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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2013. 5. 2. 선고 2012구합13276 판결
[정직처분등취소][미간행]
원고

원고 1 외 10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다산 외 2인)

피고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인촌 담당변호사 손우근 외 1인)

변론종결

2013. 4. 9.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1. 9. 2. 원고 1, 원고 2, 원고 3에 대하여 한 정직 1개월, 원고 9, 원고 10에 대하여 한 감봉 3개월, 원고 4, 원고 6, 원고 7에 대하여 한 감봉 2개월, 원고 5, 원고 8, 원고 11에 대하여 한 감봉 1개월의 처분을 모두 취소한다.

이유

1. 이 사건 징계처분의 경위

가. 원고들은 아래 〈원고들의 채용직급 및 현 근무처 등 표〉 기재와 같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라 한다)에서 근무하고 있던 자들이다.

본문내 포함된 표
순번 원고 채용일자 채용직급 현 근무처
1 원고 1 2002. 9. 2. 5급 상당(소속 1 생략) □□□□□□과
2006. 1. 12. 5급
2 원고 2 2006. 3. 20. 5급 ◇◇◇◇과
3 원고 3 2003. 10. 7. 전문계약직 나급 ☆☆☆☆과
2006. 6. 27. 5급
4 원고 4 1992. 10. 1. 9급(소속 2 생략) □□□□□□과(6급)
5 원고 5 2007. 7. 1. 7급 ◎◎인권사무소
6 원고 6 2006. 6. 13. 5급 ☆☆☆☆과
7 원고 7 2002. 4. 17. 6급 상당(소속 3 생략) 휴직 중
2006. 1. 12. 6급
8 원고 8 2002. 4. 17. 7급 상당(소속 4 생략) ◁◁인권사무소(6급)
9 원고 9 2002. 4. 16. 6급 상당(소속 5 생략) ▷▷▷▷과
10 원고 10 2003. 10. 8. 6급 상당(소속 5 생략) ♤♤♤♤과
11 원고 11 2002. 4. 1. 7급 상당(소속 3 생략) ◈◈◈◈과(6급 상당)

나. 피고는 2011. 9. 2. ‘원고들은 소외 1에 대한 계약연장 거부결정에 대하여 집단적으로 비난하면서 인권위 청사 앞에서 피켓을 들고 1인 릴레이시위를 하였고, ○○○뉴스 등에 위 결정과 인권위를 비난하는 글을 기고하였으며, ○○○뉴스 등에 기고된 글을 인권위 내부 전산망 게시판에 올렸고, 인권위 청사 1층 로비 및 청사 앞 인도 상에 위 피켓을 전시하였다’라는 이유로 국가공무원법 제63조 품위유지의무위반 및 제66조 집단행위금지의무위반을 이유로 원고 1, 원고 2, 원고 3, 원고 9에 대하여 정직 1개월, 원고 4, 원고 5, 원고 10에 대하여 감봉 3개월, 원고 6, 원고 7에 대하여 감봉 2개월, 원고 8, 원고 11에 대하여 감봉 1개월의 각 징계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징계처분’이라 한다).

다. 원고 1, 원고 2, 원고 3, 원고 4, 원고 5, 원고 6, 원고 7, 원고 8은 행정안전부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하였고, 위 위원회는 2012. 1. 11. 원고 4에 대한 감봉 3개월의 처분을 감봉 2개월로, 원고 5에 대한 감봉 3개월 처분을 감봉 1개월로 변경하였으나, 나머지 원고들의 청구는 기각하였다.

라. 원고 9, 원고 10, 원고 11은 인권위 행정심판위원회에 심판 청구를 하였고, 위 행정심판위원회는 2012. 2. 14. 원고 9에 대한 징계처분을 정직 1개월에서 감봉 3개월로 변경하였으나 나머지 원고들의 청구는 기각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1 내지 11, 갑 제2호증의 1 내지 11, 갑 제3호증의 1 내지 11, 갑 제9호증의 1, 2, 갑 제10호증의 1, 2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징계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들의 주장

1) 절차상 하자에 대하여

인권위 징계규칙에 의하면 징계혐의자에게는 재심사청구권이 있는데, 피고는 징계위원회와 동일한 위원들로 하여금 재심사위원회를 구성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위 징계규칙이 정한 재심사청구권을 사실상 형해화시켜 원고들의 재심사청구권을 침해하였으므로 이 사건 징계처분은 절차상 하자가 존재하여 위법하다.

