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헌재 1998. 8. 27. 선고 96헌가22 97헌가2 97헌가3 97헌가9 96헌바81 98헌바24 98헌바25 판례집 [민법 제1026조 제2호 위헌제청]

[판례집10권 2집 339~363]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상속인이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내에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는 민법 제1026조 제2호가 재산권과 사적자치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적극)

2. 위헌상태의 제거방안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한 예

결정요지

1.상속인이 귀책사유없이 상속채무가 적극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알지 못하여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내에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하지 못한 경우에도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는 민법 제1026조 제2호는 기본권제한의 입법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재산권을 보장한 헌법 제23조 제1항, 사적자치권을 보장한 헌법 제10조에 위반된다.

2.(1)민법 제1026조 제2호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여 당장 그 효력을 상실시킬 경우에는 상속인이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내에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아니한 때에 상속으로 인한 법률관계를 확정할 수 있는 법률근거가 없어지는 법적 공백상태가 예상된다.

(2)그리고 위헌적인 규정을 합헌적으로 조정하는 임무는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형성재량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할 것인데, 위 법률조항의 위헌성을 어떤 방법으로 제거하여 새로운 입법을 할 것인가에

관하여는 여러 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고, 그 중에서 어떤 방안을 채택할 것인가는 입법자가 우리의 상속제도, 상속인과 상속채권자 등 이해관계인들의 이익, 법적 안정성 등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므로, 위 법률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한다.

재판관 조승형의 반대의견

2.다수의견이 취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은 헌법 제111조 제1항 제1호 및 제5호, 헌법재판소법 제45조, 제47조 제2항의 명문규정에 반하며, 헌법재판소 결정의 소급효를 원칙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독일의 법제와 원칙적으로 장래효를 인정하고 있는 우리의 법제를 혼동하여 독일의 판례를 무비판적으로 잘못 수용한 것이므로 반대하고, 이 사건의 경우는 단순위헌결정을 하여야 한다.

심판대상조문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 제1026조(법정단순승인) 다음 각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

1. 생략

2.상속인이 제1019조 제1항의 기간내에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하지 아니한 때

3. 생략

민법(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것) 제1005조(상속과 포괄적 권리의무의 승계) 상속인은 상속개시된 때로부터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를 승계한다. 그러나 피상속인의 일신에 전속한 것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민법(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것) 제1019조(승인, 포기의 기간) ① 상속인은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내에 단순승인이나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간은 이해관계인 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가정법원이 이를 연장할 수 있다.

② 생략

참조판례

1. 헌재 1990. 9. 3. 89헌가95 , 판례집 2, 245

헌재 1993. 12. 23. 93헌가2 , 판례집 5-2, 578

헌재 1997. 3. 27. 94헌마196 등, 판례집 9-1, 375

대법원 1969. 4. 22. 선고, 69다232 판결(집17-2, 민54)

대법원 1991. 6. 11.자 91스1 결정(공1991, 1925)

2. 헌재 1997. 3. 27. 95헌가14 등, 판례집 9-1, 193

당사자

제청법원1. 서울지방법원 (96헌가22)

2. 부산지방법원 ( 97헌가2 ·3)

3.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 97헌가9 )

제청신청인1. 이○외 3인(96헌가22 사건)

제청신청인들 대리인 변호사 이석연

2. 김○기 외 1인( 97헌가2 사건)

제청신청인들 대리인 법무법인 삼덕

담당변호사 정시영

3. 김○운 외 1인( 97헌가3 사건)

제청신청인둘 대리인 변호사 안영문

4. 박○진( 97헌가9 사건)

법정대리인 친권자 모 김혜연

청 구 인1. 한○희 외 5인( 96헌바81 사건)

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함정호

2. 이○문 외 4인( 98헌바24 사건)

청구인들 대리인 법무법인 신화

담당변호사 조영황

3. 홍○덕 외 2인( 98헌바25 사건)

청구인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성수 외 1인

당해사건1.서울지방법원 96가단133744 구상금등(96헌가22)

2.부산지방법원 96가단5564 손해배상(자)( 97헌가2 )

3.부산지방법원 96가단37820등 손해배상(자)( 97헌가3 )

4.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96가단22692 신용카드대금(97헌가9)

5.서울지방법원 95가단122198 대여금( 96헌바81 )

6.서울지방법원 96가합63927 대여금( 98헌바24 )

7.서울지방법원 97가합27898 대여금( 98헌바25 )

주문

1.민법 제1026조 제2호(1958. 2. 22. 법률 제471호)는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2.위 법률조항은 입법자가 1999. 12. 31.까지 개정하지 아니하면 2000. 1. 1.부터 그 효력을 상실한다.

