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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1996. 3. 19. 선고 95구24779 판결 : 상고기각
[공정거래시정명령처분취소 ][하집1996-1, 487]
판시사항

[1] 저작물에 관한 사업자단체가 사업자에게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하게 하는 행위가 허용되는지 여부(소극)

[2]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제26조 제1항 제4호 소정의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하게 하는 행위'의 의미

[3] 저작물에 관한 사업자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가 그 구성 사업자에게 도서정가제 확립에 관한 협조공문을 보낸 것이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4] 재판매가격유지계약 체결권한을 위임하지 않은 출판사에 대한 재판매가격유지행위 강요행위를 시정하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저작물 사업자단체에 대한 시정조치가 정당하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제29조 제1항 의 사업자의 범위에 사업자단체를 포함시킬 수 없는 한 같은 법 제26조 제1항 제4호 에서 사업자단체가 사업자에게 같은 법 제29조 의 규정에 의한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취지는 개개의 사업자에게 재판매가격유지행위 금지에 관한 같은 법 제29조 제1항 의 적용 배제를 규정한 같은 법 제29조 제2항 과는 전혀 별개의 것이며, 개개의 사업자간에는 저작물에 관하여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할 수 있지만 자유경쟁가격제도를 택할 수도 있는 것이므로, 사업자단체가 나서서 자유경쟁가격제도를 택하려는 사업자에게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하게 하여서는 안 될 것을 규정한 것이므로, 저작물에 관한 사업자단체는 사업자에게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하게 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2]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제26조 제1항 제4호 상의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의 내용 중 "사업자에게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하게 하는 행위"의 의미는 그 취지상 개별사업자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업자단체로 하여금 부당한 공동행위 또는 경쟁제한행위를 금지하고자 하는 것으로 단순히 물리적으로 이를 강요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지위를 이용하여 이러한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권장하거나 협조를 요청하는 등 어떠한 방법으로든 이를 사실상 강요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모든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3] 저작물에 관한 사업자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가 그 구성 사업자에게 도서정가제 확립에 관한 협조공문을 보낸 것이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4] 재판매가격유지계약 체결 권한을 위임하지 않은 출판사에 대한 재판매가격유지행위 강요행위를 시정하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저작물 사업자단체에 대한 시정조치가 재량권 범위 내의 정당한 처분이라고 본 사례.

원고

사단법인 대한출판문화협회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종화)

피고

공정거래위원회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성주)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1995. 3. 2. 원고에 대하여 한 별지 기재의 시정명령을 취소한다.

이유

1. 이 사건 처분의 경위

아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 갑 제3호증, 갑 제6호증, 갑 제7호증, 을 제1호증, 을 제3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정종신, 김재우의 각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이 없다.

가. 원고는 출판사들의 공동이익 증진을 목적으로 1947. 3. 15. 조직된 출판사들의 결합체로서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이하 독점규제법이라 한다) 제2조 제4호 소정의 사업자단체이며 1995. 1.경 전체 약 11,000개의 출판사 중 1,300여 개의 출판사가 그 구성사업자로 가입되어 있다.

나. 원고는 1986. 8. 5. 출판사들의 개별 위임을 받아 서적상들의 개별 위임을 받은 서적상들의 사업자단체인 전국서적상조합연합회(이하 서적상연합회라 한다)와 포괄적인 출판물재판매가격유지 계약을 체결하여,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하는 출판사와 서적상은 비재판(비재판)서적상에 출판물을 공급하지 아니하며 아울러 서적상연합회는 서적상들의 재판가격유지 위반행위를 감시하여 발견된 위반사실을 원고에게 고지하고 원고는 위반 서적상과 해당 출판물의 계약출판사에 위반사실을 통보하고 출판사는 위반 서적상에게 경고, 기한부 거래제한, 거래정지 등의 제재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다. 서적상연합회는 1994. 11. 18. 원고에게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소재 '프라이스 클럽'이 주식회사 예림당, 민중서림 등 22개 출판사의 출판물을 해당 출판사 또는 서적상들을 통하여 공급받아 재판매가격 유지(소위 도서정찰제 내지 도서정가제)를 준수하지 아니하고 정가의 20 내지 30%씩 할인판매를 하고 있어 정가제를 지키는 다른 서점들이 피해를 보고 있으므로 위 재판매계약에 따라 위 프라이스 클럽에 해당 도서를 공급하고 있는 해당 출판사들에게 통보하여 조치하여 줄 것을 요청하자, 원고는 같은 해 12. 7. 위 프라이스 클럽에서 할인판매한 서적들의 22개 해당 출판사들에 대하여 위 프라이스 클럽이 도서정가제를 위반하여 할인판매를 함에 따라 도서정가제의 존립 자체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것으로 생각되니 작금의 심각한 상황을 감안, 강력한 조치를 취하여 도서정가제가 더욱 공고히 확립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하여 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였다.

