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검사
검사
배성훈(기소, 공판), 양석조, 김익수, 김가람, 박경택, 남철우(공판)
변 호 인
변호사 이나라 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과 2016. 9.경 교부받은 2억 원 관련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등손실)의 점에 관한 무죄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5년에 처한다.
피고인으로부터 27억 원을 추징한다.
피고인에 대하여 위 추징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주위적 및 예비적 공소사실인 2016. 9.경 교부받은 2억 원 관련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등손실)의 점은 각 무죄.
원심판결의 무죄 부분 중 각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의 점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 판결 중 위 무죄 부분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 관련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범죄가중법’이라고 한다) 위반(뇌물)의 점에 관한 사실오인, 법리오해
1) 포괄적 뇌물죄에서의 직무관련성과 대가관계
대법원은 대통령에 대한 금품의 공여가 대통령의 직무와 전체적·포괄적으로 대가관계에 있다고 인정되면 뇌물죄의 성립을 긍정함으로써 형법전에 규정되지 않은 이른바 포괄적 뇌물죄를 정립하였고, 국회의원의 수뢰행위에 대하여도 위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였다. 즉, 대통령의 포괄적이고 막강한 직무권한을 ‘염두에’ 두고 금품이 제공되었다면 구체적 직무행위가 특정되지 않더라도 대가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하고, 사실상 대통령에게 제공된 금품은 ‘항상’ 직무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실체를 가지게 되며,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순수한 취지에서 돕기 위한 통치자금·정치자금 등은 인정될 여지가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러한 대법원 판례에 정면으로 배치되고, 사실상 대통령의 통치행위를 인정하여 이를 법원의 사법판단 대상에서 제외하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2) 직무관련성에 관한 원심 판단의 부당성
대통령은 헌법, 정부조직법, 국가정보원법 등에 따라 국정원을 지휘·감독하는 법령상의 직무권한이 있고, 이는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직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구체적으로 담당하는 업무이며, 대통령의 국정원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이 대통령의 직무에 속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이상 이에 관하여 대통령에게 금품을 공여하면 바로 뇌물공여죄가 성립한다(대통령 직무의 내용 및 국정원장과의 관계). 국정원장인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이 피고인과 업무상으로 만나 조언을 해주었던 것 이외에 특별히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특별사업비의 상납이 대통령과의 교분상 필요에 따라 전달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특수한 사적인 친분이 존재하는지 여부). 국정원장들은 대통령에게 특별사업비를 지급하는 것이 위법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대통령으로부터 국정원에 대한 포괄적인 선처를 바라는 기대나 국정원 또는 국정원장에게 불이익이 생기지 않게 해달라는 기대에서 국정원장 재임 기간 줄곧 대통령에게 특별사업비를 전달하였다(특별사업비 지급 경위). 특별사업비가 은밀한 방법으로 교부되었다는 점은 특별사업비의 상납이 직무와 관련한 금전의 수수라는 불법·부당성을 현출하는 것이다(특별사업비의 전달 방법). 국정원장들은 거액의 특별사업비를 매월 지속적으로 피고인에게 전달하였고, 그러한 정기적인 지급은 전형적인 상납의 형태를 갖춤으로써 뇌물의 행위정형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전달된 특별사업비의 규모 및 시기). 국정원장들은 피고인으로부터 국정원의 인사, 예산, 조직, 일반 업무 등과 관련하여 포괄적인 편의 제공을 얻을 수 있었고, 이러한 상시적 업무 외에도 ‘국정원 댓글 사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사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의혹 사건’ 등 구체적 현안에 직면한 국정원장으로서는 대통령의 힘과 권력에 의지하면서 조직의 입지를 공고히 하려고 기대하고 있었다(교부자인 국정원장이 얻을 이익이 있었는지 여부). 대통령과 국정원장들의 직무가 밀접한 관련이 있고, 서로간에 특별한 친분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매월 1억 원 상당의 거액을 정기적으로 은밀하게 전달하였고, 위법성을 인식하면서도 자발적으로 증액을 하거나 명절에 추가로 현금을 전달하는 등 제반 정황에 비추어 보면 대통령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대통령 직무집행의 공정성이 의심받을 여지가 있었는지 여부). 피고인은 전달된 특별사업비에 대하여 전속적인 처분 권한을 가지고 이를 관리, 사용하였으며, 그중 일부는 자신의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기도 하였으므로, 피고인의 내심의 의사는 국정 수행을 위한 예산지원의 의사로 특별사업비를 전달받은 것이 아니라 불법·부당한 보수를 수수하려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특별사업비의 관리, 사용).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으로부터 교부받은 각 특별사업비가 피고인의 직무에 관련된 대가로서 뇌물로 지급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도 뇌물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이 부분 원심판결에는 뇌물수수죄의 직무관련성과 대가관계에 관하여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3) 직무관련성의 인식에 관한 원심 판단의 부당성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과 그 외 국정원 근무자들의 진술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의 특별사업비 상납에는 국정원에 대한 포괄적인 편의 제공을 바라는 기대나 최소한 피고인에 대하여 국정원 또는 국정원장에게 불이익이 생기지 않게 해달라는 기대가 수반되어 있었으므로,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에게 뇌물공여의 직무관련성 및 대가관계에 대한 인식이 있었고, 피고인 또한 이에 대한 인식이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도 원심은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에게 청와대에 예산을 지원한다는 의사만 있었을 뿐 특별사업비 공여로 인한 대가나 혜택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이 부분 원심판결에는 뇌물의 직무관련성과 대가관계에 대한 뇌물수수자와 뇌물공여자의 인식에 관하여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4)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죄의 공범과 뇌물수수죄의 성립에 관한 원심 판단의 부당성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죄와 뇌물공여 및 뇌물수수죄는 보호법익을 달리하므로, 단순히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죄의 공범이라는 이유만으로 뇌물수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고,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죄의 공범인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과 피고인 사이에 특별사업비 교부에 대한 상호 약정이 없었던 이상 위 특별사업비의 교부를 공범 사이의 내부적인 이익 분배로 평가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이 피고인에게 교부한 특별사업비가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 범행의 공범들 사이에서 그 횡령금을 귀속시킨 결과에 불과하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이 부분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죄와 뇌물죄의 보호법익 및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나. 공소외 8 관련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의 점에 관한 사실오인, 법리오해
1) 포괄적 뇌물죄에서의 직무관련성과 대가관계
검사는 이 부분 항소이유를 위 제1의 가, 1)항 기재와 같은 취지로 주장한다.
2) 직무관련성에 관한 원심 판단의 부당성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명을 받아 국정원의 조직, 정원 및 운영 전반에 걸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점, 대통령 비서실장이 매월 5,000만 원의 거액을 전달받은 것을 두고 사적인 친분에 따른 의례상 대가라고 볼 수는 없는 점, 국정원장의 인사청문회, 국정원에 대한 국정감사, 국정원의 예산편성 등 국정원 현안에 대한 동향 파악 및 대응과 같이 공소외 3이 공소외 8로부터 얻을 이익도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국정원장이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장에게 국정원 예산 중 일부를 전달하였다는 사실만으로도 비서실장 직무집행의 공정성이 의심받을 여지가 충분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8이 공소외 3으로부터 교부받은 특별사업비가 공소외 8의 직무와 관련한 대가로서 지급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뇌물수수죄의 직무관련성과 대가관계에 관하여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3) 피고인과 공소외 8의 공모관계에 관한 원심 판단의 부당성
공소외 3이 공소외 8에게 특별사업비를 교부한 것은 피고인의 자금지원 요구에 따른 것이고, 공소외 8은 이러한 사정을 인식하고서도 피고인의 영향력과 지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려는 의사의 합치를 이룸으로써 순차적, 암묵적 공모하에 실행행위를 강화하였다. 또한 위 특별사업비 교부가 중단된 이유도 공소외 8의 건의에 따른 피고인의 최종 결정이었고, 공소외 8은 교부받은 특별사업비 중 자신이 사용하고 남은 돈을 피고인에게 교부하였다. 이처럼 전체 범행에서 피고인이 차지하는 지위, 역할이나 장악력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공소외 8과 암묵적으로 공모하여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하여 범죄를 실행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도 원심은 공소외 8이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전달되는 특별사업비를 수동적으로 교부받는 지위에 있었을 뿐이어서 피고인과 공소외 8 사이에 뇌물수수에 관한 공모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이 부분 원심판결에는 공모관계에 관하여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다. 공소외 3으로부터 2016. 9.경 교부받은 2억 원 관련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의 점에 관한 사실오인, 법리오해
1) 피고인의 요구에 따라 국정원으로부터 자금이 전달되기 시작하여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국정원 자금을 전달받아 왔고, 2016. 9.경에는 피고인이 직접 2억 원을 전달받았던 점, 공범인 공소외 4, 공소외 7을 통하여 국정원 자금이 전달되어 이 부분 범행이 이루어진 점, 피고인이 위 2억 원을 전달받아 격려금 등으로 사용함으로써 결국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 범행이 완성되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2억 원의 국고손실 범행에 대해서도 피고인이 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
3) 그런데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고 방조범으로서의 책임도 인정하지 않은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라. 추징에 관한 법리오해
마.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6년)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검사의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 관련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의 점에 관한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가) 피고인은 원심 판시 범죄사실 제1의 가항 기재와 같이 2013. 5.경부터 2014. 4.경까지 공소외 1로부터 총 12회에 걸쳐 매월 5,000만 원씩 합계 6억 원의 뇌물을 수수하였다.
나) 피고인은 원심 판시 범죄사실 제1의 나항 기재와 같이 2014. 7.경부터 2015. 2.경까지 공소외 2로부터 총 8회에 걸쳐 매월 1억 원씩 합계 8억 원의 뇌물을 수수하였다.
다) 피고인은 원심 판시 범죄사실 제1의 다항 기재와 같이 2015. 3.경부터 2016. 7.경까지 공소외 3으로부터 총 19회에 걸쳐 매월 1억 원씩 합계 19억 원의 뇌물을 수수하였다.
라) 피고인은 2016. 9.경 공소외 3으로부터 2억 원의 뇌물을 수수하였다.
