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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2. 11. 28. 선고 2001헌가28 판례집 [국가정보원직원법 제17조 제2항 위헌제청]
[판례집14권 2집 584~599]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국가정보원직원법 제17조 제2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 중 “직원(퇴직한 자를 포함한다)이 사건당사자로서 직무상의 비밀에 속한 사항을 진술하고자 할 때에는 미리 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부분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하여 소송당사자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인지 여부(적극)

2.위헌상태의 제거방안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한 사례

결정요지

1.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국가정보원장이 그 직원등의 소송상 진술의 허가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공익상 필요성 여부 등에 관한 아무런 제한요건을 정하고 있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국가정보원장의 재량으로 동 허가여부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국가비밀 보호라는 공익유지에 편중하여 동 허가의 대상자인 위 직원 등의 재판청구권을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소송당사자의 진술에 대한 국가정보원장의 허가에 대하여는 국가이익에 대한 중요도와 비공개의 불가피성 여부를 기준으로 한 엄격한 요건이 설정되어야 하며, 이 요건을 준수하였는지 여부에 대한 사법적 통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국가이익에 대한 중요도와 비공개의 불가피성 여부를 기준으로 한 엄격한 비교형량의 판단을 도외시한 채 정보가치가 희박한 보안사항까지 국가정보원장의 판단에 의하여 소송당사자의 사익의 가치와 중요도에 관계없이 동 사익에 우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공익과 사익간에 합리적인 비례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하여 소송당사자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고 있다.

2.위헌적인 규정을 합헌적으로 조정하는 임무는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형성재량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할 것인데,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을 어떤 방법으로 제거하여 새로운 입법을 할 것인가에 관하여는 여러 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고, 그 중에서 어떤 방안을 채택할 것인가는 입법자가 우리의 국가비밀보호제도,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 및 나아가 보다 일반적으로 공무원이 소송당사자로서 국가기밀을 진술하여야 할 경우 이들 이해관계인들의 이익, 법적 안정성 등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므로, 위 법률조항 부분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한다.

②직원(퇴직한 자를 포함한다)이 법령에 의한 증인·참고인·감정인 또는 사건당사자로서 직무상의 비밀에 속한 사항을 증언 또는 진술하고자 할 때에는 미리 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③ 생략

국가정보원직원법 제17조(비밀의 엄수)①모든 직원은 재직중은 물론 퇴직한 후에 있어서도 직무상 지득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된다.

② 생략

③직원(퇴직한 자를 포함한다)이 국가정보원의 직무와 관련된 사항을 발간 기타의 방법으로 공표하고자 할 때에는 미리 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국가정보원직원법 제21조(직권면직)①직원이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할 때에는 임명권자는 직권에 의하여 면직시킬 수 있다.

1. 신체·정신상의 이상으로 직무를 감당하지 못할 만한 지장이 있을 때

2.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하게 부족하거나 근무태도가 극히 불량하여 직원으로 부적합하다고 인정될 때

3. 직제 또는 정원의 개폐나 예산의 감소등에 의하여 폐직 또는 과원이 될 때

4. 휴직기간의 만료 또는 휴직사유가 소멸된 후에도 정당한 이유없이 직무에 복귀하지 아니하거나 직무를 감당할 수 없을 때

②~⑥ 생략

국가정보원직원법 제32조(벌칙) 제17조의 규정에 위반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국가공무원법 제60조(비밀엄수의 의무) 공무원은 재직중은 물론 퇴직 후에도 직무상 알게된 비밀을 엄수하여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306조(공무원의 신문)제304조제305조에 규정한 사람외의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사람을 증인으로 하여 직무상 비밀에 관한 사항을 신문할 경우에 법원은 그 소속 관청 또는 감독 관청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307조(거부권의 제한)제305조제306조의 경우에 국회·국무회의 또는 제306조의 관청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동의를 거부하지 못한다.

형사소송법 제147조(공무상 비밀과 증인자격)①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그 직무에 관하여 알게 된 사실에 관하여 본인 또는 당해 공무소가 직무상 비밀에 속한 사항임을 신고한 때에는 그 소속공무소 또는 감독관공서의 승낙없이는 증인으로 신문하지 못한다.