라. 그 후 위 프라이스 클럽에 직접 서적을 공급하였던 위 예림당, 민중서림, 시공사 등 3개 출판사는 서적 공급을 중단하게 되었는바, 피고는 1995. 3. 2. 원고의 위 공문 발송 행위가 재판매가격 유지를 금지하고 있는 독점규제법 제29조 에 위반되는 허용될 수 없는 행위로서 같은 법 제26조 제1항 제4호 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에 해당된다고 보아, 같은 법 제27조 를 적용하여 원고에 대하여 별지 기재와 같이 원고는 출판물의 재판매가격유지계약 체결권한을 위임하지 아니한 출판사에 대하여 재판매가격 유지행위의 시행을 강요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시정명령과 함께 위 시정명령을 받았다는 사실을 중앙 일간지에 공표할 것을 명하였다(이하 위 시정명령을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의 주장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은 위 처분사유와 관계 법령에 따른 것으로서 적법하다고 주장하고, 원고는 이에 대하여 (1) 독점규제법 제29조 제2항 에서 저작물은 재판매가격 유지행위 금지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어 저작물에 관한 모든 사업자는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할 수 있고, 따라서 사업자단체가 사업자에게 같은 법 제29조 제1항 의 규정에 의한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하게 하는 행위를 금하는 같은 법 제26조 제1항 제4호 는 재판매가격 유지행위가 허용된 사업자단체인 원고에게는 그 적용이 없으며, (2) 원고는 출판사들의 사업자단체로서 그 가입과 탈퇴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어 구성 사업자인 출판사에게 일정한 행위를 강요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당시 서적상연합회의 요청에 따라 정가제 위반업소를 해당 출판사에게 알려준 것일 뿐 그들에게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강요한 사실도 없으며, 오히려 해당 출판사 중 비록 원고에게 재판매가격 유지계약에 관한 개별적인 위임장을 제출하지 않았던 출판사들도 사실상 재판매가격 유지계약에 찬동하고 있었고 이에 따라 그 후 재판매가격 유지계약에 관한 위임장을 제출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해당 출판사에게 원고가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강요하였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를 면할 수 없다고 다툰다.