2) 원심 판단의 요지
원심은 다음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으로부터 교부받은 특별사업비가 피고인의 직무와 관련한 대가로서 지급된 것이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가) 대통령 직무의 내용 및 국정원장인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과의 관계
관련 법령과 관련자들의 진술에 의하면, 대통령과 국정원 내지 국정원장은 매우 밀접한 업무적 관계에 있으나, 대통령과 국정원장 사이의 밀접한 업무적 관련성은 법령에 정한 권한과 직무 등에 따른 당연한 결과일 뿐이므로, 국정원장과 대통령 사이에 금품이 오갔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그와 같은 금품의 수수가 곧바로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이 있는 것이라거나 직무에 대한 대가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금품 교부의 경위나 당사자 사이의 의사 등 여러 다른 사정들을 함께 살펴서 이를 판단하여야 한다. 다른 한편 대통령은 국정원에 대하여 법률상, 사실상 막강한 권한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국정원도 대통령의 직속기관으로서 국가안보에 관한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위하여 대통령의 지휘·감독을 받아 그 업무를 수행하는 관계에 있으므로 국정원장으로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대통령의 지시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어서, 대통령의 지시 또는 요구에 의하여 금품이 교부된 경우에 위와 같은 대통령과 국정원장 간의 객관적 업무관련성만을 들어 곧바로 뇌물로서의 직무관련성이나 대가관계를 인정하는 것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나) 국정원장 특별사업비의 지급 경위
⑴ 공소외 1은 피고인의 요구나 지시를 받고서 또는 적어도 그러한 요구나 지시가 있는 것으로 믿고서 그에 수동적으로 응하여 특별사업비를 지급하게 된 것으로 보이고, 공소외 2, 공소외 3은 이전부터 이어져 온 피고인의 요구나 지시에 수동적으로 응하여 특별사업비를 지급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⑵ 한편 공소외 2가 청와대에 매월 지급하는 특별사업비 규모를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증액한 것은 소위 친박세력의 대표적 인물인 공소외 9의 요청 등을 고려하여 정한 것이므로 1억 원으로 증액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특별사업비 지급의 경위나 성격이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 또한 공소외 3의 경우 2016. 8.경 피고인의 자금지원 중단 지시를 받고서 수동적으로 중단하였다가, 2016. 9.경 공소외 5로부터 피고인이 금전적으로 힘들어한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고, 피고인의 자금 요청이 있는 것이라고 이해하여 특별사업비 2억 원을 다시 지급하게 된 것으로 보이므로, 위 2억 원이 종전에 매월 1억 원씩 지급하던 것과 그 성격을 전혀 달리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⑶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이 이 사건 특별사업비를 전달하기 이전에도 국정원에서 청와대에 국정원 자금을 전달하는 관행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적어도 이들이 피고인의 요구나 지시에 대하여 별다른 거부감이나 문제의식 없이 특별사업비를 전달하게 된 데에는 이와 같은 종전의 관행에 대한 인식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⑷ 한편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이 피고인의 지시를 받고 지급한 특별사업비는 그 성격상 횡령금에 해당하고 피고인과 공모하여 횡령행위를 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어서 그와 같이 횡령하여 피고인에게 지급된 특별사업비는 국고손실 범행의 공범들 사이에서 횡령금을 귀속시킨 결과에 불과하다고 볼 여지가 크다.
다) 피고인과 국정원장들의 인식 및 의사
공소외 1은 국정원장 인사청문회 준비과정에서 청와대 예산 중 일부가 국정원장 특별사업비에 포함되어 있다는 말을 듣고 공소외 4의 요청을 받은 후 청와대에 돌려준다는 의사로 특별사업비를 지급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외 2, 공소외 3 역시 종전부터 이어져 오던 피고인의 요구나 지시에 따라 청와대에 예산을 지원한다는 의사로 특별사업비를 지급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정원의 조직체계나 대통령과의 업무 관계 등에 비추어 보면 국정원장인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이 대통령인 피고인을 보좌하는 직속 하부기관의 입장에서 청와대에 예산을 지원한다는 의사로 특별사업비를 지급하였을 가능성은 충분한 것으로 보이고,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이 피고인이나 청와대로부터 구체적으로 어떠한 대가나 혜택을 바라고 특별사업비를 지급하였다고 볼만한 자료는 없다.
라) 특별사업비의 전달 방법
피고인은 공소외 4와 공소외 6에게 국정원으로부터 돈이 오면 받으라고 지시하였고, 국정원장들은 전달자들인 공소외 10, 공소외 11, 공소외 5에게 국정원장 특별사업비 중 일부를 청와대에 가져다주라는 지시를 하였을 뿐, 구체적인 전달 방법을 지시하거나 보고받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별사업비가 은밀하게 전달되기는 하였으나 전달자들의 진술 취지는 국정원 자금이 청와대 내지 외부기관에 전달되는 것이 알려지면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고, 부정한 돈을 전달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마) 특별사업비의 지급 시기 및 액수
국정원장들은 매월 1회 5,000만 원 또는 1억 원을 장기간에 걸쳐 기계적·정기적으로 지급하였는데, 이러한 장기간의 정기적인 특별사업비의 지급은 상당한 정도의 은밀함이 요구되는 뇌물의 통상적인 지급방식과 비교할 때 상당히 이례적이다. 2015. 9.경 및 2016. 1.경 매월 지급되던 1억 원에 더하여 1억 원이 추가로 지급되었으나 이는 추석과 설을 맞이하여 그런 것으로 종전과 마찬가지로 국정원 예산을 청와대에 지원한다는 의사로 추가로 자금을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
바) 교부자인 국정원장이 얻을 이익이 있었는지 여부
고위공무원이 임명에 대한 보답으로 기관 자금을 횡령하여 대가를 지급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국정원장이 대통령에게 금품을 지급함으로써 국정원장의 직무수행이나 국정원 현안에 관한 각종 편의를 기대한다는 것도 다소 막연하거나 추상적일 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뇌물공여의 동기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한편, 공소외 1이 국정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속칭 ‘국정원 댓글 사건’, ‘NLL 대화록 공개 사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등과 관련하여 국정원의 개혁을 요구하는 국정원 관련 현안이 일부 존재하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러한 현안 때문에 특별사업비를 교부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또한 이러한 현안들은 국정원뿐만 아니라 청와대 자체에 중요한 현안이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청와대가 이에 대하여 국회의 동향을 파악하고 청와대의 의견을 여당에 전달하는 등의 행동을 취한 것이 특별사업비 전달에 대한 대가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 대통령인 피고인의 직무집행의 공정성이 의심받을 여지가 있는지 여부
국정원장인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은 대통령의 직속 하위기관으로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역할을 담당할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지휘·감독을 받는 국정원장으로서 사실상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정원장이 대통령에게 국정원 예산 중 일부를 전달하였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대통령의 국정원 내지 국정원장에 대한 직무집행에 관하여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경우를 쉽게 상정하기 어렵고, 구체적으로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할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아) 피고인이 전달받은 특별사업비의 사용처 관련
피고인이 국정원장들로부터 전달받은 특별사업비 중 일부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였다는 점에 대한 증명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피고인이 전달받은 특별사업비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할 것이라는 점을 국정원장들이 알았다거나 이를 용인하였다고 볼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 피고인이 특별사업비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였다는 검사의 주장 사항은 국정원장들과 피고인 사이의 특별사업비 전달에 관한 직무관련성 내지 대가성을 판단하는 근거로 삼기는 어렵다.
3) 이 법원의 주1)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한 위 사정들에다가 위 각 증거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 각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판단을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검사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 이른바 포괄적 뇌물죄에서의 직무관련성과 대가관계
⑴ 형법 제129조 에서 정한 뇌물수수죄는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여야 하므로, 공무원의 금품수수와 그 직무와의 관련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직무의 내용 또는 범위를 먼저 확정하여야 한다. 원심이 ‘1) 대통령의 직무 내용 및 국정원장인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과의 관계’라는 제목 아래 대통령과 국정원장의 직무 내용, 양자의 관계 등에 관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인정한 다음, “대통령과 국정원 내지 국정원장은 매우 밀접한 업무적 관계에 있다.”고 설시한 것(원심판결문 제50∼52면)도 이에 대하여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원심은 대통령과 국정원장 사이에 밀접한 업무관련성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대통령의 금품수수가 곧바로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이 있는 것이라거나 직무에 대한 대가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고, 대법원 판례에서 적시하고 있는 사정들, 즉 금품 교부의 경위나 당사자 사이의 의사 등 여러 다른 사정들을 함께 살펴서 직무관련성 및 대가관계의 존재 여부를 판단하였을 뿐이며, 피고인의 금품수수 행위가 이른바 통치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지도 않았다.
⑵ 검사는 대법원이 대통령의 뇌물죄와 관련하여 형법전에 규정되지 않은 이른바 포괄적 뇌물죄를 정립하고, 이러한 법리를 국회의원의 수뢰행위에도 그대로 적용해 왔는데, 원심이 이러한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판단을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대법원 1997. 4. 17. 선고 96도3377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도2609 판결 을 들고 있다.
그러나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뇌물은 대통령의 직무에 관하여 공여되거나 수수된 것으로 족하고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적 관계에 있을 필요가 없으며, 그 직무행위가 특정된 것일 필요도 없다. 그리고 정치자금, 선거자금, 성금 등의 명목으로 이루어진 금품의 수수라 하더라도 직무행위의 대가로서의 실체가 있는 한 뇌물로서의 성격을 잃지 않는다.”는 법리를 설시한 다음,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바와 같이, 대통령에 대한 금원 공여의 취지가 기업경영과 관련된 경제 정책 등을 결정·집행하고 금융·세제 등을 운용함에 있어서, 우대를 받거나 최소한 불이익이 없도록 하여 달라거나 국책사업에 우선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하여 달라는 데에 있었던 것인 이상, 그것만으로도 앞서 본 대통령의 직무와 그 금원의 공여가 대가관계에 있음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위 금원은 모두 대통령의 직무행위에 대한 대가로서 뇌물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위 97도2609 판결 은 “국회의원이 그 직무권한의 행사로서 의정활동과 전체적·포괄적으로 대가관계가 있는 금원을 교부받았다면 그 금원의 수수가 어느 직무행위와 대가관계에 있는 것인지 특정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는 국회의원의 직무에 관련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즉, 위 대법원판결들은 금전의 교부와 대통령 또는 국회의원의 직무 사이에 전체적으로 대가관계가 존재한다고 인정되는 사안에 관한 것이고, 검사의 주장과 같이 “사실상 대통령에게 제공된 금품은 ‘항상’ 직무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실체를 가지게 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고 볼 수 없다.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더라도 특별사업비의 수수와 피고인의 직무 사이에 전체적·포괄적인 대가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의 판단이 위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배치된다고 볼 수 없다.
나) 직무관련성과 대가관계의 존재 여부
⑴ 공소외 1은 원심 법정에서 “국정원에 편성되어 있는 예산을 정보본부에서 집행하듯이 청와대에서 집행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진술하였고(공판기록 제2권 511면), 공소외 2는 검찰에서 “예산 전용이 되는가보다고 생각하였다.”고 진술하고(증거기록 제5권 6532면), 원심 법정에서 “국정원에서 청와대에 조금씩 지원하는 것이 있는구나 하는 일반적인 상식으로 임하였다.”고 진술하였으며(공판기록 제2권 593면), 공소외 3은 원심 법정에서 “대통령은 안보의 총책임자니까 어떤 방식으로 안보 행위를 하는지 알 수는 없으나, 지원된 자금이 안보나 국정 운영에 사용된다고 하는 신뢰 속에서 이루어졌다.”고 진술하였고(공판기록 제2권 720면), 2016. 9.경 지급한 2억 원에 대해서도 “대통령께서 나를 잘 봐주겠다는 생각으로 지원한 것은 아니다.”고 진술하였다(공판기록 제2권 728면). 이러한 진술들을 종합해보면, 국정원장인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은 국정원의 예산을 청와대에 지원한다는 의사로 특별사업비를 교부한 것으로 보일 뿐이고, 피고인에게 어떠한 대가를 바라고 특별사업비를 교부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⑵ 검사는 원심이 국정원장들로서는 대통령의 지시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우므로 바로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거나 기존 관행의 연장선에서 대통령에게 금원을 교부하는 것은 뇌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식으로 판단한 것은 사실상 대통령의 통치행위를 인정하여 사법판단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부당하다고 주장하나, 원심은 국정원장들이 피고인에게 제공한 자금의 대가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따지면서 그와 같은 사정을 일부 언급한 것에 불과하고, 통치행위라는 개념에 입각하여 사법판단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 아니다.