②그 소속공무소 또는 당해 감독관공서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

국회에서의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 제4조(공무상 비밀에 관한 증언·서류의 제출)①국회로부터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증언의 요구를 받거나, 국가기관이 서류제출을 요구받은 경우에 증언할 사실이나 제출할 서류의 내용이 직무상 비밀에 속한다는 이유로 증언이나 서류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 다만, 군사·외교·대북관계의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발표로 말미암아 국가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주무부장관(대통령 및 국무총리의 소속기관에서는 당해 관서의 장)의 소명이 증언등의 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5일이내에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국회가 제1항 단서의 소명을 수락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본회의의 의결로, 폐회중에는 해당위원회의 의결로 국회가 요구한 증언 또는 서류의 제출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친다는 취지의 국무총리의 성명을 요구할 수 있다.

③국무총리가 제2항의 성명의 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7일이내에 그 성명을 발표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증언이나 서류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

참조판례

헌재 1994. 4. 28. 93헌바26 . 판례집 6-1, 348

헌재 1996. 1. 25. 95헌가5 , 판례집8-1, 1

헌재 1996. 12. 26. 94헌바1 , 판례집 8-2, 808

헌재 1998. 8. 27. 96헌가22 등, 판례집 10-2, 339

당사자

제청법원 서울행정법원

당해사건 서울행정법원 99구29578 직권면직처분취소

주문

1.국가정보원직원법 제17조 제2항(1999. 1. 21. 법률 제5682호로 개정된 것) 중 “직원(퇴직한 자를 포함한다)이 사건당사자로서 직무상의 비밀에 속한 사항을 진술하고자 할 때에는 미리 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부분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2.위 법률조항 부분은 2003.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당해사건의 원고인 김○종등 21인은 국가정보원 직원으로 근무하던 자들로서, 1999. 3. 31. 국가정보원직원법 제21조 제1항 제3호에 의하여 직권면직처분을 받았다. 이에 위 김○종등은 위 처분이 위법하고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1999. 10. 7. 국가정보원장을 상대로 그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서울행정법원 99구29578호로 계속 중이다.

(2)당해사건의 소제기 이후 원고들은 국가정보원직원법 제17조 제2항에 의하여 피고인 국가정보원장에게 진술의 허가를 구하였는데 국가정보원장은 2000. 5. 10. 원고들이 신청한 내용에는 직무상 비밀이 광범위하게 포함되어있다는 이유로 일정한 기준을 제시하면서 보완을 요구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지적된 부분을 보완하여 진술의 허가를 구하였으나, 2000. 10. 23. 국가정보원장은 원고 문○호, 조○익의 신청내용중 일부에 대하여는 그 진술내용이 불특정하다는 이유로 불허가하였고, 나머지 신청내용에 대하여는 직무상 비밀에 대한 비공개재판등 국가기밀보호에 협조등의 조건을 붙여 조건부허가를 하였다. 원고 문○호, 조○익은 2000. 11. 국가정보원장에게 불허가된 부분을 보완하여 진술허가를 신청하였고, 결국 원고들은 2001. 2. 8. 비로소 소장을 진술하였다.

(3)이에 서울행정법원은 당해사건의 원고들이 소장진술을 함에 있어 피고인 국가정보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약에 대한 근거규정이 되는 국가정보원직원법 제17조 제2항이 당해사건 재판의 전제가 되며 위헌 여부에 의문이 있다고 하여 2001. 10. 24. 직권으로 이 사건 위헌 여부에 대한 심판을 제청하였고, 이 결정은 같은달 31. 헌법재판소에 접수되었다.

나. 심판의 대상 및 관련 규정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국가정보원직원법 제17조 제2항(1999. 1. 21. 법률 제5682호로 개정된 것,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고 한다) 중 “직원(퇴직한 자를 포함한다)이 사건당사자로서 직무상의 비밀에 속한 사항을 진술하고자 할 때에는 미리 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부분이 헌법에 위반하는지 여부인 바, 이 사건 법률조항 및 관련 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이 사건 법률조항

국가정보원직원법 제17조(비밀의 엄수)②직원(퇴직한 자를 포함한다)이 법령에 의한 증인·참고인·감정인 또는 사건당사자로서 직무상의 비밀에 속한 사항을 증언 또는 진술하고자 할 때에는 미리 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2) 관련 규정

국가정보원직원법 제17조(비밀의 엄수)①모든 직원은 재직중은 물론 퇴직한 후에 있어서도 직무상 지득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된다.

