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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9. 4. 11. 선고 2017헌바127 결정문 [형법 제269조 제1항 등 위헌소원]

[결정문]

사건

2017헌바127 형법 제269조 제1항 등 위헌소원

청구인

정○원

대리인 [별지] 목록과 같음

당해사건

광주지방법원 2016고단3266 의료법위반 등

선고일

2019.04.11

주문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69조 제1항, 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조항들은 2020.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이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1994. 3. 31. 산부인과 의사면허를 취득한 사람으로, 2013. 11. 1.경부터 2015. 7. 3.경까지 69회에 걸쳐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하였다는 공소사실(업무상승낙낙태) 등으로 기소되었다(광주지방법원 2016고단3266). 청구인은 제1심 재판 계속 중, 주위적으로 형법 제269조 제1항, 제270조 제1항헌법에 위반되고, 예비적으로 위 조항들의 낙태 객체를 임신 3개월 이내의 태아까지 포함하여 해

석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17. 1. 25. 그 신청이 기각되었다(광주지방법원 2016초기1322). 이에 청구인은 2017. 2. 8. 위 조항들에 대하여 같은 취지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의 주위적 청구는 형법 제269조 제1항, 제270조 제1항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고, 예비적 청구는 위 조항들의 낙태 객체를 임신 3개월 이내의 태아까지 포함하여 해석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위 예비적 청구는 동일한 심판대상조항에 관한 주위적 청구의 양적 일부분에 불과하므로, 이를 별도의 심판대상으로 삼지 아니하고, 다만 그에 관한 주장을 위 조항들의 위헌 여부에 관한 판단의 이유 중에서 함께 판단하기로 한다(헌재 2016. 5. 26. 2015헌바176 ; 헌재 2016. 9. 29. 2016헌마47 등 참조).

한편, 청구인은 형법 제270조 제1항 전체의 위헌확인을 구하고 있으나, 청구인에게 적용되는 부분은 위 조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이므로, 심판대상을 해당 부분으로 한정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69조 제1항(이하 ‘자기낙태죄 조항’이라 한다), 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이하 ‘의사낙태죄 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제269조(낙태) ①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270조(의사 등의 낙태, 부동의낙태) ①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어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관련조항]

제14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① 의사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경우에만 본인과 배우자(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동의를 받아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다.

1.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2.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3.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4.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5.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제28조(「형법」의 적용 배제) 이 법에 따른 인공임신중절수술을 받은 자와 수술을 한 자는 「형법」 제269조 제1항·제2항 및 제270조 제1항에도 불구하고 처벌하지 아니한다.

제15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① 법 제14조에 따른 인공임신중절수술은 임신 24주일 이내인 사람만 할 수 있다.

3. 청구인의 주장, 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기각이유

가. 청구인의 주장

(1) 자기낙태죄 조항

자기낙태죄 조항은 여성이 임신·출산을 할 것인지 여부와 그 시기 등을 결정할 자유를 제약하여 여성의 자기운명결정권을 제한하고, 임신 초기에 안전한 임신중절수술을 받지 못하게 하여 임신한 여성의 건강권을 제한한다. 또한 원치 않은 임신의 유지와 출산을 강제하여 임신한 여성의 생물학적, 정신적 건강을 훼손함으로써 신체의 완전성에 관한 권리와 모성을 보호받을 권리를 제한하고, 원치 않은 임신 및 출산에 대한 부담을 여성에게만 부과하므로 평등권을 제한한다.

태아는 그 생존과 성장을 전적으로 모체에 의존하므로, 태아가 모와 별개의 생명체로서 모와 동등한 수준의 생명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태아는 생명권의 주체가 될 수 없다. 낙태를 처벌하는지 여부는 임신중단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현실적으로 낙태에 대한 처벌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자기낙태죄 조항은 태아의 생명, 임신한 여성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없다. 임신한 여성의 모든 낙태가 일률적으로 처벌되고 있고, 모자보건법에 규정된 처벌의 예외도 그 범위가 지나치게 좁으므로, 자기낙태죄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건강권, 신체의 완전성에 관한 권리, 모성을 보호받을 권리,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

(2) 의사낙태죄 조항

일반인에 의한 낙태는 의사에 의한 낙태보다 더 위험하고 불법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동의낙태죄 조항(형법 제269조 제2항)과 달리 징역형 외에 벌금형을 규정하지 아니한 의사낙태죄 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반되고, 의사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

나. 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기각이유

헌법재판소는 이미 형법 제270조 제1항 및 그 판단의 전제가 되는 자기낙태죄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고, 위 조항들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만한 사정변경이 생겼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4. 판단

가. 낙태죄에 관한 일반론

(1) 낙태의 의의

낙태라 함은 태아를 자연분만 시기에 앞서서 인위적으로 모체 밖으로 배출하거나 모체 안에서 살해하는 행위를 말하며, 낙태죄는 이와 같은 낙태를 내용으로 하는 범죄로서, 낙태 결과 태아가 사망하였는지 여부는 낙태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다(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3도2780 판결 참조). 낙태는 태아가 생존 가능한 시점에서의 인공적인 태아배출행위도 포함한다는 점에서 모자보건법이 규정하고 있는 인공임신중절수술보다는 넓은 개념이 된다.

(2) 낙태죄의 연혁

(가) 형법의 연혁

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형법 제269조 제1항은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만 환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하여 임신한 여성의 자기낙태를 처벌하였다. 같은 조 제2항은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자를 제1항과 동일한 형으로 처벌하고, 제3항은 제2항의 죄를 범하여 부녀를 치상하거나 치사한 경우를 가중 처벌하였다. 같은 법 제270조 제1항은 “의사, 한의사, 조산원,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어 낙태하게 한 때

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하여 의사 등의 업무상동의낙태를 처벌하였다. 같은 조 제2항은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 없이 낙태하게 한 자를 처벌하고, 제3항은 제1항 또는 제2항의 죄를 범하여 부녀를 치상하거나 치사한 경우를 가중 처벌하였다. 위 규정들은 모두 처벌의 예외사유를 규정하지 아니하였다.

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형법이 개정되면서, 형법 제269조 제1항의 “1만 환 이하의 벌금”은 “2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제270조 제1항의 “조산원”은 “조산사”로 각각 변경되고, 일부 자구의 수정이 있었으나, 실질적인 조문의 내용에는 변화가 없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나) 모자보건법의 연혁

1973. 2. 8. 법률 제2514호로 제정된 모자보건법은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를 규정하였다. 위 법 제2조 제4호는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태아가 모체 외에서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시기에 태아와 그 부속물을 인공적으로 모체외부에 배출시키는 수술”이라고 정의하고, 같은 법 제8조 제1항은 ①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②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염성질환이 있는 경우, ③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④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⑤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하고 있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중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경우에 한하여 의사가 본인과 배우자(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자 포함)의 동의를 얻어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같은 법 제12조는 “이 법의 규정에 의한 인공임신중절수술을 받은 자 및 행한 자는 형법 제269조 제1항·제2항 및 형법 제270조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처벌하지 아니한

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은 “법 제8조의 규정에 의한 인공임신중절수술은 임신한 날로부터 28주일 내에 있는 자에 한하여 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1986. 5. 10. 법률 제3824호로 전부개정된 모자보건법은 위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를 제14조 제1항에서 규정하여 조문의 위치를 옮기고 일부 자구를 수정하였으나, 그 규율 내용은 거의 동일하였다. 2009. 1. 7. 법률 제9333호로 개정된 모자보건법 제14조 제1항은 같은 항 제5호의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하고 있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를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로 변경하는 등 일부 자구를 수정하였으나, 실질적인 규율 내용에는 변화가 없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편 2009. 7. 7. 대통령령 제21618호로 개정된 모자보건법 시행령 제15조는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 기간을 임신 28주일 이내에서 임신 24주일 이내로 변경하고,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는 우생학적·유전학적 정신장애 및 신체질환과 전염성 질환 중 치료가 가능하거나 의학적 근거가 불분명한 질환 등을 삭제하여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범위를 일부 축소하였다.

(3) 현행법상 낙태죄의 체계

(가) 형법은 제27장 낙태의 죄에서 낙태를 전면금지하면서도 한편으로, 모자보건법을 통하여 일정한 의학적·우생학적·윤리적 적응사유 등이 있는 경우 형법상의 낙태죄의 적용을 배제함으로써 낙태를 일부 허용하고 있다. 즉, 낙태와 관련하여 우리 법체계는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과 위법성 조각사유를 규정한 모자보건법으로 이원화되어 있다.

(나) 자기낙태죄(형법 제269조 제1항)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낙태를 처벌하는 규정으로 낙태죄의 기본적 구성요건이며, 동의낙태죄(형법 제269조 제2항)는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하는 경우 성립한다. 업무상동의낙태죄(형법 제270조 제1항)는 동의낙태죄에 대하여 신분관계로 책임이 가중되는 가중적 구성요건으로서,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임신한 여성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함으로써 성립한다. 업무상동의낙태죄와 자기낙태죄는 구성요건의 내용상 2인 이상의 관여자가 낙태라는 동일한 목표를 향하여 서로 다른 방향에서 구성요건의 실현에 관여한다는 점에서 강학상 대향범(對向犯)에 해당한다(헌재 2012. 8. 23. 2010헌바402 참조). 부동의낙태죄(형법 제270조 제2항)는 자기낙태죄에 대하여 불법이 가중되는 가중적 구성요건이고, 낙태치사상죄(형법 제269조 제3항, 제270조 제3항)는 동의낙태죄, 업무상동의낙태죄, 부동의낙태죄에 대한 결과적 가중범을 무겁게 벌하고 있다.

이처럼 자기낙태죄 조항은 임신한 여성이 원하여 행하는 자기낙태를 처벌하고,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지 않은 낙태 등은 다른 규정에서 처벌하고 있으므로, 이하에서 자기낙태죄 조항과 관련하여 ‘낙태’라고 할 때에는 임신한 여성이 원하여 행하는 자기낙태를 의미한다.

(다) 모자보건법 제14조 제1항은 예외적으로 다섯 가지 정당화사유에 한해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허용하고 있다. 즉, 의사는 ① 본인이나 배우자가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② 본인이나 배우자가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③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④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⑤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

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중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경우에만 임신한 여성과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다. 위와 같이 허용되는 인공임신중절수술의 경우에도 임신 24주일 이내인 사람에 대해서만 할 수 있고(모자보건법 시행령 제15조 제1항), 이 경우 형법 제269조 제1항·제2항 및 제270조 제1항에도 불구하고 처벌하지 아니한다(모자보건법 제28조).

나. 선례

헌법재판소는 2012. 8. 23. 재판관 4(합헌) 대 4(위헌)의 의견으로,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고, 조산사 등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 형법 제270조 제1항 중 ‘조산사’에 관한 부분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이나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합헌 결정을 하였다(헌재 2012. 8. 23. 2010헌바402 ).

이에 대해서는,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처벌하고 있다는 점에서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므로, 이에 따라 형법 제270조 제1항 중 ‘조산사’에 관한 부분 역시 위 범위 내에서 위헌이라는 재판관 4인의 반대의견이 있었으며, 임신 초기의 낙태를 허용하더라도 임신한 여성이 낙태에 대하여 충분히 숙고한 뒤에 결정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의학적으로 안전한 낙태시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입법조치를 취하여야 한다는 재판관 1인의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있었다.

다.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영진의 헌법불합치의견

(1) 자기낙태죄 조항에 대한 판단

(가) 제한되는 기본권

헌법 제10조 제1문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조항이 보호하는 인간의 존엄성으로부터 개인의 일반적 인격권이 보장된다(헌재 1991. 4. 1. 89헌마160 ; 헌재 2003. 6. 26. 2002헌가14 참조). 일반적 인격권은 인간의 존엄성과 밀접한 연관관계를 보이는 자유로운 인격발현의 기본조건을 포괄적으로 보호하는데, 개인의 자기결정권은 일반적 인격권에서 파생된다(헌재 2015. 2. 26. 2009헌바17 등; 헌재 2012. 8. 23. 2010헌바402 ; 헌재 2015. 11. 26. 2012헌마940 참조). 모든 국민은 그의 존엄한 인격권을 바탕으로 하여 자율적으로 자신의 생활영역을 형성해 나갈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헌재 1997. 3. 27. 95헌가14 등 참조).