다) 뇌물성에 관한 당사자들의 인식 여부
⑴ 국정원장들은 청와대에 예산을 지원한다는 의사로 특별사업비를 교부하였다. 한편, 공소외 2가 매월 교부하던 금액을 1억 원으로 증액하고, 공소외 3이 추석과 설에 추가로 1억 원을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원심이 설시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청와대에 예산을 지원한다는 의사에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⑵ 특별사업비의 교부가 중단되었다가 2016. 9.경 다시 2억 원이 지급된 경위와 관련하여, 공소외 3은 원심 법정에서 “공소외 5로부터 대통령이 금전적으로 힘들어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통령이 간접적으로 돈을 요청하는 것으로 이해하여 교부하였다. 직접적으로 대통령으로부터 요청받은 사실은 없다.”고 진술하였고(공판기록 제2권 726, 727면), 공소외 5는 원심 법정에서 “공소외 4가 저한테 팁을 하나 주겠다고 하며 대통령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해주어서, 그것을 제가 원장님께 보고하였다. 공소외 4가 이번에는 공소외 7에게 전달하라고 하였고, 장소는 이전과 대동소이했다.”고 진술하였으며(공판기록 제1권 328, 330면), 공소외 4는 원심 법정에서 “공소외 5와 전화통화를 하며 대통령이 필요하다면 명절 때 격려금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말하였다. 공소외 7을 통해 전달하라고 하였고, 특별한 이유 없이 공소외 7이 받아야 될 것 같다고 단순히 생각했다. 이전에 지급한 특별사업비와 그 성격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진술하였고(공판기록 제3권 1144, 1162면), 공소외 7은 검찰에서 “공소외 4가 그러라고 해서 직접 드렸을 뿐 만약 공소외 4가 공소외 6에게 전달하라고 했으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제5권 4320면). 이러한 진술들을 종합하여 보면, 적어도 공소외 3은 2016. 9.경 교부한 2억 원도 이전에 지급해 왔던 특별사업비와 마찬가지로 피고인의 자금 요청이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수동적으로 이에 응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기존에 교부되던 특별사업비와 달리 위 2억 원이 공소외 7을 통해 피고인에게 전달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공소외 4의 지시에 따른 것일 뿐이어서 그러한 사정만으로 교부자인 공소외 3이 이 부분 2억 원을 기존의 특별사업비와 전혀 다른 성격의 것이라고 인식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⑶ 피고인은 원심 법정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예산이 있으며 이를 전 정부에서도 관행적으로 받아 사용을 하였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이면 지원을 받아 업무에 필요한 경비로 사용하라고 한 사실이 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제출하였다(공판기록 제1권 219면, 제4권 1984면). 이러한 진술서 내용에 비추어 보면, 국정원 자금을 교부받은 피고인도 위 자금이 뇌물에 해당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⑷ 피고인이 전달받은 특별사업비 중 일부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였다는 점을 국정원장들이 알았거나 이를 용인하였다고 볼 아무런 증거도 없다. 오히려 앞서 본 국정원장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의 각 진술에 의하면, 이들은 대통령인 피고인이 위 특별사업비를 국가안보를 위해 포괄적으로 사용하거나 적어도 청와대의 예산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신뢰한 것으로 보인다.
라) 횡령금의 분배에 불과한지 여부
원심이 원용한 대법원 2007. 10. 12. 선고 2005도7112 판결 은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공무원이 공사업자와 계약금액을 부풀려서 계약하고 그 부풀린 금액을 자신이 되돌려 받기로 사전에 약정한 다음 그에 따라 돈을 수수한 사안에서 그 돈의 성격을 뇌물로 볼 것인지, 횡령(국고손실)한 것으로 볼 것인지 여부는 그 판시와 같은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은 이와 같은 취지에서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공동정범들 사이의 내부적인 분배행위에 불과한 사안에서는 사기죄 또는 업무상배임죄와 별도로 배임수증재죄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수재등)죄의 성립을 부정하였다( 대법원 2013. 10. 24. 선고 2013도7201 판결 , 대법원 2016. 5. 24. 선고 2015도18795 판결 등 참조). 즉, 위 대법원판결은 횡령죄의 공동정범 사이에 횡령금을 분배한 경우 뇌물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일반적 법리를 선언한 것이 아니라 당해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심이 “피고인은 처음부터 특별사업비 예산을 임의로 전용하여 이를 사용할 의사로 공소외 1에게 요구하여 특별사업비를 전달받은 것이므로 공소외 1과 공모하여 국고손실의 횡령행위를 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어서, 그와 같이 횡령하여 피고인에게 지급된 특별사업비는 국고손실 범행의 공범들 사이에서 그 횡령금을 귀속시킨 결과에 불과하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한 다음, 이러한 “기본적 구조는 공소외 2, 공소외 3에 대한 부분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판시한 것(원심판결문 제54∼55면)은 적절하지 아니하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에게 뇌물수수죄의 직무관련성과 대가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결과적으로 원심의 이러한 잘못은 판결 결과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나. 공소외 8 관련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의 점에 대한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공소외 8과 공모하여 원심 판시 범죄사실 제2항 기재와 같이 2016. 6. 초순경부터 2016. 8. 초순경까지 공소외 3으로부터 총 3회에 걸쳐 매월 5,000만 원씩 합계 1억 5,000만 원의 뇌물을 수수하였다.
2) 원심 판단의 요지
원심은 다음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외 3이 공소외 8에게 지급한 특별사업비가 공소외 8의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의 직무와 관련한 대가로서 지급된 것이라거나 피고인이 공소외 8과 공모하여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의 직무와 관련한 대가로서 이를 수수한 것이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가)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정원장의 관계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정원장은 모두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보좌하는 직속기관이고,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업무를 보좌하여 국정원의 업무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 업무의 밀접성 또는 직무상 관련성이 인정되기는 하나, 금품 교부의 경위나 당사자 사이의 의사 등 여러 다른 사정들을 함께 고려하여 이를 판단하여야 한다.
나) 특별사업비의 지급 및 중단 경위
공소외 3은 피고인의 지시를 받고 공소외 8에게 특별사업비를 지급하게 된 것으로 보이고, 공소외 8 역시 피고인의 지시로 공소외 3이 지급하는 특별사업비를 수동적으로 교부받은 것으로 보인다. 특별사업비 지급이 중단된 경위도 피고인의 중단 지시에 따라 수동적으로 특별사업비 지급과 수수가 중단된 것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다) 특별사업비 전달 및 보관 방법
국정원장 비서실장 공소외 12가 공소외 8의 수행비서였던 공소외 13의 안내로 청와대 정문을 통과하여 공소외 8의 집무실로 찾아가 공소외 8에게 지급한 특별사업비는,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통상적인 뇌물의 전달 방법과 비교하여 볼 때 어느 정도 공식적인 방법을 통하여 전달된 것으로 보이는 면이 있다. 공소외 8은 국정원으로부터 자금을 받은 사실을 숨기지 않고 자신의 수행비서인 공소외 13에게 얘기하면서 현금 보관 방법을 문의하기도 하였다는 것인데, 이는 전달받은 자금을 뇌물로 인식한 사람의 행동으로 보기에는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라) 공소외 3, 공소외 8의 인식 및 의사 공소외 3은 적어도 피고인 또는 청와대로부터 비서실 운영비 지원 요구를 받고 이를 지원한다는 의사로 특별사업비를 지급하게 되었고, 공소외 8도 피고인의 지시에 의해 비서실 운영비로 이를 지원받는 것으로 인식하였다고 볼 여지가 크다. 뿐만 아니라 공소외 8은 비서실장 사임 당시 남아 있던 국정원장 특별사업비 3,000만 원을 피고인에게 반납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데, 이는 공소외 8이 공소외 3으로부터 전달받은 특별사업비를 자신의 직무와 관련한 대가로 인식하였다기보다는 비서실 차원에서 피고인을 통해 공식적인 운영비를 지원받은 것으로 인식하였다는 공소외 8의 주장에도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 교부자인 국정원장이 얻을 이익이 있는지 여부
대통령 지시 이외에 달리 공소외 3이 공소외 8에게만 특별사업비를 지급하였어야 할 특별한 동기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자료가 보이지 않는다. 국정원장이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금품을 지급함으로써 국정원장의 직무수행이나 국정원 현안에 관한 각종 편의를 기대한다는 명목은 지나치게 막연할 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뇌물공여의 동기로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공소외 8이 2016. 7. 13. 국회 운영위원회, 2016. 10. 21.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각 출석하여 국회에서 국정원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공소외 8의 위와 같은 발언들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입장에서 정부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보일 뿐 특별히 국정원장인 공소외 3의 특별사업비 전달에 대한 대가로 행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앞서 본 특별사업비 지원 경위를 더하여 보면 공소외 3이 위와 같은 구체적 현안이 있을 것을 예상하고 특별사업비를 지급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바) 대통령 비서실장의 직무집행의 공정성이 의심받을 여지가 있는지 여부
국정원장이 대통령의 지시로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국정원 예산 중 일부를 전달하고 대통령 비서실장도 대통령의 지시에 응하여 이를 수동적으로 교부받은 이 사건에서 그러한 금품 교부와 수수의 사실만으로 대통령 비서실장의 국정원 내지 국정원장에 대한 직무집행에 관하여 공정성이 의심받을 것이라고는 쉽사리 단정하기 어렵다.
사) 공소외 8이 피고인과 공모하였는지 여부
공소외 8이 피고인에게 먼저 국정원 자금지원을 요청하였다거나 공소외 3에게 직접 자금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지급되는 금액의 범위, 전달 방법, 전달 명목 등에 관하여 피고인과 사이에 어떠한 의사연락이 있었던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공소외 8은 피고인의 지시에 의해 공소외 3으로부터 전달되는 국정원 자금을 수동적으로 교부받는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소외 8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특별사업비가 자신의 직무와 관련한 대가라기보다는 비서실 운영비로 대통령이 내려주는 금원이라 생각하고 교부받았을 여지가 큰 것으로 보이는데, 공소외 8이 대통령 지시에 의해 공소외 3으로부터 전달되는 돈이 국정원 자금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를 교부받았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공소외 8이 이 사건 특별사업비를 자신의 직무에 관한 대가로서 전달받는 데 피고인과 의사연락을 하였다거나 특별사업비 전달 관련한 범행을 분담한다는 상호이해 하에서 특별사업비를 전달받은 것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다.
3) 이 법원의 주2)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한 위 사정들에다가 위 각 증거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 각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판단을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검사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 이른바 포괄적 뇌물죄에서의 직무관련성과 대가관계
위 제2의 가, 3), 가)항 기재와 같다.
나) 직무관련성과 대가관계의 존재 여부
⑴ 공소외 3은 검찰에서 “업무적 관련성을 고려하여 지원한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지시했기 때문이다.”라고 진술하고(증거기록 제5권 별책 1권 116면), 원심 법정에서 “비서실 운영비로 사용할 것으로 알고 전달하였다.”고 진술하였다(공판기록 제2권 730면). 이러한 진술에 의하면, 공소외 3은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공소외 8에게 특별사업비를 교부한 것으로 보이고 공소외 8에게 국정원 업무에 대한 편의 제공 등 어떠한 대가를 바라고 특별사업비를 교부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⑵ 검사는 원심이 대통령의 지시 내지 요구를 공소외 3의 예산지원 의사 존재의 주된 논거로 사용함으로써 사실상 대통령의 통치행위를 인정하였다고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심은 대가관계의 존재 여부를 판단하면서 그러한 사정을 고려한 것에 불과하고, 원심이 통치행위 논리에 입각하여 판단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⑶ 검사는 공소외 8이 공소외 3으로부터 교부받은 1억 5,000만 원을 사적으로 사용하였다고 주장하나, “업무용으로 쓴 것으로 진술해달라고 부탁받았다. 그 많은 돈을 어떻게 쓰셨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공소외 13의 검찰 진술(증거기록 제6권 별책 1권 382면)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공소외 8은 1억 5,000만 원 중 직원 격려금 등으로 사용하고 남은 3,000만 원을 비서실장 사임 당시 피고인에게 반환한 것으로 보인다.