법원 기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위 법률조항의 적용을 중지하여야 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96헌가22 사건

청구외 ○○상사 주식회사(이하 “○○상사”라 한다)는 1985. 6. 11. 청구외 주식회사 ○○은행(이하 “○○은행”이라 한다)과 지급보증약정을 체결하면서, 위 ○○은행이 제3자에게 위 ○○상사의 채무를 대위하여 이행하면 위 ○○상사가 위 ○○은행에 그 이행금액 및 지연손해금을 상환하기로 약정하였다. 청구외 서○량은 같은 날 위 약정에 따라 위 ○○상사가 위 ○○은행에 대하여 부담하는 채무를

연대하여 보증하였다. 위 ○○상사는 같은 해 9. 12. 위 ○○은행의 지급보증서를 담보로 청구외 ○○투자금융 주식회사로부터 10억원을 대출받았으나 변제기가 지나도록 그 원리금을 변제하지 못하였다. 위 ○○은행은 같은 해 10. 10. 위 ○○투자금융 주식회사에 위 대출원리금을 대위변제한 후, 위 ○○상사와 서계량 등을 상대로 서울민사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여 1986. 6. 11. 위 ○○상사와 서○량 등은 연대하여 위 ○○은행에 8억 5천만원 및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판결(96가합1688)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위 서○량은 1995. 5. 2. 사망하였고, 제청신청인 이 ○, 이○화, 이○일, 이○훈은 위 서○량의 자녀들이다. 위 ○○은행은 소멸시효를 중단시키기 위하여 서울지방법원에 위 제청신청인들을 상대로 구상금 등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96가단133744)을 제기하였는데, 그 소송계속중 위 제청신청인들은 민법 제1026조 제2호(1958. 2. 22. 법률 제471호,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가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하여 위 법원에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을 신청하였고, 위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여부의 심판을 제청하였다(96카4823).

(2) 97헌가2 사건

청구외 김○용 등 4인은 청구외 김○진이 1995. 10. 22. 02:10경 서울 동작 다2208호 오토바이를 운전하던중 중앙선을 침범하여 반대방향에서 마주오던 위 김○용 운전의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위 김○용이 상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위 교통사고로 사망한 위 김○진의 부모인 제청신청인 김○기, 강○순을 상대로 부산지방법

원에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96가단5564)을 제기하였다.

위 제청신청인들은 그 소송계속중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하여 위 법원에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을 신청하였고, 위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여부의 심판을 제청하였다(96카기3213).

(3) 97헌가3 사건

청구외 진○기 등 8인은 청구외 한○문이 1995. 12. 26. 02:45경 청구외 김○보의 명의로 등록된 부산 4러○○○○호 승용차를 운전하던중 신호대기를 위하여 정지한 청구외 이○종 운전의 부산 9바○○○○호 트랙터에 연결된 트레일러의 뒷부분을 들이받아, 청구외 진○원, 김○현이 사망하고 청구외 김○경이 상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위 망 김○보의 부모인 제청신청인 김○운, 김○숙을 상대로 부산지방법원에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96가단37820등)을 제기하였다.

위 제청신청인들은 그 소송계속중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하여 위 법원에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을 신청하였고, 위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여부의 심판을 제청하였다(96카기2971).

(4) 97헌가9 사건

청구외 ○○신용카드 주식회사는 청구외 박○성이 1989. 2. 21. 위 회사와 ○○카드 회원계약을 체결한 후 신용카드를 사용하면서 1995. 10. 27.까지 위 회사에 대하여 12,993,522원의 채무를 부담하게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1995. 12. 23. 사망한 위 망 박○성의 상속인인 제청신청인 박○진을 상대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신용카드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96가단22692)을 제기하였다.

위 제청신청인은 그 소송계속중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하여 위 법원에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을 신청하였고, 위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여부의 심판을 제청하였다(97카기195).

(5) 96헌바81 사건

청구외 주식회사 △△은행은 청구외 주식회사 ○○식품(이하 “○○식품”이라 한다)이 위 은행으로부터 1990. 5. 25. 어음할인대출금 4,300만원, 일반대출금 1억원, 보증대출금 1억원, 당좌대출금 99,112,188원, 1990. 6. 12. 지급보증 대지급금 1억 9천만원을 각 대출받고, 그 무렵 여신한도액 13억원의 무역금융계약을 체결할 당시, 청구외 김○진은 위 ○○식품의 채무를 연대하여 보증하였는데, 1991. 11. 20. 현재 위 ○○식품은 위 은행에 대하여 745,546,138원의 채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1992. 8. 23. 사망한 위 망 김○진의 상속인들인 청구인 한○희, 김○형, 김○령, 김○령, 김○교, 김○왜 등을 상대로 서울지방법원에 대여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95가단122198)을 제기하였다.