자기결정권은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인간이 자신의 생활영역에서 인격의 발현과 삶의 방식에 관한 근본적인 결정을 자율적으로 내릴 수 있는 권리다. 자기결정권의 근거이자 동시에 목적인 인간의 존엄성은 국가에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할 의무를 부과한다. 인간은 그 자체로서 궁극적 목적이자 최고의 가치로서 대우받아야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인간이 다른 가치나 목적, 법익을 위한 수단으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자기결정권과 ‘인간과 국가의 관계’가 남녀 구별 없이 여성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함은 자명하다. 특히 여성은 남성과 달리 임신, 출산을 할 수 있는데 이에 관한 결정은 여성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자기결정권에는 여성이 그의 존엄한 인격권을 바탕으로 하여 자율적으로 자신의 생활영역을 형성해 나갈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되고, 여기에는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신체를 임신상태로 유지하여 출산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헌재 2012. 8. 23. 2010헌바402 참조).

자기낙태죄 조항은 모자보건법이 정한 일정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태아의 발달단계 혹은 독자적 생존능력과 무관하게 임신기간 전체를 통틀어 모든 낙태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벌을 부과하도록 정함으로써, 형법적 제재 및 이에 따른 형벌의 위하력(威嚇力)으로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출산을 강제하고 있으므로,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다.

(나)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침해 여부

낙태 허용 여부에 관한 논쟁은 생성 중인 생명 내지 아직 출생하지 않은 생명에 대한 근원적 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는 까닭에 윤리적, 종교적, 과학적, 의학적, 사회학적 관점 등을 포함한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가치관과 경험, 생명이라는 가치에 대한 태도와 윤리적 기준, 역사적·사회적 현실을 포함한 다양한 요소들이 다양한 관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낙태의 허용 여부에 대한 각자의 생각과 결론은 그 자체가 신념으로서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고, 이에 대한 옳고 그름을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헌법에서 부여받은 역할에 따라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만을 심사할 뿐이다.

1) 판단의 전제

가) 태아의 생명권과 국가의 생명보호의무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고, 이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인간 존재의 근원이며, 생명권은 비록 헌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다 하더라도 인간의 생존본능과 존재목적에 바탕을 둔 선험적이고 자연법적인 권리로서 헌법에 규정된 모든 기본권

의 전제로서 기능하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헌재 1996. 11. 28. 95헌바1 참조)이라는 점은 논란의 여지없이 자명하다.

모든 인간은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며, 형성 중의 생명인 태아에게도 생명에 대한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 태아가 비록 그 생명의 유지를 위하여 모(母)에게 의존해야 하지만, 그 자체로 모(母)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태아도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며, 국가는 헌법 제10조 제2문에 따라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헌재 2008. 7. 31. 2004헌바81 ; 헌재 2008. 7. 31. 2004헌마1010 등; 헌재 2010. 5. 27. 2005헌마346 ; 헌재 2012. 8. 23. 2010헌바402 참조).

나) 외국의 입법례

일정한 요건을 갖춘 낙태를 비범죄화한 대륙법계 유럽 대다수 나라는 ‘기간 방식’과 ‘적응사유 방식’을 병행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기간 방식은 대체로 마지막 생리기간의 첫날부터 14주 이내의 일정한 요건을 갖춘 낙태를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영국은 마지막 생리기간의 첫날부터 24주 이내의 일정한 요건을 갖춘 낙태를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미국은 주(州)별로 규제가 다르고,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의 취지에 따라 태아가 독자적 생존능력(viability)을 갖추기 전의 일정한 시기에 일정한 요건을 갖춘 낙태를 형사처벌하지 않는 주들이 있다.

국제연합(UN)이 이른바 선진국 권역(Developed Regions)으로 분류하는 유럽 전 지역, 북미, 호주, 뉴질랜드, 일본에서의 각 사유별 낙태 허용 국가의 비율을 조사한 결과, 2013년을 기준으로 ‘임신한 여성의 생명 구조’는 96%, ‘임신한 여성의 신체적 건강 보호’는 88%, ‘임신한 여성의 정신적 건강 보호’, ‘강간 또는 근친상간’ 및 ‘태아의

장애’는 각각 86%, ‘사회적·경제적 사유’는 82%, ‘임신한 여성의 요청’은 71%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는 1996년과 비교하여 위 일곱 가지 사유 중 여섯 가지 사유에서 낙태 허용국가의 비율이 상승한 것이고, 나머지 한 가지 사유인 ‘임신한 여성의 신체적 건강 보호’에서는 그 비율이 동일하게 나타난 것이다. 국제연합이 이른바 개발도상국 권역(Developing Regions)으로 분류한 나머지 국가들에서도 위 일곱 가지 사유 중 여섯 가지 사유에서 낙태 허용국가의 비율이 상승하였고, 한 가지 사유인 ‘임신한 여성의 생명 구조’에서만 그 비율이 소폭 감소하였다고 한다.

2) 심사기준

이 사안은 국가가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해 확정적으로 만들어 놓은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인지 여부에 대한 것이다. 자기낙태죄 조항의 존재와 역할을 간과한 채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의 직접적인 충돌을 해결해야 하는 사안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하에서는 모자보건법이 정한 일정한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 한 태아의 발달단계 혹은 독자적 생존능력과 무관하게 임신기간 전체를 통틀어 모든 낙태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함으로써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는 자기낙태죄 조항이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그 목적달성을 위한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그리고 그 입법에 의해 보호하려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의 균형성을 모두 갖추었는지 여부를 살펴보기로 한다.

3)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자기낙태죄 조항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

고, 낙태를 방지하기 위하여 임신한 여성의 낙태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이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 적합한 수단이다.

4)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가) 임신기간 전체의 모든 낙태에 대한 전면적·일률적 금지

생명은 이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인간 존재의 근원이므로, 인간으로서 형성되어 가는 단계에 있는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은 중대하다. 국가는 자기낙태죄 조항을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한 수단으로 선택하고 있다.

자기낙태죄 조항은 모자보건법이 정한 일정한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 한 태아의 발달단계 혹은 독자적 생존능력과 무관하게 임신기간 전체의 모든 낙태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함으로써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출산을 강제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하고 있다. 국가는 형법적 제재 및 이에 따른 형벌의 위하력으로 임신한 여성에게 모자보건법이 정한 일정한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임신의 유지에 따른 신체적·정신적 부담 및 출산과정에 내재한 신체 내지 생명에 대한 위험을 모두 받아들이고, 출산의 결과로서 모자관계를 형성할 것을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나)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기한 임신종결 여부 결정의 특성

여성은 임신을 하게 되면 약 10개월의 기간 동안 급격한 신체적·심리적 변화를 겪게 되며, 출산 과정에서는 극도의 고통과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위험을 경험하게 되는데, 임신을 유지하는 한 그와 같은 신체적 부담, 심리적 불안감, 출산과정의 고통 및 나아가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위험을 여성 자신의 신체로써 직접 감당해야 한다. 우리 법체계 하에서 모자관계는 출산이라는 객관적이고 확실한 자연적 사실에 의하여 발생하므로(헌재 2001. 5. 31. 98헌바9 참조), 출산은 모자관계의 형성으

로 이어져 출산한 여성은 생모로서 아이에 대한 양육책임을 지게 된다.

여성에게 있어서 자녀의 양육은 20년 가까운 기간 동안 끊임없는 신체적·정신적·정서적 노력을 요구하고, 여성이 처한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상황에 따라 적지 않은 경제적 부담과 직장 등 사회생활에서의 어려움, 학업 계속의 곤란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부담과 어려움은 성차별적인 관습, 가부장적 문화, 열악한 보육여건 등의 사회적 문제가 가세할 경우 더욱 가중된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은 여전히 임신·출산으로 인해 사회적·경제적 생활에서 많은 불이익을 겪고 있으며, 육아에 있어서 남성에 비하여 더 큰 부담을 지는 경우가 많아서, 여성들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러한 어려움은 임신·출산·육아로 인한 여성의 퇴직으로 이어져 사회적·경제적 삶의 단절까지 초래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기혼여성 취업자 중 결혼, 임신·출산, 육아, 자녀교육, 가족 돌봄 등의 이유로 직장을 그만 둔 경험이 있는 ‘경력단절 경험자’의 비율은 15-29세의 경우 2.9%, 30-39세의 경우 26.5%, 40-49세의 경우 46.7%, 50-54세의 경우 23.9%에 이른다고 한다.

이처럼 임신·출산·육아는 여성의 삶에 근본적이고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므로, 임신한 여성이 일정한 범위 내에서 자신의 몸을 임신상태로 유지하여 출산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결정하는 것은 자신의 생활영역을 자율적으로 형성해 나가는 것에 관한 것으로서 인간의 존엄성과 자율성에 터 잡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결정은 임신한 여성에게 신체적·심리적·사회적·경제적 결과를 가져오는 것으로서 이를 초래하는 상황은 임신한 여성이 처한 신체적·심리적사회적·경제적 상황에 따라 복잡하고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임

신을 유지 또는 종결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사회관을 바탕으로 자신이 처한 신체적·심리적사회적·경제적 상황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한 결과를 반영하는 전인적(全人的) 결정이다.

다) 생명의 발달단계와 자기결정권의 행사를 고려한 법적 보호 수단 및 정도

국가에게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생명의 연속적 발전과정에 대하여 생명이라는 공통요소만을 이유로 하여 언제나 동일한 법적 효과를 부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동일한 생명이라 할지라도 법질서가 생명의 발전과정을 일정한 단계들로 구분하고 그 각 단계에 상이한 법적 효과를 부여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예컨대 형법은 태아를 통상 낙태죄의 객체로 취급하지만, 진통 시로부터 태아는 사람으로 취급되어 살인죄의 객체로 됨으로써 생명의 단계에 따라 생명침해행위에 대한 처벌의 정도가 달라진다. 나아가 태아는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한 때로부터 낙태죄의 객체로 되는데 착상은 통상 수정 후 7일경에 이루어지므로, 그 이전의 생명에 대해서는 형법상 어떠한 보호도 행하고 있지 않다. 이와 같이 생명의 전체적 과정에 대해 법질서가 언제나 동일한 법적 보호 내지 효과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국가가 생명을 보호하는 입법적 조치를 취함에 있어 인간생명의 발달단계에 따라 그 보호정도나 보호수단을 달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헌재 2008. 7. 31. 2004헌바81 ; 헌재 2012. 8. 23. 2010헌바402 결정의 반대의견 참조).

태아는 일정 시기 이후가 되면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데, 의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 시기는 가변적일 수 있으나,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를 임신 22주(이 경우를 포함하여 이하에서 “임신 22주”와 같이 임신주수를 표시한 경우는 모두 마지막 생리기간의 첫날부터 기산한 임신주수를 의미한다)라고 하고

있고, 산부인과 학계도 현 시점에서 최선의 의료기술과 의료 인력이 뒷받침될 경우 임신 22주 내외부터 독자적인 생존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처럼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인 생존을 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할 때 훨씬 인간에 근접한 상태에 도달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중요성 및 특성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자기결정권이 보장되려면 임신한 여성이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하여 전인적 결정을 하고 그 결정을 실행함에 있어서 충분한 시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여성이 임신 사실을 인지하고, 자신을 둘러싼 사회적·경제적 상황 및 그 변경가능 여부를 파악하며, 국가의 임신·출산·육아 지원정책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주변의 상담과 조언을 얻어 숙고한 끝에, 만약 낙태하겠다고 결정한 경우 낙태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 검사를 거쳐 실제로 수술을 완료하기까지 필요한 기간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점들을 모두 고려한다면,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이하 착상 시부터 이 시기까지를 ‘결정가능기간’이라 한다)까지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라) 임신한 여성과 태아의 특별한 관계를 고려할 때의 생명보호수단

국가가 낙태를 전면적으로 금지할 경우, 태아의 생명권은 보호되는 반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완전히 박탈된다. 반대로 국가가 낙태를 전면적으로 허용할 경우,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보호되는 반면 태아의 생명권은 완전히 박탈된다.