2) 징계사유에 대하여

가) 집단행위금지의무 위반에 대하여

원고들의 1인 시위와 ○○○뉴스 기고 행위 등은 같은 시간, 장소에서 한 것이 아니므로,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 에서 금지되는 집단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또한 위 조항의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는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하여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는 집단적 행위인데 원고들의 행위는 인권위가 그 설립 목적에 맞게 인권을 보호하는 기관으로 정립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으므로 공익에 부합하고, 원고들의 직무를 소홀히 하면서 한 것이 아니어서 원고들이 직무전념의무에 위반한 것도 아니다.

나)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대하여

인권위가 국제적, 사회적으로 비판을 받고 있었던 상황에서 원고들은 인권위가 그 설립 목적에 맞게 인권을 보호하는 기관으로 정립해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1인 시위를 하고 ○○○뉴스 등에 글을 기고한 것이므로 그 목적이 공익에 부합하고, 그 내용도 원고들의 의견 표현에 불과하며 인권위의 인권 침해를 바로 잡고자 하는 내용이어서 표현의 자유에 의하여 포섭되는 행위이다.

위와 같은 표현행위의 목적과 내용에 비추어 일반 국민들로서는 인권위 내부에서 의견 대립이 발생하고 갈등이 조정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인권위를 보편적 인권을 수호하는 기관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원고들이 공무원으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시키거나 조직 내부의 갈등을 드러내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실추시키는 행위를 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원고들이 조직 내부의 문제를 외부를 통해 비판했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의 행위는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

3) 징계양정에 대하여

원고들의 행위는 인권위의 소통과 성찰을 촉구한 것으로 공익성이 인정되고 행위의 정도도 표현의 자유에 따라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평온하게 이루어진 것인 점, 금품수수, 성폭력 등 다른 중대한 비위행위와 비교해도 형평성을 잃은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징계처분은 징계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

또한 피고는 단순히 외부 언론 첫 기고자인 원고 1, 원고들 중 1인 시위를 처음으로 한 원고 2, ○○○뉴스 기고글을 인권위 내부 전산망에 처음으로 올린 원고 3을 주도자로 간주하여 중한 정직 처분을 하였는데, 원고 1, 원고 2, 원고 3이 최초의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원고들의 행위는 다른 원고들의 행위와 무관한 독립적 행위이므로 위 원고들을 주도자로 볼 수 없고, 1인 시위를 처음으로 한 자는 소외 2인데 소외 2가 사직을 하자 그 다음에 한 원고 2를 주도자로 보는 등 피고의 징계양정은 그 기준이 애매모호하고 자의적이며 구체성이 결여되어 위법하다.

나. 관계 법령

제63조 (품위 유지의 의무) 공무원은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그 품위가 손상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66조 (집단 행위의 금지)

① 공무원은 노동운동이나 그 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사실상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은 예외로 한다.

다. 인정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앞서 든 각 증거, 갑 제12호증의 1 내지 3,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을 제3호증의 1 내지 21의 각 영상, 증인 소외 2의 증언 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1) 소외 1에 대한 계약기간 연장거절

가) 소외 1은 2002. 4. 1. 인권위에 7급 상당의 별정직공무원으로 임용되어 근무하다가 2004. 3. 2. 인권위와 계약기간을 2006. 3. 1.까지로 하는 일반계약직공무원(직급 6호) 채용계약을, 2006. 3. 2. 위 계약기간을 2009. 3. 1.까지 연장하는 채용계약을, 2009. 3. 2. 계약기간을 2011. 3. 1.까지로 하는 채용계약을 각 체결하여 근무하였다.

나) 인권위 계약직공무원 재계약심사위원회는 2011. 1. 28. 소외 1과 재계약하지 않기로 의결하였고, 이에 인권위는 같은 날 소외 1에게 2011. 3. 1.자로 채용계약이 만료된다는 내용의 통보를 하였다.

