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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7. 1. 16. 선고 92헌바6 92헌바26 93헌바34 93헌바35 93헌바36 판례집 [국가보안법 제6조 제1항 등 에 대한 헌법소원]

[판례집9권 1집 1~44]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 改正節次로 인한 國家保安法의 위헌 여부

2. 국가보안법의 해석·적용상 北韓을 反國家團體로 보고 이에 동조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하는 것이 위헌인지의 여부

5. 신 국가보안법 제4조 제1항 제2호 “나”목의 위헌 여부

가. 國家機密의 일반적 의미

나. 같은 호 “가”목과 “나”목의 구별기준

다. 같은 호 “나”목의 合憲性

라. 같은 호 “나”목의 憲法合致的 解釋의 기준

결정요지

1. 가.(구 국가보안법에 관하여)1980. 10. 27. 공포된 舊 憲法 附則 제6조 제1항·제3항 및 1987. 10. 29. 공포된 現行 憲法 附則 제5조의 규정에 비추어 보면, 國家保衛立法會議에서 制定된 法律은

“그 內容”이 현행헌법에 抵觸된다고 하여 이를 다투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그 制定節次”에 瑕疵가 있음을 이유로 하여 이를 다툴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나.(신 국가보안법에 관하여)관계자료에 의하면 1991. 5. 10. 속개된 임시국회 본회의 당시 의장이 야당의원들의 거듭된 실력저지로 정상적인 의사진행에 의한 표결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음을 확인한 후 본회의장 내에서 헌법국회법 소정의 의결정족수를 넘는 다수 의원들이 당해 안건에 대하여 찬성의사를 표시함을 확인하고 “국가보안법중개정법률안”이 가결되었음을 선포한 것으로 인정되므로, 신법의 개정절차에 헌법 제40조제49조 등을 위반한 위헌적 요소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2. 북한이 남·북한의 유엔동시가입, 소위 남북합의서의 채택·발효 및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등의 시행 후에도 적화통일의 목표를 버리지 않고 각종 도발을 자행하고 있으며 남·북한의 정치, 군사적 대결이나 긴장관계가 조금도 해소되고 있지 않음이 현실인 이상, 國家의 存立·安全과 國民의 生存 및 自由를 수호하기 위하여 신·구 국가보안법의 해석·적용상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고 이에 동조하는 反國家活動을 規制하는 것 자체가 헌법이 규정하는 國際平和主義나 平和統一의 原則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3. 가. 우리 재판소는 이미 1990. 4. 2. 선고, 89헌가113 결정, 같은 해 6. 25. 선고, 90헌가11 결정 및 1992. 1. 28. 선고, 89헌가8 결정에서, 구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제5항의 위헌성에 관하여, 이 조항에 해당하는 행위라 할지라도 그 가운데서 國家의 存立·安全이나 自由民主的 基本秩序에 無害한 행위는 처벌에서 제외하고 이에 危害를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만 이를 적용하도록 處罰範圍를 縮小制限하는 경우에는 헌법규정들에 합치되는 합헌적 해석이 되고 그 위헌성이 제거된다고 하여 限定合憲決定을 하였고, 우리 재판소가 위와 같이 한정합헌결정을 한 후에 그 결정의 論理

的 내지 現實的 根據가 된 事實에 根本的인 變化가 있었다고 할 수 없으며, 지금에 이르러 위와 달리 판단하여야 할 다른 事情變更이 있다고도 인정되지 아니한다.

나. 같은 법 제7조 제3항은 같은 조 제1항 및 제2항을 그 요건으로 하고 있음이 분명한데, 같은 조 제1항 및 제2항의 개념들이 多義的이고 그 適用範圍가 廣範한 데에 위헌적 요소가 있었던 이상 文理에 충실한 해석을 하면 제3항의 경우에도 같은 위헌적 요소가 생길 것이므로, 같은 법 제7조 제3항의 위헌 여부에 관하여도 같은 조 제1항 및 제5항에 관한 우리 재판소의 견해를 그대로 인용한다.

다. 같은 법 제8조 제1항의 구성요건 가운데 “이익이 된다는 情을 알면서”라는 부분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그 적용범위가 광범하다. 그래서 이 조항을 그 문리대로 해석·적용하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그 헌법적 기반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또는 國民의 生存 및 自由에 아무런 해악도 끼칠 우려가 없는 사항에 관한 會合·通信 등 마저 處罰對象이 될 우려가 없지 않다. 이는 舊 國家保安法의 立法目的(제1조)을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幸福追求權에서 도출되는 국민의 一般的 行動의 自由 및 通信의 自由 등을 本質的으로 侵害할 위험성이 있고 罪刑法定主義와 平和統一의 原則에 抵觸될 소지가 있다. 따라서 이 조항 소정행위 가운데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그 헌법적 기반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무해한 행위는 처벌에서 배제하고 이에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이 조항을 적용하도록 그 적용범위를 축소제한하면 헌법합치적 해석이 되고 위와 같은 위헌성은 제거될 수 있다고 보여진다.

라. 그러므로 구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제3항·제5항 및 제8조 제1항은, 각 소정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自由民主的 基本秩序에 害惡을 끼칠 명백한 危險이 있는 경우에 적용된다고 할 것이므로, 그러한 해석하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4. 가. 신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제3항 및 제5항에 관하여, 우

리 재판소는 이미 동 조항이 表現의 自由의 本質的 내용을 侵害하거나 이를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制限할 危險性이 있다고 할 수 없고 또 罪刑法定主義에 違背된다고 할 수 없다고 하여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는바, 지금 위 결정을 변경해야 할 아무런 事情變更도 없으므로 이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다.

나. 신 국가보안법 제6조 제1항제8조 제1항구 국가보안법에 비하여 각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主觀的 構成要件을 추가함으로써 구법규정의 違憲的 要素는 제거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5. 가. 일반적으로 국가기밀은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한 것 즉 非公知의 사실(넓은 의미)로서 국가의 안전에 대한 불이익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것이 敵國 또는 反國家團體에 알려지지 아니하도록 할 필요성 즉 “要秘匿性”이 있는 동시에, 그것이 漏泄되는 경우 국가의 안전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 만큼의 실질적 가치가 있는 것 즉 “實質秘性”을 갖춘 것이어야 한다.

나. 신 국가보안법 제4조 제1항 제2호의 “가”목과 “나”목에 공통적인 “국가기밀”의 의미는, 결국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한 것으로서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의 안전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 만큼의 實質價値를 지닌 事實, 物件 또는 知識이라고 限定解釋해야 하고, 그 중 “가”목 소정의 국가기밀은 그 중요성과 가치의 정도에 있어서 “한정된 사람에게만 지득이 허용되고” 또 “보다 고도의” 국가기밀을 의미하며 그 이외의 것은 “나”목 소정의 국가기밀에 해당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가 위 “나”목 소정의 국가기밀에 해당하는가의 判斷은 결국 法適用當局이 위에서 제시한 해석기준에 비추어 한정된 사람에게만 지득이 허용되고 있는지의 여부와 당해 기밀사항이 국가안전보장에 미치는 기능등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할 수 밖에 없다.

다. 같은 법 제4조 제1항은 그 行爲主體를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指令을 받은 자”로 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 소정의 행위가 “반국가단체의 目的遂行을 위한 행위”일 것을 그 構成要件으로 하고 있어 “행위주체”와 “行爲態樣”의 면에서 제한을 하고 있고, 또 “국가기밀”의 일반적 의미를 위와 같이 憲法合致的으로 限定解釋을 하는 이상, 위 “나”목의 구성요건이 다소 불명확하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는 위 “나”목의 규정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정도로 罪刑法定主義가 요구하는 明確性의 原則에 반한다거나 국민의 表現의 自由 내지 “알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라. 따라서 같은 법 제4조 제1항 제2호“나”목은, 그 소정의 “군사상 기밀 또는 국가기밀”을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한 것으로서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의 안전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 만큼의 실질가치를 지닌 사실, 물건 또는 지식이라고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재판관 조승형의 反對意見

1. 신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제3항·제5항은, 우리재판소가 문언해석상 法律明確性의 原則에 違背된다고 판시한 구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상의 문언 중 “기타의 방법” “이롭게 한”에 대하여서만 다수의견이 지적한 바와 같이 개정하였을 뿐 “構成員” “活動” “同調” 등의 문언을 여전히 存置시키고 있으므로 우리 재판소로서는 이 3개 문언부분에 대하여서만은 여전히 그 違憲性을 지적하여야 할 것이다.

