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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1989. 1. 27. 선고 87나4726 제3민사부판결 : 확정
[예금][하집1989(1),71]
판시사항

서명이 위조된 예금청구서에 의한 청구금액의 지급과 서명대조에 있어 요구되는 은행원의 주의의무의 정도

판결요지

은행원이 위조된 예금청구서에 따라 청구금액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예금주와 은행 사이에 은행이 금액, 신고된 암호 및 예금주의 서명등이 기재된 예금청구서를 예금통장과 함께 제출받아 신고된 암호 및 서명과 상당한 주의로써 대조하여 틀림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예금통장을 지참한 자에게 청구금액을 지급하며 이러한 경우 암호의 누설이나 서명의 위조등의 사유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은행은 일절의 책임을 지지아니한다는 내용의 면책약관이 있었고, 위조된 서명이 난해한 아랍어로 된 것으로 외형상 전체적으로 매우 유사하였을 뿐 아니라 실무경험이 있는 은행원이 육안으로 외형상 전체적으로 유사여부를 평면대조하여 동일한 것으로 믿고 위 청구금액을 지급하였다면 은행은 위 약관에 따라 면책된다.

원고, 피항소인

압둘 아지즈 에이치 알 야히야(Abdul Aziz H. AL Yahiya)

피고, 항소인

한국외환은행

주문

원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위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1,2심 모두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금 44,750,00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부본의 송달익일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라는 판결 및 가집행선고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인인 원고가 1985.8.28. 우리나라 은행인 피고은행과의 사이에 피고은행 본점에 개설된 원고 명의의 온라인 보통예금 통장 계좌(계좌번호 011-13-18456-2)에 수시로 예입하는 금액을 피고은행이 소비임치하고 있다가 원고, 그 대리인 또는 사자가 예금통장과 함께 피고은행에 신고된 원고의 서명 및 암호가 기재된 피고은행 소정양식의 예금청구서를 피고은행에 제시하는 경우 즉시 위 계좌에 예입된 금액 한도내에서 청구금액을 지급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보통예금계약을 체결한 사실, 원고의 처남인 소외 1이 소외 2를 시켜 원고의 예금통장과 피고은행에 신고된 원고의 암호(1954)가 기재된 예금청구서를 피고은행 본점에 제출하여 위 계좌에 예입된 금원 가운데 1986.10.28. 금 7,500,000원을, 1986.12.4. 금 34,000,000원, 1986.12.26. 금 4,000,000원 합계 금 45,500,000원을 인출하여간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원고는, 피고은행이 소외 2에게 위와 같이 3차례에 걸쳐 지급한 금원 가운데 뒤에 보는 1986.10.28.자 지급금 중 원고가 스스로 인출 의뢰한 금 750,000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 44,750,000원(45,500,000원-750,000원) 상당은 소외 1이 예금청구서들을 변조 또는 위조하여 청구한 것이므로 각 그 지급이 원고에 대한 유효한 변제가 되지 아니하므로 원고는 여전히 피고은행에 대해 위 금원 상당의 예금반환채권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위 금 44,750,000원의 지급을 구한다.

먼저 이 사건을 원고가 외국인으로서 우리나라 은행과 사이의 예금계약에 관한 분쟁이므로 섭외적 생활관계로서 준거법이 정해져야 할 것인데 섭외사법 제30조 에 의하면 은행업무에 관한 사항 및 효력은 은행이 속하는 국가의 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우리 나라에서 예금계약이 체결된 이 사건에서 적용되는 법은 피고은행이 속하는 우리나라 법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원고의 예금반환청구에 대하여 피고은행은 먼저, 원고가 소외 1에게 원고의 위 예금통장을 교부하고 암호를 알려줌으로써 위 각 예금인출의 권한을 묵시적으로 위임하였으므로 소외 1로부터 위 예금인출의 지시를 받은 소외 2는 위 예금의 변제수령권한이 있는 자이고 그렇지 않다하더라도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 위 각 예금지급은 원고에 대한 적법한 변제로서 유효하다고 항변하므로 살피건대, 각 성립에 다툼이 없는 갑 제2호증의 2(공소장), 갑 제3호증의 4(의견서), 같은 호증의 9,15,16,17,18(각 진술조서), 같은 호증의 20(피의자신문조서), 원심증인 소외 1의 증언에 의하여 진정성립이 인정되는 갑 제3호증의 6(자술서)의 각 기재와 위 증인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사우디 아라비아에 거주하던 원고가 1986.9.30.경 서울에 사는 원고의 장모 소외 3이 여권수속을 하는데 쓰는 비용으로 원고의 위 예금 구좌에서 금 750,000원을 지급받도록 하기 위하여 청구금액을 아라비아숫자로 금 750,000원, 원고의 암호인 1954를 각 기재하고 서명할 한 피고은행 소정의 예금청구서 1매와 위 보통예금통장을 서울에 있는 소외 김탁에게 보내고, 소외 김탁은 이를 원고의 처가측에 보내온 것을 그 처남인 소외 1이 전달받게 되자 소외 1은 이를 손에 놓게 된 것을 계기로 1986.10.28.에는 위 예금청구서에 위와 같이 원고가 아라비아숫자로 기재해 둔 금 750,000원 부분에 0을 하나 더 써넣고 그 옆에 한글로 금 칠백오십만원이라고 기재하여 청구금액란을 변조한 다음 소외 2를 시켜 그 변조한 예금청구서(을 제2호증의 1)와 위 예금통장을 피고은행에 제출하고 1986.12.4.과 1986.12.26.에는 각 원고의 서명을 흉내내어 위조하고 원고의 위 암호를 기재한 청구금액 금 34,000,000원과 금 4,000,000원의 각 예금청구서(을 제2호증의 2 및 4)와 위 예금통장을 소외 2를 시켜 피고은행 본점에 제출하여 각 예금청구서에 기재한 금원의 지급을 구하였는데 피고은행 담당직원은 위 1986.10.28.자 예금청구서상의 아라비아숫자로 기재된 금액부분이 변조된 것과 위 1986.12.4.자와 1986.12.26.자 예금청수거상의 원고의 서명이 각 위조된 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소외 2를 위 예금의 변제수령권한이 있는 자로 판단하여 위 각 청구금액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이 없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소외 1이 소외 2를 시켜 인출하여간 금원 중 원고가 적법하게 변제되었음을 다투지 아니하는 위 1986.10.28.자 인출금 중의 금 750,000원을 제외한 나머지 합계 금 44,750,000원에 관하여는 원고가 그 인출의 권한을 소외 1에게 명시적 혹은 묵시적으로 위임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적법한 수령 권한자에게 변제하였다는 피고의 위 항변은 그 이유가 없다 할 것인 바,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 유효한지 여부는 변제자의 선의이며 과실없는 경우에 한하여 효력이 있으므로 피고은행이 과연 선의로 과실없이 지급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판단하기로 한다.

