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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서울지법 1993. 9. 22. 선고 92가합49237 제15부판결 : 확정
[손해배상(의)][하집1993(3),105]
판시사항

완치불능인 폐암환자도 발병사실을 알 경우 진행상태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받고 생존기간을 연장하거나 본인 혹은 가족들이 신변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으므로 의사가 폐암환자를 건강하다고 진단함으로써 그 같은 기회를 상실하게 하였다면 그에 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원고

원고 1외 2인

피고

피고

주문

1. 피고는 원고 1에게 금 4,000,000원, 원고 2, 3에게 각 금 3,000,000원 및 이에 대한 1990.9.21.부터 1993.9.22.까지는 연 5푼,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이를 10분하여 그 9는 원고들의, 나머지는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1에게 금 67,657,962원, 원고 2, 원고 3에게 각 금 42,105,308원 및 이에 대하여 1990.9.21.부터 1993.9.22.까지는 연 5푼,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다음의 사실은 갑 제1 내지 4호증, 갑 제5호증의 1 내지 13,14,15 내지 36, 53, 54, 57, 64, 69, 73, 77, 117, 갑 제6,7호증의 각 기재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부속 신촌세브란스원장에 대한 감정촉탁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이에 어긋나는 갑 제5호증의 14, 27, 33, 55, 56, 70, 71의 각 기재부분은 믿을 수 없고 달리 반증이 없다.

가. 당사자

망 소외인(1948.7.26.생, 여약사)은 1990.9.21. 피고가 경영하는 (병원이름 생략)병원에서 흉부 엑스레이(×-ray) 검사 등 건강진단을 받은 결과 정상이라고 판정되었으나 1992.5.30. 폐암으로 사망한 자이고 원고 1은 그의 남편, 원고 2, 3은 그의 자로서 그의 공동상속인이다. 피고는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주소지에서 (병원이름 생략)병원을 경영하고 있으며 소외 1은 내과 전문의로서 1988.8.부터 1991 5.까지 (병원이름 생략)병원 내과과장으로 근무하는 피고의 피용자 였다.

나. 건강진단서 발급과정과 그 후의 경과

(1) 망 소외인은 1988.경부터 두통 및 어깨통증을 느끼기 시작한 뒤로 계속해서 통증이 심해지자 1990.5.9. (병원이름 생략)병원 정형외과에 찾아가 진찰을 받은 결과 신경을 많이 쓰고 어깨를 무리하게 써서 발생한 증상이므로 안정을 취하여야 한다는 처방을 받고 의사의 지시대로 행동하였으나 어깨의 통증이 계속되고 간헐적이나마 기침도 시작되었다.

(2) 약사법 제4조 제1항에 의하면 심신상실자, 심신 미약자(제2호), 마약 기타 유독물질의 중독자(제5호)는 약사의 결격사유로 규정되어 있는바, 망 소외인은 1990.9.20. 약사면허 갱신에 필요한 건강진단서를 발급받기 위하여 (병원이름 생략)병원 건강관리과 소속 간호원 소외 2의 지시에 따라 같은 병원 임상병리과에서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방사선과에서 흉부엑스레이검사를 받았는데, 혈액검사와 소변검사결과는 모두 정상이었으나 방사선과 전문의 소외 3은 망인의 흉부엑스레이사진을 판독한 후 좌측폐문구에 약 5-6cm의 종양모습이 보이며 양쪽폐에 다수의 작은 결절성음영이 나타나므로 임상적 고찰 및 조직정밀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그러한 취지로 엑스레이검사결과서에 기재하였다.

(3) 간호원 소외 2는 같은 날 오후 망인에 대한 혈액검사결과서, 소변검사결과서, 엑스레이검사결과서를 회수하여 망인의 진료기록부에 첨부한 후 이를 내과과장인 의사 소외 1에게 보냈다.

(4) 의사 소외 1은 다음날인 1990.9.21. 망인에 대하여 이학적 진찰을 하고 각종 검사결과서를 검토하면서 엑스레이검사결과서의 검토를 빠뜨린 채 모든 검사가 정상으로 마쳐진 것으로 생각하고 각종 검사결과서가 첨부되어 있는 진료기록부에 정상이라고 기재하여 이를 건강관리과를 거쳐 원무과로 보냈고, 원무과장 소외 4 같은 날 망인에게 법정전염병, 결핵성제질병, 정신병 기타 전염성질병이나 마약 기타 유해물질중독증이 없으며 심신쇠약자, 불구폐질자가 아님을 증명한다는 내용의 건강진단서를 발급하였고, 망인의 요구에 의하여 1990.11.15. 같은 건강진단서를 재발급하였다.

(5) 피고 병원의 건강진단서발급절차는 먼저 엑스레이검사, 혈액검사, 소변검사 등 필요한 임상병리검사를 마치면 담당부서에서 검사결과서가 작성되어 건강관리과로 보내지고 내과과장인 소외 1이 이학적 진찰을 한 후 엑스레이검사결과서 등 각종 검사결과서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최종적인 판정을 하여 수검자의 개인진료기록부에 건강상태의 정상 여부를 기재하고 이를 원무과로 보내면 원무과장이 이에 따른 건강진단서를 발급하게 된다.