2. 또한 신 국가보안법 규정에 “國家의 存立·安全이나 自由民主的 基本秩序를 위태롭게 한다는 情을 알면서”라는 主觀的 構成

要件이 추가됨으로써 확대해석의 위험이 거의 제거되었다고도 주장하나, 알고 있는 危殆性이 명백하지도 않으며, 그 행위가 실질적으로 害惡을 끼치지 아니하는 경우나, 反國家團體에 아무런 이득을 주지 못하는 경우에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讚揚·鼓舞·宣傳 또는 同調하거나 國家變亂을 선전 선동만 하면, 처벌위험은 여전히 상존한다고 할 것이므로, 위 主觀的 要件 이외에 “반국가단체를 위하여”라는 주관적 요건과 “반국가단체에 실질적인 이득을 제공한 때”라는 客觀的인 要件을 추가하지 않는 한 위 결정이 지적하는 위헌성을 모면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3. 따라서 위 신법조항들이 여전히 위헌성을 모면할 수 없고 위 종전결정(헌재 1990. 4. 2. 선고, 89헌가113 결정)중 그 결정이 지적하고 있는, 헌법상의 言論·出版·學問·藝術 및 良心의 自由를 위축시킬 염려, 刑罰過剩을 초래할 염려, 國家安全保障이나 自由民主的 基本秩序의 守護와는 관계가 없는 경우까지 확대 적용될 만큼 不透明하고 具體性이 缺如되어 헌법 제37조 제2항의 한계를 넘은 제한인 점, 법집행자에 의한 恣意的 執行을 허용할 소지가 있는 점, 罪刑法定主義에 違背된다는 취지의 종전 판시내용은 여전히 이 사건의 경우에도 타당하다.

청 구 인  김 ○ 식 외 4인

대리인 변호사 안 상 운 외 4인

당해소송사건(각 국가보안법위반)

1. 서울형사지방법원 91고합1357(92헌바6 사건)

2. 서울형사지방법원 92노851( 92헌바26 사건)

3. 서울고등법원 93노949( 93헌바34 사건)

4. 서울고등법원 93노1281( 93헌바35 사건)

5. 서울고등법원 93노936( 93헌바36 사건)

참조조문

憲法 전문, 제4조, 제5조, 제10조, 제12조 제1항, 제18조, 제21조 제1항, 제22조 제1항

國家保安法(1980. 12. 31. 법률 제3318호로 전문개정된 것으로서, 1991. 5. 31. 법률 제4373호로 일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7조(讚揚·鼓舞 등) ① 反國家團體나 그 構成員 또는 그 指令을 받은 者의 活動을 讚揚·鼓舞 또는 이에 同調하거나 기타의 方法으로 反國家團體를 利롭게 한 者는 7年 이하의 懲役에 處한다.

② 생략

③ 제1항 및 제2항의 行爲를 目的으로하는 團體를 構成하거나 이에 加入한 者는 1年 이상의 有期懲役에 處한다.

④ 생략

⑤ 제1항 내지 제4항의 행위를 할 目的으로 文書·圖畵 기타의 表現物을 製作·輸入·複寫·所持·運搬·頒布·販賣 또는 取得한 者는 그 각 항에 정한 刑에 處한다.

⑥~⑦ 생략

國家保安法(1980. 12. 31. 법률 제3318호로 전문개정된 것으로서, 1991. 5. 31. 법률 제4373호로 일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會合·通信 등) ① 反國家團體의 利益이 된다는 情을 알면서 그 構成員 또는 그 指令을 받은 者와 會合·通信 기타의 方法으로 連絡을 한 者는 10年 이하의 懲役에 處한다.

②~④ 생략

國家保安法(1980. 12. 31. 법률 제3318호로 전문개정되고, 1991. 5. 31. 법률 제4373호로 다시 일부개정된 것) 제6조(潛入·脫出) ①國家의 存立·安全이나 自由民主的 基本秩序를 危殆롭게 한다는 情을 알면서 反國家團體의 支配下에 있는 地域으로부터 潛入하거나 그 地域으로 脫出한 者는 10年 이하의 懲役에 處한다.

②~⑥ 생략

國家保安法(1980. 12. 31. 법률 제3318호로 전문개정되고, 1991. 5. 31. 법률 제4373호로 다시 일부개정된 것) 제7조(讚揚·鼓舞 등) ①國家의 存

立·安全이나 自由民主的 基本秩序를 危殆롭게 한다는 情을 알면서 反國家團體나 그 構成員 또는 그 指令을 받은 者의 活動을 讚揚·鼓舞·宣傳 또는 이에 同調하거나 國家變亂을 宣傳·煽動한 者는 7年 이하의 懲役에 處한다.

② 생략

③ 제1항의 行爲를 目的으로 하는 團體를 構成하거나 이에 加入한 者는 1年 이상의 有期懲役에 處한다.

④ 생략

⑤ 제1항·제3항 또는 제4항의 行爲를 할 目的으로 文書·書面 기타의 表現物을 製作·輸入·複寫·所持·運搬·頒布·販賣 또는 取得한 者는 그 각 항에 정한 刑에 處한다.

⑥~⑦ 생략

國家保安法(1980. 12. 31. 법률 제3318호로 전문개정되고, 1991. 5. 31. 법률 제4373호로 다시 일부개정된 것) 제8조(會合·通信 등) ①國家의 存立·安全이나 自由民主的 基本秩序를 危殆롭게 한다는 情을 알면서 反國家團體의 構成員 또는 그 指令을 받은 者와 會合·通信 기타의 방법으로 連絡을한 者는 10年 이하의 懲役에 處한다.

②~④ 생략

참조판례

1990. 4. 2. 선고, 89헌가113 결정

1990. 6. 25. 선고, 90헌가11 결정

1992. 1. 28. 선고, 89헌가8 결정

1992. 2. 25. 선고, 89헌가104 결정

1992. 4. 14. 선고, 90헌바23 결정

1993. 7. 29. 선고, 92헌바48 결정

1996. 10. 4. 선고, 95헌가2 결정

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적용된다 할 것이므로, 그러한 해석하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2. 1991. 5. 31. 개정 후의 국가보안법(1980. 12. 31. 법률 제3318호로 전문개정되고, 1991. 5. 31. 법률 제4373호로 다시 일부개정된 것) 제6조 제1항, 제7조 제1항·제3항·제5항 및 제8조 제1항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같은 법 제4조 제1항 제2호 “나”목은 그 소정의 “군사상 기밀 또는 국가기밀”을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한 것으로서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의 안전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 만큼의 실질가치를 지닌 사실, 물건 또는 지식이라고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92헌바6 사건

항이 각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위 법원에 그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을 하였으나 1992. 1. 6. 그 신청이 기각되자(위 법원 91초5079 사건), 같은 달 11.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92헌바26 사건

청구인 신○준은 서울형사지방법원 92노851 국가보안법위반 피고사건의 피고인으로서, 위 청구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적용된 구법 제7조 제1항·제5항 및 신법 제7조 제1항·제5항이 각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위 법원에 그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을 하였으나 1992. 6. 16. 그 신청이 기각되자(위 법원 92초1413 사건), 같은 달 23.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3) 93헌바 34·35·36 사건

청구인 변○숙( 93헌바34 사건)은 서울고등법원 93노949 국가보안법위반 피고사건의, 청구인 이○우( 93헌바35 사건)는 같은 법원 93노1281 국가보안법위반 피고사건의, 청구인 함○희( 93헌바36 사건)는 같은 법원 93노936 국가보안법위반 피고사건의 각 피고인들로서, 청구인들에 대한 위 각 피고사건의 공소사실에 적용된 신법 제4조 제1항 제2호 “나”목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위 법원에 각 그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을 하였으나 청구인 변○숙, 동 이○우에 대하여는 1993. 7. 8.(위 법원 93초107 및 93초122 사건)청구인 함○희에 대하여는 같은 달 9.(위 법원 93초110 사건)위 각 신청이 기각되고 청구인 함○희에게는 같은 달 14. 그 결정이 송달되자, 청구인 변의숙은 같은 달 21., 청구인 이○우는 같은 달 22., 청구인 함○희는 같은 달 26. 각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

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구법 제7조 제1항·제3항·제5항 및 제8조 제1항신법 제4조 제1항 제2호 “나”목, 제6조 제1항, 제7조 제1항·제3항·제5항 및 제8조 제1항이 각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인바, 위 각 조항의 규정내용은 다음과 같다.

