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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5.4.23.선고 2012다112596 판결
예금채권반환
사건

2012다112596 예금채권 반환

원고피상고인

1. A

2. B

피고상고인

주식회사 국민은행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2. 11. 16. 선고 2011나106800 판결

판결선고

2015. 4. 23.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민법 제349조 제1항은 지명채권을 목적으로 한 질권의 설정은 설정자가 제450조의 규정(지명채권양도의 대항요건)에 의하여 제3채무자에게 질권설정의 사실을 통지하거나 제3채무자가 이를 승낙함이 아니면 이로써 제3채무자 기타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하고, 제2항은 채권양도에서의 승낙, 통지의 대항력에 관한 제451조의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 채권에 대한 질권설정에 관하여 제3채무자가 이의를 보류하고 승낙한 경우에는 제3채무자의 승낙 당시까지 질권설정자에 대하여 생긴 사유로써 질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으므로, 이의를 보류한 승낙 당시 이미 상계를 할 수 있는 원인이 있었던 경우에는 아직 상계적상에 있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그 후에 상계적상이 생기면 제3채무자는 질권자에 대하여 상계로 대항할 수 있다(대법원 1999. 8. 20. 선고 99다18039 판결, 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0다13887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추상적 규범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상대방의 권리행사를 부정하거나 자신의 의무이행을 거절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자신에게 그와 같은 신의를 공여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자신이 그러한 신의를 가지는 것이 정당한 상태에 있어야 하고, 이러한 자신의 신의에 반하여 상대방이 권리를 행사하거나 자신에게 의무의 이행을 강제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2006, 5. 26. 선고 2003다18401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들을 알 수 있다.

가. 주식회사 C(이하 'C'이라 한다)은 2009. 4. 1. 피고로부터 15억 원(이하 '이 사건 대출금'이라 한다)을 변제기 2010. 4. 1.(이후 2011. 4. 1.로 연장되었다)로 정하여 대출받기로 하는 여신거래약정을 체결하였다.

위 여신거래약정에 편입된 은행여신거래기본약관 제10조 제1항은 '기한의 도래 또는 제7조에 의한 기한전 채무변제의무 등의 발생 기타의 사유로 피고에 대한 채무를 이행하여야 하는 경우 피고는 그 채무와 채무자의 제 예치금 기타의 채권을 그 채권의 기한도래 여부에 불구하고 상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 원고들은 C이 2010. 9. 30. 발행한 각 발행가액 10억 원, 만기일 2013. 9. 30.인 신주인수권부사채(이하 '이 사건 각 사채'라 한다)를 매수하였다.다. C은 2010. 10. 6. 피고에게 3억 원씩 2개의 정기예금(이하 '이 사건 각 예금'이라 한다)을 하면서, 이 사건 각 사채의 변제를 담보하기 위하여 원고 A에게 그 중 하나의 정기예금채권에, 원고 B에게 나머지 정기예금채권에 각 만기일 2011. 10. 6.인 질권을 설정하여 주었다.

라. 질권설정자인 C과 질권자인 원고들은 2010. 10. 6. 피고에게 '이 사건 각 예금에 관하여 질권자를 위하여 질권을 설정하고 예금증서를 교부하고자 질권자와 연서로써 의뢰한다'는 취지의 문구가 기재된 이 사건 각 예금채권에 대한 질권설정승낙의뢰서(이하 '이 사건 각 질권설정승낙의뢰서'라 한다)를 제출하였고, 이 사건 각 예금채권의 채무자인 피고는 위 각 질권설정의 의뢰를 승낙하였다.

한편 이 사건 각 질권설정승낙의뢰서에는 질권설정자 및 질권자 해당란에 '다만 질권설정승낙일 이전에 질권설정자가 귀 행에 부담하고 있는 채무가 있을 경우에는 은행거래약정서 또는 차용금증서 등의 상계 예약조항에 따라 귀 행이 상계권을 행사하여도 이의가 없겠습니다'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고(이하 '이 사건 상계권유보조항'이라 한다), 피고 은행 해당란에 의뢰 받은 질권설정을 승낙하는 문구와 함께 '다만 질권설정자가 만기 전 질권 실행을 승낙한 경우 이외에는 만기일 전에 질권 실행이 있더라도 만기일까지 지급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었다.

마. 2011. 3. 28.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C에 관한 조회공시요구(풍문 또는 보도), 주권매매거래정지, 상장폐지 사유 발생으로 인한 주권매매거래정지 기간 변경, 감사보고서에 대한 감사인의 의견거절 등이 공시되었고, 원고들은 같은 날 피고에게 질권의 실행으로서 이 사건 각 예금채권의 반환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질권의 목적인 C의 정기예금 만기가 도래하지 않았고, 반면 피고의 이 사건 대출금채권 만기가 도래하였으며, 이 사건 각 질권설정승낙의뢰서 및 은행여신거래기본약관에 의해 피고에게 우선상계권이 발생하였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거절하였다.바, 피고는 2011. 4. 20. 이 사건 대출금채권으로 이 사건 각 예금채권과 상계처리하였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가. C이 피고에게 이 사건 각 예금을 하여 그 예금채권에 대하여 원고들에게 질권을 설정하면서, 원고들과 함께 이 사건 각 예금채권에 대한 질권설정의 대항요건을 갖추기 위하여 이 사건 상계권유보조항이 담긴 이 사건 각 질권설정승낙의뢰서에 의하여 피고에게 승낙을 의뢰하였고, 피고는 이를 받아들여 승낙함으로써 이 사건 상계권유보 조항을 통해 질권에 우선하여 이 사건 각 예금채권에 대하여 상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이의를 보류하고 승낙을 하였다고 해석된다.