나. 사업자단체에 저작물의 재판매가격 유지행위가 허용되는지 여부

(1) 관계 법령

독점규제법은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공정거래 행위를 규제하여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조장하고 소비자를 보호함과 아울러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제1조 ), 제2조 제4호 에서 "사업자단체"라 함은 그 형태 여하를 불문하고 2 이상의 사업자가 공동의 이익을 증진할 목적으로 조직한 결합체 또는 그 연합체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고, 제26조 제1항 은 사업자단체는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하고 이어 제4호에서 "사업자에게 제23조제1항 의 규정에 의한 불공정거래 행위 또는 제29조의 규정에 의한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하게 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같은 법 제29조 제1항 에서는 상품을 생산 또는 판매하는 사업자는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하고, 이어 제2항에서 제1항의 규정은 대통령이 정하는 저작물과 다음 각 호의 요건을 갖춘 상품으로서 사업자가 당해 상품에 대하여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미리 지정을 받은 경우에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법시행령 제43조 법 제29조 제2항 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저작물"이라 함은 저작권법 제2조 의 저작물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저작권법 제2조 제1호 는 "저작물"을 문학·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자유시장 경제질서의 추구를 목표로 하는 헌법정신에 비추어 상품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시장원리에 따라 자유롭게 형성됨이 바람직하다 할 것인바, 상품의 생산자나 판매자가 미리 그 판매가격을 정하는 것은 자칫 경제적 약자의 예속화를 초래하고 담합을 통한 유통차익의 확보책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으므로 독점규제법 제29조 제1항 이 이러한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금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저작물은 고유한 창작물로서 통상 일반 공산품과는 다른 문화상품적 특성이 있고 문화의 보급과 문화수준의 유지를 위하여 없어서는 안될 것이기 때문에 그 존재를 확보하고 그 발행의 자유를 명실공히 보장할 필요가 있으며 다종류의 저작물이 전국적으로 광범하게 보급되는 체제의 유지가 필요한바,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허용하지 않고 일부 출판사와 서점 간의 직거래, 할인판매 등 전반적인 자유경쟁을 요구하게 되면 국민문화적 측면에서 없어서는 안될 전문서적, 사서류, 학술서 등 시장성이 없는 저작물은 출판 불능에 이르게 되고 그에 따른 저술 의욕의 감퇴 등을 불러 교육, 정보문화에 악영향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저작물에 관한 재판매가격유지(정가판매)제도는 거의 출판업계의 상관행이 되었으며, 또한 출판업계는 그 업종의 성질상 다수의 출판사가 존재할 수밖에 없어서 중소기업인 영세기업의 비중이 높고 신규참여도 활발하여 경쟁적 성격이 다분한 시장규모를 가지고 있어서 재판매가격 유지를 인정하더라도 그 폐해가 다른 사업자에 비하여 그다지 크지 않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독점금지법 제29조 제2항 은 이러한 점 등을 고려하여 저작물에 관하여는 같은 법 제29조 제1항 의 적용을 배제하고 사업자의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허용하고 있는바, 우선 원고의 구성 사업자인 출판사가 같은 법 제29조 제2항 에 정한 저작물의 사업자에 해당한다 할 것이니 출판사들에게 위 조항이 적용되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나, 이는 어디까지나 저작물에 관하여도 자유경쟁가격제도를 원칙으로 하되 그 사업자에 대하여 예외적으로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도 허용한다는 취지이지, 저작물에 관하여는 오로지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만이 허용된다는 취지는 아니라 할 것이다.

(3)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에 관한 독점금지법 제26조 제1항 제4호 의 의미

독점규제법은 각각 사업자의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 등의 규제를 규정하면서, 사업자단체에 관하여 제6장에 별도의 장을 두어 설립신고와 금지행위 및 시정조치 등에 관한 규정을 따로 두어 사업자와 사업자단체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즉, 개개의 사업자에게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행위라 할지라도 사업자단체의 경우에는 그것이 경쟁자간의 공동행위로서 부각되어 시장경제에 미치는 영향력과 폐해가 막대할 수 있으므로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제한될 수도 있다 할 것이다.

따라서 독점규제법 제29조 제1항 의 사업자의 범위에 사업자단체를 포함시킬 수 없는 한 같은 법 제26조 제1항 제4호 에서 사업자단체가 사업자에게 같은 법 제29조 의 규정에 의한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취지는 개개의 사업자에게 재판매가격 유지행위 금지에 관한 같은 법 제29조 제1항 의 적용 배제를 규정한 같은 법 제29조 제2항 과는 전혀 별개의 것이라 할 것이며,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개개의 사업자간에는 저작물에 관하여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할 수 있지만 자유경쟁가격제도를 텍할 수도 있는 것이므로 사업자단체가 나서서 자유경쟁가격제도를 택하려는 사업자에게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하게 하여서는 안 될 것을 규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을 제6 내지 1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서적상연합회는 1981. 1. 14. 피고에 경쟁제한행위등록신청을 하고, 1982. 7. 31. 원고 및 서적상연합회는 재판매가격 유지계약을 체결하였음을 신고하였는데 피고는 1차 비재판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조항을 삭제하라는 시정지시를 내린바 있으며, 위와 같이 사업자단체간에 포괄적인 재판매가격 유지계약을 인정함에 따라 개별 사업자들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사업활동이 제약받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여 1983. 1. 21. 개별 사업자를 대리하여 사업자단체간에 포괄적인 재판매가격 유지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아니하고 개별사업자간의 재판계약체결로 전환하되 유예기간을 같은 해 6. 30.까지 두는 시정지시를 한 사실, 그 후 원고 및 서적상연합회가 업계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며 위 시정지시에 따른 재판매가격 유지제도의 개선을 건의해 옴에 따라 피고는 1985. 4. 1. 다시 포괄적인 재판매가격 유지계약의 체결을 허용하고, 다만 반드시 개별사업자로부터 계약체결권한에 관한 위임장을 받도록 하였으며 이 제도는 현재까지 지켜지고 있는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원고 스스로도 재판매가격 유지행위에 관하여는 개별 사업자에게만 허용된 것이고 원고는 현실적인 사정에 따라 다만 그들을 대리하여 포괄적인 재판계약의 체결의 권한을 위임받아 행사하였을 뿐이었음을 알 수 있으며,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을 일컬어 독점규제법에 규정되지도 아니한 사항들을 피고가 요구함에 따라 그 법의 정확한 취지도 모른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응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4) 소결론