③ 직원(퇴직한 자를 포함한다)이 국가정보원의 직무와 관련된 사항을 발간 기타의 방법으로 공표하고자 할 때에는 미리 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제21조(직권면직)①직원이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할 때에는 임명권자는 직권에 의하여 면직시킬 수 있다.

1.신체·정신상의 이상으로 직무를 감당하지 못할 만한 지장이 있을 때

2.직무수행능력이 현저하게 부족하거나 근무태도가 극히 불량하여 직원으로 부적합하다고 인정될 때

3.직제 또는 정원의 개폐나 예산의 감소등에 의하여 폐직 또는 과원이 될 때

4.휴직기간의 만료 또는 휴직사유가 소멸된 후에도 정당한 이유없이 직무에 복귀하지 아니하거나 직무를 감당할 수 없을 때

② 내지 ⑥ 생략

제32조(벌칙)제17조의 규정에 위반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국가공무원법 제60조(비밀엄수의 의무)공무원은 재직 중은 물론 퇴직후에도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엄수하여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306조(공무원의 신문)제304조제305조에 규정한 사람 외의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사람을 증인으로 하여 직무상 비밀에 관한 사항을 신문할 경우에 법원은 그 소속 관청 또는 감독 관청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제307조(거부권의 제한)제305조와 제306조의 경우에 국회·국무회의 또는 제306조의 관청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동의를 거부하지 못한다.

형사소송법 제147조(공무상 비밀과 증인자격)①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그 직무에 관하여 알게 된 사실에 관하여 본인 또는 당해 공무소가 직무상 비밀에 속한 사항임을 신고한 때에는 그 소속공무소 또는 감독관공서의 승낙없이는 증인으로 신문하지 못한다.

②그 소속공무소 또는 당해 감독관공서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등에관한 법률 제4조(공무상 비밀에 관한 증언·서류의 제출)①국회로부터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증언의 요구를 받거나, 국가기관이 서류제출을 요구받은 경우에 증언할 사실이나 제출할 서류의 내용이 직무상 비밀에 속한다는 이유로 증언이나 서류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 다만, 군사·외교·대북관계의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발표로 말미암아 국가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주무부장관(대통령 및 국무총리의 소속기관에서는 당해 관서의 장)의 소명이 증언등의 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5일 이내에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국회가 제1항 단서의 소명을 수락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본회의의 의결로, 폐회중에는 해당위원회의 의결로 국회가 요구한 증언 또는 서류의 제출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친다는 취지의 국무총리의 성명을 요구할 수 있다.

③국무총리가 제2항의 성명의 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그 성명을 발표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증언이나 서류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

2. 위헌심판제청이유와 이해관계인들의 의견

가. 제청법원의 제청이유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원고들은 이 사건 소송절차에서 직무상 비밀에 속한 사항에 대하여 사건당사자로서 자신에게 유리한 주요사실에 관한 진술이나 처분의 위법사유에 관한 진술을 하려면 국가정보원장인 피고의 허가를 받지 않으면 안되고 따라서 피고의 허가여부에 따라 사건당사자로서의 진술을 할 수 있는지 여부가 결정되는 바, 이는 원고들의 공격‧방어권을 제한하는 것은 물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도 제한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원고들이 국가정보원장이 아닌 제3자를 피고로 하여 소송을 제기한 경우와 국

가정보원장을 피고로 하여 소송한 경우를 구별하지 아니하고, 국가정보원장을 피고로 하여 소송을 제기한 경우조차도 예외없이 직무상 비밀에 속하는 사항을 진술하고자 할 때에는 소송상대방에 해당하는 피고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한 결과 원고들이 재판절차에서 소송당사자로 진술하는 것을 필요이상으로 곤란하게 함으로써 결국 재판청구권을 제한함에 있어서 갖추어야 할 방법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지 못하였거나 재판청구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였다는 의심이 든다.

