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항소인
대한민국
피고, 피항소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덕송 담당변호사 이응주)
변론종결
2015. 3. 18.
주문
1. 제1심 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전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43,999,978원 및 이에 대하여 2014. 7. 2.부터 2015. 5. 8.까지는 연 5%, 2015. 5. 9.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 중 80%는 원고가, 나머지 20%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의 금전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주1) 219,999,989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제1심 판결 이유 제1항 중 [인정근거]에 ‘갑 제6호증’을 추가하는 이외에는 제1심 판결의 이유 부분 제1항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구상금채권의 발생 여부
가. 피고의 구타행위로 망인이 사망하였는지 여부
1) 민사재판에 있어서는 다른 민사사건 등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에 구속받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가 된다 할 것이므로 합리적인 이유 설시 없이 이를 배척할 수 없다( 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8다92312, 92329 판결 등 참조).
2) 앞서 본 기초사실 및 갑 제1호증의 1, 2, 3, 갑 제4, 5호증, 을 제1호증, 을 제2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의 구타행위로 망인이 사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에 반하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 확정된 관련소송의 제1심 법원은 ‘망인이 1965. 9. 4. 22:00경 피고로부터 구타를 당하다가 가슴 부위를 맞아 그 자리에서 사망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한 후 공무원인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국가)가 망인 및 유족들의 피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나) 피고가 위와 같이 인정된 사실을 부인하는 취지로 제출한 을 제2호증의 1(피고의 진술조서)은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결정 이후 피고가 군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피고 자신의 폭행사실을 부인하는 취지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로서 이 사건 관련소송의 항소심에서 제출되었고, 을 제1호증(군의문사위 조사결과 확인보고)은 피고의 위 진술내용을 기재한 군 수사기관의 보고서류이다. 그리고 을 제2호증의 2(피고의 증인신문조서)는 피고가 관련소송의 항소심에서 증인으로 출석하여 증언한 내용으로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위원들로부터 끊임없이 회유를 당하였고, 당시 작성된 피고의 진술조서(갑 제4호증)는 조사위원들이 임의로 피고가 망인을 구타하여 사망하였다는 내용으로 작성한 것이다. 피고는 위 진술조서의 내용을 읽어보지도 않은 채 서명날인하였다.’라는 취지이다. 그런데 관련소송의 항소심 법원은 위와 같은 자료들에 대한 증거조사를 거쳐 심리를 마친 후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위 가)항과 같이 사실을 인정하였다.
다) 피고는,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위원으로부터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조사받을 당시인 2008. 4.과 2008. 7. ‘피고 자신이 망인을 폭행함으로써 망인이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는 취지로 당시의 상황과 경위에 관하여 비교적 상세하게 진술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당시 억압적인 분위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조사위원으로부터 회유를 받았고, 조사위원이 진술조서의 내용을 임의로 작성한 후 피고는 내용도 확인하지 않은 채 날인만 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피고의 위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라) 이외에 달리 관련소송에서 인정된 사실을 배척할 만한 증거가 없다.
나. 피고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
1)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에 의하면, 국가는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혔을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하고, 같은 조 제2항 에 의하면,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국가는 그 공무원에게 구상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 및 갑 제4, 6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실 즉, ① 이 사건 사고 당시 신병들이 훈련소에 입소하면 피고가 군기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주먹이나 발로 신병들의 가슴이나 배 부분을 때렸는데, 피고의 폭행에 의하여 쓰러지는 신병들이 많이 있었던 사실, ② 피고의 폭행으로 인하여 쓰러진 신병들 중 일부는 바로 일어나기도 하고, 일부는 바로 일어나지 못했는데, 망인은 폭행을 당해 쓰러진 후 일어나지 못한 채 얼굴이 하얗게 변하고 호흡도 제대로 하지 못하여 바로 의무대로 실려갔으나 사망한 사실, ③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결정 당시 법의학자는, 망인의 사인은 갑작스런 흉부 가격이나 운동경기 중 신체적인 접촉 등으로 부정맥이 발생하여 사망하는 것을 일컫는 ‘심진탕’이라는 판단을 내렸던 사실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는 군부대의 선임하사로 근무하면서 훈련병들을 안전하게 지도하여야 할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위반하여 망인을 구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으므로, 공무원으로서 직무를 집행함에 있어 고의 또는 중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였다 할 것이고, 원고가 망인의 유족들에게 이에 대한 손해를 배상함으로써 피고를 면책시켰으므로, 원고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2항 에 따라 피고에게 구상권을 취득하였다.
