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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7.1.5. 선고 2016고합991 판결
준강간,준강제추행
사건

2016고합991준강간,준강제추행

피고인

A

검사

황나영(기소), 서성목(공판)

변호인

법무법인(유) B

담당변호사 C, D

판결선고

2017. 1. 5.

주문

피고인을 징역 3년에 처한다.

피고인에게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한다.

이유

범 죄 사 실

피고인은 금융위원회 중소서민 정책국 E 소속 5급 사무관으로 금융위원회로부터 감독을 받는 금융기관(F) 소속 직원인 피해자 G(여, 25세)을 이 사건 당일 처음 소개받아 함께 술을 먹고 피해자가 만취하자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추행 및 간음하기로 마음먹었다.

1. 준강제추행

피고인은 2016. 4. 25, 22:40경 서울 종로구 H에 있는 'I' 커피숍에서, 위 커피숍에 오기 전 함께 술을 마신 피해자 G가 술에 만취하여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것을 이용하여, 동석한 J이 자리를 떠나 단 둘이 남게 되자, 피해자를 껴안고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춰 피해자를 추행하였다.

2. 준강간

피고인은 2016. 4. 25. 23:40경 서울 종로구 K 건물 지하 137호에 있는 'L노래방' 단비룸으로 위와 같이 술에 만취한 피해자를 등에 업고 데리고 갔다. 그리고 그 룸 안에서 피해자가 술에 취하여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피해자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그녀의 가슴을 입으로 빨고, 피해자의 몸을 돌려 소파 위에 엎드리게 한 후 그녀의 치마를 올리고 팬티를 내린 뒤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G, M, N, J. O의 각 법정진술

1. 피고인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 진술기재

1. G에 대한 검찰 및 경찰 각 진술조서

1. P, J, Q, M, N, O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1. 범죄인지, 각 수사보고(증거목록 순번 19, 23, 30, 32, 35, 37, 44, 47, 49)

1. 각 유전자감정서, 각 법화학감정서, 마약감정서

1. 상담사실 확인서

1. 피해자카드 사용내역, 피의자가 피해자에게 보낸 편지, 피고인이 피해자측에 전달한 자필 사과편지, KT 통신사실자료 제출명령 회신(2016. 11. 15.자 회신)

1. J 과장과 주고받은 문자내역, 피의자와 참고인간 문자대화내역, 탐문수사 중 촬영한 현장사진, 피해자에게 보낸 용서를 구하는 문자내역, 커피숍 사진, 사건발생 장소 및 주변 사진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주장

가. 피고인은 판시 범죄사실 제1항과 같이 피해자에게 입을 맞춘 사실은 없고, 제2항과 같이 피해자와 성관계한 사실은 있다.

나. 그러나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았고, 이른바 블랙아웃(Blackout, 주취에 따른 일시적 기억상실증)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일 뿐이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동의를 얻어 성관계를 한 것이다.

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여 성관계를 한다는 범의가 없었다.

2. 관련법리

형법상 준강간죄, 준강제추행죄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서 정신적·신체적 사정으로 인해 성적인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해 주는 것을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다. 그와 같은 보호법익에 비추어 볼 때 여기에서 말하는 '심신상실'이란 정신장애 또는 의식장애 때문에 성적 행위에 관하여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 즉 상대방이 깊은 잠에 빠져 있다거나(대법원 1976. 12. 14. 선고 76도3673 판결 참조) 술·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 또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주취 등의 사유로 자신의 성적 행위에 대해 정상적인 대응·조절능력과 판단 능력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항거불능의 상태'라 함은 형법 제297조, 제298조와의 균형상 위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 때문에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0. 5. 26. 선고 98도3257 판결 등 참조).

그리고 피고인이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증명할 수밖에 없고,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하게 관찰 분석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도6103 판결, 대법원 2006, 2. 23. 선고 2005도8645 판결 등 참조).

3. 판단

증거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판시 각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에게 추행 및 간음을 하였고, 피해자는 당시 술에 취하여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으며, 피고인도 그 상태에 대해 인식하면서 이를 이용하여 추행 및 간음을 한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넉넉히 인정된다.

가.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1) 피고인과 피해자는 이 사건 당일인 2016. 4. 25. 처음 만난 사이이다. 피고인은 금융위원회 사무관이고, 피해자는 그 유관기관인 F의 직원이다.

2) 두 사람은 모두 미혼이다. 이 사건 무렵 피고인은 약 2년간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지려고 하는 상태였다(가끔 연락하고 뒤에 다시 만나기도 하였다). 그러나 피해자는 당시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가 따로 있었다.

