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항고인
준항고인 1 외 1인
대 리 인
법무법인 다산, 담당 변호사 김칠준 외 1인
피준항고인
수원지방검찰청 검사 홍승표
주문
1. 피준항고인이 2015. 5. 26. 준항고인 1에 대한 보호장비(수갑)의 해제를 교도관에게 요청하라는 변호인의 요구를 거부한 처분을 취소한다.
2. 피준항고인이 2015. 5. 26. 준항고인 2에 대하여 한 퇴거처분을 취소한다.
이유
1. 인정사실
○ 준항고인 1은 구속된 후 수원지방검찰청 223호실에서 피준항고인으로부터 피의자신문을 받았는데, 당시 변호인 공소외 1 변호사가 참여하였고, 준항고인 1의 수갑은 해제된 상태였다. 준항고인 1은 피준항고인의 모든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였다.
○ 준항고인 1은 2015. 5. 26. 수원지방검찰청에서 준항고인 2와 접견을 마친 후 피준항고인으로부터 피의자신문을 받기 위하여 221호실(영상녹화실)로 입실하였다. 준항고인 2도 변호인으로서 피의자신문에 참여하기 위해 221호실로 입실하였다. 담당 교도관은 준항고인 1이 입실하기 직전에 포승을 풀었으나 수갑은 해제하지 않았고, 221호실 출입문 바깥쪽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 피준항고인은 준항고인 1이 수갑을 착용한 상태에서 준항고인 1에 대하여 인정신문을 시작하였고, 이에 준항고인 2는 피준항고인에게 수갑의 해제를 요청하였다. 피준항고인은 준항고인 2의 요구에 대해 먼저 인정신문을 한 후 교도관에게 수갑의 해제를 요구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취지로 말하였다. 그러나 준항고인 2는 15분 가량 계속해서 수갑의 해제를 요구하였고, 이에 피준항고인은 준항고인 2의 이러한 행동이 수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검찰수사관들을 통하여 준항고인 2를 강제로 퇴거시켰다.
○ 이후 피준항고인은 준항고인 1에게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물었으나, 준항고인 1은 답변을 거부하였다. 이어서 피준항고인은 준항고인 1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한 후 담당 교도관에게 수갑의 해제를 요청하였고, 담당 교도관은 수갑을 해제하였다.
2. 판단
가. 피의자신문과 보호장비의 사용
1) 검사는 피의자신문을 하기 전에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여야 하고, 피의자신문을 할 때에는 인정신문부터 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241조 , 제244조의3 ). 즉 인정신문은 피의자신문의 일부이다.
그리고 검사가 검사조사실에서 피의자신문을 하는 절차에서는 피의자가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의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어야 하므로 보호장비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도주, 폭행, 소요, 자해 등의 위험이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 2005. 5. 26.자 2004헌마49 결정 ). 이런 점에서 교도관은, 구속피의자가 검사조사실에서 조사를 받을 때, 도주, 폭행, 소요의 우려가 현저하다는 이유로 검사나 교정시설의 장(이하 ‘소장’이라고 한다)이 해당 피의자에 대하여 보호장비 사용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 외에는 조사가 진행 중인 동안 보호장비를 해제하여야 한다[계호업무지침(법무부 훈령 제818호, 이하 같다) 제202조 제1항].
한편 보호장비는 교도관이 소장의 명령에 따라 사용한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97 , 98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20조 ). 즉 보호장비의 사용 및 해제의 주체는 교도관이나 소장이다. 그런데 법무부 소속인 검사 및 소장, 교도관을 규율하는 계호업무지침은 검사가 검사조사실에서 피의자신문을 하는 절차에서 보호장비의 해제를 요청할 경우 담당 교도관은 이에 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202조 제2항).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검사는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피의자신문을 할 의사로 피의자에 대한 인정신문을 하기 전에 보호장비의 착용 여부를 확인하고, 만일 피의자가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있다면 담당 교도관에게 보호장비의 해제를 요청하여 보호장비가 해제된 다음 인정신문을 시작하여야 한다.
