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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대법원 2018.11.15.선고 2016다20831 판결
손해배상(의)
사건

2016다20831 손해배상(의)

원고피상고인겸상고인

1. A

2. B

3. C.

원고 2, 3은 미성년자이므로 법정대리인 친권자 부 A

피고상고인겸피상고인

학교법인 D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한길

담당변호사 장현길, 김지호, 양종관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6. 3. 31. 선고 2014나17116 판결

판결선고

2018. 11. 15.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고들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의사의 의료행위의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는지 여부나 그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밝혀내기 매우 어려운 특수성이 있으므로, 수술 도중이나 수술 후 환자에게 중한 결과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한 경우에, 그 증상 발생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그와 같은 증상이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지는 아니한다(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 참조). 한편 의사는 진료를 행할 때에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진다고 할 것이고, 그것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의 결과를 놓고 그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은 과실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이 2011. 2. 9.까지 망인의 입원 기간 동안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의 결핵을 치료하면서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과실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1) 피고 병원 의료진의 4가지 항결핵제(스트렙토마이신, 시클로세린, 파스, 피라진 아미드) 투여로 입원 기간 망인에게 백혈구 감소증이 나타났다거나 망인의 백혈구 및 CRP, ESR 수치상 망인에게 뇌수막염 등의 가능성을 의심하여 이에 대처하기 위한 신경과적 검사나 처치가 필요한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

(2)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망인이 입원 기간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제8뇌 신경 손상을 의심할 만한 증상을 호소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피고 병원 의료진이 입원 기간 중 망인에 대한 임상경과 관찰을 잘못하였다거나 망인의 증상 호소를 진료기록에 제대로 기재하지 아니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 병원 의료진이 청력검사 등을 하지 않은 채 스트렙토마이신을 계속 투여한 데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

(3) H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감정의도 피리독신이 시클로세린으로 인한 뇌병증을 예방할 수 있는지에 관한 확고한 학술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권장사항일 뿐이며, 망인이 젊은 여성으로서 뇌병증 발생 고위험군이 아니었으므로 당시 피리독신 투여가 필수적인 상황은 아니었다고 밝힌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에게 시클로세린을 투여하면서 피리독신을 병용 투여하지 않은 데에 과실이 있었다고 할 수 없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의료소송에 있어서 과실 및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원고들은 상고이유로 피고의 책임을 제한한 원심 판단이 부당하다며 다투나, 뒤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이상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위 주장은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2. 피고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환자에 대한 수술은 물론, 치료를 위한 약품의 투여도 신체에 대한 침습을 포함하는 것인 이상 마찬가지 주의의무가 요구된다 할 것이며, 이와 같은 의료상의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한다(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4다64067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2011. 1. 22. 피고 병원에 입원하여 항결핵제 투여로 결핵 치료를 받던 망인이 4가지 항결핵제(스트렙토마이신, 시클로세린, 파스, 피라진아미드) 투여에도 백혈구 수치가 증가하고 그동안 호소하던 고열과 근육통이 사라지는 등 증상이 호전되자 2011. 2. 9. 퇴원하였다.

(2) 망인이 2011. 2. 14. 발열과 오한 증상을 이유로 피고 병원에 내원하자, 피고 병원 의료진은 처방한 위 4가지 항결핵제 중 가장 최근부터 투여하기 시작한 피라진아 미드의 복용 중단을 지시하고, 2011. 2. 17. 다시 내원하도록 하여 망인을 귀가시켰다. (3) 한편 망인은 2011. 2. 14. 감염내과에서 진료 받을 당시 체온이 37℃였고(감염 내과 진료기록), 감염내과 처방에 따라 같은 날 11:27 채취한 혈액검사 결과상 백혈구 수치가 940 이었다.