다) 뇌물성에 관한 당사자들의 인식 여부
⑴ 공소외 3은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특별사업비를 교부하였고, 대통령의 지시와 별개로 대통령비서실의 운영비를 지원한 것은 아니다. 공소외 8은 국정원 자금을 받은 뒤 대통령에게 그 사용방법을 질문하여 비서실 운영경비로 사용하라는 말을 듣고 대통령이 주는 돈이라고 생각하였다.
⑵ 피고인은 원심 법정에서 “공소외 3에게 공소외 8 비서실장이 경비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를 지원해 줄 수 있으면 지원해 주라고 말을 한 사실이 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제출하였다(공판기록 제1권 219면). 이러한 진술서 내용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8에 대한 특별사업비 지급을 지시한 피고인도 위 자금이 뇌물에 해당한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라) 횡령금의 분배에 불과한지 여부
위 제2의 가, 3), 라)항에서 본 바와 같이 원심이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공소외 8에게 지급된 특별사업비는 국고손실 범행의 공범인 공소외 3과 피고인이 그 횡령금을 귀속시킨 결과에 불과하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시한 부분(원심판결문 제73면)은 적절하지 아니하나, 원심의 이러한 잘못은 판결 결과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다. 공소외 3으로부터 2016. 9.경 교부받은 2억 원 관련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의 점에 관한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국정원장 공소외 3, 국정원 기조실장 공소외 5와 공모하여 2016. 9.경 공소외 7이 대통령 관저로 직접 가지고 온 2억 원이 들어있는 국정원 서류가방을 전달받아 국고를 손실하였다.
2) 원심 판단의 요지
원심은 다음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외 3과 피고인 사이에 명시적 또는 묵시적인 의사의 연락이 있었다거나 피고인에게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한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가) 기록을 살펴보아도 2016. 9.경 공소외 3이 특별사업비를 불출하여 피고인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이 이를 지시 또는 요구하거나 이에 관여하였다고 볼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 특히 공소외 3은 2016. 8.경 피고인의 명시적인 지시에 따라 특별사업비 지급을 중단하였는데, 이로써 공소외 3과 피고인 사이의 특별사업비 지급에 관한 공모관계는 단절된 것으로 보이고, 달리 피고인과 공소외 3 사이의 공모관계가 암묵적으로 이어졌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
나) 오히려 공소외 3이 피고인에게 2016. 9.경 특별사업비 2억 원을 지급하게 된 경위에 관한 공소외 3, 공소외 4, 공소외 5, 공소외 7의 각 진술을 종합해보면, 공소외 3이 피고인에게 2억 원을 지급하게 된 계기는 공소외 4와 공소외 5가 청와대 사정에 관하여 나눈 이야기를 공소외 5가 공소외 3에게 보고함에 따른 것으로 보일 뿐, 달리 피고인이 공소외 3에게 직접 특별사업비 지급을 지시하거나 공소외 4를 통하여 그러한 지시를 하였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다) 또한 비록 피고인이 공소외 3으로부터 전달받은 2억 원이 국정원 자금이라는 사실을 알고서 이를 지급받았다고 하더라도, 특별사업비 불출로 인한 횡령행위는 그 행위의 특성상 국정원장 공소외 3이 이를 불출 또는 집행함으로써 기수에 이른다고 할 것이므로( 대법원 2004. 12. 9. 선고 2004도5904 판결 등 참조), 단순히 피고인이 국정원으로부터 온 자금이라는 사실을 알고 교부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공소외 3의 특별사업비 불출 등 횡령행위에까지 개입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이는 오히려 특별사업비 불출로 인한 횡령 범행이 기수에 이른 이후에 사후적으로 지급받은 것으로 보일 뿐이다(검사는 피고인과 공소외 3 사이의 공모관계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피고인이 국정원 자금임을 알면서 이를 지급받은 이상 공소외 3의 국고손실 범행에 대해 방조범이 성립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피고인이 공소외 3의 국고손실 범행 실행 과정에 관여하였음을 인정하기 어려운 이상 국고손실 범행이 기수에 이른 이후에 사후적으로 특별사업비를 지급받았다고 하더라도 공소외 3의 국고손실 범행에 대한 방조범 역시 성립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3)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한 위 사정들에다가 위 각 증거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 각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판단을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검사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 공소외 3은 2016. 8.경 특별사업비 지급을 중단하게 된 경위에 관하여 원심 법정에서 “공소외 5가 청와대에 더 이상 자금지원이 불필요하다고 하여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진술하였고(공판기록 제1권 724면), 공소외 5는 원심 법정에서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언론보도 등을 계기로 공소외 4에게 문제점을 지적했고, 이후 공소외 4로부터 피고인의 중단 지시를 전달받았다.”고 진술하였으며(공판기록 제1권 325∼327면), 공소외 4도 원심 법정에서 위와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공판기록 제3권 1143면). 위 각 진술에다가 2016. 9.경 특별사업비 2억 원의 지급이 재개된 경위에 관하여 원심이 인정한 공소외 3, 공소외 4, 공소외 5의 각 진술을 종합하여 보면, 2016. 8.경 특별사업비의 지급이 중단되기 이전의 범행에 대한 피고인의 지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2016. 9.경 2억 원의 지급에 대하여도 피고인의 공모관계가 지속되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
나) 위 2억 원의 지급 결정 및 전달 과정에 공소외 4, 공소외 7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보이나, 공소외 4, 공소외 7에 대한 피고인의 지시가 있었다고 볼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 오히려 공소외 4는 원심 법정에서 “국정원에서 2억 원이 올 것이라는 점에 대해 피고인에게 보고한 적 없다.”라고 진술하였고(공판기록 제3권 1146면), 공소외 7도 원심 법정에서 “위 2억 원과 관련하여 사전에 어떤 지시나 언질도 없었다.”고 진술하였다(공판기록 제3권 1225면).
라. 추징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3. 직권판단
가. 국정원장이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는지 여부
1) 원심 판단의 요지
원심은 다음 사정들을 종합하면, 국정원장은 국정원장 특별사업비를 포함한 국정원 전체 예산에 관하여 실질적으로 회계관계업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이하 ‘회계직원책임법’이라고 한다) 제2조 제1호 카목 의 ‘그 밖에 국가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가) 관련 법령 및 국정원 예산회계사무처리규정의 내용을 종합하면, 국정원장은 ① 국정원의 업무를 총괄하고 국정원의 회계에 관한 사무를 관리하며 재무관인 기조실장 등을 지휘·감독하는 지위에 있고, ② 국정원 예산안에 대한 재가 및 예산 신청에 대한 심사 등 예산편성 절차와 연간 결산보고서, 매월 지출원인행위액 보고서 및 관서운영경비 정산보고서에 대한 심사 등 결산 절차 등에 관여하게 되어 있으며, ③ 국정원장 직속의 감사실을 통해 소관 예산에 대한 회계검사를 실시하여 그 보고를 받고 그 결과를 대통령과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하게 되어 있는 등 예산 및 회계업무에 실질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국정원 예산은 국내 및 국외 보안 정보의 수집 및 작성, 국가기밀에 대한 보안업무라는 국정원 직무의 특성상 그 전액이 특수활동비로 편성되어 있고, 이에 국가정보원법은 ① 국정원을 국가재정법상 독립기관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제12조 제1항 , 국가재정법상 독립기관의 예산은 당해 독립기관의 장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② 국정원은 예산 편성 과정에서 세부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총액으로만 기획재정부와 국회 정보위원회에 예산안을 제출할 수 있으며( 제12조 제2항 ), ③ 국회의 예산결산심사나 감사원에 의한 감사과정에서 보안유지를 이유로 예산 집행 세부 내역에 대한 자료 제출이나 답변을 거부할 수 있고( 제13조 제1항 ), ④ 회계책임관이 아닌 국정원장이 그 책임하에 소관 예산에 대하여 회계검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제14조 ), 이러한 배타적이고 독립적인 국정원 예산의 특성에 비추어 보면, 국정원장은 타 국가기관의 장에 비하여 더욱 밀접하게 국정원의 예산, 회계 및 결산과정에 관여할 뿐만 아니라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관리 및 감독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 국정원 기조실장 공소외 5와 예산관 공소외 14의 진술을 종합하면, 국정원장은 실제로 ① 국정원 예산안(예산요구서)의 편성, 예산의 집행결과 및 결산의 결과에 대하여 결재권을 행사하고 있고, ② 각 부서 주요 사업에 대한 예산집행내역에 관하여 보고를 받아 이를 검토하거나 실소요예산에 대하여 재가를 하는 과정에서 국정원 회계 담당자들에 대한 지도·감독을 하며, ③ 직접 회계검사를 지시하고 이를 보고받아 결재하는 등 국정원의 예산편성 및 집행, 결산과 관련하여 실질적인 관리·감독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라) 국정원장 특별사업비의 경우 형식적으로는 그 지출결의서 작성 및 결재권이 기조실장에게 위임되어 있어 국정원장은 이를 배정받아 사용하는 자의 지위에 있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특별사업비의 지출원인행위를 실질적으로 직접 수행하고 이를 승인함에 따라 특별사업비의 집행 절차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지위에 있기도 하다. 이처럼 국정원장은 특별사업비의 집행과 회계검사에 관하여는 국정원의 다른 어느 예산보다도 더욱 직접적이고 밀접하게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2) 이 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회계사무가 원칙적으로 중앙관서의 장의 권한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관련 법령에 따라 중앙관서의 장이 회계관계업무를 소속 공무원에게 위임하고 있거나 또는 관련 법령에서 중앙관서의 장이 스스로 회계관계업무를 처리하도록 규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중앙관서의 장은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러한 법리는 국정원장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결국 국정원장은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 제1호 카목 의 ‘그 밖에 국가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관련 법리
⑴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 는 회계관계직원의 정의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거기에서 중앙관서의 장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명시적으로 열거하지는 않으나, 같은 법 제2조 제1호 카목 은 같은 호 가목 내지 차목 에 열거된 직원 이외에도 '그 밖에 국가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을 회계관계직원으로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호 나목 은 지방자치단체에 관하여도 같은 조 제1호 각 목 에 규정된 자가 집행하는 회계사무에 준하는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역시 회계관계직원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같은 조 제1호 가목 내지 차목 또는 제2호 가목 에 열거된 직명에 따라 회계관계직원으로 구체적으로 지정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업무의 실질에 있어서 회계관계업무를 처리하는 경우에는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한다( 대법원 2001. 2. 23. 선고 99두5498 판결 , 대법원 2004. 10. 27. 선고 2003도6534 판결 등 참조).
⑵ 한편,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회계직원책임법상의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지방재정법 제44조 제1항 , 제49조 제1항 , 제91조 제1항 , 제106조 제1항 등의 규정을 보면 지방자치단체의 회계관계업무는 원칙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권한 사항으로 되어 있고, 그중 특정한 권한을 소속 공무원에게 위임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으므로,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이러한 위임을 하지 않았다거나 또는 법령상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스스로 회계관계업무를 처리하도록 되어 있는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도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 에 규정된 회계관계직원의 범위에 포함된다( 대법원 2001. 2. 23. 선고 99두5498 판결 참조).
⑶ 헌법 제12조 및 제13조 를 통하여 보장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은 범죄와 형벌이 법률로 정하여져야 함을 의미하며, 이러한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법원 2006. 5. 11. 선고 2006도920 판결 참조). 또한 형벌법규는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 대법원 1999. 7. 9. 선고 98도1719 판결 참조).