나. 국가정보원장의 의견

이 사건은 국가정보원이 다루는 국가기밀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과 국가정보원 직원이 가지는 재판청구권의 보호 사이의 충돌과 조화의 문제이다. 국가정보원은 우리나라의 최고 정보기관으로서 국내외의 각종의 중요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며 이러한 업무의 특수성으로 말미암아 그 조직과 직원에게 일반 국가조직과 구별되는 특수한 권한과 의무가 부여된다. 비밀보호에 관한 각국의 입법과 사례를 보더라도 국가기밀의 적극적 보호를 위하여 비밀취급에 관하여 정보기관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인정하는 추세이다. 이에 비하여 대립되는 당사자의 이익은 재판청구권인 바, 재판청구권은 다른 실체적 기본권과는 달리 그 구체적 내용을 가지지 아니한 절차상 권리로서 구체적 입법에 있어서는 입법자의 형성권이 보다 존중되어야 하며 이를 제한하는 입법의 위헌여부를 심사함에 있어서 적용되는 과잉금지원칙도 완화되어 적용되어야 한다. 국가정보원이 다루는 정보는 최고의 국가기밀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고 비공개재판만으로는 정보공개를 막기에 부족하며 소송당사자인 국가정보원 직원이 국가기밀에 관한 과장된 진술을 하여 국익을 해할 우려가 클 뿐 아니라, 일반 소송법상의 비밀보호규정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아니한 점등을 감안할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가기밀의 보호를 목적으로 선택가능한 입법방식중 가장 적절한 것이고 최소한의 법익침해만을 가져오므로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하며 합헌이다.

3.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위헌법률심판제청이 적법하기 위하여는 문제된 법률의 위헌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재판의 전제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 재판의 전제성이라 함은 그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에 따라 당해 사건을 담당한 법원이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법률의 위헌여부에 따라 법원이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되는 경우라 함은 원칙적으로 제청법원이 심

리중인 당해 사건의 재판의 결론이나 주문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 것 뿐만이 아니라, 문제된 법률의 위헌여부가 비록 재판의 주문 자체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재판의 결론을 이끌어내는 이유를 달리 하는데 관련되어 있거나 또는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전혀 달라지는 경우에는 재판의 전제성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헌재 1992. 12. 24. 92헌가8 , 판례집 4, 853, 864-865)

국가정보원장의 면직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당해사건에서 원고들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을 받아 피고인 국가정보원장의 허가를 받은 사항만을 재판상 진술할 수 있었다. 전현직 국가정보원 직원이 사건당사자로서 직무상 비밀을 소송상 진술함에 있어서 이를 국가정보원장이 허가할 수 있도록 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여부에 따라 원고들의 재판상 진술의 내용은 서로 달라지게 되었는 바, 당해사건과 같은 행정소송에도 변론주의가 원칙적으로 적용되는 것을 고려할 때 당해사건의 심리법원은 위 허가내용에 따라 달라진 내용의 원고들 주장에 기초하여 서로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할 수 밖에 없다. 원고들의 진술내용의 차이에 따라 재판의 결론이나 주문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음은 물론이고 가사 주문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이유를 달리하게 하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게 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여부는 제청법원의 판단과 같이 이 사건 재판의 전제가 되어 있다 할 것이어서 결국 재판의 전제성이 있음이 명백하다.

4. 본안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

공무원의 비밀준수의무에 관하여는 국가공무원법 제60조에서 공무원은 재직중은 물론 퇴직후에도 직무상 알게된 비밀을 엄수하여야 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민사소송법 제306조, 제307조형사소송법 제147조에서는 공무원 혹은 공무원이었던 자를 증인으로 하여 직무상 비밀에 관한 사항을 신문할 경우 법원은 그 소속관청 혹은 감독관청의 동의 내지 승낙을 받아야 하고 소속 관청등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국회에서의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 제4조는 공무원 혹은 공무원이었던 자가 국회증언을 할 경우 직무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이를 거부할 수 없으나, 군사·외교·대북관계의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발표로 말미암아 국가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주무부장관의 소명이