(4) 또한 피고는 원심 변론종결일 진술한 준비서면(2016. 1. 19.자)에서 2011. 2. 14. 망인의 평상시 백혈구 수치인 1730/d에 도달하였다고 주장하였는데, 피고의 2014. 5. 13.자 진료기록감정촉탁 신청서에는 2011. 2. 14. 피고 병원 류마티스내과 진료기록 및 류마티스내과 처방에 따라 2011. 2. 14. 17:38 망인에게서 채취한 혈액의 검사결과지가 첨부되어 있다.

(5) 망인이 2011. 2. 16. 17:46경 도보로 피고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여 '전날부터 쇠약감이 있었지만 이상 증상이 없다가 낮 12시경 어지럼증이 시작되었고 그 무렵 잠들었다가 17시경 잠에서 깨어난 이후부터 지끈거리는 양상의 두통과 주변이 울렁거리는 양상의 어지럼증, 구역, 구토 증상이 있어 내원하였다'라는 취지로 의료진에게 얘기하였다.

(6) 이후로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망인은 2011. 2. 16. 19:57경 MRI 검사실에서 돌아온 후 의료진이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아니하였고, 21:05경 반혼수상태에 빠졌으며, 23:00경 자가호흡이 불가능하게 되어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결국 망인은 2011. 2. 21. 뇌사 판정을 받고, 2011. 8. 1. 뇌병증으로 사망하였다. 한편 2011. 2. 16. 시행한 MRI 검사결과에서 망인은 전반적인 뇌손상이 발생한 상태로 추정되는 상황이었다.

(7) H병원장(호흡기알레르기내과)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및 각 사실조회결 과는, 망인에게 투여된 시클로세린과 파스가 뇌병증을 포함한 신경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나, 망인의 입원 기간(2011. 1. 22. ~ 2011. 2. 9.) 그리고 2011. 2. 14. 내원 당시 망인에게 뇌병증을 의심할 만한 증상에 관한 기록이 없고, 뇌질환이 드물며 망인이 뇌병증을 의심할 만한 증상을 보이지 않았으므로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의 뇌병증발생을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나아가 백혈구 감소증이 뇌질환을 우선적으로 의심해야 하는 검사 소견에 해당하지 않고, 피고 병원 의료진이 2011. 2. 14. 외래 진료 당시 망인의 백혈구 감소증을 유발한 항결핵제를 피라진아미드로 추정하고 피라진아미드 투여 중단을 지도한 다음 3일 뒤 증상의 호전 여부를 살피기 위해 외래관찰을 선택한 것이 당시 상황에서 적절하고 합리적이었다고 한다.

(8) J의료원장(신경과)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도 위와 같은 취지의 의견이고, 망인의 경우처럼 항결핵제 독성 부작용으로 응급실 내원 후 수 시간 안에 급격히 증상이 악화되는 사례는 실제 임상에서 매우 드문 경우라는 것이다. 다만, 망인의 백혈구 감소증이 매우 심한 상태였으므로 감염 등 위험성을 고려하여 입원치료를 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2011. 2. 16. 시행된 망인의 뇌척수액 검사에서 백혈구, 단백질, 당 수치가 모두 이상을 보이지 않아 감염의 의심소견이 없는 상태였다고한다.