2) 이에 대하여 피준항고인은, 검사가 교도관에게 보호장비의 해제를 요구하기 전에 피의자의 도주, 자살, 자해나 다른 사람에 대한 위해의 우려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검사는 기존의 수사기록이나 교도관 등을 통해 피의사실, 구속된 경위, 피의자가 경찰 또는 종전 검찰에서 피의자신문을 받을 때 보인 태도, 구금 과정이나 구금 중에 보인 태도, 호송 도중 및 검사조사실에 도착한 이후 대기하면서 보인 태도 등을 파악하여 검토함으로써 피의자신문을 할 때 보호장비를 계속 착용하도록 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를 일차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검사가 피의자에게 질문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나, 이 때에도 피의자신문과는 엄격히 구분되어야 하므로 반드시 위와 같은 질문 목적에 부합하는 사항만을 물어보아야 하고 실질적인 피의자신문이 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
결국 검사가 교도관에게 보호장비의 해제를 요구하기 전에 피의자의 도주, 자살, 자해나 다른 사람에 대한 위해의 우려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이를 위하여 피의자를 신문하는 절차를 이용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므로, 피준항고인의 위 주장은 이런 한도 내에서만 타당하다.
나. 준항고인 1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형사소송법 제417조 가 정하고 있는 준항고 제도의 취지, 즉 수사단계에서 검사나 사법경찰관 등의 공무원이 행하는 신체구속 등에 대한 통제장치로서 행정소송 이외에 특별히 형사소송법에 마련된 제도로서 피의자의 구금 또는 구금 중에 행하여지는 검사의 처분에 대한 유일한 불복방법인 점( 대법원 2003. 11. 11.자 2003모402 결정 참조)을 감안할 때, 그 대상 중 “검사의 구금에 관한 처분”에는 직접 구금에 관한 처분 외에도 널리 검사가 수사단계에서 구금된 피의자의 신체에 대하여 행하는 모든 처분이 포함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검사가 검사조사실에서 보호장비를 착용하거나 해제된 상태에서 구속피의자를 신문하기로 하는 조치도 “검사의 구금에 관한 처분”으로서 준항고의 대상이 된다. 반면 소장이나 교도관이 수사와 무관하게 수용시설의 질서유지 등을 위하여 행하는 보호장비의 사용이나 해제는 준항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피준항고인은, 구금과 보호장비 사용의 의미를 형식적으로 파악하여 그에 관한 각 처분은 법적 성질이 서로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검사의 구금에 관한 처분”에는 보호장비의 사용에 관한 처분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위와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
한편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 제도는 피의자의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확보되도록 하기 위한 제도라는 점에서, 피의자신문에 참여하는 변호인으로서는 피의자를 위하여 검사에게 보호장비가 해제된 상태에서 피의자신문이 진행되도록 요구할 수 있다. 이는 피의자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이 검사의 부당한 신문방법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는 것에 해당한다(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제3항 단서). 나아가 이와 같은 변호인의 보호장비 해제 요구에 대하여 검사가 이를 거부하고 보호장비를 착용한 채 피의자신문을 진행한 것은 결국 피의자에 대한 처분이 되므로, 비록 피의자가 직접 보호장비 해제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의자는 이러한 검사의 처분에 대해 준항고를 제기할 수 있다.
따라서 피의자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이 검사에게 보호장비가 해제된 상태에서 피의자신문이 진행되도록 요구하였음에도, 검사가 특별한 사정 없이 보호장비의 해제를 교도관에게 요청하지 않은 것은 사실상 보호장비 해제 요구에 대한 거부처분으로서 준항고의 대상이 되는 “피의자에 대한 구금에 관한 검사의 처분”에 해당한다.
2) 준항고인 1은 피준항고인이 직접 보호장비 사용 처분을 하였음을 전제로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준항고인은 보호장비의 사용·해제 여부에 관한 직접적인 권한이 없고 단지 그 사용·해제를 요구할 권한만을 갖고 있는바, 준항고인 1의 위와 같은 주장의 취지는 피준항고인이 보호장비를 착용한 상태로 피의자신문을 시작한 것이 위법함을 지적하고 이를 바로잡고자 하는 것이므로, 그 주장에는 피준항고인이 보호장비의 사용이나 해제에 관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음을 지적하는 취지가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준항고인 1의 청구는 피준항고인이 교도관에게 보호장비 해제를 요구하는 조치를 해야 함에도 그러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것으로 선해하여 판단하기로 주2) 한다.