2) 이 사건 행위

가) 1인 시위 등

(1) 소외 1이 위와 같이 인권위로부터 계약기간을 연장받지 못하자 인권위 조사관이던 소외 2는 2011. 2. 14. 점심시간(12:00 ~ 13:00)을 포함하여 1시간 30분 동안 인권위 청사 앞에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인권위 모토이자 소명입니다. 그러나 정작 인권위는 사람을 귀히 여기지 않습니다’라는 내용이 기재된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였고, 같은 날 ○○○뉴스에 인권위를 비판하는 내용이 포함된 글을 기고하였으며(그 후 소외 2는 2011. 2. 16. 사직하였다), 원고 1은 2011. 2. 14. △△신문에 별지 기재와 같이 인권위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기고하였다.

(2) 원고 2는 2011. 2. 15. 점심시간에 인권위 청사 앞에서 별지 기재 피켓 문구 내용이 기재된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였고, 그 뒤를 이어 나머지 원고들도 2011. 2. 17.부터 2011. 3. 2.까지 점심시간에 인권위 청사 앞에서 별지 기재 피켓 문구 내용이 기재된 피켓을 들고 별지 기재 각 일시에 각자 1인 시위를 하였다(다만 2011. 3. 2.에는 인권위 청사 앞에서 원고 6이, ◎◎인권사무소 청사 앞에서 원고 5가, ◁◁인권사무소 청사 앞에서 원고 8이 각각 1인 시위를 하였다).

나) ○○○뉴스 기고

원고 2는 1인 시위를 한 날인 2011. 2. 15. ○○○뉴스에 1인 시위 장면을 찍은 사진을 포함한 인권위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기고하였고, 나머지 원고들도 별지 기재와 같이 각자 1인 시위를 한 날 ○○○뉴스에 소외 1에 대한 계약기간 연장거절과 인권위의 독선·불통 등을 비판하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된 글과 1인 시위 장면을 찍은 사진을 기고하였는데, 원고들의 ○○○뉴스 기고글에는 공통적으로 별지 기재와 같은 내용의 서문이 기재되어 있었다.

다) 피켓 전시

원고 1, 원고 2, 원고 3, 원고 11, 원고 7, 원고 9, 원고 4는 소외 1의 마지막 출근날인 2011. 2. 28. 08:30경 인권위 청사 1층 로비에 위와 같이 1인 시위에 사용하였던 피켓을 모아 전시하였다가 피고로부터 철거당하자 같은 날 09:40경부터 13:00경까지 인권위 청사 앞 인도에 위 피켓들을 전시하였다.

라) 인권위 내부 전산망에 ○○○뉴스 기고글 게재

원고 3은 2011. 2. 24. 자신이 ○○○뉴스에 기고한 글을 인권위 내부 전산망에 올렸고, 나머지 원고들도 별지 기재와 같이 자신들이 ○○○뉴스에 기고한 글 등을 위 내부 전산망에 올렸다[이하 원고들의 위 가) 내지 라)의 행위를 합하여 ‘이 사건 행위’라 한다].

3) 한편, 소외 1은 대한민국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 2011구합9072호 로 인권위의 계약기간 연장거절이 실질적으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공무원지위확인청구 등을 하였는데, 위 법원은 소외 1에게 계약연장에 대한 기대권이 존재하지 않아 계약기간만료로 공무원의 지위를 상실하였다는 이유로 소외 1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라. 판 단

1) 절차상 하자 여부에 대한 판단

인권위 징계규칙에 재심사위원회의 위원 구성을 징계위원회와 달리 구성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일반적으로 징계혐의자에 대한 재심사는 같은 기관에서 다시 심사를 하는 것이어서 심급을 달리하는 법원의 재판 절차와 동일하게 취급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징계위원회와 재심사위원회의 위원 구성이 동일하다는 사정만으로 원고들의 재심사청구권이 침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징계사유 존부에 대한 판단

가) 집단행위금지의무 위반에 대하여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 이 금지하고 있는 ‘공무 외의 집단적 행위’라 함은 공무원으로서 직무에 관한 기강을 저해하거나 기타 그 본분에 배치되는 등 공무의 본질을 해치는 특정목적을 위한 다수인의 행위로써 단체의 결성단계에는 이르지 아니한 상태에서의 행위를 말하는 것이고( 대법원 1992. 3. 27. 선고 91누9145 판결 등 참조), 국가공무원법이 금지하는 집단행위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서의 ‘특정 또는 불특정 다수인이 공동의 의견을 형성하여 이를 대외적으로 표명할 목적 아래 일시적으로 일정한 장소에 모이는 것’을 의미하는 ‘집회’와 그 목적에 비추어 같다고 볼 수 없으므로, 반드시 같은 시간, 장소에서 행해져야 할 것을 요하지는 않는다.

