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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6. 6. 10. 선고 2015다217843 판결
[구상금][공2016하,931]
판시사항

공무원의 불법행위에 따른 국가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간이 지났으나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어 배상책임을 이행한 경우, 국가가 공무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판결요지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손해를 입은 피해자의 국가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간이 지났으나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어 배상책임을 이행한 경우에는,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권리남용에 해당하게 된 원인행위와 관련하여 공무원이 원인이 되는 행위를 적극적으로 주도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가가 공무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은 신의칙상 허용되지 않는다.

원고, 피상고인

대한민국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노제설 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국가배상법 제2조 는,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배상책임을 부담하고( 제1항 ), 국가 등이 그 책임을 이행한 경우에 해당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그 공무원에게 구상할 수 있다( 제2항 )고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해당 공무원의 직무내용, 불법행위의 상황과 손해발생에 대한 해당 공무원의 기여 정도, 평소 근무태도, 불법행위의 예방이나 손실 분산에 관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배려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견지에서 신의칙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6다70929 판결 등 참조).

한편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손해를 입은 피해자가 국가배상청구를 하였을 때, 비록 그 소멸시효 기간이 경과하였다고 하더라도 국가가 소멸시효의 완성 전에 피해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피해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는 등의 사정이 있어 국가에게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다36091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손해를 입은 피해자의 국가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간이 지났으나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어 배상책임을 이행한 경우에는, 그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권리남용에 해당하게 된 원인행위와 관련하여 해당 공무원이 그 원인이 되는 행위를 적극적으로 주도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가가 해당 공무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은 신의칙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2. 원심판결의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망 소외 1은 1965. 9. 2. 논산훈련소에 입소하여 제2 훈련소 수용연대 입소대대 제5중대에서 훈련을 받던 중, 1965. 9. 4. 22:00경 선임하사인 피고로부터 군기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구타를 당하다가 가슴 부위를 맞아 그 자리에서 사망하였다.

나. 제5중대장 대위 소외 2는 피고에게 망인에 대한 구타에 관하여 발설하지 말도록 지시하는 한편, 망인의 유족들에게 망인이 취침 중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으로 통지하였고, 1965. 9. 5. 망인의 사체를 수용연대 옆 공동묘지에 매장하였다. 당시 매장보고서에도 망인의 사망원인이 ‘심장마비’로 기재되어 있었다. 한편 피고는 헌병대 영창에 구속되었으나, 망인이 심장마비로 사망하였다는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다. 망인의 유족인 소외 3의 진정에 따라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관련자의 조사를 거쳐 2009. 3. 18. ‘망인은 피고에게 구타를 당하여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는 취지의 진상규명결정을 하였다.

라. 망인의 유족들은 2007. 3. 6. 원고를 상대로 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가합17852호 로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고, 원고는 유족들의 국가배상청구권이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되었다고 주장하였으나, 제1심법원은 국가가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는 국민의 생명을 침해한 후 그 증거를 은폐하여 유족들로 하여금 국가배상청구권 행사를 할 수 없도록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으므로 원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고 2009. 2. 5. 원고에게 망인의 유족들에 대하여 위자료로 합계 219,999,989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이에 대한 원고의 항소와 상고가 모두 기각되어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마. 원고는 2011. 4. 12.과 2011. 5. 6. 두 차례에 걸쳐 망인의 유족들에게 위 확정판결에 따른 배상금을 모두 지급하였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유족들이 원고를 상대로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을 당시 그 소멸시효 기간은 이미 지났으나, 원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어 원고가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 것이었고, 그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권리남용에 해당하게 된 원인은 부대원들이 망인의 사인을 심장마비인 것처럼 적극적으로 조작·은폐한 행위로 인한 것이었는데, 그 사인의 조작·은폐행위는 엄격한 상명하복이라는 수직적 지휘·통제체계에 의해 운영되는 군대조직 내에서 발생한 불법행위라는 특수성이 있는 점, 사고가 발생하였을 당시 피고는 선임하사에 불과하였고, 중대장의 지시에 따라 자신이 망인을 구타한 것을 발설하지 않은 것에 불과한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망인의 실제 사망원인을 은폐하고 심장마비로 조작하는 과정에서 피고가 이를 적극적으로 주도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러한 경우에 원고가 피고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은 신의칙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원심은 원고의 이 사건 구상금 청구가 신의칙에 반한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망인의 유족들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한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국가배상법상 구상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소영(재판장) 이인복(주심) 김용덕 이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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