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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지방법원 2018.5.24. 선고 2018노95 판결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사건
피고인

A

항소인

피고인

검사

박봉희(기소), 임예진(공판)

변호인

변호사 C

판결선고

2018. 5. 24.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및 원심의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D기관 소속 6급 공무원이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E 본부장으로서, F언론사가 (과거 관내 업체들로부터 금품수수 의혹이 불거졌었던) G 기자를 충북 H 주재 기자로 발령하자 'I'이라는 명칭의 집회를 주최하기로 마음먹은 다음, 2016. 8. 10. J경찰서에 'K일자 15:15 ~ L일자 24:00 M기관 정문 앞 인도, 시청 맞은편 인도 각 100m 지점에서 집회를 개최하겠다.'는 취지의 옥외 집회 신고서를 제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L일자 10:30경 위 집회 신고 장소에서 벗어난 N 소재 M기관 현관 앞에서, '뇌물브로커OUT 사이비기자 비호 F언론 광고중단!', '뇌물브로커 공갈 협박 구속, 기자냐? 쓰레기냐?' 등의 피켓과 'O도민이 정성스레 모금한 사랑의 점심나누기 기금 70%는 어디로?'라는 플래카드를 든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속 10여 명의 집회참가자들과 함께 서서 약 10분간 집회를 진행하다가, 10:40경 F언론사 P 회장이 M기관에 도착하여 2층 시장실로 들어가자 위 피켓 등을 든 다른 집회참가자들과 함께 M기관 2층 시장실 앞 복도까지 들어가 약 10분간 서 있는 방법으로 신고한 장소의 범위를 뚜렷이 벗어나는 행위(이하 '이 사건 집회'라 한다)를 하여 집회의 질서를 유지하여야 하는 주최자로서의 준 수사항을 위반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W시 담당공무원 또는 경찰공무원의 퇴거요청이 없어 M기관으로 들어가 현관 앞 및 2층 시장실 앞 복도에서 피켓을 드는 방법으로 집회를 하였다는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을 비롯하여 원심 증인 Q, R, S의 법정진술과 특히 이 사건 집회를 촬영한 채증자료(수사기록 제10쪽부터 제24쪽까지, 이하 같다)를 근거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하여 유죄로 판단하였다.

2.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가. 채증자료는 작성자인 수사관 S의 서명 ∙ 날인이 없을 뿐만 아니라, 특히 첨부된 사진은 원본이 제출되지 않았고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 내용 그대로 복사되었다는 점에 관한 아무런 자료가 없어 증거능력이 없다.

나. 피고인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E의 대표자로서 형식적으로만 집회신고의 명의자로 기재된 것일 뿐 이 사건 집회를 실질적으로 주도한 사실이 없다.

다. 이 사건 집회가 있었던 M기관 현관은 집회신고서에 기재된 집회 장소에서 불과 30~40미터 떨어진 곳에 불과한 점, 피고인을 비롯한 집회 참가자들이 M기관 내부로 들어갈 때 M기관 공무원들이 특별히 피고인 등의 출입을 제지하지 않았던 점, 이 사건 집회 과정에서 구호를 외치거나 노래를 제창하는 등 소음을 발생시킨 사실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신고한 장소의 범위를 뚜렷이 벗어나는 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없다.

라.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3. 당심의 판단

가. 피고인이 집회의 실질적 주최자가 아니라는 주장에 대하여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채증자료는 작성자의 서명·날인이 없어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채증자료는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에 의하여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에 의하면, 피고인이 2016. 8. 10. X을 통하여 J경찰서에 주최자를 피고인으로 하여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옥외 집회 신고서를 제출한 다음 같은 해 L일자 이 사건 집회에 참석하여 현장에서 피켓을 드는 등의 방법으로 집회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피고인이 자기 이름으로 옥외 집회 신고서를 제출하고 그 집회에 참석한 이상, 비록 구체적인 집회 장소에 관하여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W시 지부장이었던 U이 M기관 담당 공무원과 협의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이 사건 집회의 주최자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신고한 장소의 범위를 뚜렷이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하여