앞서 든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 5, 원고 8을 제외한 인권위 청사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한 나머지 원고들과 사직한 소외 2는 2011. 2. 14.부터 2011. 3. 2.까지 겹치지 않고 시위를 하였고, 같은 날 ○○○뉴스에 글을 기고하였는데, 사전 협의가 없는 상태에서 위와 같이 시위와 글 기고가 중복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점, ② 1인 시위는 점심시간에 인권위 청사 앞에서 계속적으로 이루어졌으므로, 일반적으로 어떤 집단의 역할분담에 의한 지속적이고 연속적인 행동으로 보여질 수 있는 점, ③ 마지막으로 1인 시위가 일어난 2011. 3. 2.에는 서울뿐만 아니라 대구(원고 5), 광주(원고 8)에서 각각 1인 시위가 있었고, 같은 날 ○○○뉴스에 글이 기고되었는데, 적어도 마지막 시위 및 기고라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④ 1인 시위 참여자 전원이 시위를 한 같은 날 ○○○뉴스에 글을 기고하였고, 원고들이 ○○○뉴스에 기고한 글들에는 공통적으로 별지 기재와 같이 서문으로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하게 되었고, 앞으로 시위에 참여하는 이들의 말을 기사를 통해 전달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이 있는 점, ⑤ 원고 1 등의 피켓 전시 행위는 같은 시간, 장소에서 이루어진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은 사전에 공모하여 이 사건 행위를 하였거나, 적어도 후행자가 선행하여 1인 시위 및 ○○○뉴스 글을 기고한 자에게 가담하는 방식으로 집단적으로 이 사건 행위를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또한 아래 나)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행위는 공무원으로서의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하여 직무에 관한 기강을 저해하거나 그 본분에 배치되는 등 공무의 본질을 해치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결국 원고들은 국가공무원법 법 제66조 제1항 소정의 공무 이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금지의무를 위반한 것이고, 이는 적법한 징계사유가 된다.

나) 품위유지의무위반에 대하여

공무원이 외부에 자신의 상사 등을 비판하는 의견을 발표하는 행위는 그것이 비록 행정조직의 개선과 발전에 도움이 되고, 궁극적으로 행정청의 권한행사의 적정화에 기여하는 면이 있다고 할지라도, 국민들에게는 그 내용의 진위나 당부와는 상관없이 그 자체로 행정청 내부의 갈등으로 비춰져, 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고, 특히 그 발표 내용 중에 진위에 의심이 가는 부분이 있거나 그 표현이 개인적인 감정에 휩쓸려 지나치게 단정적이고 과장된 부분이 있는 경우에는 그 자체로 국민들로 하여금 공무원 본인은 물론 행정조직 전체의 공정성, 중립성, 신중성 등에 대하여 의문을 갖게 하여 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위험성이 더욱 크다고 할 것이므로, 그러한 발표행위는 공무원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시키는 행위에 해당한다( 대법원 2001. 8. 24. 선고 2000두7704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사실들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행위로 인하여 국민들로 하여금 인권위 소속 공무원들 전체의 공정성, 청렴성 등을 의심케 하여 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이 사건 행위는 국가공무원법 제63조 의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