따라서, 국가의 입법조치를 매개로 하여 태아의 생명권과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일응 대립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임신한 여성과 태아 사이의 특별한 관계로 인하여 그 대립관계는 단순하지 않다. 태아는 엄연히 모와는 별개의 생명체이지만, 모의 신체와 밀접하게 결합되어 특별한 유대관계를 맺으면서 생명의 유지와 성장을 전적으로 모에게 의존하고 있다. 임신한 여성과 태아는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의존적인 매우 독특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임신한 여성은 자녀가 출생하면 입양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어머니로서 출생한 자녀에 대한 양육책임을 부담한다. 특별한 예외적 사정이 없는 한, 임신한 여성의 안위(安危)가 곧 태아의 안위이며, 이들의 이해관계는 그 방향을 달리하지 않고 일치한다.

이와 같은 특성은 낙태갈등 상황에서조차도 종종 발현된다고 한다. 일정한 경우에 있어서 임신한 여성들은 자신이 처한 사회적·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였을 때 임신·출산·육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이고, 만약 자녀가 출생하면 어머니가 될 자신뿐만 아니라 태어날 자녀마저도 불행해질 것이라는 판단 하에 낙태를 결심하고 실행한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판단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 앞서, 이러한 낙태갈등 상황이 전개된다는 것은 ‘가해자 대 피해자’의 관계로 임신한 여성과 태아의 관계를 고정시켜서는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한 바람직한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해 준다. 이러한 특성은 추상적인 형량에 의하여 양자택일 방식으로 선택된 어느 하나의 법익을 위해 다른 법익을 희생할 것이 아니라, 실제적 조화의 원칙에 따라 양 기본권의 실현을 최적화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하고 마련할 것을 국가에 요청하고 있다.

국가는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한 사회적·제도적 개선을 하는 등의 적극적인 노력

은 충분히 하지 못하면서 형법적 제재 및 이에 따른 형벌의 위하로써 임신한 여성에 대하여 전면적·일률적으로 낙태를 금지하고 있다.

임신한 여성의 안위가 태아의 안위와 깊은 관계가 있고,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해 임신한 여성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언명은 임신한 여성의 신체적·사회적 보호를 포함할 때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원치 않은 임신을 예방하고 낙태를 감소시킬 수 있는 사회적·제도적 여건을 마련하는 등 사전적·사후적 조치를 종합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헌재 2012. 8. 23. 2010헌바402 결정의 반대의견 참조). 또한 임신한 여성이 결정가능기간 중에 낙태갈등 상황에 처했을 때 전문가로부터 정신적 지지와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으면서 충분히 숙고한 후 임신 유지 여부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함과 아울러 임신·출산·육아에 장애가 되는 사회적·경제적 조건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태아의 생명 보호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마) 자기낙태죄 조항의 실효성

자기낙태죄 조항이 낙태를 감소시켜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을 적정하고 실효성 있게 달성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시야를 넓혀 살펴보면, 다양한 윤리적 관점이 존재했던 수많은 시대와 사회에서 여성들은 형벌의 위하를 무릅쓰고 자신의 건강 또는 생명의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원치 않은 임신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자기낙태를 감행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임신한 여성이 낙태할 것인지 여부를 고민한 후 낙태하기로 결정한 경우에 있어서 형법적 제재 및 이에 따른 형벌의 위하로써 그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 및 출산을 강제하는 효과

는 제한적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임신한 여성이 고심 끝에 내린 임신종결 결정은 이미 태아의 생명 박탈에 대한 윤리적 문제와 함께 출산 후 양육을 부담해야 할 사회적·경제적 상황 및 자신의 신체적·심리적·윤리적 부담을 포함하여 태어날 자녀의 미래의 삶까지 고려한 것이기에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신의 유지 및 출산을 강제하는 데 제한적 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2011년에 만 16세 이상의 우리나라 여성 1천 명을 대상으로 ① 낙태갈등 상황에서 낙태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요인과 ② 실제로 출산을 선택한 경우 그 결정에 작용한 요인을 구별해서 실태조사를 하였다. ①에 대해서는 ‘태아에 대한 도덕적인 부담’이나 ‘자신의 신체적 부담’ 등을 낙태회피요인으로 응답했으나, 실제로 이러한 요인들은 낙태를 거의 막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고, ②에 대해서는 ‘생각해보니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해서’ 또는 ‘상대방 남성이 아이를 원해서’, ‘낙태를 하면 이후에 아이를 낳지 못할까봐’ 등과 같이 실용적인 이유들이 응답되었다. 낙태 여부를 고민할 때 고려하는 사항이나 실제로 출산을 선택하게 하는 요인에 낙태가 불법이라는 점은 거의 포함되지 않았다.

낙태죄와 관련한 수사 현실 역시 자기낙태죄 조항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보건복지부에서 2011년 연세대학교에 의뢰하여 전국 만 15-44세 가임기 여성 4,000명을 표본 추출하여 조사한 ‘전국 인공임신중절 변동 실태조사’에 의하면, 2010년 기준으로 연간 약 17만 건의 낙태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한편, 대검찰청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여성이 낙태 범죄로 기소된 경우는 연간 10건 이하에 불과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자기낙태죄 조항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거의 적용되지 않는 사실상 사문화(死文化)된 조항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보아도 과

언은 아닐 것이다.

관련 연구결과들에 의하면, 우리 사회에서 지금까지 낙태 추정건수나 낙태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로 보이지만, 이는 피임의 증가, 남아선호사상의 약화, 경제사정의 개선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고, 자기낙태죄 조항이 낙태건수나 낙태율의 감소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쳤다고 볼 만한 근거는 찾기 어렵다.

이처럼 낙태갈등 상황에서 형벌의 위하가 임신한 여성의 임신종결 여부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사정과 실제로 형사처벌되는 사례도 매우 드물다는 현실에 비추어 보면, 자기낙태죄 조항이 낙태갈등 상황에서 태아의 생명 보호를 실효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바) 형법적 제재 및 이에 따른 형벌의 위하의 한계와 문제점

자기낙태죄 조항이 모자보건법이 정한 일정한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 한 모든 낙태를 전면적·일률적으로 범죄행위로 규율하고 있는 이상 국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모든 낙태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여 수사와 처벌을 할 수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몇 해 전 ‘불법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시행하거나 광고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신고를 접수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인구 억제정책을 시행하던 시기에는 국가가 낙태를 묵인하기도 하였다. 국가의 인구정책 여하에 따라 자기낙태죄 조항의 실제 가동 여부가 좌우되는 것이다.

오히려 낙태갈등 상황에 처한 여성은 형벌의 위하로 말미암아 임신의 유지 여부와 관련하여 필요한 사회적 논의 내지 소통을 하지 못하고, 정신적 지지와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상태에서 안전하지 않은 방법으로 낙태를 실행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 모자보건법이 정한 일정한 예외에 해당하지 않으면 모든 낙태가 전면적·일률적으로 범죄행위로 규율됨으로 인하여 적절한 시기에 낙태에 관한 상담이나 교육이 불가능하고, 낙태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될 수 없다. 또한 음성적으로 낙태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비싼 수술비를 내고 불법적인 수술을 받거나 심지어 해외 원정 낙태까지 하게 된다. 낙태 수술과정에서 의료 사고나 후유증 등이 발생해도 법적 구제를 받기가 어렵고, 수술 전후로 적절한 의료서비스나 상담, 돌봄 등을 제공받기도 쉽지 않다. 불법 낙태 수술을 원하는 여성은 비싼 수술비를 감당하여야 하는데,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미성년자나 저소득층 여성들이 적절한 시기에 수술을 받기가 쉽지 않고, 끝내 시기를 놓쳐 낙태를 하지 못하고 출산하는 경우 영아유기 내지 영아살해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자기낙태죄 조항은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한다는 본래의 목적과 무관하게 헤어진 상대 남성의 복수나 괴롭힘의 수단, 가사·민사 분쟁의 압박수단 등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자신으로 인해 임신한 여성이 병원에서 낙태를 한 후 자신을 만나지 않으려 할 때 상대 남성이 자기낙태죄로 고소하겠다는 위협을 하는 경우, 배우자가 이혼소송 과정에서 재산분할이나 위자료청구에 대한 방어수단으로 낙태에 대하여 고소를 하는 경우 등이 그러하다.

사) 사회적·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갈등 상황의 중대성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자기낙태의 위법성을 조각하는 정당화사유는 ① 본인이나 배우자의 우생학적·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 ② 본인이나 배우자의 전염성 질환, ③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한 임신, ④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의 임신, ⑤ 모체의 건강에 대한 위해나 위해 우려이다.

위 사유들은 대부분 형법 제22조의 긴급피난이나 제20조의 정당행위로서 위법성 조각이 가능하거나, 임신의 유지와 출산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음을 이유로 책임조각이 가능하다고 보는 시각까지 있을 정도로 매우 제한적이고 한정적인 사유들이다. 위 사유들에는 ‘임신 유지 및 출산을 힘들게 하는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갈등 상황’이 전혀 포섭되지 않는다. 즉, 위 사유들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에는 불충분하다.

예컨대, 학업이나 직장생활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에 대한 우려, 소득이 충분하지 않거나 불안정한 경우, 자녀가 이미 있어서 더 이상의 자녀를 감당할 여력이 되지 않는 경우, 부부가 모두 소득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어느 일방이 양육을 위하여 휴직하기 어려운 경우상대 남성과 교제를 지속할 생각이 없거나 결혼 계획이 없는 경우, 상대 남성이 출산을 반대하고 낙태를 종용하거나 명시적으로 육아에 대한 책임을 거부하는 경우, 다른 여성과 혼인 중인 상대 남성과의 사이에 아이를 임신한 경우, 혼인이 사실상 파탄에 이른 상태에서 배우자의 아이를 임신했음을 알게 된 경우, 아이를 임신한 후 상대 남성과 헤어진 경우, 결혼하지 않은 미성년자가 원치 않은 임신을 한 경우 등과 같이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갈등 상황에 처한 여성이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인해 임신의 유지와 출산을 강제당하고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법적 제재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신한 여성이 처해 있는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대하여 형법적 제재의 예외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음으로 인해, 임신한 여성은 임신 유지로 인한 신체적·심리적 부담, 출산과정에 수반되는 신체적 고통·위험을 감내하도록 강제당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에 더하여 위 사유들로 말미암아 임신·출

산·육아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 직장 등 사회생활에서의 어려움, 학업 계속의 곤란, 경력단절 등을 포함한 각종 고통까지 겪을 것을 강제당하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

아) 소결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기한 임신종결 여부 결정의 특성, 생명의 발달단계와 자기결정권의 행사를 고려한 법적 보호 수단 및 정도, 임신한 여성과 태아의 특별한 관계를 고려할 때의 생명보호수단, 자기낙태죄 조항의 실효성, 형법적 제재 및 이에 따른 형벌의 위하의 한계와 문제점, 사회적·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갈등 상황의 중대성을 종합해 볼 때, 자기낙태죄 조항이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결정가능기간 중에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사유로 인하여 낙태갈등 상황을 겪고 있는 경우까지도 예외 없이 전면적·일률적으로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 및 출산을 강제하고, 이를 위반하여 낙태한 경우 형사처벌하고 있는 것은 그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를 넘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한 최소한의 불가피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자기낙태죄 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공익은 중요한 공익이나, 결정가능기간 중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이유로 낙태갈등 상황을 겪고 있는 경우까지도 낙태를 금지하고 형사처벌하는 것이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공익에 기여하는 실효성 내지 정도가 그다지 크다고 볼 수 없다. 반면 앞서 보았듯이 자기낙태죄 조항에 따른 형사처벌로 인하여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제한되는 정도는 매우 크다.

결국, 입법자는 자기낙태죄 조항을 형성함에 있어 태아의 생명 보호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실제적 조화와 균형을 이루려는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아니하여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공익에 대하여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함으로써 공익과 사익간의 적정한 균형관계를 달성하지 못하였다.