3) 피고인은 예전부터 F 과장 J과 알고 지내는 사이였는데, 이 사건일 열흘 정도 전에 둘이 만나기로 약속하였다. 그런데 J은 이 기회에 피고인과 피해자를 소개시켜 주려고 생각하여 그곳에 피해자를 데리고 나갔다. 피해자는 썩 내키지는 않았으나 직장 상사 J의 권유를 거절하지 못하고 이 사건 회식 자리에 나가 피고인과 어울리게 되었다.

4) 따라서 객관적으로 볼 때, 피고인과 피해자는 처음 만난 지 몇 시간 만에 공개된 커피숍에서 스킨십을 하거나 노래방 룸에서 성관계를 할 만한 사이가 아닌 것으로 보이고, 그럴 만한 특별한 이유도 없다.

나. 만남 및 음주의 경위와 피해자의 상태

1) 피해자와 J은 이 사건 당일인 2016. 4. 25. 18:30경 약속장소인 서울 종로구 R에 있는 'S식당'에 먼저 도착하여 소주와 맥주를 시켜먹고 있었고, 약 30분 뒤에 피고인이 도착하였다. 피고인, 피해자와 J은 곱창집에서 같은 날 21:25까지 소주 4병, 맥주 3병을 마셨다.

2) 피고인, 피해자와 J은 'T'이라는 술집으로 옮겨 22:30경까지 소주 3병과 사이다.

2병을 마셨다. 이 술집은 내부가 복층 구조인데, 피고인 일행은 2층에서 술을 마셨다.

3) 피해자는 자신의 주량에 관하여 '소주 반병 정도를 마시면 취했다는 느낌이 들지만 정신을 못차리는 정도는 아니다'라고 진술한다. 그런데 당시 피해자는 1차 술자리인 곱창집에서 피고인이 도착하기 전에 소주와 맥주를 섞은 술을 3~4잔, 피고인이 도착한 이후 4~5잔, 2차 술자리인 'T에서 소주 몇 잔을 더 마셨다고 진술한다. 피고인, 피해자와 J이 마신 술의 총량이 1, 2차를 통틀어 소주 7병과 맥주 3병에 이르는 점 등을 감안하면 피해자의 위 진술내용은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고 피해자는 당시 평소 주량을 넘어서 상당히 많은 양의 술을 마신 것으로 보인다.

4) 피고인, 피해자와 J은 22:30경 'T'에서 나와 바로 옆에 있는(그 사이에 2개의 점포가 있다) ''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 아이스 아메리카노 3잔을 마셨다. 그곳에서 J은 피고인과 피해자를 커피숍에 남겨두고 먼저 귀가하였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커피숍의 영업 마감시간인 23:00가 조금 넘어서 커피숍에서 나왔다. 커피숍에서 피고인과 피해자는 옆자리에 같이 앉아 있었는데, 이때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최소한 피해자가 벽에 머리를 기대거나 피고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적은 있다고 한다.

5) 커피숍에서 나와 피고인은 피해자와 함께 길거리에서 택시를 잡다가 피해자를 데리고 길 건너편에 있는 'L 노래방'으로 들어갔다. 이때 피고인이 피해자를 업고 계단을 내려갔다. 피고인이 음료수 2병을 주문했고, 30분간 노래방에 체류하다가 그곳에서 나왔다.

6) 노래방 룸 안에서 피고인은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와 성관계를 하였는데, 도중 피해자가 구토를 하였고 피고인은 성관계를 중단하고 주변의 토사물을 닦았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카드로 결제를 하고 피해자와 함께 노래방을 나왔다. 1)

다. 노래방 이후 귀가 경위

피고인은 피해자를 택시에 태우고 서울 서초구에 있는 피해자 집으로 이동하였다.

그런데 피해자가 아파트 단지 앞에서 집을 찾지 못하자, 피고인이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피해자의 부(父)에게 전화하였다. 피해자 부는 단지 경비실 앞에서 피해자를 인계받아 집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라. 해바라기센터 방문과 사건화

1) 피해자는 2016. 4. 26. 05:00경 잠에서 깨었는데, 블라우스의 리본이 풀어져 있고 속옷이 엉덩이에 걸쳐있는 것을 발견했다. 피해자는 07:26경 J에게 문자메시지를 하여 피고인의 연락처를 물어봤고, 08:22경 피고인에게 문자메시지를 하여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신이 실수는 하지 않았는지, 자신의 아버지가 뭐라고 하지 않았는지, 자신이 어제 누구에게 업힌 사실이 있었는지' 등을 물어보았다.