위 청구인들은 그 소송계속중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하여 위 법원에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을 신청하였으나, 위 법원은 1996. 9. 18. 위 제청신청을 기각하였고(96카기3689), 위 청구인들은 같은 해 10. 17. 그 결정문을 송달받고 같은 달 30.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6) 98헌바24 사건

청구외 ○○광업진흥공사는 청구외 이○순에게 광업자금으로 1

억5천만원을 대여한 후 그 지연손해금 148,397,780원을 지급받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서울지방법원에 위 이동순과 그 연대보증인들을 상대로 대여금 청구소송(96가합63927)을 제기하였다. 그런데 그 소송중 1997. 2. 20. 위 이○순이 사망하자 그 상속인들인 청구인 이○문, 이○춘, 이○주, 이○호, 이○우가 그 소송을 수계하였다.

위 청구인들은 그 소송계속중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하여 위 법원에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을 신청하였으나, 위 법원은 1998. 2. 24. 위 제청신청을 기각하였고(97카기6864), 위 청구인들은 같은 해 3. 7. 그 결정문을 송달받고 같은 달 19.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7) 98헌바25 사건

청구외 성업공사는 청구외 ○○전자 주식회사가 청구외 □□과 1989. 9. 12. 산업시설 융자약정을 체결할 당시 청구외 정○성이 위 ○○전자 주식회사의 위 은행에 대한 채무를 연대하여 보증하였는데, 위 ○○전자 주식회사가 위 은행으로부터 같은 달 28.부터 1990. 4. 12.까지 사이에 616만원 및 미화 3,494,000달러를 대출받은 후 그 채무의 이행을 지체하자, 위 성업공사는 위 은행으로부터 위 대출금 및 그 지연손해금을 양수하였다고 주장하면서, 1992. 1. 23. 사망한 위 망 정규성의 처인 청구인 홍○덕, 자녀들인 청구인 정○진, 정○진 등을 상대로 서울지방법원에 대여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97가합27898)을 제기하였다.

위 청구인들은 그 소송계속중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하여 위 법원에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을 신청하였으나,

위 법원은 1998. 3. 30. 위 제청신청을 기각하였고(98카기1296), 위 청구인들은 그 무렵 그 결정문을 송달받고 같은 해 4. 6.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민법 제1026조 제2호(1958. 2. 22. 법률 제471호)의 위헌여부이고 그 규정과 관련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심판대상조문

민법 제1026조(법정단순승인) 다음 각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

1. (생략)

2.상속인이 제1019조 제1항의 기간내에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하지 아니한 때

3. (생략)

(2) 관련규정

민법 제1005조(상속과 포괄적 권리의무의 승계) 상속인은 상속개시된 때로부터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를 승계한다. 그러나 피상속인의 일신에 전속한 것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것)

민법 제1019조(승인, 포기의 기간) ①상속인은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내에 단순승인이나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간은 이해관계인 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가정법원이 이를 연장할 수 있다. (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것)

②상속인은 전항의 승인 또는 포기를 하기 전에 상속재산을 조

사할 수 있다.

2. 제청법원의 위헌제청이유와 청구인 등 관계인의 의견

가. 제청법원의 위헌제청이유

(1) 서울지방법원의 위헌제청이유 (96헌가22 사건)

적극재산의 상속은 상속인을 위한 것이고, 소극재산의 상속은 상속채권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상속의 효력발생 여부를 둘러싼 법적인 불안정 상태를 가급적 빨리 해소하고 이해관계인, 특히 상속채권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률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대부분 상속의 한정승인이나 포기에 관한 민법규정을 알지 못하므로, 피상속인의 사망 당시에 아무런 재산이 없는 것으로 믿고 있으면서도 혹시 나중에 의외로 발견될 지도 모를 채무에 대비하여 한정승인이나 포기의 신고를 하도록 기대하기는 어렵다. 피상속인의 소극재산이 적극재산보다 많은 경우에 상속인의 의사는 단순승인이 아니라 한정승인 내지 포기로 해석하여야 하고, 상속채권자는 피상속인을 신뢰하여 그의 일반재산을 담보로 보고서 그와 거래한 것이지, 그의 사망후 상속인이 채무를 승계할 것을 기대하고서 거래한 것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상속채권자의 보호는 피상속인이 남긴 재산의 범위 안에서 채권회수를 보장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나아가 상속인의 고유재산으로 상속채권자에 대한 피상속인의 채무를 갚도록 하는 것은 부당한 희생의 대가로 명분없는 이익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채무자 본인의 의사나 그의 귀책사유없이는 그에게 채무를 부담시킬 수 없다는 근대사법의 원칙에 비추어 보면 불합리하고 부당하다.