3) 피준항고인은 준항고인 1에 대한 피의자신문의 일부로서 인정신문을 시작하였는데, 피준항고인은 이를 통해 준항고인 1에게 도주, 자살, 자해 등의 우려가 있는지 확인하려 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앞서 검토한 바와 같이 이러한 주장은 그 자체로 타당하지 않아 받아들일 수 없다. 준항고인 1이 인정신문이 진행되는 동안 수갑을 착용하였을 뿐이어서 수갑 착용 시간은 짧았던 것으로 보이나, 그렇다고 하여 피준항고인이 준항고인 1의 수갑을 해제하지 않은 채 피의자신문을 진행한 것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이 사건과 같이 변호인이 보호장비의 착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였다면 더욱 그러하다.
또 피준항고인은, 당시 계호 인력이 부족한데다가 준항고인 1이 사복을 입고 있어 도주하기 쉬운 상태에 있었고, 이 사건 피의자신문이 있기 몇일 전에 공범인 피의자 공소외 2가 검사조사실에서 피의자신문을 받던 도중 이마를 책상에 찧고 뒤통수를 벽에 부딪치는 등 자해를 한 적이 있어 준항고인 1의 보호장비 해제를 더욱 신중하게 결정할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선 계호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거나 준항고인이 사복을 착용했다는 사정은 피의자가 검사조사실에서 조사를 받을 때 일어나는 통상적인 일로서 앞서 본 헌법재판소 결정은 이러한 사정을 감안한 뒤에 내려진 것이라는 점에서 이 사건에서 통상적인 경우와는 다른 특수한 사정이 없는 한 계호 인력 부족이나 피의자의 사복 착용은 보호장비의 계속 사용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사유라고 볼 수 없다. 또 보호장비의 착용과 같은 피의자의 구금에 대한 처분은 그 권익침해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피의자별로 그 사정을 개별적으로 검토한 결과 자해 등의 위험이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경우에 이루어져야 하는바, 단지 공범인 피의자 공소외 2가 몇일 전에 자해를 했다는 사정만으로 준항고인 1이 자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부당하다. 오히려 피준항고인은 준항고인 1에 대해 인정신문만 한 뒤에, 그것도 준항고인 1이 인정신문에 대해 모두 진술을 거부하였는데도, 즉 준항고인 1이 도주나 자해 우려를 해소할만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음에도 교도관에게 보호장비의 해제를 요구하였다는 점에서, 피준항고인이 준항고인 1의 도주나 자해를 우려하여 보호장비를 해제하기 전에 그 점을 조사할 목적으로 인정신문을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이 외에 달리 준항고인 1의 수갑을 해제하지 않은 채 피의자신문을 진행해야 할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점에 관한 자료는 없다.
4) 소결
따라서 피준항고인이 변호인인 준항고인 2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교도관에게 준항고인 1에 대한 보호장비(수갑)의 해제를 요청하지 않음으로써 이를 거부한 것은 검사가 한 “피의자의 구금에 대한 처분”으로서 위법하다.
다. 준항고인 2의 주장에 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피준항고인이 변호인인 준항고인 2의 정당한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이 위법한 이상, 준항고인 2가 이와 같은 요구를 상당한 시간 동안 거듭하는 것이 수사방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준항고인 2를 검사조사실에서 퇴거시킨 피준항고인의 행위는 변호인인 준항고인 2의 피의자신문 참여권(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을 침해한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피준항고인이 2015. 5. 26. 준항고인 1에 대한 보호장비(수갑)의 해제를 교도관에게 요청하라는 변호인의 요구를 거부한 처분과 이와 관련하여 준항고인 2에 대하여 한 퇴거처분은 모두 위법하므로 이를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주1) 이 사건 당시의 상황이다. 현재 항고인 1에 대해서는 공소가 제기되었다(수원지방법원 2015구합292)
주2) 피준항고인도 당시 준항고인 2의 보호장비 해제 요구를 이와 같이 교도관에게 보호장비 해제를 요구하라는 취지의 요구로 이해했다고 인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