구법 제7조(찬양·고무 등)

①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③ 제1항 및 제2항의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⑤제1항 내지 제4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한 자는 그 각 항에 정한 형에 처한다.

구법 제8조(회합·통신 등)

① 반국가단체의 이익이 된다는 정을 알면서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와 회합·통신 기타의 방법으로 연락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신법 제4조(목적수행)

①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가 그 목적수행을 위한 행위를 한 때에는 다음의 구별에 따라 처벌한다.

2. 형법 제98조에 규정된 행위를 하거나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하거나 중개한 때에는 다음의 구별에 따라

처벌한다.

가. 군사상 기밀 또는 국가기밀이 국가안전에 대한 중대한 불이익을 회피하기 위하여 한정된 사람에게만 지득이 허용되고 적국 또는 반국가단체에 비밀로 하여야 할 사실, 물건 또는 지식인 경우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

나. 가목 외의 군사상 기밀 또는 국가기밀의 경우에는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신법 제6조(잠입·탈출)

①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부터 잠입하거나 그 지역으로 탈출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신법 제7조(찬양·고무 등)

①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③ 제1항의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⑤ 제1항·제3항 또는 제4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한 자는 그 각 항에 정한 형에 처한다.

신법 제8조(회합·통신 등)

①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

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와 회합·통신 기타의 방법으로 연락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2. 청구인들의 주장과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1) 개정절차의 하자로 인한 구법의 위헌성

“국가보위입법회의법(법률 제3260호)”은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설치령(대통령령 제9897호)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서 1980. 10. 28. 제정·공포한 것인데,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는 정당한 입법기관이 아니므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서 의결·제정한 국가보위입법회의법은 입법권이 국회에 속함을 규정하고 있는 현행 헌법은 물론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설치당시의 소위 유신헌법(1972. 12. 27. 공포)이나 국가보위입법회의법 공포당시의 제5공화국 헌법(1980. 10. 27. 공포)의 관계규정에도 위반되어 위헌무효이다.

위와 같이 위헌무효인 국가보위입법회의법에 의하여 구성된 “국가보위입법회의”는 정당한 입법기관이 아니며, 따라서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제정한 구법은 입법권이 국회에 속함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40조, 국민주권의 원리를 천명한 헌법 제1조 제2항 등에 위반되어 위헌무효이다.

(2) 개정절차의 하자로 인한 신법의 위헌성

신법도 아래와 같은 이유로 위헌법률이다. 즉,

국회는 1991. 5. 10. 오후 속개된 제154회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의장이 본회의장의 의장석이 아닌 본회의장 뒤쪽 중앙통로에서

“국가보안법 개정법률안”에 대한 제안설명, 심사보고, 수정제의보고 및 표결절차를 모두 생략한 채 야당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날치기로 위 법률안이 의결되었다고 선포하였다. 이는 헌법 제40조(입법권의 국회귀속)및 제49조(국회의 의결방법)와 국회법 소정의 의안에 대한 제안설명, 심사보고, 수정제의보고, 표결방법 등에 관한 여러 규정에 위반된 것이므로 이러한 위법절차에 의하여 개정된 신법 역시 위헌무효이다.

(3)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것은 위헌이다.

구법신법은 모두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북한과의 모든 접촉ㆍ연락ㆍ대화 등을 처벌하고 있는바, 이는 헌법 전문(前文)의 “항구적인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라는 부분과 헌법 제5조 제1항, 제6조 제1항에서 천명한 국제평화주의에 위반되고, 또 헌법 전문의 “조국의 ……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라는 부분과 헌법 제4조, 제66조 제3항에서 천명한 평화통일의 원칙에도 위반된다. 더욱이 남·북한이 1991. 9. 17. 동시에 유엔(U.N)에 가입하고 남·북한의 정부당국자가 같은 해 12. 13. 소위 남북합의서(“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에 서명하여 이것이 발효된 이상 북한을 국가보안법상의 “반국가단체”로 볼 수 없게 되었으므로 북한이 반국가단체임을 전제로 제정된 국가보안법은 더 이상 효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는바,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남·북한의 유엔(U.N)동시가입

첫째, 남·북한이 모두 유엔에 가입하였다는 것은 북한도 국제사회로부터 주권을 가진 국가임을 승인받은 것이며 남·북한 상호간

에 있어서도 상대방을 “국가”로 인정한 것을 의미한다.

둘째, 유엔헌장의 규정들에 비추어 보면 남·북한의 유엔가입은 국제평화와 안전을 위해 평화적 수단에 의한 국제분쟁해결 및 무력행사금지 의무를 남·북한이 성실히 이행할 것을 수락한 것이고 또 이에 대한 국제적 인정이라고 할 것인바, 그렇다면 북한을 더 이상(남한)“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변란을 목적으로 하는 반국가단체”라고 할 수는 없다.

셋째, 그 동안 남한정부가 한반도에서의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주장해 온 법적 근거인 1948. 12. 12.의 유엔총회결의 195호(대한민국의 승인 및 외국군대의 철수에 관한 결의)에 의하더라도 38선 이북지역에 대한 주권이 대한민국에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었으며, 가사 대한민국정부의 견해대로 대한민국이 한반도에 있어서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하여도, 남·북한의 유엔 동시가입으로 인하여 남·북한이 각기 관할구역내의 주권국가임을 국제적으로 승인받은 이 시점에서는, 더 이상 북한을 “불법조직된” 반국가단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나) 남북합의서의 체결

남·북한 정부당국자(대한민국 국무총리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무원총리)는 1991. 12. 13. 소위 남북합의서(“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에 서명하였고 1992. 2. 19. 위 합의서가 발효되었다. 이는 그 서명주체로 볼 때 법적 대표성과 권한을 갖고 있는 국무총리에 의하여체결된 것으로서 당연히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는 것이고, 그 내용을 보면 북한은 남북합의서의 서명을 통하여 공식적으로 대남적화통일 전략

을 포기하였으며 또 이를 대한민국 정부대표자가 공식 확인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북한을 더 이상 국가보안법상의 “반국가단체”로 볼 수 없다.

(4) 헌법재판소의 한정합헌결정의 부당성

헌법재판소는 1990. 4. 2. 선고, 89헌가113 결정에서, 구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의 규정이 법문의 다의성과 이로 인한 적용범위의 광범성으로 말미암아 법운영 당국에 의한 자의적 집행의 소지가 있고 이로 인하여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시하면서도, 입법의 공백 및 남북 긴장상태의 지속에 따른 이익형량을 근거로 한정합헌결정을 하였다. 그러나 입법의 공백은 법률에 대한 모든 위헌판단에 있어서 발생하는 문제이므로 이 경우는 법조문의 합헌적 해석방향을 제시함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적어도 위헌선언을 하면서 입법개선을 촉구하는 결정을 내렸어야 할 것이고, 위 결정의 논거로 든 이익형량의 논리는 국민의 기본권보다 국가의 형벌권을 더 우위에 두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익형량의 요소로 삼은 “휴전상태”와 “군사력의 대치에 의한 긴장상태”는 상황에 대한 설명이지 구체적인 불이익 그 자체는 아니므로 위 결정은 그 이익형량의 방법에도 잘못이 있다.

따라서, 구법 제7조 제1항·제3항·제5항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아야 하며, 위 조항들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례는 변경되어야 한다.

(5) 신법 제6조 제1항, 제7조 제1항·제3항·제5항 및 제8조 제1항의 위헌성

신법조항들은 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도 위반되는 위헌규정들이다. 즉 위 조항들은 그 구성요건으로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문구를 삽입하였으나, 위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위와 같이 “정을 안다”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 해악을 미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로 처벌을 축소·제한하자는 취지이므로, 개정된 위 조항들은 헌법재판소의 위 결정을 무시한 위헌규정들이다.

(6) 신법 제4조 제1항 제2호 “나”목의 위헌성

(가) 신법 제4조 제1항 제2호 “나”목은, “가목 외의 국가기밀”이라는 불확정개념 내지 막연한 용어를 사용하여 그 의미를 추량(推量)할 수밖에 없도록 함으로써 처벌대상인 행위를 미리 고지하는 기능이 없으며, 그로 말미암아 법적용기관의 자의(恣意)를 허용

할 위험성이 높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막연하므로 무효”라는 법리에 위배된다.