대법원은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에 관하여 상속개시의 원인이 된 사실의 발생을 앎으로써 자기가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을 말하고, 상속재산 또는 상속채무의 존재를 안 날을 뜻하거나 상속포기제도를 안 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 고려기간의 기산일인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에 관하여 대법원과 같이 해석하는 한,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사망 당시 상속재산 중 채무가 없다고 믿고서 한정승인이나 포기의 신고를 하지 아니한 채 고려기간을 도과한 경우, 그 후 비로소 채무의 존재가 밝혀지더라도 피상속인의 채무를 모두 부담하게 되는데, 이는 스스로의 잘못이 없는 상속인에게 매우 가혹하고 부당하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개인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무시하여 헌법 제119조 제1항이 보장하는 경제질서의 기본원리에 위반되고, 상속인에게 그 의사나 귀책사유없이도 피상속인의 채무를 변제하게 하여 헌법 제23조 제1항이 규정한 재산권을 침해하며, 상속인에게 다른 채무자와 달리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커다란 고통을 받도록 강요함으로써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 및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권을 침해하고,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한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

(2) 부산지방법원의 위헌제청이유 ( 97헌가2 ·3 사건)

혈연공동체가 존재하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제정당시와는 달리 요즘에는 피상속인이 상속인과 멀리 떨어져서 살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상속인이 사망한 후 피상속인에게 자신의 생활을 접어두고 고려기간내에 피상속인의 적극재산 및 소극재산을 모두 조사·관리하도록 요구하기는 어렵고, 고려기간의 도과에 의하여 상속채권자

는 상속인에 대하여 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데 비하여 상속인의 채권자가 그 만큼 상속인에 대한 채권행사의 제한을 받게 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이며, 상속인이 사망한 후 고려기간이 도과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상속인에게 자신의 고유재산으로 상속채무를 갚아야 할 만큼 귀책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더욱이 상속인의 채권자로서는 아무런 귀책사유없이 채권행사의 제한을 받게 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점을 덧붙이는 이외에는 위 96헌가22 사건의 위헌제청이유와 대체로 같다.

(3)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의 위헌제청이유 ( 97헌가9 사건)

97헌가2 ·3 사건의 위헌제청이유와 대체로 같다.

나. 청구인들의 주장요지

(1) 96헌바81 사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고려기간을 도과한 상속인에게 피상속인의 미확정의 보증채무에 대해서까지 무한책임을 지움으로써, 책임과 의무가 자유와 권리에 상응하도록 규정한 헌법 전문, 자율경제체제 아래 사유재산권을 규정한 헌법 제23조 제1항제119조 제1항에 위반되고, 상속채권자와 상속인을 차별하여 헌법 제11조 제1항이 규정한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며,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13조 제3항에 위반되고, 부당한 법규의 간섭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유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침해함으로써 헌법 제10조, 제37조 제1항에 위반된다.

(2) 98헌바24 ·25 사건

97헌가2 ·3 사건의 위헌제청이유와 대체로 같다.

다. 서울지방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1) 96헌바81 사건

민법은 상속이 개시되면 상속의 효과로서 상속인이 상속개시사실을 아는지 여부나 상속을 희망하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법률상 당연히 피상속인의 모든 재산상의 권리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한편, 상속인에게 선택의 자유를 부여하여 상속의 포기와 한정승인을 인정하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상속인이 고려기간내에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아니한 때에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간주함으로써, 경우에 따라서는 상속인에게 예상하지 못한 손해를 입게 하고 상속채권자에게 지나친 이득을 얻게 할 수도 있고, 이러한 불합리를 해소하기 위하여 고려기간이 도과한 경우 한정승인으로 간주하는 것이 보다 타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고려기간이 도과한 경우 그 법적 효과를 단순승인, 한정승인, 포기 중 어느 것으로 정할 것인가는 입법정책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로서 상속인과 상속채권자 등의 이해관계, 법률관계의 안정성 등을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상속인에게 예상하지 못한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상속인에게는 고려기간내에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선택할 권리가 주어져 있었기 때문에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상 지도이념, 평등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할 권리, 행복추구권 등의 기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2) 98헌바24 사건

기각결정문에 아무런 이유를 기재하지 아니하였다.