있는 경우는 예외로 하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무원에 대한 일반적 비밀준수나 소송상 비밀보호에 관한 기존의 위 조항들을 적용하는 것만으로는 특히 수사상 혹은 소송상 진술과 관련하여 국가의 주요 비밀정보를 다루는 국가정보원의 직원이 직무상 비밀을 유지하여 국가이익을 보호하도록 하는 데에 불충분하다고 보고 동 직원들의 위 비밀에 관한 진술에 있어서는 포괄적으로 국가정보원장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특별히 규정한 것으로 판단된다. 나아가 그 위반행위에 대하여는 벌칙조항까지 두어 국가정보원 직무의 비밀을 보다 강력히 보호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직무상 비밀의 유지를 위하여 국가정보원직원들의 수사상 혹은 소송상 진술을 고도의 정책판단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국가정보원장의 허가사항으로 함을 규정하여 이 문제에 있어서 국가정보원장의 판단의 재량을 폭넓게 인정함과 동시에 보다 엄격하게 국가비밀을 유지·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데 그 입법목적을 두고 있는 조항이라고 할 것이다.

나.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제한되는 기본권의 내용

헌법제27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3항에서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바, 이 재판청구권은 재판절차를 규율하는 법률과 재판에서 적용될 실체적 법률이 모두 합헌적이어야 한다는 의미에서의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뿐만 아니라, 절차적으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하고 있다. 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속에는 신속하고 공개된 법정의 법관의 면전에서 모든 증거자료가 조사·진술되고 이에 대하여 당사자가 공격·방어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을 권리가, 즉 원칙적으로 당사자주의와 구두변론주의가 보장되어 당사자가 공격·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헌재 1996. 1. 25. 95헌가5 , 판례집8-1, 1. 14; 헌재 1994. 4. 28. 93헌바26 . 판례집 6-1, 348, 355-357).

그러나 한편으로 위 헌법조항에 의하여 헌법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모두 규정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으며, 헌법이 보장하는 공정한 재판절차를 어떠한 내용으로 구체화 할 것인가의 문제는 우선적으로 입법자의 과제라고 할 것이다. 다만 입법자는 소송절차를 규율함에 있어서 헌법적으로 포기할 수 없는 요소를 무시한 재판절차를 형성할 수 없다는 입법형성의 한계를 가지는 것이다. 따라서 소송에 관한 절차법에서 합리성과 정당

성을 갖추지 못한 방법이나 절차에 의한 증거수집과 증거조사를 허용하는 것은 적법절차의 원칙 및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위배되는 것으로서 헌법상 용인될 수 없다(헌재 1996. 12. 26. 94헌바1 , 판례집 8-2, 808, 820-821).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가정보원 직원이 사건 당사자로서 직무상 비밀에 속한 사항을 진술하고자 할 때 국가정보원장의 사전허가를 받도록 함으로써 직원의 재판상 진술을 제한하고 있고, 이는 법관의 면전에서 모든 자료가 신속히 진술되지 못하게 하고 나아가 이에 대하여 진술인이 적절히 공격·방어할 수 있는 재판상의 기회를 박탈하게 됨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결국 헌법상의 권리인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제한하는 효과를 가지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발생하는 위 권리의 제한이 과연 소송절차법상 갖추어야 할 합리성과 정당성을 가지는 것인지 여부를 따져 보아야 할 것인 바, 아래에서 이를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요구되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적합한지 여부를 기준으로 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다. 과잉금지 원칙의 위배 여부

(1) 목적의 정당성

현직 혹은 퇴직의 국가정보원 직원이 사건당사자로서 직무상의 비밀에 속한 사항을 진술하고자 할 때에는 미리 국가정보원장의 허가를 받게 함으로써 그 재판청구권을 제한하는 법률은 그 목적이 헌법상 허용되는 것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중대한 것이어야 하고 그를 넘어서 제한을 정당화하는 공익이나 대처하여야 할 위험이 어느 정도 명백하게 현실적으로 존재해야만 비로소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국가정보원은 국내외 정보의 수집 및 국가기밀의 보안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그 주요한 직무로 하고 있는 국가기관이며(국가정보원법 제3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재판절차내에서 국가정보원의 업무활동과 관련된 국가기밀의 유지를 충분히 보장하여 국가정보원의 정보수집 및 관리활동에 지장을 받지 아니하게 함으로써 국가이익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입법목적은 입법자가 추구할 수 있는 헌법상 정당한 공익이라고 할 것이고, 또한 중요한 것으로서 이러한 공익을 실현하여야 할 현실적 필요성이 존재한다는 것도 명백하다.