“가목 외의 국가기밀”이라는 규정은, “가”목에서 한정적으로 정하고 있는 국가기밀을 제외한 그 나머지 모든 국가기밀을 의미하는 것으로 되어, 국가기밀의 개념이 확대되고 남용될 위험성이 원시적으로 예비되어 있다.

대법원은 구법상의 “국가기밀”에 대하여 오랫 동안 그 개념을 무제한적으로 확대하여 해석·적용하여 왔으며, 신법은 국가기밀을 “가”목과 “나”목의 두 가지 경우로 나누어 처벌하는 것으로 개정하고 “가”목의 국가기밀에 대하여는 그 범위를 한정하는 규정을 두었으나, “나”목은 구법과 비교하여 형량의 차이만 있을 뿐 “국가기밀”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그 구성요건에는 실질적으로 아무런 변화가 없다.

(나) 국가기밀의 보호법리는 국가안전보장과 국민의 “알 권리”(언론·출판의 자유)와의 조화에서 찾아야 하고, 국가기밀의 유지를 위하여 국민의 “알 권리”를 제한함에 있어서는 국가안보의 가치와 “알 권리”의 가치를 비교형량하여 그 제한의 내용을 결정하여야 할 것인바,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가기밀”의 개념 그 자체가 명확하여야 한다.

그런데 위 조항은 그 내용이 막연함으로 인하여 결국 “국가기밀”이라는 개념의 외연을 무제한으로 확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언론·출판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헌법 제37조 제2항에 규정된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기각의 이유

(1) 1980. 10. 27. 개정된 구 헌법 부칙 제6조 제1항은 국가보위입법회의는 이 헌법에 의한 국회의 최초집회일 전일까지 국회의 권한을 대행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3항은 국가보위입법회의가 제정한 법률 등은 그 효력을 지속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구법이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제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는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

(2) 국회가 법률안을 적법히 의결하였다 하여 정부로 이송하고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이를 공포하였다면 그 법률은 입법의 전과정에 걸쳐 적법하게 제정되었다고 인정되어야 할 것인바, 신법 즉 1991. 5. 31. 공포된 법률 제4373호 “국가보안법 중 개정법률”은 국회에서 의결되어 대통령이 이를 적법히 공포하였으므로 위 개정법률이 그 입법절차에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

(3) 국가보안법구법이건 신법이건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직접

규정한 바 없으므로 남·북한간의 관계에 어떠한 변화가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북한이 국가보안법상의 “반국가단체”에 해당하느냐의 여부에 관한 사실인정 내지는 법해석론을 떠나, 국가보안법상의 위 법률조항들을 위헌이라고 볼 수는 없다. 남·북한의 유엔(U.N)동시가입이 상호간에 국가승인의 효력을 발생시킨다고는 볼 수 없고 남북합의서의 서명과 발효로써 북한이 대남 적화혁명노선을 명백히 포기하였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헌법재판소가 한정합헌결정을 한 후에 그 논리적 근거로 제시한 사실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다고는 볼 수 없다.

(4) 신법 제6조 제1항, 제7조 제1항·제3항·제5항, 제8조 제1항의 규정들은 구법보다 그 구성요건을 명확히 한정하여 규정하였으므로 이와 같이 구성요건을 한정하여 규정하기 이전의 구법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 한정합헌결정의 취지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5) 신법 제4조 제1항 제2호 “나”목의 “국가기밀”은 다른 나라에 알려지는 것이 대한민국에 불리한 모든 정보를 포괄하는 개념으로서 가장 넓은 의미의 국가기밀 개념인바, 현대 각국에 있어서의 첩보활동은 대상국의 전체적 잠재력을 체계적으로 탐색·파악함을 목표로 하며 그를 위하여 지속적으로 수많은 공개적·비공개적 사항이나 부수적 사항까지도 이를 수집하여 분석하고 이들을 종합함으로써 대상국의 다방면에 걸친 종합적인 실상을 파악하고 있다는 점, 북한은 대남 선전·선동자료를 얻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북한 공작원들의 거점확보와 활동에 도움이 되는 각종 정보를 획득하기 위해서도 남한내의 모든 세세한 정보까지 필요로 하고 있고 결국

대내외적인 모든 국면의 상황과 관계에 관한 정보 일체가 그들의 대남전략에 기여하게 된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국가기밀의 개념을 위와 같이 넓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한편, 위 조항이 “가목 외의 국가기밀”이라고 하여 소극적인 방식에 의한 포괄적인 표현방식을 쓰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 구성요건상 행위주체를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로 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행위태양의 점에서도 국가기밀의 탐지·수집·누설·전달 또는 중개 행위가 “반국가단체의 목적수행을 위한 행위”일 것을 요하는 데다가, “국가기밀”의 개념에 관하여는 법원의 판례에 의하여 그 범위에 해당하는 것과 해당하지 않는 것을 구분할 수 있으므로, 동 조항의 목적과 연혁에 조화되는 해석을 한다면 규범수명자인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가 무엇이 형벌에 의하여 금지되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도록 되어 있으므로 위 조항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또 “자유로운 사상의 시장”을 전제로 하는 언론의 자유가 그러한 자유시장을 혁명에 의하여 파괴하려는 단체의 첩보활동을 위해서도 허용된다면 이는 방어적 민주주의의 개념에 상치될 뿐만 아니라 자유의 터전을 파괴하려는 자들에게 무기를 제공하는 모순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위 조항은 국가의 안전을 보호하고 공산집단의 공작원과 그 국내 동조세력에 대한 정보의 차단을 위하여 불가피한 규정이므로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되지 아니한다.

다. 법무부장관 및 검찰총장의 의견

아래와 같은 의견을 덧붙인 것 외에는, 위에서 본 법원의 위헌제청신청기각이유와 대체로 같다.

헌법재판소의 구법 제7조 제1항·제5항에 대한 한정합헌결정은 이 규정들의 내용에 관하여 위헌을 선언한 것이 아니고 합헌결정을 하면서 다만 그 규정들의 적용에 관하여 법해석론으로 그 한계를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이 사건에서 심판의 대상이 된 신법조항들은 구법에는 없던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주관적 요건을 추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행위태양도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규정들이 헌법재판소의 위 한정합헌결정에 위반되는 위헌조항이라고 볼 수는 없다.

3. 판 단

가. 개정절차로 인한 신·구법의 위헌 여부

(1) 구법에 관하여

1980. 10. 27. 공포된 구 헌법 부칙 제6조 제1항은 국가보위입법회의는 구 헌법 시행일로부터 구 헌법에 의한 국회의 최초의 집회일 전일까지 국회의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함으로써 국가보위입법회의에 한시적으로 입법권을 부여하는 헌법상의 근거규정을 두었고, 같은 조 제3항은 국가보위입법회의가 제정한 법률은 지속효를 가지며 이에 대하여 제소나 이의를 할 수 없도록 하여 구 헌법하에서 그 제정절차를 다툴 수 없는 유효한 법률임을 분명히 하였으며, 한편 1987. 10. 29. 공포한 현행 헌법 부칙 제5조는 현행 헌법 시행당시의 법령은 현행 헌법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한 그 효력을 지속한다고 하여 법령의 지속효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그렇다면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제정된 법률은 “그 내용”이 현행 헌법에 저촉된다고 하여 이를 다투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그 제정절

차”에 하자가 있음을 이유로 하여 이를 다툴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 부분에 관한 청구인들의 주장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헌법재판소 1992. 4. 14. 선고, 90헌바23 결정 참조).

(2) 신법에 관하여

관계자료에 의하면, 1991. 5. 10. 속개된 제154회 임시국회 본회의는 당시 의장이 야당의원들의 거듭된 실력저지로 정상적인 의사진행에 의한 표결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음을 확인한 후 본회의장내에서 헌법국회법 소정의 의결정족수를 넘는 다수 의원들이 당해 안건에 대하여 찬성의사를 표시함을 확인하고 “국가보안법중 개정법률안”이 가결되었음을 선포하였던 것으로 인정된다. 그렇다면 신법의 개정절차에 헌법 제40조제49조 등을 위반한 위헌적 요소가 있었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이 부분에 관한 청구인들의 주장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나. 북한의 반국가단체성(反國家團體性)

국가보안법구법이건 신법이건 모두 북한을 바로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지는 아니하다(구법 제2조, 신법 제2조 참조). 따라서 국가보안법이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음을 전제로 한 위헌주장은 형사절차상의 사실인정 내지 법적용의 문제를 헌법문제로 오해한 것이어서, 이러한 주장은 남·북한관계의 변화여부에 불구하고 이유없는 것이다.