1) 관련법리

옥외집회가 신고한 목적, 일시, 장소, 방법 등에 있어서 그 범위를 "뚜렷이" 벗어났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가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라는 점, 집회 등의 주최자로서는 사전에 그 진행방법의 세부적인 사항까지 모두 예상하여 빠짐없이 신고하기 어려운 면이 있을 뿐 아니라 그 진행과정에서 방법의 변경이 불가피한 경우 등도 있을 수 있는 점 등을 염두에 두고, 당초 신고한 사항들이 어떤 내용인지 구체적으로 확인한 다음, 실제 상황과 이를 개별적으로 비교하여 살펴보고, 다시 이를 전체적·종합적으로 평가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즉, 주최자가 신고한 내용과 실제로 진행된 집회의 내용을 비교하여 볼 때 동일성을 유지하지만, 신고에 의해 예상되는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여 신고제도의 목적 달성을 심히 곤란하게 할 정도로 양자 사이에 커다란 질적 차이가 보이고, 제3자, 일반 공중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더 침해하거나 위협하여 사회통념상 수인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면 실제 개최된 집회는 당초 신고한 내용에서 "뚜렷이" 벗어나는 옥외집회에 해당한다(헌법재판소 2013. 12. 26. 선고 2013헌바24 결정 등 참조).

2)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으로 돌아와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당초 집회장소를 'M기관 정문 앞 인도 및 맞은편 인도 각 100m 지점'으로 하여 옥외 집회 신고서를 제출한 사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속 10여 명의 집회참가자들과 함께 M기관 현관 앞 및 M기관 내 2층 시장실 복도 앞에서 피켓을 드는 방법으로 이 사건 집회를 진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한편 앞서 든 각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당초 신고된 집회 장소였던 M기관 정문 앞 인도 등과 M기관 현관 사이의 거리는 약 30~40미터 정도에 불과하여 상당히 근접한데다가(공판기록 제101쪽, 수사기록 제52쪽) 정문과 현관 사이에 별도로 출입을 통제하는 시설 또한 설치되어 있지 아니하여 두 장소가 명백히 분리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② M기관 내부 2층 시장실 앞에서 진행된 집회의 경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서 옥내 집회에 대하여는 신고하도록 하는 규정 자체를 두지 않고 있으므로, 피고인 등이 시청 내부에서 집회를 진행한 것이 건조물침입죄 등 다른 범죄를 구성할 수 있음을 별론으로 하고 신고한 옥외 집회를 개최하는 과정에서 그 신고 범위를 일탈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는 점(대법원 2013. 7. 25. 선고 2010도14545 판결 등 참조), ③ 피고인이 M기관 현관 앞에서 집회를 진행한 시간이 5~6분, M기관 내부 2층 시장실 앞에서 집회를 진행한 시간이 10분에 불과하여 신고서에 기재된 집회 장소를 벗어난 시간이 매우 짧은 점(수사기록 제52쪽부터 제54쪽까지), ④ 피고인은 이 사건 집회 과정에서 피켓 등을 들고 서 있었을 뿐 구호를 외치거나 집회참가자들과 함께 노래를 제창하는 등의 방법으로 소란을 일으킨 사실은 없는 점, ⑤ 이 사건 집회는 F언론사 회장 P의 이동 경로를 따라 장소를 옮겨가며 진행되었는바, 이 사건 집회의 목적 및 내용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집회의 자유라는 헌법상 기본권을 효과적으로 행사하기 위하여 위와 같이 신고된 집회 장소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장소를 옮겨 가며 집회를 진행할 필요성이 있는 반면, 당초 신고된 집회 장소와 실제 집회가 진행된 장소 사이의 거리 및 신고 장소를 벗어나 집회를 진행한 시간에 비추어 피고인의 행위로 인한 일반 공중의 이익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 침해 정도가 극히 경미하거나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검사 제출의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당초 신고한 집회 장소의 범위를 뚜렷이 벗어나는 행위를 하였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증거가 없다.

3) 소결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임에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는바,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1의 가.항에서 본 바와 같고, 제3항에서 살핀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윤성묵

판사 강경묵

판사 윤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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