(9) 망인이 결핵 치료를 받던 시점에서 몇 달 뒤 제정된 질병관리본부의 '결핵진료 지침'에는 시클로세린의 경우 '중추신경계 장애가 가장 흔한 부작용으로 두통, 어지러 움, 불안증을 일으킬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정신병, 간질증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중추 신경계 부작용은 알코올 중독, 우울증, 불안증, 정신병, 간질 발작 및 신기능의 장애가 있는 환자에서 시클로세린을 사용할 때 더 자주 발생한다. 그러므로 부작용의 위험성이 큰 사람에게 사용시 주의하여야 한다. 또한 치료 중 가족에게 환자가 우울증이나 성격이상을 보이면 즉시 의료진에게 알리도록 교육하여야 한다'라는 내용이 있으나, 망인에게 투여된 다른 항결핵제(스트렙토마이신, 파스, 피라진아미드)의 경우 뇌병증이나 중추신경계 장애를 부작용으로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다.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 등을 들어 피고 병원 의료진의 사용자인 피고가 망인과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1) 2011. 2. 14. 망인이 피고 병원에 내원했을 당시 다시 고열과 오한 증상을 호소하고, 백혈구 수치(940/)가 입원 기간 중 가장 낮은 수치였던 1000/ 보다 낮아 면역력이 떨어져서 감염에 취약한 상태였기 때문에 입원치료를 고려했어야 했다. 당시 망인에게는 항결핵제의 부작용으로 인하여 2~3일 안에 건강상태가 급격하게 악화되어 뇌사상태로 이어질 절박한 위험성을 나타내는 어떤 의학적인 징후가 존재하였으므로,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을 재입원 등의 조치 없이 귀가하도록 한 것은 주의의무를 다 하지 아니한 것이다.

(2) 피고 병원 의료진이 퇴원 당시 망인에게 항결핵제의 적정 투약량과 투약방법, 부작용이 재발하였을 경우의 대처방법 등을 충분히 지도 · 설명하지 않았다.

라. 그러나 앞서 본 법리와 사정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원심으로서는 2011. 2. 14. 망인의 평상시 백혈구 수치인 1730/k에 도달하였다는 피고의 주장과 관련하여, 피고의 진료기록감정촉탁 신청서에 첨부된 검사결과지(피고 병원 류마티스내과 처방에 따라 2011. 2. 14. 17:38 채취한 혈액의 백혈구 수치) 등을 증거로 제출할 것인지 여부를 석명하는 등 망인의 당시 상태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심리하였어야 했다.

(2) 2011. 2. 9.까지의 입원 기간 및 2011. 2. 14. 내원 당시, 망인이 피고 병원 의료진에 호소한 증상과 2011. 2. 14. 망인의 혈액검사 결과(백혈구 수치) 등만으로는 망인에게 전반적인 뇌손상이 발생하여 실제 2, 3일 만에 뇌사 상태로 이어질 의학적인 징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3) 따라서 2011. 2. 14.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을 재입원시키지 않고 3일 후 다시 내원하도록 하여 귀가시켰다고 해서 어떠한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4) 설령 망인의 백혈구 감소증이 매우 심한 상태라서 감염의 위험성 때문에 망인을 재입원시켰어야 하더라도, 망인에게 감염이나 감염성 뇌병증이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려워 망인에게 발생한 중한 결과와 인과관계 있는 과실이라고 보기 어렵다.

(5) 피고 병원 의료진이 퇴원 당시 망인에게 항결핵제의 적정 투약량과 투약방법을 충분히 지도 · 설명하지 않았더라도, 망인이 피고 병원 의료진이 처방한 것과 다른 용량이나 방법으로 투약하였는지 그리고 그로 인하여 망인에게 뇌손상과 이로 인한 사망

의 결과가 발생하였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심리 없이는 피고 병원 의료진의 지도의무 위반을 이유로 생명·신체상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

(6) 망인에게 발생한 뇌손상과 이로 인한 사망의 결과는, 시클로세린 등 당시 망인에게 투여되던 항결핵제의 전형적이고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의료계에 알려진 사실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7) 망인이 시클로세린의 중추신경계 부작용 발생 위험성이 큰 기왕증을 가지고 있었다거나, 망인에게 우울증이나 성격이상의 증상이 나타났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가까운 시일에 외래 진료까지 예약된 망인에 대하여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에게 실제 발생한 부작용과 그 구체적 증상 및 대처방안을 설명하여 줄 의료상의 주의의무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마.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정들만으로 피고 병원 의료진의 의료상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의료소송에 있어서 과실 및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3. 결론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조희대

대법관김재형

주심대법관민유숙

대법관이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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