그러므로, 저작물에 관한 사업자단체인 원고에게는 독점규제법 제26조 제1항 제4호 가 적용될 수 없다는 원고의 첫번째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강요한 것인지 여부

(1) 독점규제법 제26조 제1항 제4호 상의 "…하게 하는 행위"의 의미

다음으로, 독점규제법 제26조 제1항 제4호 상의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의 내용 중 "사업자에게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하게 하는 행위"의 의미에 관하여 살펴보면, 이는 그 취지상 개별사업자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업자단체로 하여금 부당한 공동행위 또는 경쟁제한행위를 금지하고자 하는 것으로 단순히 물리적으로 이를 강요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지위를 이용하여 이러한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권장하거나 협조를 요청하는 등 어떠한 방법으로든 이를 사실상 강요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모든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2) 사실인정

따라서 이 사건으로 돌아와 살피건대, 갑 제6, 7호증, 갑 제8호증의 1, 2, 갑 제9 내지 13, 15 내지 20호증의 각 1, 2, 3의 각 기재와 증인 정종신, 김재우의 각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위 22개 출판사는 모두 원고 회원으로 가입된 사업자들로서 원고가 1994. 12. 7. 앞서 본 바와 같이 22개 해당 출판사에 도서정가제 확립에 관한 협조공문을 보내자 위 프라이스 클럽에 서적을 직접 공급하였던 3개의 출판사는 통보를 받은 후 바로 공급을 중단하였고, 나머지 출판사들도 대부분 다른 서적상을 통하여 그들이 출판한 서적이 프라이스 클럽에 공급된 것일 뿐 그들이 직접 프라이스 클럽에 서적을 공급한 바가 없다고 변명하였으며, 그 중 당시까지 재판매가격 유지계약에 대한 서적상연합회와의 계약체결권을 원고에게 위임하지 않고 있었던 12개 출판사 대부분이 재판매가격 유지제도를 찬성하여 앞에서 본 바와 같은 내용의 계약체결권을 원고에게 위임하면서 원고의 위 협조요청에 대하여 적극 협조할 것을 확인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이 없는바, 위 인정 사실에 비추어 서적상연합회와 원고 단체가 정가제를 위반하는 경우 단체의 힘을 빌어 개별사업자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이고, 만일 원고의 요구에 불응하는 경우 판매망의 봉쇄 등으로 종국에 가서는 업계에서 도태되는 등의 불이익을 감수하여야 함에 따라 그 요구 방향에 따를 수밖에 없는 사정이 엿보인다.

(3) 소결론

그러므로, 원고의 위 협조통보는 문언상 협조를 구하는 형식을 취하였지만 그 실질은 독점규제법 제26조 제1항 제4호 소정의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의 두번째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라. 시정조치의 범위 등 재량권 일탈 여부

나아가, 원고의 구성 사업자에 대한 영향력, 출판업계 및 서적상들과의 관계 등 기록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더라도 위 인정과 같이 원고가 출판사에게 도서정가제의 확립을 위한 강력한 조치를 취하도록 협조를 요청하게 된 경위, 그 내용상 원고의 모든 출판사에 대한 재판매가격 유지행위의 강요를 시정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 중 계약체결권한을 위임하지 아니한 일부 출판사에 대하여 한 강요행위의 시정에 그친 점과 그 해당 출판사의 수,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독점금지법의 공익목적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 처분은 적절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인정되고 달리 이 사건 처분이 지나치게 무거워 재량권을 일탈하였다거나 남용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인 원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대환(재판장) 이준범 오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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