2) 한편, 피해자는 자신이 성범죄 피해를 입은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출근 직후인 09:45경 서울대학교병원 내 해바라기 센터에 방문하여 성폭력 피해 상담과 유전자 감정 등을 위한 증거물 채취를 하였다. 당시의 상담기록에 의하면 피해자는 '술이 많이 취해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기억나는 것은 노래방 안이었고 서있는데 관계인이 뒤에서 치마를 올린 것 같고 위쪽에서 성기를 삽입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고 진술하였다. 그리고 임신예방을 위한 진료와 대처를 위한 증거확보, 직장관계자에 의한 피해로 사건진행에 대한 걱정 등을 호소하였다.

3) 이와 같이 피해자는 다음날 아침 전날의 상황에 대해 기억을 하지 못하였고, 당시 기억이 나거나 의심이 되는 내용대로 상담을 하였다. 그런데 당시에는 성관계에 대해서만 어렴풋하게 의심을 하고 있었을 뿐 커피숍에서의 추행에 대하여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이 부분은 이후 경찰의 커피숍 탐문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마. 감정 결과

해바라기센터 검사에 따른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 결과 피해자의 가슴에서 타액 양성반응과 남성의 DNA가 검출되었고,2) 피해자의 질에서 독말 입자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실리콘 오일이 검출되었다.3) 위 DNA 감정 결과는 2016. 6. 8.경 나왔고, 피해자는 2016. 6. 13.경 검사 결과를 통보 받았다.4)

바. 피해자 진술 내용과 신빙성

1) 감정 결과가 나온 이후 이 사건 수사가 본격적으로 개시되었다. 다만, 이후에도 피해자는 초기 2016. 7. 8. 조사시에 사건이 주변에 알려지는 것이 염려되어 수사에 소극적이었다. 그리고 조금 더 생각을 해보겠다고 하였다가 결국 2016. 7. 17. 조사시에 설사 이 사건이 알려져 자신이 불이익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가해자를 처벌하고 사과를 받고 싶다면서 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하기 시작하였다.

2)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2차 주점에 올라 간 것은 기억이 나는데 그 이후부터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서 피고인이 뒤쪽에서 삽입한 것 같은 느낌이 꿈처럼 어렴풋이 들어서 강간을 당한 것으로 생각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피해자는 다음 날 아침 바로 J에게 연락하여 피고인의 연락처를 알아낸 후, 해바라기센터로 감과 아울러 피고인에게 이 사건 당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았는바, 전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없다는 피해자의 진술과 서로 부합한다.

3) 피해자의 진술 내용은 일관성이 있고, 객관적인 상황 및 참고인들의 진술과도 부합하여 특별히 거짓이라는 의심이 들지 않는다. 또한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수사진행경과에 비추어, 피해자가 자신의 개인적인 신상에 불이익이 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거짓말을 하여 피고인을 무고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없다.

사. 목격자들의 진술

이 사건 목격자 내지 참고인들의 진술은 아래와 같은바, 이러한 진술내용들은 여러 다른 상황 및 피해자의 진술과도 부합하고, 특별히 거짓이라고 의심할만한 정황도,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다.

1) 2차 술자리가 있었던 'T'의 종업원인 N은 "피해자가 많이 취해 있어서 혼자 일어서 지도 못했다. 증인이 '술을 왜 이렇게 많이 먹었냐'고 말을 걸고 자켓을 입혀주고 복층에서 내려올 때 부축을 해주기도 하여 정확하게 상황을 기억한다. 피고인에게 '피해자가 술에 많이 취했으니 택시 태워 보내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라는 취지로 진술한다.