(3) 98헌바25 사건

민법 제1019조 제1항이 고려기간을 3개월로 한 것은 충분한 고려기간을 바라는 상속인의 입장과 권리관계의 신속한 확정을 원하는 다른 이해관계인의 입장을 고려한 것이고, 재산관계가 복잡하거나 공동상속인 중 한명이 먼곳에 있기 때문에 협의하기가 힘든 경우 등에는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으며, 상속인은 승인 또는 포기를 하기 전에 상속재산을 조사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소극재산이 적극재산을 초과한 경우에 단순승인이 아닌 한정승인을 원칙으로 삼기 위해서는 상속재산을 상속인의 고유재산과 분리하는 절차가 필요하고, 상속인이 재산분리를 하지 않거나 상속재산을 처분하는 경우의 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결국 단순승인을 원칙으로 하고 상속재산을 분리하여 신고하는 상속인에게 한정승인의 효과를 줄 것인가, 또는 한정승인을 원칙으로 하고 일정한 기간내에 상속재산을 분리하지 않는 상속인에게 단순승인으로 의제하는 제재를 가할 것인가는 입법정책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이다.

민법은 상속이 개시된 모든 경우에 상속재산을 분리시키는 번잡한 절차를 요구하지 않고, 특별히 상속책임의 제한을 원하는 상속인에게 상속재산의 분리절차를 요구하는 입장을 채택하였는데, 이는 입법재량의 범위내의 규정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라. 법무부장관의 의견 (96헌가22, 97헌가2 ·3, 96헌바81 사건)

(1)민법 제1005조는 상속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상속개시와 동시에 법률상 당연히 상속재산의 권리의무가 상속인에게 승계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고대의 강제무한상속(필요상속)의 원칙과 가족제도적 가산관념(家産觀念)을 배경으로 한다.

그런데 근대자본주의 경제의 발전에 따라 개인의사를 존중하는 사적 소유의 관념이 고조되어, 근대법은 상속개시와 동시에 당연히 상속인에게 상속의 효과가 발생하되, 상속인에게 상속수락에 관한 선택권을 부여함으로써 그 조화를 꾀하고 있다. 프랑스, 독일, 스위스, 일본의 민법과 함께 우리 민법도 이러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민법 제1026조가 법정단순승인 제도를 설정하고 있는 취지는 단순승인이 전통적 관습에 부합하고, 상속채권자 등을 보호하고 거래의 안전을 도모하는 데 적합하며, 상속개시후 장기간의 불확정상태를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2)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경우에 따라서는 상속인에게 예상하지 못한 손해를 입게 하고 상속채권자에게 지나친 이득을 얻게 할 수도 있는데, 이러한 불합리를 해소하기 위하여 고려기간이 도과한 경우 한정승인으로 간주하는 것이 타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고려기간 도과의 법적 효과를 단순승인, 한정승인, 포기 중 어느 것으로 정할 것인가는 입법정책에 속하는 문제로서, 상속인과 상속채권자 등의 이해관계, 법률관계의 안정성 및 재산상속의 법제사적 의미 등을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관습은 옛날부터 부채자환(父債子還)의 원칙이고, 민법의 원칙적인 상속형태는 단순승인이며, 고려기간내에 선택권을 가진 상속인이 아무런 권리도 행사하지 아니하면 상속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고려기간 도과의 법적 효과를 한정승인으로 간주하는 입법은 부당하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상속의 효력발생 여부를 신속히 결정하여 이해관계인, 특히 상속채권자의 이익을 보호함과 동시에 법적 안정

성을 도모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상속인에게 예상하지 못한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상속인에게 고려기간내에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선택할 권리가 주어져 있는 이상,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119조 제1항이 규정한 경제질서의 기본원리, 제23조 제1항의 재산권보장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고,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한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난다거나,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 제11조 제1항의 평등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마. 법원행정처장의 의견 ( 96헌바81 사건)

96헌바81 사건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와 대체로 같다.

3. 판 단

가. 우리민법의 상속제도

(1)우리민법은 상속인은 상속개시된 때로부터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를 승계한다(민법 제1005조 본문)고 규정하여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사망과 동시에 당연히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모든 권리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한편, 상속인은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내에 단순승인이나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할 수 있고, 상속인은 승인 또는 포기를 하기 전에 상속재산을 조사할 수 있다(민법 제1019조 제1항·제2항)고 규정하여 상속인의 의사에 의하여 상속의 효과를 확정하거나 부인할 수 있는 선택의 자유를 주고 있다.