5) 결론

따라서, 자기낙태죄 조항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를 넘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으며, 법익균형성의 원칙도 위반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다.

(다) 청구인의 그 밖의 주장에 관한 판단

청구인은 자기낙태죄 조항이 여성의 건강권, 평등권, 신체의 완전성에 관한 권리, 모성을 보호받을 권리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이미 판단한 이상, 청구인의 나머지 주장들에 대하여는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한다.

(2)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업무상동의낙태죄와 자기낙태죄는 대향범이므로, 임신한 여성의 자기낙태를 처벌하는 것이 위헌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동일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를 형사처벌하는 의사낙태죄 조항도 당연히 위헌이 되는 관계에 있다.

자기낙태죄 조항은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결정가능기간 중에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사유로 인하여 낙태갈등 상황을 겪고 있는

경우까지도 예외 없이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 및 출산을 강제하고, 이를 위반하여 낙태한 경우 형사처벌한다는 점에서 위헌이므로, 동일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하여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를 처벌하는 의사낙태죄 조항도 같은 이유에서 위헌이라고 보아야 한다.

(3) 헌법불합치결정의 필요성과 잠정적용의 필요성

앞서 본 것처럼 자기낙태죄 조항과 의사낙태죄 조항의 위헌성은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결정가능기간 중에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사유로 인하여 낙태갈등 상황을 겪고 있는 경우까지도 예외 없이 전면적·일률적으로 임신의 유지 및 출산을 강제하고, 이를 위반하여 낙태한 경우 형사처벌함으로써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점에 있는 것이고,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낙태를 금지하고 형사처벌하는 것 자체가 모든 경우에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런데 자기낙태죄 조항과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하여 각각 단순위헌결정을 할 경우 임신기간 전체에 걸쳐 행해진 모든 낙태를 처벌할 수 없게 됨으로써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생기게 된다. 더욱이 입법자는 위 조항들의 위헌적 상태를 제거하기 위해 낙태의 형사처벌에 대한 규율을 형성함에 있어서, 결정가능기간을 어떻게 정하고 결정가능기간의 종기를 언제까지로 할 것인지, 태아의 생명 보호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실현을 최적화할 수 있는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결정가능기간 중 일정한 시기까지는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대한 확인을 요구하지 않을 것인지 여부까지를 포함하여 결정가능기간과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 상담요건이나 숙려기간 등과 같은 일정한 절차적 요건을 추가할 것인지

여부 등에 관하여 앞서 우리 재판소가 설시한 한계 내에서 입법재량을 가진다.

따라서 자기낙태죄 조항과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는 대신 각각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되, 다만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적용을 명하는 것이 타당하다. 입법자는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개선입법을 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늦어도 2020. 12. 31.까지는 개선입법을 이행하여야 하고, 그때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위 조항들은 2021. 1. 1.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라.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김기영의 단순위헌의견

우리는 임신기간 중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까지의 낙태를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사유로 인하여 낙태갈등 상황을 겪고 있는 경우까지도 예외 없이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하는 것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점에 대하여 헌법불합치의견과 견해를 같이한다. 다만 우리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이른바 ‘임신 제1삼분기(first trimester, 대략 마지막 생리기간의 첫날부터 14주 무렵까지)’에는 어떠한 사유를 요구함이 없이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숙고와 판단 아래 낙태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점, 자기낙태죄 조항 및 의사낙태죄 조항(이하 ‘심판대상조항들’이라 한다)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헌법불합치의견과 견해를 달리하므로, 다음과 같이 의견을 밝힌다.

(1) ‘임신 제1삼분기’에서의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장

(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의의

1)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헌법의 인간상은 자기결정권을 지닌 창의적이고 성숙한

개체로서의 국민이고, 그 국민은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사회관을 바탕으로 사회공동체 안에서 각자의 생활을 자신의 책임 아래 스스로 결정하고 형성하는 민주시민이라고 하면서(헌재 1998. 5. 28. 96헌가5 ; 헌재 2006. 2. 23. 2004헌바80 참조), 헌법 제10조가 정하고 있는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되는 자기결정권 내지 일반적 행동자유권은 이성적이고 책임감 있는 사람의 자기 운명에 대한 결정·선택을 존중하되 그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부담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하였다(헌재 2009. 10. 29. 2008헌바146 등). 이러한 헌법상 자기결정권의 본질은 자신이 한 행위의 의미와 결과에 대하여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데 있다.

2)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도 다르지 않다.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된다는 것은 그가 자신의 존엄성과 자율성에 터 잡아 형성한 인생관·사회관을 바탕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하여 숙고한 뒤 임신의 유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임신한 여성에게 자기결정권이 보장된다는 것은 임신한 여성이 임신기간 전체에 걸쳐 자신의 몸을 임신상태로 유지하여 출산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그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특수성

1) 헌법불합치의견이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여성은 임신하면 약 10개월의 기간 동안 급격한 신체적·심리적 변화를 겪게 되며, 출산 과정에서는 극도의 고통과 심각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위험을 경험하는데, 임신을 유지하는 한 그와 같은 불안감, 신체적 제약, 고통 등을 홀로 감당하여야 한다. 출산은 모자관계의 발생으로 이어지고, 자녀의 양육은 여성에게 거의 20년 가까운 기간 동안 끊임없는 신체적·정

신적·정서적 노력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 부담을 지우거나, 직장 등 사회생활이나 학업을 계속하기 곤란하게 하는 등의 다양한 어려움을 준다. 그리고 이러한 어려움들은 성차별적인 관습, 가부장적 문화, 열악한 보육여건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만나면서 가중된다.

2) 이처럼 임신, 출산 및 육아가 여성의 삶에 근본적이고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므로, 임신한 여성이 임신 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지는 여성의 자기결정권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또한, 임신 유지 여부의 결정은 진공 상태에서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임신한 여성이 그 당시 처한 환경과 상황에 따라 그 무게가 각기 달라질 수밖에 없고, 개별적 상황에 따라 임신중단이라는 선택지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 여성의 삶은 황폐해지고 인격이 손상되는 결과에 이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임신한 여성의 임신 유지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은, 여성의 삶에 근본적이고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하여 스스로 결정하는 것으로서, 여성의 인격권의 핵심을 이루는 매우 중요한 기본권이라고 할 것이다.

(다)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장

1)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임신을 유지 또는 종결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사회관을 바탕으로 자신이 처한 신체적·심리적·사회적·경제적 상황에 대한 깊은 고민에 따른 전인격적 결정이라는 점은 헌법불합치의견이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다. 그런데 자기낙태죄 조항은 이러한 전인격적 결정에 대한 아무런 존중과 보장 없이, 단지 모자보건법이 정한 일정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임신기간 전체에 걸쳐 모든 낙태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벌을 가함으로써,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다.

2)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기간 전체에 걸쳐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다만 낙태가 허용될 수 있는 예외적 사유를 법률로써 규정하는 방식은, 그 요건을 충족하는 임신한 여성에게 ‘낙태가 불가피한 사람’의 지위를 부여하여 낙태에 대한 법률상 책임을 면제하는 것에 불과할 뿐이고, 임신한 여성에게 자기결정권을 부여하지도 보장하지도 않는다. 임신한 여성은 임신기간 전체에 걸쳐 그 임신의 유지 여부에 관하여 스스로 본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지위를 단 한 번도 가지지 못하고, 따라서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라는 기본권을 단 한 번도 보장받지 못한다. 이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한다고 하면서도 사실상 그의 자기결정권을 부정 내지 박탈하는 것이다.

3)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된다고 하려면, 그 자기결정권은 원칙적으로 임신기간 중 기본권 주체의 의사에 따라 행사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임신한 여성이 임신의 유지 또는 종결에 관하여 한 전인격적인 결정은 그 자체가 자기결정권의 행사로서 원칙적으로 임신기간 전체에 걸쳐 보장되어야 하며, 다만 다음 항에서 보는 바와 같은 이유로 제한될 수 있다.

(라)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제한

1) 생명의 연속적 발달과정에 따른 제한

가) 태아는 모에게 의존적이긴 하지만 엄연히 별개의 생명체이다. 태아는 모체에서 점점 성장하여 인간의 모습에 가까워진 후 출생을 통하여 인간이 되므로, 인간이라는 생명의 연속적인 발달 과정의 일부이다.

태아가 생명체라는 점과 별개로, 태아가 과연 기본권 주체로서의 ‘인간’에 해당하

는가에 관하여는 세계적으로 많은 논의가 있고, 태아가 생명권이라는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본 재판기관의 판단이나 위원회의 의견들도 있으나, 이러한 경우에도 태아의 생명이 소중하고 보호할 가치가 있음은 부정되지 않았다. 태아가 생명권에 대한 기본권 주체가 되는가에 관계없이, 태아는 그 자체로 생명으로서 점차 성장하여 인간으로 완성될 수 있는 존재이므로, 생명을 존중하는 헌법의 규범적·객관적 가치질서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선언한 헌법 제10조에 따라 국가는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중대한 공익을 추구하여야 한다는 점은 자명하다.

나) 따라서 점차 성장하여 인간으로 완성될 수 있는 존재인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국가의 임신한 여성에 대한 자기결정권 제한이 이루어질 수 있다. 다만, 국가가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공익을 추구함에 있어서도, 생명의 연속적 발달과정에 대하여 생명이라는 공통요소만을 이유로 언제나 동일한 법적 효과를 부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동일한 생명이라 할지라도 법질서가 생명의 발달과정을 일정한 단계들로 구분하고 그 각 단계에 상이한 법적 효과를 부여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으므로, 국가가 생명을 보호하는 입법적 조치를 취함에 있어 인간생명의 발달단계에 따라 그 보호정도나 보호수단을 달리할 수 있다(헌재 2008. 7. 31. 2004헌바81 참조).

다) 태아는 임신기간의 경과에 따라 점차 인간에 가까운 모습으로 발달되어 간다. 태아는 일정 시기 이후가 되면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도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데, 의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 시기는 가변적일 수 있으나,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를 임신 22주라고 하고 있고, 산부인과 학계도 현 시점에서 최선의 의료기술과 의료인력이 뒷받침될 경우 임신 22주 내외부터 독자적인 생존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인 생존을 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렇

지 않은 경우와 비교하여 훨씬 인간에 근접한 상태에 도달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국가는 이 시기 이후의 낙태를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를 기대하기 어려운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낙태를 허용할 수 있다.

2) 여성의 생명 및 신체의 안전을 위한 제한

가) 낙태는 여성의 신체에 대한 침습행위로서 여성의 신체와 생명에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임신한 여성의 낙태가 안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험요소를 줄이는 것 또한 낙태 문제에서 실질적이고 중요한 과제가 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안전한 임신중절을 시기적절하게 받는 것을 방해하는 절차적·제도적 장벽들은 철폐되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나) 낙태의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로는 낙태 당시 태아의 발달 정도(임신기간), 의료인의 숙련도, 의료 환경, 낙태 이후의 돌봄과 관리, 낙태에 대한 정보 제공 여부 등이 거론된다. 낙태 비용도 낙태의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는 낙태 비용이 높을 경우 소득이 없거나 낮은 여성들이 낙태를 망설이게 되어 결국 적절한 시기를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임신 주수가 증가할수록 임신한 여성이 낙태로 사망할 위험이 높아진다. 임신 9주 이내에는 약물을 통한 낙태도 가능하고, 임신 12-13주에는 수술방법이 비교적 간단하여, 낙태로 인한 합병증이나 모성사망률이 현저히 낮게 나타난다. 국제산부인과학회(FIGO)의 ‘재생산 및 여성 건강의 윤리적 측면의 연구를 위한 위원회(Committee for the Study of Ethical Aspects of Human Reproduction and Women’s Health)’에 따르면, 임신 제1삼분기에 적절하게 수행된 비의료적 이유에 의한 낙태는

만삭분만보다도 안전하다. 그러나 의학계에 따르면 낙태로 인한 모성 사망의 상대적 위험도는 임신 8주 이후 각각 2주마다 두 배로 증가한다고 한다.