2) 'I' 커피숍을 운영하는 M, Q은 '피해자가 만취해 있었다. 3명 다 술에 취해 있었는데, 피해자가 더 취해 있었다. 주문할 때부터 눈이 반쯤 감겨 있었고, 나갈 때까지 전혀 말을 하지 않았다. 피해자는 자리에 앉을 때 정상적으로 몸을 가누면서 앉은 것이 아니라 힘없이 푹 앉는 모습이었다. 피해자가 2층에 있는 화장실에 가면서도 비틀 거리고 계단이나 벽에 우당탕탕 부딪히는 소리가 나서 가보라는 말을 할 정도였다. 피해자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계속 숙이고 있었고, 피고인은 (일방적으로) 키스를 하고 있었다. 키스를 계속할 때 피해자가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 피해자가 너무 취해서 가만히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가게에서 그 정도의 스킨십을 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그 날은 상황이 특이했고 (M, Q이)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해서 정확하게 기억한다. 우리가 보기에 민망하였다. 가게를 정리하고 밖으로 나왔을 때 피해자는 옆 가게 셔터에 기대어 있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3) 노래방 종업원인 이은 '피고인과 피해자는 30분만 있었는데 이러한 경우는 처음이었다. 피고인과 피해자의 상태가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기억나는 것은 남자가 처음 카드로 계산을 했는데 계산이 안 되어 다시 룸으로 들어가 5분 정도 지나 다른 카드를 가지고 와서 계산을 하고 또 5분 정도 지나 룸에서 여자와 같이 가게를 나갔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4) 피해자의 부친인 P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집 앞까지 데리고 왔고, 피고인과 피해자를 경비실 앞에서 만났는데, 피해자는 계단에 앉아 머리를 숙이고 있었고, 증인이 피해자의 이름을 부르면서 몸을 흔들었더니 눈을 감은 상태로 고개를 한 번 들다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아주 만취해서 증인이 깨우는데도 증인인지 모르는 것 같았다.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옷차림이 많이 엉클어져 있었다. 방에 누이는데 아무런 말도 못하고 그냥 침대에 널부러져 버리고 옷을 입은 채 잠을 잤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아. 사건 이후 피고인의 태도와 주장의 신빙성

1) 피고인은 이 사건 다음날 아침 피해자로부터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는 문자를 받았을 때 '피해자가 실수한 것은 없다. 피해자가 너무 토를 많이 하여 좀 쉬었다 갈라 그랬는데 마땅한 데가 없어서 노래방에 앉아 있었는데 또 계속 토해서 노래방에서도 결국 나가라고 해서 택시를 타고 반포역에 왔다. 아버님이 젠틀하게 악수도 건넸다'라고 답하였다.

2) 피고인은 이 사건 이후 이와 같이 피해자에게 '아무런 일이 없었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피해자를 안심시키는 듯한 말을 하였다. 그런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결과가 나오고 경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개시된 이후, 피고인은 2016. 7. 20. 경찰 1차 조사시 변호사를 선임하여 조사를 받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여 조사가 중단되었고, 다음 날인 2016. 7. 21. 변호인의 입회하에 2차 조사를 받았다. 이때 피고인은 이 사건 준강제추행 및 준강간 혐의에 대하여 모두 인정하였다. 또한 2016. 8. 4. 행해진 3차 조사에서도 역시 범행을 인정하였다.

3) 피고인은 위와 같이 조사를 받은 2016. 7. 21. 이후 피해자에게 '경찰 조사 받았고 모든걸 사실대로 말했다. 정말 말로 못할 죄를 지었다'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해 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수차례 보냈고, 2016. 7. 29. 편지를 보내고 퇴근하는 피해자를 따라가며 무릎을 꿇고 잘못을 빌기까지 하였다.

4) 그런데 2016. 8. 23. 새로운 변호인을 선임한 이후부터 적극적으로 범행을 부인하기 시작하였다. 그 취지는 '피해자는 만취하여 심신상실 상태가 아니었다. 커피숍에서는 어깨동무 내지 껴안은 사실은 있는데 키스한 것은 기억이 없다, 노래방에서의 성교는 피해자의 동의 아래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5) 그러나 피고인의 범행 후의 태도와 진술내용이 객관적으로 보아 일관되지 못하고 사회통념에도 부합하지 못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주장은 쉽사리 믿기 어렵다.

자. 소결론

1)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와 성행, 이 사건 당일 피해자가 마신 술의 양과 그로 인한 주취의 정도, 피해자의 외모와 거동에서 만취상태임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던 점, 적어도 커피숍에서 피고인과 피해자 둘이 남게 된 이후부터는 정상적인 대화가 이루어지지 못하였던 점, 이후에 피해자가 구토를 하고 자신.의 집을 찾아가지도 못한 점, 기타 이 사건 당시의 상황과 전후의 경위 등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는 술에 취하여 정상적인 대응·조절능력과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였다고 보인다. 피고인과 변호인은 피해자가 '블랙아웃' 상태였다고도 주장하나, 이 사건에서 피해자가 정상적인 판단으로 합의하에 커피숍에서 성적 접촉을 하고 노래방에 들어가 성관계를 하였음에도 단지 나중에 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다.