2) 이에 대하여 피고는, 공무원의 중과실이란 공무원에게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상당한 주의를 하지 않더라도 약간의 주의를 한다면 손쉽게 위법·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는 경우임에도 만연히 이를 간과함과 같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상태를 의미하므로, 위법·유해한 결과를 고려하여 중과실을 판단하여야 하는바, 피고가 선임하사로서 다소 과격한 행위를 한 과실이 있다 하더라도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통상의 주의의무를 현저하게 결여한 중대한 과실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일반적인 경험칙상 피고의 행위로 인하여 망인이 사망하리라는 것을 예견할 수는 없었으므로 피고의 중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① 피고의 폭행은 고의의 위법행위에 해당할 뿐 아니라, 피고의 폭행 정도나 방법과 폭행 부위, 망인이 사망하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망인이 사망한 결과에 대하여도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되고, ② 공무원의 직무상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에는 변제자력이 충분한 국가 등에게 선임감독상 과실 여부에 불구하고 손해배상책임을 부담시켜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되,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경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그 직무수행상 통상 예기할 수 있는 흠이 있는 것에 불과하므로, 이러한 공무원의 행위는 여전히 국가 등의 기관의 행위로 보아 그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도 전적으로 국가 등에만 귀속시키고 공무원 개인에게는 그로 인한 책임을 부담시키지 아니하여 공무원의 공무집행의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2항 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대법원 1996. 2. 15. 선고 95다3867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 사건과 같이 피고가 망인을 폭행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까지 통상 예기할 수 있는 흠이 있는 것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피고에게 궁극적 책임을 부담시키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할 것이다.
다. 피고의 신의칙 위배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는, 망인의 사망과 관련하여 피고가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고 만기전역하였고, 그 이후에도 공무원으로 30여년 동안 성실하게 근무한 점, 이 사건 사고로부터 약 50년이라는 상당한 시간이 흘러 피고는 이 사건 사고를 잊어버린 채 생활하고 있고 경제적 자력이 없는 고령인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피고에게 구상금 청구를 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배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한 국가가 공무원인 개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이 그러한 제도의 목적이나 기능을 일탈하고 법적으로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없는 경우에는 구상권 행사가 신의칙에 반하거나 권리를 남용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을 수 있으나,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원고의 이 사건 구상금 청구가 신의칙에 반하거나 권리를 남용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3. 구상금채권의 범위
가. 법리
국가배상법 제2조 제2항 에 의하여 국가가 산하 공무원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하는 경우 국가 등은 당해 공무원의 직무내용, 당해 불법행위의 상황, 손해발생에 대한 당해 공무원의 기여 정도, 당해 공무원의 평소 근무태도, 불법행위의 예방이나 손실분산에 관한 국가의 배려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견지에서 신의칙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만 당해 공무원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법원 1991. 5. 10. 선고 91다6764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검토
앞서 본 사실과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로서도 교육 및 생활지도를 통하여 부대 내의 폭력을 예방하고, 훈련소에 입소한 신병들을 관리하면서 군 생활 적응에 도움을 주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게 된 점, ② 이 사건 사고 발생 이후에도 원고 소속 부대원들이 조직적으로 망인의 사망원인을 은폐하였고, 이 사건 사고 이후 거의 50년이 되어서야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결과 이 사건 사고의 원인이 밝혀지게 된 점, ③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발족하여 군대 내에서 일어난 사망사고를 조사하게 된 배경이나 위원회의 활동 결과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군대 내에는 이른바 군기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구타나 가혹행위가 만연해 있었을 것으로 추단되는데, 이러한 당시의 사회적 환경 등을 고려하지 않고 피고에게만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는 점, ④ 이 사건 사고로부터 약 50년이 경과한 후에야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구상금청구를 하고 있는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 및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취지를 고려하면, 원고가 망인의 유족들에게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한 금액 중 원금 219,999,989원 중 20%의 한도 내에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43,999,978원(219,999,989원 × 20%)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가 송달된 다음날인 2014. 7. 2.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당심 판결 선고일인 2015. 5. 8.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인 2015. 5. 9.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받아들이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제1심 판결 중 위에서 지급을 명한 금전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부분을 취소하여 피고에 대하여 위 돈의 지급을 명하고, 원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주1) 원고는 일부 청구로 위 금액의 지급을 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