따라서 이른바 ‘안전한 낙태(safe abortion)’를 위해서는 임신 제1삼분기에 잘 훈련된 전문 의료인의 도움을 받아 낙태가 시행되고, 낙태 전후로 적절한 의료서비스와 돌봄이 제공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낙태에 대한 교육이나 상담이 활성화되어 낙태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 시기에 적절하게 제공될 필요도 있다.

다) 반면, 태아가 독자적 생존능력을 갖추기 전이라도 임신 제1삼분기를 경과한 이후에 이루어지는 낙태는 그 이전에 이루어지는 낙태에 비하여 수술방법이 더 복잡해지고, 수술과정에서 합병증이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어 임신한 여성의 생명이나 건강에 위해가 생길 우려가 크게 증가하므로, 임신 제1삼분기를 지나 이루어지는 낙태에 대하여는 태아의 생명 보호 및 임신한 여성의 생명·건강 보호라는 공익이 더욱 고려될 수 있다.

3)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한 기간 부여의 한계

가) 임신한 여성은 통상 임신 4-6주 사이, 늦으면 임신 8주 정도에 임신 사실을 알게 되는데, 이때부터 낙태 여부를 숙고하고 시술이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아서 실제 시술을 받는 데까지도 일정한 기간이 소요된다(보건복지부에서 2011년 실시한 ‘전국 인공임신중절 변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인공임신중절 중 임신 3개월 이내에 이루어지는 인공임신중절이 약 9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낙태가 허용되는 기간을 지나치게 짧게 정하는 것은 사실상 낙태를 할 수 없게 하거나 또는 임신한 여성이 숙고하지 못한 채 성급하게 낙태를 결정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나) 한편, 임신 제2삼분기(second trimester, 전체 임신기간 중 제1삼분기 이후부터

약 28주 무렵까지)의 일정한 시점에 이르면 태아의 성별이나 기형아 여부를 알 수 있는데, 임신한 여성이 그 시기 이후에도 자신의 의사만으로 낙태할 수 있도록 한다면 태아의 성별이나 기형을 이유로 한 선별적 낙태가 이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 그렇다면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기간 중 일정 기간에는 자신의 의사에 따라 낙태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할 경우, 그 기간은 임신한 여성이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사회관을 바탕으로 자신이 처한 신체적·심리적·사회적·경제적 상황에 대한 진지하고 깊은 고민 끝에 낙태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정도로 보장되어야 하는 동시에, 임신한 여성의 낙태 여부에 대한 숙고와 결정이 다른 사정으로 왜곡되지 않도록 일정한 한계도 지워져야 한다.

(2) 심판대상조항들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따라, 자기낙태죄 조항 및 이를 전제로 한 의사낙태죄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본다.

(가) 헌법불합치의견이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형벌에 따른 위하가 임신한 여성의 낙태 여부 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고, 실제 처벌되는 사례도 드물기에, 자기낙태죄 조항이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공익에 기여하는 정도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그동안 국가의 인구정책에 따라 형벌로서의 자기낙태죄 조항의 실제 가동 여부가 좌우된 역사도 있고, 자기낙태죄 조항이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본래의 목적과 무관하게 상대 남성 또는 주변인의 복수나 괴롭힘의 수단으로 악용되거나, 임신한 여성이 임신 유지에 관하여 필요한 사회적 논의나 소통을 하지 못한 채 임신의 종결을 결정하여 안전하지 않은 방법으로 낙태를 실행하도록 만들기도 하였다. 현실

이 이러하다면, 낙태를 금지하고 이에 대하여 형벌적 제재를 부과하는 방법은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충분히 기여해 왔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차라리 국가가 성교육의 강화, 상담 등의 실시, 임신·출산·육아에 대한 사회복지 차원에서의 부조와 국가적 지원, 출산과 육아에 장애가 되는 각종 제도적, 사회구조적 불합리의 개선 등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고 실효적인 수단이 될 것이다(헌재 2012. 8. 23. 2010헌바402 결정의 반대의견 참조).

(나) 낙태에 대한 전면적·일률적 금지는 낙태를 원하는 여성이 그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렵게 하고, 음성적인 낙태를 할 수밖에 없어 적절한 의료서비스나 돌봄 등도 제공받기 어렵게 하며, 낙태의 비용도 증가시킨다. 나아가 낙태가 불법이기 때문에 산부인과 전문의 등 의료인들도 그 수련과정에서 낙태 수술법을 충분히 훈련받지 못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음성적 낙태로 인하여 의료사고나 후유증의 발생빈도를 증가시킨다. 이처럼 낙태에 대한 전면적·일률적 금지는 임신한 여성의 생명·건강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

(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기간 전체에 걸쳐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다만 낙태가 허용될 수 있는 예외적 사유를 법률로써 규정하는 방식은 태아의 생명 보호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사이에서 태아의 생명 보호를 단순하게 우선한 것으로서, 사실상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부정 내지 박탈하는 것이다.

입법자는 낙태와 관련하여, 태아의 생명과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중에 단순히 어떤 것을 우선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면서도 낙태를 실질적으로 감소시켜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것인지를 결정하여야

한다.

임신한 여성의 안전성이 보장되는 기간 내의 낙태를 허용할지 여부와 특정한 사유에 따른 낙태를 허용할지 여부의 문제가 결합하는 경우, 낙태의 문제는 다시금 임신한 여성에게 낙태를 정당화할 만한 사유가 있는가의 문제로 수렴하고, 그 결과 오로지 정당화 사유 유무에 따라 낙태를 허용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즉, 임신한 여성의 안전성이 보장되는 기간 내에도 국가가 낙태를 불가피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하여 줄 뿐이라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라) 그러므로 태아가 덜 발달하고, 안전한 낙태 수술이 가능하며, 여성이 낙태 여부를 숙고하여 결정하기에 필요한 기간인 임신 제1삼분기에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하여 그가 자신의 존엄성과 자율성에 터 잡아 형성한 인생관·사회관을 바탕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하여 숙고한 뒤 낙태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때 임신한 여성이 스스로 낙태의 의미, 과정, 결과 및 그 위험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할 수 있도록 하거나 이에 관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써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덜 제한하면서도, 그와 동등 또는 그 이상의 공익을 달성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점들을 종합하여 보면, 자기낙태죄 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밖에 없고, 자기낙태죄 조항을 전제로 한 의사낙태죄 조항 또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

(마) 태아의 생명 보호가 매우 중대한 공익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자기낙태죄 조항에 의하여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공익이 실효적으로 달성

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반면, 자기낙태죄 조항은 임신한 여성이 안전하게 낙태할 수 있는 임신 제1삼분기의 낙태마저도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한 결과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사실상 완전히 박탈할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하여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 유지, 출산 및 그에 따른 결과까지도 짊어지게 될 것까지 강요한다. 따라서 임신 제1삼분기의 낙태마저도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인하여 제한받는 사익이 자기낙태죄 조항이 달성하는 공익보다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 자기낙태죄 조항 및 이를 전제로 한 의사낙태죄 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위배된다.

(바) 이상과 같이 심판대상조항들은 임신 제1삼분기에 이루어지는 안전한 낙태에 대하여조차 일률적·전면적으로 금지함으로써,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

(3) 단순위헌결정의 당위성

(가) 헌법불합치의견에서는 단순위헌결정을 선고하는 대신 계속적용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는 이유로 ① 위 조항들의 위헌성은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없으면서 동시에 여성이 임신의 유지 및 출산 여부를 숙고하여 자기결정권을 실제로 행사하는 데 충분한 기간이 보장되는 시기까지의 낙태를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사유로 인하여 낙태갈등 상황을 겪고 있는 경우까지도 예외 없이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하는 점에 있으며,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낙태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 자체가 모든 경우에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는 점, ② 단순위헌결정을 할 경우, 낙태가 전면적으로 허용되는 결과가 되어,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생기게 되는 점, ③ 입법자는

낙태에 대한 규율을 형성함에 있어 구체적으로 어떤 사유로 언제까지 허용할 것인지 및 이를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 상담 요건이나 숙려기간 등을 추가로 규율할 것인지 등에 관하여 입법재량을 가진다는 점을 들고 있다.

①, ②의 점은 단순위헌결정을 하게 되면 형사처벌이 요청되는 행위에 대해서도 규제할 수 없게 되고 합헌적으로 평가받는 처벌조차 재심으로 구제받게 되는 문제가 있다는 점과도 연결된다.

(나) 먼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낙태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 자체가 모든 경우에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이 헌법불합치결정의 사유가 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본다. 대부분 위헌성이 문제되는 법률은 합헌적인 부분과 위헌적인 부분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특히 자유권을 제한하는 법률의 위헌성에 관하여는 대개 그 제한의 정도가 과도한지가 문제되므로, 만일 기본권의 제한 그 자체는 합헌이나 그 제한의 정도가 지나치기 때문에 위헌인 경우에 헌법불합치결정을 해야 한다면, 법률이 위헌인 경우에는 무효로 선언되어야 한다는 원칙과 그에 기초한 결정형식으로서 위헌결정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또한 헌법불합치결정은 위헌결정의 시적 효력 범위를 제한하는 효과를 가지는데, 원천적으로 위헌이어서 무죄를 받아야 할 사안에 헌법불합치결정을 함으로써 일정 시점까지의 행위에 대해 유죄로 인정하는 것은 형벌규정에 대한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인정하는 제도의 취지에 반한다. 해당 규율의 포섭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그 중 일부에 위헌성이 있는 경우, 그 분리가 불가능한 때에는 단순위헌결정을 함으로써 합헌적인 규율 부분까지도 국가의 부담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단순위헌결정을 통해 법적 공백이 생기게 되면 극심한 혼란과 공익의 침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

우에는 국가의 형벌권 남용에 해당하는 부분까지도 부득이 이를 유지시키는 헌법불합치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

(다) 그러므로 다음으로는, 이 사건에서 단순위헌결정을 하게 되면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 상태가 발생하는지에 관하여 본다. 위헌적 법률이 존재하는 종래의 상황보다 그마저 존재하지 않게 되면 더욱 헌법적 질서에서 멀어지게 될 것이 명백히 예상되는 경우 위헌적 법률이라 하더라도 이를 당장 폐기하기보다는 헌법적인 대체입법이 만들어질 때까지 유지시키는 것이 전체 법질서에 더 기여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법적 공백이 가져오는 혼란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그 즉시 효력을 상실시킴으로써 회복시킬 수 있는 합헌적 상황을 단순 형량하여 전자가 크다는 사정만으로 쉽게 헌법불합치결정이 용인될 수는 없다. 형벌이라는 제재는 그 종류를 막론하고 불이익의 정도가 그 어떤 경우보다 크므로 해당 법률의 효력을 상실시킴으로써 야기할 법적 공백이 크다고 하더라도 위헌인 법률로 인한 피해를 규율 대상자에게 부담시키는 것보다는 국가가 감수하도록 하는 것이 헌법적 이념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헌법적 질서유지를 위한 요청이 있더라도 그것이 극심한 사회 혼란을 야기하여 기존의 인적·물적 자원으로는 수습하기 어려운 상황을 초래하는 것이 아닌 한, 당사자의 구제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헌법불합치의견에서 밝힌 바와 같이 임신한 여성이 낙태 여부를 결정할 때에는 태아에 대한 애착, 태아의 생명 박탈에 대한 윤리적 문제와 더불어 출산 후 양육을 담당하면서 부담해야 할 막대한 사회적·경제적·신체적·정서적 책임과 태어날 아이의 미래의 삶을 종합적으로 깊이 고려하는 것이 통상적이고, 이러한 결정은 임신한 여성이 자신과 태아의 인생이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는 중

압감 속에서 자신과 태아의 미래의 삶에 대한 총체적이고 심층적인 고민에 기반하여 내려지므로, 그 결정의 무게에 비추어 낙태에 대한 형사처벌의 가능성이 위와 같은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낙태를 처벌하지 않는다고 하여 낙태가 증가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자료를 찾기 어렵고, 오히려 낙태를 처벌하지 않는 국가가 낙태를 처벌하는 국가에 비하여 낙태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다는 실증적 결과가 있을 뿐이다. 또한 그간의 낙태죄 처벌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본래의 입법목적과는 다른 목적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많았는데, 헌법불합치의견이 밝힌 것처럼 자기낙태죄 조항은 종종 헤어진 연인, 남편 등의 복수 혹은 괴롭힘의 수단이나 가사·민사 분쟁에서의 압박수단 등으로 악용되었다.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기소되는 사례가 매우 드물어 사실상 사문화 되어 있는 상황에서, 실제로 기소되어 처벌로 이어지는 대부분의 사례들이 위와 같은 악의적 동기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기낙태죄 조항과 의사낙태죄 조항은 낙태를 예방하는 효과가 제한적이고 위 조항들에 의하여 형사처벌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미미하며 실제 형사처벌이 이루어지더라도 그 대부분이 본래의 입법목적과는 다른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동기에서 비롯되는 등으로 형벌조항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이들 조항이 폐기된다고 하더라도 극심한 법적 혼란이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

반면에, 합헌 부분과 위헌 부분의 경계가 불분명하다고 하더라도 위헌인 형벌조항에 대하여 일단 기소를 가능하게 하고 합헌인 부분만을 구분하여 규정된 사후입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형벌규정에 대하여 위헌결정의 효력이 소급하도록 한 입법자의 취지에도 반할 뿐 아니라, 형벌조항이 불명확하였다는 점을 확

인하는 것이며, 이 불명확한 형벌조항을 개인에게 적용하는 것은 규율의 공백을 개인에게 부담시키는 것으로서 가혹하다.