2) 그리고 위와 같은 정황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비록 자신도 어느 정도 술에 취하기는 하였으나 피해자가 위와 같은 상태에 있음을 인식하면서 이를 이용하여 범행에 나아갔다고 보인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299조, 제298조(준강제추행의 점, 징역형 선택), 형법 제299조, 제297조(준강간의 점)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형이 더 무거운 준강간죄에 정한 형에 위 각 죄의 장기형을 합산한 범위 내에서 경합범가중)

1. 이수명령

1. 공개명령 및 고지명령의 면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7조 제1항, 제49조 제1항,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 단서, 제50조 제1항 단서(피고인이 초범인 점, 신상정보등록과 성폭력 프로그램 이수만으로도 어느 정도 피고인의 재범을 방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직업, 가족관계 및 사회적 유대관계, 이 사건 범행 내용 및 경위, 피고인에 대한 공개명령 또는 고지명령으로 인하여 기대되는 이익 및 예방효과와 그로 인한 불이익 및 부작용 등 기록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게 신상정보를 공개하거나 고지하여서는 아니 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된다)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 징역 3년 ~ 40년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가. 준강간죄

[유형의 결정] 성범죄 > 일반적 기준 > 강간죄(13세 이상 대상) > 일반강간(제1유형)

[특별양형인자] 없음

[권고형의 범위] 기본영역, 징역 2년 6월 ~ 5년

나. 준강제추행죄

[유형의 결정] 성범죄 > 일반적 기준 > 강제추행죄(13세 이상 대상) > 일반강제추행(제1유형)

[특별양형인자] 없음

[권고형의 범위] 기본영역, 징역 6월 ~ 2년

다. 다수범죄 처리기준 : 징역 3년 ~ 6년(법률상 처단형의 하한이 권고형의 하한보다 높으므로 법률상 처단형의 하한을 따름, 상한은 기본범죄상한 5년 + 추가범죄 상한의 1/2인 1년)

3. 선고형의 결정

[ 불리한 정상] 피고인은 회식자리에서 처음 만난 피해자가 술에 만취하여 심신상실 내지 항거불능의 상태에 이르자, 그 상태를 이용하여 스킨십을 하면서 추행하고, 노래방으로 데려가 간음하였는바, 그 죄질이 상당히 나쁘다.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인하여 상당한 육체적·정신적 충격을 받고 그 후유증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범행 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피해자에게 별일 없었다는 등 거짓말을 하였고, 이 사건 수사가 진행되자 범행을 시인하면서 용서를 빌겠다며 피해자 측에 무리하게 접촉하여 2차 피해를 유발하였다. 그러다가 다시 입장을 바꾼 뒤에는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자가 정상적인 판단으로 합의하에 관계를 하였다고 변명하는 등 범행 후의 정황과 반성태도가 좋지 못하다. 피고인은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용서받지 못하였다.

[유리한 정상]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 역시 어느 정도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형사처벌 전력이 전혀 없는 초범이고, 성장배경, 학력과 경력, 직업 및 가족관계, 기타 사회적 유대관계가 양호하다.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신상정보등록

피고인에 대한 유죄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피고인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2조 제1항에 의한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므로, 같은 법 제43조에 의하여 관할기관에 신상정보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문광섭

판사최민석

판사김은솔

주석

1) 피고인은 노래방 비용을 지급할 때 피해자의 카드를 가지고 나가 결제하려다 실패하고 다시 다른 카드를 받아 가지고 가서 결제하였는데, 피해자가 의식이 있었다면 자신의 카드를 피고인에게 건네주어 가지고 나가서 결제하도록 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또한 결제가 되지 않는 카드를 주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2) 그 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2016. 8. 17.자 유전자감정서에서는 피고인의 DNA인 것으로 판명되었다.

3) 위 법화학감정서에 따르면, 녹말과 실리콘 오일은 콘돔에서 각각 고무접착방지제와 윤활제로 사용되고, 콘돔 성분의 검출은 녹말과 실리콘 오일이 동시에 검출되는 경우에만 한하며, 채취시간 및 세척 등에 따라 검출되지 않을 수 있다. 실리콘 오일은 여성 제품의 윤활제, 화장품, 방수제, 기름 및 콘돔 등에 쓰이는 유동성 액체이며, 실리콘 오일만 검출된 경우에는 콘돔 사용 여부를 논단하기 어려우므로 피해자의 문건 및 사건 현장의 정황 등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4) 피고인과 변호인은, 피해자가 2016. 5. 12, 22:56경 피고인에게 먼저 전화를 한 것으로 보아 피해자의 진술은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때는 감정 결과가 나오기 전인데다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취지로 거짓말을 하고 있던 상황이므로 피해자의 이러한 행동이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함에 있어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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