청구인들의 주장과 같이 비록 남·북한이 유엔(U.N)에 동시가입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유엔헌장”이라는 다변조약(多邊條約)에의 가입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유엔헌장 제4조 제1항의 해석상 신규가맹국이 “유엔(U.N)”이라는 국제기구에 의하여 국가로 승인받는 효

과가 발생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그것만으로 곧 다른 가맹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당연히 상호간에 국가승인이 있었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것이 현실 국제정치상의 관례이고 국제법상의 통설적인 입장이다.

또 소위 남북합의서는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전문 참조)임을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 합의문서인바, 이는 한민족공동체 내부의 특수관계를 바탕으로 한 당국간의 합의로서 남북당국의 성의있는 이행을 상호 약속하는 일종의 공동성명 또는 신사협정에 준하는 성격을 가짐에 불과하다. 따라서 남북합의서의 채택·발효 후에도 북한이 여전히 적화통일의 목표를 버리지 않고 각종 도발을 자행하고 있으며 남·북한의 정치, 군사적 대결이나 긴장관계가 조금도 해소되지 않고 있음이 엄연한 현실인 이상,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이나 국가보안법의 필요성에 관하여는 아무런 상황변화가 있었다고 할 수 없다.

또 1990. 8. 1. 법률 제4239호로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이 공포·시행된 바 있으나, 이 법률은 남·북한간의 상호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할 목적으로 제정된 것인데(제1조)남·북한간의 왕래·교역·협력사업 및 통신역무의 제공 등 남북교류와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에 관하여는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이 법을 적용하도록 되어 있어(제3조)이 요건을 충족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 법률의 적용은 배제된다고 할 것이므로 국가보안법이 이 법률과 상충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요컨대, 현단계에 있어서의 북한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임과 동시에 대남적화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전복을 획책하고 있는 반국가단체라는 성격도 함께 갖고 있음이 엄연한 현실인 점에 비추어, 헌법의 전문과 제4조가 천명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하는 법적 장치로서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등을 제정·시행하는 한편,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하기 위한 법적 장치로서 국가보안법을 제정·시행하고 있는 것으로서, 위 두 법률은 상호 그 입법목적과 규제대상을 달리하고 있는 것이므로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등이 공포·시행되었다 하여 국가보안법의 필요성이 소멸되었다거나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이 소멸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헌법재판소 1993. 7. 29. 선고, 92헌바48 결정 참조).

그러므로 국가의 존립·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수호하기 위하여 국가보안법의 해석·적용상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고 이에 동조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하는 것 자체가 헌법이 규정하는 국제평화주의나 평화통일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다. 구법 제7조 제1항·제3항·제5항 및 제8조 제1항의 위헌 여부

(1) 구법 제7조 제1항·제3항 및 제5항

(가) 우리 재판소는 이미 1990. 4. 2. 선고, 89헌가113 결정, 같은 해 6. 25. 선고, 90헌가11 결정 및 1992. 1. 28. 선고, 89헌가8 결정에서 구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의 위헌성에 관하여 그 견해를 밝힌 바 있는데,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우선 구법 제7조 제1항에는 “구성원”, “활동”, “동조”, “기타의 방법”, “이롭게 한” 등 다의적(多義的)이고 그 적용범위가 광범한

용어들이 있어, 이를 문언 그대로 해석·운영할 경우에는 헌법상의 언론·출판, 학문·예술의 자유를 침해할 개연성이 있고 또 법운영 당국의 자의적(恣意的)집행을 허용할 소지가 있어 법치주의에 반하고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될 소지가 생기며, 나아가 우리 헌법이 천명한 평화적 통일지향의 규정과 양립하기 어려운 문제점 등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남북이 군사력으로 대치하고 있으며 긴장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하에서는 이 조항의 완전폐기에서 오는 국가적 불이익이 폐기함에서 오는 이익보다 이익형량상 더 클 것이며, 국가의 존립·안전에 대한 침해나 민주체제전복을 부추기는 내용의 언동까지도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보호하는 것이 헌법이 아닐진대 여기에 합헌적이고 긍정적인 면도 간과할 수 없고, 문제의 소재가 법문의 다의성과 그 적용범위의 광범성에 있는 만큼 이를 헌법합치적으로 축소·제한하면 앞서 본 이 조항의 위헌성은 제거될 수 있다. 그렇다면 문리해석상으로는 일응 이 조항에 해당하는 행위라 할지라도 그 가운데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무해(無害)한 행위는 처벌에서 제외하고 이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만 이를 적용하도록 처벌범위를 축소제한하는 경우에는 앞서 본 헌법규정들에 합치되는 합헌적 해석이 되고 그 위헌성이 제거되며, 이 조항을 그 요건으로 하고 있는 구법 제7조 제5항에 관하여서도 역시 그러하다는 견해로, 구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에 대하여 모두 한정합헌결정을 한 것이다.

(나) 우리 재판소의 위 1990. 4. 2. 선고, 89헌가113 결정 및 같은 해 6. 25. 선고, 90헌가11 결정 후에, 남·북한이 1991. 9. 동시

에 유엔에 가입하고 또 남·북한의 정부당국자가 같은 해 12. 13. 소위 남북합의서에 서명하여 이것이 발효되었으며 또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등이 공포·시행된 바 있으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러한 사실들로 인하여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이 소멸되었다거나 국가보안법의 필요성이 없어졌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위와 같은 사정변경만으로는 우리 재판소가 위와 같이 한정합헌결정을 한 후에 그 결정의 논리적 내지 현실적 근거가 된 사실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할 수 없고, 지금에 이르러 위와 달리 판단하여야 할 다른 사정변경이 있다고도 인정되지 아니한다.

(다) 구법 제7조 제3항은 “제1항 및 제2항의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는 것으로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에 대한 찬양·고무 등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행위(제1항)또는 국외공산계열의 활동에 대한 찬양·고무 등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행위(제2항)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이다. 따라서 구법 제7조 제3항은 같은 조 제1항 및 제2항을 그 요건으로 하고 있음이 분명한데,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제1항 및 제2항의 개념들이 다의적이고 그 적용범위가 광범한 데에 위헌적 요소가 있었던 이상 문리에 충실한 해석을 하면 제3항의 경우에도 같은 위헌적 요소가 생길 것이고, 따라서 이 조항도 제1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국가보안법의 입법목적 등에 비추어 그 소정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으로 그 적용범위를 축소제한하는 경우

에는, 청구인들 주장의 헌법규정들에 합치되는 합헌적 해석이 되고 그 위헌성이 제거된다. 그러므로 구법 제7조 제3항의 위헌 여부에 관하여서도 앞서 본 같은 조 제1항 및 제5항에 관한 우리 재판소의 견해를 그대로 인용할 수 있다.

(라) 다만, 위에서 본 우리 재판소 결정들의 주문은 모두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1980. 12. 31. 법률 제3318호)은 각 그 소정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경우에 적용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해석하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표시하고 있으나, 그 결정의 이유를 보면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은 각 그 소정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적용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해석하에서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1990. 4. 2. 선고, 89헌가113 결정의 이유 중 “결론”부분 참조)라고 설시하고 있는 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라는 표현은 “위해(危害)”라는 용어와 유사성이 있는 “위험”이라는 용어가 겹쳐 있어 그리 적절하지는 않다고 보여지는 점 등을 고려하여 결정이유의 설시내용에 보다 더 부합하도록 “구법 제7조 제1항·제3항 및 제5항은, 각 그 소정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적용된다고 할 것이므로, 그러한 해석하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설시하고자 한다. 이러한 표현은 앞서 본 우리 재판소의 종전 결정들의 주문내용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그 기본적 견해에 변경이 있는 것은 아니므로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는 것은 아니다.

이 조항의 구성요건 가운데 “이익이 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부분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그 적용범위가 광범하다. “이익”에는 어떤 영역에서건 유형·무형 또는 직접·간접의 모든 이익이 그 중요성이나 내용을 불문하고 모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므로 이 개념을 형식논리적으로 확대해석하면 회합·통신 기타 연락행위 그 자체가 곧 반국가단체의 “이익”이 된다는 결론에 이를 수도 있다.