(마) 다음으로, 헌법불합치의견은 심판대상조항들이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없으면서 동시에 여성이 임신의 유지 및 출산 여부를 숙고하여 자기결정권을 실제로 행사하는 데 충분한 기간이 보장되는 시기까지의 낙태를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사유로 인하여 낙태갈등 상황을 겪고 있는 경우까지도 예외 없이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하는 점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따라서 그러한 이유에 따라 단순위헌결정을 하는 경우에도 국회는 그 위헌결정의 취지에 따라 재입법을 할 것이므로, 이러한 점에서도 극심한 법적 혼란이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바) 나아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우리는 임신 제1삼분기에는 어떠한 사유를 요구함이 없이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숙고와 판단 아래 낙태할 수 있어야 함에도 이를 금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심판대상조항들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본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들 중 적어도 임신 제1삼분기에 이루어진 낙태에 대하여 처벌하는 부분은 그 위헌성이 명확하여 처벌의 범위가 불확실하다고 볼 수 없고, 또한 임신 제1삼분기에 이루어지는 낙태의 처벌 여부에 대하여는 입법자의 입법재량이 인정될 여지도 없으므로, 헌법불합치결정의 필요성 내지 불가피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사)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들에 대하여, 이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하여야 한다.

5. 결론

자기낙태죄 조항과 의사낙태죄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단순위헌의견이 3인이고,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는 헌법불합치의견이 4인이므로, 단순위헌의견에 헌법불합치의견을 합산하면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단서 제1호에 규정된 법률의 위헌결정을 함에 필요한 심판정족수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위 조항들에 대하여 주문과 같이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선언하고, 입법자가 2020. 12. 31. 이전에 개선입법을 할 때까지 위 조항들을 계속 적용하되, 만일 위 일자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위 조항들은 2021. 1. 1.부터 그 효력을 상실한다.

아울러 종전에 헌법재판소가 이와 견해를 달리하여 자기낙태죄 조항과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70조 제1항 중 ‘조산사’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헌재 2012. 8. 23. 2010헌바402 결정은 이 결정과 저촉되는 범위 내에서 변경하기로 한다.

이 결정에는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조용호, 재판관 이종석의 합헌의견이 있다.

6. 재판관 조용호, 재판관 이종석의 합헌의견

우리는 자기낙태죄 조항 및 의사낙태죄 조항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므로 아래와 같이 그 이유를 밝힌다.

가. 자기낙태죄 조항에 대한 판단

“지금 우리가 자기낙태죄 조항에 대한 위헌, 합헌의 논의를 할 수 있는 것도 우리 모두 모체로부터 낙태당하지 않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태아였다.”

(1) 인간의 존엄과 태아의 생명, 그리고 국가의 보호의무

(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헌법 제10조). 헌법재판소는 우리 헌법질서가 예정하는 인간상에 대해,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사회관을

바탕으로 사회공동체 안에서 각자의 생활을 자신의 책임 아래 스스로 결정하고 형성하는 성숙한 민주시민’(헌재 1998. 5. 28. 96헌가5 ; 헌재 2000. 4. 27. 98헌가16 등)으로, 또는 ‘사회와 고립된 주관적 개인이나 공동체의 단순한 구성분자가 아니라, 공동체에 관련되고 공동체에 구속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로 인하여 자신의 고유가치를 훼손당하지 아니하고 개인과 공동체의 상호연관 속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인격체’(헌재 2003. 10. 30. 2002헌마518 )라고 보았다. 다만 개별·구체적 인간이 이러한 인간상과 다르다고 하여 존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인간은 단지 인간이기 때문에 존엄하며, 이는 우리 헌법이 규정하는 당위적 요청이다.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고 고유한 가치를 가지며, 이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인간 존재의 근원이다. 이러한 생명에 대한 권리, 즉 생명권은 비록 헌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다 하더라도 인간의 생존본능과 존재목적에 바탕을 둔 선험적이고 자연법적인 권리로서 헌법에 규정된 모든 기본권의 전제로서 기능하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다(헌재 1996. 11. 28. 95헌바1 ; 헌재 2012. 8. 23. 2010헌바402 참조). 인간의 생명이 존재하는 곳에 존엄이 따르며, 생명의 주체가 스스로 존엄한 존재임을 의식하고 있는지 여부나 존엄을 지킬 수 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인간의 존엄을 인정하는 데는 인격체 속에 내재하는 잠재적 능력으로 충분하다(BVerfGE, 39, 1, 41).

(나) 태아와 임신한 여성은 미묘한 관계에 있다. 임신한 여성의 관점에서 볼 때 태아는 나인 동시에 내가 아니다. 태아와 임신한 여성은 명백히 한 사람이라고도 또는 두 사람이라고도 말할 수 없으며, 인간의 존엄이라는 측면에서 모두 존중되어야 하는 생명이자 서로의 이익을 침해할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결코 서로를 적대자라 칭할 수 없는 특수한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다.

태아는 인간으로서 형성되어 가는 단계의 생명으로서 인간의 내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단지 태아가 인간과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인간종(種)이라서 그렇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 태아는 다른 누구로 대체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인격체로 발전할 수 있는 자연적인 성장의 잠재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태아는 모체로부터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받지만 세포의 성장과 분열은 모두 독립적으로 일어나고, 모체와 다른 면역체계를 가지며, 모체의 의지와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움직이고 일정한 시기부터는 고통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태아는 모체의 일부가 아니라 독립된 생명체로서, 자연적으로 유산되는 안타까운 사정이 없는 한 장래에 존엄한 인간으로서 성장한다. 태아는 생존을 모체에 의존하고 있지만, 일정기간(현재의 의료기술로는 임신 22주 내외라고 한다) 이상이 경과하면 자연적 출산 이전에 모체로부터 분리되어도 생존할 수 있다. 태아가 모체에서 점점 성장하여 인간의 모습에 가까워진 후 출산을 통하여 인간이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태아와 출생한 사람은 생명의 일련의 연속적인 발달과정 아래 놓여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인간의 존엄성의 정도나 생명 보호의 필요성과 관련하여 태아와 출생한 사람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문제는 생명이 어느 시기부터 존엄한 존재로서 헌법적 보호를 받아야 하는지에 관한 것인데, 비록 의학과 철학 그리고 신학의 각 전문가들이 합치된 의견에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출생 전의 생성 중인 생명을 헌법상 생명권의 보호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생명권의 보호는 불완전한 것에 그치고 말 것이므로 태아 역시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된다고 보아야 한다(헌재 2008. 7. 31. 2004헌바81 ; 헌재 2012. 8. 23. 2010헌바402 참조). 수정란의 착상 이후로 태아의 발달은 계속적으

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단계를 나눌 수 없으며, 태아의 발달과정 특히 정신적 부분에 대한 설명은 아직 부족한 상태이다. 또 태아가 모체에서 독립하여 생존가능한 시기가 점차 앞당겨지리라는 점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고, 언젠가 수정란이 처음부터 인공자궁에서 성장하는 날이 오지 않으리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생명권의 보호를 가장 두텁게 하는 해석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적어도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된 때부터 출생시까지의 태아는 기간의 구분 없이 내재적 인간의 가치를 지닌 생성 중인 생명으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향유한다.

(다) 우리는 근본적으로 태아의 물리적 존재, 생명을 소멸시키는 낙태의 자유가 자기결정권을 통하여 보호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고 있다. 태아는 모체의 일부분이라는 전제를 받아들이더라도, 적어도 태아가 생명의 내재적 가치를 지닌 존재라면 그 생명을 적극적으로 소멸시킬 자유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다. 원칙적으로 임신한 여성은 존엄한 인간으로서, 태아의 생명을 유지시키고 성장시키기 위한 도구로서 사용되지 않을 권리(인격권), 태아의 생명을 지키기 위하여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신체의 자유)가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우리 헌법상 낙태할 권리는 어디에도 언급되어 있지 않고, 헌법제정권력인 국민이 그와 같은 권리를 부여할 의도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근본적으로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 낙태는 자유로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윤리에 어긋나는 생명침해행위이다. 법질서는 자신의 신체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다른 생명을 희생할 것을 요구하지도 않고 허용하지도 않는다.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행사는 타인의 자유 또는 권리를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가능하다는 일반적인 한계가 있다. 따라서 태아가 모체의 일부라고 하더라도 임신한

여성에게 생명의 내재적 가치를 소멸시킬 권리, 즉 태아를 적극적으로 죽일 권리가 자기결정권의 내용으로 인정될 수는 없다.

다만, 선례(헌재 2012. 8. 23. 2010헌바402 )에서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안에 여성이 임신을 유지 또는 종결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된다고 보았고, 이 사건의 다수의견 역시 이를 전제로 하여 그 논지를 펴고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은 의문은 있으나, 아래에서는 선례 및 다수의견과 같이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즉 낙태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판단하기로 한다.

(라) 인간의 존엄성은 최고의 헌법적 가치이자 국가목표규범으로서 모든 국가기관을 구속하며, 국가는 인간존엄성을 실현해야 할 의무와 과제를 안고 있다. 헌법 제10조는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국가는 태아가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인 생명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헌재 2008. 7. 31. 2004헌바81 참조).

국가의 가장 중요한 의무는 그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생명과 안전,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고 자신을 보호할 수 없는 자들의 그것에 대해서는 특별히 그러하다. 태아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없으며, 생성 중인 생명으로서 외부 공격에 취약하다. 생명의 침해는 회복 불가능하고, 생명에 대한 부분적 제약을 상정할 수 없기 때문에 태아의 생명을 박탈하는 것을 금지하지 않고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인간의 존엄을 실현하기 위한 국가의 과제를 이행하기 위하여 국가는 태아의 생명을 박탈하는 낙태를 금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존엄성을 실현해야 할 국가의 의무와 과제에 따라, 국가의 생명보호의무는 단지 태아에 대한 국가의 직접적인 침해만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태아가 제3자에 의

하여 인간존엄성의 근원인 생명을 위협받을 때 이를 보호하는 것까지 포함한다(헌재 2011. 8. 30. 2006헌마788 참조). 낙태는 생명에 대한 고의적인 파괴행위이므로, 국가의 생명보호의무는 임신한 여성의 태아에 대한 침해에 대해서도 적용되어야 한다. 태아와 임신한 여성이 매우 특별한 유대관계를 갖는다는 점은 분명하나, 태아가 모체와는 별개의 독립된 생명인 이상 태아의 모가 태아의 생명을 해치는 자기낙태 행위의 경우에는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법질서는 태아에게 그 존재 자체만으로 생명권을 보장하는 것이지, 태아의 모의 수용을 통해 비로소 생명권 보장의 근거를 갖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낙태의 금지로 인하여 임신상태를 유지하고 출산해야 하는 임신한 여성의 기본권 보호 역시 국가의 의무이자 과제이므로,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인하여 임신한 여성의 기본권이 과도하게 제한되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마) 위 내용들을 종합하여 보면, 자기낙태죄 조항은 임신한 여성의 낙태를 방지하여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다. 또한 임신한 여성의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것은 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므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

(2) 형사처벌과 침해의 최소성

(가) 태아는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가지므로 국가는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태아는 모로부터도 법적인 보호를 받아야 한다. 헌법이 명령하는 보호가 다른 방법으로 달성될 수 없을 때 입법자는 형법적 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태아의 생명 보호는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함으로써 가능한데, 그것이 자기낙태죄 조항이다.