(2)위와 같이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당연히 포괄승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상속인이 3월의 기간(이하 “고려기간”이라 한다)내에 상속을 승인하거나 포기할 수 있도록 한 근본이유는 상속재

산중 소극재산(의무)이 적극재산(권리)을 초과하는 경우에 소극재산이 당연히 상속인에게 승계된다면 그것은 상속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상속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히는 것일 뿐만 아니라 적극재산이 많은 경우에도 상속인이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상속인의 의사에 반하여 상속을 강제할 수 없는 것이므로 상속인이 상속재산상태 특히 적극재산과 소극재산을 조사한 다음 그 결과를 토대로하여 제한없이 피상속인의 권리의무를 승계하는 단순승인을 할 것인지, 취득할 재산의 한도에서 피상속인의 채무와 유증을 변제할 것을 조건으로 상속을 승인하는 한정승인을 할 것인지, 또는 상속을 포기할 것인지를 상속인의 의사에 의하여 결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된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과 기본권제한

(1)헌법 제119조 제1항은 사유재산제도와 사적자치의 원칙 및 과실책임의 원칙을 기초로 하는 자유시장경제질서를 기본으로 하고 있음을 선언하고, 헌법 제23조 제1항은 국민의 재산권을, 헌법 제10조는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여기서 파생된 일반적 행동자유권 및 사적자치권을 보장하는 한편, 헌법 제37조 제2항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을 함에 있어서 지켜야 할 한계를 규정하고 있다.

(2)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상속인이 고려기간내에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고, 대법원은 고려기간의 기산점인 ‘상속인이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의 의미를 상속인이 상속개시의 원인이 된 사실의 발생(피상속인의 사망)을 알고 이로써 자기가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을 말하고 상속재산의 유무를 안 날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석하고 있다(대법원 1969. 4. 22. 선고, 69다232 판결, 집17-2, 민54; 대법원 1991. 6. 11.자 91스1 결정, 공1991, 1925 등).

(3)위와 같이 고려기간의 기산점인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의 의미를 해석하면, 상속인이 아무런 귀책사유없이 상속재산 중 소극재산이 적극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알지 못하여 고려기간내에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아 상속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무조건 피상속인의 채무를 전부 부담하게 된다는 점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의 기본원리인 사적자치의 원칙과 과실책임의 원칙에 대한 예외적 규정으로서 헌법상 보장된 상속인의 재산권과 사적자치권 등을 제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

(1)상속권은 재산권의 일종이므로 상속제도나 상속권의 내용은 입법자가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사항으로서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입법형성의 자유에 속한다고 할 것이지만, 입법자가 상속제도와 상속권의 내용을 정함에 있어서 입법형성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여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는 기본권제한의 입법한계를 일탈하는 경우에는 그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그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입법을 함에 있어서 준수하여야 할 기본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따라서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을 함에 있어서는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그 목적달성을 위한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그리고 그 입법에 의해 보호하려는 공공의 필요와 침해되는 기본권 사이의 균형성을 모두 갖추어야 하며, 이를 준수하지 않은 법률 내지 법률조항은 기본권제한의 입법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헌재 1990. 9. 3. 89헌가95 , 판례집 2, 245; 1993. 12. 23. 93헌가2 , 판례집 5-2, 578; 1997. 3. 27. 94헌마196 등, 판례집 9-1, 375 등 참조).

(2)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상속인의 재산권과 사적자치권을 제한하는 규정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기본권제한이 이러한 헌법적 한계를 지킨 것인지를 살펴본다.

(가)이 사건 법률조항은 상속으로 인한 법률관계를 신속히 확정하여 상속에 관한 이해관계인, 특히 상속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은 이를 수긍할 수 있다.

(나)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상속인이 고려기간내에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일률적으로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의제하는 방법을 선택하였다는 데 문제가 있다.

오늘날 가족공동생활이 대가족에서 소가족(핵가족)으로 분해됨에 따라 상속인이 피상속인과 멀리 떨어져서 살고 있는 경우가 많고, 거래관계도 복잡해져서 피상속인이 사망한 경우 고려기간내에 상속인이 상속재산상태를 상세히 파악하거나 조사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고, 특히 피상속인이 계속적 거래관계로부터 장래 발생할 불확정채무를 보증하는 이른바 근보증을 한 때에는 주채무 자체가 고려기간 이후에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사망 당시 상속채무가 적극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알지 못하여 아무런 귀책사유없이 고려기간내에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못한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이 상속인이 아무런 귀책사유없이 고려기간내에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못한 경우에 구제받을 수 있는 아무런 수단도 마련하지 아니한 채 고려기간내에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아니하면 그 이유여하를 묻지 않고 일률적으로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아 그 의사와 관계없이 상속채무를 전부 부담하게 한 것은 적정한 기본권제한의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

(다)그리고 상속재산 중 소극재산이 적극재산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상속채권자는 이익을 얻는 반면 상속인만 불이익을 받게 된다.