나) 회계직원책임법의 입법 취지, 규정 체계 및 내용, 개정 경위 등
⑵ 회계직원책임법은 1957. 7. 25. 법률 제441호로 제정되었는데, 제정 당시 재무관·지출관 및 물품출납명령관 등 현금이나 물품 출납에 관계된 직원을 회계관계직원으로 규정하였다. 회계직원책임법의 제안 이유는 ① 회계관계직원으로 하여금 법령 기타 관계 규정에 따라 예산에 정한 바에 의하여 성실한 행위를 할 의무를 갖도록 하고, ② 회계관계직원이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국가 또는 단체에 손해를 끼친 때에는 변상책임을 지도록 하고, 소속장관 또는 감독기관은 감사원의 판정 전에도 변상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며, ③ 위법한 회계관계행위를 명령한 상사에 대하여 연대책임을 지도록 하는 데 있었다.
⑶ 회계직원책임법은 제정 이래 회계관계직원, 상급자, 소속기관의 장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즉, 회계관계직원이라 함은 국가의 예산 및 회계에 관계되는 사항을 정한 관련 법령에 따라 국가의 회계사무를 집행하는 사람으로서 제2조 제1호 각 목 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을 말하고( 제2조 제1호 ), 중앙관서의 장은 회계관계직원이 변상책임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감사원이 판정하기 전이라도 해당 회계관계직원에 대하여 변상을 명할 수 있으며( 제6조 제1항 제1호 ), 위법한 회계관계행위를 지시 또는 요구한 상급자에 대하여 연대하여 변상의 책임을 부과하면서 회계관계직원이 상급자로부터 위법한 회계관계행위의 지시 또는 요구를 받은 경우에 그 회계관계행위를 할 수 없다는 뜻을 소속기관의 장에게 표시하여야 한다( 제8조 )고 규정함으로써 회계관계직원, 상급자, 소속기관의 장을 구분하고 있다.
⑷ 현행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 제1호 카목 의 ‘그 밖에 국가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사람’ 규정은 1981. 12. 31. 법률 제3485호로 개정될 당시 처음으로 신설되었다. 당시 각종 회계관계법령이 제정 또는 개정됨으로써 회계관계직원의 설치와 이에 대한 변상책임의 근거법규가 다양하여 체계성이 결여되어 있었으므로, 이를 흡수·통합하여 규정함으로써 회계관계직원의 변상책임에 관한 기본법적인 지위를 강화하기 위하여 회계직원책임법이 개정되었고, 특히 제2조 는 각종 법령의 규정에 맞추어 회계관계직원의 정의를 통일적으로 규정하기 위하여 개정되었다. 이처럼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 제1호 카목 이 신설된 경과에 비추어 볼 때, 이는 독자적으로 회계관계직원의 지위를 창설하는 근거 규정을 두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각종 법령에 의할 경우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는데도 그 명칭이나 조직 분장이 제2조 제1호 각 목 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변상책임을 면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⑸ 한편 2007. 10. 17. 법률 제8636호로 제정된 국가회계법 제7조 는 중앙관서의 장은 그 소관에 속하는 회계업무를 총괄적으로 수행하도록 하기 위하여 회계책임관을 임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고, 그에 따라 회계직원책임법도 제2조 제1호 의 국가의 예산 및 회계에 관계되는 사항을 정한 법령에 국가회계법을 추가하고, 제2조 제1호 에 회계책임관을 회계관계직원에 포함하는 목을 신설하였다. 이처럼 현금, 물품 등 출납 집행에 직접 관련되지 않은 회계책임관을 회계관계직원에 포함하게 된 이유는 회계책임관에게도 회계관계직원에게 적용되는 변상책임을 부과함으로써 관련 법령, 관계 규정 및 예산에 위반하는 회계관계행위를 방지하고 회계사무를 적정하게 집행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⑹ 이러한 회계직원책임법의 입법 취지, 규정 체계 및 내용, 개정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 제1호 카목 에서 규정한 ‘그 밖에 국가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은 ‘관련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국가의 회계사무를 ‘집행’하는 ‘직원’ 중 ‘ 제1호 각 목 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람에 해당하지 않지만, 그와 동일하거나 유사하게 수입 징수와 지출원인행위 등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회계사무를 집행하는 사람’을 의미한다고 보인다.
다) 회계사무의 관리와 위임에 관한 관련 법령
⑴ 기획재정부장관은 국가회계에 관한 사무를 총괄하고, 중앙관서의 장과 기금관리주체는 그 소관의 회계에 관한 사무를 관리한다( 국가회계법 제6조 제1항 ). 그리고 기획재정부장관은 수입의 징수와 수납에 관한 사무, 지출에 관한 사무를 총괄하고, 중앙관서의 장은 그 소관 수입의 징수와 수납에 관한 사무, 지출원인행위와 지출에 관한 사무를 관리한다( 국고금 관리법 제6조 , 제19조 ). 따라서 소관 회계에 관한 사무는 원칙적으로 중앙관서의 장의 권한 사항으로 규정되어 있다.
⑵ 다른 한편으로 중앙관서의 장은 그 소관에 속하는 회계업무를 총괄적으로 수행하도록 하기 위하여 회계책임관을 임명하여야 하고, 회계책임관의 임명은 중앙관서의 장이 소속 관서에 설치된 직위를 지정하는 것으로 갈음할 수 있다( 국가회계법 제7조 제1항 , 제3항 ). 또한 중앙관서의 장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소속 공무원에게 수입징수사무, 지출원인행위를 각각 위임할 수 있고( 국고금 관리법 제9조 제1항 , 제21조 제1항 ), 이에 따라 수입징수사무, 지출원인행위를 위임받은 공무원은 국고금 관리법에서 각 ‘수입징수관’, ‘재무관’이라고 지칭되며( 국고금 관리법 제9조 제2항 , 제22조 제1항 ), 중앙관서의 장은 위와 같이 지출원인행위를 위임받은 재무관의 지출원인행위에 대해 지출을 하게 하기 위하여 ‘지출관’을 임명하여야 하고, 재무관은 그 소관 세출예산 또는 기금운용계획에 따라 지출하려는 경우 지출관에게 지출원인행위 관계 서류를 보내야 한다( 국고금 관리법 제22조 제1항 , 국고금 관리법 시행령 제26조 제1항 ). 또한 위와 같은 수입징수사무와 지출원인행위의 위임 및 지출관의 임명은 중앙관서의 장이 소속 관서에 설치된 직위를 지정하는 것으로 갈음할 수 있다( 국고금 관리법 제9조 제3항 , 제21조 제2항 , 제22조 제2항 ).
라) 국정원 예산회계사무처리규정의 내용
⑴ 국정원은 예산회계관계직원으로 재무관, 수입징수관, 지출관, 출납공무원 등을 규정하고(제5조), 세출예산에 대한 지출원인행위를 하게 하기 위한 재무관과 소관 수입금의 징수에 관한 사무를 관리하게 하기 위한 수입징수관을 두고, 기조실장으로 하여금 재무관과 수입징수관의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제6조, 제7조).
⑵ 앞서 본 관련 법령의 체계와 내용에 비추어 볼 때, 국정원의 위 규정은 관련 법령에 따라 중앙관서의 장인 국정원장이 그 소관의 사무인 수입징수사무와 지출원인행위 및 지출에 관한 사무를 재무관, 수입징수관, 지출관 등에게 위임하고, 특히 기조실장에게 재무관과 수입징수관의 업무를 모두 담당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소관 회계업무를 총괄적으로 수행하도록 하는 회계책임관의 임명까지도 갈음한 것으로 보인다.
마) 회계관계공무원에 대한 재정보증규정
⑴ 수입징수관, 재무관, 지출관 등 회계관계공무원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재정보증이 없으면 그 직무를 담당할 수 없고( 국고금 관리법 제45조 제1항 ), 중앙관서의 장은 소속 회계관계공무원의 재정보증에 관한 사항을 정하여 운영하여야 한다( 국고금 관리법 시행령 제109조 ). 재정보증에 필요한 공통적인 사항을 정하기 위하여 마련된 ‘기획재정부 회계관계공무원 재정보증규정’에 의하면, 회계관계공무원은 ‘수입징수관, 재무관, 지출관, 선사용자금출납명령관, 출납공무원(세입세출외현금출납공무원 포함), 계약관과 그 대리자, 분임자 및 대리분임자’(제2조 제1호), ‘제1호에 게기된 자 이외에 회계관계공무원으로서 기획재정부장관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한 자’(제2조 제2호)를 말하고, 회계관계공무원이 임명되었을 때 임명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재정보증을 설정하여야 하며(제3조 제1항), 재정보증기간은 원칙적으로 1년으로 하며 매년 갱신하여야 한다(제3조 제4항). 한편 2016. 5. 29. 제정된 지방회계법에도 회계관계공무원(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 제2호 나목 에 해당하는 사람을 포함한다)은 재정보증이 없이는 그 직무를 담당할 수 없다고 하여(제50조 제1항) 회계관계공무원의 재정보증에 대해 중앙관서의 경우와 마찬가지의 규정을 두고 있다.
⑵ ① 위 재정보증규정과 지방회계법의 규정에 따르면 국고금 관리법과 지방회계법상의 회계관계공무원은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 제2호 가 정한 회계관계직원과 사실상 그 범위가 동일한 점, ② 2002. 12. 30. 제정된 국고금 관리법의 법안에 대한 소관위원회의 검토보고서에 의하면, 회계관계공무원에 대한 재정보증은 회계관계공무원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법령 등에 위반하여 국가에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경우 변상책임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것인데, 위와 같은 변상책임은 회계직원책임법에 규정되어 있는 내용이고, 지방회계법에서는 명시적으로 회계관계공무원의 책임에 관하여 회계직원책임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 점( 지방회계법 제49조 주3) ) 등 관련 법령의 체계와 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 제1호 에 따른 회계관계직원도 국고금 관리법에 따라 재정보증 대상이 되는 회계관계공무원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⑶ 그런데 위 재정보증규정의 문언상, 재정보증의 대상이 되는 회계관계공무원은 직접적으로 금전, 물품 출납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일 뿐 중앙관서의 장은 이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보이고, 공소외 5의 진술(당심에서 제출된 서울고등법원 2018노1729호 사건의 공소외 5 증인신문녹취서 26, 54면)에 의하면 회계관계공무원의 범위와 재정보증에 대한 국정원 내부규정에 따르더라도 국정원장은 재정보증의 대상이 아니고, 실제로 국정원장에 대하여 재정보증이 설정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바) 국정원장을 다른 중앙관서의 장과 달리 볼 특수성이 있는지 여부
⑴ 국정원장을 비롯한 중앙관서의 장은 소관 회계에 관한 사무를 관리하고( 국가회계법 제6조 제1항 ), 소관 사무를 통할하고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 정부조직법 제7조 제1항 , 국가정보원법 제7조 제2항 ). 국정원에서 각 부서장으로 하여금 사업계획 및 예산안 작성, 예산 신청, 결산보고서, 회계정산 보고 등에서 ‘수신: 원장, 참조: 기조실장’으로 제출하도록 한 사정은 국정원장을 비롯한 중앙관서의 장이 소관 회계에 관한 사무를 관리하거나, 소관 사무를 통할하고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⑵ 한편 국가정보원법에 의하면, 국정원은 국가재정법상 독립기관이고( 제12조 제1항 ), 세입, 세출예산을 요구할 때에 총액으로 기획재정부에 제출하며( 제12조 제2항 ), 국회의 예산 결산 심사나 감사원에 의한 감사과정에서 국가기밀 사항에 대하여는 그 사유를 밝히고 자료의 제출이나 답변을 거부할 수 있고( 제13조 제1항 ), 국정원장이 그 책임하에 소관 예산에 대해 회계검사를 한다( 제14조 ). 이러한 관련 규정은 정보기관의 조직·소재지·정원·예산 및 결산에 관하여 국가안전보장상 필요한 경우에는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규정이므로(1963. 12. 14. 법률 제1510호로 전부 개정된 중앙정보부법의 개정이유 참조), 이러한 정보기관의 특수성에 따른 관련 규정만으로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는지와 관련하여 국정원장을 다른 중앙관서의 장과 달리 볼 것은 아니다.