일반적으로 기본권 침해를 판단함에 있어 덜 침해적인 수단으로도 입법목적을 동등한 정도로 달성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침해의 최소성’의 문제는, 낙태의 금지와 관련하여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 문제는 낙태의 금지를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형벌까지 동원해야 하는가에 있다.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것은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하여 입법자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형벌의 부과는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한 가장 강력하고 확실한 수단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다른 수단을 채택하여 낙태를 동일한 정도로 방지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물론 형벌은 다른 법적 수단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법률효과 및 기본권 제한 효과를 발생시키므로 가급적 그 사용을 억제할 필요가 있고, 따라서 형벌 아닌 다른 수단으로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입법자는 마땅히 그 방법을 모색하여야 한다(헌재 2011. 8. 30. 2008헌가22 등 참조). 그런데 자기낙태죄 조항은 달성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이 태아의 생명권 보호로서 매우 중대하고, 생명권 침해의 특수한 성격을 고려할 때 형벌을 통하여 낙태를 강하게 금지할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된다. 자기낙태죄 조항이 형벌로써 낙태를 규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낙태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만일 낙태를 처벌하지 않거나 형벌보다 가벼운 제재를 할 경우 현재보다 낙태가 증가하여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자기낙태죄 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성교육 내지 피임 관련 교육의 강화, 낙태 관련 상담의 실시, 국가적·사회적 차원의 모성보호조치 등의 방법 역시 낙태를 방지할 효과적인 수단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따라서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것 외에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덜 침해하면

서 태아의 생명을 동등하게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다른 수단을 상정하기 어렵다.

(나) 다수의견은 추정 낙태시술 건수에 비하여 수사기관의 기소 건수가 매우 적다는 점 등을 근거로 자기낙태죄 조항이 형벌로서의 실효성이 없어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입법목적 달성에 기여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형벌은 그 위하력으로 인하여 존재 자체만으로 해당 행위를 어느 정도 억지하는 효과가 있다. 낙태는 임신한 여성과 시술 의사가 모두 처벌되기 때문에 매우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그 적발이 쉽지 않으므로, 기소 건수가 적다는 것이 곧바로 낙태죄가 실효성이 없다는 근거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여러 연구결과들을 종합하여 볼 때, 우리 사회에서 낙태 추정건수와 인공임신중절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온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물론 피임의 증가, 남아선호사상의 약화, 경제사정의 개선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지만, 낙태를 형벌로써 금지하고 있는 것 또한 그 한 요인이 되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다수의견은 형벌조항이 사실상 사문화되었다거나, 절박한 처지에서 낙태를 원하는 임신한 여성에게 위하효과가 없다거나, 낙태수술 과정에서의 위험성과 여성건강의 침해를 도외시하거나, 낙태에 반대하는 태아의 친부 등의 협박수단으로 사용되거나, 가사·민사 분쟁의 압박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등의 근거를 들어 낙태를 형사처벌하는 것에 반대한다. 그러나 이는 그러한 악용 자체를 막기 위한 대책을 통하여 해결할 문제이지, 악용 사례가 있다고 하여 자기낙태죄 조항이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는 데 기여하지 못한다고 볼 수는 없다. 사실상 사문화되었다고 하더라도 자기낙태죄 조항에 의하여 단 하나의 태아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자기낙태죄 조항의 존재의의는 충분한 것이다. 낙태수술 과정에서의 위험성과 여성건강의 침해는 낙태 허

용을 전제로 한 주장에 불과하므로, 낙태 허용 여부 자체가 쟁점인 이 사건에서 고려할 사항은 아니다. 그리고 국가별 낙태 허용 사유 및 낙태 건수나 낙태율은 해당 국가 고유의 다양한 사회·문화적 요소와 전통, 관습이 결합하여 영향을 미치므로 이를 단순 비교할 것은 아니다.

(다)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것 외에,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다 덜 제한하면서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공익을 동등하게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자기낙태죄 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은 낙태 금지를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의 비교형량, 즉 법익균형성의 판단에 있다.

(3) 법익의 균형성

(가) 태아의 생명권과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충돌

생명은 이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인간 존재의 근원이므로 태아의 생명 보호는 매우 중대하고도 절실한 공익이다. 생명권은 그 특성상 일부 제한을 상정할 수 없고 생명권에 대한 제한은 곧 생명권의 완전한 박탈을 의미하며, 낙태된 태아는 생명이 될 기회를 영원히 잃게 된다. 이와 같은 태아의 생명 보호의 중요성과 생명권 침해의 특수한 성격을 고려할 때, 입법자는 가능한 한 태아의 생명을 최대한 보호하고 그 생명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태아의 생명권과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서로 대립하는 관계에 있고, 하나의 상황에서 양자를 모두 조화롭게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따라서 어느 것을 어떤 범위에서 우선시킬 것인지는 매우 어려운 철학적, 윤리적, 규범적, 의학적, 사회학적 문제이다.

태아의 생명권과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라는 두 기본권이 충돌되는 상황에

서, 국가가 어떠한 방법으로, 어느 정도로 태아를 보호할 것인가에 관한 구체적인 결단은 입법자의 과제에 속한다. 그러나 임신한 여성에게 신체의 자유 또는 자기결정권을 주기 위해 태아의 생명권을 희생하는 것은 임신한 여성과 태아에 대해 동등한 배려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된다. 자기낙태죄 조항은 원칙적으로 낙태를 금지하면서 임신한 여성의 생명·건강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나 범죄행위로 임신한 경우 등 불가피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모자보건법’을 통하여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이는 태아의 생명을 폭넓게 보호하는 입법으로서 기본적으로 태아의 생명권을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우선시킨 것이라 볼 수 있다.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비하여 태아의 생명권 보호를 보다 중시한 입법자의 위와 같은 판단은 존중되어야 한다.

(나) 국가의 보호의무와의 관계

자기낙태죄 조항을 통해 달성되는 공익은 태아의 생명 보호를 통한 인간의 존엄을 근본으로 하는 헌법적 가치질서의 수호에 있다. 태아는 인간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소중하고, 국가는 이를 보호해야 하는 정당한 공익이 있다.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신한 여성의 낙태를 금지하는 것은 임신한 여성을 단지 태아의 생명을 유지시키고 성장시키기 위한 도구로서 인식하기 때문이 아니다. 임신한 여성이 자신과 특수한 공동체 관계에 있고 인간의 내재적 가치를 지닌 태아의 생명을 희생시키는 행위를 우리 헌법질서가 받아들일 수 없으며, 스스로를 방어할 수단이 없는 태어나지 않은 생명을 보호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을 수호한다는 규범적 목표를 지향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태아에 대한 국가의 보호의무는 입법, 행정, 사법의 모든 국가기관에 있으며, 국가기관은 태아를 보호하고 출생하도록 법질서를 형성하여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경우

도 다를 바 없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도 자기낙태죄 조항을 통하여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고자 하는 입법자의 결단을 함부로 배척할 것이 아니다. 낙태를 허용할 것인지 그리고 어느 시기까지 허용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진지하고도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통하여 다수 국민들의 의견이 도출된 다음 민주적 대의기관인 입법부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 태아의 성장단계와 관련하여

자기낙태죄 조항은 원칙적으로 낙태를 금지함으로써 태아의 발달 정도와 무관하게 임신의 전 기간에 걸쳐 차등 없이 태아의 생명권을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우선시키고 있다.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의 중요성은 태아의 성장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고 볼 수 없으며, 임신 중의 특정한 기간 동안에는 임신한 여성의 인격권이나 자기결정권이 우선하고 그 이후에는 태아의 생명권이 우선한다고 할 수도 없다. 앞서 보았듯이 헌법이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태아가 인간으로 될 예정인 생명체로서 그 자체로 존엄한 존재이기 때문이지, 그것이 독립하여 생존할 능력이 있다거나 사고능력, 자아인식 등 정신적 능력이 있기 때문은 아니다. 인간이면 누구나 신체적 조건이나 발달 상태 등과 관계없이 동등하게 생명 보호의 주체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태아도 성장 상태와 관계없이 생명권의 주체로서 마땅히 보호를 받아야 한다(헌재 2012. 8. 23. 2010헌바402 참조).

특히 의학의 비약적 발전으로 태아가 모태를 떠난 상태에서의 생존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고 태아의 성장 속도 역시 태아별로 다른 현실을 감안한다면, 태아의 성장단계에 따라 혹은 태아가 독자적 생존능력을 갖추었는지 여부에 따라 혹은 ‘안전한 낙태’가 가능한 시기에 따라 생명 보호의 정도를 달리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생명의 발달과정은 일련의 연속적인 과정으로서 특정 시점을 전후로 하여 명확하게 발달단계가 구분되는 것이 아니므로, 가령 임신 12주를 기준으로 낙태의 금지 및 처벌 여부를 달리한다고 할 때 임신 12주의 태아와 임신 13주의 태아 사이에 생명의 보호 정도를 달리해야 할 정도의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독자적 생존능력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할 경우 식물인간 등 병원의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사람들에 대하여도 같은 논리가 적용될 우려가 없지 않다. 다수의견이 말하는 생명의 단계에 따른 형법상의 상이한 법적 효과는, 형법상의 범죄유형과 그 보호법익에 따른 형법 고유의 문제이지, 헌법상 태아의 생명권 보호와 관련하여 이를 원용할 것은 아니다. 다수의견과 같이 이른바 ‘결정가능기간’ 또는 ‘임신 제1삼분기’에 낙태를 허용할 경우 해당 시기 태아의 생명권에 대하여는 기본권 보호의 공백이 발생하게 되고, 이는 국가가 자신의 기본권 보호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자기낙태죄 조항이 태아의 성장단계나 독자적 생존능력, 안전한 낙태가 가능한지 여부에 따라 낙태의 금지 및 처벌 여부에 차등을 두지 않은 것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라) 사회적·경제적 사유 등과 관련하여

다수의견은 자기낙태죄 조항이 ‘사회적·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를 허용하지 아니하여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한다. 다수의견이 예시하는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보면 대체로 여성의 경력단절, 자녀양육, 재생산권, 학업이나 직장생활 등 사회활동 지장, 경제적 부담, 혼전임신·혼외임신, 이혼·별거·절교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경제적 사유의 개념과 범위가 매우 모호하고 그 사유의 충족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도 어렵다.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따른 낙태

의 허용은 결국 임신한 여성의 편의에 따라 낙태를 허용하자는 것인데, 이를 허용할 경우 현실적으로 낙태의 전면 허용과 동일한 결과를 초래한다. 자신의 삶에 불편한 요소가 생기면 언제든지 이를 제거할 수 있다는 사고에 따라 낙태를 허용한다면 나중에는 낙태를 줄여야 한다는 명분조차 생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일반적인 생명경시 풍조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의 허용은 결국 ‘편의’에 따른 생명박탈권을 창설하는 것이다. 헌법 전문(前文)은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라고 선언하고 있다. 성관계라는 원인을 선택한 이상 그 결과인 임신·출산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위와 같은 헌법 정신에도 맞는다. 임신한 여성은 ‘임신상태’라는 표지를 제거하여 행복을 찾을 것이 아니라 태아를 살려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앞서 본 바와 같은 우리 헌법이 예정하는 인간상인 것이다. 우리 세대가 상대적인 불편요소를 제거하는 시류·사조(思潮)에 편승하여 낙태를 합법화한다면 훗날 우리조차 다음 세대의 불편요소로 전락해 안락사, 고려장 등의 이름으로 제거대상이 될 수도 있다.

