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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3도2780 판결
[살인·업무상촉탁낙태·의료법위반][집53형,555;공2005.5.15.(226),778]
판시사항

[1] 낙태시술 결과 태아의 사망 여부가 낙태죄의 성립에 영향이 있는지 여부(소극)

[2] 산부인과 의사인 피고인이 약물에 의한 유도분만의 방법으로 낙태시술을 하였으나 태아가 살아서 미숙아 상태로 출생하자 그 미숙아에게 염화칼륨을 주입하여 사망하게 한 사안에서 피고인에게 살해의 범의가 인정된다고 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한 사례

[3] 모자보건법 제14조 제1항 제5호 에서 정한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하고 있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의 의미

[4] 환자에게 불법적인 의료행위를 제의·약속하여 치료위임계약을 체결하게 한 것이 구 의료법 제25조 제3항 에 정한 '유인'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5] 산부인과 의사인 피고인이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 상담게시판을 이용하여 낙태 관련 상담을 하면서 불법적인 낙태시술을 약속하고 병원 방문을 권유, 안내한 행위가 구 의료법 제25조 제3항 에 정한 '유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낙태죄는 태아를 자연분만기에 앞서서 인위적으로 모체 밖으로 배출하거나 모체 안에서 살해함으로써 성립하고, 그 결과 태아가 사망하였는지 여부는 낙태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다.

[2] 산부인과 의사인 피고인이 약물에 의한 유도분만의 방법으로 낙태시술을 하였으나 태아가 살아서 미숙아 상태로 출생하자 그 미숙아에게 염화칼륨을 주입하여 사망하게 한 사안에서, 염화칼륨 주입행위를 낙태를 완성하기 위한 행위에 불과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살아서 출생한 미숙아가 정상적으로 생존할 확률이 적다고 하더라도 그 상태에 대한 확인이나 최소한의 의료행위도 없이 적극적으로 염화칼륨을 주입하여 미숙아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면 피고인에게는 미숙아를 살해하려는 범의가 인정된다고 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한 사례.

[3] 인공임신중절수술이 허용되는 경우의 하나인 모자보건법 제14조 제1항 제5호 소정의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하고 있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라 함은 임신의 지속이 모체의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게 되어 모체의 생명과 건강만이라도 구하기 위하여 인공임신중절수술이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말한다.

[4] 구 의료법(2002. 3. 30. 법률 제66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5조 제3항 소정의 '유인'이라 함은 기망 또는 유혹을 수단으로 환자로 하여금 특정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과 치료위임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의 환자 유인행위도 환자 또는 행위자에게 금품이 제공되거나 의료시장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해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같은 법 제25조 제3항 의 유인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의료의 적정을 기하고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한다."는 의료법의 제정 목적(같은 법 제1조)에 비추어 보면, 합법적인 의료행위를 하면서 환자를 유인할 목적으로 금품을 제공하는 경우는 물론, 법( 법 )이 금지하고 있어 의료인으로서는 마땅히 거부하여야 할 의료행위를 해 주겠다고 제의하거나 약속함으로써 환자를 유혹하여 치료위임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하는 경우도 같은 법 제25조 제3항 의 유인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5] 산부인과 의사인 피고인이 자신이 개설한 인터넷 홈페이지의 상담게시판을 이용하여 낙태 관련 상담을 하면서 합법적인 인공임신중절수술이 허용되는 경우가 아님에도 낙태시술을 해줄 수 있다고 약속하면서 자신의 병원을 방문하도록 권유하고 안내한 행위가 구 의료법(2002. 3. 30. 법률 제66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5조 제3항 에 정한 '유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및 피고인

변호인

법무법인 태평양 담당변호사 나천수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1. 피고인의 상고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산부인과 의사인 피고인이 임신 28주 상태인 공소외 1에 대하여 약물에 의한 유도분만의 방법으로 낙태시술을 하였으나, 태아가 살아서 미숙아 상태로 출생하자 그 미숙아에게 염화칼륨을 주입하여 사망하게 한 사실을 인정한 후, 낙태죄는 태아를 자연분만기에 앞서서 인위적으로 모체 밖으로 배출하거나 모체 안에서 살해함으로써 성립하고, 그 결과 태아가 사망하였는지 여부는 낙태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는 것이므로 , 피고인이 살아서 출생한 미숙아에게 염화칼륨을 주입한 것을 낙태를 완성하기 위한 행위에 불과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살아서 출생한 미숙아가 정상적으로 생존할 확률이 적다고 하더라도 그 상태에 대한 확인이나 최소한의 의료행위도 없이 적극적으로 염화칼륨을 주입하여 미숙아를 사망에 이르게 한 피고인에게는 미숙아를 살해하려는 범의도 있었던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살인의 범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나. 인공임신중절수술이 허용되는 경우의 하나인 모자보건법 제14조 제1항 제5호 소정의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하고 있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라 함은 임신의 지속이 모체의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게 되어 모체의 생명과 건강만이라도 구하기 위하여 인공임신중절수술이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 대법원 1985. 6. 11. 선고 84도1958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이 공소외 2에 대한 진료기록부에 태아에 관하여 'Anomaly'라고, 공소외 3에 대한 진료기록부에 태아에 관하여 'bowel'이라고, 공소외 4에 대한 진료기록부에 태아에 관하여 'C.H.D.'라고 각 기재가 되어 있고, 그 의미가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태아의 내장, 심장 등에 이상이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만으로는 모자보건법 제14조 제1항 제5호 소정의 사유가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모자보건법 제14조 제1항 제5호 에 관한 해석적용을 잘못한 위법이 없다.