(2) 방법의 적합성

일반적으로 소송상 제기되는 국가비밀의 보호에 관한 입법방식은 미국의

비밀지정정보절차법의 경우와 같이 당해 재판부의 중립적 판단에 의하는 사법심사형이 있고 독일·일본등 법제의 경우와 같이 비밀을 관리하는 당해 행정청의 책임자가 국가이익 보호의 차원에서 이를 판단하게 하는 행정청판단형이 있는 바,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당해 국가기밀을 관리하는 기관의 장인 국가정보원장이 그 허가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것으로써 위 후자의 입법례를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동 관리권자는 국가비밀의 가치와 그 중요도 및 공개시의 국가이익의 침해 정도 등에 대한 판단을 가장 전문적으로 정확히 할 수 있을 것이므로 위 입법목적의 실현에 적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전현직 국가정보원 직원이 국가정보원장을 피고로 하여 소송을 제기한 경우와 국가정보원장이 아닌 제3자를 피고로 하여 소송을 제기한 경우를 구별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양 경우에 모두 적용되는 것임이 명백하다. 그런데 국가정보원장을 피고로 하여 소송을 제기한 경우에는 일방 당사자인 국가정보원장이 상대 당사자의 소송상 진술의 가부를 판단·결정하게 하는 결과가 되어 재판의 공정성을 고려할 때 방법상 부적절하지 않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그러나 비록 국가정보원장이 피고로 소송의 상대방이 된다고 하더라도 동 소송상 국가비밀의 개시 내지 공개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에는 이에 대한 전문적 정책판단주체로서 국가정보원장이 적합한 점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으며, 소송당사자로서의 지위와 국가비밀의 보호주체로서의 지위는 서로 구분되는 것이므로 동 지위가 우연히 중복된다는 사실만으로 위 허가의 결정권을 국가정보원장에게 부여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방법이 반드시 부적절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위와 같이 두 지위가 중복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국가정보원장이 위 허가 또는 불허가를 행함에 있어서 준수하여야 할 요건이 명확하고 엄격하게 설정되어야 하는 점이나, 또한 이러한 요건을 준수하지 아니한 경우에 불허가처분을 받은 직원에게 적정한 구제방법이 보장되어야 하는 점이 당해 재판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본질적으로 중요하며, 허가권을 가진 국가정보원장이 소송상 피고가 되어 원고와 대립한다는 사정만으로는 국가기밀 보호의 요청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므로 위와 같이 엄격한 요건 하에 허가, 불허가의 판단이 이루어지는 한 그 방법이 반드시 부적합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3) 피해의 최소성

이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기본권 제한수단으로서의 적합성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최소침해성의 관점에서 볼 때에 동 조항이 반드시 위 입법목

적을 달성하면서 기본권에 대한 침해를 최소화하고 있는 것인지 여부는 별도로 살펴보아야 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사건당사자가 직무상 비밀에 관한 소송상 진술을 하기 위하여는 국가정보원장의 사전허가를 받도록 하고만 있을 뿐이며 국가정보원장이 동 허가 혹은 불허가를 함에 있어서는 어떠한 요건을 갖출 것도 요구하고 있지 아니하다. 그리하여 이러한 비밀사항의 소송상 주장의 가능 혹은 불가능의 여부는 오로지 국가정보원장의 전문성에 기초한 재량적 판단에 따라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의 입법은 국가이익의 명분하에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소지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써 결국 동 기본권을 필요이상으로 침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이를 일반적으로 국가정보원이 아닌 다른 행정관서의 공무원 혹은 그 퇴직자가 사건 당사자가 아닌 증인으로 소송에 출석하여 직무상 비밀에 관하여 증언하는 경우와 비교하여 보더라도, 위 공무원등이 증언을 하는 경우 민사소송의 경우에는 민사소송법 제306조제307조, 그리고 형사소송의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147조의 적용을 받게 되는데, 동 조항들에 의하면 증언을 하고자 하는 현직 혹은 퇴직 공무원은 소속 공무소등의 동의 혹은 승낙을 받아야 하며, 나아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동의 혹은 승낙을 거부하지 못하게 된다. 이 경우에는 소송법상의 증언의무와 공무원법상의 비밀준수의무가 서로 충돌하게 되며 양 가치의 조화를 위하여 앞서본 ‘국가의 중대한 이익의 침해 여부’가 어느 가치를 우선할 것인지 판단함에 있어서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하여 국가정보원의 현직 혹은 퇴직의 직원이 사건당사자가 되어 진술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앞서본 바와 같은 의무의 충돌은 없으나, 자신의 재판청구권이 국가정보원장의 허가 여부에 의하여 직접 제한되므로 자신의 기본권 보장의 문제와 국가기밀 보호라는 공익유지의 문제가 서로 대립되게 된다. 위 직원의 재판상 이익에 대한 보호는 단순한 의무충돌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권 보장의 문제이므로 그 보호의 필요성은 앞서본 바와 같이 증언을 하는 경우에 비하여 헌법적으로 더욱 중요하며 헌법 제37조 제2항에 내재된 과잉금지의 원칙의 적용을 받아 관계된 당사자의 기본권 제한이 최소화되는 정도로 그 제한의 수준이 결정되지 않으면 안된다. 비록 국가정보원이 국가비밀의 수집과 관리에 중심적 역할을 하는 기관이라 할지라도 동 직원등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이와 같은 원칙이 그대로 준수되어야 할 것