따라서 이 조항을 그 문리대로 해석·적용하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그 헌법적 기반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또는 국민의 생존 및 자유에 아무런 해악도 끼칠 우려가 없는 사항에 관한 회합·통신 등마저 처벌대상이 될 우려가 없지 않다. 이는 구법의 입법목적(제1조)을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행복추구권에서 도출되는 국민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 및 통신의 자유 등을 본질적으로 침해할 위험성이 있고 죄형법정주의와 평화통일의 원칙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

이러한 사실은 신법 제8조 제1항구법 제8조 제1항의 구성요건 중 “반국가단체의 이익이 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부분을 삭제한 대신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부분을 추가하고 또 신법 제1조 제2항에서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은 그 법의 해석준칙을 천명한 것에서도 뚜렷이 엿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조항의 위헌여부에 관하여서도 우리 재판소의 위 결정들의 취지를 그대로 원용할 수 있다고 보여지는바, 이 조항 소정의

행위 가운데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그 헌법적 기반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무해(無害)한 행위는 처벌에서 배제하고 이에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이 조항을 적용하도록 그 적용범위를 축소제한하면 헌법합치적 해석이 되고 위와 같은 위헌성은 제거될 수 있다고 보여진다(신법 제1조 제2항, 제8조 제1항 참조).

라. 신법 제6조 제1항, 제7조 제1항·제3항·제5항 및 제8조 제1항의 위헌 여부

(1) 구법규정과의 대비

위 조항들의 규정내용은 각 그 구법규정과 대비해 보면 모두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주관적 구성요건이 추가되어 있는 점이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우리 재판소는 이른바 찬양·고무죄를 규정한 구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에 대하여 한정합헌결정을 한 바 있는데, 입법자는 이 찬양·고무죄 외에도 금품수수죄(신법 제5조 제2항), 잠입·탈출죄(신법 제6조 제1항), 회합·통신죄(신법 제8조 제1항)등의 구성요건에 관하여서도 우리 재판소의 위 한정합헌결정의 취지를 적극 수용하여 위와 같은 주관적 구성요건을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이들 신법규정에는 그 구법규정이 갖고 있던 개념의 다의성과 적용범위의 광범성은 거의 제거되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신법은, “반국가단체”의 정의규정(제2조)에서 이 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반국가단체의 범위를 축소하였고(신·구법 제2조 참조), 또 제1조 제2항에서 “이 법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는 제1항의 목적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이를 확대해석

하거나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함으로써 이 법의 해석·적용에 관한 기본준칙을 신설하였다. 이러한 규정내용은 비단 국가보안법뿐만 아니라 모든 형벌법규의 해석·적용에 있어서 법집행자가 의당 지켜야 할 불문(不文)의 준칙이라 할 것인데도, 신법이 특히 그 제1조에서 이를 천명한 것은 비록 이를 위반한 경우의 처벌규정은 없다고 하더라도 법집행자의 합헌적인 법해석·적용을 이끌어 내는데 중대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으로서 특별한 헌법적 의의가 있다고 본다(헌법재판소 1996. 10. 4. 선고, 95헌가2 결정 참조, 이와 비슷한 규정이 1958. 12. 26. 법률 제500호로 제정된 구 국가보안법 제2조에 “주의규정”이라는 표제로 규정되어 있다가 1960. 6. 10. 법률 제549호로 국가보안법이 전문개정되면서 삭제되어 그 이후에는 줄곧 없던 규정인데, 신법 제1조 제2항에서 다시 신설된 것이다).

(2) 신법 제7조 제1항·제3항 및 제5항

우리 재판소는 1996. 10. 4. 선고, 95헌가2 사건 결정에서 신법 제7조 제1항·제3항 및 제5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는바,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신법 제7조 제1항구법 제7조 제1항과 대비하여 보면 두가지 점에서 뚜렷한 변경이 있었는바, 그 하나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주관적 구성요건을 추가한 점이고 다른 하나는 구법 제7조 제1항 후단의 “기타의 방법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 자”라는 부분을 삭제한 대신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라는 부분을 삽입한 점이다. 신법 제7조 제1항에 위와 같은 주관적 구성요건이 추가된 것은

입법자가 우리 재판소의 위 한정합헌결정들의 취지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이는 바 구법규정보다는 그 구성요건이 훨씬 명확히 규정되었다고 보여지며 그래도 남는 용어의 추상성(抽象性)은 법적용·집행자의 합리적 해석에 맡겨도 된다고 본다. 즉,

구법 제7조 제1항의 가장 큰 위헌적 요소는 법문의 다의성과 적용범위의 광범성 때문에 이를 법문의 문리대로 해석하는 경우 행위자의 행위의 동기나 그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그 헌법적 기반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불문하고 객관적으로 나타난 언행(言行)만을 형식논리의 잣대로 재어서 이 조항을 함부로 적용할 위험성이 있었기 때문인데, 신법 제7조 제1항에서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주관적 구성요건이 추가됨으로써 이 법의 입법목적(신·구법 제1조)을 일탈하는 확대해석의 위험은 거의 제거되었다고 볼 수 있다.

신법 제7조 제1항의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구성요건 중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무엇을 말하는가에 관하여는 앞서 본 우리 재판소의 결정내용이나 학설, 판례에 의하여 그 개념정립이 되어 있고,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부분도 우리 재판소의 위 결정들의 판시취지에 따라 이를 합리적으로 해석한다면 개념의 불명확성은 제거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풀이하면, 신법 제7조 제1항은 그 소정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害惡)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만 적용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신법 제7조 제1항 후단에 새로이 신설된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라는 구성요건 중 “변란(變亂)”이라는 개념은 1948. 12. 1. 법률 제10호로 공포, 시행되었던 구 국가보안법에서부터 계속 사용되어 온 용어이고 신법 제2조의 “반국가단체”의 정의규정에서+도 사용되고 있는 용어로서 이미 판례에 의하여 그 개념이 상당한 정도로 정립되어 있어 개념의 불명확성은 제거되었다고 볼 수 있고, 또 신법 제7조 제1항에서도 “구성원”, “활동”, “동조” 등의 개념이 사용되고 있으나 구법규정과는 달리 이들 개념은 모두 같은 항 앞머리의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주관적 구성요건과 결합하여 하나의 구성요건을 이루고 있고 이 주관적 구성요건을 우리 재판소의 위 견해와 같이 제한해석한다면 이들 개념의 다의성과 적용범위의 광범성은 제거된다.

다음으로, 신법 제7조 제3항 및 제5항에 관하여 보건대, 이 조항들은 모두 같은 조 제1항을 전제로 하는 조항들로서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제1항에서 그 위헌성이 제거된 이상 이들 조항도 그 구법규정이 띠고 있던 위헌성은 제거된 것으로 보여지고 달리 이 조항들 그 자체에 따로이 어떤 독자적인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도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신법 제7조 제1항·제3항 및 제5항은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거나 이를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제한할 위험성이 있다고 할 수 없고 또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도 할 수 없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런데 지금 위 결정을 변경해야 할 아무런 사정변경도 없으므

로 이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다.

구법 제6조 제1항을 문리 그대로 해석·운영한다면 “잠입”과 “탈출”의 동기나 목적 또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아니하고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부터 우리나라에 들어오거나 그곳으로 나가는 행위(특히 제3국에 거주하다가 그 지역으로 나가는 행위)가 모두 그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이 없는 경우까지도 형사처벌이 확대될 위헌적 요소가 있었다. 그러나 신법 제6조 제1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주관적 구성요건을 이에 추가함으로써 구법규정이 띠고 있던 위헌적 요소는 제거되었다고 볼 수 있다.

구법 제8조 제1항의 구성요건 가운데 “이익이 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부분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그 적용범위가 광범하여 이 조항을 그 문리대로 해석·적용하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또는 국민의 생존 및 자유에 아무런 해악을 끼칠 우려가 없는 사항에 관한 회합·통신 등마저 처벌대상이 될 우려가 있어 위헌적 소지가 있었다는 점은 이미 위(구법 제8조 제1항의 위헌여부판단 부분)에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신법 제8조 제1항은 “이익이 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부분을 삭제하고 그 대신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주관적 구성요건을 추가함으로써 구법규정의 위헌적 요소는 제거되었다.

따라서 신법 제6조 제1항제8조 제1항헌법에 위반된다

고 할 수 없다.