그리고 이와 같이 C과 원고들 및 피고 사이에서 이 사건 상계권유보조항이 담긴 이 사건 각 질권설정승낙의뢰서가 작성된 이상, 원고들로서는 이 사건 상계권유보조항에, 따라 피고의 질권설정승낙일 이전에 C이 피고에 부담하고 있는 채무에 대하여는 은행 여신거래기본약관에서 정한 바에 따라 피고가 상계하는 것을 용인하는 약정을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한편 원고들 주장과 같이 C이 이 사건 각 예금계좌를 오로지 원고들의 채권에 대한 담보를 제공할 목적으로 개설하였다거나 원고들이 위와 같은 목적으로만 이 사건 각 예금채권이 사용될 것이라고 신뢰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C과 원고들 사이의 내부적인 것에 불과하고, 피고가 원고들에게 이 사건 각 예금채권이 원고들의 채권에 대한 담보목적으로만 사용된다는 신뢰를 줄 만한 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있는 자료가 없다. 또한 설령 원고 주장과 같이 피고가 위와 같은 이 사건 각 예금계좌의 개설 목적이나 취지를 알았을 것이라 하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이 사건 상계권유보조항에 불구하고 피고가 상계권을 포기하거나 그 행사를 제한하기로 약속하였다거나 원고들의 우선적인 질권 행사에 협력할 의무가 있어 상계권 행사에 제약을 받아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 그리고 원고들은 이 사건 각 예금채권이 질권설정 전에는 개설되지 않았고 질권 설정이 없었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거나, 질권설정 당시 이미 이 사건 대출금이 발생되어 있어 상계권이 행사될 수도 있음을 원고들이 알았다면 다른 은행에 대한 예금채권을 담보로 요구하였을 것이라는 사정들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C이 피고 은행을 선택하여 이 사건 예금계좌를 개설하고 더욱이 위와 같이 원고들도 함께 이 사건 상계권유보조항에 의한 피고의 이의 보류를 받아들인 이상, 이 사건 상계권유보조항에 의한 피고의 상계는 C과 원고들의 자유계약에 따른 결과로서 이 사건 예금계좌 개설 및 질권설정 당시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 할 것이고, 특히 CC로서는 그 당시 피고에 대하여 부담하고 있는 이 사건 대출금 등의 채무를 충분히 알고 있었으므로 이 사건 상계권유보조항에 의한 결과를 예상하고 있었다고 할 것이다.

그뿐 아니라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고들의 대리인은 질권설정 당시 피고 은행 송파기업금융지점의 담당자로부터 이 사건 상계권유보조항의 내용과 효과에 대하여 설명을 듣고 이 사건 질권설정승낙의뢰서를 검토한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원고들로서도 C에게 피고에 대하여 부담하고 있는 대출금 등 채무가 있는지를 확인하거나 C을 통하여 피고로부터 C의 채무내역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주도록 요청함으로써, 이 사건 질권설정 당시의 C의 채무내역 내지는 그에 의한 피고의 상계가능성 등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들이 주장하는 위와 같은 사정을 가지고, 피고가 이 사건 대출금에 의하여 이 사건 각 예금채권에 관하여 상계하는 것이 원고들에 대한 신뢰에 반한다고 할 수 없으며, 또한 이 사건 상계권유보조항이 담긴 이 사건 각 질권설정승낙의뢰서에 의하여 질권설정에 대한 승낙을 요청하는 C과 원고들에 대하여 피고가 그 요청을 받아들여 승낙을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 당시 C이 피고에게 부담하고 있는 이 사건 대출금 등의 채무를 밝혀 이 사건 대출금 등에 의한 상계가능성을 C이나 원고들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하거나 고지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이를 두고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에 반하는 결과에 이른다고 보기도 부족하다.

라. 결국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1) 이 사건 각 예금채권에 관하여 질권을 설정하고 이 사건 상계권유보조항이 담긴 이 사건 각 질권설정승낙의뢰서에 의하여 피고에게 그 승낙을 요청하는 원고들로서는 C의 피고에 대한 대출금채무 등이 있는지 여부를 살핀 후 자기 책임 아래 피고에게 예금된 이 사건 각 예금채권에 관하여 질권을 설정받을 것인지 스스로 결정하여야 할 것이고, (2) 질권설정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면서 이 사건 각 예금채권의 채무자로서 질권설정을 승낙하는 것에 불과한 피고가 질권설정자인 C의 대출금채무 내역까지 스스로 확인하여 질권자인 원고들에게 이 사건 대출금채권으로 원고들의 질권에 우선하여 상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정을 구체적으로 고지할 신의칙상의 의무를 부담한다거나 그 의무위반으로 인한 불법행위 책임을 진다고 보기 어렵다.

4.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각 예금계좌 개설과 동시에 이 사건 질권설정에 대하여 승낙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상계권유보조항을 유보한 이상, 그로 인하여 원고들이 질권의 담보력을 오인하여 피해를 입지 않도록 원고들에게 피고의 C에 대한 이 사건 대출금채권이 이미 발생되어 있어서 피고가 이 사건 대출금채권으로 원고들의 질권에 우선하여 상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정을 고지할 신의칙상의 의무가 있다고 잘못 인정하고, 그 전제 아래에서 피고가 그 의무위반으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을 진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과 고지의무 및 그 의무위반으로 인한 불법행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며,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김소영

대법관이인복

주심대법관김용덕

대법관고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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