다수의견이 내세우는 사회적·경제적 사유들은 그 자체로 원래부터 존재하던 사회적 문제들이지 낙태를 금지하고 처벌함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문제는 아니다. 낙태를 허용하지 아니함으로써 여성이 위와 같은 문제들에 직면하게 되는 측면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문제들은 그 바탕이 되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들, 즉 미혼모에 대한 지원 부족 및 부정적인 인식, 열악한 보육 여건, 직장 및 가정에서의 성차별적·가부장적 문화 등을 해결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방안이다.

자기낙태죄 조항이 가족계획, 즉 자녀의 수, 터울, 출산시기의 조절 등을 결정하고 이를 위한 정보와 수단을 얻을 수 있는 권리인 여성의 재생산권(reproductive rights)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재생산권의 침해는 낙태가 아니라 피임을 통해서도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 하나의 생명을 종식시키는 ‘낙태’와 하나의 생명이 생기는 것을 막는 ‘피임’은 당연하고도 중요한 차이가 있다. 이것이 피임을 금지하지 않으면서도 낙태를 금지하는 강력한 공익적 이유이다. 자기낙태죄 조항은 여성의 재생산권보다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따라서 자기낙태죄 조항이 다수의견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정만으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마) 낙태의 정당화사유와 관련하여

임신한 여성이 처한 상황에 따라서는 낙태의 금지가 자기결정권 뿐만 아니라 인격권 및 인간의 존엄과 가치, 건강권 등을 침해하는 결과에 이를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까지 낙태 금지와 처벌의 예외를 일절 허용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헌법의 정신과 가치에 반할 수도 있다. 낙태(인공임신중절)의 정당화사유로는 대체로 임신의 지속이 여성의 생명과 건강을 심각하게 해칠 우려가 있거나 범죄로 인한 임신 등 사회통념상 임신의 계속을 도저히 기대하기 어려운 의학적·우생학적·윤리적 정당화사유가 있을 수 있다.

실제로 모자보건법은 ① 본인이나 배우자가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② 본인이나 배우자가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③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④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⑤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중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의사가 임신한 여성과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 임신 24주 이내에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경

우 의사와 임신한 여성을 처벌하지 않도록 하고 있어(모자보건법 제14조, 제28조, 같은 법 시행령 제15조), 자기낙태죄 조항이 여성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생명권 등을 중대하게 침해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

청구인은, 모자보건법 제14조 제1항이 예외의 인정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하고, 강간·준강간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과 절차를 규정하지 아니하여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며, 위 조항이 배우자의 동의를 요구하는 부분은 성별·혼인 여부에 따른 차별적 취급으로 평등권을 침해하고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이 사건의 심판대상이 아닌 모자보건법 제14조 제1항의 위헌 사유를 주장하는 것이므로 더 나아가 살피지 아니한다.

(바) 성차별적 효과와 관련하여

여성만이 임신할 수 있으므로 ‘성차별적 효과’가 있다는 간접차별의 주장은 실질적으로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인해 성차별적 피해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부당하다. 미혼이거나 미성년이거나 사회적·경제적으로 취약한 지위에 있는 여성이 임신한 경우 입는 불이익은 낙태의 자유가 없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성별에 따른 차별과 임신한 여성의 개별적 처지를 둘러싼 편견, 불충분한 모성보호조치 등에 기인한 것이다.

한편, 현실에서는 낙태의 허용이 오히려 성차별적 효과를 가져 올 가능성도 있다. 아이를 양육할 의무나 생물학적 아버지로서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남성, 사회적 편견이나 경제적 어려움 등을 염려하는 임신한 여성의 가족, 친구의 낙태의 권유나 교사(敎唆)는 현재 드러내놓고 하기 어려운 요구 또는 범죄인데, 낙태가 단지 선택의 문제가 된다면 그러한 요구나 압박은 보다 거리낌 없이 행하여질 것이

고, 그로 인한 불이익을 감내해야 하는 사람은 모두 임신한 여성이다. 초기 페미니스트들이 낙태에 반대하였던 것 역시 이러한 이유이다.

자기낙태죄 조항은 낙태의 실행과 교사, 방조에 관련된 남성과 여성 모두를 처벌하고, 임신하지 않은 여성에게는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성별 중립적 규제이며, 어떤 차별취급이 존재하지 않는다. 자기낙태죄 조항은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수단일 뿐, 거기에 여성차별의 숨겨진 의도를 찾아내기 어렵다. 이와 반대로 임신한 여성과 그 가족이 특정한 성별의 아이를 선호하여 낙태할 수 있다면, 이는 명백한 성차별 효과를 가져 온다.

(사) 소결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인하여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어느 정도 제한되는 것은 사실이나, 그 제한의 정도가 자기낙태죄 조항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중대한 공익에 비하여 결코 크다고 볼 수 없다. 비록 자기낙태죄 조항이 낙태 근절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 조항이 존재함으로 인한 위하효과 및 이 조항이 없어질 경우 발생할지도 모를 인명경시풍조 등을 고려하여 보면,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이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헌재 2012. 8. 23. 2010헌바402 참조).

따라서 자기낙태죄 조항은 법익균형성 원칙에도 반하지 아니한다.

(4) 입법자의 성찰과 모성보호의 필요성

1973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Roe v. Wade) 사건에서 낙태를 규제하는 주법(州法)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한 이래, 미국 내에서 낙태를 둘러싼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고 논란은 종식되었는가? 우리가 역사를 통해 보는 바와 같이 미국 내에서의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위 사건의 당사자였던 노마 매코비(Norma McCorvey)라는 여성은 나중에 낙태 반대 운동가로 변신하여 활동하였으며, 아직도 많은 주에서 낙태에 대한 규제와 이를 둘러싼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관련 결정 이후 각각의 찬반 세력이 더욱 결속력을 더하고 정치세력화하면서 정치지형의 변화를 가져오고, 더 나아가 연방대법원의 구성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가가 태아의 생명보호의무를 이행함에 있어 어떠한 조치를 취하여야 하는가에 관하여, 단지 시민의 법감정이나 다수의 의지에 종속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헌법적 가치 질서에 구속되어야 하기 때문에 국가의 권력 행사에 대한 위헌심사는 가능하고 필요하다. 그러나 헌법적 가치질서의 일차적 수호자인 입법자는 낙태와 같이 극도로 논쟁적이고 인간 존엄의 본질에 관한 탐색을 요하는 문제에 관한 규율을 함에 있어 보다 적극적이고 진지한 성찰을 하여야 한다. 정치과정의 회피와 사법심사로의 도피가 만능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우리 헌법제36조 제2항에서 “국가는 모성의 보호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임신한 여성은 모성의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 아이의 아버지의 공평한 육아분담, 맞벌이 가정에서 아이의 양육을 도와줄 가족이나 사회시스템의 존재가 누구에게나 당연한 것이 아니고, 임신으로 차별과 편견에 시달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회 환경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해 임신을 부정하고 태아의 생명을 박탈할 권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국가는 인간의 존엄을 위협할 수 있는 현실을 입법을 통하여 개선해 나갈 의무가 있다. 낙태를 형사처벌하는 규정 이외에, 낙태를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제도를 규범

화하는 입법정책도 필요하다. 임신은 여성 혼자가 아닌 남녀의 문제이므로, 국가는 미혼부(未婚父) 등 남성의 책임을 강화하는 ‘양육책임법’의 제정,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의 구축, 여성이 부담없이 임신·출산·양육할 수 있는 모성보호정책, 임신한 부부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육아시설의 확충 등 낙태를 선택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입법을 하여야 한다. 출산은 여성이 하지만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은 국가와 사회, 남성이 함께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입법과 제도 개선 등을 통하여 태아의 생명권을 실효적으로 보장함과 동시에 여성의 자기결정권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5) 결론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신 초기의 낙태나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지 아니한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2012. 8. 23. 자기낙태죄 조항을 합헌으로 판단한 바 있다. 그때부터 7년이 채 경과하지 않은 현 시점에서 위 선례의 판단을 바꿀 만큼의 사정변경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 점에서도 자기낙태죄 조항에 대한 합헌 선언은 유지되어야 한다.

나.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한 판단

“나는 인간의 생명을 수태된 때로부터 지상의 것으로 존중하겠노라. 비록 어떤 위협을 당할지라도 나의 지식을 인도에 어긋나게 사용하지 않겠노라.”(히포크라테스 선서에 기반한 제네바 선언 중에서)

청구인은, 자기낙태죄 조항의 위헌 여부와 별개로, 의사낙태죄 조항(형법 제270조 제1항)이 의사의 업무상동의낙태를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과도한 처벌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의사낙태죄 조항이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와 형법 제269조 제2항의 동의낙태죄와 달리 벌금형을 법정형으로 규정하지 아니한 것이 형벌체계상의 균형에 반하여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차례로 살펴보기로 한다.

(1)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위배 여부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하여 어떠한 형벌을 과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원칙적으로 입법자가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범죄의 실태와 죄질, 보호법익 및 범죄예방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할 국가의 입법정책에 관한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부분이다. 또한,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범죄의 죄질 및 이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현저히 형벌 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있다거나 그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였다는 등 헌법상의 평등 및 비례의 원칙 등에 명백히 위배되는 경우가 아닌 한 쉽사리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헌재 2011. 2. 24. 2009헌바29 참조).

입법자는 의료와 보건지도를 통하여 생명의 유지와 보호, 건강의 회복과 증진을 본분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의사가 그에 반하여 낙태를 하게 한 경우에는 일반인보다 책임이 무거우며, 실제로 낙태시술을 할 수 있고, 전문적 의료지식을 가지고 있는 의사가 이를 남용하여 영리행위에 이르게 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 하에 의사의 낙태를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도록 함으로써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고자 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의사의 낙태를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이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방법에 해당한다.

의사낙태죄 조항은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낙태를 하게 한 경우를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그 법정형의 상한이 2년 이하의 징역으로 되어 있어 법정형의 상한 자체가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교적 죄질이 가벼운 낙태에 대하여는 작량감경이나 법률상 감경을 하지 않아도 선고유예 또는 집행유예 선고의 길이 열려 있으므로, 행위의 개별성에 맞추어 책임에 알맞은 형벌을 선고할 수 없도록 하는 지나치게 과중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의사낙태죄 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헌재 2012. 8. 23. 2010헌바402 참조).

(2) 평등원칙 위배 여부

낙태는 행위태양에 관계없이 태아의 생명을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높고, 일반인에 의해서 행해지기는 어려워 대부분 낙태에 관한 지식이 있는 의료업무종사자를 통해 이루어지며, 태아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태아의 생명을 박탈하는 시술을 한다는 점에서 비난가능성 또한 크다. 나아가 경미한 벌금형은 실제로 낙태시술을 할 수 있고, 전문적 의료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을 남용하여 영리행위를 추구하는 의사에 대하여는 위하력을 가지기 어렵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입법자가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하여 동의낙태죄(제269조 제2항)와 달리 벌금형을 규정하지 아니한 것이 형벌체계상의 균형에 반하여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도 할 수 없다(헌재 2012. 8. 23. 2010헌바402 참조).

(3) 소결

의사낙태죄 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하고, 형벌체계상의 균형에 반하여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되지도 아니한다.

청구인은 의사낙태죄 조항이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도 주장하나, 그에 대한 구체적 주장 없이 단지 다른 기본권들이 침해되는 결과 직업의 자유도 함께 침해된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이므로, 이 부분 주장에 대하여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다. 결론

자기낙태죄 조항 및 의사낙태죄 조항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유남석유남석

재판관 서기석서기석

재판관 조용호조용호

재판관 이선애이선애

재판관 이석태이석태

재판관 이은애이은애

재판관 이종석이종석

재판관 이영진이영진

재판관 김기영김기영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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