⑶ 국정원 실무상 ① 예산 편성과 관련하여, 각 부서에서 대규모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이나 중요사업에 관하여 사전에 국정원장에게 보고하여 결재를 받고, ② 예산 집행과 관련하여, 국정원에 배정된 예산은 기조실장의 전결로 집행되지만 각 부서별 중요사업 또는 대규모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에 관련된 예산은 국정원장의 승인을 받아 집행되며, ③ 결산과 관련하여, 예산관실에서 연간 결산보고서를 작성하여 국정원장의 결재를 받고, ④ 회계검사와 관련하여, 국가정보원법 제14조 에 따라 국정원 자체적으로 국정원장의 지시를 받아 국정원장 직속 감사관실에서 정기 감사 또는 수시 감사 형태로 진행하고 그 결과에 대하여 국정원장의 결재를 받아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한다. 이렇게 국정원의 예산 편성, 집행, 결산, 회계검사와 관련하여 국정원장이 실질적으로 관여한다는 것은 국정원이 국가재정법상 독립기관이고 국정원장이 소관 회계에 관한 사무를 관리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구체적인 예산 집행은 각 부서에서 매월 지출결의서를 작성하면 기조실장의 전결로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위와 같이 국정원장이 결재를 통하여 대규모 예산 편성, 집행, 결산, 회계검사에 관여하는 것을 두고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 제1호 에서 규정한 ‘그 밖에 국가의 회계사무를 집행하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중앙관서의 장은 회계관계직원이 변상책임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감사원이 판정하기 전이라도 해당 회계관계직원에 대하여 변상을 명할 수 있는데( 회계직원책임법 제6조 제1항 제1호 ), 위 규정은 회계사무에 관한 권한을 소속 직원에게 위임한 중앙관서의 장에게 여전히 회계관계직원 등에 관한 일반적인 관리, 감독 권한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규정으로 해석되고, 여기에 회계직원책임법에서 회계관계직원, 상급자, 소속기관의 장을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는 점을 더하여 보면, 소속기관의 장(중앙관서의 장)에게 회계관계직원의 사무에 대한 일반적, 사후적인 관리, 감독 권한이 있다는 사유만으로 소속기관의 장을 회계관계직원으로 볼 것은 아니다.
⑷ 한편 국정원장 특별사업비의 불출 및 집행 절차는 ① 국정원장의 기조실장에 대한 불출 지시, ② 기조실장의 예산관에 대한 지출결의서 또는 사업계획서의 작성 및 불출 지시, ③ 예산관이 작성한 지출결의서에 대한 기조실장의 결재 및 특별사업비 불출, ④ 기조실장의 국정원장에 대한 불출 금액 보고 및 국정원장의 집행 지시의 순서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국정원장 특별사업비의 경우에도 그 지출결의서 작성 및 결재 등 지출원인행위에 대하여는 위임전결 규정에 따라 기조실장의 전결로 처리하고 있고, 국정원장은 특별사업비를 기조실장으로부터 배정받아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국정원장의 불출 지시에 기하여 특별사업비가 불출되더라도 국정원장의 위 지시행위가 지출원인행위(국정원의 지출원인이 되는 계약 그 밖의 행위)로서 당해 행위에 의하여 국정원이 지출의무를 부담하는 예산 집행의 최초 행위와 그에 따른 지급명령 및 지출 등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이러한 지출원인행위 등에 선행하여 그러한 지출원인행위를 수반하게 하는 국정원장의 결정 등과 같은 행위에 해당하는 것일 뿐이며( 대법원 2011. 12. 22. 선고 2009두14309 판결 참조), 국정원장이 정보기관의 특수성에 따라 다른 중앙관서의 장에 비하여 특별사업비의 사업 목적, 집행 시기, 집행 대상, 집행 방법에 관하여 더욱 광범위한 재량권을 가질 수 있으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정함에 있어 국정원장을 다른 중앙관서의 장과 달리 볼 것은 아니다.
⑸ 또한 회계직원책임법은 제2조 제1호 에서 국가의 회계사무를 집행하는 회계관계직원에 대해 정의하면서, 가목 내지 차목 에서 수입징수관, 재무관, 회계책임관 등을 열거하고 있고, 카목 에서 ‘그 밖에 국가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라는 일반적인 포괄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위 ‘그 밖에 국가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은 적어도 회계직원책임법의 입법 취지에 따라 위 가목 내지 차목 에서 규정한 사람과 동일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법령의 문언에 부합한다. 만일 관련 법령에 따라 그 소관 수입징수사무와 지출원인행위 등을 위임받은 기조실장을 두고 있는 국정원에 대하여 기조실장 외에 국정원장이 위 ‘그 밖에 국가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으로서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 에 따른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신분을 가진 사람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경우,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될 여지가 크고, 처벌법규의 문언을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 하는 결과가 된다. 특히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죄는 형법상 횡령죄는 물론이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경제범죄법’이라고 한다) 위반(횡령)죄와 비교하더라도 형벌이 매우 가중되어 있으므로,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죄의 구성요건인 회계관계직원의 범위를 엄격하고 신중하게 해석하여야 할 필요성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사) 검사가 원용하는 대법원판결의 의미
검사가 들고 있는 위 대법원 2001. 2. 23. 선고 99두5498 판결 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원칙적으로 자신의 권한 사항인 지방자치단체의 회계관계업무 중 일부를 소속 공무원에게 위임하지 않았고, 법령상 이를 스스로 처리하게 되어 있으므로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회계직원책임법상의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위 판결은 앞서 본 바와 같이 2007. 10. 17. 국가회계법이 제정되면서 중앙관서의 장으로 하여금 그 소관에 속하는 회계업무를 총괄적으로 수행하도록 하기 위하여 회계책임관을 임명하도록 하면서( 국가회계법 제7조 ) 이에 따라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 제1호 의 회계관계직원에 회계책임관이 추가로 신설되고[ 구 회계직원책임법(2007. 10. 17. 법률 제8636호로 개정된 것) 제2조 카목 , 현행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 차목 ], 2016. 5. 29. 제정된 지방회계법에서도 같은 목적으로 회계책임관을 임명하도록 하는 규정( 지방회계법 제10조 )이 신설되기 이전의 판결이고, 앞서 본 바와 같이 회계사무의 관리와 위임에 관한 관련 법령과 국정원 예산회계사무처리규정에 따라 국정원장이 기조실장에게 소관 수입징수사무와 지출원인행위 등을 모두 위임한 이 사건과는 사실관계를 달리하므로, 위 판결을 그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는 적절하지 아니하다.
3) 소결론
그렇다면 위와 다른 전제에서 피고인에게 각 주위적 공소사실인 각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죄의 성립을 인정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는 회계관계직원의 의미 및 범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다만,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정원장이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 제1호 에 따른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국정원 회계업무를 통할하고 지휘·감독하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소속 공무원인 기조실장과 예산관 등으로부터 특별사업비를 불출받아 이를 보관하고 있었던 이상, 국정원장 공소외 1은 특별사업비에 대한 업무상 보관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업무상횡령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6도18327 판결 참조).
나. 2016. 9.경 교부받은 2억 원 관련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 누락
검사는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국정원장 공소외 3으로부터 2016. 9.경 교부받은 2억 원 관련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의 점에 관하여 국정원장이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함을 전제로 공소를 제기하였다가, 원심에서 위 공소사실을 주위적 공소사실로 하고, 국정원장이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피고인이 회계관계직원인 기조실장 공소외 5와 공모하여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죄를 범하였다는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취지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원심이 이를 허가하였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이 부분 주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지 않는 이상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도 판단하여야 할 것임에도, 판결 이유와 주문에서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만 판단함으로써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을 누락하였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2016. 9.경 교부받은 2억 원 관련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의 점에 관한 무죄 부분에는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을 누락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과 2016. 9.경 교부받은 2억 원 관련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의 점에 관한 무죄 부분에는 위에서 본 직권파기 사유가 있으므로,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에 따라 이를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하며, 원심판결의 무죄 부분 중 각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의 점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주4)
주4) 범죄사실
[피고인과 관련자들의 지위]
피고인은 2013. 2. 25.부터 2017. 3. 10.까지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으로 재직한 사람으로, 대한민국 헌법에 따른 국가원수이자 행정 수반으로서 법령에 따라 국정원을 비롯한 모든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하고,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라고 한다)의 국정원장과 차장, 기획조정실장(이하 ‘기조실장’이라고 한다)을 임면(임면)하며, 국정원 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지시 사항을 하달하는 등 국정원의 인사·예산·조직 등 전반에 걸쳐 법률상·사실상 막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공소외 1은 2013. 3. 22.부터 2014. 5. 22.까지, 공소외 2는 2014. 7. 16.부터 2015. 2. 28.까지, 공소외 3은 2015. 3. 18.부터 2017. 5. 31.까지 각 국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지시와 감독을 받아 국정원의 인사·예산·조직 관리 및 정책 집행, 정보·보안업무를 총괄하는 사람이다.
공소외 5는 2013. 4. 15.부터 2017. 6. 26.까지 국정원 기조실장으로 근무하면서 국정원장의 업무를 보좌하여 인사·예산·조직 관리 등 위임된 사무를 처리하였고, 특히 국정원 회계사무 중 지출원인행위를 담당하는 재무관으로서 국정원 특수활동비 등에 대한 집행 및 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이하 ‘회계직원책임법’이라고 한다)의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한다.
공소외 8은 2016. 5. 16.부터 2016. 11. 2.까지 대통령비서실 비서실장(이하 ‘비서실장’이라고 한다)으로 재직한 사람으로, 대통령의 명을 받아 대통령비서실의 사무를 총괄하고, 비서실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하며, 청와대 인사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국정원장 등 대통령이 임명하는 각 부처의 고위공무원 인사에 관여하는 등 대통령의 인사·예산·정책 등 각종 권한 행사를 보좌하며 그 영향력을 행사하여 왔다.
공소외 6은 2013. 3. 14.부터 2016. 10. 31.까지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으로 재직한 사람이고, 공소외 4는 2013. 3. 14.부터 2015. 1. 22.까지 대통령비서실 제2부속비서관, 2015. 1. 23.부터 2016. 10. 31.까지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실 국정홍보비서관으로 재직한 사람이고, 공소외 7은 2013. 3. 22.부터 2016. 10. 31.까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비서관 및 부속비서관으로 재직한 사람이다.
[범죄사실]
1. 피고인에게 교부된 국정원 자금 관련 범행
피고인은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3. 5.경부터 국정원장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이하 ‘국정원장들’이라고 한다)에게 순차적으로 국정원장의 특별사업비 중 일부를 자신에게 교부해 달라고 요구하였다.
이에 국정원장들은 국정원 예산 중 그 사용처를 증빙하지 않아도 되는 연 40억 원 규모의 특별사업비(특수공작사업비, 이하 ‘특별사업비’라고 한다)가 국정원장에게 배정되어 있음을 기화로 위와 같은 피고인의 요구에 응하기로 마음먹고, 국정원 기조실장인 공소외 5에게 국정원 자금 중에서 매월 5,000만 원 내지 2억 원 상당의 금액을 마련하도록 지시하였다.
