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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4. 9. 25. 선고 2014다37491 판결
[손해배상][공2014하,2106]
판시사항

[1] 저작권법상 공연권 침해로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기 위한 요건

[2] 갑이 을의 어린이 뮤지컬 극본 및 공연이 갑의 어린이 뮤지컬 극본과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는 이유로 을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를 원인으로 하여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의거관계나 을의 고의·과실에 관하여 제대로 심리·판단하지 아니한 채 을에게 저작권 침해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을 명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공연권이 침해되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기존의 저작물과 대비대상이 되는 공연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는 점 외에도 공연이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이루어졌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나아가 저작권 침해로 인하여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의 고의·과실 등 민법 제750조 에 의한 불법행위 성립요건이 구비되어야 한다.

[2] 갑이 을의 어린이 뮤지컬 극본 및 공연이 갑의 어린이 뮤지컬 극본과 실질적 유사성이 있어 갑의 공연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을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를 원인으로 하여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을이 제3자의 극본에 의거하여 공연한 것인지, 제3자가 갑의 극본에 관한 복제권 등 저작재산권을 침해한 것인지, 을이 제3자의 침해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를 살펴본 다음 비로소 을에게 갑의 극본에 관한 저작권을 침해하였음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지를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의거관계나 을의 고의·과실에 관하여 제대로 심리·판단하지 아니한 채 을에게 저작권 침해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을 명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피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여, 피고의 “○○○○○” 또는 “△△△△ △△△”라는 제목의 어린이 뮤지컬 극본(이하 ‘피고 극본’이라고 한다) 및 그 공연은 원고의 “□□□ □□□”라는 제목의 어린이 뮤지컬 극본(이하 ‘원고 극본’이라고 한다)과 실질적 유사성이 있으므로, 피고가 피고 극본을 공연함으로써 원고 극본에 관한 원고의 공연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취지로 판단한 다음, 망 소외 1이 피고 극본의 저작권자임을 인정할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고, 원고는 피고가 주장하는 소외 1의 극본 작성 시기보다 앞서 극본을 작성하여 공연을 하였다는 사정을 들어, 소외 1의 생전에 그로부터 이용허락을 받고 소외 1의 극본을 공연하였다는 취지의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저작권 침해를 원인으로 하여 피고에게 손해배상을 명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공연권이 침해되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기존의 저작물과 대비대상이 되는 공연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는 점 외에도 그 공연이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이루어졌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 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5다35707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저작권 침해로 인하여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의 고의·과실 등 민법 제750조 에 의한 불법행위 성립요건이 구비되어야 한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제1심에서부터 일관되게, 피고 극본은 1991년경 당시 ◇◇◇◇극단 상임연출가였던 소외 1이 전래동화를 바탕으로 줄거리를 작성하고 위 극단 단원 소외 2 등이 도깨비의 이름과 캐릭터를 정하는 등으로 공동작업을 하여 완성한 것이고, 이후 소외 2는 1994년경 ‘극단 ▽▽’의 대표로서 피고 극본을 공연하는 등 ◇◇◇◇극단 외에서도 소외 1의 허락을 받아 위 극본을 공연해왔는데, 피고 자신은 2002년경 소외 2에게 부탁하여 극본 및 공연CD를 받은 후 소외 2를 통하여 소외 1의 허락을 얻어 2008년경부터 공연한 것일 뿐, 피고로서는 이 사건 소송 전까지는 원고가 원고 극본을 작성하고 공연을 한 사실조차 알지 못하였다고 주장해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원심이 배척하지 아니한 을 제1호증의 1, 2, 을 제9호증의 1 내지 8, 을 제11호증의 각 기재 및 제1심 증인 소외 2의 증언에 의하면, 피고 주장과 같이 1991. 5. 18.경 소외 1이 저작자로 표시되어 있는 ‘□□□ □□□’라는 제목의 원고 극본과 유사한 내용의 극본이 실제로 존재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소외 2 및 피고가 공연을 해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편 원고 극본은 출판되지 아니하였고 저작권등록도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는데, 원고 극본에 대해서 1997. 2.경의 공연 이후로는 더 이상 공연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는 증거가 제출되어 있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소제기 전에 원고가 소외 2나 피고에게 저작권 침해 주장을 한 사정도 보이지 아니한다.

이렇듯 피고가 별도로 자신이 의거한 저작물의 존재를 주장하면서 이에 부합하는 증거를 제출하고 있고, 아울러 출판되거나 저작권등록이 이루어지지 아니한 원고 극본이 피고 극본의 공연시점으로부터 역산하여 장기간 공연된 바도 없는 등 피고가 원고 극본의 존재나 그 공연 사실을 알지 못한 채 피고 극본의 공연을 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는 사정도 나타나 있는 이상, 원심으로서는 과연 피고가 그 주장과 같이 소외 1의 극본에 의거하여 공연한 것인지 여부, 만일 이 점이 인정된다면 소외 1이 원고 극본에 관한 원고의 복제권 등 저작재산권을 침해한 것인지 여부, 나아가 이 점 또한 인정된다면 피고가 소외 1의 침해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 여부를 살펴본 다음 비로소 피고에게 원고 극본에 관한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였음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의거관계나 피고의 고의·과실에 관하여 제대로 심리·판단하지 아니한 채 피고에게 저작권 침해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을 명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영철(재판장) 이상훈 김창석(주심) 조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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