이다.

이와 같은 기준에서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국가정보원장이 그 직원등의 소송상 진술의 허가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공익상 필요성 여부 등에 관한 아무런 제한요건을 정하고 있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국가정보원장의 재량으로 동 허가여부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국가비밀 보호라는 공익유지에 편중하여 동 허가의 대상자인 위 직원 등의 재판청구권을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사건당사자가 된 직원이 소송상 진술을 하고자 하는 경우에 국가정보원장이 준수하여야 할 허가요건을 명확히 정하여야 하고, 나아가 그 요건은 중대한 국가비밀사항의 불가피한 침해의 경우에만 직원의 재판청구권의 제한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가지게 함으로써 위 직원등의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배려를 하여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규정하지 아니하고 있다.

이상을 종합할 때 직원이 사건당사자로서의 진술에 대하여 국가정보원장이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라 심사하여 그 허가를 거부하기 위하여는 일반적인 증언을 할 경우에 요청되는 요건인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함은 물론이고 나아가 사건 당사자의 재판청구권의 제한을 정당화하기에 충분한 정도가 되기 위하여 ‘직무상 고려에 의하여 불가피하게 요청되는 경우’에도 해당되어야만 할 것이다. 이와 같은 허가요건이 설정되지 아니하고 단지 국가정보원장의 재량에 의하여 위 허가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한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은 비록 국가비밀의 보호라는 입법목적에는 부합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기본권에 대한 침해가 불합리하게 과도한 것으로써 기본권 침해의 최소성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할 수 없다.

(4) 법익의 균형성

기본권제한의 입법은 그 입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을 비교형량할 때 보호되는 공익이 더 커야 한다(헌재 1990. 9. 3. 89헌가95 , 판례집 2, 245, 260).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보호되는 공익은 국가정보원의 직무활동과 관련된 국가비밀의 보호라고 할 것이고 이에 대립되는 사익은 사건당사자인 직원들이 공정한 재판을 통하여 실현하고자 하는 개인적인 이익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만으로는 문제되는 국가비밀의 국가이익에 대한 중대성 여부를 전혀 고려할 수 없고, 아무리 사소한 대외비라고 하더라도 국가정보원장의 재량적 판단에 의하여 공정한 재판을 통하여 실현하고자 하는 사익의 비중에 관계없이 동 사익에 우선할 수 있게 되