(1) 피켓, △△신문 및 ○○○뉴스 기고글에는 인권위와 인권위 지도부에 대한 비판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데, 특히 별지 기재 중 “뜻있는 이들의 항변에 권력은 침묵으로 일관합니다”(원고 1 △△신문 기고글), “인권위 몰락사의 주인공은 소외 3 위원장입니다. 현 위원장의 독립성 이론은 인권현안에 대한 회피, 인권시민단체와의 결별, 인권위 직원과의 소통 단절 등으로 구성된 게 아닐까 합니다”(원고 1 ○○○뉴스 기고글), “인권위 비전은 이제 쓰레기통에 처박아야 합니다. 이제 그 뻔뻔한 입으로는 인권을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원고 2 기고글), “독선과 불통으로 인권위가 죽어갑니다”(원고 3 피켓 문구), “눈치도 열심히 살핀다. 거울에 비친 몰골 흉측하기만 하다”(원고 4 기고글), “인권위는 안팎으로부터 ‘도둑이 들어도 짖지 않는 개는 필요 없다’는 질타를 받기에 이르렀습니다”(원고 5 기고글), “인권은 버리고 행정만”(원고 6 피켓 문구),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조직이 가장 추잡스런 공간으로 변질”(원고 7 기고글), “인권위가 졸지에 조졸과 비판을 받는 처리로 전락”(원고 8 기고글), “전임 위원장이 이미 만들어놓은 성과를 자신의 치적으로 삼거나, 위원회의 독단적 운영에 항의해 사퇴한 두 명의 상임위원 재직 중에 의결된 여러 결정을 마치 자신의 공으로 돌리는”(원고 9 기고글), “자신의 입장과 일치하지 않는 개인에 대한 박해, 더하고 뺄 것도 없이 현재 인권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축소”(원고 10 기고글), “가히 이름만 남은 인권기구라 할 만하다”(원고 11 기고글)는 등의 표현들은 어떠한 객관적인 근거에 의하여 사실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이고, 인권을 보호해야 할 인권위가 반인권적 행위를 하였다는 취지의 내용이어서 인권위의 본래 설립 목적에 비추어 인권위에 대한 국민의 신뢰 등을 실추시킬 우려가 높다.

(2) 이 사건 행위는 소외 1에 대한 계약기간 연장거절을 철회시키려는 데 주목적이 있어서 그 목적이 공익에 부합한다고 보기도 어렵고, 인권위가 소외 1에 대한 계약연장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인권위 지도부를 모욕하고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고 피켓 시위를 하는 것이 적법하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인권위가 소외 1에 대한 계약연장을 거절한 데에 절차상·내용상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3) 위와 같은 감정적인 표현 등으로 인권위에 대한 국민의 신뢰 등을 실추시킬 우려가 높은 점, 이 사건 행위의 목적이 공익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행위는 표현의 자유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봄이 타당하다.

(4) 이 사건 행위는 인권위 직원들 및 불특정 다수의 국민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인권위 내에 지도부와 직원들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발생했다는 부정적인 사실을 널리 알리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3) 징계양정에 대한 판단

앞서 본 사실들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행위로 인하여 일반 국민들에 대하여 인권위의 신뢰가 떨어지고 이미지가 실추되었고, 그 정도가 금품수수, 성폭력 등 다른 비위행위에 비해 덜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점, ② 1인 시위, 외부언론에 대한 글 기고 등에 처음으로 이를 행한 자가 반드시 사전 모의를 계획한 자라고 볼 수는 없지만 후행자가 선행자의 행위를 보고 후행 행위를 하게 된 것이라면 최초에 행위를 한 자에 대한 징계가 다른 사람들에 비하여 다소 무겁다고 하여 형평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는바, ㉠ 원고 1은 다른 원고들과 달리 △△신문 및 ○○○뉴스에 글을 각각 기고하였고, 원고들 중 최초로 2011. 2. 14. 외부 언론(△△신문)에 글을 기고한 점, ㉡ 2011. 2. 14. 당시에는 원고 1이 위와 같이 △△신문에 글을 기고하고 소외 2가 1인 시위를 한 후 ○○○뉴스에 글을 기고하였을 뿐이어서 위와 같은 행위가 확산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원고 2는 다음날인 2011. 2. 15. 1인 시위를 하고 ○○○뉴스에 글을 기고함으로써 위와 같은 행위가 다른 원고들에게 확산되는 데에 기여하였다고 보이는 점, ㉢ 원고 3은 내부 전산망에 ○○○뉴스에 기고한 글을 처음으로 게재하여 인권위 직원들에게 ○○○뉴스에 글이 릴레이로 기고되고 있다는 사정을 알게 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 1, 원고 2, 원고 3의 행위의 정도가 다른 원고들에 비하여 무겁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징계양정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반정우(재판장) 김진하 김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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