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4다234155 손해배상(기)
원고피상고인
A
피고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부산고등법원 2014. 11. 13. 선고 2014나51251 판결
판결선고
2015. 4. 9.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직권으로 판단한다.
1. 소멸시효를 이유로 한 항변권의 행사도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으므로,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이를 신뢰하게 하였고, 그로부터 권리 행사를 기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채권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였다면,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 이때 채권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여 단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 하고, 개별 사건에서 매우 특수한 사정이 있어 그 기간을 연장하여 인정하는 것이 부득이한 경우에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의 경우 그 기간은 길어도 3년을 넘을 수 없다. 한편 국가가 '진실 ·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고 한다)의 적용대상인 피해자의 진실규명신청을 받거나 피해자 등으로부터 진실규명신청이 없었더라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과거사위원회'라고 한다)가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으로서 진실규명사건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고 진실규명이 중대하다고 판단하는 때에는 이를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다"는 과거사정리법 제22조 제3항에 따라 직권으로 조사를 개시하여 희생자로 확인 또는 추정하는 진실규명결정을 하였다면, 그 결정에 기초하여 피해자나 그 유족이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할 경우에, 국가가 적어도 소멸시효의 완성을 들어 권리소멸을 주장하지 아니할 것이라는 데 대한 신뢰를 가지게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피해자 등에 대하여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3. 7. 25. 선고 2013다16602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일부 인용하여, ① 과거사위원회가 2010. 3. 30. '대구10 월사건 관련 민간인희생사건(대구, 칠곡, 영천, 경주지역) 진실규명결정서'를 통해 진실규명 대상자 5명과 진실규명신청이 없었던 55명을 1946. 10. 초순경부터 1948. 8. 15.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전의 기간 대구·경북 지역 대구 10월사건 진압과정의 희생자로, 망 G(이하 '망인'이라고 한다) 등을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한국전쟁까지의 시기에 대구10월사건의 관련자라는 이유로 군경에 의해 희생된 희생거명자로 확인 또는 추정하였고, ② 망인의 유족인 원고가 위 진실규명결정일로부터 3년이 경과하기 전에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③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 후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피해자 등에 대하여 신뢰를 부여하였고 원고가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한 이상 국가인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기록에 의하면, 망인에 대하여는 그 유족으로부터 진실규명신청도 없었고 과거사위원회가 직권으로 조사를 개시하지도 않은 사실, 위 진실규명결정서의 기재에 의하면 망인은 1948년 정부 수립 이후부터 한국전쟁기까지의 대구10월사건 관련 희생거명자로 그 첨부자료에만 기재되어 있을 뿐 진실규명결정의 주문에 포함되어 있지 아니한 사실을 알 수 있고, 나아가 망인에 대하여 진실규명결정이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를 기록상 찾을 수 없다.
그렇다면 원고가 달리 피고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들어 권리 소멸을 주장하지는 아니할 것이라는 데 대한 신뢰를 가지게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만한 사유를 인정할 수 없는 이 사건에서, 원고의 이 사건 청구에 대하여 피고가 시효소멸의 항변을 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에 어긋나는 이유를 들어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소멸시효 항변의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그러므로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조희대
대법관이상훈
주심대법관김창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