상속채권자는 일반적으로 피상속인을 신뢰하여 그의 일반재산을 담보로 보고서 거래한 것이지, 그의 사망후 상속인이 채무를 승계할 것까지를 기대하고서 거래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상속인이 귀책사유없이 상속채무가 적극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알지 못하여 고려기간내에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못한 경우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이 상속인으로 하여금 피상속인의 채무를 전부 부담하게 하여 상속채권자만을 보호한 것은 입법목적달성에 필요한 정도 이상으로 상속인의 기본권을 제한한 것으로서 기본권제한의 입법한계인 피해의 최소성, 공공필요와 침해되는 상속인의 기본권 사이의 균형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

(라)그러므로 상속인이 귀책사유없이 상속채무가 적극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알지 못하여 고려기간내에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하지 못한 경우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 것

은 기본권제한의 입법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재산권을 보장한 헌법 제23조 제1항, 사적자치권을 보장한 헌법 제10조에 위반된다.

라.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제거방안과 헌법불합치결정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므로 원칙으로 위헌결정을 하여야 할 것이나, 이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여 당장 그 효력을 상실시킬경우에는 고려기간내에 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아니한 경우 상속으로 인한 법률관계를 확정할 수 있는 법률근거가 없어지는 법적 공백상태가 되고, 이로 말미암아 특히 상속채무가 적극재산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경우나 상속인이 그 귀책사유로 인하여 고려기간을 도과한 경우에도 상속으로 인한 법률관계를 확정할 수 없게 되는 법적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그리고 위헌적인 규정을 합헌적으로 조정하는 임무는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형성재량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할 것인데,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을 어떤 방법으로 제거하여 새로운 입법을 할 것인가에 관하여는 여러 가지 방안(고려기간의 도과에 관하여 상속인이 책임질 사유가 없는 때에는 단순승인이 아닌 한정승인을 한 것으로 보는 방안, 스위스 민법 제566조 제2항의 규정과 같이 상속재산 중 소극재산이 적극재산을 초과함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때에는 고려기간의 도과로써 상속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하는 방안, 상속인이 상속채무가 적극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알지 못하여 고려기간을 도과한 때에는 상속인이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일정한 기간내에 다시 상속의 승인이나 포기, 또는 한정승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이 있을 수 있고, 그 중에서 어떤 방안을 채택할 것인가는 입법자가 우리의 상속제도, 상속인과 상속채권자 등 이해관계인들의 이익, 법적 안정성 등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할 것이 아니라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여야 할 것이다.

4. 결 론

위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하므로 헌법불합치결정을 함과 동시에, 입법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을 1999. 12. 31.까지 개정하지 아니하면 2000. 1. 1.부터 그 효력을 상실하고, 법원 기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을 중지하도록 명하기로 하여 이에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조승형의 아래 5.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재판관 전원의 의견일치에 의한 것이다.

5. 재판관 조승형의 반대의견

나는 우리재판소가 9차에 걸쳐 행한 헌법불합치의 각 결정들(헌재 1989. 9. 8. 88헌가6 ; 1991. 3. 11. 91헌마21 ; 1993. 3. 11. 88헌마5 ; 1994. 7. 29. 92헌바49 등; 1995. 9. 28. 92헌가11 등; 1995. 11. 30. 91헌바1 등; 1997. 3. 27. 95헌가14 등; 1997. 7. 16. 95헌가6 등; 1997. 8. 21. 94헌바19 등 각 결정)에 관하여 판례변경을 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유지한 다수의견에 대하여 위 판례를 변경하여 단순위헌선언을 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반대한다. 그 이유는 위 92헌가11특허법 제186조 제1항 등 위헌제청, 91헌바1소득세법 제60조, 구 소득세법 제23조 제4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의 각 결정시에 반대의견으로 상세히 밝힌 바 있으므로 이를 그대로 인용하며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헌법불합치결정은 헌법 제111조 제1항 제1호 및 제5호, 헌법재판소법 제45조, 제47조 제2항의 각 명문규정에 반한다.

둘째, 위 판례와 다수의견이 독일헌법재판소의 판례를 수용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의 판례를 정립하려 하나, 독일과 우리의 법제는 서로 다르므로 이를 그대로 수용할 수는 없다.