(6) 망 소외인은 그 후 정상적인 생활을 하던 중 1991.4.7. 갑자기 졸도하여 1991.4.20. 서울대학병원에서 종합건강진단을 받은 결과 폐암 말기로 진단되어 1991.12.27.경까지 치료를 받았으나 호전되지 않았으며 1992.5.30. 폐암으로 사망하였다.

다. 피해자의 사망원인

(1) 피고 병원에서 1990.9.20. 촬영한 망 소외인에 대한 흉부엑스레이사진상에는 좌중폐야(left mid-lung fie1d)에 약 6×4.5cm 크기의 종괴가 보이고 양측 전폐야에 걸쳐서 직경 0.5cm-1cm 크기의 수많은 결절을 볼 수 있어서 좌중폐야에 발생한 폐암이 혈행성폐전이를 일으킨 것으로 판단된다.

(2) 양측폐 전체에 걸쳐서 혈행성전이가 나타난 폐암의 상태는 폐암의 병기를 1, 2, 3, 4기로 분류하여 1기를 초기상태로 볼 때 폐암 4기로서 매우 심각한 말기상태를 나타낸다.

(3) 현재의 의료기술 수준에서 폐암의 치료성과는 극히 불량하며 4기 상태는 현대의술로서 완치가 불가능하다.

폐암환자의 생존기간은 통계상 진단 후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6개월 정도이고, 폐암4기의 경우에는 길어도 1년 이상 생존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명적인 병이다. 뇌전이 또는 대량객혈이나 예기치 못한 심장마비가 발생하면 언제라도 갑작스러운 사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4) 망 소외인은 피고 병원에서 건강진단을 받은 1990.9.20. 이미 폐암 4기로서 현대의술로서는 완치가 불가능한 상태에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자각하지 못한 채 정상적인 생활을 하다가 1991.4.7. 갑자기 졸도하여 그때부터 폐암치료를 받다가 1992.5.30. 사망하였다.

2. 의사 소외 1의 건강진단상의 과실

위에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 병원에서 망 소외인의 약사면허갱신을 위한 건강진단을 하면서 방사선과 전문의 소외 3이 엑스레이 소견상 폐암의 증후가 있으므로 조직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검사결과서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내과과장인 의사 소외 1은 건강진단의 최종판정을 하면서 위 엑스레이검사결과서의 검토를 빠뜨린 채 엑스레이 소견 역시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모든 건강상태를 정상으로 판정함으로써 망 소외인이 이에 따른 건강진단서를 발급받게 되어 결과적으로 병원의 건강진단을 통하여 질병을 미리 발견하고 이를 치료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한 건강진단상의 과실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할 것이며 망 소외인의 이 사건 건강진단이 개인적인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약사법 규정의 약사면허갱신을 위한 건강진단 이라고 하더라도 의사 소외 1에 대하여 위와 같은 건강진단상의 과실책임을 인정하는 데는 아무런 장애가 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3. 위자료

가. 망 소외인이 엑스레이검사 당시 이미 폐암 4기로서 현대의술로서는 완치불능의 상태에 있었으므로 이 사건 건강진단 당시 피고 병원에서 망인의 폐암의 여부를 확인하여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생존기간을 다소 연장시킬 수는 있을지언정 사망의 결과를 피할 수 없었다고 할 것이므로 소외 1의 이 사건 건강진단상의 과실과 망인의 폐암으로 인한 사망과 사이에는 상당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완치불능의 환자인 망 소외인에 대하여서도 건강진단 당시 폐암의 발병 여부를 알았다면 그 진행상태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고, 나아가 이로 인하여 생존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여지도 있었을 뿐만 아니라(망인은 건강진단시로부터 약 1년 8개월 생존하였으므로 폐암 말기 환자의 통계상 생존기간보다 더 생존하였으나 건강진단시 폐암 여부가 확인되어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면 망인의 사망시기가 더 늦추어졌으리라는 것은 추정된다.) 본인이나 혹은 가족들이 완치불능의 질병상태에서 죽음을 앞두고 개인적으로 또는 가족적, 사회적으로 신변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었다고 할 것인데 의사 소외 1의 건강진단상의 과실로 인하여 위와 같은 모든 기회를 상실하였다고 할 것이고 이에 대하여 망인이나 원고들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는 의사 소외 1의 사용자로서 이를 위자하여줄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위에서 본 의사 소외 1의 건강진단상의 과실, 망인 및 원고들의 직업, 나이, 신분관계, 이 사건 건강진단과정, 망인의 질병상태 등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모든 사정을 참작하면 그 위자료액은 망 소외인에 대하여 금 7,000,000원, 원고들에 대하여 각 금 1,000,000원으로 정함이 적정하다.

나. 상속관계

갑 제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망 소외인의 위자료 금 7,000,000원은 원고 1이 금 3,000,000원, 원고 2, 3이 각 금 2,000,000원을 상속하게 된다.

4. 결 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 1에게 금 4,000,000원 (상속분 금 3,000,000원+위자료 금 1,000,000원), 원고 2, 3에게 각 금 3,000,000원 (상속분 금 2,000,000원+위자료 금 1,000,00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불법행위 발생일인 1990.9.21.부터 이 사건 판결선고일인 1993.9.22.까지는 민법 소정의 연 5푼,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소정의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고 소송비용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제89조, 제92조, 제93조를, 가집행선고에 관하여는 같은 법 제199조를 적용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목민(재판장) 박성호 박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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