가. 공소외 1 국정원장 재직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경제범죄법’이라고 한다) 위반(횡령)
국정원장 공소외 1은 2013. 5.경 피고인으로부터 공소외 4를 통해 ‘국정원에서 청와대로 매월 5,000만 원씩 보내 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받고, 서울 서초구 △△동에 있는 국정원장 사무실에서 국정원장 정책특별보좌관 공소외 10에게 ‘청와대에서 돈을 좀 보내 달라는 연락이 왔다. 특별사업비 중에서 5,000만 원을 현금으로 만들어 비서실장 공소외 11을 통해 청와대에 전달하라.’는 취지로 지시하였다.
공소외 10은 그 무렵 기획조정실 예산관 공소외 14로부터 2억 원 상당의 특별사업비를 현금으로 건네받아 이를 보관하다가 2013. 5. 중순경 국정원장 비서실장인 공소외 11에게 보관 중이던 특별사업비 중 5,000만 원을 담은 서류봉투를 건네주면서 “청와대에 전달해 달라.”고 요청하였고, 공소외 11은 청와대 총무비서관 공소외 6에게 연락하여 사전에 만날 날짜와 약속 시각을 협의하였다.
한편 피고인은 2013. 5.경 공소외 6에게 “국정원으로부터 돈이 올 테니 받아놓아라.”는 지시를 하였고, 그 지시를 받은 공소외 6은 2013. 5.경부터 공소외 11로 하여금 연풍문 안내실을 통한 출입통제를 거치지 않고 청와대 경내로 들어올 수 있게 하기 위해 서로 약속한 청와대 인근 특정 장소에 청와대 차량을 보내 공소외 11을 탑승시켜 청와대 경내로 들어오게 하기도 하였고, 공소외 11 역시 총무비서관인 공소외 6 접견이 목적임에도 파견 국정원 직원 접견을 목적으로 기재하고 청와대 경내로 들어가는 방법을 이용하였다.
결국 피고인은 공소외 6을 통하여 2013. 5.경 서울 종로구 □□□로에 있는 청와대 총무비서관실에서 공소외 11로부터 5만 원권 현금 5,000만 원이 들어있는 봉투를 건네받은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2014. 4.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1 기재와 같이 12회에 걸쳐 총무비서관 사무실에서 공소외 11을 통해 공소외 1로부터 매월 현금 5,000만 원씩 합계 6억 원을 교부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국정원장 공소외 1과 공모하여 업무상 보관 중이던 특별사업비 6억 원을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등과 무관하게 임의로 인출·사용하여 횡령하였다.
나. 공소외 2 국정원장 재직시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
국정원장 공소외 2는 2014. 7. 18.경 국정원장으로 부임한 후 서울 서초구 △△동에 있는 국정원장 사무실에서 공소외 5로부터 “전임 공소외 1 국정원장님 때부터 특별사업비 중에서 매월 5,000만 원을 청와대에 보내왔다.”는 업무보고를 받았고, 그 무렵 공소외 9 경제부총리로부터 ‘청와대 교부액을 늘려주라.’는 취지의 요청까지 받은 후, 피고인의 요구에 응하여 피고인에게 2배 증액된 국정원 자금을 교부하기로 마음먹고, 연 40억 원 규모의 특별사업비 중에서 매월 1억 원의 현금을 피고인에게 교부하라는 취지로 공소외 5에게 지시하였다.
이에 공소외 5는 2014. 7. 말경 기획조정실 예산관 공소외 14로 하여금 국정원장 특별사업비 중 1억 원을 현금으로 인출하게 하고, 이를 건네받아 국정원에서 준비한 서류가방에 담고, 그 무렵 공소외 4에게 연락하여 미리 만날 장소를 정한 후, 청와대 연무관 인근 골목길까지 각자 차량으로 이동한 다음, 공소외 4의 차량 안에서 만난 공소외 4와 청와대 인근을 한 바퀴 돌면서 5,000만 원 다발 2개의 묶음으로 5만 원권 현금 1억 원이 들어있는 서류가방을 건네주었고, 공소외 4는 이처럼 건네받은 서류가방을 공소외 6에게 전달해주었다.
결국 피고인은 공소외 4, 공소외 6을 통하여 2014. 7.경부터 2015. 2.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2 기재와 같이 8회에 걸쳐 공소외 2로부터 매월 1억 원씩 합계 8억 원을 교부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국정원장 공소외 2, 국정원 기조실장 공소외 5와 공모하여 특별사업비로 편성된 국정원 자금 8억 원을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등과 무관하게 임의로 인출·사용하여 국고를 손실하였다.
다. 공소외 3 국정원장 재직시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
국정원장 공소외 3은 2015. 3. 중순경 서울 서초구 △△동에 있는 국정원장 사무실에서 공소외 5로부터 “이전 원장 때부터 특별사업비 중에서 매월 1억 원을 청와대에 보내왔다.”는 업무보고를 받은 후 피고인에게 매월 1억 원의 국정원 자금을 교부하기로 마음먹고, 연 40억 원 규모의 특별사업비 중에서 ‘매월 1억 원의 현금을 대통령에게 교부하라.’는 취지로 공소외 5에게 지시하였다. 한편, 피고인은 2016. 5.경 공소외 3에게 “그간 국정원에서 지원한 자금이 있지 않습니까. 그거 계속 지원해 주세요.”라고 재차 요구하기도 하였다.
공소외 3의 지시를 받은 공소외 5는 2015. 3. 하순경 기획조정실 예산관 공소외 15로 하여금 국정원장 특별사업비 중 1억 원을 현금으로 인출하게 하고, 이를 건네받아 국정원에서 준비한 서류가방에 담고, 그 무렵 공소외 4에게 연락하여 미리 만날 장소를 정한 후, 청와대 연무관 인근 골목길까지 각자 차량으로 이동한 다음, 공소외 4의 차량 안에서 만난 공소외 4와 청와대 인근을 한 바퀴 돌면서 5,000만 원 다발 2개의 묶음으로 5만 원권 현금 1억 원이 들어있는 서류가방을 건네주었고, 공소외 4는 이처럼 건네받은 서류가방을 공소외 6에게 전달해주었다.
결국 피고인은 공소외 4, 공소외 6을 통하여 2015. 3.경부터 2016. 7.경 이른바 ‘국정농단’ 의혹 사건이 발생하면서 국정원장의 정기적인 지급이 중단될 때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3 기재와 같이 19회에 걸쳐 2015. 9.경의 추석, 2016. 1.경의 설 명절을 포함하여 공소외 3으로부터 매월 1억 원씩 합계 19억 원을 교부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국정원장 공소외 3, 국정원 기조실장 공소외 5와 공모하여 특별사업비로 편성된 국정원 자금 19억 원을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등과 무관하게 임의로 인출·사용하여 국고를 손실하였다.
2. 공소외 8 비서실장에게 교부된 국정원 자금 관련 업무상횡령
피고인은 2016. 5.경 서울 종로구 (주소 생략)에 있는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에서 국정원장 공소외 3을 독대한 후, 공소외 3에게 “국정원에서 비서실장에게 매월 5,000만 원 정도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지시하였고, 공소외 3은 “예, 알겠습니다.”라고 답하였다.
이후 공소외 3은 2016. 6. 초순경 서울 서초구 △△동에 있는 국정원장 사무실에서 국정원장의 특별사업비 중에서 현금 5,000만 원을 쇼핑백에 넣은 후 국정원장 비서실장 공소외 12를 불러 쇼핑백을 건네주면서 “포장해서 청와대 공소외 8 비서실장께 가져다 드려라.”고 지시하였다. 이와 같은 지시를 받은 공소외 12는 현금 5,000만 원을 선물 상자에 넣고, 빈 공간에 흔들리지 않도록 휴지를 채워 넣은 후 끈으로 상자를 묶어 쇼핑백에 담는 방법으로 현금 5,000만 원을 포장하였다. 이후 공소외 12는 청와대비서실에 연락하여 미리 비서실장의 일정을 확인하고, 사전에 방문할 날짜와 약속 시각을 협의한 후 국정원 차량으로 청와대까지 이동하였고, 비서실 측 비서의 안내로 비서실장 집무실로 찾아갔다.
공소외 8은 그 무렵 비서실장 집무실에서 “원장님께서 보내셨습니다.”라고 말하는 공소외 12로부터 5,000만 원이 든 쇼핑백을 건네받은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2016. 8. 초순경까지 같은 방법으로 3회에 걸쳐 국정원장 공소외 3으로부터 매월 현금 5,000만 원씩 합계 1억 5,000만 원을 교부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공소외 3과 공모하여 2016. 6. 초순경부터 2016. 8. 초순경까지 업무상 보관 중이던 특별사업비 1억 5,000만 원을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등과 무관하게 임의로 인출·사용함으로써 횡령하였다.
증거의 요지
원심판결의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 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특정경제범죄법 제3조 제1항 제2호 , 형법 제356조 , 제355조 제1항 , 제30조 (판시 제1의 가항 기재 업무상 횡령의 점, 포괄하여) 각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 제1호 ,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 제1호 , 형법 제355조 제1항 , 제30조 (판시 제1의 나, 다항 기재 국고손실의 점, 각 국정원장 재직시의 범행별로 포괄하여, 다만 피고인에게는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 제1호 에 규정된 ‘회계관계직원’의 신분이 없으므로 형법 제33조 단서에 따라 횡령죄로 처벌하되, 각 국정원장 재직시의 범행별 이득액이 각 5억 원 이상이므로 특정경제범죄법 제3조 제1항 제2호 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형법 제356조 , 제355조 제1항 , 제30조 (판시 제2항 기재 업무상 횡령의 점, 포괄하여, 다만 피고인에게는 업무상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신분이 없으므로, 형법 제33조 단서, 제50조 에 따라 형법 제355조 제1항 의 횡령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 징역형 선택)
[검사는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죄는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 가 정한 ‘회계관계직원’의 신분을 가진 자에 대하여 성립하는 진정신분범이므로,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는 기조실장 공소외 5와 공모한 피고인을 형법 제33조 본문에 따라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위 죄는 회계직원책임법의 해당 조항에 규정된 지위에 있는 자가 형법 제355조 의 죄를 범한 때에 성립하는 것이어서 단순횡령죄에 대한 가중규정으로서 신분관계로 인하여 형의 경중이 있는 경우라고 할 것이므로, 그러한 신분관계가 없는 피고인이 신분관계가 있는 기조실장 공소외 5와 공모하여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죄를 저질렀다면 피고인에 대하여는 형법 제33조 단서에 의하여 형법 제355조 제1항 의 횡령죄에 정한 형으로 처단하여야 한다. 다만, 특정경제범죄법 제3조 제1항 은 형법 제355조 제1항 의 단순횡령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그로 인하여 취득한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인 때에는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는 이득액에 따라 형을 가중해 놓은 것일 뿐 별개 또는 추가 구성요건을 규정한 것이 아니므로 판시 제1의 나, 다항 기재 국고손실의 점과 관련하여 피고인에게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하고, 그로 인한 이득액이 5억 원을 넘는 이상 피고인을 특정경제범죄법 제3조 제1항 제2호 로 처벌함이 타당하다]
2. 경합범 주5) 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 제50조 [형과 범정이 가장 무거운 국정원장 공소외 3 재직시 범행 관련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 가중]
3. 추징
[추징금 산정의 근거] : 판시 제1의 나, 다항 기재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죄로 취득한 특별사업비 27억 원(= 8억 원 + 19억 원)
4. 가납명령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3년∼45년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가. 제1 범죄[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죄]
[유형의 결정] 횡령·배임범죄 〉 01. 횡령·배임 〉 [제3유형]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
[특별양형인자] 가중요소: 피지휘자에 대한 교사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가중영역, 징역 3년∼6년
나. 제2 범죄(횡령죄)
[유형의 결정] 횡령·배임범죄 〉 01. 횡령·배임 〉 [제2유형] 1억 원 이상, 5억 원 미만
[특별양형인자] 가중요소: 피지휘자에 대한 교사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가중영역, 징역 2년∼5년
다. 제1, 2 범죄에 대하여 다수범죄 처리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징역 3년∼8년 6개월(제1 범죄 상한 + 제2 범죄 상한의 1/2)
라. 각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죄
양형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않다.