독일의 헌법재판소법헌법불합치결정을 판례로 확립한 이후 1970년 제4차 개정시에 간접적이지만 그 결정의 근거를 마련하였는바, 그 개정이전의 같은 법 제78조는 “연방헌법재판소가 연방법이 기본법과 또는 주법이 기본법 혹은 기타의 연방법과 합치하지 아니한다는 확신에 이른 경우에는 연방헌법재판소는 그 법률의 무효를 선언한다(위헌선언). 동일한 법률의 다른 규정이 동일한 이유로 기본법 또는 기타의 연방법과 합치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연방헌법재판소는 마찬가지로 그 규정을 무효로 선언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바 “합치하지 아니한다는 확신에 이른 경우”만 그 법률의 무효를 선언하여야 하며, 합치하지 아니한다는 의견이나 법률의 무효로 인한 법적 공백상태 등의 고려로 그 “확신”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다른 결정(합헌 또는 헌법불합치)을 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고 법문용어를 사용함에 있어 “합치하지 아니한다”는 용어를 쓰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헌법재판소법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위헌여부만” 즉 “위헌”이냐 “합헌”이냐 “만”을 “심판”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을 뿐, 다른 사정을 고려하여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무효선언을 당장 할 수가 없다는 소신이 있을 때에는 위헌 또는 합헌이외의 다른 결정을 할 수 있다고 해석함에 족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며, 우리 헌법이나 헌법재판소법의 어느 조항에도

“헌법에 합치하지 아니한다”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 아니한다.

독일의 위 개정전 헌법재판소법은 헌법재판소 결정의 효력에 관한 제79조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른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실효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소급효를 인정하고 특정의 경우에만 그 예외를 인정하고 있음에 반하여, 우리의 경우는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을 제외한 모든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실효에 대한 장래효만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독일의 경우는 법률의 무효선언(위헌결정)으로 인하여 법률이 실효될 때에 올 수 있는 법규범의 공백상태가 우리의 경우보다는 훨씬 심각하고 그런 경우가 훨씬 더 많이 발생할 수 있게 되므로 헌법불합치결정의 판례가 정립될 수 밖에 없었으나, 우리의 법제 즉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실효가 장래효에 그치는 제도하에서는 다수의견이 우려하는 법규범의 공백·법적혼란 등 법적안정성을 해치는 등의 사태는 발생할 가능성이 없으므로(당해사건 등에 대하여 소급효를 인정하더라도 위와 같은 심각한 사태발생의 우려는 없으므로) 다수의견과 같이 헌법과 법률상의 명문규정에 반하면서 독일의 판례를 수용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할 것이다.

셋째, 독일의 판례확립과정과 입법과정을 보면 판례의 확립이, 헌법이나 헌법재판소법의 명문규정에 반함이 없고 오히려 해석상으로 그 근거규정(위 제4차 개정 이전의 헌법재판소법 제78조, 제79조)이 있으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원칙적으로 소급효를 가지고 있음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심각한 법규범의 공백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위와 같은 판례가 확립되고 그후에 입법적으로 해결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 헌법 또는 헌법재판소법 기타 법률상 근거를

찾을 수 없고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칠 사정이 없는 우리의 경우는 독일의 경우와는 판이하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재판소가 9차에 걸쳐 헌법불합치결정을 단행하고 있음은 진지한 연구와 분석 검토를 거치지 아니하고 무책임하게 독일의 판례를 수용하였다는 비난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넷째, 우리의 헌법재판소법 제45조, 제47조의 입법취지는 독일의 민주주의 발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1961년부터 1988년까지 무려 27년간의 권위주의시대를 겪으면서 그만큼 민주주의가 후퇴한 헌정사를 경험하였기 때문에, 과거 권위주의시대의 위헌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잠정적 적용으로 인하여 권위주의를 정당화시키는 어떠한 결정도 배제하고자 하는 뜻에서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면 위헌, “합헌”이면 합헌의 심판만을 할 수 있으며 그 이외의 여하한 결정도 할 수 없게 하는데 그 취지가 있었고, 이와 같은 경우 혹시라도 그 취지에 반하는 법규범의 공백상태로 인하여 오히려 헌법상의 각 원칙과 원리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하는 등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하여 독일의 경우와는 반대로 실효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장래효만을 규정하였으므로 이와 같은 입법취지에 비추어 보면 헌법불합치라는 변형결정은 결코 허용될 수 없다.

따라서, 헌법불합치결정은 헌법에 위반되는 결정으로서 마땅히 위 각 판례는 변경되어야 할 것이며, 단순위헌결정을 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판관

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 이재화 조승형 정경식 고중석(주심) 신창언 이영모 한대현

본문참조조문
판례관련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