마. 신법 제4조 제1항 제2호 “나”목의 위헌 여부

(1) “나”목의 특징

신법 제4조 제1항 제2호는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가 그 목적수행을 위한 행위로서 형법 제98조에 규정된 행위를 하거나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하거나 중개한 때에는 다음의 구별에 따라 처벌한다고 규정하면서, 그 “가”목은 “군사상 기밀 또는 국가기밀이 국가안전에 대한 중대한 불이익을 회피하기 위하여 한정된 사람에게만 지득(知得)이 허용되고 적국 또는 반국가단체에 비밀로 하여야 할 사실, 물건 또는 지식인 경우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나”목은 “가목 외의 군사상 기밀 또는 국가기밀의 경우에는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신법 제4조 제1항 제2호 “나”목은 그 소정의 “군사상 기밀 또는 국가기밀”의 내용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규정하지 아니하고 “가목 외의 군사상 기밀 또는 국가기밀”이라는 소극적 방식의 표현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위 “가”목과 “나”목에서 공통적으로 쓰인 “군사상 기밀 또는 국가기밀”(이하, 이 두 가지를 합쳐 “국가기밀”이라 한다)의 일반적 의미는 어떤 것인가, 또 “가”목 소정의 국가기밀은 그 일반적 의미 중 어느 범위까지를 말하고, 이를 제외한 “나”목의 국가기밀은 어떤 것을 말하는가 하는 점 등이 문제로 된다.

(2) “국가기밀”의 일반적 의미

일반적으로 국가비밀법제(國家秘密法制)에 있어서 “비밀”의 실질적 요건으로는 “비공지성(非公知性)”과 실질비성(實質秘性)을 포함하

는 의미의 “요비닉성(要秘匿性)”의 두 가지를 규정하고 있는데, 비공지성이란 보통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한 것을 말하고, 요비닉성이란 비밀로 감추고 보호해야 할 필요성과 상당성을 말하며, 실질비성이란 비밀로서 보호될 만한 실질적 가치가 있음을 말한다. 우리 재판소도 구 군사기밀보호법(1972. 12. 26. 법률 제2387호)제2조 제1항 소정의 “군사상의 기밀”에 관한 해석론으로서, 군사상의 기밀이라 함은 “비공지의 사실로서…… 그 누설이 국가의 안전보장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 만큼의 실질가치를 지닌……” 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1992. 2. 25. 선고, 89헌가104 결정, 군사기밀보호법 제2조 참조).

먼저, 신법 제4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국가기밀도 그것이 “비밀”의 일종인 이상 “비공지성” 요건은 갖추고 있어야 하므로,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 즉 공지의 사실은 “국가기밀”의 개념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위 국가기밀은 좁은 의미의 “요비닉성”, 즉 비밀로 감추고 보호해야 할 필요성과 상당성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국가보안법의 입법목적(신법 제1조 제1항 참조)을 고려할 때 위 국가기밀은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의 안전에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는 명백한 위해성을 가진 사실, 물건 또는 지식이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국가기밀은,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한 것 즉 비공지(非公知)의 사실(넓은 의미)로서, 국가의 안전에 대한 불이익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것이 적국 또는 반국가단체에 알려지지 아니하도록 할 필요성 즉 “요비닉성”이 있는 동시에, 그것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의 안전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 만큼

의 실질적 가치가 있는 것 즉 “실질비성”을 갖춘 것이어야 한다.

이와 같은 국가기밀의 개념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국가기밀에 해당한다고 하기 위하여는 문제가 된 사실, 물건 또는 지식이 공지(公知)인 것이 아니어야 한다. 따라서 어떤 사항이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져서 더 이상 탐지·수집이나 확인·확증의 필요가 없는 사항이라고 한다면 그 사항은 이미 국가기밀이라 할 수 없다(헌법재판소 위 89헌가104 결정, 군사기밀보호법 제2조 참조).

한편, 이 점에 관하여 대법원의 판례는 일관하여, 신법 제4조 제1항 제2호 “나”목 소정의 “국가기밀”이라고 함은, 반국가단체에 대하여 비밀로 하거나 확인되지 아니함이 대한민국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한 모든 정보자료로서, 순전한 의미에서의 국가기밀에 한하지 않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방면에 관한 국가의 모든 기밀사항이 포함되며, 그것이 국내에서의 적법한 절차 등을 거쳐 널리 알려진 공지의 사항이라도 반국가단체인 북한에게는 유리한 자료가 되고 대한민국에는 불이익을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면 국가기밀에 속한다는 견해(대법원 1993. 10. 8. 선고, 93도1951 판결;1994. 4. 15. 선고, 94도126 판결;1995. 7. 25. 선고, 95도1148 판결 등 참조)를 표명하고 있는바, 신법 자체에 “국가기밀”의 개념에 관한 정의규정이 없어 대법원의 확립된 해석론(판례)이 법규적 기능을 하고 있으므로 이를 살펴보건대, 이러한 해석론은 “국가기밀”이라는 문언의 문의적 한계(文意的 限界)를 훨씬 벗어나고 “기밀”의 실질적 요건을 헐어버린 것으로서 그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광범하고 모호하여, 법피적용자에게 무엇이 금지되고 처벌되는 행위인가에 관하여 명확한 예측가능성을 제공하는 기능을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법적용

당국의 자의적인 법해석·적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결국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므로 이를 헌법에 합치되도록 축소·제한하여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국가기밀은 비밀로서 보호될 만한 실질적 가치가 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 법규와 행정상의 지시 등에 의하여 비밀로 취급되는 이른바 형식비(形式秘)라고 하더라도 그 구체적인 내용이 국가안전의 불이익 방지에 필요한 실질을 구비한 실질비(實質秘)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국가기밀로 보호될 수 없다. 이러한 비밀로서의 실질가치를 가지는지의 여부는 그 내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하여야 하며, 비밀주체 내지 비밀관리자의 비밀유지 의사만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안전의 보장과 관련된 내용이 아닌 정부 또는 어떤 정치세력의 단순한 정치적 이익이나 행정편의에 관련된 것에 불과한 이른바 가성비밀(假性秘密)은 국가기밀에 해당하지 아니한다(헌법재판소 위 89헌가104 결정 참조).

그리고 국가의 안전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함은 어떤 비밀의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그것이 국가안전보장에 미치는 영향의 내용 내지 정도가 객관적으로 보아 애매모호하다거나 사소한 것이라거나 구체성이 현저히 결여되어 있는 것 등은 제외되어야 함을 뜻한다.

(3) “가”목과 “나”목의 구별기준 및 “나”목의 합헌성

(가) “가”목과 “나”목 소정의 각 국가기밀의 의미 구분을 위하여는 먼저 그 입법연혁에 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원래 구법 이전에 시행되었던 구 국가보안법(1960. 6. 10. 법률 제549호)은 제2조

의 “군사목적수행죄”에 형법 제98조의 간첩행위를 포함시켜서 형법 소정의 법정형(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하게 하고 국가기밀의 탐지·수집·누설행위는 이와 별도로 같은 법 제3조 제1호에 “일반목적수행죄”로 따로 규정하여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형법 제98조 소정의 간첩죄의 중심개념이 국가기밀의 탐지·수집·누설에 있는 이상 위 제2조와 제3조 제1호에 있어서의 국가기밀의 개념은 구분되어야 할 필요가 있었으므로 이 점에 관하여 대법원은 위와 같이 그 법정형이 서로 다름을 이유로 하여 제3조 제1호에서 규정하는 국가기밀은 제2조에서 뜻하는 그것보다도 그 중요성과 가치의 정도에 있어서 “고도의 국가기밀”을 뜻하는 것이라고 해석하였다(대법원 1974. 7. 26. 선고, 74도1477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여기서 “고도”와 “보통”이라고 하는 것은 상대적인 구분이었으므로 1980. 12. 31. 법률 제3318호의 전문개정을 통하여 위 두가지 유형의 간첩행위를 한데 묶어 같은 법 제4조 제1항 제2호로 구성요건을 단일화하여 “형법 제98조에 규정된 행위를 하거나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중개하거나 폭발물을 사용한 때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함으로서 탐지·수집 등 행위의 대상이 고도의 국가기밀인지의 여부를 구별하지 아니한 채 동일한 규정으로 처벌함으로써 법상 “고도”·“보통”의 국가기밀의 구별실익은 일단 소멸되었다. 그런데 다시 1991. 5. 31. 법률 제4373호로 개정된 신법에서는 국가기밀을 “가”목과 “나”목으로 구분 규정하였다.

(나) 법문을 읽어 보면, 첫째로 “가”목 소정의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하거나 중개한 때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

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이러한 행위의 대상이 “나”목 소정의 국가기밀인 때에는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되어 있어, 각 그 법정형을 상호 대비해 보면 “가”목 소정의 국가기밀이 “나”목 소정의 그것보다 기밀로서의 중요성과 가치의 정도에 있어 “보다 고도(高度)의 것”임을 알 수 있고, 둘째로 “가”목 소정의 국가기밀은 “한정된 사람에게만 지득이 허용”되는 것인 반면에 “나”목 소정의 국가기밀에는 그러한 제한이 없음을 알 수 있다.