먼저 보통예금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원고와 피고은행 사이에 예금을 찾을 때에는 피고은행 소정의 예금청구서에 금액, 년, 월, 일을 명기하고 피고은행에 신고된 암호를 기재하고 서명하여 예금통장과 함께 피고은행에 제출하면 피고은행은 신고된 암호 및 서명을 상당한 주의로써 대조하여 틀림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예금통장을 지참한 자에게 청구금액을 지급하며, 이러한 절차에 따라 지급한 금액에 대하여는 암호의 누설이나 통장의 도용, 서명의 위조, 변조 기타 사유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피고은행은 일체 그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의 면책약관이 있었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 바, 그렇다면 앞서 본 바와 같이 1986.10.28.자 금 7,500,000원의 예금청구서(을 제2호증의 1)의 경우 청구금액란이 변조되었다고는 하나 그 청구금액은 아라비아숫자와 한글로 기재되어 있어 아라비아숫자부분이 변조된 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한글로 기재되어 있는 것을 믿는데에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어음법 제6조 제1항 , 수표법 제9조 제1항 참조) 피고은행으로서는 위 예금청구서에 기재된 금액을 지급함에 있어서 위 약정에 의해 요구되는 정도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고, 따라서 1986.10.28. 지급된 금원 중 변제의 효력에 관하여 다툼이 있는 금 6,750,000원(7,500,000원-750,000원)은 피고은행이 같은 금원을 소외 2에게 지급함으로써 면책되었다고 할 것이다.

다음 피고은행이 1986.12.4. 지급된 금 34,000,000원과 1986.12.26. 지급된 금 4,000,000원도 각 그 지급시에 위조된 서명을 대조함에 있어서 피고은행이 위 약정(면책약관)에 의하여 요구되는 상당한 주의의무를 다하였으므로 면책이 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피고은행이 1986.12.4.과 1986.12.26. 위조된 예금청구서에 기재된 금액을 소외 2에게 각 지급한 경위는 앞서 본 바와 같은 바, 위조된 1986.12.4.자 예금청구서(을 제2호증의 2)의 서명 부분 및 같은 1986.12.26.자 예금청구서(을 제2호증의 4)의 서명 부분을 피고은행에 신고된 위 예금통장(갑 제1호증의 2)의 원고의 서명과 비교하여 보면 위조된 위 각 서명은 그 전체적인 모양이나 세부적인 획이 위 예금통장에 나타난 원고의 각 서명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원심증인 이재문, 당심증인 조영자, 정순영의 각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윈·피고 사이의 예금계약 약정상 예금통장에 의한 예금의 인출은 예금통장을 지참한 자에게 예금통장과 비밀암호가 맞는 이상 인감을 제출된 인감과 나란히 놓고 육안으로 양 인영을 비교 대조하는 이른바 평면대조 방법으로 대조하여 상당한 주의로써도 틀림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피고은행은 청구금액을 지급하기로 하였다고 볼 것인데 특히 인감이 없는 외국인에 대하여는 인감대신으로 쓰이는 서명대조 방법에 관하여는 동일인의 서명이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상당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서명의 진위를 확인하는 기술방법이 없을 뿐만아나라 서명을 위조하는 자도 서명을 연습하여 본인의 것과 얼마든지 흡사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서명의 대조가 무의미하게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서명대조에서 요구되는 은행원의 주의의무는 실무경험이 있는 은행원이 육안으로 외형상 전체적으로 유사여부를 평면대조 하여 위도여부를 가려낼 수 밖에 없다 할 것인 바, 이 사건 원고의 각 서명과 위조된 서명은 난해한 아랍어로 된 서명으로서 외형상 전체적으로 매우 유사한 점에 비추어(신속한 처리가 요구되는 은행거래에 있어서 아랍인의 서명이라 하여 반드시 아랍어를 해독하는 자 또는 필적 전문감정인으로 하여금 이를 판별하게 할 수 도 없다) 이 사건에 있어서 소외 조영자는 은행원으로서 그 직무상 요구되는 충분하고도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 대조한 다음 동일한 것으로 믿고 위 각 금원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일부 반하는 듯한 갑 제3호증의 15의 일부 기재는 위 조영자의 당심 증언에 비추어 믿기 어렵고 달리 위 인정사실을 뒤집을 만한 반증이 없다.

그렇다면 원고가 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 예금은 원·피고 사이의 예금계약상 약정에 따라 모두 적법하게 원고에게 이미 지급되었다할 것이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없다 할 것인데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한 원판결은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원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위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소송비용은 1,2심 모두 패소자인 원고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공웅(재판장) 장준철 정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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