 벗어났다고 해서 발생한 우울증이 즉시 수일 만에 좋아질 가능성은 매우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앞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은 지속적으로 정신적 치료를 받아 왔고, 퇴사 후에도 치료를 받아 오다가 퇴직 후 50여 일이 지난 후 자살하였는데, 망인은 원고 등과 산행하고 휴직까지 하면서 치료에 임하는 등 자신의 상태를 극복하기 위하여 노력하였으나, 이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5) 망인으로 하여금 앞서 본 바와 같은 업무로 인한 지속적인 스트레스 외에 자살을 결심하게 할 만한 특별한 가정불화 등의 사유가 없었고, 가족 중에 우울증과 관련이 있는 병력을 가진 사람은 없었으며, 자살 당일 망인은 바지의 앞뒤를 분간하지 못하여 거꾸로 입은 상태였고 달리 유서가 발견되지 아니하는 등 그 무렵 여러 정황으로 보아 망인은 퇴직 후에도 우울증이 지속되면서 이러한 정신병적 증상이 발현됨으로써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용달(재판장) 문흥만 박운삼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