마. 다수범죄 처리기준에 따른 최종적 권고형의 범위: 징역 3년 이상(양형기준이 설정된 범죄와 양형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범죄가 형법 제37조 전단 경합범 관계에 있으므로, 양형기준이 설정된 범죄에 대한 권고형 범위의 하한만을 준수한다)
3. 선고형의 결정: 징역 5년
피고인은 국정을 총괄하는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으로서 법과 절차에 따라 국정을 수행하고 특히 국가의 예산을 그 용도와 목적에 맞추어 엄정하게 집행하고 이를 감독하여야 할 지위에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의 안전보장에 관한 최종책임자로서 관련 국가기관이 부여받은 헌법적 책무를 원만히 수행하도록 감독하고 지원할 책임을 지고 있었다. 그러한 피고인이 단지 청와대 비서관으로부터 국정원의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고 이를 이전 정부에서도 관행적으로 받아 사용하였다는 내용의 보고를 받고, 그것이 적법한지에 대한 최소한의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아니한 채 사실상 대통령의 지휘·감독을 받는 국정원장에게 국정원 예산을 교부하도록 요구함으로써 지속적으로 국고를 횡령하거나 손실하였다는 점에서 그 비난가능성은 매우 크다. 피고인은 국정원장들로부터 약 3년의 기간에 걸쳐 33억 원에 달하는 규모의 특별사업비를 교부받았는데, 이로 인하여 국가가 입은 손실 규모가 상당하다. 또한 피고인은 국정원장들로부터 교부받은 특별사업비 중 일부를 사저 관리비, 의상실 유지비용 등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범행으로 인해 무엇보다 엄정해야 할 국가 예산 집행의 근간이 흔들리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국정원의 예산이 본연의 직무인 국가 안전보장에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게 됨으로써 국가와 국민의 안전에 위험이 초래될 우려마저 있었으므로, 그 책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
더욱이 피고인의 대통령 재임 기간 국정원장 3명이 모두 국정원장 특별사업비를 피고인에게 전달한 것은 국정원장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가지고 있는 대통령인 피고인의 지시에 따른 것이어서 국정원장들이 상급자인 피고인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장기간의 대규모 범행에 대한 궁극적인 책임은 피고인에게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면서 수사기관의 조사뿐만 아니라 원심 및 당심 법정에의 출석까지도 전혀 응하지 아니한 채 오랜 기간 자신을 보좌한 비서관들에게 그 책임을 미루는 등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지위나 역할에 걸맞지 않은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다만 피고인이 처음부터 국정원 자금을 사적으로 사용할 의도나 어떤 부정한 목적을 가지고 국정원 자금의 교부를 요구하였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이전 정부에서부터 청와대에서 국정원 자금을 전달받은 적이 있다는 등 기존의 잘못된 관행에 기대어 본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면도 있어 범행 당시 피고인이 그 위법성을 크게 인식하였을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또한 국정원장들로부터 교부받은 특별사업비 중 일부를 청와대 예산 등 공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사정과 더불어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이전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는 점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 부분
1. 2013. 5.경부터 2016. 7.경까지 교부받은 33억 원 관련 각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의 점(국정원장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 각 재직시 범행에 대한 주위적 공소사실)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공소외 1은 2013. 3. 22.부터 2014. 5. 22.까지, 공소외 2는 2014. 7. 16.부터 2015. 2. 28.까지, 공소외 3은 2015. 3. 18.부터 2017. 5. 31.까지 각 국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지시와 감독을 받아 국정원의 인사·예산·조직 관리 및 정책 집행, 정보·보안 업무를 총괄하는 사람으로서 회계직원책임법상의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한다.
피고인은 국정원장 공소외 1, 국정원 기조실장 공소외 5와 공모하여 2013. 5.경부터 2014. 4.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1 기재와 같이 12회에 걸쳐 특별사업비로 편성된 국정원 자금 6억 원을, 국정원장 공소외 2, 국정원 기조실장 공소외 5와 공모하여 2014. 7.경부터 2015. 2.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2 기재와 같이 8회에 걸쳐 특별사업비로 편성된 국정원 자금 8억 원을, 국정원장 공소외 3, 국정원 기조실장 공소외 5와 공모하여 2015. 3.경부터 2016. 7.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3 기재와 같이 19회에 걸쳐 특별사업비로 편성된 국정원 자금 19억 원을 각 임의로 인출·사용하여 국고를 손실하였다.
나. 판단
이 부분 공소사실은 국정원장이 회계직원책임법상의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위 ‘3. 직권판단’ 부분의 가, 2), 3)항에서 본 바와 같이 국정원장은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각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나, 이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 있는 판시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죄(국정원장 공소외 1 재직시 범행에 대한 제2 예비적 공소사실)와 각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죄(국정원장 공소외 2, 공소외 3 재직시 범행에 대한 각 예비적 공소사실)를 각 유죄로 인정하는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2. 2013. 5.경부터 2014. 4.경까지 교부받은 6억 원 관련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의 점(국정원장 공소외 1 재직시 범행에 대한 제1 예비적 공소사실)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공소외 5는 2013. 4. 15.부터 2017. 6. 26.까지 국정원 기조실장으로 근무하면서 국정원장의 업무를 보좌하여 인사·예산·조직 관리 등 위임된 사무를 처리하였고, 특히 국정원 회계사무 중 지출원인행위를 담당하는 재무관으로서 회계직원책임법상의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한다.
피고인은 국정원장 공소외 1, 국정원 기조실장 공소외 5와 공모하여 2013. 5.경부터 2014. 4.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1 기재와 같이 12회에 걸쳐 특별사업비로 편성된 국정원 자금 6억 원을 임의로 인출·사용하여 국고를 손실하였다.
나. 판단
1)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 각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공소외 5가 피고인과 공모하여 위 특별사업비로 편성된 국정원 자금 6억 원을 임의로 인출·사용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기록을 살펴보아도 공소외 5가 피고인 또는 공소외 1과 이 부분 범행을 공모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한편 공소외 5가 2013. 8.경 공소외 1의 특별사업비 전달 범행을 알게 되었고, 이후 그러한 범행을 알고도 특별사업비를 계속해서 불출해 준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나, 이러한 사실만으로는 공소외 5가 특별사업비 전달 범행에 관하여 피고인 또는 공소외 1과 상의를 하였다거나 범행의 실현에 관한 어떠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② 오히려 공소외 1은 검찰에서 “공소외 5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제5권 4254면), 공소외 5는 원심 법정에서 “2013. 5.경 공소외 9로부터 ‘청와대 돈이 부족한데, 국정원의 예산을 청와대에서 좀 쓸 수 있으면 좋겠다. 몇억 원이라도 청와대에 지원하도록 원장님께 말씀드려보라’는 취지의 말을 들어 공소외 1에게 보고하였으나, 공소외 1이 단호하게 안된다고 이야기하였다.”고 진술하였으며(공판기록 제1권 312, 313면), 공소외 14도 원심 법정에서 공소외 5의 진술과 동일한 취지로 진술하였다(공판기록 제2권 488면). 이러한 진술들을 종합해보면, 공소외 5와 피고인 또는 공소외 1 사이의 의사 결합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2) 따라서 피고인이 회계직원책임법상의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는 공소외 5와 공모하였음을 전제로 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나, 이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 있는 판시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죄(국정원장 공소외 1 재직시 범행에 대한 제2 예비적 공소사실)를 유죄로 인정하는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3. 2016. 9.경 교부받은 2억 원 관련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의 점(주위적 및 예비적 공소사실)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1) 주위적 공소사실
공소외 3은 2015. 3. 18.부터 2017. 5. 31.까지 국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지시와 감독을 받아 국정원의 인사·예산·조직 관리 및 정책 집행, 정보·보안 업무를 총괄하는 사람으로서 회계직원책임법상의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한다.
피고인은 2016. 9.경 국정원장 공소외 3, 국정원 기조실장 공소외 5와 공모하여 공소외 7이 대통령 관저로 직접 가지고 온 2억 원이 들어있는 국정원 서류가방을 전달받아 국고를 손실하였다.
2) 예비적 공소사실
공소외 5는 2013. 4. 15.부터 2017. 6. 26.까지 국정원 기조실장으로 근무하면서 국정원장의 업무를 보좌하여 인사·예산·조직 관리 등 위임된 사무를 처리하였고, 특히 국정원 회계사무 중 지출원인행위를 담당하는 재무관으로서 회계직원책임법상의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한다.
피고인은 2016. 9.경 국정원장 공소외 3, 국정원 기조실장 공소외 5와 공모하여 공소외 7이 대통령 관저로 직접 가지고 온 2억 원이 들어있는 국정원 서류가방을 전달받아 국고를 손실하였다.
나. 판단
1)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
위 ‘2. 검사의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부분의 다, 2), 3)항에서 본 바와 같다.
2)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외 5가 임의로 불출·사용한 2억 원의 특별사업비에 관한 국고손실 범행에 대하여 공소외 5와 피고인 사이에 명시적 또는 묵시적인 의사의 연락이 있었다거나 피고인에게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한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기록을 살펴보아도 2016. 9.경 공소외 5가 공소외 3의 지시에 따라 특별사업비를 불출하여 피고인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피고인과 공소외 5의 의사연락이 있었다고 볼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
② 오히려 2016. 8.경 특별사업비 지급을 중단하게 된 경위와 2016. 9.경 특별사업비 2억 원의 지급이 재개된 경위에 관한 공소외 3, 공소외 4, 공소외 5의 각 진술을 종합하여 보면, 공소외 4와 공소외 5가 청와대의 사정에 관하여 나눈 이야기를 공소외 5가 공소외 3에게 보고함으로써 공소외 3이 피고인에게 위 2억 원을 지급하게 된 것으로 보일 뿐이다.
3) 소결론
이 부분 주위적 및 예비적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각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에 따라 이 부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주1) 앞서 본 바와 같이 검사는 이 부분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죄에 관한 항소이유를 ① 포괄적 뇌물죄에서의 직무관련성과 대가관계, ② 직무관련성에 관한 원심 판단의 부당성, ③ 직무관련성의 인식에 관한 원심 판단의 부당성, ④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죄의 공범과 뇌물수수죄의 성립에 관한 원심 판단의 부당성으로 항목을 나누어 주장한다. 그러나 원심은 위 항목들을 ‘피고인이 교부받은 특별사업비가 피고인의 직무와 관련한 대가로서 지급된 것인지’, 즉 직무관련성과 대가관계의 존부를 판단할 때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는 사정들로 보았으므로, 이하에서는 이 부분 항소이유를 모아서 판단한다.
주4)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소장변경 절차 없이 아래와 같이 일부 변경하여 범죄사실을 인정한다.
주5) 피고인은 2018. 7. 20.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2018. 11. 29. 위 판결이 확정되었는데(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7. 20. 선고 2018고합119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8. 11. 21. 선고 2018노2151 판결), 공직선거법 위반죄는 공직선거법 제18조 제3항에 따라 형법 제38조의 적용이 배제되어 다른 경합범과 분리 선고하여야 한다. 따라서 판결이 확정된 위 공직선거법 위반죄와 이 사건 각 범죄는 동시에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없으므로,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의 관계에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