구법규정과 신법규정을 대비해 보면 구법 제4조 제1항 제2호 중단 소정의 단일 처벌조항(즉, 국가기밀의 탐지·수집·누설·전달·중개에 관한 처벌규정)이 신법에서는 제4조 제1항 제2호의 “가”목과 “나”목으로 나누어 규정된 것임이 분명한바, 위에서 본 바에 의하면 위 “가”목과 “나”목에 공통적인 “국가기밀”의 의미는, 결국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한 것으로서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의 안전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 만큼의 실질가치를 지닌 사실, 물건 또는 지식이라고 한정해석해야 하고, 그 중 “가”목 소정의 국가기밀은 그 중요성과 가치의 정도에 있어서 “한정된 사람에게만 지득이 허용되고” 또 “보다 고도의” 국가기밀을 의미하며 그 이외의 것은 “나”목 소정의 국가기밀에 해당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구별기준은 그 명확성을 결여한 듯이 보일 수도 있으나, 이는 그 중요성과 가치의 정도에 따른 국가기밀의 중층구조(重層構造)를 규정한 것으로서 국내외의 입법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이다(구 군사기밀보호법시행령 제2조 제1항, 현행 군사기밀보호법 제3조, 동법시행령 제3조 제1항, 보안업무규정 제4조, 독일형법 제94조 제2항, 제

95조 제3항, 제98조 제1항 후문 등 참조).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가 위 “나”목 소정의 국가기밀에 해당하는가의 판단은 결국 법적용당국이 위에서 제시한 해석기준에 비추어 한정된 사람에게만 지득이 허용되고 있는지의 여부와 당해 기밀사항이 국가안전보장에 미치는 기능 등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할 수밖에 없다.

신법 제4조 제1항은 그 행위주체를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로 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 그 소정의 행위가 “반국가단체의 목적수행을 위한 행위”일 것을 그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어 “행위주체”와 “행위태양”의 면에서 제한을 하고 있고, 또 “국가기밀”의 일반적 의미를 위와 같이 헌법합치적으로 한정해석을 하는 이상, 위 “나”목의 구성요건이 다소 불명확하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는 위 “나”목의 규정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정도로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거나 국민의 표현의 자유 내지 “알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4) 결 어

따라서 신법 제4조 제1항 제2호 “나”목은, 그 소정의 “군사상 기밀 또는 국가기밀”을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한 것으로서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의 안전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 만큼의 실질가치를 지닌 사실, 물건 또는 지식이라고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다만, 범죄의 유형 및 그 경중(輕重)의 개별화·구체화·명확화라는 관점에서 볼 때에는 위 “나”목의 규정은 매우 소홀한 입법형태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이 점은 국내의 여타 국가기밀법제와

비교해 보거나 외국의 국가기밀법제와 비교해 보아도 명백하다. 입법자는 “국가안전의 완벽한 보호”를 목적으로 이러한 입법형태를 채택한 것으로 짐작되나, 바람직하지 못한 입법형태로서 조속히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4. 결 론

이상과 같은 이유로, ① 구법 제7조 제1항·제3항·제5항 및 제8조 제1항은, 각 그 소정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적용된다 할 것이므로, 그러한 해석하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② 신법 제6조 제1항, 제7조 제1항·제3항·제5항 및 제8조 제1항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며, ③ 신법 제4조 제1항 제2호 “나”목은 그 소정의 “군사상 기밀 또는 국가기밀”을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한 것으로서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의 안전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 만큼의 실질가치를 지닌 사실, 물건 또는 지식이라고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이에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신법 제7조 제1항·제3항 및 제5항에 관한 재판관 조승형의 아래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그 나머지 재판관 전원의 의견일치에 따른 것이다.

5. 재판관 조승형의 반대의견

나는 다수의견 중 신법(1980. 12. 31. 법률 제3318호로 전문개정되고 1991. 5. 31. 법률 제4373호로 다시 일부 개정된 것)제7조 제1항·제3항·제5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부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의견(1996. 10. 4. 선고한 95헌가2 사건에서 밝힌 반대의견과 같은

의견)으로 이를 반대한다.

가. 위 법조항들은 다수의견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우리 재판소가 89헌가113 국가보안법 제7조에 대한 위헌심판사건을 1990. 4. 2.에 한정합헌임을 선고한 이후에 개정된 바는 있으나, 우리 재판소가 문언해석상 법률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시한 구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상의 문언 중 “기타의 방법” “이롭게 한”에 대하여서만 다수의견이 지적한 바와 같이 개정하였을 뿐 “구성원” “활동” “동조” 등의 문언을 여전히 존치시키고 있는바, 지적한 문언 중 과반수가 넘는 문언에 대하여 입법자가 우리 재판소의 위 결정취지에 따르지 아니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비록 변형결정이지만 단순위헌결정이 아니라는 이유로 입법자가 우리 재판소의 결정취지에 따르지 아니하였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미 위헌이라고 지적하였던 “구성원” “활동” “동조”의 각 문언은 여전히 존치되고 있으므로 우리 재판소로서는 이 3개 문언 부분에 대하여서만은 여전히 그 위헌성을 지적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위 3개 문언 부분에 대한 종전 판시내용을 변경하지 않음을 분명히 하면서 종전 판시취지에 반하여 단순합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바, 이 논리는 그 선후가 모순되어 설득력이 없다(변경하지 아니하는 이유로 들고 있는 바는 그 결정의 논리적 내지 현실적 근거가 된 사실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할 수 없다는데 있으나, 위의 논리상의 모순을 탈피할 수는 없다).

나. 또한 다수의견은 신법 제7조 제1항구법 같은 조항과 대비하여 뚜렷한 두 가지의 변경이 있었다고 주장하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5개의 문언 중 2개만을 개정했을 뿐인데 이를 두고 어찌 뚜

렷한 변경이 있었다고 할 것이며, 새롭게 도입한 “변란”이란 문언마저 문언해석상 법률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고 있는데 즉 위헌성이 새롭게 추가되었는데 어찌 이를 두고 합헌적으로 뚜렷한 변경이 있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이 논리마저 모순됨은 불문가지의 일이다. 또한 다수의견이 아직도 구법 규정이었던 문언의 다의성과 적용범위의 광범성이 남아 있음을 자인하고 있으면서도 입법자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충분하게 따라오지 아니하는 큰 잘못을 탓하기는 커녕 이를 두둔하고 나서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다만 신법 규정에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주관적 구성요건이 추가됨으로써 확대해석의 위험이 거의 제거되었다고도 주장하나, 알고 있는 위태성이 명백하지도 않으며, 그 행위가 실질적으로 해악을 끼치지 아니하는 경우나, 반국가단체에 아무런 이득을 주지 못하는 경우에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찬양·고무·선전 또는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 선동만 하면, 처벌위험은 여전히 상존한다고 할 것이므로, 위 주관적 요건 이외에 “반국가단체를 위하여”라는 주관적 요건과 “반국가단체에 실질적인 이득을 제공한 때”라는 객관적인 요건을 추가하지 않는 한 위 결정이 지적하는 위헌성을 모면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의 위 다수의견도 부당하다.

다. 따라서 위 신법조항들이 여전히 위헌성을 모면할 수 없고 위 종전결정( 89헌가113 결정)중 그 결정이 지적하고 있는, 헌법상의 언론·출판·학문·예술 및 양심의 자유를 위축시킬 염려, 형벌과잉을 초래할 염려, 국가안전보장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

서의 수호와는 관계가 없는 경우까지 확대 적용될 만큼 불투명하고 구체성이 결여되어 헌법 제37조 제2항의 한계를 넘은 제한인 점, 법집행자에 의한 자의적 집행을 허용할 소지가 있는 점,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는 취지의 종전 판시내용은 여전히 이 사건의 경우에도 타당하며 이에 반한 다수의견은 부당하다.

라. 따라서, 나는 위 신법조항들이 모두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이므로 다수의견을 반대하는 것이다.

1997. 1. 16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김 용 준

재판관  김 진 우

재판관  김 문 희

주 심  재판관  황 도 연

재판관  이 재 화

재판관  조 승 형

재판관  정 경 식

재판관  고 중 석

재판관  신 창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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