어있다. 국가정보원은 국가의 중추적인 정보수집기관으로써 그 활동 전체에 일반적으로 보안이 요구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그 수집정보의 국가이익을 기준으로 한 정보가치 여하에 관계없이 국가정보원의 활동과 관련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외비가 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국가이익에 대한 중요도와 비공개의 불가피성 여부를 기준으로 한 엄격한 비교형량의 판단을 도외시한 채 정보가치가 희박한 보안사항까지 국가정보원장의 판단에 의하여 소송당사자의 사익의 가치와 중요도에 관계없이 동 사익에 우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공익과 사익간에 합리적인 비례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나아가 전현직 국가정보원 직원이 국가정보원장을 피고로 하여 소송을 제기한 경우 국가정보원장이 직무상 비밀에 속하는 위 직원의 소송상 진술을 불허하면 동 진술이 행하여지지 못한데 대한 소송상 불이익은 동 불허처분의 주체인 피고 국가정보원장이 아니라, 그 소송상대방인 위 직원이 받게 된다. 이와 같은 상황은 미국의 판례이론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가가 비밀사항을 소송상 개시되지 못하게 하는 경우 그 대신 국가가 그 불이익을 감수하고 소송을 포기하여야 한다는 이른바 ‘특권포기론’의 결론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되며, 위 직원의 소송상 이익에 대하여 공익을 현저하게 우선시키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불균형한 결과를 최소화하기 위하여서라도 소송당사자의 진술에 대한 국가정보원장의 허가에 대하여는 국가이익에 대한 중요도와 비공개의 불가피성 여부를 기준으로 한 엄격한 요건이 설정되어야 하며, 이 요건을 준수하였는지 여부에 대한 사법적 통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국가정보원장의 위 허가권한에 대한 이와 같은 통제가 이루질 수 있는 경우에만 비로소 국가비밀의 보호와 당사자의 소송상 사익간의 합리적인 법익교량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5) 소 결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직무상 비밀의 진술에 대한 허가의 허가권자를 국가정보원장으로 한 것은 비밀유지에 관한 국익보호에 있어 국가정보원장의 전문적 정책판단능력을 고려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은 인정된다고 할 것이나, 국가정보원장이 불허가처분을 함에 있어서 준수하여야 할 요건을 전혀 설정하지 아니하고 나아가 이에 대한 행정소송의 제기 등 사법적 구제수단을 통한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 것은 기본권 제한의 피해를 최소화하지 못하고, 당사자의 소송상

이익에 비교하여 비밀유지의 공익을 지나치게 앞세운 것으로서 법익의 균형성도 결여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 근거하여 국가정보원장이 직원의 진술을 불허가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으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함은 물론이고 나아가 ‘직무상 고려에 의하여 불가피하게 요청되는 경우’를 충족하는 등 보다 엄격한 제한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이 불허가처분을 하는데 대한 명확한 요건이 설정될 때 불허가처분을 받은 당사자는 이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국가정보원장의 자의적인 처분에 대한 사법적 구제를 받을 실효적 방도가 부여될 것이며 공익과 사익간의 균형이 이루어진다고 할 것이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와 같은 요건을 전혀 설정하지 아니한 채 국가정보원장의 재량에 의하여 위 허가 혹은 불허가처분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앞서본 바와 같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어 위 직원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할 것이다.

라. 헌법불합치결정과 잠정적용명령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므로 원칙으로 위헌결정을 하여야 할 것이나, 이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하여 당장 그 효력을 상실시킬 경우에는 국가정보원 직원이 사건당사자로서 직무상의 비밀을 진술할 때에 사전에 이를 통제할 법적 근거가 상실되는 법적 공백상태가 발생하고, 이로 말미암아 특히 소송당사자로 진술하는 내용 중에서 중대한 국가비밀사항이 공개되어 국가이익을 침해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등 법적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그리고 위헌적인 규정을 합헌적으로 조정하는 임무는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형성재량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할 것인데,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을 어떤 방법으로 제거하여 새로운 입법을 할 것인가에 관하여는 여러 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예컨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국가정보원장의 진술허가권을 유지하면서 그 불허의 요건을 엄격히 하고 동 불허가처분에 대하여 사법통제를 받게 하는 입법방안이 있을 수 있고, 또 이와 같은 기본적인 틀에서 벗어나 국가정보원장의 허가권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사법부의 중립적 심사에 의하여 절차가 주도되게 하는 방안 등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 어떤 방안을 채택할 것인가는 입법자가 우리의 국가비밀보호제도,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 및 나아가 보다 일반적으로 공무원이 소송당사자로서 국가기밀을 진술하여야 할 경우 이들 이해관계인들의 이익, 법적 안정성 등 여

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사정들을 감안한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하나 입법개선시까지 잠정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며, 입법자는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늦어도 2003. 12. 31.까지는 새 입법을 마련함으로써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적 상태를 제거하도록 함이 상당하다.

5. 결 론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하나 입법자의 입법개선이 이루어질 때까지 잠정적으로 적용함이 상당하여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주심) 하경철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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