또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이 모자보건법 제14조 제1항 제5호 소정의 위법성조각 사유에 관하여 실질적 입증책임이 피고인에게 있음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으므로,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도 이유 없다.

한편,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4에 대한 낙태시술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라는 주장은 상고심에서의 새로운 주장으로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피고인의 공소외 2 등에 대한 낙태시술행위를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 보기도 어렵다.

2. 검사의 상고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은, 피고인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하여 그에 접속한 사람들에게 의료상담을 하여 주면서 그 화면에 피고인의 경력과 병원의 명칭·위치·전화번호를 나타나게 하고, 낙태수술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답변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는 의료상담을 하면서 그에 따른 낙태수술에 관한 답변을 한 것 뿐이어서 피고인이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유인한 것으로 보기에 부족하다고 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나. 그러나 구 의료법(2002. 3. 30. 법 제66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5조 제3항 소정의 '유인'이라 함은 기망 또는 유혹을 수단으로 환자로 하여금 특정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과 치료위임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의 환자 유인행위도 환자 또는 행위자에게 금품이 제공되거나 의료시장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해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같은 법 제25조 제3항의 유인행위에 해당한다 고 할 것이고( 대법원 2004. 10. 27. 선고 2004도5724 판결 참조), "의료의 적정을 기하여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한다."는 의료법의 제정 목적( 같은 법 제1조 )에 비추어 보면, 합법적인 의료행위를 하면서 환자를 유인할 목적으로 금품을 제공하는 경우는 물론, 법(법)이 금지하고 있어 의료인으로서는 마땅히 거부하여야 할 의료행위를 해 주겠다고 제의하거나 약속함으로써 환자를 유혹하여 치료위임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하는 경우도 같은 법 제25조 제3항의 유인행위에 해당한다 고 보아야 할 것이다.

기록에 비추어 살피건대, 피고인은 자신이 개설한 (명칭 생략)과 인터넷 홈페이지의 상담게시판을 이용하여 낙태상담을 하거나 낙태수술 후의 후유증 등에 관하여 상담하면서 모자보건법상 임신중절수술이 허용되는 경우가 아님에도 낙태시술을 해 줄 수 있으니 빨리 피고인의 병원을 방문하도록 권유하고, 그 화면으로 피고인의 경력과 병원의 위치, 명칭, 전화번호 등을 알려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피고인이 법률상 낙태가 허용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수술의 위험성과 후유증 등에 관하여는 설명하거나 알리지 아니한 채 합법적인 인공임신중절수술이 허용되는 경우가 아님에도 낙태시술을 해 줄 수 있다고 약속하면서 빨리 피고인의 병원을 방문하도록 권유하고 안내한 행위는 의료정보의 제공과 그 상담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위와 같은 약속과 권유 및 안내를 통하여 낙태수술 등을 위한 의료계약 체결을 유인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은 피고인의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의 구체적인 질문과 답변의 내용을 좀더 자세히 심리하여 위법한 의료행위의 시술을 확언함으로써 환자를 유인한 부분이 있는지 가려내었어야 할 것임에도, 이를 구체적으로 심리·판단하지 않은 채, 막연히 의료상담을 한 것에 불과하다거나 단순한 허위 또는 과장광고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고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의료법 제25조 제3항 에 관하여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 판시 중 의료법위반 부분에 대한 검사의 상고는 이유 있고, 살인과 업무상촉탁낙태죄 부분에 대한 피고인의 상고는 이유 없다 할 것인바, 판시 각 부분은 모두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으므로,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피고인의 상고는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유지담(재판장) 배기원 이강국(주심) 김용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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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01.11.13.선고 2001고합845
-서울고등법원 2003.5.1.선고 2001노2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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